#진상을 말씀드립니다
유키 신이치로 지음, 권일영 옮김 / 시옷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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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자면담>

가타기리는 도쿄 도내 명문 사립 중고등학교를 나오고 도쿄대에 재학 중이라는 화려한 이력 덕분에 아르바이트로 중학교 입시 전문 가정교사 소개 회사에서 영업 담당으로 일하고 있다.

하루는 6학년 남자아이 집에 상담을 가게 되었는데, 그 집에 들어가면서부터 상담 내내 왠지 모를 위화감을 느끼는데….


<매칭 어플>

아내와 대학생 딸이 있는 마흔두 살의 겐토는 서른두 살이라 나이를 속이고 매칭 어플을 통해 딸뻘의 마나와 만남을 가졌다. 1차와 2차를 술집에서 즐긴 뒤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마나의 집에 도착한 겐토는 마나가 먼저 씻으러 들어간 뒤 집안을 둘러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 후 마나가 샤워를 권해 씻으러 욕실에 들어간 겐토는 무의식중에 근본적이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위화감을 느끼는데….


<판도라>

지금은 마나쓰라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이 있지만 한때 아이가 생기지 않아 힘들었던 시기를 보냈던 쓰바사는 과거 정자를 제공하여 불임부부의 고통과 아픔을 덜어주며 도움이 되고자 했다. 그렇게 정자를 제공했던 경우가 딱 한 번 있었는데 그때 생겨난 아이가 15년이 지나 쓰바사에게 연락을 해오는데….


<삼각간계>

도쿄의 모 유명 사립대학에서 아웃사이더라는 공통점 때문에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며 결속을 다졌던 기리야마와 모기, 우지하라.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만남의 간격이 벌어졌고, 대학 졸업 후에는 각자의 사회생활로 연락이 뜸해지다가 모기가 결혼을 하고 오사카로 전근하며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어졌었다.

그런데 그렇게 연락이 끊어진 지 5년 만에 갑작스럽게 모기로부터 연락이 와 온라인 회식을 제안했다. 기리야마는 제안에 수락했지만 왠지 모를 찜찜함을 느끼는데….


<#퍼뜨려주세요>

몬메지마는 한 바퀴가 10킬로미터쯤 되는 초등학생이 4명밖에 없는 인구 150여 명의 작은 섬이다. 그 초등학생 중 린코를 제외한 초모란마와 사테쓰, 루는 도쿄에서 태어나 섬으로 이주한 이른바 외지인이었다. 그들 부모는 아이들이 돈으로 살수 없는 경험을 하게 하여 세상에서 하나뿐인 아이로 키우겠다는 목표로 섬으로 이사했다고 한다. 그러니 아이들은 당연히 게임이나 스마트폰, 휴대전화는 금지였고 텔레비전 시청도 극히 제한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린코가 부모님으로부터 선물 받은 아이폰을 가져와 아이들에게 보여주며 같이 유튜버가 되지 않겠냐고 이야기하면서부터 한결같던 그들의 일상에 변화가 예고되는데….



이 소설은 총 다섯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단편 소설집이다.

이야기들은 전부 평범한 일상 속 평범한 사람들이 주인공이지만 그들의 눈썰미와 추리력, 심지어 육감은 뛰어난 탐정을 능가한다. 이야기 속에 나오는 실마리를 하나씩 짚어가며 추리의 근거와 결과를 보여주는 주인공들의 추리 부분은 마치 잘 정리 정돈된 추리 교본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또한 단편의 특징답게 늘어짐 없는 숨 막힐 듯한 빠른 전개는 잠시라도 긴장을 늦추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다섯 편 모두 재미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참자면담>과 <매칭 어플>이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참자면담>같은 경우는 어느 정도 예상된 이야기로 흘러가는 듯했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마지막의 반전이 충격적이었다. 완전히 허를 찔렸다는 게 이런 경우지 않을까?

그 후로 추리에 참여하고 반전의 덫에 걸리지 않고자 더 꼼꼼하게 소설을 읽어 나갔다.

그러나 웬걸. 두 번째 <매칭 어플>은 주인공의 추리를 듣기 전까지는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이야기 전개였다. 작가님 완전 천재!


그런데 <판도라>는 약간 늘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야기의 결말을 우리가 중학교 과학시간에 배우는 상식 수준으로 이끄는 듯해서 의아했다. 확률은 매우 낮지만 시스-AB형이라는 혈액형 돌연변이도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 듯했다. 또한 자식은 부모와는 다른 독립된 인격체인데 자식의 성향이 부모의 성향을 닮는다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려는 것 또한 억지스러운 면이 없지 않았다.

<삼각간계>와 <#퍼뜨려주세요>는 이야기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지만 결말이 잔인하거나 잔인함이 상상되게 해서 충격적이었다.


전체적으로 가독성이 좋아 빨리 읽히는 소설이었지만 작가의 사소한 묘사에 실마리가 있기에 오히려 빨리 읽으며 허투루 넘겨버릴 수가 없는 소설이었다.

아마 이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소설을 덮는 순간부터 작가님의 다음 소설을 기대하고 기다릴 것이다.

"제가 진상을 말씀드립니다.

이 소설을 읽는다면 심장이 쫄깃해지는 경악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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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 유
J. S. 먼로 지음, 지여울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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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한 초인식자나 도플갱어라는 소재가 같이 등장하여 얼마만큼의 심리적 불안의 극대화를 보여줄지 무서우면서도 궁금하네요. 무서운 음모와 소름끼치는 반전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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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세계 - 미국의 100개 팩트로 보는 새로운 부의 질서와 기회
스콧 갤러웨이 지음, 이상미 옮김 / 리더스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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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항상 전례 없는, 최소한 당시의 다른 국가들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성장세를 보여왔다. 그 대표적인 예시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이후와 석유 파동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아직 그 여파가 남아 있는 1980년대를 들 수 있다. 그냥 보면 단순히 "미국이 세계 경제 1등을 하는 이유가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그 이면에는 미국에 너무도 유리한 경제적 기반들을 찾아볼 수 있다.


그중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꼽자면, 1944년 체결된 브레턴우즈 협정으로 인한 통화 체계가 있다. 이 협정을 통해 기축통화가 금으로 정해짐과 동시에 미국 달러만이 금과의 일정한 교환비를 가지도록 정함으로써 달러의 가치, 그리고 미국의 세계 경제에 대한 영향력이 천정부지로 솟아오르게 된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부터 입은 피해가 여타 국가들에 비해서도 확연히 적었기에, 제1차 세계대전으로부터 얻은 전쟁 특수와 더불어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은 것이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성장을 이어가던 미국은 1970년대 말 석유 파동으로 인해 조금 주춤하는 듯싶더니, 기준금리의 인상과 인하를 통해 이를 헤쳐 나갔다.


그러나 이는 다른 국가들의 입장에서 보면 마냥 달가운 것만은 아닌 것이, 최근 상황으로도 볼 수 있듯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실시하는 기준금리의 변동은 다른 국가들의 기준금리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막대한 영향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불어 2008년에는 금융 위기의 여파를 줄이기 위해 양적 완화를 진행하여 사실상 다른 국가들의 경제 상황 악화를 초래하는 등, 미국은 가진 바 영향력을 아낌없이 이용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그렇게 마냥 세계의 제왕으로 군림하며 성공과 번영을 누릴 것만 같았던 미국이 저자 스콧 갤러웨이가 밸러스트로 표현한 중산층이 붕괴의 위협을 받으며 갈 곳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그것은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의식의 붕괴로 이어지며 세계 자유민주주의의 존폐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에 스콧 갤러웨이는 미국에 처한 문제 100가지를 그림과 그래프를 사용하여 직관적으로 보여줌으써 독자들이 미국의 위기 대응 방식과 그로 인해 탄생한 현재의 미국, 그리고 앞으로 미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쉽게 이해하도록 돕고 있다.



지난 트럼프 정부 시기에 미국 관련 뉴스나 대통령의 트위터에서 자주 보이던 단어가 바로 '가짜 뉴스'라는 단어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을 조금이라도 공격하거나 비판하는 미디어들에 '가짜 뉴스'와 '음모론'이라는 프레임을 뒤집어 씌우며 사람들이 더 이상 언론을 신뢰하지 못하게 혼란을 주며 자신의 개인 트위터를 통해 오직 자신에게 유리한 이야기만을 뉴스의 형태로 그럴듯하지만 자극적으로 포장해 퍼뜨렸다.

그리하여 오늘날 국가 뉴스 기관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신뢰하는 미국인은 절반 정도이며 신뢰도는 사상 최저라고 한다.



또한 이 책은 우리나라 지난 정부에서도 말이 많았던 원자력에 대한 이야기도 나와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원자력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 하루 24시간 지속되는 든든한 전력 공급원으로 원자력을 평가하고 있다. 실제 원자력은 석탄, 석유 에너지 생산에 비해 사고나 오염 관련 사망률이 300배나 낮다고 한다.

그러나 매우 안전한 에너지원 중의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은 사람들의 무지에 의해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저자는 원자력의 브랜드 이미지 쇄신을 제시하고 있다.



이 외에도 책은 미국 기업의 사명선언문에 있는 헛소리에 가까운 언어들을 신랄하게 꼬집고, 사회적 지출이 비효율적인 관료 좀비를 양산하여 혁신의 불꽃을 꺼뜨릴 수 있음을 경계하며, 초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 등 미국의 상황을 객관적 시선에서 정확하게 진단하여 표류하는 미국이 다시 영광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통찰력과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은 중산층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지금까지 최강국으로서 벌어들인 이익에만 의존하여 그 위세를 연명해 나가는 것이 아닌, 더욱 적극적인 행동을 보여 실질적으로 최강국의 입지가 공고함을 보여야만 앞으로의 상황을 견뎌낼 수 있을 듯하다.

특히 러시아나 중국과 같은 강적들과의 대립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방국들과의 협력 관계를 적극 활용하여 다방면적인 공략을 시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러시아나 중국 모두 내수 시장과 자원이 풍부한 국가들이기에, 이들을 상대하는 데에는 단순한 경제적 압박만이 아닌, 추가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 방법 모색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올바른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조언자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가 대비해야 할 미래의 지침서로서의 역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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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분, 오늘의 컬러 - 복잡한 내 마음을 설명하는 81가지 색
일로나 팜플로나 지음, 김미란 옮김 / 반니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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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기분을 표현하는 매체로 색을 사용하곤 한다. 어쩔 때는 좋아하거나 선호하는 색으로 그 사람의 성격을 끼워 맞추기도 한다.

내가 어릴 때 한 친구가 나에게 무슨 색을 좋아하느냐고 묻길래 보라색을 좋아한다고 했더니 그 친구가 대뜸 "보라색을 좋아하면 정신병자래~"라고 말했다. 그 말에 충격을 받고는 그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아볼 생각도 못 했고, 그 후로 의식적으로 보라색은 나에게 있어서 싫어하는 색이 되었었다. 뭐 예전에는 인터넷도 없고 관련 서적도 쉽게 찾을 수 없었으니 알아 보기가 어려웠겠지만.


그런데 시대가 발전하면서 색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높아지고 색에 대한 연구와 활용이 활발해지면서, 색은 예술이나 문화뿐만 아니라 일상 용품 심지어는 심리치료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일상이나 삶에 밀접하고도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사람들은 조금 더 쉽고 다양한 방향에서 색에 접근하고 이해하게 되었으며, 누구나 색을 일상생활에 응용해 삶의 질의 높이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 일로나 팜플로나는 대학에서 언어학을 전공했지만 전 세계를 여행하며 문화마다 다른 색의 상징성을 접하면서 색에 대해 눈뜨게 되었고, 색채 마법사 버나드 찰스를 만나며 색에 대한 전환점을 맞이한다. 그리하여 지금은 컬러의 힘을 활용해 마음을 치유하는 라이프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고객들이 색이 가진 치유의 힘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보고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그 경험을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저술했다고 한다.



이 책은 크게 9가지 컬러를 보여주고, 그 색은 다시 각각 9가지 컬러로 세분화되여 총 81가지 컬러와 그 색이 나타내는 감정을 설명하고 있다.

책을 보는 방법은 처음부터 차례대로 볼 수도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컬러를 선택해서 볼 수도 있고, 아니면 그날의 기분에 따라 기분을 선택해서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책에는 각 컬러마다 메모를 할 공간이 있으니 자신이 선택한 감정에 따라 자신의 이야기를 적어볼 수도 있다.



분홍색 중 '네온 핑크'는 '누군가에게 반한'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네온의 반짝거림처럼 누군가의 반짝거림에 매혹되어 사랑에 빠졌겠지만, 사랑은 형광 불빛을 오래 보면 눈이 머는 것처럼 눈이 멀어 맹목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삶의 활력과 영감을 주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발레리나 핑크'는 발레리나가 되기 위해 훈련하는 사람들 중 극히 일부만이 발레리나가 되는데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느끼는 '거절당한' 기분을 표현한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거절당했다고 해서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경험을 소중하게 여겨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분홍색 중 '문어색(Ocotpus Pink)'은 흡착력이 좋은 문어의 빨판처럼 '집착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만약 이 컬러를 선택했다면, 집착은 본인의 행복과 대인관계를 망치는 요인이라는 것을 깨닫고 집착에서 벗어날 것을 충고하고 있다.



나는 나이가 들면서 무채색 특히 회색 계열의 색이 좋아졌다. 그래서 옷이나 가방 같은 것뿐만 아니라 소파나 가구, 자동차 등 회색이 존재하는 물건은 거의 전부 회색으로 구매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회색이 우중충하고 우울하다고 표현하곤 하지만, 나는 회색을 보면 마음이 안정되고 평온함을 느낀다. 내가 이상한 것일까?


책에 나와 있는 무채색의 색 중에 '흰머리색(Gray Hair)'이 있다. 흰머리는 여러 문화권에서 지혜를 상징한다. 그래서 이 색을 골랐다면 그동안 쌓아온 전문지식과 지혜를 펼칠 때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뇌의 회백질은 중추 신경과 관련되어 있어 불안한 상황에 대처하고 침착함을 유지하는 능력에 관여한다고 한다. 그래서 '회백질색(Gray Matter)'은 시련을 극복하고 돌파구를 뚫을 준비가 되었다는 의미라고 한다.



이렇게 저자는 색과 색의 이름이 지닌 의미를 해석하여 우리 일상과 접목시켜 설명하고 있다. 그렇기에 비록 미술을 전공하지는 않았더라도 그 색이 지닌 의미를 쉽게 머릿속에 형상화하여 거부감이나 어려움 없이 색을 받아들이고 적용하여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보듬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 올바르게 대처하여 더 나은 삶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렇게 제시된 색을 활용하여 개개인의 개성을 표현하며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컬러에 담긴 상징적 의미와 그것에 연관된 심리와 감정을 파악하고 이해하여 컬러와 삶을 즐기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싶은 모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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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지만 해치지 않아요 1
우유양 지음 / 블라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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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유명무실해진 귀족 제도지만 그래도 주인공 루시의 집안은 꽤 괜찮은 가문으로 사자 특성을 가진 정치가 가문 '레오파르디'이다. 그런데 루시는 외형상 머리에 호른 모양의 뿔을 가지고 태어난 양이었다.

루시가 태어났을 때 내정되어 있던 정략혼은 파투 나고, 신문에서는 돌연변이라느니 불륜의 결과물이라느니 하는 자극적인 기사들이 연일 실렸다. 하지만 비록 정략혼이었지만 서로를 사랑했던 루시의 부모님은 배우자를 의심하기 전에 서로의 집안 가계도를 조사했고, 8대조 할머니가 양이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렇게 부모님은 루시가 부모님과 외견이 다른 것을 이해시키며 루시를 사랑으로 감싸 안았지만 4년 후 사자 특성을 가진 남동생 루이가 태어나면서 루시는 본인이 철저히 이방인이라 느끼며 사랑하는 가족들 사이에 있어도 뼈에 사무치는 외로움을 느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성장했기 때문일까. 열다섯 살이 된 루시는 학교에서도 남들과 어울리지 못하며 철저하게 혼자였고, 가족들 사이에서도 겉으로는 착한 딸, 착한 누나였지만 속으로는 남들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며 혼자 외로움을 삼켰다. 심지어는 가족이랑 무인도에 떨어지면 자신이 가장 먼저 잡아먹힐 거라는 생각까지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사교 모임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피해 연회장 발코니 구석진 곳에서 혼자 종이접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던 루시에게 누군가 다가왔다. 세모꼴의 개의 귀 모양을 한 은발머리의 귀공자 같은 얼굴의 소년이었다. 그 소년은 루시를 보고 기분 좋은 듯이 계속 꼬리를 흔들어 댔다.

혼자 있고 싶었던 루시는 그 소년을 모질게 대했지만 소년은 전혀 기분 상해하지 않으며 자신을 로만이라 소개하며 루시에게 호감을 나타낸다. 둘 사이에 약간의 오해는 있었지만 금방 오해를 풀며 둘은 사이좋게 종이접기를 한다.

"로만, 넌 개지?"

그렇게 루시는 로만을 개라고 생각하고 생애 첫 친구를 사귀게 된다.


그 후 둘은 사교 모임마다 만나 종이접기를 하며 둘만의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많지 않았던 사교 모임이 일주일에 한 번씩 큰 규모로 열리면서 루시와 로만의 만남은 잦아졌다.

어느 날 그렇게 늦여름에 만나 거의 연말이 되도록 빠짐없이 만났던 로만이 사교 모임에서 보이지 않았다. 로만을 찾아 연회장을 헤매던 루시에게 로만과 비슷하게 생긴 어른이 다가와 자신을 로만의 형 해롤드 바스커빌이라고 소개했다. 루시는 자신의 가문과 적대적인 '바스커빌' 가문이라는 말에 경악했다.

해롤드는 로만이 홍역에 걸려 참석하지 못했으니 루시에게 홍역에 대한 면역이 있으면 로만의 병문안을 와 줄 것을 요청한다. 이에 루시는 바스커빌이 늑대 가문이라는 것을 생각해 내고는 로만이 자신을 속였다는 생각에 배신감을 느끼며 분노에 떨며 해롤드와 함께 바스커빌 저택으로 향하는데….



『늑대지만 해치지 않아요』는 등장인물들이 수인인 로맨스 판타지 소설로, 우리가 흔히 로맨스 판타지라고 하면 떠올리는 중세 배경이 아닌 핸드폰과 자동차, 비행기 같은 문물이 등장하는 현대를 배경으로 한다.


첫만남부터 루시가 좋았던 로만은 루시와 만남을 이어가며 마음을 키워가고 그것을 루시에게 표현하기도 한다. 모든 것을 다 갖춘 다정하고 귀여운 직진남 로만은 일단 로맨스물 남주로 합격!!

그런데 루시는 로만과의 만남을 거듭하며 로만을 좋아하게 되지만 굳이 그것을 우정이라고 정의 내리며 누가 봐도 루시에게 호감을 표하는 로만을 모른척하고 오해를 거듭하다 어긋나게 된다. 그런 루시를 계속 보다 보니 처음엔 조금 안타깝다가 나중에는 답답함에 삶은 고구마를 꾸역꾸역 먹는 기분이 들었다.



사실 루시의 오해는 로만과의 첫만남부터였다. 루시는 로만과의 첫만남에서 로만이 자기소개를 하기도 전에 로만의 외형을 보고 혼자서 개라고 판단하고는 "로만, 넌 개지?"라고 확신에 차 말했으면서, 나중에 로만이 늑대라는 것이 밝혀지자 혼자 배신감에 치를 떤다. 왜? 로만이 딱히 자신이 개라고 거짓말을 한 적이 없는데 왜 루시는 로만이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하는지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로만이 자신을 바스커빌이라고 밝히지 않은 것처럼 루시 역시 자신이 레오파르디라고 밝히지 않았으면서.


루시가 어릴 때부터 자신은 남들과 다르다는 생각에 남들과 교류 없이 혼자 있는 시간이 많고 혼자서 생각을 거듭하니 사고가 자기중심적에다가 방어적이고 자기 합리화가 심한 것 같다.



소설은 루시의 시점뿐만 아니라 로만의 시점에서도 서술되어 있어 같은 상황을 두 사람이 각각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알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정서적으로 홀로 고립되고 음울한 루시와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인지 한없이 다정하고 상냥할 것 같은 로만이 연애 문제에 있어서는 병적인 독점욕을 보이는 바스커빌로서 본성을 자각하는 것이 나와 안타깝고 속상하기도 했다.


귀엽고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둘 사이는 자꾸 한 박자씩 템포가 어긋나며 연인이 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1권의 끝부분에서 루시가 로만에 대한 사랑을 깨달으며 질투심에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로만 못지않은 집착녀가 될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과연 늑대 로만과 양 루시의 사랑은 이루어질까?

오해와 집착과 계략 속에서 이야기가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하다.





*다산북스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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