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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화학 이야기 2 - 자본주의부터 세계대전까지 ㅣ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오미야 오사무 지음, 김정환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3년 6월
평점 :
화학은 언뜻 보면 삶에서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멀리 떨어진 연구자들만의 학문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실상을 보면 화학은 우리의 일상을 현재의 상황으로 만들어 준 일등 공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삶과 긴밀한 연결 관계에 있다.
특히 산업혁명 이후로 근대의 화학이 발전하면서부터는 화학은 단순히 일상을 보조하는 역할이 아닌, 일상을 주요하게 구성하는 요소로 당당히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다.
플라스틱의 경우 만들어진지 불과 100여 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그 파급력과 전파 속도 면에서는 그 무엇에도 비할 바가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 플라스틱이 현대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대두되고 있을 만큼 인류의 삶 곳곳에서 광범위하게 이용되며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왔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세계사를 바꾼 화학 이야기 2』는 자본주의부터 세계대전까지라는 멀지 않은 가까운 역사 속에서 탄생해 역사에 한 획을 그었거나 현재까지 현대인들의 일상생활 속에 존재해 삶을 윤택하게 하고 있는 화학에 관련된 이야기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보여주고 있다.
일상에서 고무가 쓰이는 곳은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다. 고무줄, 고무장갑과 같은 사소한 물건부터 의복, 신발, 매트, 인조잔디, 타이어 등 그 우리가 예상하고 있거나 전혀 예상치도 못하는 곳곳에서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요즘은 라텍스와 같은 물질로 일부를 대체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고무는 생활 속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이다.
이렇게 지금 시중에서 볼 수 있듯이 유연성과 탄력성이 뛰어난 형태로의 고무가 등장한 것은 1830년대로 그 역사가 200년도 되지 않는다.
지금과 같은 탄력 있는 고무를 개발한 사람은 찰스 굿이어인데, '가황법'이라는 방식을 통해 탄성과 내구성을 높일 수 있었다고 한다. 책에는 여담으로 찰스 굿이어가 가황법을 발견하게 된 일화로 전해지는 여러 이야기를 언급하며, 그중 하나로 다른 사람들에게 무시당하여 화가 난 굿이어가 황과 고무를 난로에다가 던졌다는 일화가 적혀있다.
화학은 고무나 플라스틱과 같이 눈에 잘 보이는 결과물로 일상을 윤택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안 보이는 면에서의 도움 또한 결코 적지 않다. 그중 하나가 화학 요법이다.
화학 요법은 특정한 분자에만 작용하는 물질을 이용하여 질병의 원인인 병원체만 공격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이 큰 이점을 가져온 질병에는 대표적으로 매독이 있다.
기존의 매독 치료는 수은을 이용하였는데, 수은은 강한 독성을 지니고 있기에 매독 치료 중 사망한 사람들의 다수가 매독 자체가 아닌 수은 중독으로 인한 것이 아닐까 의구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에 파울 에를리히를 비롯한 여러 명의 과학자들은 '메틸렌 블루'라는 합성염료가 말초신경만을 염색시키는 것에서 착안하여 연구한 끝에 화학 요법을 발명해 냈고, 여러 화합물을 연구한 끝에 '606호'라고 불리는 제6제조 시리즈의 6번째 화합물을 투여해 매독을 순식간에 해결하는 것을 발견했다.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현저하게 적은 치료법이 개발된 것이다.
이 밖에 이 책은 식생활에 혁명을 가져온 식품 보존 기술의 발명, 세상을 빛의 시대로 이끈 가스등, 뉴욕과 같은 장관의 마천루를 인류에게 안겨다 준 포틀랜드시멘트, 인류 최강의 건축 재료인 철근 콘크리트, 인류의 생활 모습을 완전히 바꿔버린 자동차의 발명, 인류가 우주 진출을 꿈꾸는 기본 원리가 된 보온병의 발명 등 역사 속에서 화려하게 꽃을 피운 화학의 이야기들을 하나씩 보여주고 있다.
과학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들은 대개 하나 또는 소수의 주제에 대해 깊게 파고드는 식인데, 『세계사를 바꾼 화학 이야기』 시리즈의 책들은 그것보다는 조금 가볍게 내용들을 다뤄 한 주제마다 짧은 분량으로 다루고 있다. 그렇기에 잠깐씩 쉬는 기분으로 주제 하나를 읽고 덮더라도 다음에 다시 펼쳤을 때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 없다는 면이 좋은 것 같다.
또한 현재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기술이나 제품 등의 기원을 역사 속에서 재미있게 알려줌으로써 지적 호기심과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동시에 흥미진진한 여담과 같은 요소들로 재미를 주며 책 속으로 한층 몰입하게 하고 있다.
긴 시간 투자하지 않고 짧게 짧게 끊는 독서로 차근차근 쌓여가는 지식을 발견할 수 있는, 쉴 때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지만 가볍지 않은 중요하고 유익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책으로 이 책을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