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제너레이션, 대전환의 시작 - 인구 충격과 맞바꿀 새로운 부의 공식
마우로 기옌 지음, 이충호 옮김 / 리더스북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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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연령 집단이 연관된 사안에 대해 뉴스를 비롯한 여러 방면에서 '~세대'라는 용어가 쓰이는 것은 이제 거의 당연시되고 있다. 여기서 '세대'라는 단어가 지칭하는 것은 어떠한 시기에 태어난 인구 집단이다. 그리고 그 집단의 '일반적 특징'을 몇 개 추려 그 세대의 특징으로 정의하고는 한다.

그러나 단순히 같은 시기에 태어난 것이라고 해서, 비슷한 사회환경에서 자라났다고 해서 특정 세대라고 틀을 씌우는 것이 옳을까? 당장 아무 모임, 아무 학교의 교실 하나만 들어가 보아도 전부 성격부터 취향까지 천차만별인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렇게 세대를 나누고 특징을 규정하는 것 모두 과거의 시선으로 현재의 상황을 보려는 잘못된 시도일 수 있다. 심할 경우 최대 10 세대까지 공존할 수도 있게 된 만큼, 또 이들의 생활 방식이 더는 자신의 연령 집단의 일반적 방식에 국한되지 않는 만큼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변화를 확실하게 받아들이고, 또 새로운 시선으로 앞으로의 변화를 바라보며 자신을 위한 기회를 찾아야 한다.

이에 『멀티제너레이션, 대전환의 시작』을 통해 지금 우리 앞에 놓여진 사회에서 어떤 관점으로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조언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가고 세대를 거칠수록 사람들의 평균 기대 수명과 평균 기대 건강 수명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더불어 사람들의 가족 구성 형태는 갈수록 핵가족의 형태가 늘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조건적으로 이전 세대들의 기준을 잣대로 들이대는 것은 그다지 현명하지 못하며 오히려 현상을 잘못 분석하고, 깊은 편견 속에 잠긴 평가를 하게 만들기 쉽다. 기존에 인생을 나누는 데 이용된 단계들은 더 이상 그 자체만으로 유지되기 어려워졌다. 자신이 속한 세대의 생활 방식에 얽매이지 않는 생활, 즉 퍼레니얼(perennial, 다년초 식물) 사고방식이 퍼지며, 그것이 새로운 표준이 되어가는 것이다.


교육과 진로에 대해 지금까지의 세상은 확고하게 정해진 길을 가지는 것을 중요하게 여겨오고는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쌓여가는 새로운 정보들이며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어가는 전문 지식들에 대학과 대학원에서 배웠던 지식들이 금세 낡은 것이 되어버리는 상황에 놓인 지금, 단순히 예전에 쌓았던 지식들만으로 일생을 살아가는 것은 선택은 둘째치고 여건적으로도 어려운 것이 되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배운 후로도 꾸준히 새로운 지식을 업데이트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저자가 권장하는 삶의 방식 중 하나로는 한 길로 일생을 가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많은 시기 동안 여러 가지 방면으로 많은 시도를 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저자는 과녁에 화살을 맞추는 것에 비유하고 있다. 한 가지 길로만 가는 선택은 60m 거리에 있는 과녁에 화살을 명중시켜 300 달러 상금을 받는 것으로, 여러 길을 가는 것은 20m 거리의 과녁에 화살을 명중시켜 100 달러의 상금을 받고, 이러한 과녁이 세 개 존재하는 것으로 표현했다. 여기에 전자는 명중 확률이 1%, 후자는 명중 확률이 5%라고 할 때 기대 이득이 후자가 전자에 비해 다섯 배나 높다는 것을 역설하며 인생을 하나에 모두 쏟아붓는 양상이 아닌, 나누어 여러 도전을 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고 했다.


최근 몇 년 새에 국제적으로도 많은 주목을 받았던 사건들 중 하나로는 삼성가의 상속 문제가 있었다. 상속세만 하여도 대략 11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하는 무지막지한 규모에 전 세계가 혀를 내둘렀으며, 국제적 언론들 또한 이를 상당 기간 큰 이슈로서 다루었었다. 이러한 상속 문제는 비단 재벌들만의 것이 아니다. 물론 그 규모야 상위 몇 퍼센트의 자산가들과 나머지 사람들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있기는 하겠지만, 본질적으로 상속과 유산이 사람들에게 가지는 의미는 대동소이하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속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크나큰 변동을 겪고 있음을 사람들은 쉽게 간과하고 있다. 기대 수명이 증가함에 따라 단순히 노년을 즐길 시간이 늘어나는 것만이 아니라 상속의 시기도 늦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출산율의 하락 추세는 기대할 수 있는 유산의 수준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서 작용한다.



위 사진은 여러 요인들을 고려하여 산출해 낸 '상속 승수'이다. 『21세기 자본』이라는 저서의 저자로 전 세계에 이름을 날리게 된 토마 피케티의 경우, 『21세기 자본』에서 자본 수익률이 경제 성장률을 앞서는 것이 역사 속에서 당연했던 양상이라는 것을 짚는데, 본인이 버는 것보다 상속받는 자산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현 상황은 어떻게 보면 다른 나라들보다 상당히 낫다고 볼 수 있다. 단, 대다수의 사람들이 한 가지 치명적인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물론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를 통틀은 문제이다. 이는 바로 유산을 받으리라 기대하는 사람들에 비해 실제로 유산을 받는 사람들의 비율이 확연히 적다는 것이다. 아무리 유산에 대해 떠들어 봤자, 받지 못하면 의미가 없는 것이니 말이다.


이와 같은 요소들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앞으로의 사회에서 상속과 유산이 가지는 의미는 크게 변할 것이고, 이를 포함하여 우리는 늘어난 기대 수명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애초에 『멀티제너레이션, 대전환의 시작』이라는 해외 저서에 상속이 대중문화 속에 깊이 녹아들어 있는 예시로서 우리나라의 드라마 <찬란한 유산>, <상속자들>, <위대한 유산>, <백년의 유산> 등이 직접적으로 언급되는 것을 보았을 때 처음에는 눈을 의심했고, 그다음으로는 도대체 외국에 비친 우리나라의 이미지가 어떤지 약간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내용을 부정할 수는 없다는 것에 대다수가 동의할 것이다. 당장 아무 막장 드라마나 골라도 유산 문제, 상속 문제를 다루고 있지 않는 것을 찾는 게 더 힘들 정도니 말이다.



'베이비붐 세대', 'X 세대', 'Y 세대', '밀레니얼 세대', 'Z 세대'. 뉴스에서도 심심치 않게 나오며, 심지어는 자동차 광고에서조차 이용될 정도로 광범위한 영향력을 지닌 개념이다. 최근에는 '알파 세대'라는 새로운 세대 구분이 생겨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러한 세대들로 사람들을 온전히 구분 짓는 것이 옳은지는 차치하더라도, 가능한지 자체부터 당연스럽게 의문이 든다. 누구든 당장 주변을 둘러보고 삶을 돌이켜 보았을 때, 주변인들이 본인과 단순히 하나의 세대라는 틀로 묶일 수 있을 만큼 유사한 모습을 보였는가를 묻는다면 긍정의 답을 할 수 있는 이가 거의 없을 것이다. 단순히 생각하여도 이러할진대, 심지어 최근의 변화와 겹쳐 '퍼레니얼'적인 행동양식이 이상적인 것이 되어버리는 미래 사회 속에서, 세대에 대한 구분을 사람의 행동 양식까지 포괄하게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심각한 오류이다. 사람들은 단지 자신이 태어난 시기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며, 자신의 집단의 일반적 특징이라 여겨지는 것들을 벗어난 것이라 하여 바람직하지 못한 것 또한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지금까지처럼 사람들이 나이에 의해 분리되고, 노년층과 청년층의 접점이 적어지는 양상은 줄어들 것이다. 최대 10 세대가 공존하기도 하는 현대 사회의 변화는 여러 세대들이 동시에 같은 직장에서 같이 업무를 볼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비유이긴 하지만 20대 상사와 60대 인턴이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게 되는, 그런 상식에 위배되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다른 세대의 근로자들과 작업하는 것이 좋다고 답한 답변자가 과반수를 넘기는 조사도 있었고, 여러 세대가 같이 작업하는 환경의 능률이 그렇지 않은 곳에 비해 더 좋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또한 책은 부의 흐름에 대해 명확하게 말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늦어도 40대에서 50대에는 상속이 이루어져 유산이라는 이름의 부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기대 수명이 증가하여 100세 시대라고도 불리는 상황인 만큼 70대, 80대에 들어선 후에야 유산을 물려받게 될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서는 물려받을 유산조차 남지 않아 있거나 물려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유산으로 물려주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만큼 기존과는 사뭇 다른 자산 계획이며 인생계획을 수립해 나가는 것이 필요한데, 이 책은 바로 그러한 계획을 세우는 데 있어 충분한 도움이 되어줄 것이다.


『멀티제너레이션, 대전환의 시작』을 통해 이제는 '세대'라는 마케팅적 환상이자 허구, 고정관념에 속아 나이에 따라 사람들을 구분하는 것이 아닌, '퍼레니얼'적인 생활 양식을 너도 나도 행해 나가는 '포스트제너레이션' 시장이 도래하였음을 이해하고 앞으로의 삶을 설계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중장년층은 앞으로 변화할 노년의 삶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이고, 청년층은 자신들이 앞으로 살아가게 될 미래 사회의 변화를 예측하고 이해해 충격적인 전환에 조금 덜 흔들릴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도래할 포스트제너레이션 시장, 멀티제너레이션 사회에서의 퍼레니얼적인 생활을 해야 할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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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잘 살았네 - 지친 하루를 포근히 안아주는 '힐링곰 꽁달이'의 응원
고은지 지음 / 김영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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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책을 통해 선하고 빈틈 많게 생긴 '힐링곰 꽁달이'를 처음 만났어요. 단지 '귀엽다'라는 느낌 외에는 아무 생각 없이 페이지를 넘겼다가 생각지도 않게 빈틈을 파고들어 오는 꽁달이로부터 위로와 응원을 받아 올 한 해 동안의 지친 마음의 위안을 얻고 내년을 준비할 힘을 얻었답니다.


꽁달이가 하는 말들은 딱히 특별할 것 없는 말들이에요.

'내가 네 옆에 있을게', '넌 소중해', '네가 최고야',' 네 존재에 고마워' 등.

하지만 우리가 좀처럼 말하지 않고 그렇기에 좀처럼 듣기 어려운 말들이랍니다.

이런 말들을 하면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 낯 뜨겁게 느껴질 정도로 우리는 표현에 인색하게 살아온 것 같아요. 그러나 꽁달이는 이 책에서 이런 말들을 너무나 쉽고도 편안하게 속삭여줘요.



흔히들 완벽한 사람은 없다고들 말하죠. 애초에 '완벽주의자'라는 말이 생긴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렇지 못한데 그러려고 애쓰는 사람들을 칭하는 데 쓰이고는 하는 이 단어는 때론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그리고 그 본인조차도 힘들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는 단순히 어떤 일의 결과물에 대한 것만이 아니에요. 성격도, 모습도…. 우리는 많은 면에서 완벽을 끊임없이 추구합니다. 단지 그 정도에 차이만 있을 뿐. 너무 심해지면 오히려 자신을 닳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심리적인 압박감이 있기 때문에 긴장 상태를 유지하게 되죠.

그럴 때 '사람은 다 그런 거'라는 말이 사소하지만 너무도 큰 위안을 가져올 수 있어요.

바쁘고 빡빡하게 살아가는 일상에 작은 숨구멍을 뚫어줄 수 있는 따스한 말입니다.


'빨리빨리'.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빨리빨리가 기본이라고 말하고는 하죠.

사람들은 종종 간과하고는 하는데, 빨리빨리를 위해서는 긴장을 오래도록 유지하는 것이 전제됩니다. 달리기를 할 때 다리에 힘을 주지 않고는 빨리 달리기는커녕 달리는 것 자체가 성립이 안 되는 것처럼 말이죠.

그렇지만 너무 긴장하고 있다 보면 긴장하고 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게 되곤 하고, 그렇게 긴장이 쌓이다 보면 어딘가 아프게 되고, 어딘가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계속 긴장하고 살아봤자 걱정과 승모근만 치솟을 뿐이니, 내일을 위해, 오늘 하루 정도는 휴식을 가져보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어요.


인생을 살다 보면 계획했던 대로 안 되는 일들이 너무나 많아요. 써니사이드업을 만들려고 했는데 힘 조절을 잘못해서 노른자가 터져 버리는 사소한 것부터 오랜 기간 준비했던 일이 생각하고 바라왔던 대로 풀리지 않는 것까지, 너무도 많은 일들이 예상과는 다른 길로 가게 되는 수가 있어요.

그러나 혹시 알아요? 속상해서 깨진 계란을 자세히 살펴보니 노른자가 이상한 게, 상했을 수도 있어요. 어쩜 안 먹어 배탈도 안 나고 너무나 다행인 거죠. 또한 준비했던 일이 안 돼서 다른 일을 했는데, 오히려 그 일이 더 적성에 맞아서 큰 성공을 거두게 될지도 몰라요. 처음에 일이 성공했다면 결코 경험하지 못했을 성공인 것이죠.

이처럼 때로는 잘못된 길을 들어간 것 같을 때, 이 책을 펼쳐 귀여운 꽁달이를 보며 힐링도 하고, 따스한 글귀를 읽으며 잘못 들어선 것 같은 그 길을 당당히 걸어가 끝을 볼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길 바라요.



그리고 책 중간중간에는 미처 들여다보지 못한 자신에 대해 기록하는 부분이 있어 이 책은 꽁달이로부터의 힐링뿐만 아니라 나 자신을 더욱 잘 알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해요.



T 같은 말이 뼈가 되고 살이 되는 것은 알지만, 내가 봐도 잘못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가끔은 있어요. 이럴 때는 조금 F 같은 말이 간절하곤 합니다. 그럴 때 이 책을 넘겨 보세요. 마치 직접 위로를 건네는 것만 같은 다정한 말에 마음 깊숙한 곳에서 따스함이 퍼져 나갈 거예요.


부담스럽지 않고 어딘가 허술해 보이지만 그렇기에 나를 무장해제 시켜 마음을 푸근하게 만드는 귀여운 외모의 힐링곰 꽁달이를 만나 인생의 한 모퉁이에서 주저앉지 말고 힘을 얻기를 바라요.

우리 모두 인생의 소중하고 멋진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어요.

바로 순전한 내 편인 꽁달이가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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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이는 소녀들
스테이시 윌링햄 지음, 허진 옮김 / 세계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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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이 데이비스는 고액의 수입을 벌어들이고 멋진 집과 완벽한 약혼자를 가진 성공한 심리 상담사이다. 그러나 그런 외형적인 모습과는 다르게 그녀는 자신의 책상 서랍에 신경 안정제를 포함한 다양한 약을 넣어 두어 심리적 위안으로 삼을 뿐만 아니라 약혼자의 이름으로 또 다른 신경 안정제를 처방해 자신이 복용하고, 캄캄한 것을 포함한 모든 것에 불안과 무서움을 느끼는 등 어둡고 불안정한 내면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그것은 순전히 그녀의 어린 시절 그녀의 아버지로부터 기인한 트라우마 때문이었다.


1999년 7월, 클로이가 나고 자란 루이지애나의 작은 마을 브로브리지에서 리나 로즈라는 열다섯 살의 소녀를 시작으로 여자애들이 실종되기 시작했다. 처음 실종 사건이 보도되었을 때 뉴스를 보던 클로이의 아빠는 클로이를 꼭 안아 안심시켜 주었고, 클로이에게 그런 아빠와 집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무사함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런 클로이의 세상은 무너지고 굳건했던 믿음은 깨져버렸다. 집에서 놀던 클로이가 아빠의 벽장 깊숙이 숨겨진 작은 나무 상자를 발견했고 그 안에서 아빠가 여자애들의 연쇄 실종의 범인임을 입증할 증거품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클로이는 엄마에게 그것을 보여 주었고 엄마는 클로이를 데리고 경찰서로 향했다. 클로이는 경찰에게 증거품을 넘김과 동시에 아빠의 죄를 뒷받침할 만한 증언을 함으로써 아빠의 범죄 사실에 쐐기를 박았다.


그해 9월 말 어느 밤, 아빠는 집 거실의 레이지보이에 앉아 TV를 보며 간식을 먹던 중 가족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연쇄살인범으로 경찰에 체포되었다. 체포될 때 아빠는 그저 클로이와 오빠 쿠퍼를 바라보며 "착하게 지내라"라는 말만 남긴 채 아무런 저항 없이 경찰들에게 무자비하게 끌려나갔다. 경찰은 그런 아빠를 순찰차에 내리치고 처박아 피를 흘리게 했다.

그때 클로이가 열두 살, 쿠퍼가 열다섯 살이었다.


그 후 아빠는 형량을 협상하여 사형을 면하고 무기징역으로 20년이 지난 현재까지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그런데 아빠가 저지른 첫 번째 사건의 20주년 기념일을 며칠 앞두고 클로이 주변에서 또다시 어린 소녀들의 실종과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그것도 아빠가 저지른 수법 그대로.

모든 증거가 대중에게 공개되지는 않았었기에 클로이는 당시 사건에 관련된 관계자에 의한 모방 범죄를 의심하고는 범인이 흘린 증거의 퍼즐을 맞추며 범인을 추적하는데….



『깜빡이는 소녀들』은 시작부터 책을 덮을 때까지 끈적한 긴장감과 의심과 경계심을 늦추지 못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현재와 과거의 시간을 심리적으로 넘나들며 전개되는 이야기는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와 주인공조차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죄책감을 극대화시켜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무엇에 대한 죄책감일까?

심리 스릴러 소설답게 약혼자 대니얼을 포함한 주인공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모종의 음모를 가지고 주인공에게 접근하고 주위를 맴돌고 머무는 것처럼 의심되었고, 심지어는 주인공에게조차 '현실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고 있는가' 혹은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게 만들었다.

읽는 내내 찐득찐득 온몸을 휘감아오는 회색빛 우울함과 답답한 긴장감에 가슴이 옭매이는 듯한 기분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야기가 중간을 넘어서면서 암울하기만 했던 심리 묘사와 긴장감이 상황의 급전개와 반전의 연속, 서서히 드러나는 불안과 긴장감의 실체로 대체되면서 초반과는 또 다른 긴장감과 쾌감과 충격으로 읽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또한 주인공의 심리와 진실을 파헤쳐 가는 행적을 따라가며 하나씩 맞춰지는 퍼즐 조각으로 인한 일련의 진실을 깨달으며 그야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전율을 느낄 수 있었다.


주변의 모든 것을 교묘하게 자신의 의도대로 통제하고 영향을 끼치며 누구에게도 본모습을 들키지 않고 살아가는 범인의 모습은 작가의 의도대로 쉽사리 드러나지 않았고, 종국에 이르러서야 밝혀지는 범인의 정체와 범행 동기에는 소름과 함께 뒷목 잡고 쓰러질 만한 분노를 일으켰다.

이보다 더 '끝날 때까지 긴장과 의심을 멈추지 말라'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소설은 없을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작가 또한 이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독자들을 통제하며 실로 짜릿한 쾌감을 맛보지 않았을까?


이 해의 마지막에 찾아온 심리 스릴러계의 깜짝 선물 같은 『깜빡이는 소녀들』을 꼭 읽어 보길 바란다.

안 읽으면 100% 후회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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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놀고 싶어 - 풍차 지킴이 쏠의 모험 특서 어린이문학 5
조미형 지음, 윤다은 그림 / 특서주니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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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농땡이를 피우거나 땡땡이를 부리고 싶을 때가 있었을 거예요. 또 남들보다 장난을 심히 좋아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구요.

물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적당한 선에서 그러한 행동들을 했겠지만, 어떨 때는 그 행동들이 본의 아니게 남에게 피해를 줄 때가 있었을지 몰라요.


이 책은 놀기를 좋아하는 날다람쥐 쏠이 장난치고, 농땡이 피우고, 땡땡이를 부리면서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고 때로는 자신이 위험에 처해져 친구들에게 도움을 받는 등의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어 자신의 행동을 바꿔 나가며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랍니다.



날다람쥐 쏠은 하루 종일 숲을 돌아다니며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고, 도토리를 던져 친구를 놀라게 하기도 하고, 나뭇가지를 흔들어 새들을 쫓아내기도 하는 등 숲속 동물들에게 장난치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런데 때로는 그 행동들이 너무 과해서 장난이 아닌 괴롭힘이 되어 버리곤 했죠.

심지어 어떨 때는 다 같이 하기로 한 활동에서 '나 하나쯤이야'하는 생각으로 빠지기도 했답니다.

모두들 쏠에게 그러지 않도록 충고했지만 쏠은 좀처럼 들으려 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신나게 놀다 보니 어느덧 눈 내리는 추운 겨울이 되었고, 쏠은 집안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난로를 피웠어요. 한 달 넘게 이어진 눈 내리는 추운 날씨 때문에 쏠은 계속해서 난로 속으로 땔감을 밀어 넣었답니다.

그때 갑자기 연통에서 삐걱대는 소리가 들렸어요. 아마 오랫동안 내린 눈으로 연통에도 눈이 많이 쌓였기 때문인가 봐요. 연통에 쌓인 눈을 털어 줘야 했지만, 밖에 나가기 귀찮아진 쏠은 하지 않기로 했어요. 그러고는 난롯가에서 도토리를 까먹으며 잠이 듭니다.


그런데 쏠이 잠든 사이 난로의 불씨가 튀어 집에 불이 났고, 꼼짝달싹할 수 없었던 쏠을 숲속 친구들이 무사히 구조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길고 털이 풍성했던 쏠의 꼬리털이 그만 불에 타버리고 말아요.



다음날 기술자 부엉이가 숲속 마을을 찾아와 화재의 원인을 조사하고는 그 결과를 숲속 동물들에게 알려주었어요. 바로 배관과 난로 옆에 쌓아 둔 땔감이 문제였던 거예요. 이에 추운 날씨에 난로를 치울 수 없었던 숲속 동물들은 자신의 집에도 불이 날까 걱정이 되었어요.


그때 누군가가 풍차로 에너지를 만들어 집안을 따뜻하게 할 수 있다고 말해 주었어요. 난로보다 훨씬 안전해 보이는 풍차 건설에 숲속 동물들은 모두 찬성했어요. 그리고 풍차가 세워지면 그 풍차를 유지, 관리, 보수할 관리자로 모두들 입을 모아 쏠을 지목했어요.

친구들에게 도움을 받았던 쏠은 이제 자신도 숲속 친구들을 위해 일할 때가 됐다고 느끼며 기쁜 마음으로 풍차 지킴이가 됩니다.



풍차가 세워지고 쏠은 숲속 동물들을 위해 열심히 일했지만, 뜻밖의 강풍으로 풍차 날개가 세차게 돌며 엔진이 과열되어 풍차에 불이 나고 마는데요.

과연 쏠은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까요?



주인공 쏠은 그저 재미로 한 자신의 행동으로 누군가는 피해를 입고 자신 또한 위험에 처해질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며 반성합니다. 그러한 반성을 통해 조금 성장한 쏠은 책임감을 가지게 됩니다. 그것은 친구들을 이해하고 그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그렇게 남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어려움과 트라우마 또한 극복하며 쏠은 한층 더 성장하게 됩니다.


가끔은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죠. 아니 어쩌면 혼자가 편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절반이 된다'는 말처럼 혼자일 때보다 친구들과 소통하고 다양한 관계를 나눔으로써 얻을 수 있는 풍요로운 감정과 위안, 자기 성장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거예요.

그리고 혼자서는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여럿이서 돕는다면 결코 불가능하지만은 않은 일이 될 수도 있어요.


혼자가 좋을까요, 아니면 친구와 함께 하는 것이 좋을까요?

쏠과 그 친구들의 모습을 통해 같이 확인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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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
캐런 조이 파울러 지음, 서창렬 옮김 / 시공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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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어느 순간엔가 미국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공공장소든 으슥한 곳이든 낮이든 밤이든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총기 폭력은 전염병처럼 번져 나가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그것을 보며 다른 작가들처럼 총격 사건 가해자를 넘어 가해자의 가족들이 자신들이 사랑하는 사람이 저지른 일을 맞닥뜨렸을 때 가질 생각과 그 후 그들의 생활에 닥칠 변화가 궁금해졌다고 한다.

그 생각이 가지를 뻗어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대통령들 중의 한 명인 링컨을 암살한 존 윌크스 부스와 그 가족에게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하지만 작가는 존 윌크스 부스에게 자신의 관심이 가는 것은 싫었기에 그를 최대한 중심에 두지 않고 그의 가족에 관한 일을 쓰기로 했다고 한다.


영국 출신의 셰익스피어 연극배우 주니어스 브루터스 부스는 1822년 아내 메리엔과 미국의 메릴랜드 주 벨에어 근처의 삼림지대로 건너와 그들의 뿌리를 내린다. 그곳에서 그들은 10명의 아이들을 낳고(그중 네 명은 일찍 죽는다) 20여 년 가까이를 살지만, 그들의 집과 아이들의 존재는 모두가 다 아는 동시에 비밀에 부쳐져야 할 존재였다.

그 이유는 훗날 그들이 볼티모어로 이사를 간 후에 드러나는데, 그곳으로 쳐들어온 아버지의 본처 애들레이드에 의해 밝혀진 아버지의 이중 결혼 때문이었다. 이 사실은 부스 가족을 생애 처음으로 그들이 직접 잘못한 것도 아닌 아버지의 잘못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비난받고 모욕 받고 괴롭힘당하게 했다.


살아남은 아이들 중 준과 에드윈, 존은 연극배우인 아버지를 따라 배우가 되었는데, 아버지는 에드윈을 그의 후계자로 마음에 둔 듯했고 실제 에드윈만이 배우의 길로 들어선 그의 아들 중 가장 성공한다.


자신의 미래는 장미빛이리라 믿던 에이시아와 존 사이에도 미묘한 차이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에이시아가 자신은 무언가 큰일을 이루어낼 수는 없겠지만 소박한 자신만의 방식으로 부스라는 이름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하는 반면, 존은 무게감 있고 영향력 있는 자신만의 족적을 남길 거라는 것이었다. 그들의 생각은 훗날 그들의 인생에서 그대로 실현된다.

그런 존에게 큰 영향을 끼친 것이 바로 세인트티머시 학교의 친구들이었다. 그들은 존이 북부인의 태도를 버리고 강한 남부인의 특질을 가지게 했는데, 이것이 나중에 그가 가족들을 고통에 빠뜨리는 일을 저지르는 시발점이 된 듯하다.


그리하여 존은 그렇게 정립된 자신만의 그릇된 신념을 행동으로 관철하며 남은 가족들을 가족에 대한 사랑을 부정하게 만들며 사람들 속에서 고립되는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데….



소설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안타까우면서도 답답한 인물이 로절리였다. 한순간도 걱정을 끼친 적이 없는 자식이었던 로절리의 삶은 제삼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희생만 요구되는 너무나도 답답하고 초라한 삶이었다. 희생을 해도 누구도 감사하지 않고 그녀의 감정은 누구도 존중하지 않았다. 거기에 길들여진 그녀는 스스로의 삶에 만족했을까?

저자는 이 책의 등장인물 중 로절리가 가장 허구적인 인물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 사실이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존의 잘못된 신념과 판단과 행동으로 인해 그의 남은 가족은 목숨의 위협을 받는다. 사랑하는 아들과 형제를 부정해야 했고, 그에 대한 사랑을 표현해서는 안 되었다. 사람들에 의해 존 자신은 비열한 협잡꾼에 난폭한 주정뱅이가 되어버렸고, 가족들은 모두 비열하고 음침한 독사 같은 인간이 되어 버렸다. 온 나라는 그들을 하지도 않은 기행과 악행을 저지르는 인두겁을 쓴 벌레만도 못한 존재로 매도하고 모욕하는 것을 서슴지 않았다.

부스 가족들이 겪은 고통들을 담담하게 읽어 내려가자니, 비록 존이 미국이 사랑하는 위대한 인물을 죽였지만 단지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연좌제를 적용하여 법에 의해서가 아닌 개인적인 분노 표출의 표적으로 그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것이 정당한 일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존 윌크스 부스는 그저 역사 속 위대한 인물을 죽인 역사에 박제된 평면적인 사람이었다. 하지만 소설을 끝낸 지금은 저자의 절제된 문체에도 불구하고 존 윌크스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부대끼며 과거를 살았던 입체적인 인물이 되어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책은 벽돌책으로 두꺼웠지만 읽다 보니 롤러코스터 같은 부스 가족들과 링컨의 서사에 소설이 짧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몰입감이 대단했다. 역사가 스포 그 자체이지만 결말을 알든 모르든 부스 가족들의 삶은 너무나 파란만장하고 가족애는 아름답고 희생적이며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언뜻 보면 상관없을 것 같지만 미국의 역사와 서서히 톱니바퀴를 맞추기 시작하며 정해진 역사의 시간 속으로 흘러가는 부스 가족의 삶을 통해 작가의 상상력이 재창조한 역사의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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