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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완벽한 실종
줄리안 맥클린 지음, 한지희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12월
평점 :
1990년 마이애미, 올리비아는 그녀의 삶의 전부인 남편 딘과의 달콤한 신혼 생활을 끝내고 아이를 갖기를 원했다. 벌써 세 달 전부터 실행에 옮겼지만 소식이 없었고, 이에 초조해진 올리비아는 딘에게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적극적으로 시도하자는 이야기를 했다. 이에 딘도 동의해 올리비아는 로맨틱한 밤을 기대했지만, 딘이 위장질환이 생긴 다른 조종사의 비행을 갑작스럽게 대신 맡게 되면서 그녀의 계획은 미루어지게 된다. 실망한 올리비아는 딘과 작은 말다툼을 벌였지만 이내 딘의 입장을 이해하며 그날 밤 곧장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는 그를 보낸다.
하지만 한밤중에 돌아온 것은 딘이 아닌 딘의 비행기가 푸에르토리코 연안에서 실종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딘의 비행기의 실종은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모든 수단을 동원해도 시체는커녕 비행기 파편조차 찾지 못하자 수색은 중단되었고 사건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 시들해졌다.
슬픔과 절망 속에서 딘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던 올리비아는 갑작스런 몸의 이상을 느껴 검사를 받게 되었고, 그토록 기다리던 임신 사실을 알게 된다.
1986년 뉴욕, 컬럼비아 대학의 물리학 박사 과정 중인 멜라니는 여러 가지 면에서 정체를 느껴 논문 진행에 진척이 없자, 물리학 학과장의 제안으로 로빈슨 박사에게 심리 상담을 받게 된다. 불우한 성장과정으로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는 법을 모르던 멜라니는 처음에는 불신의 벽 세웠지만, 자신에게 친절하고 개인사나 연구과제 등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이해해 주는 잘생기고 매력적인 로빈슨 박사에게 이성적 매력을 느끼며 마음을 열고 상담에 임하게 된다. 그녀는 그에 대해 성적 욕망을 키우며 매일 그와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상상을 하고는 그에게 끊임없는 구애를 펼친다.
이에 로빈슨 박사는 처음에는 직업윤리에 따라 상담자와 환자의 선을 잘 지켰지만, 어린 시절 불우한 환경에서 자신을 건져내 지금의 자신이 있게 한 고모의 죽음을 겪으며 죄책감과 외로움과 실패감에 휩싸여 멜라니의 끈질기고 집요한 구애에 넘어가 버리고 만다.
그러고는 이내 후회해 자신의 커리어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멜라니와 좋게 헤어지려고 했지만, 멜라니의 편집증적인 행동은 날이 갈수록 심해져만 가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렇게 힘겹고 공허한 나날을 보내던 로빈슨 박사 앞에 긍정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빛과 같은 여인이 나타나며 순식간에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도저히 멜라니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을 수 없었던 로빈슨 박사는 사랑의 감정 앞에 점점 더 괴로워하게 된다.
1997년, 세월이 지나 딘을 가슴에 묻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던 올리비아에게 형사들이 찾아와, 10여 년 전 실종되었다가 얼마 전 시체로 발견된 여성의 실종과 죽음에 죽은 딘이 연관되었을 가능성을 암시하며 올리비아를 혼란에 빠뜨리는데….
소설은 첫 부분에서 1990년의 올리비아와 1987년의 멜라니의 시점을 오가며, 두 여인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는 듯 이야기가 진행된다.
하지만 어느 정도 진행될 때까지 둘 사이의 연관성은 보이지 않았고, 멜라니의 버뮤다 삼각지대 실종 연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와, 어쩌면 다른 시공간으로의 이동에 관한 초자연적 미스터리 판타지 로맨스 소설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들게 했다. 그러나 소설은 점점 도를 더해가는 멜라니의 광기를 보여주며 어쩌면 『미저리』같은 스릴러 소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하기도 했다.
결국은 미스터리 추리 로맨스 소설!
개인적으로 연민을 가장 많이 느꼈던 인물은 딘이었다.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좋은 사람이 되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몸부림쳤지만, 어긋난 만남과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결국은 자신과 사랑하는 이들을 슬픔과 고통에 몰아넣었던 딘의 이야기에 헛헛함과 안타까움만이 남았다.
그가 조금만 더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사람이었다면 그렇게까지 상처를 받고 한평생 죄책감과 회한의 감정 속에서 연극 같은 삶을 살지는 않았을 텐데. 아니, 조금만 덜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졌더라도 이렇게 가슴 아프지는 않았을 것 같아 딘을 너무 매력적으로 표현한 작가님이 원망스러웠다.
올리비아는 공감, 비공감이 반반 정도였다. 자신은 딘과 사랑에 빠져 결혼해 아이까지 낳아 놓고는 전 애인이 다른 여자에게 진심으로 마음을 다 주지 않아 헤어졌다는 사실에 묘한 만족감을 느낀다거나, 딘이 자신과 완전히 상관없는 상태에서 다른 여자와 하룻밤 사랑을 나눴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질투와 이해가 섞인 감정을 느꼈다는 부분에서 은근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좋아했던 사람들은 전부 자신만 좋아해야 되는 건가? 그러는 자신의 감정은 자유고?
소설은 뜻밖의 사건에 직면하게 되며 완벽하게 아름답게 보였던 올리비아와 딘과의 세계가 어쩌면 거짓으로 꾸며낸 진실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끝이 보이지 않는 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치닫는다. 과연 딘과, 그와 사랑을 나누었던 시간의 진실은 무엇일까? 그것을 속시원히 대답해 줄 딘은 이 세상에 이미 없는데…. 아니, 이제는 딘이 이 세상에 없다는 진실조차 믿지 못하는 올리비아.
소설은 버뮤다 삼각지대의 딘의 비행기 실종이라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중심으로 그와의 로맨스, 때로는 스릴러적인 요소와 딘에 대한 연민의 휴먼 스토리적 요소를 절묘하게 넘나들며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그렇기에 도저히 책장을 넘기는 손을 멈출 수가 없었고, 다 읽은 후에는 쉽사리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당분간 이토록 완벽한 미스터리 추리 로맨스 소설을 만나기는 힘들지 않을까?
이 책을 통해 그 진실을 직접 확인해 보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