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루시 골트 이야기
윌리엄 트레버, 정영목 / 한겨레출판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편집부 일 안하나요? 말 도중에 이상하게 잘린 것도 있고, 문장도 이상한 부분이 은근히 많습니다. 너무 거슬려서 읽다가 말았네요.

댓글(3)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10-19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네 2017-10-20 13:0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고생많으십니다. 이메일 주소 알려주시면 그쪽으로 정리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2017-10-20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리의 우울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지음, 황현산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짧디 짧은 단편들로 구성된 이야기들이지만, 읽는 내내 어떤 이야기도 내 시선을 끌지 않은 것은 없다. 하나의 이야기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단편들의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솔직히 장편보단 단편 구성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링월드 프리퀄 4 : 세계의 배신자 래리 니븐 컬렉션 6
레리 니븐.에드워드 M. 러너 지음, 김성훈 옮김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글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말한다. 나는 이 시리즈의 앞 시리즈를 단 한권도 읽지 않았으며, sf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 그러므로 리뷰 중에 잘못 된 글이 있을 수도 있으니 너그러이 넘어가주길 바란다.

    

링월드 프리퀄의 4번째 시리즈, 세계의 배신자.

책 뒤표지에 링월드는 루이스 우의 첫 모험이 아니었다!‘ 라는 멘트가 있다. 이것으로 이번 권에서 다룰 이야기는 링월드의 주인공이었을 루이스 우의 과거 이야기라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처음부터 당황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루이스 우가 아니던가? 라고 생각하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sf에 대해 무지한 터라 생소한 단어와 생소한 설정들이 나올 때마다 같은 부분을 몇 번이고 더듬어 읽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서 읽는 속도를 늘릴 수 있었다. 아니, 이건 리뷰가 아니라 개인적인 이야기니 넘어가고.

 

 

첫 이야기의 시점은 네이선이라는 이름의 약물중독자의 시점이었다. 네이선은 분더란트에서 일어난 내전에 참전하고 있지만, 약물중독에 빠져 늘 약을 갈구하며, 그것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전형적인 약물 중독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그의 인생을 바꿀 자가 그의 앞에 나타난다. 약을 구하기 위해 네이선이 실버맨-암시장 거래자-과 약 거래를 하기 위해 나간 장소에는, 그가 아니라 네서스라는 이름의, 오래 전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떠난 퍼페티어의 정찰대원 네서스였다.

    

………너는 퍼페티어로군.”

두 개의 머리가 홱홱 돌아갔다. 그리고 잠시 외계인의 두 눈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흔히들 그렇게 부르지요. 나는 네서스라고 합니다.”

 

-433p-

    

 

이 장면에서 감탄 한 것이, 이 작품의 작가의 세계관이 철저하고, 치밀하다는 점이었다. sf 라고는 읽어본 적이 없는 나지만, 그 몇 장 안되는 페이지에서 엿본 세계관, 설정은 감탄스러웠다. 네서스는 인간이 아니라 외계인이다. 외계인이지만 다른 인간들보다도 인간다우며, 무엇보다 정중하다. 흔히들 상상하는 외계인이란 이미지를 비웃듯이 정중하기까지도 한 퍼페티어 라는 소위 겁쟁이라고 조롱당하기도 했던 종족의 네서스가 네이선과 만남으로 무엇을 시작할지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으며 이 세계 선단이란 것에 존재하는 모든 외계인들과 인간이 어떨지 생각해보게 하는 대목이라고 생각되었다.

   

 

나는 여기서 사람을 만나기로 했는데…….”

그 범죄 분자가 조사에 제일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당신을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알려 주더군요.”

사람을 잘못 찾았군.”

잘못 찾지 않았습니다. 네이선 그레이노어. 당신 새아버지의 업적은 아주 유명하지요. 그의 재능이 필요하게 되었는데, 도저히 찾을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당신을 찾아온 겁니다.”

 

-434p-

 

네이선이 일부만 기억할 뿐, 그 외에는 뚜렷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새아버지를 찾아왔다는 네서스. 그간 분더란트에서 전장만 뛰어다니고, 약을 찾아 헤매던 네이선에게 있어서는, 새 아버지를 언급하는 네서스의 존재가 얼마나 새로웠을까. 네서스는 약물중독의 증상으로, 약이 부족해 덜덜 떨기 시작하는 네이선을 향해 함께 가자고 말한다.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네서스가 말했다. 그도 떨고 있었다.

새아버지를 찾게 도와주십시오. 그러면 분더란트라는 말도 안되는 이름이 붙은 이곳에서 당신을 탈출시켜 주겠습니다.”

-435p-

 

 

이 얼마나 정중한 협박인가. 네서스는 이어 네이선에게 그의 부와 약물중독 치료의 조건을 덧붙이고, 그의 아버지들의 이름과 어머니의 이름, 그리고 네이선의 진짜 이름을 알려준다. 네이선의 진짜 이름은 루이스 우’. 카를로스 우의 아들이며 샤를 얀스의 아들이라고 하고 그들의 업적도 간단히 말해준다. 그리고 네이선, 아니 루이스는 자신의 이름 하나만으로 아득히 묻혀있던 기억의 일부를 들춰낸다. 그리고 네서스를 따라갈 결심을 한다대략의 프롤로그라 할 수 있는 부분의 스토리는 이렇다.

    

이 이후의 이야기는 굉장히 스토리가 방대해진다.

  

우주에 존재하는 종족들간의 대립에서부터 비롯된 추적과 전쟁.

-이 링월드 시리즈에는 인간, 퍼페티어 외에도 수많은 종족이 등장한다. 그들은 각각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으며 그에 따른 저마다의 언어와 사상, 그리고 생활관습을 가지고 있다. 방어하는 것으로 지키고자 하는 종족이 있는가 하면, 공격하는 것으로 지키고자 하는 종족이 있다. 그리고 단순히 싸움을 즐겨, 서로 자멸까지 가는 것을 알면서도 싸우는 종족이 있다.

    

종족멸적자 들과의 싸움

-후반으로 갈수록 팩이라는 외계인 종족들의 존재가 두드러진다. 아니, 이번 시리즈의 중심이라 봐도 무방하다. 팩들의 지식의 보고, 우주의 모든 지식을 담아놓은 도서관이나 다름없는 함대를 지키고자 했지만 결국 그 지식을 가지고 떠나기로 결정 한이들을 둘러싼 싸움이 중심이다. 팩들은 지식을 보존하고 지키고자 했다. 하지만 그들이 속한 도서관의 상황으로 그들은 더 이상 그곳에 머무를 수가 없었다. 그에 수많은 팩들이 지식을 가지고 그곳을 떠나갔고, 결과적으로는 자신이 최후자가 되고자 오롯이 자신의 것만 생각하며 다른 이들의 희생 따위는 전혀 감안하지 않는 정치가- 아킬레스의 표적이 된다. 아킬레스는 그워스라 불리는 함대를 소멸시키는 것으로 자신이 최후자가 되고자 한다. 그렇기에 그는 팩의 함대를 차지하기 위해 자신과 함께 했던 우주선에 탔던 이들을 모두 사지를 내몰았으며, 또 그것도 모자라 전쟁을 막고자 하는 네서스과 루이스를 이용하고, 그들을 배신하는 것도 망설이지 않는다.

  

읽는 내내 아킬레스의 그 과대망상적이고 오만하며 자기 우월주의인 그 행동,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 사상마저 공감할 수 없는지라 루이스와 네서스를 응원하면서 읽었다.

 

그리고 결말.

이 결말이 과연 행복한 것인지 모르겠다. 오픈엔딩이라 하기엔 이 4번째 이야기가 루이스 우의 과거이야기가 맞다면, 오픈엔딩은 아닐 것이다. 전쟁을 막기 위해 애를 쓴 루이스와 네서스에게 결국 돌아온 것은 배신이었다. 사랑하는 이들과의 이별과 망각이었다. 그러나 결코 슬프지 않은, 담담하면서도 그들다운 결말. 그는 후에 네서스과 만났을까? 네서스가 마지막으로 루이스에게 남긴 말 때문에 가슴이 묵직해졌다. 그 말 한마디에 당장 링월드를 읽고 싶은, 아니 네서스와 루이스가 만나는 장면이 있을 것 같은 앞 시리즈들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펠루시다 1 - 지구의 중심에서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 지음, 박들비 옮김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펠루시다. 생소하기 그지없는 단어이다. 처음 이 책의 제목과 표지에 그려진 그림을 보았을 때 나는 단순한 sf라기 보다는 옛날 동화를 보는 느낌을 받았다. 첫 장을 펼쳐들어, 이 펠루시다의 본 주인공인 데이비드 이네스가 아닌, 그를 도왔던 이가 서술하는 일인칭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를 읽을 때만 해도 별 생각 없었다.

 

데이비드 이네스, 그리고 페리. 데이비드의 펠루시다와의 연결고리는, 어쩌면 그가 19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그 나이에 가지기 어려운 부유한 광산의 유산을 물려받았을 때부터인지도 모른다. 19살의 데이비드가 다른 사람들은 반기지 않는 페리 노인과 친해지고, 그가 세운 가설을 보고 그를 지원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데이비드는 페리와 함께 그 어떤 단단한 지각층을 가진 땅이라 하더라도, 뚫고 들어갈 수 있는 탐사선 쇠두더지를 만든다. 그리고 그것을 타고 땅으로 파고들어 미지의 세계- 땅 속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희망찬 시작과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그들에게 있어 그다지 희망적이지 못했다.

 

탐사선 내부의 기압, 온도 차이 등이 시간이 지날수록 견딜 수 없이 추워졌다가, 더워지기를 반복하다가, 가까스로 겨우 본디 온도를 유지하나 싶더니 다시 반복하고. 끝내 기계마저 멈춰버린다. 무엇보다 기계 내부의 유일한 생명 줄이었던, 산소가 모자란 상황까지 닥쳐오자, 데이비드와 페리는 결국 희망의 끊을 놓는다. 마지막 숨을 포기한 순간, 데이비드는 자신의 폐 속에 스미는 신선한 공기에 정신을 번쩍 차리고, 먼저 정신을 잃고 쓰러진 페리를 깨워 둘이서 함께 쇠두더지에서 나간다. 그리고 그렇게 데이비드와 페리는 지금까지 살아왔던 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해가 저물지 않는 세계-,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 세계, 기원전의 원시림이라고 해도 무방한- 여러 종족과 괴물이 공존하는 세계, 펠루시다에 발을 들여 놓는다.

 

펠루시다의 이야기를 읽는 내내, 데이비드와 페리는 펠루시다의 자연 생태계에 감탄한다. 데이비드는 그것이 페리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그가 살아왔던 20세기의 세계에는 결코 볼 수 없는 드넓은 하늘, 대지, 풍요로운 나무, 이름 모를, 혹은 아주 오래전의 것이라 알려졌던 것들이 그의 눈앞에 펼쳐져 있으니 경배에 가까운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나는 자연에 대한 데이비드의 묘사뿐만 아니라 페리와의 대화를 통해서 펠루시다의 생태계뿐만 아니라 이 글을 쓴 작가가 얼마나 자연을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 이건 크게 짚고 넘어갈 것이 아니니 다음으로 넘어가서.

 

펠루시다의 광활한 땅 중에 어디에 떨어졌는지도 모른 채로, 인근 주변을 수색하려던 데이비드와 페리의 앞에 난생 처음보는 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자연 뿐만 아니라 생태계마저도 그들에게 생소한 것이고, 무엇보다 괴물의 도 찾아보기 어려운 현대에 살았던 데이비드와 페리는 잔뜩 겁을 먹고 자신을 죽이려는 괴물로부터 도망친다. 그것이 최초의, 데이비드와 페리의 펠루시다의 생물과의 만남. 이후 데이비드와 페리는 펠루시다에 서식하는 파충류, 포유류 등의 종족과 더불어, 자신의 세계에서는 흔하게 볼 수 없었던, 현 인간과 똑같지만 너무나도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노예로 살아가는 인간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두 사람도, 곧 그들과 같이 노예로 끌려가고, 그곳의 생활을 통해서 데이비드와 페리는 큰 결심을 한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나는 펠루시다를 읽으면서, 솔직하게 말해서 데이비드라는 인물에게 완전히 공감을 할 수 없었다. 데이비드는 돌칼이나 가까스로 만들어 쓰는 원시인들과 다름없는 문명을 가지고 있는 세계에 탄식하고, 더불어 인간이 개개인의 명예 없이 노예로 전락한 것을 보고 불만을 가진다.

 

물론 이종족들이 인간들에게 가하는 모든 행동들이 옳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펠루시다의 법칙아닌가. 오랜 세월을 걸쳐 이어졌을 문화가 아니던가. 데이비드는 핍박받는 인간들을 계몽시키고, 더불어 소수 부족끼리의 연합을 만들어 인간들을 통합시키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알고 있는, 현대의 지식들을 부족들에 보급하여 이종족들이 더는 인간들을 괴롭힐 수 없도록 만든다. 맞서 싸울 힘을 준 것이다. 이런 데이비드의 행동은 그의 신념을 통틀어본다면 나쁘지 않고, 그 적정선 또한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후에, 그가 쇠두더지로 다시 본디 살던 세계로 돌아가 가지고 오는 물질문명들을 통해 펠루시다의 세계에 현대와 같은 분란을 만들 계기를 제공한 것을 보면, 그다지 달갑지 않다. 데이비드는 과연 정의로운 것일까, 아니면 이기주의인 것일까.

 

나는 펠루시다를 읽는 내내 그 의문을 가졌다. 그가 내세우는 정의는 인간에게 이로운 것이며 광활한 땅, 펠루시다에 다툼없이 온전한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정의이기도 하다. 하지만, 데이비드는 그 과정에서 너무나도 많은 피를 흘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본인은 자각하지 못했겠으나 읽는 독자라면 충분히 눈치 챌 수 있을 정도로, ‘인간이종족에 대한 차별이 은근히 있는 것 같다. 그것이 첫 번째로 확연하게 드러난 것이, 그가 노예의 신분으로 마하족에게서 벗어날 때 드러난다. 그는 엄연한 그 세계의 주민인 마하족을 죽이는데 일말의 죄책감도 가지지 않는다. 그리고 두 번째, 세 번째는 후반으로 갈수록 드러나는데, 이건 펠루시다를 읽게 될 독자분들이 읽어보시면 알 것이다.

 

 어찌됐건 그의 정의는 분명 미개한 문명을 이어가고 있는 펠루시다의 세계에서는 더없이 꿀과 같은 것이지만, 그것이 인간에게 국한되어있지 않나, 하고 다시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확실히 결과적으로 데이비드의 모든 행동은 당장의 평화발전을 가져왔다. 이 펠루시다가 7권까지 나온 시리즈물이라, 아직 1,2권만 읽은 상태에서 확언하기 민망하지만, 분명 후에 펠루시다의 세계에서는, 데이비드가 가져온 물질문명으로 인한 혼란한 시기가 도래하지 않을까 싶다.

 

전체적으로 펠루시다는 확실히 스토리, 구성, 내용 면에 있어서 뛰어나다. 타잔의 작가가 쓴 소설인지라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알고 있던 기본적인 상상을 가뿐히 뛰어넘는 세밀한 구성이 래니 리븐의 sf 작품들의 세계관과 견줄 정도고, 무엇보다 술술 읽힌다. 그리고 데이비드와 페리가 처한 상황에서 독자 몰입도 상당히 잘 되는 편이라, 시간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고 싶은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보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경세황비 세트 - 전3권 경세황비
오정옥 지음, 문은주 옮김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경세황비 1~3권. 분량도 분량이거니와, 내용도 참 방대한 소설이다. 오정옥 작가가 18살 때 집필한 소설. 당시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황실 구조나 관습 및 시, 병법 등을 공부했는지, 부분부분 보이는 상세한 설정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인물에 대해서는 몇가지 설정을 잘못 잡은 것 같은 느낌이 없잖아 있는 듯 싶다.

경세황비의 주인공은 하나라의 공주 복아다. 복아는 나라를 잃고, 오롯 나라를 되찾겠다는 신념 하나를 품고서 강단있게 살아가려고 한다. 복아는 참 강한 인물이며, 지혜로운 인물인 것 같다. 어린 나이에 그런 일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나라를 되찾기 위해 결코 주저앉으려 하지 않으며 외려 스스로를 못매질 하며 강단있게 일어나서 앞으로 걸어가려 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고, 멋진가. 무엇보다 여인이 손자병법까지 알고 있고, 결코 쉬이 할 수 없는 시, 춤, 노래를 모두 구비하고 있다니! 마복아라는 인물의 영민함과 더불어 그녀를 한층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해주는 설정이다.

그 설정에 만족하고, 첫 장면부터 의연하며 영민함을 드러내는 복아에게 감정 이입을 하며 읽어가던 나는, 점차 등장하기 시작하는 남주인공 납란기우와 류연성 및, 사랑이란 이름 아래 복아를 이용하는 인물들을 보면서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사랑하면서 이용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메인이라 하는 남주인공들에게 복아의 마음이 흔들리고, 혹은 마복아에게 흔들리는 남주를 보며 자신의 감정을 알아가는 복아의 감정 시점이 조금 의아했기 때문이었다.

납란기우는 명백한 황손이요, 더불어 황위를 잇기 위해 제 어미까지 배신하는 대담함을 보이는 냉혈함을 고스란히 품은 인물이다. 복아의 시점으로 처음 그를 봤을 때 분명 그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런 기우가 초반에 복아를 이용하여 제 황권을 틀어잡기 위한 밑밥을 뿌리고 복아가 후에 기우의 뜻을 눈치 채고 분노하지만, 점차 복아 시점의 묘사가 기우를 사랑하는 듯한 묘사로 채워지더니 갑자기 '당신을 증오하는데 사랑한다'는 말에서 조금 당황했다. 물론 복아의 입장에서는 기회가 되어준 기우가 사랑하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나는 그 말을 좀 더 시간을 두고서, 기우와 복아가 서로를 사랑한다고 느낄 수 있을정도로 '대놓고' 진행되었으면 좀 더 자연스러운 사랑을 품은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그래도 이런 아쉬움 따위는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읽을 수록 뚜렷해지는 복아의 영민함은 그 나이 치고는 좀 감탄스러울 정도라, 순진한 여주인공들 보다 복아처럼 뚜렷한 자기주관을 가지고 있는 여주인공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좀 전 언급했던 부분에서만 감정 이입의 맥이 약간 끊기는 시점을 제외하면, 마복아라는 인물에 대해 호평을 주고 싶다. 무엇보다 3권에서 자신이 선택한 남자에게 호되게 일침도 가하고, 끝내 일편단심인 모습에서 여자인 나 까지도 반했을 정도니까!

여주인 복아에게 호감이 제일 가는 한편, 조금 안타까웠던건 역시나 남주인공들이다. 일단 납란기우. 일곱번째 황자로, 계승권에서 멀리 떨어져있지만 그것을 저 스스로 붙잡을 수 있을 정도로 영민하고 냉정한, 그러나 결코 날카롭기만 하지 않은 기품을 품고 있는 인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납란기우나 류연성이나, 나라에 군림하는 왕으론, 아니 황제로는 부적합한 것 같다. 군주라면 오롯 지녀야할 마음가짐을 경세황비의 남주들은 다 복아한테 돌려놨으니, 그리 복아에 대한 사랑이 진하건만,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인물들이다.

그러나 군주의 자리에는 완전히 적합하진 않지만, 그래도 자신이 사랑하는 이 마저 이용해버리는 냉담을 품은 인물들이 후에 마복아라는 여인 앞에서는 제 목숨마저, 제 나라를 뒤로 할 정도로 헌신적이며 애달프게 변하는 것을 보면서 감정이입이 너무 잘되어 시간 가는 것도 모르고 있었으니, 경세황비는 남주인공들이나 여주인공들이나 감정이입을 잘 할 수 있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류연성. 솔직히 내가 봤을 때 이 경세황비에서 제일 안타까운 인물이 아닌가 싶다. 물론 복아를 사랑하는 남자들을 일편단심으로 바라보고, 자신을 희생한 여인들의 가슴아픈 모습들도 너무나도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내 눈에는 류연성이 제일 안쓰러웠다. 손에 들어왔던 복아는 빠져나갔다가 다시 들어오고, 다시 들어왔다가 빠져나가니 류연성 입장에서 얼마나 가슴이 아팠겠는가. 무엇보다 그는 확실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입장 때문에 복아에게 헌신적이되, 복아에게 상처입힐까 두려워 섣불리 하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복아를 제일 아껴주고 사랑해줬다는 걸, 얜 나올 때마다 알 수 있더라. 복아도 그걸 알고 있고. 납란기우가 조금 격정적이고, 군주다운 사랑이라면 류연성은 잔잔하나 강직한 사랑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런 류연성이라도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가 기함을 토한 장면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기나라와의 전쟁에서였다. 아니, 어떻게, 한 나라의 (당시에는 왕위에 오르지 않았지만) 군대를 이끄는 총사령관이, 적군의 병사의 말 하나만 믿고 그걸 듣자마자 좋다고 냉큼 바로 처들어가니. 또 그 영민한 복아는 그게 잘못된걸 알면서도 류연성을 보내고. 그 장면을 보면서 내 얼마나 기함을 토했는지. 물론 그 장면 덕분에 복아의 지혜가 엿보이긴 했지만 이 장면은 남주의 이미지에 조금 금이 가는 장면이라 생각 되었다.

메인이 되는 이야기는 복아와, 납란기우, 그리고 류연성이지만 이 외에도 경세황비에는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 인물들은 제각각 가슴 아픈, 혹은 설레이는 사연을 품에 안고서 자신이 마음에 품은 상대를 위해서 뒤에서 은밀하게, 혹은 대놓고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 희생을 하고, 감싸주고, 도와준다. 주인공들 뿐만 아니라 모든 등장인물들의 사랑이 이어지지 못한채 끝나버리고 가슴앓이 하다가 허무하게 꽃처럼 져버리거나,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이어지는 그 애잔함과 기쁨이 고스란히 묻어나오는 감성적인 소설이 경세황비가 아닐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