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간호사 - 좌충우돌 병원 일상 공감툰
류민지 지음 / 랄라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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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직업은 하나의 배타적인 세계라는 생각을 첫 직장에서 많이 했다. 비슷해보이는 회사원조차도 업종에 따라 완전히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되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았고 하물며 다른 직업이라면 그 사람의 생활을 이해하고 그 사람에겐 익숙한 용어들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리는게 당연했다. 아주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가 아니고선 어떻게 알겠어? 일하면서 겪은 어떤 일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기란, 그래서 쓸데없이 장황해지거나 너무 단순하게 전달되 어설퍼지거나 하는게 어찌보면 이상할게 없었다. 같은 직장 또는 업계에 있는 것만으로도 서로를 무한 공감할 수 있는 건 그 많은 설명이 필요없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껏 직업과 직장생활에 대해 갖고있었던 내 생각은 대략 이랬다.

 

그런 면에서 《안녕, 간호사》는 간호사라는 직업이 궁금한 간호사 준비생부터 보통 사람들까지 그들의 세상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아주 깜찍한 책이다. 이 책을 엮어낸 류민지 간호사는 7년차로 병원 근무 일상을 글과 그림으로 남겼다. 간호대를 다니며 간호사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는 학생 간호사 시절부터 국시를 합격하고 신규 간호사를 거쳐 지금은 학생 간호사들이 따르는 선배님이 되어 병원에서 일하기까지를 아기자기한 그림으로 채워 누구라도 간호사의 일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담아냈다.

 

아이의 소아과에서, 또 외래로 찾은 대학병원에서 마주치고 만나는 간호사의 모습이 전부가 아닐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는데 간호사라는 직업을 갖기까지의 과정이 생각보다 길고 쉽지 않다는 걸 처음 제대로 알게되었다. 배워야할 것 많은 학사 일정에 빡빡하게 이어지는 실습, 거기에 국가고시까지 쉴틈없이 공부하고 실습하고 일하며 간호사로 준비되어가는 학생 간호사의 일상은 녹록치 않았다. 그렇게 간호사가 되어서도 3교대 스케줄 근무를 해야하고 업무는 늘 몰아치고 있었다. 환자와 보호자의 별 생각없는 이기적인 행동으로 인해 간호사 선생님들이 뒤에서 얼마나 애쓰고 고생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이분들, 보통의 사명감과 인내심으로 일하는게 아니구나.. 감사함이 커졌다.

 

간호사의 일상을 그대로 담아냈다는 것 이상으로 특유의 꽁냥꽁냥함과 크큭큭 웃게 만드는 재치는 이 책을 더욱 사랑스럽게 만드는 매력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류민지 간호사의 툰에는 인간적이고 따뜻하면서 귀여운 매력이 그대로 전해진다. 힘들고 지칠법한 상황에서도 비관하거나 자책하지 않고 특유의 씩씩함과 긍정 에너지가 많은 분-) 이렇게 일상툰을 연재하는 것만봐도 얼마나 간호사라는 직업을 사랑하는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큰지 짐작 할 수 있다.

 

휠체어를 타던 환자가 완쾌해 걸어서 병동에 찾아와 인사할 때의 뿌듯함과 감동을 오래 기억하고, 정든 환자의 보고싶었다는 말 한마디에 왈칵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말많고 탈많은 환자들을 단번헤 휘어잡는 병실 최고참 보호자를 든든한 '내편'이라고 말하는 가슴이 따듯한 류민지 간호사의 모습에 자연스레 팬심 가득한 마음으로 응원하게 되었다.

 

지금도 류민지 간호사의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다. <민지르의 안녕병원>이라는 이름으로 페이스북 연재 중'ㅅ' 개인적인 바람으로 두번째 책이 엮어져 나왔으면 한다. 난 팬이 되었으니 또 찾아 읽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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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요 고양이 - 세상의 모든 고양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에세이
손명주 지음 / 하모니북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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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생김새에 관한 생물학책에 이어 고양이 에세이를 읽으니, 폭풍 감성의 글 속에도 고양이가 그렇게 생긴 이유, 고양이가 그렇게 적응하고 살아가는 것을 하나하나 나도 모르게 곱씹게 된다. 이건 나에게는 조금 특별한 경험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나는 반려동물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원채 움직이는 동물에 겁을 내다보니, 반려동물은 언감생심_ 타인의 반려동물도 나는 늘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는 존재이곤 했다. 그런데 책 덕분에 요즘 동물에 대한 관심이 최대치이다. 게다가 마음도 활짝 열려있고 나도 처음으로 반려동물에 관해 궁금한 것들이 생겨나고 있던 때였다. 딱 그런 타이밍에 이 책을 읽었다. 고양이의 입장에서 쓰여진 고양이 속마음을 담은 에세이'ㅅ'

집고양이 마리와 길고양이 똥키의 두가지 시선으로 쓰여진 에세이_

고양이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그 마음을 헤아리고 상상하기 위한 작가의 정성과 사랑이 듬뿍 느껴지는 책이었다. 반려동물에 대해 생각해볼만한 이야깃거리를 거창하지 않게 고양이의 시크한 몇마디로 표현하는데 그 안에 반려동물에 대한 잘못된 태생과 인간의 선택, 헤어짐의 방식 등등 여러 이슈가 스쳐지나갔다.

"여기는 펫숍이야. 나는 이곳에서 태어났어. 아니 아니,

이곳에 있는 강아지와 고양이는 태어난 게 아니라 생산된 거랬어. ...

엄마는 아직도 거기 그대로 갇혀 있겠지? 내 동생들은 또 태어났을까? 엄마의 역할은 언제 끝나는 걸까?"

 

 

이 책에서 따로 시작되는 두 고양이의 삶은 제주도 집 창을 사이에 두고 서로 겹쳐진다. 집고양이 마리의 입장에서는 불청객인 똥키이고, 똥키 입장에서는 아우하고 한없이 안전해보이는 마리

두 고양이가 서로를 의식하는 과정과 그 시선이 귀엽기도 하고 현실적이기도 하다. 완전히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갖게 된 두 고양이의 각각 다른 입장을 따라 읽다보면 마리는 정말 가족이고 똥키는 가족이 될 수 없다. 또 한번 천천히 생각하게 되는 지점이다.

 

 

그저 본능에 의해 살아가고 집사의 삶 곁에서 안락하기만 할 것 같은 고양이도 생각하고 서운하고 의심하고 다시 믿고 아프고 외롭다. 그 감정을 하나하나 글로 펼쳐보니 마음이 먹먹하고 그 작은 생명체도 마음을 다 쏟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 순간 느끼고 생각하고 반려동물로서의 고양이의 시간을 알고 기억하겠지.

굳센 똥키는 결국 다시 떠난다. 예측할 수 없고 안전하지 않고 그래서 늘 배고픈 날들이 이어지더라도 '죽지않기' 위해 살아가는 선택지를 버리고 길고양이다운 여정을 선택하는 길냥이 똥키는 결연하다. 그리고 선택에 대한 확실한 깨달음도 있다. 진심으로 너의 걸음을 응원한다 똥키!

감동이다. 내가 모르고 살았던 고양이의 세계와 그들과 집사의 삶을 알고 보니, 너무나도 큰 감동이다. 이 커다란 애정과 염려로 반려동물을 사랑으로 키우는 많은 엄마아빠들이 대단하고 또 그 마음을 오롯이 느끼고 그들의 가족을 믿고 살아갈 반려동물들의 애씀에도 마음이 짠해진다. 하루하루 함께 걸어가는 가족이자 동반자인 그들의 삶에서 또 하나 배웠다. 감사합니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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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게, 메뚜기, 불가사리가 그렇게 생긴 이유 - 생김새의 생물학
모토카와 다쓰오 지음, 장경환 옮김 / 김영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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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것끼리 모으면, 크게 34문으로 나뉜다. ... 문이 34개나 된다는 것은 몸의 구조가 다른 동물이 그만큼 많다는 말이다. 몸의 구조에는 사는 환경, 생활방식, 그 동물의 진화 과정 등이 반영되어 있다. 몸의 구조가 다른 동물들은 각자의 생존 현장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도 다를 것이다. 추구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은 동물에 따라 가치관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치관이 다르고 사는 환경도 다르다면, 각각의 동물은 서로 다르게 독자적인 세게를 구축하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머리말 중

저자 모토카와 다쓰오의 짧은 머리말에는 생물을 연구하는 학자로서의 사명감이 묻어난다. 생물학 지식을 노래로 전하기 위해 많은 곡을 썼다는 그의 이력에서 신비로운 생물의 세계를 알아가며 그가 느끼게 되는 순수한 경의로움과 사람들에게 그 세계를 소개할 때의 기쁨 역시 그의 활동을 통해 짐작해볼 수 있다. 이 책에는 특별한 페이지들이 있는데 각 챕터가 끝날 때마다 그 챕터의 동물을 위한 노래의 악보가 실려있다. '산호의 탱고' 악보를 처음 펼쳐보곤 나도 모르게 한 손바닥으로 박자를 치면서 더듬더듬 따라 불러버렸다 -) 핵심만 쉽게 쏙쏙 뽑은 가사가 귀엽고 매력적이다. 짧은 노래도 있지만 '해삼 천국' 노래의 경우 악보는 두 페이지에 걸쳐 있고 가사도 어찌나 긴지 모른다. 이렇게 긴긴 가사를 보니 저자가 얼마나 우리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들이 많은지 하나라도 더 쉽게 풀어 기억하게 하고 싶은 순수한 열정이 귀엽게 느껴져 자꾸 웃음이 나왔다.

  

각양각색, 생김새는 생존전략!

《성게, 메뚜기, 불가사리가 그렇게 생긴 이유》에는 산호초, 해파리가 속한 자포동물문, 새우, 거미, 곤충이 속한 절지동물문, 달팽이, 소라, 오징어가 속한 연체동물문, 성게, 해삼이 속한 극피동물문, 멍게와 척추동물이 속한 척삭동물문 이렇게 5문을 크게 소개하며 각 장에 핵심적인 질문을 하나씩 던지고 생김새에 감춰져 있는 신비로운 이야기를 끌어낸다. 산호초는 왜 공생을 할까? 곤충은 어떻게 날까? 소라는 왜 나선형일까? 불가사리는 왜 별모양일까? 등등

예를 들어, 불가사리가 별모양인 이유는 아주 흥미로운 몇가지 가설을 함께 소개한다. 활주로 가설은 외부에서 날아오는 먹잇감을 잡기 위해 사용되는 팔을 가장 효율적인 경우를 3개부터 6개까지 보여준다. 가장 유효한 팔의 갯수가 많으면서 팔의 간격이 너무 좁지 않은 것은 다섯개. 반대로 짝수로 설계하면 낭비가 많아진다. 꽃잎이 5장인 꽃이 많은 이유도 저자는 같은 이유로 해석한다. 그 외에 축구공 가설과 홀수의 길 가설을 통해 왜 다섯개 별모양의 생김새로 불가사리가 진화했는지 설명해낸다.

 

그 모든 질문에 정답은 '잘 살아남기 위해서' 이다. 곤충은 더 커지기 위해 껍데기를 정기적으로 벗어던지고, 작은 몸을 지키기 위해 날갯짓을 한다. 조개는 로그나선 모양을 해서 몸이 높아지는 것을 막고, 산호는 광합성을 쉽게 하기 위해 갈충조와 공생하며, 멍게는 좋은 터에 대대손손 살아남기 위해 군체를 만들어 일부의 타격에도 살아남을 수 있고, 극피동물은 내골격을 몸 외부에 가장 가까운 곳에 배치한다. 그 동물의 생김새는 그들의 생존전략, 그 자체였다.

얼마나 정교한 매커니즘의 각 생물체 안에 있는지 읽을수록 놀랍고 그들이 사는 환경과 생활방식에 딱 맞는 생김새로의 진화과정에 경의로움을 느꼈다. 한 개체마다의 독자적인 세계가 있고 그들이 주인공이다. 이 땅의 주인공은 늘 우리여야 하는 생각이 당연하기만 했었는데 모든 생명체는 경이롭다는 걸 간과하고 살아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땅에, 하늘에, 바다 속에 어디에도 쉬지않고 움직이고 치열하게 살아있을 생명체들을 생각하니 나라는 사람과 내 삶이 작게 느껴진다. 대자연 앞에 겸손해지듯. 이 책을 덮고나니, 왠지 누구에게라도 이 책의 이야기를 꼭 해야할 것만 같은 욕구가 막 솟는다. 이 많은 동물들이 이렇게 살아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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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작가를 위한 출판백서 - 기획출판부터 독립출판까지, 내 책 출간의 모든 것
권준우 지음 / 푸른향기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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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을 꿈꾸는 예비작가라면 !

이름으로 권을 갖고 싶은 예비작가라면, 수많은 출판사에 투고를 했지만 비슷비슷한 거절 메일만 받아봤다면, 들여서라도 책을 내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필독서가 나왔다. 심지어 알찬 꿀팁이 가득하고 쉽다. 한마디로, 《예비작가를 위한 출판백서》는 출판을 꿈꾸는 모두를 위한 A to Z 설명서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데 책을 '필독서' 소개하고 싶은 이유는 따로있다. 바로 책의 관점이 '작가'이기 때문이다. 보통의 글쓰기나 출판에 관한 책들이 출판사 기획자나 에디터에 의해 쓰여졌다면, 책은 출판사 대표도, 기획자도, 인쇄소 사장님도 아닌 그저 글쓰기를 좋아하고 책을 내본 권준우 저자가 자신이 수없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출판 과정에서 배우고 알게된 팩트와 노하우를 아낌없이 쏟아낸다.

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당히 많은 내용과 코멘트들이 업계의 관행임을 눈치 있다. 마치 업계에 오랫동안 몸담은 배테랑 사수가 정성껏 만든 매뉴얼을 전수받는 기분이 들었다. 준비는 어떻게 하고, 이런 문제가 생기면 이렇게 풀고, 이걸 고려해서 결정하면 실수를 줄일 있고 등등 여여백에는 꿀팁과 노하우를 빼곡하게 적고 별표, 밑줄 ~ 까지 꼼꼼하게 -) 사수는 돌직구를 날리는 스타일이지만 많고 누구보다 나를 아끼는 마음이 크다. 그래서 책의 진짜 가치는 출판을 꿈꾸는 독자 예비작가의 책이 만들어져 세상에 나오길 바라는 출간 선배의 애정어린 조언과 응원이 듬뿍 담겨있다는 있다. 저자 역시 쓰는 사람이니 예비작가의 마음을 누구보다 속속들이 이해하고 공감할 밖에!

책의 목차는 글쓰기에서부터 출판 판매와 마케팅까지 전과정을 순서대로 담고 있다. 목차는 책을 한번쯤 떠올렸을 법한 거의 모든 질문과 답을 담고 있다. 순서를 따라 읽기만 해도 권이 나오겠다 싶다. 상당히 디테일한 내용이 가득한데 신기하게도 책을 1 다시 목차를 펼치니 소제목만으로도 저자의 명쾌한 설명이 줄줄 생각난다. 대략 7글자에서 15글자 정도의 짧은 소제목에 얼마나 핵심을 담았는지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이게 같다.

 

출판 방식-비용-옵션의 선택지

 

기획출판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면 만들기는 아주 좁은 문이 밖에 없다. 소수의 유명 작가, 분야의 대가, 연예인이나 SNS 스타 정도가 아니라면 보통의 예비작가에게 기회가 확률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사실을 직시하고 다른 출판 방식을 고려하기 시작할 이책은 아주 유용한 백서로 빛을 발할 것이다.

책에는 기획출판부터 독립출판까지 요즘 출판 시장의 다양한 트랜드가 담겨있다. 역시 독립출판에 오래 전부터 관심이 많아 독립서점을 여행지마다 찾아다니며 개성 넘치는 책들의 매력에 빠지곤 했다. 그런데 자비출판이나, 반기획출판, 셀프출판, 1 출판사, 거기에 전자출판까지. 이렇게나 다양한 루트로 출판을 있다는건 미처 알지 못했다. 다양한 방식의 출판을 장황하게 설명하기 보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각각 어떤 강점이 있는지, 출간 부수나 인세, 마케팅, 유통에 따라 어떤 출판 방식이 유리한지도 명확하게 설명해준다.

많은 방식은 각각 작가가 부담해야하는 비용의 분담을 결정짓는 요소가 되는데 작가가 분담하는 만큼 출판사의 리스크는 줄어들고, 비용의 많고 적음에 따라 출판 과정에서 추가적으로 필요한 작업이나 서비스가 계약서 '옵션'처럼 포함되느냐 아니냐를 결정짓는다. 책을 만들 있는 방법이 이렇게나 많다니, 몰랐다면 전혀 보이지 않았을 길이 시원하게 그것도 여러 갈래로 나있는 느낌이다 -)?

, 책에 관대해진 예비작가를 위해

출판 방식에 따른 비용과 포함사항까지 읽어내려가니, 결국 만들기 자체는 불가능한 과제는 아님이 명확해졌다. 기획출판이 안된다고 해서 포기할 이유가 없어보이고 어떤 선택지를 붙들든 만들기는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때쯤 저자의 한마디에 , 현타가 온다 -) 냉철하게 출판사 편집자에게 받지 못해 기획출판이 안된 원고를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까? 책에 대한 관대한 마음을 내려놓고 냉철하게 돌이켜야 한다는 저자의 지적에 공감 버튼이라도 누르고 싶어졌다. 어떻게 퀄리티를 높여 독자에게 재미있고 가치있는 책으로 선택되게 만드는가. 한권이 만들어졌다는데 의의를 두기에는 과정 동안 애쓴 수고가 아깝다. 그러니 결국 마지막까지 숙제는 좋은 글인듯 싶다. 어렵지만 기본이고 예비작가가 끝까지 붙들고 씨름해야 하는게 결국 글이어서가 아닐까.


"내 책은 정말 팔릴거야. 이건 망상이다. 물론 팔리는 책도 있겠지만 상당수는 그냥저냥 팔리고, 대부분은 망한다. 특히 자비출판을 했다면 책이 팔리는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그렇다면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도 책으로서의 가치가 있어야 한다. 책을 봤을 눈길을 있는 부분이 있어야 하고, 내용이 너무 좋아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어야 한다. 과연 그런지 자신의 책을 돌이켜보기 바란다."
-
책은 팔릴거야 망상 , p. 44-45

 

책은 책을 내고 싶은데 방법을 모를 때는 친절한 안내서가, 글에 대한 자신감과 뿌듯함에 둥둥 떠오를 때는 적절한 일침이 책이다. 예비작가라면 출판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읽기에도 좋고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듯 읽어도 좋을듯 하다. 출판의 꿈을 이루기까지 한권을 따라 가면 어떨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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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라도 그랬을 거야 - 이수네 집 와글와글 행복 탐험기
김나윤 지음 / 김영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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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키우는 엄마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어머 어머~, 하면서 빠져서 봤을 '영재발굴단'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에피소드를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이 동화작가 전이수를 떠올릴 것이다. 제주도 바닷가 마을에 살고있는 이수는 아래로 동생이 세명이 있는 10살 꼬마 작가이다. 천진한 웃음으로 누구보다 따뜻하고 생각이 깊은 꼬마 작가의 그림과 글은 잊을 수 없을 만큼 좋았다. 마치 어린왕자가 내 눈 앞에 살아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수의 그림 중 난 <위로> 라는 그림이 너무 좋아서 방송을 보고 찾아서 보고 몇번을 힐링 받았는지 모른다.

그런 꼬마 작가 전이수도 놀라왔지만 계속해서 그 집에 시선이 머물렀다. 아이 넷이 자연스럽게 자유롭게 집과 마당을 거닐고 익숙한듯 차와 지붕에 오르고 차벽에, 벽돌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엄마는 그런 아이들을 '그냥' 두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은 끊임없이 엄마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무엇을 그렸는지 설명하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말하고. 아이 넷, 그것도 아들이 둘이라면 엄마의 모습은 카메라 앞이라도 보통 지치고 아이들을 통제하고 붙잡기 바쁠텐데, 너무나도 평온해보이는 이수의 집. 이수 엄마는 어떻게 그럴까? 나와는 다른 특별한 엄마구나, 생각했지만 궁금했다. 그리고 그녀의 책이 나왔다는 소식에 고민없이 이 책을 골랐다.

 

 

김나윤 작가_

이수 엄마로 먼저 세상에 알려졌지만 그녀는 이수만큼이나 특별했고 반짝반짝 빛나는 존재였다. 네 아이를 키우는 엄마, 아내로서의 모습, 그리고 그녀 자신의 삶에 대한 솔직한 고백에는 누구보다 진솔하고 따뜻한 사람, 김나윤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어릴 적, 그리고 이십대를 회상하며 김나윤 작가는 무관심 속에 설명해주지 않고 이해받지 못하는 답답했던 학교생활과 가난으로 지쳐있던 젊은 날을 덤덤하게 풀어냈다. 그녀의 삶을 이해할 수 있게 되니 그 마음이 조금 더 잘 보였고 그렇게 생각하고 살아내는 그모습이 더 대단하게 보이기도 했다. 매일 다짐을 반복했다고 했다. 나는 아이들에게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을 해주는 엄마가 되겠노라는 그녀는 정말 매일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어른인 엄마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위에서 누르지 않고 그 마음을 먼저 궁금해했다.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내기 위해 생각하고 아이에게 엄마의 생각과 느낌을 그대로 전하고 잘못했을 때는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엄마였다. 그래서 아이에게서 매일 배운다고 고백하는 엄마.

"또 저들이 너희와 함께 있기는 하나 너희의 소유는 아니다. 너희는 아이들에게 사랑을 줄 수는 있어도, 너희의 생각까지 주려고 하지 말라. 저들은 저들의 생각이 있으므로 ... 너희가 아이들 같이 되려고 애쓰는 것은 좋으나, 아이들을 너희같이 만들려 애쓰진 말라. 생명은 뒤로 물러가지 않고 어제에 머무는 법이 없으므로."

- 1부 기다려지지 않는 아이들 중,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아이들에 대하여' 인용

칼릴 지브란의 이 시를 늘 가까이 두고 읽으며 아이를 키운다고 소개했다. 이 문장들이 나에게도 쿵쿵 울린다. 이미 내가 옳다고 여기는 것, 알고있는 것들을 빨리 가르치려는 마음이 앞서니 훈육의 순간이 빨라졌고 나는 늘 조급하게 아이를 혼내기만 했다. 뭘 알겠어, 라는 생각에 내가 맞으니 알아듣고 행동할 때까지 가르치리라, 얼마나 굳게 결심하고 아이를 대했나. 내 모습이 부끄럽고 내가 가진 엄마로서의 ego가 건강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 눈에 잘못된 행동에 화내기 바빴지 그 어린 마음이 난 한번도 궁금하지 않았다.

그럼, 나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책을 읽는 내내 배우고 싶었다. 보통의 양육서라면 목차에 이미 힌트가 있을 텐데 이 책은 한마디로, 이 방법입니다! 라고 정리해주지 않았다. 김나윤 작가가 서문에서 밝혔듯 '당신도 이렇게 살아야한다'고 주장하지 않고 그 가족의 모습을 그져 계속 보여줄 뿐이었다. 그래서 끝까지 읽고 나름대로 몇 문장으로 정리해봤다.

· 아이들은 스스로 자란다. 하나부터 열까지 간섭하고 타이르지 않아도. 조급함을 버리고 세상 모든 것을 통해 아이가 배운다는 것을 인정하자.

· 아이가 행동하는 것, 생각하는 것을 일단은 지켜보고 해보게 하고 직접 느끼고 생각하게 하자.

· 어른은 그 아이들이 편하게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게 듣는 귀를 열고 공감해주고 자신의 부족함도 솔직하게 나누자.

· 아이가 꿈을 꾸고 그 꿈을 찾아갈 수 있게 돕는 역할을 고민하자.

어떻게 키울까에 대한 답이라기 보다는 어른으로서, 동시에 엄마로서 어떻게 생각을 바꾸고 먼저 행동하면 좋을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결국 엄마가 다르게 생각하고 바뀌는 만큼 한 아이가 자라나는 세상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이 책에는 엄마 김나윤, 이수와 우태 세 명의 그림이 빼곡하다. 그림에서 느껴지는 이수 가족의 따뜻함이 그대로 전해온다. 그 가족의 이야기를 양육서로 분류하기에는 너무 아깝지만 나와 같은 엄마에게 이 책은 분명 좋은 '엄마 양육서'다.

이 책을 통해 내 모습을 많이 돌이켜 봤다. 이수가 첫 아이여서 시행착오가 많았고 이제 엄마로서 10년차라는 김나윤 작가의 글에서 공감했고 위로를 받았다. 나도 첫아이, 이제 겨우 3년차일 뿐이다. 어떤 방법이 정답일까를 고민하기보다 어떤 엄마가 되야할까 고민하게 되어 나에게는 좋은 의미의 전환점이 된 책이다. 그래서 감사하다 -) 나도 아이에게 진심을 다해 "내가 너라도 그랬을 거야." 말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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