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크 타임 - 구글벤처스의 혁신적 시간관리법
제이크 냅.존 제라츠키 지음, 박우정 옮김 / 김영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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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시간이 부족하다. 언젠가 꼭 해야지 하는 것들은 좀처럼 시작할 짬이 나지 않는다. 바쁘게 사는 것 같은데 딱히 끝낸 일은 없고, 시간이 없다 없다 하면서도 정작 스마트폰 들여다보느라 정신차리면 1시간은 또 훌쩍...

엇, 내 얘긴대?

 

요즘 내 고민들_

시간을 쪼개 하고 싶은 일들을 나름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시간관리는 어렵고 마음처럼 안 됐다. 아이의 하원 시간은 왜 이렇게 빨리 오는지, 또 밤마다 밀린 메시지들을 확인하고 야구 하이라이트 좀 보고 기다리던 신곡 좀 찾아듣다보면 정작 해야 할 집안일은 뒷전, 글쓰기하려고 바인더를 펴면 졸음이 쏟아져 흐리멍텅해지곤 한다.

 

의지력만으로 일상을 통제할 수 없을 때 읽어야 할 하루 사용법

책 설명이 기가막히네-)

타이밍 좋게 만난 책인데, 내 필요와 딱 맞아떨어져 광속으로 후닥 읽어냈다.

구글 디자이너 제이크 냅, 존 제라츠키(JZ)가 구글의 초단기 기획실행법 ‘스프린트’를 일상에 적용해 4단계 시간관리법을 만들었다. 스스로를 ‘시간 얼간이’로 겸손하게 지칭하며 그들 자신과 우리 모두를 위해 진행한 혜자로운 프로젝트가 아닐 수 없다!

현기증 나는 고급 두뇌와 완벽한 자기관리를 할 것만 같은 넘사벽 구글 사람들의 시간관리법이라고 대단히 복잡하고 어려운거 아닐까 했는데 메이크 타임은 심플하고 명확하고 유연했다 진짜 실력자는 문제를 쉽게 풀어낼 수 있다고 했던가??

 

《메이크 타임》의 뼈대는 제이크와 JZ가 직접 개발하고 입증한 4단계 시간관리 솔루션이다. 시간관리나 생산성에 관한 책은 셀 수 없이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메이크타임에 압도적인 점수를 주고싶다

왜냐하면 이 책에는 무려 87가지의 세부지침이 나오는데 이걸 다하라는게 아니라 각 단계에서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매일 다른 조합으로 시도하고 찾아내 각자의 메이크 타임 솔루션을 완성시키라는 저자들의 깊은 뜻이 담겨있다. 정답 한가지를 제시학 '나를 따르라~'는 호언이 없으니 압박을 느낄 필요도 없다. 따라할 의지만 장착하면 누구나 시작해 볼만 하다-)

그렇다고 이것저것 긁어다모은 관리법도 아니다. 오히려 놓치고 있는 사소한 습관들을 꼬집고 관리 사각지대로 빠져나가 버린 시간을 도로 찾아올 수 있는 아이디어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주니 시원시원하게 느껴진다

 

두 저자 역시 각자에게 맞는 《메이크 타임》 전략을 짠다. 그렇다보니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같은 전략을 채택하기도 했다. 책에서 간간히 보이는 제이크 vs JZ 전략 배틀은 그래서 실제 세부전략이 사람마다 어떻게 다르게 활용되는지 관찰할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어, 하이라이트를 정하고 실행하는 단계에서 JZ는 '할 수도 있는 일' 목록을 작성해 그 중 하이라이트를 정하는 방식을 쓰는데 반해, 제이크는 '버너 리스트'를 만들어 가장 중요한 일을 앞쪽 버너 위치에 작성해 우선순위를 나눈다. 어느 것도 정답은 아니다. 각자 자기의 방식을 사용하면 될 뿐 -)

메이크타임에서는 완벽이라는 개념을 잊길 바란다. 메이크 타임을 완벽하게 하려고 시도하지 마라. 세상게 그런건 없다! 그러면 이를 망쳐버릴 리도 없다. 어쩌다 '절제력을 잃었다고 해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하루하루가 백지상태니까. ... 가장 좋은 전술은 당신의 하루에 맞는 전술이다. 억지로 해야하는 일이 아니라 그저 자연스럽게 하는 무언가여야 한다. 그리고 대부분은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일 것이다.

p. 44, 45

문제의 시작_왜 시간이 없지?

이들은 우리의 시간을 탐내는 요인을 ‘비지 밴드왜건’ 과 ‘인피니티 풀’로 축약한다. 모두가 바쁘니 나도 바쁘게 사는 것, 빼곡한 일정표를 따라 전력질주하는 모습이 '비지 밴드왜건', 습관적으로 새로고침하고 스트리밍해 스스로 모든 것에 연결되어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는 모든 것을 '인피니티 풀'이다.

이 둘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건 디폴트된 라이프스타일 때문이다. 디폴트 규칙 자체가 우리를 계속 반응하고 일하고 바쁘게 뛰라고 설정되어 있으니 멈출 재간이 없다. 당연히 시간이 없다.

제이크와 JZ의 삶도 이 세가지의 상호작용으로 정신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각자의 계기로 제동을 건다. 그리고 디폴트값을 재설정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앞에 놓인 일에 대응하라. 즉각 반응하라. 시간을 꽉꽉 채워라. 효율적인 사람이 되어라. 더 많은 일을 끝내라. 이 모두가 비지 밴드왜건의 디폴트 규칙이다. ... 인피니트 풀의 디폴트는 끝없는 주의 분산이다. 우리의 스마트폰, 랩톱, 텔레비전은 게임, 소셜 미디어 게시물, 영상으로 가득 차 있다. 모두 다 손쉽게 이용할 수 있고 거부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중독성까지 있다. 모든 저항 장벽은 제거되어 있다. ... 비지 밴드왜건과 인피니티 풀이 서로 끌어당기는 힘에 못 이겨 당신은 지금 그 중간쯤에 서 있다.

p.19, 20

                                         

 4단계 시간관리 프레임워크

그래서 나온 4단계 시간관리법!

도식화하면 하이라이트>초집중>에너지 충전>돌아보기. 여기서 에너지 충전은 초집중 단계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가장 중요한 일을 스스로 선택하고, 그 일을 하기 위해 방해요소를 막아 집중하며 디폴트의 흐름을 깨뜨리는 프레임이다. 이를 통해 나만의 디폴트를 설정할 수 있고 '메이크 타임'이 가능해진다. 이 프레임워크는 매일매일 실행되고 수정되고 반복된다.

                                 

                                       

시간관리 1단계_하이라이트 Highlight                               

'하이라이트'는 시간관리의 첫 단추이다. 오늘 하루의 하이라이트는 무엇인가? 이 한가지에 집중해 하이라이트를 어떻게 정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멍한다.예를 들어, 삶의 우선순위를 매기거나 개인 스프린트를 진행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하이라이트가 정해졌다면 하이라이트를 실행할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일정표에 차단 구역을 만드는 것, 적절한 거절로 일정표를 사수해야할 수도 있고 아침시간을 따로 떼어 하이라이트를 위한 집중 시간으로 만들 수도 있다.

체계화된 하루가 실제로는 자유를 만들어낸다. 계획이 없으면 다음에 뭘 할지 끊임없이 결정해야 하고, 해야 하거나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느라 주의가 산만해질 수 있다. 하지만 완전히 계획된 하루는 그 순간에 집중할 자유를 준다. ... 당신은 과거의 자신이 정한 계획을 신뢰하며 몰입하면 된다.

p.92                                                                  

 

시간관리 2단계_초집중 Laser     

 

                                     

초집중 단계는 하이라이트를 실행하는 단계에서 어떻게 초집중 상태를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이다. 절대적 방해자인 스마트폰을 어떻게 지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아이디어부터 앞서 언급한 인피니티 풀을 피하는 법을 자세히 제시한다.

이 장의 핵심은 답답하고 불편한 장벽을 최대한 그대로 남겨두어 쉽게 인피니티풀로 빠지는 길목을 차단하는 데 있다. 빠르고 스마트한 모든 연결에서 로그아웃 상태를 디폴트값으로 설정하는 것은 생각만해도 세상 귀찮은 일이다. 조금 귀찮아질 뿐인데 의외로 초집중 상태는 잘 유지된다고 저자는 경험에 근거해 설명한다. 100% 공감한다. 기억나지 않는 아이디/비번을 찾느니 그 사이트는 묻기로 한적이 얼마나 많았는지, 나에게 딱 맞는 전략이다-)

                                       

시간관리 3단계_에너지 충전 Energize                                          

주위의 사소한 유혹을 물리치고 어렵게 초집중 모드에 들어갔다면, 이제 어떻게 그 상태를 최대한 유지할지가 관건이다. 제이크와 JZ는 인간의 생체리듬과 말끔한 멘탈에 가장 좋은 건 원시인 우르크처럼 행동하는 것이라는, 다소 황당하지만 들을수록 맞는 말을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현대의 생활방식은 인류의 역사에서 보면 아주 최근에, 급작스럽게, 우연히 형성된 것일 뿐이다. 몸에 더 자연스럽고 좋은 것은 우르크인처럼 먹고, 일하고, 쉬고, 소통하는 것이다.

원시인은 다양한 음식을 먹었고 제대로 된 식사를 위해 종종 온종일(혹은 그 이상) 기다렸다. 끊임없는 이동이 디폴트였다. 걷고 달리고 뭔가를 옮기는 사이사이에 한바탕 맹렬한 활도응ㄹ 했다. 여가와 가족을 위한 시간도 충분했다. 고고학자들은 고대인이 일주일에 30시간만 '일'했다고 추정한다. ... 오늘날의 세계는 천재들이 세심하게 계획해 만든 유토피아가 아니다. 지난 몇 세기, 몇십 년, 몇 년 동안 받아들이 ㄴ기술에 의해 매우 우발적으로 형성되었다. ... 스마트워치를 차고 세련된 헤어를 하고 공장에서 제작된 디자이너 청바지를 입고 있지만, 그 속의 우리는 아직 우르크다.

p.203, 206

                                       

시간관리 4단계_돌아보기 Reflect                                          

                                       

마지막 단계는 하루를 기록해 효과적이었던 것과 그렇지 않았던 전술을 솔직하게 되돌아보는 것이다. 이 결론을 그 다음 날 계획에 바로 적용하면서 최적의 전술을 찾아내기만 하면 된다. 이 책에 제시된 기록 역시 샘플 정도로 받아들이면 된다. 각자의 방식으로 돌아보기를 한 후 '나만의 하루 사용법'을 찾아내면 된다.

《메이크 타임》의 결론은 마치 영화같다. 언제까지 미루고만 살래? 언젠가를 '오늘'로 만들어!

시간이 없는게 아니라 시간을 잘못 사용하고 있을.뿐이었다는 현타 옴 주의. 휴직이 주는 느슨함에 내 시간들도 덩달아 늘어져있거나 갑자기 조급해져 to-do-list 도장깨기를 하다 번아웃되거나.

책 속 쉬운 전략들부터 선택해 나에게 맞는 전략을 찾아봐야겠다-) 하루의 ‘메이크 타임’이 내 일주일, 한달, 일년을 바꾸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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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은 처음이라
슬구(신슬기) 지음 / 푸른향기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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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슬기 작가가 슬구라는 필명으로 낸 두번째 책_《스무살은 처음이라》

특유의 빵 터진 표정도 그대로고 쪼그리고 앉아 힐끗 카메라를 쳐다보는 듯한 사진도 그대로다. 첫 책이 싱그러움과 풋풋함 그 자체였다면 이번 책은 여전한 앳티와 순간순간 부쩍 어른스러움이 함께 전해온다.

성년의 날 즈음이기도 해서 이 책을 꺼내들었다. 열여덟 고등학생의 여행기로 화제가 되었던 《우물밖 여고생》은 갓 스무살 청년이 되어 다시 세상에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누구나 한번은 지나가는 스무살. 학교와 청소년이라는 프레임을 막 벗어나 자유롭게 세상에 첫 발을 디딘 모든 청춘이 통과하는 첫 페이지이기에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패기와 낭만이 그 어느 때보다 가득하지 않을까. 그래서 기대가 됐다. 슬구라면, 그녀라면!

'슬구'라는 필명이 주는 친근감 때문인지, 꼭 여동생같은 느낌 때문인지 자꾸 '슬구'라고 부르게 된다. 띠동갑보다도 더 나이가 많은 언니이니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길 -) 책 속 슬구의 모습이 낯설지 않고 정이 간다. 한없이 귀여웠던 소녀는 '무소속'이 된 스무살 어느 날 홀연히 동남아 여행을 결심한다. 행선지만 정한채로 편도 비행기표를 끊고 무섭지만 짐짓 스스로를 달래며 여행을 시작. 여행의 목적이자 인생의 목표는 '행복한 삶을 사는 것 그리고 낭만있는 삶을 사는 것'

 

스무살인 누군가에게 이 책을 한번쯤 권하고 싶다. 사람들이 가리키는 지표를 향해 정신없이 달려야 하는 청춘이라면, 그리고 스무살이 넘어 사춘기가 뒤늦게 온 어른이라면_

나의 케이스가 딱 그랬다. 누가봐도 튀지않는 모범생 스타일에 가까웠고 나 스스로도 사춘기를 정말 무난하게 보냈다 싶을 정도로 감정의 동요도, 반항적 기질도, 치열하게 미래를 고민했던 노력도 없이 스무살 대학생이 되었다. 기대했던 캠퍼스 생활, 전공수업과 알바, 학회 활동 동아리 .. 정신없이 하루하루 처음으로 제대로 놀아보기 시작했던 것 같다. 밤새워 놀고 자유를 만끽하고, 그러다 스무살 여름이 꺾이던 어느 날엔가 문득 공허해졌다. 이게 다였나, 나는 무엇을 향해 가고있나, 내 꿈이 뭐였더라... 아무것도 모르겠다. 남들은 도대체 그 고민들을 다 언제했던 거지? 혼란스럽긴 했는데 딱히 뭘 해야할지 그조차도 몰랐던 것 같다. 그래서 다시 그 시간을 어영부영 가벼운 술자리로 보내버렸다. 일상을 벗어난 이국적인 장소가 주는 각성 때문일까, 나 역시도 다시 진지하게 내 삶에 물음표를 던진 건 스물셋, 교환학생으로 갔던 스페인에서였다.

9개월 동안 스페인 소도시에서 살며 단조로운 일상을 살았다. 늘 바쁘게 살았는데 너무 조용하고 시간이 느리게 가니 스스로에게 여유가 생겼다. 매일이 편안했다. 거추장스럽고 꾸며야하는 모든게 그땐 아무것도 없었다. 그때서야 다시 내 삶을 생각했다. 지금 행복해! 딱 지금처럼 살면 좋겠다! 나는 어떤 사람이지? 뭘 하고 먹고살면 좋을까? ... 그 시간 동안 천천히 답을 찾았던 것 같다. 모든 결론을 내고 한국에 돌아온 건 아니지만, 그때까지의 선택을 정리하고 나니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은 있었다.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에 대해 조금은 선명해진 가이드라인이 생긴듯했고 무엇보다 나 자신하고 친해졌다. 나도 모르겠는 나의 캐릭터가 그 때 처음으로 인식됐다. 그 시간이 없었더라면 늘 불안하게 살았을 거다. 떠밀려 사는건지 내가 좋아서 하는지도 구분하지 못하고 세상에 휩쓸려도 그게 바람인지 내 마음인지도 모르고. 남들의 속도와 그럴듯한 모습에 안달내고 조바심내며 아둥바둥.

 

"여행을 좋아하지만, 실은 여행할 때의 제 모습을 더 좋아해요. 뭐랄까, 숨통이 좀 트인 달까요. 저를 작아지게 만든느 것들에서 벗어나 온전한 제 모습으로 돌아왔을 때, 왠지 모를 편안함을 느껴요. 한 번도 와본 적 없는 그곳, 타지에서요. 이 공간에서 '나'는 그냥 '나'일 수 있어요. 경쟁하고 비교당할 타인은 어디에도 없지요. 그렇게 오로지 '나'라는 사람으로 오랜 시간 떠돌다보니 깨닫게 되더라구요. '나, 꽤 괜찮은 사람이었구나!'

p.70

 
 

작가 슬구도 여행지에서 그와 비슷한 어느 때를 보내고 있는듯했다.

 

 

"나, 우물 안 개구리 신세였기에 이렇게 행복한 거 아닐까 싶더라구. 내가 계속해서 '난생처음'을 경험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나 그곳을 배워갈 수 있었던 건 다 내가 아무 것도 모르는 개구리여서가 아니었을까? 매일 봤던 풍경, 매일 만났던 사람들, 그래서 모든 게 예상 가능한 게 여행이었다면 난 이만큼까지 여행을 사랑하지는 못했을 거 같아." 모든 여행지는 낯설고 처음이다. 두 번 세 번 다녀온 곳이라 해도 일상이 아닌 이상 새롭다. 그래서 예상밖의 일들이 일어나고 깨지고 배우게 된단다. 슬구 작가가 여행을 이만~큼까지 사랑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그녀가 이 책 제일 앞에 적어둔 '이 세상 모든 스물에게, 다가올 스물을 상상하고 있을 너에게, 여전히 스무살처럼 살고 싶은 당신에게' 그래서 나는 이 책과 여행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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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퇴사, 열 번의 남미 - 칠레, 볼리비아, 쿠바, 아르헨티나, 페루 여행 필독서
허소라 지음 / 하모니북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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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와 인연을 맺기 시작하면서 늘 남미에 대한 로망을 갖고있었다. 그런데 늘 못 떠난 건 순전히 용기가 없어서였다. 예전보다야 정보가 많아지고 여행자도 늘었지만 여전히 남미는 멀고 위험하고 그래서 선뜻 여행을 마음먹기가 쉽지 않았다. 보통 중남미 여행 후 나오는 책들은 큼지막하고 탄성이 절로나오는 멋진 대자연 또는 중남미 특유의 분위기가 잔뜩 묻어나는 어느 마을의 풍경 사진을 줄줄이 실어놓곤 했다. 너무 매력적이지만 나는 차분한 정보들이 고팠다. 멋진건 나도 알아, 리얼한 여행 이야기를 좀 해달라고_

《한 번의 퇴사 열 번의 남미》는 그래서 내가 딱 필요하고 좋아하는 스타일의 여행 안내서다. 현지를 여러번 다녀본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그 곳의 이야기가 담겨있고 여행 정보도 빼곡해 소장가치도 충분하다. 비슷비슷한 여행 정보를 담은 다른 책들과 비교하기엔 아까울만큼 로컬의 모든 것에 충실하다. 남미 여행을 꿈꾸는 20-30대 여자들이 카우치서핑과 히치하이킹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망설여진다면, 야간버스와 야경 스팟도 놓치기 싫다면, 살사나 쿠바도 꼭 한번 체험해보고 싶다면 이 책 여기저기에 꿀팁이 가득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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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칠레, 볼리비아, 쿠바, 아르헨티나, 페루 여행을 각 테마 공간으로 한다. 정과 따스함이 끈끈하게 느껴지는 칠레, 조금은 차분하고 때로는 허무함이 느껴지는 볼리비아, 살사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쿠바, 탱고의 정열 가득한 아루헨티나, 그리고 느끼고 생각하게 하는 아름다운 페루까지, 각 여행 에피소드에는 저자의 개인적인 스토리텔링이 담겼지만 로컬의 공기, 그 공간의 분위기를 충분히 그려내고 있었다. 각기 다른 감정이 색깔을 가진 다섯개의 남미를 만나는듯 했다.

또 이 책에는 여행 목적지를 가기 전 미리 보면 좋을 책 또는 작가를 소개하거나 영화가 제법 많이 언급된다. 저자의 폭넓은 문화적 취향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리고 여행 전 여러 책을 사서 모으고 공부해야 여행 준비를 제대로 했다고 여기는 내 취향에도 딱이었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과 '시간의 춤'은 여러 사람에게서 추천받은 적이 있었던 영화라 반가운 마음도 들었다. 낯선 여행지를 나만의 감성으로 충분히 사랑하고 기억하기에 책과 여행보다 좋은 여행준비는 없을 거라고 늘 생각한다. 언젠가 남미에 가게 된다면 이 책에 나온 영화들은 꼭 정주행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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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가 높아질수록 정신이 아득해졌다. ... 나는 2-3분에 한번씩 멈춰서 숨도 못 쉬고 헉헉대면서도 계속해서 목적지까지 얼마나 남았는지를 물었다. 레어논 내게, "걷는 것만 생각해. 남은 거리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아." 라고 말했다. ... 새삼 산을 타면서 내가 얼마나 목표 지향적인 사람인가를 생각했다. 자꾸만 호수가 얼마나 남았냐고 묻는 나와, 걷는 것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레오. 나 스스로 '현재를 즐기는 사람'이라고 말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목표에 집착하고 있었다. "p.126-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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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여행자들이 여행길에서 두려움에 휩싸이기보다는 행복해하는 자신을 만났다고 한다. 그리고 그 순간을 살아내는 '나'를 만났다고_저자가 69호수를 향해 등반하는 길을 적어내려간 글에는 여전히 현재보다는 내 앞에 남은 길에서 자유롭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긴 여행을 떠났다고 해서, 그 곳이 남미라고 해서 모든 순간 자유를 만끽하고 자신을 찾고 경의로움에 젖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리얼한 이야기가 솔직해서 좋았다. 그래서 그녀가 4년간 10번이나 남미에 다시 되돌아간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더 행복하게 그 순간에 집중하고 살아내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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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미래 - 화성 개척, 성간여행, 불멸, 지구를 넘어선 인간에 대하여
미치오 카쿠 지음, 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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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식어가 없는 단순한 제목의 책이 도착했다. 트렌디하거나 비유가 담긴 제목이 주는 가벼움과는 차원이 다른 묵직함. '인류'와 '미래' 단 두 단어에 관한 대중서로는 이 책을 넘어설 책은 당분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하게 생각해 이 두 단어를 가지고 일반 대중이 생각해낼 수 있는 거의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 내지는 팩트 체크가 이 책 한 권으로 가능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이 책은 '인류의 미래'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담아냈다.

인류의 과학적 진보가 어디까지 왔는지 차분히 보여주고 앞으로 어디를 향해 가야하는지에 대해 천문학, 물리학, 유전학 등 학문적 접근은 물론, 나노 기술, 뇌과학, 윤리적 논의까지 방대한 분야를 넘나드는 저자 미치오 카쿠의 설명서이자 예언서를 따라 읽다보면 우주와 과학 분야에 전혀 무관한 사람도 고개를 끄덕이며 읽게 만드는 책이다.

 

"우리보다 앞선 문명의 문화와 정치, 그리고 사회구조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외계문명이 제아무리 발달했다 해도 모든 것에 우선하는 법칙이 있다. 우주전역에 똑같이 적용되는 물리법칙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 나는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우주적 스케일의 궁금증을 거의 가져본 적이 없다. 그 분야에 무지하기 때문에 사소한 질문거리 조차도 치열하게 생각해본 적도, 알고자 한 적도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의 거의 모든 내용이 난생 처음 듣는 소리였다! 그나마 들어본 NASA라는 곳에서 막연히 어떤 석학 집단에 의해 이런 연구와 논의들이 진행되겠거니 했던 수많은 이슈들이 구체적으로 매 장마다 쏟아졌다. 당연히 눈으로 읽으면서도 머리에선 삐걱삐걱댈만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읽을만했다. 쉬운 비유와 익숙한 말들, 어린아이 같은 상상력과 대중문화 코드로 익숙한 SF 까지, 나도 읽어낼 수 있다니!

 

예를 들어, 야구 문외한인 어떤 사람이 아무 사전 정보도 없이 3회말 경기가 한창인 야구장에 덜렁 앉아있을 때 약간의 당황스럽고 어설픈 리액션으로 겨우 흐름만 따라가는 것과 언변이 뛰어난 해설위원 옆에 바짝 앉아 베이스와 마운드, 선수들의 움직임, 전광판과 응원가에 대한 모든 정보를 과외하듯 배우면서 야구를 보는 것의 차이 정도이지 않을까. 저자 미치오 카쿠는 이런 나도 읽으면서 '나름'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게 이 책을 썼다. 대가답다!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지구를 벗어나기 위한 준비로 기술이 지금까지 어떻게 발전했으며 화성을 필두로 목성, 토성의 위성 등의 인류를 위한 식민지화, 테라포밍(terraforming)의 가능성을 설명한다. 2부는 태양계를 벗어나 별을 탐험하는 시대로 더 멀리 날아간다. 익숙한 로켓의 물리적 한계를 깬 나노우주선, 레이저항해술, 반물질엔진 등을 다룬다. 3부에서는 지구를 벗어난 인류가 새로운 별에서 생존하려면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살펴보며 '커넥톰'을 레이저빔에 실어 보내는 프로젝트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풀어낸다.

과학적 상상처럼 보이는 주제들이 파노라마처럼 연결되고 지금까지 어떤 연구가 진행되었으며 앞으로 어떤 방향의 진보가 필요한지 하나하나 짚어보는 과정은 놀랍고 신비로웠다. '과거의 SF소설은 미래의 현실(p.126)'이라는 항공공학자 로버트 주브린의 말이나 'SF는 우리를 미래의 세계로 데려다주고, 물리학은 현실을 상기시켜준다'는 NASA 연구원 조르피 랜디스의 말처럼 과학자이든 과학적 상상을 대중문화로 풀어내는 사람이든 그들이 연구하고 선보이는 기술과 상상력과 가설은 인류의 미래를 향한 징검다리가 되고 있었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관련 기술과 과학적 진보는 생각보다 촘촘하게 거의 모든 분야에서 스타트가 끊어졌고 조금씩 기반이 다져지고 있다. 한참 뒷북일수밖에 없지만 새삼 어찌나 감사하고 위대한지-)

 

"예나 지금이나, 번영의 원동력은 단연 과학이다. 수천 년 동안 번영을 누려온 국가도 과학과 기술에 등을 돌리는 순간부터 대책 없이 나락으로 떨어진다. 이것은 역사가 증명하는 사실이다."

 

지구의 종말은 생각보다 기정사실화되어 있었다. 인류의 대량멸종은 시간문제일 뿐 이미 피할 수 없는 미래다. 그것이 지구이든, 태양이든, 우주이든 그 모든 것들의 종말의 순간, 미래의 인류는 첨단 과학기술을 이용해 지구를 떠라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거나, 태양계를 벗어나 외계행성으로, 또 다른 우주로 삶의 터전을 어떻게 옮길 수 있을까? 인류의 운명은 '다중행성 생명체'를 향해 가고 있음이 수많은 지표를 통해 명확해진다. 그 과정에서 인간다움은 무엇이고 인류는 스스로를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가를 놓치지 않는 저자의 인간적인 시선은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원동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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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것은 다 너를 닮았다
김지영 지음 / 푸른향기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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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행과 행복을 연결시키는 건 늘 비슷한 설정이 아닐까 생각했다. 여행의 수많은 목적 중에 행복해지기 위함은 단연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유일 것이다. 고이 모셔둔 예쁜 옷으로 잔뜩 멋을 내고 숨막히는 절경 또는 갬성 가득한 스팟에서 인생샷도 좀 남기고 못 누려본 사치도 좀 하고 가고싶었던 현지 책방도 들르고 맛집 검색해 찾아다니고 늘어져 쉬기도 하는 여행이라면 행복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다.(내 취향)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보통의 세계여행은 자기 몸뚱이만한 배낭을 지고 평균보다 못한 숙소를 잡고 저렴한 현지식으로 버티며 해내는 고생길에 가까웠다. 생업에 사표를 던지는 용기만큼이나 여행의 쓴맛을 보는 순간에 그 여행을 계속하는 용기가 난 더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견뎌내지 못할 두려움과 외로움이 숱하게 찾아온 날들, 맥없이 쭈그리고 앉아 하염없이 울고 울었다는 날들, 출구없이 꼬이고 꼬인 날들이 적힌 페이지를 넘기면서는 속으로 물었다.

'진짜 이러다 행복을 찾을 수는 있는거야?'

'의식주 해결이 삶의 목표가 되어버린 평범한 대한민국의 청년'으로 설명된 저자가 여행을 떠났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뉴욕을 시작으로 1년 7개월 동안 40개국을 여행하며 진짜 자신을 만나고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기록했다. 저자는 프롤로그의 끝에 '나는, 행복해지기로 했다'라고 적었다. 그리고 그녀의 여행기는 예쁜 것만 골라서 쓰지 않았음에도 너무 좋았다. 녹록지 않은 여행길에 깨지고 부서지고 울다 우연히 내민 어떤이의 손에 위로를 받고 다른 문화와 기질로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서 저자 자신이 행복한 선택이 무엇인지 천천히 알아가는 과정이 너무 값지고 멋졌다.

나에게 익숙한 행복의 모양이 아님에도 충분히 행복함에 닿아있음을 느꼈다. 마치 시처럼, 소설처럼 읽히는 그녀의 글은 나를 그곳으로 데려가고 그 순간을 오롯이 함께 느끼게 해주는 흡입력이 있었고 그 텅빈 마음이 행복해졌음이 그대로 전해졌다.

 
"나의 가능성을 옭아매고 있는 것은 나 자신이었다. "외박도 허락 못 해주는데 세계여행이라니 가당치도 않아." 하던 엄마도 아니었고, "한 달 안에 돌아올 걸?" 하던 친구도 아니었다. 얇은 주머니도 얕은 지식도 아니었다. 내가 꿈꾸는 것을 이루지 못하게 가로막고 있었던 존재는 바로 나였다."

p.143

 

"너 지금 행복해?...나는 행복을 포기하니 살아져.

요즘의 우리에게 '행복한 삶'이란 '소리 없는 아우성'이나 '평화를 위한 전쟁' 같은 모순적인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인가 보다.

고민 끝에 내가 고른 대답은 "나는 삶을 포기하니 행복해졌어."였다. 여행은 일상이 될 수 있을까?"

p.211

 

"그러니 나는 늘 너를 생각했다. 내 가시를 하나 둘씩 뽑아 결국은 알량한 나신을 가져간 너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쁜 것을 보면 더욱 네 생각이 났다.

내 마음이 유명한 게 아님을 알면서 감추지 못한 나는 낭만이 아니라 주책이겠지만, 이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나는 너에게 진심을 전해야 했다.

예쁜 것은 다 너를 닮았다."

p.223

 

《예쁜 것은 다 너를 닮았다》에 '너'가 누굴까 궁금했다. 이건 자신에게 한말도, 들은 말도 아니었다. 그녀가 여행에서 만나 사랑한 사람이 '너'였다. 보통 사람의 에세이에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이 그대로 나오고 그와의 일들, 그녀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는 이 책을 읽었을까? 지금 그들은 어떤 관계일까? 확인할 수 없는 질문들이 많아지지만 그의 존재는 이 책을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게 했다. 따뜻하고 좋은 사람인 그를 사랑하게 된 감정부터 그녀의 눈에 담기는 모든 예쁜 것이 그를 닮기까지 사랑한다. 그녀는 그와 함께하기 위해 그의 일정을 따라 걸었고 그리움 때문에 1년 넘게 남은 일정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걸 선택했다. 행복을 찾아 떠난 그녀에게 행복을 선택하는 결말은 참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분명 드라마가 아님에도 이 결말 말고 다른 이야기가 쓰여있다는 아쉬울 뻔했다.

 

"그런 나에게 여행은 실패할 확률이 높은 도전이었다. 영어라곤 한마디도 못하는, 가난하고 능력없는 쌍문동 캥거루족에겐 인생의 가장 큰 도전이었다. 나는 그 도전을 포기 없이 끝내고 싶었다. 행복함과 외로움, 즐거움과 두려움, 설렘과 불편함을 비롯한 모든 감정이 녹아있는 나의 여행을 제대로 끝마치고 싶었다.

내가 믿을 사람이라곤 칠칠치 못한 나뿐이었으나, 내가 이토록 나와 친했던 적이 없었다.

외로움과 그리움을 이겨내고, 위험하고 두려운 모든 상황을 버텨내고 절대로 답이 없을 것만 같은 일들을 풀어나가며, 나는 나를 믿고 나를 사랑하는 일을 배웠다."

p,64

 

이 책을 덮고도 여운이 길었다. 감성적인 글보다는 본질을 파고드는 논리적인 글에 더 매료되는 남편에게 굳이 이 책을 내밀었다. 책을 받아든 자리에 대충 서서 앞뒤로 빠르게 몇 장을 읽더니 "글 좋다. 이거 나 읽어볼래" 한다. 오호 그렇다면? 책을 좋아하는 친구들 몇몇에게 이 책을 권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세계 여행 에세이 한권을 다 읽고도 나는 그런 여행을 꿈꾸지 못한다. 그녀의 행복찾기 여행에 나도 행복했지만 여전히 나는 무서운게 너무 많다. 그래도 이 책이 나에게 의미 있었던 건, 행복해지기 위해 애쓰는 그녀의 시간이 정말로 그녀를 행복하게 했다는 점이다. 행복해지기 위해 내 모든 걸 내던지지 않더라도, 세계여행을 비록 떠나지 못한다 해도 나의 일상에서 그녀의 말처럼 도전하고 느끼고 이겨내고 버티고 풀어나가면 나도 행복해지는 선택을 해나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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