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미래 - 화성 개척, 성간여행, 불멸, 지구를 넘어선 인간에 대하여
미치오 카쿠 지음, 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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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식어가 없는 단순한 제목의 책이 도착했다. 트렌디하거나 비유가 담긴 제목이 주는 가벼움과는 차원이 다른 묵직함. '인류'와 '미래' 단 두 단어에 관한 대중서로는 이 책을 넘어설 책은 당분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하게 생각해 이 두 단어를 가지고 일반 대중이 생각해낼 수 있는 거의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 내지는 팩트 체크가 이 책 한 권으로 가능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이 책은 '인류의 미래'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담아냈다.

인류의 과학적 진보가 어디까지 왔는지 차분히 보여주고 앞으로 어디를 향해 가야하는지에 대해 천문학, 물리학, 유전학 등 학문적 접근은 물론, 나노 기술, 뇌과학, 윤리적 논의까지 방대한 분야를 넘나드는 저자 미치오 카쿠의 설명서이자 예언서를 따라 읽다보면 우주와 과학 분야에 전혀 무관한 사람도 고개를 끄덕이며 읽게 만드는 책이다.

 

"우리보다 앞선 문명의 문화와 정치, 그리고 사회구조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외계문명이 제아무리 발달했다 해도 모든 것에 우선하는 법칙이 있다. 우주전역에 똑같이 적용되는 물리법칙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 나는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우주적 스케일의 궁금증을 거의 가져본 적이 없다. 그 분야에 무지하기 때문에 사소한 질문거리 조차도 치열하게 생각해본 적도, 알고자 한 적도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의 거의 모든 내용이 난생 처음 듣는 소리였다! 그나마 들어본 NASA라는 곳에서 막연히 어떤 석학 집단에 의해 이런 연구와 논의들이 진행되겠거니 했던 수많은 이슈들이 구체적으로 매 장마다 쏟아졌다. 당연히 눈으로 읽으면서도 머리에선 삐걱삐걱댈만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읽을만했다. 쉬운 비유와 익숙한 말들, 어린아이 같은 상상력과 대중문화 코드로 익숙한 SF 까지, 나도 읽어낼 수 있다니!

 

예를 들어, 야구 문외한인 어떤 사람이 아무 사전 정보도 없이 3회말 경기가 한창인 야구장에 덜렁 앉아있을 때 약간의 당황스럽고 어설픈 리액션으로 겨우 흐름만 따라가는 것과 언변이 뛰어난 해설위원 옆에 바짝 앉아 베이스와 마운드, 선수들의 움직임, 전광판과 응원가에 대한 모든 정보를 과외하듯 배우면서 야구를 보는 것의 차이 정도이지 않을까. 저자 미치오 카쿠는 이런 나도 읽으면서 '나름'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게 이 책을 썼다. 대가답다!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지구를 벗어나기 위한 준비로 기술이 지금까지 어떻게 발전했으며 화성을 필두로 목성, 토성의 위성 등의 인류를 위한 식민지화, 테라포밍(terraforming)의 가능성을 설명한다. 2부는 태양계를 벗어나 별을 탐험하는 시대로 더 멀리 날아간다. 익숙한 로켓의 물리적 한계를 깬 나노우주선, 레이저항해술, 반물질엔진 등을 다룬다. 3부에서는 지구를 벗어난 인류가 새로운 별에서 생존하려면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살펴보며 '커넥톰'을 레이저빔에 실어 보내는 프로젝트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풀어낸다.

과학적 상상처럼 보이는 주제들이 파노라마처럼 연결되고 지금까지 어떤 연구가 진행되었으며 앞으로 어떤 방향의 진보가 필요한지 하나하나 짚어보는 과정은 놀랍고 신비로웠다. '과거의 SF소설은 미래의 현실(p.126)'이라는 항공공학자 로버트 주브린의 말이나 'SF는 우리를 미래의 세계로 데려다주고, 물리학은 현실을 상기시켜준다'는 NASA 연구원 조르피 랜디스의 말처럼 과학자이든 과학적 상상을 대중문화로 풀어내는 사람이든 그들이 연구하고 선보이는 기술과 상상력과 가설은 인류의 미래를 향한 징검다리가 되고 있었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관련 기술과 과학적 진보는 생각보다 촘촘하게 거의 모든 분야에서 스타트가 끊어졌고 조금씩 기반이 다져지고 있다. 한참 뒷북일수밖에 없지만 새삼 어찌나 감사하고 위대한지-)

 

"예나 지금이나, 번영의 원동력은 단연 과학이다. 수천 년 동안 번영을 누려온 국가도 과학과 기술에 등을 돌리는 순간부터 대책 없이 나락으로 떨어진다. 이것은 역사가 증명하는 사실이다."

 

지구의 종말은 생각보다 기정사실화되어 있었다. 인류의 대량멸종은 시간문제일 뿐 이미 피할 수 없는 미래다. 그것이 지구이든, 태양이든, 우주이든 그 모든 것들의 종말의 순간, 미래의 인류는 첨단 과학기술을 이용해 지구를 떠라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거나, 태양계를 벗어나 외계행성으로, 또 다른 우주로 삶의 터전을 어떻게 옮길 수 있을까? 인류의 운명은 '다중행성 생명체'를 향해 가고 있음이 수많은 지표를 통해 명확해진다. 그 과정에서 인간다움은 무엇이고 인류는 스스로를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가를 놓치지 않는 저자의 인간적인 시선은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원동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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