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게, 메뚜기, 불가사리가 그렇게 생긴 이유 - 생김새의 생물학
모토카와 다쓰오 지음, 장경환 옮김 / 김영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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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것끼리 모으면, 크게 34문으로 나뉜다. ... 문이 34개나 된다는 것은 몸의 구조가 다른 동물이 그만큼 많다는 말이다. 몸의 구조에는 사는 환경, 생활방식, 그 동물의 진화 과정 등이 반영되어 있다. 몸의 구조가 다른 동물들은 각자의 생존 현장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도 다를 것이다. 추구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은 동물에 따라 가치관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치관이 다르고 사는 환경도 다르다면, 각각의 동물은 서로 다르게 독자적인 세게를 구축하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머리말 중

저자 모토카와 다쓰오의 짧은 머리말에는 생물을 연구하는 학자로서의 사명감이 묻어난다. 생물학 지식을 노래로 전하기 위해 많은 곡을 썼다는 그의 이력에서 신비로운 생물의 세계를 알아가며 그가 느끼게 되는 순수한 경의로움과 사람들에게 그 세계를 소개할 때의 기쁨 역시 그의 활동을 통해 짐작해볼 수 있다. 이 책에는 특별한 페이지들이 있는데 각 챕터가 끝날 때마다 그 챕터의 동물을 위한 노래의 악보가 실려있다. '산호의 탱고' 악보를 처음 펼쳐보곤 나도 모르게 한 손바닥으로 박자를 치면서 더듬더듬 따라 불러버렸다 -) 핵심만 쉽게 쏙쏙 뽑은 가사가 귀엽고 매력적이다. 짧은 노래도 있지만 '해삼 천국' 노래의 경우 악보는 두 페이지에 걸쳐 있고 가사도 어찌나 긴지 모른다. 이렇게 긴긴 가사를 보니 저자가 얼마나 우리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들이 많은지 하나라도 더 쉽게 풀어 기억하게 하고 싶은 순수한 열정이 귀엽게 느껴져 자꾸 웃음이 나왔다.

  

각양각색, 생김새는 생존전략!

《성게, 메뚜기, 불가사리가 그렇게 생긴 이유》에는 산호초, 해파리가 속한 자포동물문, 새우, 거미, 곤충이 속한 절지동물문, 달팽이, 소라, 오징어가 속한 연체동물문, 성게, 해삼이 속한 극피동물문, 멍게와 척추동물이 속한 척삭동물문 이렇게 5문을 크게 소개하며 각 장에 핵심적인 질문을 하나씩 던지고 생김새에 감춰져 있는 신비로운 이야기를 끌어낸다. 산호초는 왜 공생을 할까? 곤충은 어떻게 날까? 소라는 왜 나선형일까? 불가사리는 왜 별모양일까? 등등

예를 들어, 불가사리가 별모양인 이유는 아주 흥미로운 몇가지 가설을 함께 소개한다. 활주로 가설은 외부에서 날아오는 먹잇감을 잡기 위해 사용되는 팔을 가장 효율적인 경우를 3개부터 6개까지 보여준다. 가장 유효한 팔의 갯수가 많으면서 팔의 간격이 너무 좁지 않은 것은 다섯개. 반대로 짝수로 설계하면 낭비가 많아진다. 꽃잎이 5장인 꽃이 많은 이유도 저자는 같은 이유로 해석한다. 그 외에 축구공 가설과 홀수의 길 가설을 통해 왜 다섯개 별모양의 생김새로 불가사리가 진화했는지 설명해낸다.

 

그 모든 질문에 정답은 '잘 살아남기 위해서' 이다. 곤충은 더 커지기 위해 껍데기를 정기적으로 벗어던지고, 작은 몸을 지키기 위해 날갯짓을 한다. 조개는 로그나선 모양을 해서 몸이 높아지는 것을 막고, 산호는 광합성을 쉽게 하기 위해 갈충조와 공생하며, 멍게는 좋은 터에 대대손손 살아남기 위해 군체를 만들어 일부의 타격에도 살아남을 수 있고, 극피동물은 내골격을 몸 외부에 가장 가까운 곳에 배치한다. 그 동물의 생김새는 그들의 생존전략, 그 자체였다.

얼마나 정교한 매커니즘의 각 생물체 안에 있는지 읽을수록 놀랍고 그들이 사는 환경과 생활방식에 딱 맞는 생김새로의 진화과정에 경의로움을 느꼈다. 한 개체마다의 독자적인 세계가 있고 그들이 주인공이다. 이 땅의 주인공은 늘 우리여야 하는 생각이 당연하기만 했었는데 모든 생명체는 경이롭다는 걸 간과하고 살아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땅에, 하늘에, 바다 속에 어디에도 쉬지않고 움직이고 치열하게 살아있을 생명체들을 생각하니 나라는 사람과 내 삶이 작게 느껴진다. 대자연 앞에 겸손해지듯. 이 책을 덮고나니, 왠지 누구에게라도 이 책의 이야기를 꼭 해야할 것만 같은 욕구가 막 솟는다. 이 많은 동물들이 이렇게 살아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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