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라도 그랬을 거야 - 이수네 집 와글와글 행복 탐험기
김나윤 지음 / 김영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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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키우는 엄마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어머 어머~, 하면서 빠져서 봤을 '영재발굴단'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에피소드를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이 동화작가 전이수를 떠올릴 것이다. 제주도 바닷가 마을에 살고있는 이수는 아래로 동생이 세명이 있는 10살 꼬마 작가이다. 천진한 웃음으로 누구보다 따뜻하고 생각이 깊은 꼬마 작가의 그림과 글은 잊을 수 없을 만큼 좋았다. 마치 어린왕자가 내 눈 앞에 살아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수의 그림 중 난 <위로> 라는 그림이 너무 좋아서 방송을 보고 찾아서 보고 몇번을 힐링 받았는지 모른다.

그런 꼬마 작가 전이수도 놀라왔지만 계속해서 그 집에 시선이 머물렀다. 아이 넷이 자연스럽게 자유롭게 집과 마당을 거닐고 익숙한듯 차와 지붕에 오르고 차벽에, 벽돌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엄마는 그런 아이들을 '그냥' 두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은 끊임없이 엄마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무엇을 그렸는지 설명하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말하고. 아이 넷, 그것도 아들이 둘이라면 엄마의 모습은 카메라 앞이라도 보통 지치고 아이들을 통제하고 붙잡기 바쁠텐데, 너무나도 평온해보이는 이수의 집. 이수 엄마는 어떻게 그럴까? 나와는 다른 특별한 엄마구나, 생각했지만 궁금했다. 그리고 그녀의 책이 나왔다는 소식에 고민없이 이 책을 골랐다.

 

 

김나윤 작가_

이수 엄마로 먼저 세상에 알려졌지만 그녀는 이수만큼이나 특별했고 반짝반짝 빛나는 존재였다. 네 아이를 키우는 엄마, 아내로서의 모습, 그리고 그녀 자신의 삶에 대한 솔직한 고백에는 누구보다 진솔하고 따뜻한 사람, 김나윤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어릴 적, 그리고 이십대를 회상하며 김나윤 작가는 무관심 속에 설명해주지 않고 이해받지 못하는 답답했던 학교생활과 가난으로 지쳐있던 젊은 날을 덤덤하게 풀어냈다. 그녀의 삶을 이해할 수 있게 되니 그 마음이 조금 더 잘 보였고 그렇게 생각하고 살아내는 그모습이 더 대단하게 보이기도 했다. 매일 다짐을 반복했다고 했다. 나는 아이들에게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을 해주는 엄마가 되겠노라는 그녀는 정말 매일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어른인 엄마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위에서 누르지 않고 그 마음을 먼저 궁금해했다.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내기 위해 생각하고 아이에게 엄마의 생각과 느낌을 그대로 전하고 잘못했을 때는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엄마였다. 그래서 아이에게서 매일 배운다고 고백하는 엄마.

"또 저들이 너희와 함께 있기는 하나 너희의 소유는 아니다. 너희는 아이들에게 사랑을 줄 수는 있어도, 너희의 생각까지 주려고 하지 말라. 저들은 저들의 생각이 있으므로 ... 너희가 아이들 같이 되려고 애쓰는 것은 좋으나, 아이들을 너희같이 만들려 애쓰진 말라. 생명은 뒤로 물러가지 않고 어제에 머무는 법이 없으므로."

- 1부 기다려지지 않는 아이들 중,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아이들에 대하여' 인용

칼릴 지브란의 이 시를 늘 가까이 두고 읽으며 아이를 키운다고 소개했다. 이 문장들이 나에게도 쿵쿵 울린다. 이미 내가 옳다고 여기는 것, 알고있는 것들을 빨리 가르치려는 마음이 앞서니 훈육의 순간이 빨라졌고 나는 늘 조급하게 아이를 혼내기만 했다. 뭘 알겠어, 라는 생각에 내가 맞으니 알아듣고 행동할 때까지 가르치리라, 얼마나 굳게 결심하고 아이를 대했나. 내 모습이 부끄럽고 내가 가진 엄마로서의 ego가 건강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 눈에 잘못된 행동에 화내기 바빴지 그 어린 마음이 난 한번도 궁금하지 않았다.

그럼, 나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책을 읽는 내내 배우고 싶었다. 보통의 양육서라면 목차에 이미 힌트가 있을 텐데 이 책은 한마디로, 이 방법입니다! 라고 정리해주지 않았다. 김나윤 작가가 서문에서 밝혔듯 '당신도 이렇게 살아야한다'고 주장하지 않고 그 가족의 모습을 그져 계속 보여줄 뿐이었다. 그래서 끝까지 읽고 나름대로 몇 문장으로 정리해봤다.

· 아이들은 스스로 자란다. 하나부터 열까지 간섭하고 타이르지 않아도. 조급함을 버리고 세상 모든 것을 통해 아이가 배운다는 것을 인정하자.

· 아이가 행동하는 것, 생각하는 것을 일단은 지켜보고 해보게 하고 직접 느끼고 생각하게 하자.

· 어른은 그 아이들이 편하게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게 듣는 귀를 열고 공감해주고 자신의 부족함도 솔직하게 나누자.

· 아이가 꿈을 꾸고 그 꿈을 찾아갈 수 있게 돕는 역할을 고민하자.

어떻게 키울까에 대한 답이라기 보다는 어른으로서, 동시에 엄마로서 어떻게 생각을 바꾸고 먼저 행동하면 좋을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결국 엄마가 다르게 생각하고 바뀌는 만큼 한 아이가 자라나는 세상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이 책에는 엄마 김나윤, 이수와 우태 세 명의 그림이 빼곡하다. 그림에서 느껴지는 이수 가족의 따뜻함이 그대로 전해온다. 그 가족의 이야기를 양육서로 분류하기에는 너무 아깝지만 나와 같은 엄마에게 이 책은 분명 좋은 '엄마 양육서'다.

이 책을 통해 내 모습을 많이 돌이켜 봤다. 이수가 첫 아이여서 시행착오가 많았고 이제 엄마로서 10년차라는 김나윤 작가의 글에서 공감했고 위로를 받았다. 나도 첫아이, 이제 겨우 3년차일 뿐이다. 어떤 방법이 정답일까를 고민하기보다 어떤 엄마가 되야할까 고민하게 되어 나에게는 좋은 의미의 전환점이 된 책이다. 그래서 감사하다 -) 나도 아이에게 진심을 다해 "내가 너라도 그랬을 거야." 말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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