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SF, '신의 영역'인 시간에 돌을 던지다>에서 필자는 SF 비평의 아버지로 불리는 학자 '다르코 수빈'의 말을 빌려, SF의 핵심적인 특징인 '인지적 낯섦'과 '노붐'을 정의 내리고 다른 장르와의 차이점을 제시한다. SF 속에서 구현되는 세상은 낯설지만 익숙한 '인지적 낯섦'이 유지되는 세상이자, 우리가 기존에 지닌 세계관이 바뀔 만큼의 총체적인 새로움인 '노붐'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을 충족시키기 위해 SF는 시간을 뒤틀고 공간화하고 영생을 꿈꾸기도 한다. SF 영화들의 예시를 통해 SF에서 시간을 다루는 다양한 방식과, 단선적 시간관과 다선적 시간관의 사용 양상을 보여주며 독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2부: SF의 무대, 어떤 상상은 현실이 되다>는 SF 장르에서의 새로운 '공간'에 대한 다양한 시도와 탐구를 다룬다. '현실도피'와 '현실 반영'의 양면 중 어느 하나에 치중하지 않아야 높은 문학성과 대중성을 모두 지닐 수 있음을 언급하며, 'SF 정전화'를 피하기 위한 새로운 공간 '사이버스페이스'를 소개한다. 사이버 스페이스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몸에 대한 시각이 변화할 수 있으며, 이를 토대로 가상공간에 안주하지 않고 지구를 넘어 우주로의 여행을 더 많이 함으로써 SF 장르의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역설한다.
<3부: 우리에게는 SF적 상상력이 필요하다>에서는 통시적 관점에서 바라본 SF, 그 속에서 SF 작가들과 독자층에서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로버트 하인라인이나 아이작 아시모프와 같은 작가들의 탄생으로 황금시대가 열리고, SF 출간의 매체가 잡지에서 책으로 변화하면서 SF 역사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SF 작가들은 심오한 철학과 신랄한 비판을 이야기에 담으려고 하고, 복잡해진 작품과 주제의식의 강화로 독자층에게 문해력이 요구됨에 따라 전 세계의 장르로 진화해나가고 있다. 이에 더더욱 우리가 무엇을 쓰고 무엇을 읽어야 할지, 왜 읽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진중하게 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음을 언급한다.
<4부: 새로운 눈으로 SF를 바라보기>에서는 21세기 SF의 역할이 무엇인지, 앞으로의 과학소설이 발전해 나가야 할 방향성이 무엇인지를 제시한다. 디지털의 발전에 따라 인터넷에는 소설보다 재밌는 이야기가 넘쳐나 대중성과 인기를 생존 조건으로 하는 SF의 입지는 위태로워지고 있다. 작가 윌 셀프는 이 현상을 '소설의 죽음'이라고 지칭하며 경고할 정도이다. 필자는 SF가 과학기술로 만들어진 세계를 사실적으로 전달하면서 동시에 그 세계에 담긴 의미나 가치를 고민하게 하는 이야기를 써야 한다고 말한다. 사실에서 가치를 끌어내는 작업을 하기 위해 '사변'의 의미와 사변적 사실주의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21세기에 사변적 과학소설로의 변화가 필수적인 이유를 설명한다. 새로운 시대에 맞추어 문학 장르 역시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점이 필자의 주장이다.
과학기술이 인류의 삶을 더 편하고 풍요롭게 할 것이라는 믿음이 무너져내리고 과학기술이 비판의 대상으로 전락하여 통제와 절제가 필수적인 영역이 되어가는 현재,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더 이상 이전의 시각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변화된 시각으로 과학기술을 바라보고 미래를 예측하여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 이때 SF는 현대 과학기술의 발전과 성취를 자양분으로 해 성장해오고, 오랜 시간 동안 현실의 문제들을 고민해온 장르인 만큼, 우리에게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해 줄 중요한 지표로 작용할 것이다. 필자의 말을 빌리자면, SF는 작가, 작품, 독자의 끊임없는 공조 속에서 발전한다. 그러기에 이 책은 21세기를 살아가는 모든 인류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 독자는 공상의 세계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공상의 세계를 잇는 노력을 해야 한다. 상상과 비판을 동시에 수행하는 '능동적 독자'가 될 책임이 따른다. 그러한 독자가 많아진다면 더 좋은 SF의 탄생이 따를 것이며, 궁극적으로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가능성을 토대로 한 더 나은 미래로의 길이 찾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