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의복은 옷이 아니라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의복 스타일은 사회적 변화와 가치관을 반영하고 패션 스타일은 개인의 취향과 성격, 그리고 가치관을 나타낸다. 시대에 따라 남성과 여성의 의복 스타일이 달라지며,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을 반영하고, 고급 브랜드와 맞춤 의류 등은 부와 사회적 계층을 보여준다. 화려한 금속과 고급 소재의 사용을 통해 신분과 권력을 나타내며 상징성과 메시지도 담고 있듯 옷은 단순한 기능을 넘어 개인과 사회의 여러 의미를 담은 강력한 상징이다.
이 책은 서양 초상화 속 여성들의 의복, 액세서리, 헤어스타일 등을 통해 유럽의 역사와 문화를 탐구하는 책이다. 패션 문화 전문가인 저자 김정연은 르네상스부터 19세기까지의 초상화에 등장하는 19명의 여성들을 통해, 그들의 패션과 삶의 스토리를 흥미롭게 전달한다. 단순한 패션 분석에 그치지 않고, 각 시대의 사회적 배경을 바탕으로 여성들이 겪은 속 사정을 보여준다. 자신을 표현하고 드러내기 위한 소품과 스타일을 통해 주체성을 확보하고 열정적인 삶의 변화와 이야기가 아주 재미있고 흥미롭다.
책 속에는 사진이 많이 수록되어 읽는 즐거움이 더해진다. 당대 시대적 상황과 여성들의 삶을 통해 자연스럽게 패션과 유행의 흐름이 읽혀 신선하고 새롭다. 코르셋 스타일이 현대 패션에서 다시 등장하거나, 미니멀한 디자인이 르네상스 시대의 실루엣을 차용하는 것 등, 오늘날의 패션도 역사적 흐름 속에서 변화하고 있으며 과거의 스타일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의복은 실용과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지만 개인의 취향이나 신념을 나타내기도 하며 그 사회를 반영하는 관습 혹은 사상들 드러낸다. 초상화 속 의복은 신분과 계층을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였다. 예들 들어, 귀족 여성들은 금실로 수놓인 드레스나 고급 벨벳, 실크 의상을 입었으며 이는 자신이 속한 사회적 지위를 암시했다. 반면, 중산층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실용적 의복을 착용했으며 이는 그들의 경제적 상황과 사회적 위치를 보여준다.
의복은 한 개인의 취향과 가치관을 반영하는데, 르네상스 시대에는 넓은 소매와 강한 색채를 사용하여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는 여성이 많았으나 반면 18세기에는 섬세한 레이스와 밝은 파스텔 톤의 드레스를 통해 우아함과 여성성을 강조했다. 당시 사회의 여성관 또한 엿볼 수 있는데,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에는 여성의 의복이 종종 순결과 정숙함을 강조하는 디자인으로 높은 네크라인과 몸을 감싸는 형태의 드레스는 단정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당시 여성에게 사회가 요구하던 방향이었다. 하지만 19세기 후반으로 갈수록 활동성을 고려한 디자인이 등장하면서 여성의 사회적 역할 변화를 의복에도 반영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