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투콤마의 서재 (투콤마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1130170</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 /><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Sat, 04 Apr 2026 13:43:10 +0900</lastBuildDate><image><title>투콤마</title><url>http://image.aladdin.co.kr/Community/myface/pt_7111301702706055.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11130170</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투콤마</description></image><item><author>투콤마</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계간 미스터리 2025 겨울호_ 내 인생의 빌런은 누구인가  - [계간 미스터리 2025.겨울호 - 88호]</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1130170/17181796</link><pubDate>Sun, 29 Mar 2026 20:5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1130170/1718179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E232637019&TPaperId=1718179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403/15/coveroff/e23263701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E232637019&TPaperId=1718179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계간 미스터리 2025.겨울호 - 88호</a><br/>박광규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6년 01월<br/></td></tr></table><br/><br><br><br><br><br>미스터리를 즐길 수 있는 방법에는 한계란 없다!<br><br><br><br>&nbsp; 다소 늦은 리뷰라 머쓱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호의 리뷰를 꼭 쓰고 싶었던 이유는 여느 때보다 다양한 시도가 빛났기 때문이다. 계간지의 성격상 어느 지점에 다다르면 비슷한 흐름과 기획에 고착될 수밖에 없기 마련인데, 그것을 끊임없이 타파해가려는 적극적인 기획과 편집인들의 노력에 응원을 보내고픈 마음이다.   &nbsp;  <br><br>&nbsp; 88호의 포문을 여는 것은 &lt;미스터리 장르 전문 출판사가 본 2025년과 2026년 전망&gt;이다. 미스터리 장르 전문 출판사인 래빗홀, 북스피어, 블루홀6, 자음과모음, 황금가지, 나비클럽이 모여 자사에서 출간된 좋은 작품과 2026년에 기대되는 출간예정작과 전망을 소개하면서 동시에 지난 해, 기대에 못 미쳐 아쉬웠던 작품까지 소홀히 하지 않는 점이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는 북스피어에 출간된 찬호께이의 작품 『고독한 용의자』를 재미있게 읽었는데, 출판사 측에서는 아쉬웠던 작품으로 지적한 걸 보면 나름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던 게 아닐까 싶다(이유가 궁금하다, 작가의 명성에 비해 작품성이 아쉬웠던 걸까 수익성이 아쉬웠던 걸까). 독자와 출판사가 느끼는 간극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nbsp;<br><br><br>&nbsp; 한편, 자음과모음 출판사에서 2025년의 아쉬웠던 점에 대해 ‘완성도나 소재의 참신성은 있었으나 전개 구조와 캐릭터 호감도에서 아쉬움이 남는 작품들’에 대해 언급하는데, 나 역시 설정 자체는 훌륭하고 참신하나 서사나 캐릭터의 부재에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기에 장르문학 시장에 좀 더 다양한 세계관과 캐릭터 서사가 구축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nbsp;  <br><br>“흥분을 좀 가라앉히시고요. 안타깝지만 최순자 어머님은 코로나로 사망하신 것 같습니다. 저희가 인계해 편히 보내드리겠습니다.” “순자 언니는 코로나로 죽은 게 아니야! 살해당했어! 누가 언니를 죽였다고! 너희는 그걸 덮으려고 하는 거잖아!” / 「미스 아가페」, 김현철 작 중에서 38p   &nbsp;  <br><br>존엄을 잃고 명예에 집착하게 된 사회적 분위기, 그러나 명예를 획득하기보다는 서로에게 수치심을 먼저 안겨주기를 선호하는 명예 전쟁 속에서도, 존엄은 우리 안에 존재한다. 명예를 통해서 존엄을 얻을 수 있다고 믿어왔던 오랜 서사 문학의 전통에도 불구하고 존엄성은 오히려 명예가 아닌 곳, 명예롭지 않은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순간의 행위 속에서 성립하기 때문이다. 수치심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수치심을 두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이면서 기꺼이 앞으로 나아가는 자기 탐색의 여정이 우리에게 더 필요한 장르적 이야기일 수 있는 이유다. / 「마스터플롯으로 읽는 장르문학:④」, 박인성 연재글 중에서 181p  &nbsp;  <br><br>“미스터리 소설만 읽을 때는 내 삶과 미스터리가 무관하다고 생각했는데 글을 쓰며 알게 됐습니다. 내 삶의 꽤 많은 부분이 미스터리라는 것을.” / 이정오 수상소감 중에서 229p <br><br><br>역사는,&nbsp;어쩌면 우리가 아는 모든 장르 가운데 가장 장엄한 미스터리가 아닐까. /&nbsp;「역사라는 이름의 미스터리」,&nbsp;박소해 글 중에서&nbsp;259p  &nbsp;  <br><br><br><br><br>  &nbsp;  <br><br>&nbsp; 코로나 대유행의 시기를 배경 설정으로 묵직한 주제의식과 현실감 있는 클로즈드 서클을 완성한 신인상 수상작 「미스 아가페」, 내내 가볍게 툭툭 잽을 날리다 유쾌한 반전을 탁 내어놓는 홍선주의 「로키의 후예와의 대화」, 살인의 도구로 전락한 순간이동 장치와 이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추리쇼가 흥미진진한 「순간이동 장치는 어떠면 살인 장치일지도 모른다」 모두 재미있게 읽었다. 여기에 초단편 공모전 수상작 세 편과 제1회 나비클럽배 미스터리 백야장 수상작들도 분량은 짧지만 매우 짜임새 있는 작품들이라 읽는 즐거움이 컸다. 그 중 내 꿈을 앗아간 ‘내 인생의 진짜 빌런’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이정오의 에세이는 읽는 내내 머릿속이 크게 얻어맞은 것처럼 얼얼했다. 이 기획이 앞으로도 꾸준히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발견되지 못했을 뿐, 누구나 저마다 가슴에 미스터리 하나쯤은 품고 있기에.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403/15/cover150/e23263701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4031553</link></image></item><item><author>투콤마</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_ 이토록 다정한 행복이라니 -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양장)]</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1130170/17145730</link><pubDate>Thu, 12 Mar 2026 12:2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1130170/1714573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62136821&TPaperId=1714573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698/73/coveroff/k06213682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62136821&TPaperId=1714573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양장)</a><br/>타샤 튜더 지음, 리처드 W. 브라운 사진, 공경희 옮김 / 윌북 / 2026년 03월<br/></td></tr></table><br/><br><br><br><br><br>타샤 튜더 할머니에게서 배우는 행복의 조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알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데서 느끼는 즐거움을 잘 아는 삶이란 얼마나 행복한가! <br><br><br><br><br>&nbsp; 머릿수건을 쓰고 색 바랜 긴 드레스에 옥양목 앞치마를 두른 외양과, 마치 19세기 어느 농가의 풍경을 고스란히 담은 듯한 정원을 보고 있자니 시간이 그대로 멈춰버린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할머니. 자연주의 라이프스타일의 아이콘, 타샤 튜더. 책 속에는 일평생 그림을 그리고 정원을 가꾸며 살고자 했던 그녀의 소박하지만 정성스럽고, 다정하지만 고집스럽게 일군 삶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인생은 짧기에 오롯이 즐겨야 한다는 그녀의 말처럼, 남이 원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 즐기며 살고자 했던 그녀의 태도에서 우리는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이며 또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깨닫게 된다.    &nbsp;  <br><br>“우리가 바라는 것은 온전히 마음에 달려 있다. 난 행복이란 마음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 21p  &nbsp;  <br>“요즘은 사람들이 너무 정신없이 살아요. 캐머마일차를 마시고 저녁에 현관 앞에 앉아 개똥지빠귀의 고운 노래를 듣는다면 한결 인생을 즐기게 될 텐데.” / 61p    &nbsp;  <br><br><br><br><br><br><br><br>&nbsp;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는 미국 버몬트주의 깊은 산골에서 30만 평에 이르는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며 100권에 가까운 그림책을 남긴 것으로 잘 알려진 타샤 튜더의 자전 에세이다. 19세기 생활 방식을 좋아해서 손수 천을 짜서 옷을 만들고, 골동품 가구와 그릇을 쓰며, 일 년 내내 씨앗과 구근을 심고 꽃을 가꾸어 자급자족하는 삶으로 부지런히 일군 시간들이 사계절 속에서 유유히 펼쳐진다. 책을 읽다 보면 타샤 튜더가 예쁨덩어리라 표현하는 강아지 코기, 오래된 질그릇에서 잠드는 눈이 하나뿐인 고양이 녀석, 눈 내린 뒤에 레이스처럼 흔적을 남긴 새들의 발자국, 고양이가 그르렁대는 소리와 비슷해서 어쩐지 위안이 되는 물레질, 크리스마스 전야에 열렸던 인형들의 파티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덕분에 그 안에서 내 마음까지 한가로운 듯 평온해진다.      <br><br><br><br> 카누에는 묘하게 원시적인 구석이 있다. 아비(물새의 일종-옮긴이)가 노래 부르는 소리 같다고 할까. 아주 오래전, 내 전생의 뭔가를 살살 흔드는 느낌. / 131p   &nbsp;  <br>나는 요즘도 골동품 식기를 사용한다. 상자에 넣어두고 못 보느니, 쓰다가 깨지는 편이 나으니까. 내가 1830년대 드레스를 입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의상 수집가들이 보면 하얗게 질릴 일이다. 하지만 왜 멋진 걸 갖고 있으면서 즐기지 않는담? 인생은 짧으니 오롯이 즐겨야 한다. / 142p   &nbsp;  <br>나는 다림질, 세탁, 설거지, 요리 같은 집안일을 하는 게 좋다. 직업을 묻는 질문을 받으면 늘 가정주부라고 적는다. 찬탄할 만한 직업인데 왜들 유감으로 여기는지 모르겠다. 가정주부라서 무식한 게 아닌데. 잼을 저으면서도 셰익스피어를 읽을 수 있는 것을. / 142p   &nbsp;  <br>영국에는 이런 옛말이 있다. ‘과일도 없고 꽃도 없고 나뭇잎도 없고 새도 없는 11월’ 밭과 정원 일에 쫓기지 않아도 되는 때다. 실내에서 가정과 난로를 즐기는 계절. 내 친구들은 11월이면 뜨개질과 퀄트를 하느라 야단이다. 난롯가와 한 잔의 차를 만끽하는 때이기도 하다. 헨리 제임스의 『여인의 초상』에 나오는 구절이 떠오른다. ‘애프터눈 티를 즐기려고 떼어둔 시간보다 즐거운 때는 없다.’ / 144p  &nbsp;  <br><br><br><br><br><br><br><br><br>&nbsp; 유독 마음이 어지러운 때여서일까. 타샤 튜더 할머니의 전원생활을 보는 즐거움만으로도 마음에 큰 안식을 느꼈고,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자기답게 인생을 가꾸는 것에서 행복을 찾는 법을 배울 수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바쁜 일상에 치여 사느라 몸과 마음이 피로할 때, 행복해지고 싶은데 내 삶이 불행하기만 한 것 같을 때, 이제껏 열심히 애쓰며 살아온 일들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영혼인 타샤 튜더 할머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시길 추천드린다.   &nbsp;    &nbsp;    &nbsp;  <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698/73/cover150/k06213682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6987364</link></image></item><item><author>투콤마</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표범_ 모든 게 그대로 유지되길 원하면 모든 것을 바꾸어야 한다 - [표범]</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1130170/17140005</link><pubDate>Mon, 09 Mar 2026 15:3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1130170/1714000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9788937464&TPaperId=1714000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5225/2/coveroff/893746456x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9788937464&TPaperId=1714000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표범</a><br/>주세페 토마시 디 람페두사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24년 11월<br/></td></tr></table><br/><br><br><br><br><br>람페두사의 문장은 우아하고, 정교하고, 아름답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개인은 어떠한 가치를 추구해야 하고, 또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br><br><br><br><br>&nbsp; 리소르지멘토(Risorgimento, 부활)의 시대. 오랫동안 외세의 지배 아래 분열되어 있던 이탈리아에서 민족적 각성과 통일을 염원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던 때로, ‘붉은 셔츠를 입은 혁명가’ 주세페 가리발디가 붉은 셔츠단이라 불리는 의용군들을 이끌고 통일의 대업을 완성해가던 시기였다. 바로 이 무렵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 『표범』은 1860년 5월, 가리발디가 의용군들과 함께 막 남부 이탈리아인 시칠리아에 상륙했다는 소식과 함께 시작된다.   &nbsp;  <br><br>&nbsp; 주인공인 돈 파브리초는 시칠리아의 유서 깊은 귀족 가문의 수장이다. 사냥을 좋아하고 일면에서는 괴팍할 정도로 권위적인 면모를 보이나, 수학과 천문학에 관심이 많고 귀족치고는 시대의 흐름을 냉철하게 파악하며 유연한 사고방식을 지닌 인물이다. 한편, 돈 파브리초가 누구보다도 아끼는 조카 탄크레디 팔코네리는 변화하는 세상에 금방 적응하는 기회주의적이고 진취적인 성향으로, 가리발디가 시칠리아에 상륙했을 때는 의용군에 참가했다가 이후에는 사르데냐 왕국의 군인이 되면서 자신의 정치적 야심에 따라 부와 사랑을 적극적으로 쫓는 인물이다. 돈 파브리초의 딸인 콘첸타가 아닌, 신흥 부르주아로 떠오르는 돈 칼로제로의 딸 안젤리카 세다라와의 결혼은 격변하는 시대의 흐름과, 그에 따른 사회질서가 어떻게 재편성 되어가는지를 투명하게 보여준다.   &nbsp;  <br><br>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모한 짓은 하지 않고 현상유지에 전념하는 것? 그렇다면 얼마 전 팔레르모의 황량한 광장에 울려 퍼진 것과 같은 메마른 총성들이 의미하는 행동이 필요한 것인가? 하지만 그런 총격전들 역시 무슨 쓸모가 있단 말인가? “‘팡! 팡!’으로는 결론이 나지 않아! 그렇지 않니, 벤디코?” / 23p   &nbsp;  <br><br>늙은 여자의 빈 젖가슴을 닮은, 흐릿한 곡선을 그리는 빛바랜 돔들이 수도원들보다 훨씬 높이 서 있기는 했으나, 무엇보다 수도원들의 음울함과 독특한 성질과 위엄이 도시를 지배하여, 시칠리아의 강렬한 햇빛조차 지울 수 없는 죽음의 분위기가 감돌았다. 영주가 마차를 달리던 무렵, 밤이 가까워진 시간, 도시 풍경은 수도원들이 지배했다. 실제로 산 위의 불들은 그런 수도원을 겨냥한 것이었다. 그뿐 아니라 수도원에서 사는 사람들과 아주 흡사한 사람들. 똑같이 광적이고 폐쇄적이고 권력을 탐하는 사람들, 다시 말해 습관처럼 무위도식을 갈망하는 사람들이 산에서 타오르는 불길을 키우고 있었다. / 30p   &nbsp;  <br><br>하지만 연미복을 입고 계단을 올라온 돈 칼로제로로 상징되는 시민 혁명, 자신의 딸 콘체타의 단정한 우아함을 가려 버린 안젤리카의 미모, 예상한 혁명이 초래한 변화를 재빨리 받아들이면서 관능적인 열정으로 현실적인 동기를 치장한 탄크레디. 염려스럽고 성격도 모호한 국민투표. 이 모든 것이 오랜 세월 동안 앞발 하나만 들어 어려운 문제를 해결했던 그가, 표범인 그가 받아들여야 할 수천 가지 기묘한 일들에 속했다. / 122p   &nbsp;  <br><br><br><br><br><br><br><br>&nbsp; ‘우리는 표범, 사자였다. 우리를 대신할 사람들은 자칼, 하이에나가 될 것이다.’ 이미 자신이 속한 귀족 계급에 불기 시작한 변화를 냉정하게 관찰하고 있던 돈 파브리초는 돈이 새로운 계급을 결정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권력과 영광 또한 일시적이라는 사실을 수용할 수 밖에 없음을 직시한다. “저는 구시대와 신시대라는 두 마리 말 위에 걸터앉아 어느 쪽도 편치 않은 불행한 세대에 속합니다. (…) 우리 세대는 구석으로 물러나서 젊은이들이 이 화려하게 장식된 관대 주변에서 재주넘고 공중제비하는 모습이나 구경해야 합니다.” 이 같은 문장은 무너지는 봉건제 그 마지막을 상징하는 인물로서 구체제의 몰락과 변화의 길에서 마주하게 되는 번민과 우울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nbsp;  <br><br>“저는 부르봉 체제와 불가피하게 타협했고, 체면 때문에 애정없이 거기에 묶여 있는 구계급의 대표자입니다. 저는 구시대와 신시대라는 두 마리 말 위에 걸터앉아 어느 쪽도 편치 않은 불행한 세대에 속합니다. (…) 우리 세대는 구석으로 물러나서 젊은이들이 이 화려하게 장식된 관대 주변에서 재주넘고 공중제비하는 모습이나 구경해야 합니다. 이제는 ‘왜’ 보다는 ‘어떻게’에 마음을 열고 자신의 구체적인 관심사를 모호한 정치적 이상으로 포장하는 일, 제 말은, 양자를 조화시키는 일에 능숙한, 민첩한 젊은이들이 필요합니다.” / 230p   &nbsp;  <br><br>“친애하는 슈발레 씨. 저는 당신에게도 이렇게 대답합니다. 시칠리아 사람들은 자신들이 완벽하다고 믿고 있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에 절대로 더 좋아지려고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들의 허영심은 그들의 비참보다 더 강합니다. 낯선 사람들의 침입은, 그들이 외지인이든 독립적인 정신의 시칠리아인이든, 완벽에 도달했다는 그들의 몽상을 흔드는 사태이며,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만족감을 방해하는 위험입니다. 열 몇 개의 민족에게 짓밟혔어도 그들은 호화로운 장례식을 누릴 자격이 있는 제국의 과거가 있다고 믿고 있어요.” / 233p   &nbsp;  <br><br><br><br><br><br><br><br>&nbsp; “이들이 사라지면 다른 색 옷을 입은 다른 이들이 올 테고, 다시 붉은색 옷을 입은 자들이 올 것입니다. 그리고 어떻게 끝날까요? 우리 이탈리아의 상징인 ‘큰 별’이 있다고들 하죠.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고정된 별조차 사실 고정된 게 아니란 점을 영주님은 저보다 더 잘 알잖습니까.” 소설은 19세기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번영과 쇠락’, ‘구체제와 신체제’, ‘전통과 변화’ 앞에서 겪게 되는 갈등과 불안은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개인은 어떠한 가치를 추구해야 하고, 또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이를 고민하게 하는 『표범』은 시대를 불문하고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화두를 던진다. 무엇보다 람페두사만의 우아하고, 정교하고, 섬세한 문장이 굉장히 매력적인 작품이다. 이 책을 추천드린다.   &nbsp;    &nbsp;  <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5225/2/cover150/893746456x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52250265</link></image></item><item><author>투콤마</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흑해_ 세상의 중심이 된 바다의 역사 - [흑해 - 세상의 중심이 된 바다의 역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1130170/17084702</link><pubDate>Wed, 11 Feb 2026 03:0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1130170/1708470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52135911&TPaperId=1708470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466/89/coveroff/k05213591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52135911&TPaperId=1708470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흑해 - 세상의 중심이 된 바다의 역사</a><br/>찰스 킹 지음, 고광열 옮김 / 사계절 / 2026년 01월<br/></td></tr></table><br/><br><br><br><br><br>문명의 ‘경계선’이 아닌 ‘연결 고리’로 읽는 흑해의 역사!이제껏 알지 못했던 흑해에 관한 아주 지적이고 흥미로운 탐구! <br><br><br><br>  &nbsp;수메르의 길가메시 서사시와 성경의 창세기에 담긴 대홍수 신화의 원형이 된 무대.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가 바위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다가 헤라클레스에게 구출되었던 카프카즈 산맥과 아킬레우스의 무덤이 있다고 전해지는 다뉴브강 어귀의 바위섬이 있는 바로 그곳, 흑해. 역사적으로는 비잔티움부터 오스만제국,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전략적 목표의 중심이었고, 오늘날에는 유럽과 러시아, 중동이 교차하는 21세기 지정학의 핵심 무대임에도 불구하고, 흑해는 여전히 미지의 바다 혹은 역사의 변두리쯤으로 치부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육지 중심의 시선과 유럽이나 지중해에 치우친 역사 연구는 오랫동안 이곳에 대한 관심을 외면했다. 게다가 냉전을 거치면서 ‘동유럽’이라는 정치적·지리적 개념과 동일시되면서 굳어진 편견도 한몫 하고 있다.  &nbsp;  <br><br>&nbsp; 그런 의미에서 찰스 킹의 『흑해』는 매우 진귀한 역사서임에 틀림없다. 2700년의 흑해 역사를 아우르는 이 책은 여러 집단과 언어, 종교가 끊임없이 뒤섞이고 지리적·정치적 경계가 요동치며, 정체성이 중첩되는 거대한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흑해 연안에 고대 그리스 시대의 식민지 도시 국가들이 형성된 뒤, 천 년의 제국 비잔티움과 흑해 연안을 최초로 통합한 오스만 제국을 거쳐, 흑해의 강국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러시아와 이를 저지하려는 유럽 강대국과의 충돌에 이르기까지, 흑해를 중심으로 한 주변국들의 역사와 세계 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을 흥미롭게 서술한다.   &nbsp;  <br><br>고대 세계에서는 그리스 도시들과 교역 거점들이 줄지어 늘어서서 바다의 모든 구석을 하나의 상업망으로 연결했다. 이 상업망은 내륙에서 일어난 세력들과 페르시아 및 로마의 진출로 흔들렸다. 비잔티움제국과 북방의 유목민들, 그리고 발칸반도와 카프카즈 지역의 기독교 왕들과 대공들 간의 관계는 처음에는 이를 강화했다가 나중에는 약화했다. 흑해 세계는 중세에 제노바와 베네치아 상인들의 진취적 정신에 의해 되살아났고, 한때는 단일 제국, 심지어 오스만 술탄이라는 한 사람의 지배 아래 놓이기도 했다. 이후 러시아의 부상으로 흑해는 남북 연안을 지배하는 세력들 간의 수 세기에 걸친 투쟁의 무대가 됐다. 이어서 19세기와 20세기의 민족 운동이 제국보다는 소규모 국가를 선호하면서, 바다와 그 연안의 일부분을 새로 형성된 국민국가들의 영역으로 편입시키는 역할을 했다. / 34p   &nbsp;  <br><br>노예 무역은 오스만 치하에서 더욱 활발해졌고, 오스만은 이를 규제하기 위한 과세 체계를 마련했다. 노예는 흑해 연안에서 단일 수입원으로는 단연 가장 중요했다. 16세기에 노예 판매세는 크림 항구에서 오스만 국고로 돌아오는 전체 세입의 29퍼센트를 차지했다. 평균 판매 가격은 금화 20개에서 40개 사이로, 이는 성인 한 명의 2~3년 치 생활비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1500년부터 1650년까지 폴란드, 러시아 영토, 카프카즈에서 흑해를 거쳐 거래된 노예 인구는 대략 연근 1만 명이 넘었을 것이다. 서아프리카에서 아메리카로의 강제 이주에 비하면 낮은 수치지만, 여전히 세계에서 ‘백인’ 노예 거래 규모로는 최대였다. / 210p   &nbsp;  <br><br><br><br><br><br><br><br><br>&nbsp;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와 서방의 관계, 튀르크스트림 가스관을 통한 유럽의 에너지 공급 등 흑해는 국제 정세의 바로미터가 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주목해야 할 곳이다. ‘현재의 갈등을 단순히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야욕이나 서방의 확장 정책으로만 이해한다면, 우리는 이 지역이 품고 있는 수천 년의 역사적 복잡성을 놓치게 된다’던 역자의 말처럼, 이분법적인 시각이나 진영의 논리를 넘어, 오랫동안 수많은 문명과 민족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해왔던 흑해의 역할과 의미에 대한 진중한 고찰이 여전히 필요한 이유다.   &nbsp;  <br><br><br><br><br><br><br><br><br>&nbsp; 수록된 지도를 컴퓨터 화면에 띄워놓고 검색도 해가며 공들여 읽어야 했을 만큼 쉬운 책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700년이라는 흑해의 긴 역사를 아우르는 저자의 내공과 그 안에서 역사의 의미를 읽어내는 통찰력에 감탄하며 마지막 장까지 재미있게 읽었다. 역사에 관한 새로운 영감과 지적 즐거움을 얻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nbsp;    &nbsp;  <br><br>  &nbsp;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nbsp;<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466/89/cover150/k05213591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4668977</link></image></item><item><author>투콤마</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괜찮냐고, 철학이 내게 물었다_ 마음이 흔들릴 때 철학이 말해준 것 - [괜찮냐고, 철학이 내게 물었다 - 30인의 철학자가 오늘 나에게 건네는 철학의 말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1130170/17073829</link><pubDate>Thu, 05 Feb 2026 20:3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1130170/1707382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62135716&TPaperId=1707382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457/95/coveroff/k56213571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62135716&TPaperId=1707382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괜찮냐고, 철학이 내게 물었다 - 30인의 철학자가 오늘 나에게 건네는 철학의 말들</a><br/>임재성 지음 / 필름(Feelm) / 2026년 01월<br/></td></tr></table><br/><br><br><br><br>삶은 완벽한 답을 찾는 시험지가 아니라, 스스로 써 내려가는 원고다!세상에 지친 우리에게 ‘철학’하는 삶을 권하는 아주 친절한 철학 에세이!   &nbsp;  <br><br><br>&nbsp; 괜찮은 줄 알았는데, 괜찮지 않았나보다. 이 책의 제목을 본 순간, 이건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걸 보면. 최근 들어, 무작정 괜찮다고 달래거나 애써 외면해 왔던 감정들이 나도 모르게 불쑥불쑥 튀어나와 주체가 안 될 정도로 무너지는 순간들을 경험하고 나니, 지금의 내겐 막연한 위로보다는 구체적인 질문과 나와의 진지한 대화가 더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시작한 책 읽기는 고요하고 때로는 집요하게 나를 응시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주었다.   &nbsp;  <br><br>“우리의 모든 문제는 조용히 앉아 자신을 성찰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 파스칼  &nbsp;  <br><br>오늘의 삶과 연결하는 살아있는 철학  &nbsp;  <br><br>&nbsp; 철학서가 이렇게나 친절하고 다정할 수 있을까. 『괜찮냐고, 철학이 내게 물었다』는 우리의 삶과 가장 가깝게 닿아있는 질문들을 철학으로부터 해답을 구하는 책이다. 방황, 불안, 공허, 후회와 같은 감정들로부터 매 순간 나를 지키고, 지친 마음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삶의 기술로써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혜안을 제시한다.   &nbsp;  <br><br>우리는 저마다 다른 삶을 살고 고민의 결 또한 다르다. 내 상황에 맞는 철학자의 사유를 나의 문제에 비춰볼 때 철학은 더 이상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삶에 바로 닿는 현실적인 지혜가 된다. 그러나 스쳐 지나가듯 읽은 철학자의 사유는 내 삶을 바꾸기 힘들다. 단순히 “좋은 말이네!” 하고 덮어버리는 독서로는 내면의 변화를 끌어낼 수 없다. 철학은 머리로 이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마음으로 받아들여 삶 속에서 실천될 때 비로소 힘을 발휘한다. / 7p  &nbsp;  <br><br>깨닫지 못한 사유는 곧 잊히고, 우리는 다시 같은 고민 앞에 서게 된다. 중요한 것은 이해가 아니라 지속이다. 사유가 생각에 머물지 않고 삶의 습관으로 이어질 때, 철학은 나를 붙잡아 준다. 일상의 선택과 태도 속에 스며든 사유만이 흔들리는 순간에도 삶의 중심을 지켜준다. / 8p   &nbsp;  <br><br><br><br><br><br><br><br>&nbsp; 삶이 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예측할 수 없는 미래 때문에 불안할 때, 끊임없는 경쟁과 성취에 압박감을 느낄 때 아우렐리우스, 세네카, 에픽테토스, 몽테뉴를 떠올려보자. 이들 철학자들은 외부를 바꾸려 애쓰기보다 나의 생각과 태도를 다스리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일은 결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우리가 진정으로 살아갈 수 있는 전부이다.”라고 말했던 세네카처럼, 저자는 이미 지나간 과거의 후회나 오지 않은 미래의 불안에 사로잡히기보다는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온전히 집중하라고 우리에게 말한다. 시선을 내면으로 돌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태도와 선택에만 오롯이 집중한다면 그 어떤 외부의 소음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nbsp;  <br><br>세상이 그대에게 무슨 말을 하는지보다, 그대가 자신에게 어떤 이야기를 건네는지에 더 귀 기울여야 한다. / 47p   &nbsp;  <br><br>감정을 언어로 명확히 표현하는 것은 감정 관리의 강렬한 도구다. 막연한 불쾌감도 “나는 무시당했다고 느껴 화가 났다”라고 구체화하면, 감정은 더 이상 나를 흔드는 모호한 힘이 아니라 다룰 수 있는 문제로 바뀐다. 명명된 감정은 이미 절반은 다스려진 것이다. 감정을 다스린다는 것은 억압이나 회피가 아니라, ‘이해를 통한 자유’에 이르는 과정이다. 외부 사건은 바꿀 수 없지만, 그 사건이 내 안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어떤 반응으로 이어질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이 선택의 힘을 손에 쥐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감정의 노예가 아닌 삶의 주인이 된다. / 55p   &nbsp;  <br><br>피할 수 없는 고난이라면, 거부보다 수용이 더 큰 힘을 준다. 거부와 저항은 마음을 소진시키지만 수용은 내면을 단단하게 만든다. 한 번 고난을 겪어본 사람은 그 무게와 깊이를 알기에 다음 고난 앞에서 덜 흔들린다. 그것이 삶이 주는 면역력이다. 고난 속에는 배움이 숨어 있다. 무너뜨리는 독이 아니라 성장시키는 스승이다. “이 고난을 통해 나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순간, 고통은 의미로 바뀌고 우리는 한 걸음 더 성숙해진다. / 123p   &nbsp;  <br><br><br><br><br><br><br><br><br>&nbsp; 이 외에도 책은 왜 살아야 하는지 의문이 들 때면 빅터 프랭클의 철학을, 나이 듦이 아쉽고 속상할 때면 키케로의 철학을, 고난의 무게에 짓눌릴 때면 니체의 철학을, 삶이 공허하다고 느낄 때는 하이데거의 철학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내 삶과 마음이 온전치 않다고 느낄 때 이들의 철학을 빌어 나만의 생각을 펼쳐나가는 연습을 해보다 보면, 고통은 의미로 바뀌고 우리는 한 걸음 더 성숙해지지 않을까.   &nbsp;  <br><br>많은 것을 바꾸고 싶다면 먼저 많은 것을 기꺼이 받아들여라. / 160p   &nbsp;  <br><br>짐을 덜어달라 기도하지 말고, 그 짐을 감당할 강한 어깨를 달라 기도하라. / 169p  &nbsp;  <br><br>&nbsp;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했다. “숙고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자신의 존재와 행위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성찰하지 않는다면 타인의 기대와 사회의 흐름에 휩쓸린 채 살아갈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이때 자기 성찰은 거창한 의식이 아니라, 매일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는 작은 습관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나는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가치를 따라 살아가고 있는지, 매일의 사소한 성찰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 수 있다는 책의 메시지를 잊지 말아야겠다.   &nbsp;  <br><br><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br><br><br>  &nbsp;    &nbsp;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457/95/cover150/k56213571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4579542</link></image></item><item><author>투콤마</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다정한 기세_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려면 - [다정한 기세 - 지치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는 용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1130170/17057483</link><pubDate>Fri, 30 Jan 2026 14:5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1130170/1705748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82135483&TPaperId=1705748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413/32/coveroff/k782135483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82135483&TPaperId=1705748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다정한 기세 - 지치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는 용기</a><br/>서울라이터 박윤진 지음 / 윌북 / 2026년 01월<br/></td></tr></table><br/><br><br><br><br><br><br>다정한 기세가 일과 일상의 균형을 만든다!배우고 실패하고 다시 시작하며 성장하는, 연약하면서도 끈질긴 존재들을 위한 위로와 희망!<br><br><br><br>&nbsp; 다정과 기세라니.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단어의 조합이 이렇게나 절묘하다. 생각해보면 다정함이란 것은 감정의 영역이라기보다 태도의 영역에 가까워서, 내가 사랑하는 일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힘은 결국 일과 일상 그리고 나와 타인과의 관계를 다정하게 보듬는 태도와 의지에 있다는 것을 저자는 낯설지만 이처럼 간결한 언어로 표현한다. 『다정한 기세』는 그런 책이다. 오늘도 어쩔 수 없는 좌절과 마음의 소란을 버텨내며 다정한 기세로 성실히 달려온, 진짜 실력과 내공을 가진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한 분투를 담은 믿음직한 선배 같은 책. 읽다보면 안온하지 않았던 나의 하루도 긍정하게 되는 바로 그런 책.   &nbsp;  <br><br>“힘내지 않아도 힘은 쌓여가고 있으니 작은 걸음으로 나아갑시다.”&nbsp;/ 표지 중에서   &nbsp;  <br><br>&nbsp; 박윤진은 20년 경력의 프로 카피라이터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처음 광고 업계에 몸을 담기 시작한 사회 초년생 시절부터 제일기획과 대홍기획을 거쳐 ‘서울라이터’라는 브랜드를 론칭해 홀로서기까지, 책은 그녀가 프로 직업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은 각종 시행착오와 그 안에서 깨달은 여러 삶의 노하우들을 전한다. 이 책은 결코 성공을 쫓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고 싶다면 그 답은 의외로 일을 ‘덜’ 하는 것”이라던 그녀의 말처럼 사회가 원하는 명함이 아닌, 보다 나답게 살며 일과 일상을 균형감 있게 돌보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덕분에 저마다 삶의 무게는 다르지만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는 이유로,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nbsp;  <br><br>너는 아마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 거야. 너의 땀을 보고 있는 사람이 있어. 네가 누군가의 땀을 보고힘을 얻었던 것처럼. 땀은 흘러서 끝나는 게 아니야.땀은 너 혼자만의 것이 아니야.너는 분명, 누군가의 태양. - 포카리스웨트 TV 광고(2025) / 25p   &nbsp;  <br><br>일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고유의 직업병이 있다. 음악가는 좋은 음악을 가만히 듣지 못하고 드라마 작가는 드라마를 편하게 보지 못한다. 심리상담사는 친구의 하소연을 자꾸만 분석하고 피부과 의사는 작은 잡티 하나에도 손이 근질거린다. 오랜 시간 같은 동작을 반복하면 굳은 살이 생기듯 직접도 우리 몸과 마음이 깊은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때로는 피곤하고 괴롭지만 직업병이 있다는 건 사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는 증거가 아닐까. / 47p   &nbsp;  <br><br><br><br><br><br><br><br><br>&nbsp; 변변찮은 재주지만 나 역시 글을 쓰는 사람이라서, 매번 창의적이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을 다루는 그녀만의 노하우가 궁금했다. 그런데 그녀는 의외로 창의성은 중복 신경망의 과부하가 만들어낸 별종 신경이라서, 별종 신경이 만들어질 때까지 신경망을 과부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니까 ‘반복적으로, 꾸준히, 오래’가 답이라는 것이다. 식단 관리를 하듯 좋은 콘텐츠들을 섭취하고 쓰는 감각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자신만의 공간에 계속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이다. 20년 동안 현장에서 일하는 전문가도 매일 갈고 닦는다는데 나라고 무슨 다른 도리가 있겠나. 덕분에 ‘꾸준히 계속하는 힘’을 또 한번 믿어보려 한다. 하루하루 쌓은 힘이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거라고.     &nbsp;  <br><br>세상엔 천재가 너무 많지만 언젠가는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수많은 천재 중 하나로 여겨질 날이 찾아올지 모른다. 그러니 자신을 믿고 꾸준한 노력을 계속해나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가장 쉽지만 효능 있는 재능은 꾸준히 쓰는 힘이다. 쓰고 고치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실력이 쌓이고 내공이 커지는 법이다. 여느 글쓰기처럼 카피도 쓰면 쓸수록 반드시 는다. 좋은 카피는 수많은 문장 사이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한 줄이고, 수없이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지층처럼 쌓인 노력이 만든 결과물이다. 더 나은 답을 찾기 위해 꾸준히 쓴 오래 걸린 말. 카피라이터는 그 말을 찾는 사람이자 끝까지 써내는 사람이다. / 57p   &nbsp;  <br><br>머지않아 우리 모두는 각기 다른 ‘나’라는 브랜드로 살아야 할지 모른다. 아니, 날 때부터 다르게 태어났으니 이미 나라는 브랜드는 그때부터 시작됐을 수도 있다. 퍼스널 브랜딩은 그 자체로 성장하는 과정이다. 내가 모르던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끊임없이 탐구하게 되니 말이다. 자신을 중심으로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면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어떤 이름으로 불리고 싶은지, 세상에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지에 대한 답을 먼저 찾아보자. 이 모든 질문에 답을 찾았다면 당신의 퍼스널 브랜딩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 70p   &nbsp;  <br><br><br><br><br><br><br><br><br>&nbsp; 우리는 모두 ‘뒤집힌 양말 같은 존재’라는 책 속의 글귀가 마음에 맴돈다. ‘겉면에는 웃는 얼굴, 화려한 꽃, 귀여운 강아지 그림이 수놓아져 있지만 정작 그 속을 뒤집으면 서로 엉켜 있는 색색의 실밥들이 드러나는 양말’처럼 우리는 모두 속으로는 엉키고 꼬인 실밥들을 숨기며 살아가는 게 아닐까 하고. 그러니 좀 더 다정해져야지. 서로의 엉킨 실밥을 자주 들여다보고 보이지 않는 것들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되어야지 하고 마음먹게 된다.   &nbsp;  <br><br>몇 해 전 읽은 책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가 떠오른다. 진화에서 살아남는 건 가장 강한 존재가 아니라 가장 다정한 존재, 잘 협력하는 개체고 그들이 더 오래 살아남고 더 많은 후손을 남긴다는 내용이었다. 그 말이 옳았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았다. 사람뿐만이 아니다. 다정한 대화, 다정한 음식, 다정한 마음과 시간이 결국 살아남았다. 마음을 열고 친절을 나누면 분명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 148p   &nbsp;  <br><br>&nbsp; 좋아서 시작한 일이건만 밀려드는 업무와 몰아치는 시간을 버텨내는데 급급할 때면, 삶의 균형이 무너져 당장이라도 일을 그만두고 싶을 때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힘을 내볼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싶을 때면 그녀가 내게 건네었던 이 사려 깊은 언어들을 떠올려봐야겠다. 이왕이면 다정한 기세로 살아보자고 한번 더 다짐해보면서.      &nbsp;  <br><br><br>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nbsp;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413/32/cover150/k782135483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4133211</link></image></item><item><author>투콤마</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필경사 바틀비_ 아, 바틀비! 아, 인간이여! - [필경사 바틀비]</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1130170/17046984</link><pubDate>Mon, 26 Jan 2026 12:5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1130170/1704698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912955&TPaperId=1704698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7110/55/coveroff/893291295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912955&TPaperId=1704698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필경사 바틀비</a><br/>허먼 멜빌 지음, 윤희기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08월<br/></td></tr></table><br/><br><br><br><br><br>  &nbsp;  바틀비는 나에게 있어서 잊을 수 없는, 가장 특별한 캐릭터 중에 하나가 되었다!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생하는 여러 부조리한 문제들을 상징적으로 다룬 허먼 멜빌 문학의 정수!<br><br><br><br><br>&nbsp; “하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nbsp; 세상에! 바틀비, 이 사람 어쩌면 좋지? 오늘도 기어이 고용주의 부탁과 명령에 ‘하고 싶지 않다’고 거절하는 이 남자. 때로는 다정하게 설득해보고, 때로는 내쫓겠다고 윽박도 질러보건만 그는 오로지 필경사라는 자신의 본분에만 충실할 뿐이다. 심지어 어느 시점부터는 필경 일조차 내려놓고 특유의 파리한 얼굴로 우중충한 벽돌 벽만 바라보고 있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정말 환장할 노릇이다. 더욱이 무언가를 하지 않겠다는 그의 선언은 19세기 중반의 뉴욕이 배경인 현실과 자본주의 사회가 요구하는 이상적인 태도와도 배치된다. 왜 그는 한사코 ‘하지 않기’를 택하는 걸까. 어째서 그는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사회의 질서를 거부하고 이해를 구하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걸까. 그는, 대체 왜.   &nbsp;  <br><br>구인 광고를 보고 찾아온 그 젊은이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어른거린다. 병약해 보일 정도로 파리하지만 곱상한 얼굴, 누가 봐도 선한 느낌을 주어 오히려 연민을 불러일으킬 것 같은 단정한 태도, 그리고 무엇으로도 지울 수 없을 것 같은 쓸쓸한 인상! 바로 바틀비였다. / 「필경사 바틀비」 중에서 23p   &nbsp;  <br><br>&nbsp; 그러고 보면 바틀비는 자기 삶에 대한 어떠한 적극성도 취하지 않는다. 그냥 그 자리에 ‘있을’ 뿐이다. 소설은 끝끝내 바틀비가 왜 그러기를 택했는지 이렇다 할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는다. 다만, 고용주가 들은 어떤 짤막한 소문을 통해 짐작해 볼 뿐이다. 그 소문이란, 바틀비가 워싱턴의 배달 불능 우편물 취급소에서 근무하다 조직 개편에 따라 갑자기 해고되었다는 것인데, 그의 일과라는 것이 배달되지 못한 죽은 편지들을 다루고 그것을 분류해 불길 속에 넣는 작업이었다고 한다.   &nbsp;  <br><br>&nbsp; 어쩌면 수신되지 못한 편지 속에는 이따금 누군가를 돕는다고 보낸 지폐도 있고, 반지도 있었을 것이다. 만약 그 편지가 진즉에 닿았더라면 그 돈으로 오늘의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용기와 희망을 가지라는 지인의 따뜻한 말에 다시 살아갈 힘도 얻었을 테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무용이 되어버린, 가닿지 못할 편지를 소각해야 했던 바틀비의 심정이란 어떠한 것이었을까를 상상해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택한 그의 태도는 삶에 대한 환멸과 허무함에 대한 한 인간으로서의 절규이자 반항 같은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nbsp;  <br><br>바틀비가 떠날 거라고 가정한 것은 정말 멋진 생각이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건 내 생각이지 바틀비의 생각이 아니었다. 문제의 핵심은 내가 그가 떠나리라고 생각했느냐 안 했느냐가 아니라, 바틀비가 그럴 마음이 있느냐 없느냐였다. 바틀비에게는 어떤 전제나 가정보다 그럴 마음이 있느냐가 중요한 문제였다. / 「필경사 바틀비」 중에서 58p <br><br>어디서도 한마디 말조차 새어 나오지 않았다. 철제 동물 같은 기계들이 움직이며 계속 나지막하게 뱉어 내는 윙윙거리는 소리가 공장 안 분위기를 압도할 뿐, 다른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인간의 목소리는 아주 멀리 추방된 것 같았다. 이곳에서는 인간들이 자신의 노예라고 호언장담하던 기계들이 보란 듯이 서 있고, 인간들이 비굴하게도 그 기계들을 섬기고 있었다. 노예들이 술탄을 섬기듯, 끽소리 못하고 굽실거리며 기계들을 섬기는 인간들. 기계의 부속품인 회전 기어? 아니, 이곳 처녀들은 그보다도 못한, 심지어 회전 기어의 이에 지나지 않는 존재였다. / 「총각들의 천국, 처녀들의 지옥」 중에서 124p  &nbsp;  <br>「하지만 매일 하루 세끼 다 먹이는 건 아니잖소. 젤리가 걸인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구호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그냥 돈 좀 주고 사는 향료가 들어가지 않은 소고기나 빵 같은 것, 손이 많이 안 가고 간단히 해 먹을 수 있는 그런 게 더 낫지 않을까요?」「하지만 여기서는 그런 밍밍한 소고기나 빵을 먹지 않아요. 황제들, 섭정 왕세자들, 국왕들, 야전 사령관들이 그런 소고기나 빵을 먹겠습니까? 그래서 보신 것처럼 남은 음식이 다 저런 것들이죠. 혹시 국왕들이 남긴 빵 부스러기와 다람쥐가 먹다 남긴 부스러기가 같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 「빈자의 푸딩, 부자의 빵 부스러기」 중에서 170p  &nbsp;  <br><br><br><br><br><br><br><br><br>&nbsp; 이 외에도 열린책들 세계문학전집 속에는 허먼 멜빌이 쓴 여러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멜빌이 보여주는 것은 바로 문명이 발달한 현대 사회 속 불행한 타자를 둘러싼 문제, 해결되지 않는 사회적·윤리적 딜레마’라는 윤희기 역자의 말처럼,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생하는 여러 부조리한 문제들을 상징적으로 다룬 작품들이 인상적이다. 이제껏 허먼 멜빌의 대표작인 『모비 딕』만 알고 있거나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단편 소설집을 꼭 읽어보시라 추천하고 싶다.    &nbsp;  <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7110/55/cover150/893291295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71105570</link></image></item><item><author>투콤마</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후리_ 나는 한 권의 책이야, 진실한 결말을 찾고 있는…  - [후리 - 2024 공쿠르상 수상작]</title><link>https://blog.aladin.co.kr/711130170/17021468</link><pubDate>Wed, 14 Jan 2026 22:2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11130170/1702146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48637&TPaperId=1702146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7906/47/coveroff/893744863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48637&TPaperId=1702146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후리 - 2024 공쿠르상 수상작</a><br/>카멜 다우드 지음, 류재화 옮김 / 민음사 / 2025년 12월<br/></td></tr></table><br/><br><br><br><br><br><br>이제는 ‘잊고 싶은’ 역사가 되어버린 존재들에 관한 이야기!지난한 폭력의 역사로부터 잃어버린 목소리를 회복하는 눈부신 역작!<br><br><br><br>&nbsp; 이거 보여? 난 멈추지 않는 커다란 미소를 짓고 있어. 난 벙어리, 아니 거의 벙어리야. &nbsp; 얼핏 천진난만해 보이는 말투지만 누구라도 그녀의 ‘미소’를 보고 나면 이내 마음이 불편해지고 마는 그 이름, 오브. 새벽을 뜻하는 그 이름처럼 그녀의 시간은 이십 년 전, 다섯 살이었던 1999년 12월 31일의 새벽녘에 멈춰버렸다. 그날 오브는 이슬람 무장단체의 습격을 받아 목이 그어지는 참극을 맞았지만 가족 중 유일하게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nbsp;  <br><br>&nbsp; 하지만 충격의 여파로 성대를 잃고, 목에 삽입한 튜브로 호흡하며 살아야 하는 운명만큼은 피할 수 없었다. 다행히 지금의 엄마인 독신 여성 변호사 하디자에게 입양되어 현재는 해안 도시 오랑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며 살고 있지만 그녀는 자신의 목에 남겨진 학살의 흔적을 단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다. 그런 오브를 향해 하디자는 곧잘 이렇게 말하곤 했다. 넌 한 권의 책이라고. 전쟁과 학살의 흔적을 이야기하는 살아 있는 증거라고.      <br><br><br>“넌, 넌 한 권의 책이야.” 엄마는 내게 맹세하듯 말하곤 했어. “진짜 책. 우리가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을 이야기하는 책. / 20p   &nbsp;  <br>유일무이한 책이며, 성급한 살해 속에, 성급한 밤 속에 쓰인 책이라 할 나를. 망각으로부터 보호되어 알제리의 진짜 전쟁의 진짜 이야기를 지켜 내는 책인 바로 나를 말이야. 물론 넌 모르겠지, 하나의 삶 속에 얼마나 많은 자갈이 들어 있는지. / 36p   &nbsp;  <br>오랑은 기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잊기 위해 만들어진 도시야. 몇 년 전 신의 도살자들이 일으킨 전쟁의 흔적은 여기에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아, 나 말고는 말이야. 마치 탯줄처럼 감기고 풀리면서 널 감싸고 있는 나의 이 기나긴 이야기 말고는. 건물 아래서 행여 나와 마주차기라도 하면 나를 둘러싸고 사람들이 그렇게 신경질적으로 변하는 것도 아마 그래서일 거야. 내 목의 구멍을 통해 알제리 내전으로 죽은 수십만의 사람들이 자신들을 노려보는 것 같다고 느끼는 걸 눈치챘는지도 모르지. / 51p   &nbsp;  <br><br><br><br><br><br><br><br>&nbsp; 하지만 침묵을 강요하고 비극의 역사를 지우려는 국가의 시도 앞에서 오브는 거슬리는 존재일 뿐이다. 꾸밈을 금지하는 남성 중심의 알제리 사회에서 그녀의 미용실 또한 경계와 적대의 대상일 뿐이다. 마치 예견된 미래처럼, 처참하게 유린당한 미용실의 흔적을 바라보며 오브는 여성에게는 너무나 가혹하기만 한 이런 세상에서 과연 뱃속의 아이인 후리를 낳아도 되는지 깊은 의구심에 빠진다. 결국, 오브는 자신이 두 발을 딛고 사는 이 땅의 현실과 고통의 실체를 정면으로 마주하기 위해 학살의 현장이었던 고향으로 떠날 결심을 한다. 그렇게 상처의 근원 한가운데로 깊숙이 걸어들어감으로써 1999년 12월 31일에 멈춰버린 오브의 시계가 다시 작동하기 시작한다.   &nbsp;  <br><br>그때 난 다들 더 이상 우릴 기억하는 걸 원치 않는다는 걸 깨달았지. 숫제 우리에게 우리의 기억을 의심해 볼 것을 요구했어. 온 나라가 그 상처를 치유하는 대신, 오히려 지우고, 의심하게 했지. 그리고 그걸 당연한 흐름으로 만들어 버렸어. 아, 그래 맞아! 솔직히 말하면, 나도 의심하기 시작했어. 그러면서 점점 더, 아무 일도 일어난 적이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어. 내 목에 난 구멍이, 내 안에서 제 꼬리를 무는 그 언어로 말하는 것만큼 그건 그리 끔찍한 일이 아니었다고 믿으려 애썼어. 보다시피 기억이란 항상 물 위에, 모래 위에, 그러니까 변하고 흩어지는 물질 위에 쓰이는 거니까. / 155p   &nbsp;  <br>내 딸아, 설령 네가 우리처럼 대화할 수 없다 하더라도, 우리에게 중요한 걸 말하기 위해서야. 이 나라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껄이고, 수다와 목소리로 넘쳐나지만, 중요한 건 너의 목소리야, 네가 속삭일 때조차. 하느님께서 너를 속삭임으로 만드신 건, 네가 말할 때 우리 모두를 침묵시키기 위해서야. / 260p   &nbsp;  <br>아무 손도 대지 않은 진실의 가장자리에서, 나는 마침내 몸을 던질 때가 되었음을 느꼈다. 이번에는 내 속으로 잠수하듯 뛰어들어, 내 상처를 다시 열고, 꿰맨 자국을 뜯어야 했다. 그리고 내 ‘미소’ 속으로 뛰어들어, 그것이 어디에서 왔고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알아내야 했다. 그래, 네가 내게 목소리를 되돌려줄 거야, 난 속으로 속삭였다. 나는 한 권의 책이야, 행복한 결말을, 아니 적어도 진실한 결말을 찾고 있는. / 502p   &nbsp;  <br><br><br><br><br><br><br><br><br>&nbsp; 소설 『후리』는 이른바 ‘검은 10년’이라 불리는 알제리 내전의 희생자와 생존자들의 말할 수 없는 고통과 기록되지 못한 기억들을 문학이라는 언어로 회복한 눈부신 역작이다. 폭력과 권력은 얼마나 쉽게 개인의 아픔을 묵과하는가. 신앙이 정치와 결탁하면 얼마나 포악무도해질 수 있는가. 살아남았다는 이유로 사는 것이 수치가 되어버린 생존자들의 고투와 상흔을 유려하고 시적인 문장으로 보듬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작품이다. 이 책을 적극 추천드린다.   &nbsp;    &nbsp;  <br><br>  &nbsp;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7906/47/cover150/893744863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79064754</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