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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란다 나무의 아이들
사하르 들리자니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이슬람 혁명과 이란. 나는 얼마전까지 거의 무지하다싶을 정도로 아는 것이 없었다.
얼마전 IS에 관련한 뉴스와 세계를 공포로 사로잡히게 만든 동영상과 사진들이 나를 큰 혼란속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뭐지? 이 사람들은 왜 이러는거야? 제정신인건가?? 저쪽으로 넘어간 한국애는 뭐야... 세상이 어떻게 될려고 이러는거야..
도무지 내 상식으로는 이해할수 없는 일들이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미드 홈랜드를 보게 되었는데, 배경이 이란이었고 군인이었던 주인공은 포로로 잡혀 긴 시간동안 살아남기위해
이슬람교로 개종하게 되고, 그를 괴롭히고 돌봤던 사람들에 동화 및 세뇌가 되어 모든 잘못은 미국이다.
미국의 잘못된 사람들을 처단해야한다. 라는 생각으로 테러를 저지르려 한다.
결국에는... 일련의 일들로 죽음을 맞게 되지만
드라마 내내 나오는 이란의 상황과 그곳을 주무르는 군대들에 대해 묘사되는걸 보면서 많은게 궁금해져왔다.
내가 <자카란다 나무의 아이들>에 관심이 간건 바로 이런 이유였다.
이슬람 혁명 후의 이란을 배경으로 한 소설.
이슬람 정권에 맞서는 부모를 가졌던 작가는 그 연유로 교도소에서 태어나게 되고, 12년후에 미국으로 이주하게 되지만
자신의 이런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아 자카란다 나무의 아이들을 써낸다.
이란의 독재의 시대속에서 태어난 아이들 .. 그 사진속의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슬람 혁명으로 인한, 무력과 탄압, 죽음, 전쟁, 시위, 숙청... 슬프고 비극적인 이야기들이
자카란다 나무와 동일시 되어 아파하기도하고 버티기도 하고 꽃피우기도 한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나는 자카란다 나무에 대해 처음 들었어서 검색을 해봤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보라색 꽃을 가진 사랑스럽고 그림같은 나무가 있다니.
난 처음보았다.
굵은 뿌리와 단단한 줄기로 아름다운 연보라색 꽃을 피우는 향기로운 자카란다 나무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그들이 단단한 나무 이길 바랬고, 세상을 바꿀수 있다 생각했고, 그들의 사랑과 꿈, 자유를 꽃 피우길 원했다. 허나 그들의 추억과 자유는 뿌리째 뽑히고 찢겨나갔고 그들 안에 자라던 나무는 사라졌다.
"아자르는 새로 알게 된 엄마 노릇에 푹 빠져 있었다. 그녀는 부푼 젖가슴을 자랑스럽게 내밀고 다녔다. 조사실에서도 젖이 돌아 가슴이 부풀면 마음이 설렜다. 마치 가슴이 자신을 보호해주는 것 같은, 자신을 천하무적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조사관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뭐라도 하나 걸리라는 심정으로 똑같은 질문을 순서를 달리해서 되풀이할 때에도 그녀의 젖꼭지에서는 따뜻한 젖이 스며나왔다. 아자르는 조사관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했다. 대신 그녀는 아기를 갈망하는 몸이 따뜻한 젖을, 수액(樹液)처럼 달콤하고 끈적끈적한 액체를 만들어내는 데에 집중했다. 우리 안에는 나무가 있어. 이스마엘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걸 찾아내는 건 시간문제야."
"4년전, 레일라의 두 언니, 파리사와 씨민은 이 남자들과 똑같은 군복을 입고 똑같은 언어를 사용하며 거머 쥔지 얼마 안된 권력의 먼지를 뒤집어쓴 남자들에게 끌려갔다. 그 권력의 먼지는 지금은 잘 내려앉아 또 한겹의 피부가 되었고 그들의 눈에 확고한 신념을 심어 주었다. 그들은 파리사와 씨민을 마치 범죄자인 양 수갑을 채우고 눈가리개를 해서 끌고 갔다. 불온한 생각을 하고 불온 한 대화를 나누어 위대한 아버지들의 밤잠을 설치게 만들었다는 것이 죄목이었다."
천으로 얼굴과 머리를 감싸고 검은 천으로 모든걸 덮고 말도 함부로 못하고 누구도 믿지 못한다.
이란의 독재에 핍박을 받던 암울하고 슬픈 시대의 사람들...
우리나라도 그 역사를 지나 지금의 자리에 있게 되었기에 비슷한 아픔을 그린 이 이야기가 더욱 와닿았는지도 모르겠다
가족을 등지고서라도 이 시대를 바꿀려고 노력했던 부모들. 허나 그것은 그 시대에 반역과 다름 없는 일이었고, 요주의인물들이었다.
척박하고 암울한 시대속에서 태어난 자카란다 나무의 아이들이 잡혀간 부모대신 그 자매나 조부모의 손에 커가고 부모들은 교도소에서 박해를 받고 처형되고.. 슬픔의 고리는 쉽사리 끊어지지 않는다.
"이란-이라크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1988년 7월에서 8월 사이 약 4, 5천 명의 젊은 남녀가 처형되었다. 정부는 숙청을 감독하기 위해 교도소마다 3인 위원회를 설치했다. 그 위원회는 나중에는 ‘죽음의 위원회’라고 불리게 되었다. 각 위원회는 검사와 판사, 정보부 대표로 구성되었다. 이 3인 위원회가 모든 정치범을 면담했고 ‘뉘우침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 죄수들의 처형을 명령했다.
죄수들은 한꺼번에 지게차에 올라탔고 30분 간격으로 크레인과 기둥에서 교수형을 당했다. 소총부대에 의해 총살당한 사람들도 있었다. 자정이면, 시신들을 싣고 과거에는 종교적 소수자들을 위한 묘지였던 하라반 묘지로 가서 한꺼번에 묻어버렸다. 긴 통로처럼 땅을 파고 시신들을 던진 후 흙을 꽉꽉 눌러 밟아서 그곳이 무덤인 줄 알지 못하게 했다. 어떤 형태로든 비석을 세우면 세우는 족족 파괴되었다"
이름이 낯설어 앞에 설명 되어있는 패밀리트리를 몇번이나 들쳐가며 읽었다
비극적인 시대를 살아가는 쓰러지지 않는 얽히고 얽힌 3대의 이야기. 가족간의 사랑과 그들을 지키고 지금의 시대가 아닌 보다 나은 곳 보다 자유롭게 살아가게 하기 위한 목숨을 건 그네들의 삶의 투쟁과 사랑은 자카란다 나무처럼 아름다웠다.
그러한 그들이기에 고향집 앞마당에 화려하고 아름답게 핀 자카란다 나무를 꿈꾸며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한 삶을 위해 살아간다.
여러말 보다 이 책의 아름다움은 직접 읽어봐야 알것 같다.
상상보다 더 참혹한 실상. 더욱 강렬한 삶의 의지. 자유에의 갈망. 가족간의 사랑.
마음 뭉클함이 저릿저릿 남아 이 책의 이쁜 색감이 더욱 슬퍼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