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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내 안의 우주 - 응급의학과 의사가 들려주는 의학교양
남궁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6월
평점 :

이 책은 소화, 심장, 호흡, 신장, 내분비, 면역, 피부, 근골격, 생식, 중추신경, 감각, 삶과 죽음의 순서로 각 장기를 중심으로 질병으로부터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면역체계의 작동방식에 관하여, 생체조직으로 만들어진 반영구적인 모터 심장이 얼마나 열심히 뛰고 있는지,우리 몸의 형태와 움직임을 만드는 바탕인 뼈,근육, 신경을 타고 뇌까지 이동하는 감각기관,삶과 죽음에 관한 과학적 통찰,내용은 다소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지만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비유로 명쾌하게 전달한다. 또한 최신 의학 정보와 17년의 임상경험을 통한 드라마틱한 이야기도 있기 때문에 흡입력이 대단하고 작가가 읽어도 재미있다는 의학 교양서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 몸이 얼마나 정교하고 기적적인지를 실감할 수 있다. 과학에 대해 어렵게 느끼지만 가까워지고 싶다면.. 이공계 전문가가 아니어도 충분히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슬쩍 책을 펼쳐보았다가 놀래서 다시 덮질 않길 바란다^^ 수학과 과학과 전혀 친하지 않은 나 역시도 결국에는 읽어보길 참 잘했다 생각했다.
이 책은 특히 의학과 과학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도 추천한다. 어떤 전공을 할지, 어떤 길로 나아갈지 고민된다면 이 책을 읽고 나에 대해서 더 잘 이해하고 더 나아가 “몸”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맛 볼수 있다.
서문에는 저자가 말하는 인체의 기적, 인체의 신비에 대해서는 작은 에피소드 일 수 있지만 둘째 아이를 낳으며 확실히 깨달았다. 아이가 엄마 몸 속에서 10달을 있으며 어떤 과정으로 성장을 하고 성숙되어 나오는지, 반대로 한달이나 두달이라도 아이가 일찍 나오게 된다면 태어난 이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는 엄마로서 조산한 아이를 케어하며 절절히 체험했기에 첫째가 아무 이슈없이 태어났음에 감사하고 둘째에게는 조산했음에도 불구하고 잘 자라주어 너무 감사했다.
둘째가 32주 1.2kg로 나오면서 제일 큰 이슈로는 미성숙한 폐와 미숙아 망막증이었다. 폐성숙을 위한 주사를 맞고 아이가 태어났지만.. 스스로 울었던게 기적이라 했을만큼 폐가 들 자라서 태어났고 그로 인해서 70여일을 NICU에 있으면서도 불안한 호흡으로 퇴원이 3-4번이 미뤄지면서 애간장을 태웠다. 퇴원 해서도 호흡이 어려워 청색증이 오지 않을지 맘 졸이며 옆에서 밤을 샌적도 여러 번 있을정도로..(물론 이건 기억의 재조작 일수도 있다. 분명 나는 눈을 뜨고 밤을 샜다 할 수 있지만..몸은 누워서 잤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거의 두돌가까이 까지는 스테로이드를 달고 살며 매일 네블라이져와 응급실도 여러번 쫓아다니기도 했다.
두번 째 이슈는 미숙아 망막증이었다. 쉽게 말해 망막의 혈관이 다 자라기도 전에 세상에 나와 망막의 혈관 형성 부위와 혈관 무형성 부위의 경계에서 비정상적인 섬유혈관증식이 발생한다. 간단하게 말하면 시력이 안좋아지고 심하면 실명하는 것이다. 엄마 뱃속에서 망막 혈관이 다 자랄 때까지 산소나 빛을 접촉하지 않고 자란다는게 너무 당연하지만 그러지 못했을때 겪어야 할 아이의 인생은 많은 변화가 따르는 것이다. 사실 내가 겪은 이슈는 그야말로 작은 부분에 불과 할 수 있다. 심장이나 뇌등 더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장기가 정상 범주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그걸 회복하기까지의 과정은 정말 녹록치 않다. 이렇듯 우리 몸이 뇌부터 발끝까지 균형을 이루며 쉬지 않고 일을 하며 생활을 하는 것은 매 순간 순간이 그야말로 기적이다. 그러니 너무 당연시 여기지 말고 열심히 일해줘서 고맙다고 정말 위해줘야 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몸을 '우주'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우주를 품은 환자들은 스스로가 모두 절묘한 치유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하며 그 사실을 간과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저자는 의사이지만 인체 스스로가 병마를 스스로 이겨내도록 돕는 '보존적치료'를 우선순위를 두고 치료한다는 말에 이 책에 매력을 확 느꼈다.
책을 소개하는 각 파트의 순서는 의사가 되어가는 커리큘럼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사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순서가 아니라 조금 의아하기도 했는데 서문을 읽다보니 궁금증이 풀렸다.


의학 서적답게 몸을 나타내는 그림이 많이 나온다. 그런데 그림만 보고 섣불리 재미없다고 속단하지 말기 바란다. 이런 의학적인 내용이 그림과 함께 정말 어렵지 않게 풀어져 있고 설명이 필요한 단어들은 책 뒷쪽이 아닌 바로 옆에 설명이 친절하게 나와있기 때문에 읽으면서 흐름이 끊기지 않게 읽을 수 있다. 또한 응급실에서 다양한 환자를 만나 본 이야기들이 흥미 진진하고 재미있다. 때로는 긴급한 상황을 잘 넘겨서 함께 안도의 숨을 쉬기도 하고 급한 나머지 알약을 껍질째 삼킨 에피소드를 보면서 함께 황당해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생식기 부분에 대한 내용도 굉장히 도움이 되었다. 나와는 너무 다른 아들만 둘을 키우다 보니 가끔은 너무 달라서 어디서 부터 알면 좋을지 모른 막연함이 있었는데 책에서 나오는 내용이 흥미롭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책을 읽고 보니 서문에서 인체를 한 권의 책으로 써낸다는 것이 큰 도전이었다는 말에 더 공감했다. 인간을 기술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선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그리고 뒤 이어 나오는 전체주의와 부분주의, 환원주의와 창발주의... 이건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사실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당췌 되지 않는다. 하지만 딱 하나.. 굉장히 방대한 내용을 정말 딱 핵심적인 내용만 간결하고 어렵지 않게 서술했다는 것. 그리고 우리 몸이 왜 우주라고 표현하는지, 보이지 않는 힘으로 독립적인 기관이지만 결국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다는 것.. 어렵지만 너무 재미있었다. 그리고 더 궁금해졌다. 몸, 내 안의 우주가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