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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베이킹 - 심란한 날에도 기쁜 날에도 빵을 굽자 ㅣ 딴딴 시리즈 5
송은정 지음 / 인디고(글담) / 2022년 6월
평점 :
📝자기 자신에게 치열한 사람의 삶은 오븐에서 부풀어 오르는 빵처럼 충만하게 느껴진다. 작가는 자신의 삶이 담긴 천연 발효종을 ‘비건 베이킹’이라는 책에 글로 담아놓은 것 같다. ‘비건’이라는 말은 어쩐지 어렵게 느껴진다. 육식을 좋아하는 나에게 그 단어는 다른 세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비건’이라는 단어가 나오기만 해도 ‘내가 고기를 좋아하는 마음을 침해하지 말아 줘!’라고 속으로 생각한 적이 있음을 고백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마음이 한결 부드러워진다.
작가가 비건 베이킹을 실천하는 건 너무 당연해 보인다. 내가 고기를 먹는 이유가 그러하듯이 말이다. ‘최소한 얼굴 있는 것은 먹지 않는다(아무튼, 비건/김한민)’라는 문장이 다른 책에서 인용된 것을 나또한 기억하고 있다. 그 문장을 읽고 나서, 나도 내가 먹는 것들의 얼굴을 떠올리곤 한다. 그럼에도 나는 그 얼굴들을 외면하고, 고기를 먹는다. 모두 같은 선택을 할 수는 없다. ‘각자 자신의 생활 안에서 지구를 구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16p)’는 이 책 속의 문장으로 내가 지구를 위해 무엇을 실천하고 있고,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보았다. 나는 나름 철저한 분리수거를 실천하고 있다. 라벨을 다 떼어내고, 포장 용기는 깨끗이 씻어서 분리수거한다.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대답은 좀 더 생각해봐야겠지만 일단 애용하고 있는 컵라면이나 컵밥에 대한 소비를 줄여볼 생각이다. 어디에 버려야 될지 모르겠는, 버리면서 죄책감이 느껴지는 쓰레기이기 때문이다. 텀블러에 대한 소비도 중단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본다.
비건 베이킹을 읽으면서 ‘키쉬’와 ‘포리지’ 음식 이미지를 검색해 보았다. 어떤 맛일까? 그 음식들을 경험해보고 싶다. 내 몸을 위해서 비건 음식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님이 만든 치아바타와 보늬밤의 맛을 상상해본다. 수많은 실패와 수고가 담긴 빵과 병 안의 보늬밤에게 사랑스럽다고 말해주고 싶다. 나는 비건이 될 수 없다 해도, 비건을 실천하는 작가님의 삶이 존중되기를 응원한다.
나는 그 의도된 생략이 마음에 든다. 변화를 피하지 않고 정면 돌파하는 아키코의 담백한 결단이 오롯하게 느껴져서다. 주변의 사려 깊은 조언에 귀를 기울이되 오직 자기 자신을 위한 방향으로 길을 내는 침착함도 좋다. - P33
클로즈업된 할머니의 글씨를 따라 읽으며 나는 멋대로 믿어 버린다. 애써 남겨두지 않으면 달리 기억할 방도가 없는 순간들이 모여 단층집의 지붕을 이루고, 기대어 쉴 수 있는 벽이 되었을 것이라고. 아무 일도 없었던 하루야말로 실은 인생을 떠받치는 보이지 않는 기둥이라고. - P49
그는 이끼로 엉덩이를 닦으라는 권유도, 당장 밖으로 나가 밭을 경작하라며 등을 떠밀지도 않는다. 자신처럼 살면 된다는 무책임한 말 대신 서랍을 열고 구멍 난 양말을 찾아 꿰매보라고 말할 뿐이다. - P57
다가올 미래는 결코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는 자연의 엄중한 경고를 두려워하면서도 동시에 자연이 내어주는 땅과 뿌리에 살며시 희망을 걸어보는 사람들과 함께여서 내 삶도 허기에 빠질 일 없이 무사히 이어지고 있다. - P80
내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는 말은 한없이 다정하고 달콤하게 들리는 듯하다. 하지만 때로 그 조언은 스스로를 자괴감에 빠트리는 함정이 된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때로 시끄럽고 지독히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그 일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전력을 다해 자기 자신을 들여다본다.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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