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 아는 농담 - 보라보라섬에서 건져 올린 행복의 조각들
김태연 지음 / 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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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일이 우리를 위로한다. 사소한 일이 우리를 괴롭히기 때문에.'

-블레즈 파스칼



'보라보라의 시간', 모든 것이 느리게 흘러가는 곳

- 천국같은 섬이지만 외국에서 살아가는 고단함과  
'바보가 된 기분어었다. 그리웠다. 말을 하면 숨겨둔 뉘앙스까지 귀에 탁탁 꽂히는 나의 모국어가.'(29)

- 그곳에서 만나고 겪은 사람들
'세상은 더하고 빼면 남는 게 없는 법...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점이 있고, 좋은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나쁜 일도 생긴다. 행복하다기엔 만만치 않고 불행하다기엔 공짜로 누리는 것 투성이다.'(118)
'이유 없이 상처를 입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건 없이 호의를 베푸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자 아무래도 삶의 균형이 맞는 것처럼 느껴졌다.'(140)
'모두가 말 못 할 사정이 있다.(145)

- 또 그녀가 하고 싶었고 좋아하는 일들에 관한 글 
"영화를 사랑하는 첫 번째 단계는 같은 영화를 두 번 보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영화에 관한 들을 쓰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그 이상은 없다."(121)
'나의 재능 없음에 대해 전처럼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하지 않는다. 그럴 시간에 그냥 쓴다. 그렇게 조금씩 나아간다.'(125)

- 그리고 가족에 대한 이야기
'멀어져야만 되레 애틋해지는 관계'(172)


모두가 위를 향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요즈음
한 박자 쉬며 모두들 slow life를 한 번쯤 꿈꿔보시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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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만찬 - 제9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서철원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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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와 허구가 혼재된 서사에서 소설의 정체성은 '허구'로 규정될 수밖에 없다.'(438)

천주교 박해의 시작인 '진산사건'을 다루며 소설이 시작된다.
천주교를 두고 인정하지 않았으나 부정하지도 않은 임금과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천주교를 정적 제거의 수단으로 삼은 노론과
세상에 대한 희망을 국가가 금하는 종교에서 찾은 백성들...


백여 년이 넘는 세월동안 자신들의 이권을 지켜온 노론에게
정조와 남인들은 제거해야할 대상으로 다가왔다.
노론과 그들의 비선들이라는 표현을 보며 지금의 세태를 떠올리는 건 지나친 비약일까...


여러 역사적 인물들이 얽히고 섥히며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때로는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하기도 하고
때로는 '이렇게도 엮나?' 싶을 정도로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설의 묵직한 문체(김훈 작가의 문체가 떠오르기도 한다)는 자칫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둔 허구인 이 소설을 가볍게 여길 수 없도록 만들기도 한다.

소설의 분위기 역시 밝지 않지만(솔직히 어둡다. 매우)
등장인물들은 어두운 시대의 한 구석에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다.
그리고 이 소설이 던지는 수많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가 쉽지 않음을 느낀다.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처한 환경과 입장과 생각이 모두 다르므로
누구 하나 만족시킬 수 없다.
자칫 모두의 원망을 듣기 십상이다.
나를 만족시킬 수 없어도, 당신을 만족시킬 수 없어도
그 대상이 누구를 먼저 생각하는지를 우리 스스로가 생각해 본다면
그 대상에게 던지는 원망의 눈초리가 조금은 누그러질 수도 있지 않을까...


'...애끓지 마라. 절실하다고 다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너무 간절한 것은 절망에 지나지 않음을...'(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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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없는 조직 - 심리적 안정감은 어떻게 조직의 학습, 혁신, 성장을 일으키는가
에이미 에드먼슨 지음, 최윤영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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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리더는 구성원끼리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실수를 통해 학습하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9)

저자가 제시하는 조직 구성원들의 '심리적 안정감'이라는 게 결국 '소통'의 다른 이름, 아닐까 싶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직 생활을 하며 한 번 정도는 해본 말, 그리고 들어본 말
"이해는 하지만 그건 네가 팀장이 된 후에 해."
이런 말을 듣는 순간 팀원들은 입을 닫게 된다.

누구나 나의 결정과 행동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것은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불편한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는 마음가짐과 태도를 가지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시대와 문화는 변하기 나름이다.
경영진이 사원이었을 당시에는 시키는 일만 꾸역꾸역 해내는 것이 능력이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조직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은 당시의 사회적 특수성 때문에 능력으로 인정받았을지 모르겠지만
조직은 군대가 아니며 사회생활은 전쟁이 아니다.

삶을 전쟁에 비유하곤 하지만 그것은 그저 비유일 뿐이다.
전쟁같은 삶을 살기 위해 조직에 들어간 것은 아니다.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수단으로 조직을 선택했을 뿐이다.
다양한 의견을 내는 것을 불편해하지 않고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 조직문화...이상적이다.

당장 그렇게 되기에는 우리의 조직문화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겠지만
뭔가 잘못된 것을 깨닫기 시작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렇게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변해간다면 '상명하복'식의 딱딱한 조직도 변할 것이다.
'잘 되겠지~'라는 낙관적인 말을 썼지만
그 변화를 감수할 의사가 없다면, 또는 애써 외면한다면 머지않아 그 조직은 사라질 것이니 
어쩌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필수사항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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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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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은 단순히 흥분을, 삶의 전율을 포착해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미술은 가끔 더 큰 기능을 한다. 미술은 바로 그 전율이다.'(18)

제리코, 들라크루아, 쿠르베, 마네, 팡탱-라투르, 세잔, 드가, 르동, 보나르, 뷔야르, 발로통, 브라크, 마그리트, 올든버그, 프로이트, 호지킨
17명의 화가들의 작품과 그들의 삶에 대한 줄리언 반스의 예술 에세이

이 책에 실린 글은 1989년부터 2013년에 걸쳐 영국의 미술 전문 잡지 《현대 화가》를 비롯한 여러 유명 잡지에 실린 에세이를 모은 것이다.
작가의 예술관부터 작품에 관한 에피소드, 심지어 작가의 사생활까지,
줄리언 반스의 상식과 미술에 대한 전문가 못지 않은 이해에 입이 쩍 벌어질 정도였다. 
게다가 작가의 (조금은 민망할 수도 있는) 사생활에 대해 이토록 고상하게 쓸 수 있다니...그 또한 대단하다 싶었다. 
흔히 말하는 전문가가 쓰는 '미술 평론'이 아닌 해박한 지식을 가진 미술 애호가이자 소설가(미술에 대한 지식은 전문가 못지않은)만이 쓸 수 있는 글이 아닐까 한다.

술술 읽히는 글은 아니었다. 아는 작가와 관심 있는 작품이 나오면 흥미가 생겼지만
잘 모르거나, 아예 모르는 작가가 나오면 솔직히 집중하며 읽기가 힘들었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 누구인지, 그들이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 주변 사람들과는 어떻게 다른지, 왜 이렇게 그렸는지...
누군가 이야기 해주지 않았다면 그냥 모른 채 넘어갔을 것이다.
역시 이 점만 봐도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게 딱 맞는 말이다.
몰랐지만 알게 된 작가들과 작품들, 그 중에서 인상 깊은 작가와 작품들도 있었고 불편한 부분 역시 있다.
하지만 그 불편함 역시 예술을 대하는 기본적인 자세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원제인 'Keeping an Eye Open'
눈도 열고 마음도 열고...열린 마음으로 작품을 대하는, 비록 불편한 작품일지라도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고자 하는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나쁜 미술, 즉 거짓을 말하고 속임수를 쓰는 미술 작품은 화가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무사할 지 몰라도 "거짓은 결국 들통나게 되어 있다." 가짜와 사기꾼은 언젠가는 발각된다.'(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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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효재 - 대한민국 여성 운동의 살아 있는 역사
박정희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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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로 여성학 교육 과정을 대학 내에 설치하고 여성학 이론을 현실 운동에 결합시켜 해방 이후 여성 운동의 큰 줄기였던 가족법 개정 운동, 호주제 폐지 운동, 정신대대책협의회 결성 등을 이끌어냈다. 그렇게 이이효재 선생님은 여성 운동의 이론가이자 실천가로 평생을 살았다.

40대 이상의 분들이라면 '호주제'라는 제도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 사람의 결혼과 출생, 죽음에 이르기까지 모든 가족구성원이 남자인 호주 아래 묶여있었던 제도.
지금이야 '그런 적이 있었어?' 싶지만 그 제도를 개정하기 위한 노력과 사회 이곳 저곳에서의 저항을 뉴스에서 본 기억이 있다. 

이이효재, 그리고 수많은 여성인권운동가들은 단지 남자와 여자라는 성의 구분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이야기하고 있다. 
호주제 폐지 운동은 1952년부터 시작하여 2005년 폐지될 때까지 반세기를 넘게 싸우고 주장하고 설득해 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 가정의 모습과 개인의 삶과 의식의 변화를 보면 단지 법을 하나 바꾸었을 뿐인데 상당히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다.

진보적인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난 이이효재는 그 역시 진보적인 교육을 받은 어머니와 고모를 보며 여성들에게 교육의 중요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어릴 때부터 실감하게 되었다. 그리고 신앙심은 어두운 절망의 시간을 견디며 그녀를 움직이게 하는 거대한 원동력이 되었다.
여성의 인권이라는 개념은 커녕 사회학이라는 학문조차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비아냥거림을 받았던 시절,
그녀는 여성 스스로 고민하고 행동하게 하는 사회학을 가르치겠다고 결심했고 그 결심은 그녀의 평생의 사명이 되었다.
지금은 어느 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공공어린이집과 지역사회센터, 사회복지관의 필요성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학문으로서의 사회학이 아닌 '실천을 위한 사회학'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이다.

또한 군부독재시절, 그들이 주장하는 '한국적 민주주의'는 결국 '가부장적 권위주의'를 기반으로 하여 독재를 이어가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외치며 끊임없이 저항해왔다.

호주제 폐지와 정신대 문제를 비롯해 여성과 가족에 대해 평생을 끊임없이 싸우고 노력해 온 이이효재 선생님.
내가 당연하게 받아들인 것들이 오랜 세월 누군가의 피나는 노력임을 알게 되었다.
한 사람의 생각이 쉽게 바뀌지 않는 것처럼 한 사회의, 한 세대의 의식이 바뀌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 일을 신념과 연대의 힘을 통해 하나하나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나아가다 보면 절대 바뀌지 않을 것들이 서서히 바뀌듯 우리의 삶도 점점 나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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