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풍선 대소동 단비어린이 문학
한수언 지음 / 단비어린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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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연예인들이나 주변 사람들의 뒷담화를 하기를 좋아합니다. 그러다보면 때로는 사실보다 과장되거나 사실과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지기도 하지요. 이 동화책의 주인공 나루는 자신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더 재미를 주기 위해 과장하여 이야기를 만들어내곤 합니다. 그런 나루에게서 우리와 닮은 모습을 엿보게 됩니다. 이 동화책을 읽다보면 잘못된 말이 자신과 타인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새삼 깨닫게 되면서 말 한마디 한마디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네요. 나의 말 실수로 인해서 친구들과의 사이가 틀어지게 된다면 회복하기가 그리 쉽지가 않으니까요.

 

나루는 오늘 태권도장에서 태권도를 제일 잘하는 홍미를 이겨 지효에게 떳떳하게 보이고 싶었지만, 홍미에게 지고 말았어요. 발차기를 하다가 미끄러지면서 넘어지는 바람에 웃음거리가 되었거든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효가 배탈이 나서 태권도장에 나오지 않았다는 거죠. 하지만 다음날 지효가 자신을 보고 웃자, 나루는 홍미가 자신이 창피하게 졌다는 것을 지효에게 이야기했다고 짐작하게 되지요. 나루는 홍미에게 복수하기 위해 홍미의 같은 반에 입 가볍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준영이에게 홍미의 비만캠프 사건을 이야기합니다. 물론 사실과는 조금 다르게 말이죠. 한편 성표와 민욱이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 듯 하여 아는 체를 해보지만, 친구들은 나루가 인간 마이크인 인마인 탓에 끼어주기를 거부합니다. 설상가상 홍미가 지효에게 나루가 거짓 소문을 낸 것을 이야기하면서 지효와의 사이도 틀어지게 되었어요.

 

기운이 없는 나루에게 비둘기가 말을 건넵니다. 자신을 달래주는 비둘기에게 나루는 재미있다던 친구들이 이제 와서 입이 가볍다고 따돌리고, 지효까지 말을 안한다고고민을 털어놓습니다. 비둘기는 씨앗 두 개를 주면서 누가 다른 사람에 관한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하면 하얀 말 풍선 꽃이 열린다고 얘기하네요. 나루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생각에 씨앗을 심지만, 친구들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한 이야기까지 담긴 풍선이 열리고 말았어요. 결국 나루의 창피한 이야기도 소문이 되어 날아갑니다. 나루는 지효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소문이 날까 걱정되어 풍선을 터뜨려보지만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이 대신 터트려줘야 한다네요. 결국 나루는 지효와 홍미에게 도움을 청하게 됩니다.

 

친구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좋아하고, 나루가 좋아하는 지효가 잘 웃어주는 것에 신 났던 나루는 말에 진심을 담는 대신 비밀 이야기에 살을 붙여서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만 신경썼지요. 결국 홍미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할 줄도 몰랐고, 지효에게 진심을 담아 고백하지도 못했어요. 하지만 비로소 진심을 담았을 때 지효와 홍미를 나루를 용서했고, 나루의 도움에 응하게 된거죠. 누군가 나에 대해 거짓이 담긴 이야기를 한다면 어떨까요? 그래서 요즘 연예인들은 그 고통을 견디다 고소를 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자신에 대한 잘못된 이야기들은 큰 상처가 되니까요. 나루도 비로소 그것을 깨닫게 된 것이죠. 한 번 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한 번쯤은 생각해보고 말을 해야겠네요. 재미있는 이야기였지만 깊은 의미가 담긴 유익한 동화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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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성에 새긴 약속 단비어린이 역사동화
장세련 지음, 윤문영 그림 / 단비어린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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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드라마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그 시대 사람들의 교통수단은 도보와 말 뿐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그 시절에는 지금 우리의 교통수단인 자가용만큼이나 말이 중요했겠지요. 이 동화책의 배경이 되고 있는 조선 시대는 사람보다 임금에게 바치는 말이 더 귀했던 시절입니다.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말을 지키기 위한 마성을 쌓는데 동원되기도 하고, 마성 안에서 말을 지키는 일을 하기도 했지요. 단비어린이 역사동화 시리즈《마성에 새긴 약속》은 바로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마성을 둘러싼 이야기를 소재로 한 역사동화는 처음 접해보았는데, 그 시대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어서 참 좋았던 거 같아요.

 

"이 말들은 우리 겉은 사람보다 더 귀하다는 것도 잊어버리면 안 된대이. 몽땅 다 나라님의 재산이랑 말이다. 단 한마리라도 일이 생기면 우리는 죽은 목숨이란 거 잊지 말거라." (본문 62p)

 

이 동화책의 주인공은 전유상입니다. 종2품 가선대부가 된 전유상은 목장과 백서을 호환으로부터 구하는 일을 합니다. 유상이가 마성에서 일을 하게 된 건 열 살 무렵부터 였어요. 방어진 목장에 석축을 쌓는 징집명령서를 받은 아버지는 이웃에 사는 칠복 아재에게 유상이를 맡긴 채 떠났습니다. 할아버지가 역모에 가담했다는 누명으로 집안이 망한 유성이네는 누명이 벗겨졌지만 살림은 그대로인 탓에 아버지는 유성이가 과거에 급제하여 집안을 일으키라며 공부에 매진하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떠나셨지요. 하지만 그 약속만 남긴 채 아버지는 이태가 지난 후 성을 쌓다가 돌아가시게 되었어요. 유상이와 칠복 아재는 그렇게 돌아가신 아버지를 찾아 울산에 가게 됩니다. 하지만 성을 쌓다 죽은 사람들이 많은데다 성을 쌓다가 죽은 사람은 성벽 밑에 묻은 탓에 아버지의 유해를 찾을 수 없었죠. 대신 유상이는 성벽에 박힌 돌에서 아버지의 글씨를 발견하게 됩니다. 유상이의 이야기를 듣게 된 감독관은 유상이와 칠복아재에게 말을 관리하는 점마청에 일자리를 제안하고 이렇게 두 사람의  울산 살이가 시작됩니다.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공부를 해야하지만, 유상이는 처음 접해본 병서가 더 재미있었지요. 칠복 아재는 아버지 볼 면목이 없다며 유상이에게 잔소리를 하지만 유상이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병서를 읽었어요. 겨울이 지나면서 호랑이의 출몰이 더 잦아지자 호랑이를 잡기 위해 포수가 모였어요. 아버지 글씨가 새겨 진 성벽 아래에 있던 유상이는 호랑이와 맞닥뜨리게 되고 타고난 돌팔매 솜씨로 호랑이를 잡는데 일조하게 되죠. 그렇게 유상이는 망아지를 길들이고 병서를 읽으면서 울산에서 성장해나갑니다.

 

이 동화책을 통해서 처음으로 마성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된 듯 하네요. 호랑이로부터 사람보다 귀한 말을 지키기 위해 성을 쌓고, 그 과정에서 많은 백성들이 동원되었고, 굿을 했다는 등의 이야기가 유상이의 성장과정을 통해서 잘 전달되어 있습니다. 지금도 우리나라 곳곳에는 마성이 남아있다고 하네요. 이 책을 통해 마성에 대해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 관심을 갖고 들여다봐야겠어요. 역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로 담겨진 역사 이야기보다 그 시절을 살아낸 백성의 삶을 더 생생히 그려볼 수 있는 이야기여서 더 값진 동화책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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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언젠가는 단비청소년 문학
김해우 지음 / 단비청소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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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이라는 말 속에는 희망이 있다. 지금은 비록 혼자라 외롭고, 시간과 돈이 없어 여행을 못 하고, 꿈을 향한 과정이 힘들고 막막하지만 언젠가는 그 모든 걸 이룰 날이 반드시, 기필코 올 것이다! (본문 134p 작가의 말 中)

 

그래서인지 책 제목을 봤을 때, 괜히 기분좋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희망이라는 느낌이 전달되어서 그랬나보네요. 책 제목만큼이나 재미있는 동화책입니다. 이 재미 속에 관심과 간섭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가끔 관심을 가장한 간섭을 하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부모에게는 자녀에 대한 관심이지만 자녀 입장에서는 간섭이 되곤 하죠. 반대의 입장도 마찬가지 일거 같아요. 이 동화책을 통해서 관심과 간섭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보면 좋을 듯 싶네요.

 

은지는 부모님이 이혼 후 분식점을 하는 엄마와 언니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첫눈에 반해 아빠와 결혼했지만 엄마는 성격차이를 이유로 이혼했지요. 자식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라도 살아야 하는데 이혼을 했다는 사실이 이해할 수 없죠. 그럼에도 엄마도 또다른 사랑을 꿈꾸고 있어요. 이번에도 엄마는 은지와 언니에게 새 남자친구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은지는 엄마가 결혼을 하는 것도 싫고, 딸들 앞에서 철없이 연애 타령하는 것도 싫습니다. 하지만 언니 역시 엄마 편인 탓에 은지네 가족은 엄마의 새 남자친구와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엄마의 남자친구의 아들이 같은 반 태성이라니요!!! 결국 은지는 직접 엄마에게 새로운 남자 친구를 찾아주기로 결심하게 되지요. 태성 오빠의 아빠는 음식도 잘하고 기타도 잘 치고 자상합니다. 은지는 자신의 생일 파티를 빌미로 하여 엄마에게 아저씨를 소개시켜주게 되고 두 사람의 만남이 이어지게 되지요. 하지만 두 사람 역시 그 만남이 오래가지는 못했어요.

 

"예전에 엄마 아빠가 같이 살 때 많이 싸웠거든. 그때마다 무섭고 불안했어. 부모님이 이혼할까 봐 겁도 나고. 근데 막상 이혼하고 나니까 집이 조용해서 살겠더라. 엄마 아빠 표정도 훨씬 편안해졌고. 그때 깨달았어. 가족이라고 꼭 같이 살아야 하는 건 아니구나. 아빠는 아빠대로, 나는 나대로 자기 인생이 있는 거니까. 관심은 갖되 간섭하지는 말자는 거지." (본문 123,124p)

 

은지는 엄마 아빠의 인생에 자신이 지나치게 간섭하려고 했던 건 아닌가 생각해보게 되요. 관심과 간섭을 구별하기는 참 어려운 일인 듯 합니다. 특히 부모는 자식들에게 특히나 더 그런 거 같아요. 이 동화책을 읽다보니 그동안 엄마라는 이유로 관심이 아닌 간섭을 참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은지 덕분에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서로에게 우리는 간섭보다는 관심을 그리고 희망을 주는 것이 좋겠죠? '언젠가는'이라는 단어가 참 좋아지는 책이네요.

 

사방이 온통 회색빛이었다. 눈앞에 고속도로는 영영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도 이렇게 꾸역꾸역 가다 보면 푸르른 바다를 볼 수 있겠지? 하얀 파도와 갈매기가 우리를 반겨 주겠지? 끼룩끼룩 끼룩끼룩, 젠장. 지금은 비록 아무것도 안 보이지만, 언젠가는……. 그래, 언젠가는! (본문 13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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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서 온 봄 단비청소년 문학
박지숙 지음, 안병현 그림 / 단비청소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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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아이들이 있는 탓에 청소년문학을 자주 접하게 된다. 그들의 고민이 무엇이며, 요즘 그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엿볼 수 있는데다 부모인 내가 해야할 일(?)들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점이 너무 좋다. 하지만 가끔 너무 희망을 주려는 탓에 현실성이 부족한 내용들도 발견하게 되는데 그런 책들은 청소년들에게나 부모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단비청소년 《너에게서 온 봄》은 요즘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여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와 직면하고 있다. 그래서 난 이 책이 너무도 마음에 들었다. 청소년들에게는 수많은 고민과 관심이 있는데 그 중 이성문제나 성 문제등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리라. 아이들은 빠르게 자라고 있고 세상의 일들은 빠르게 흡수하고 있지만 부모인 우리는 너무 느리고, 지극히 보수적이고 유교적인 탓에 아이들의 발을 맞추기가 너무 어렵다. 아이들의 성 문제에 대해 말하는 것을 여전히 부끄러워하고 감추려한다. 그러기에 아이들은 인터넷으로 보는 걸로 배우고 상황을 판단하려 한다. 그로인해 제대로 준비 안된 아이들의 성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이에 이 책은 우리 아이들의 성 문제에 대한 고민과 마주하면서 위안을 건네줄 듯 보인다.

 

4편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이 책의 첫 번째 이야기 [3분]은 가장 현실적이며 가장 필요한 이야기이다. 기계처럼 딱딱 맞았는데 이틀이나 지나도 생리를 하지 않자 이나는 불안해진다. 현태에게 전화해 보려다가 자정까지 기숙 학원에서 수험서와 씨름하고 있을 모습이 떠올라서 그만두고 만다. 이나는 조금 준비했다면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았을 텐데 둘 다 아무 생각 없이 해 버린 것에 대해 후회했다. 아무리 친한 친구에게도 말을 할 수 없어 인터넷에 고민을 털어놓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임신 테스트기를 사야 했지만, 발랑 까진 애나 날라리로 볼까봐 고민이 되었다. 몇 번의 시도끝에 임신 테스트기를 구매했지만 허둥대는 바람에 제대로 하지 못했기에 1줄이 나왔지만 안심할 수 없었다. 혼자 며칠을 애태우며 고민하던 이나는 결국 현태에게 문자를 보내고 만다. 문자를 받은 현태는 서둘러 이나에게 가기위해 고속버스를 탔다. 현태는 콘돔 하나를 못 챙긴 자신이 바보 같았고, 준비되지 않은 자신이 이나와의 소중한 추억을 망쳐 버린 것 같아 속상했다. 낙태 비용을 검색해보니 그만한 돈이 없는 것도, 미성년자는 보호자가 없으면 그조차도 불가능한 것도, 이나를 지켜 주지 못하는 것도 답답했다. 그러다 이나는 왜 그날 거절하지 않았는지, 임신이 그렇게 쉽게 된다는 걸 알려 주지 않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임신할 가능성이 없는데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혹시 이나가 다른 남자랑 하고서 덤터기를 씌우는 건 아닌지까지 생각에 미치자 자신이 정말 비겁하다 생각한다.

 

'멋진 아빠가 되고 싶었는데, 진짜 내게 조금 더 시간을 준다면 정말 멋진 아빠가 될 자신이 있는데……. 하지만 지금은 아닌데…… 이나와 나의 아기가 이렇게 일찍 오면 안 되는데, 준비된 게 하나도 없는데, 지금 미적분 문제도 제대로 못 푸는데, 국어 비문학도 대비를 다 못했는데……. 애기 아빠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본문 41p)

 

두 번째 이야기[My Hot Girl]역시 지극히 현실이 반영된 내용이다. 몸캠을 당해서 자살했다는 뉴스를 종종 접하게 된다. 몸이 점점 좋아지고 있어 괴로운 우석은 자신의 신체 일부인데도 갈수록 자신의 의지대로 되지 않는 것이 괴롭다. 친구들과 달리 혼자 외로운 것도 싫다. 오늘도 외로움을 좋은 동영상으로 풀려는 찰나에 친구들이 알려줬던 채팅 앱이 생각났다. 가입 10분만에 쪽지가 오고 예쁜 얼굴에 반하여 광속으로 자신의 몸 사진을 보내자 상대방의 협박이 시작되었다. 이에 고민을 하던 우석은 자살을 결심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누구나 한 번쯤 뉴스를 통해서 들어봤음직한 내용으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부끄러움으로 자살까지 시도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우석을 통해서 올바른 판단을 하길 바란다.

 

세 번째 이야기 [너에게서 온 봄]은 사랑하는 여자친구에 대한 집착을 보여주는 준혁의 이야기이다. 사랑이라 생각했는데 뒤늦게 집착이었음을 알게 된 준혁의 이야기가 서툰 사랑의 모습을 보여준다. 네 번째 이야기 [늑대의 고백]은 우리가 흔히 느끼게 되는 감정을 지유를 통해서 잘 보여준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자신의 모습이 초라해보이고 더 예뻐보이고 싶어진다. 그런 지유의 모습이 에쁘고 풋풋하게 보여지는 작품이지만, 깊은 울림을 준다.

 

"아무리 그래도 너 자신까지 다 잃어버릴 정도면 무슨 소용이 있냐? 먼저 너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해야지. 네 몸을 누구에게 만족시킬 대상으로 만들면 넌 끊임없이 몸을 변화시켜야 해. 그리고 네 몸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너 자체도 좋아할 사람이 아니야. 그런 남자 친구라면 안 만나는 게 좋은 거 아니야? 친구야, 넌 너 자체로도 이미 멋지다고." (본문 157p)

 

4편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이야기들로 우리 아이들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미사여구로 꾸며진 이야기가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인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 만족스러운 작품이다. 이런 부분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위안을 주고, 자신의 고민에 어떤 결론을 내려야 할지도 생각해보게 할 것이다. 우리 아들에게 이 책을 건네줘야 할 듯 싶다. 부모에게 쉽게 말하지 못하는 고민들을 이 책을 통해 위로받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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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s 경성 무지개 - 그들의 심장은 뛰었다 단비청소년 문학
민경혜 지음 / 단비청소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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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작가가 '내가 일제 강점기에 살았다면, 나는 친일 민족 반역자가 되었을까? 목숨을 건 독립 투쟁을 했을까? 그도 아니면, 나는 그 시대를 어떻게 살아 냈을까?'라는 물음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간혹 텔레비전을 통해 일제 강점기에 대한 이야기나 독립 운동가의 이야기를 보다보면 나도 이런 자문을 하게 된다. 그때마다 난 독립 운동을 하기에는 너무 용기가 없는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민족을 반역할만한 뻔뻔함도 없기에 아마 이 시대를 방관하며 살지 않았을까, 라는 결론에 도달하곤 한다. 그러다 얼마 전 역사를 배경으로 한 책을 읽으면서 독립 운동을 위해 목숨을 내놓지 않았더라도 나에게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도 독립 운동과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기에 그 시대를 살면서 주어진 삶을 묵묵히 살아낸 이들도 독립 운동 못지 않았던 삶을 살았을 게다. 단비청소년《1930 경성 무지개》는 제목처럼 1930년대를 살아낸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무남독녀 외동딸로 자랐으나 아버지가 총독부에 끌려간 이후로 집안의 버팀목이던 할아버지까지 세상을 뜨면서 고래 등 같은 저택이 순식간에 허물어져 숙부에게 맡겨진 하연은 오래된 연인이었으나 큰 뜻을 품었기에 우진마저 떠나보내야 했다. 어머님이 돌아가시면서 아버지가 살아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하연은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는지 고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 선교사가 운영하는 작은 병원에서 허드렛일을 거들 뿐이다. 반면 우진의 동생 혁진은 현상금이 걸린 수배자로 소식이 끊긴 아버지, 아버지의 행방을 묻는 모진 고초를 겪고 병원에 입원한 어머니, 어머니와 자신을 팽개친 채 독립에 대한 뜬구름을 잡으러 떠난 형을 원망하며 살아남기 위해 대학을 포기하고 일본 제국주의를 칭송하는 내용을 담은 잡지를 번역하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 짐꾼인 춘복은 뒤늦게 야학에서 공부를 시작하면서 인간은 계급의 차이 없이 평등한 것이라는 것을 배우며 이 불평등을 자식들에게 물려줄 수는 없다는 생각에 더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고 결심한다.

 

청계천 거리에서 전당포를 운영하는 백 사장은 헐값에 사들인 물건을 몇 곱절 더 받고 내다 팔면서 돈을 벌었는데 이는 수입의 아주 작은 일부분일 뿐이었다. 사연많은 물건으로 주워들은 정보로 돈을 벌게 된 백 사장은 더 큰 욕심을 가지고 총독부 경무국 소속의 경찰서장과 손을 잡았다. 춘복의 동지들은 주기적으로 친일 재산가들의 집을 털어 전당포를 이용해 현금으로 바꿔 자금을 만들곤 했는데, 얼마 전부터 백 사장의 전당포에 들렀던 동지들은 그 자리에서 총독부에 끌려가거나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조직 안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고, 그 구멍은 전당포로부터 시작되었고 조직은 흔들렸고 위험에 빠졌다. 한편 기생인 초선은 자신을 그저 꽃이 아닌 꿈을 꾸게 해준 하연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춘복과 함께 백 사장을 제거할 계획을 꾸민다.

 

"나는 내 목숨 걸고, 총칼을 들고, 폭탄을 매달고 싸울 용기는 없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을 걸고서라도 반드시 지켜야 할 양심이 뭔지는 알아요. 그것은 조선인의 양심입니다. 이 양심이, 더는 오라버니를 붙잡지 못했고, 떠난 오라버니를 원망할 수 없게 하네요. 조선인의 양심이, 조선인의 이 헐떡거리는 심장이, 오라버니를 이해하게 합니다. 그리고 그 앞에서 자꾸만 미안해집니다. 더 큰 용기를 가질 수 없어서, 작고 비겁해서 내가 너무 미안해집니다."

"하지만 양심만으로 나라를, 조국을 지킬 수는, 되찾을 수는 없습니다."
"예, 알고 있습니다. 양심만으로 될 일이 아니지요. 그런데 저는 그저 덜렁 양심 하나 지키고 있을 뿐인데, 우진 오라버니는 목숨을 걸고, 가족과 정인을 걸고, 모든 것을 다 걸고 나선 길입니다. 그러니 그 길을 제가 어찌 원망할 수 있겠습니까." (본문 96,97p)

 

이 책은 이렇게 여러 주인공을 중심으로 하여 1930년대를 살아가는 꿈 많은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앞서 작가나 내가 가졌던 물음에 대한 해답을 조금은 찾을 수 있게 된다. 자신의 뜨거운 심장을 내놓았던 그 시대를 살아온 이들이 있어 우리가 지금을 살아간다는 것을 우리는 자주 잊곤 한다.누군가는 조국을 외면하고 있었지만, 조국을 향한 뜨거운 양심과 심장이 오늘의 우리를 살아가게 한다는 사실을 이 책이 다시금 기억하게 한다. 그들의 고민과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 시대의 치열했던 삶을 짐작함으로써 지금 우리의 삶이 더욱 소중해짐을 느낀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잊혀져가는 그날의 이야기가 이 책을 통해서 생생히 기억되기를 바라면서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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