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뻥 맘 딱 단비어린이 문학
난별 지음, 노은주 그림 / 단비어린이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엄마는 아이들이 잔소리없이 한 번 말하면 말을 들어주었으면 싶고, 아이들은 엄마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편을 들어주었으면 합니다. 이게 대부분 집의 풍경이겠죠. 이는 부모와 자식관계에서만의 바람은 아닐테고, 선생님과 학생, 친구들사이에서도 그럴거에요.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주기를 누구나 바라는 거겠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타인의 말을 듣는데 조금 인색한 듯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처럼 귀가 뻥 뚫리고 맘을 딱 알게 되는 방법을 찾는 것이겠지요.

 

아이들이 창에 붙어서 종이비행기를 날리자 윤하도 엄마랑 오래오래 이야기하고 싶다는 소원을 적은 비행기를 날립니다. 하지만 호태는 윤하의 비행기를 조각조각 찢어서 하늘에 뿌리며 윤하를 놀리네요. 집에 돌아온 윤하는 공방에 가지않고 집에서 일하는 엄마에게 속상한 마음을 전해보려 했지만, 엄마는 집에서도 바쁘네요. 그래도 엄마가 집에 있으니 좋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일에 몰두하는 엄마를 보니 집에 있는데도 없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빠졌어요. 윤하가 투덜거려도 엄마는 윤하의 말이 들리지 않는 듯 일에만 몰두합니다. 엄마는 늘 윤하를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말하지만, 엄마랑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눈 게 언제인지 모르겠어요. 그러다 손님의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공방으로 가는 엄마를 보며 윤하는 엄마 귀가 뻥 뚫리는 약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자신의 말이라면 엄마가 열 일 제치고 달려올 수 있게 말이죠.

 

윤하는 엄마를 쫓아가보려 했지만 엄마는 이미 떠난 뒤였어요. 그때 연우에게 우리 반 여자애들이 가장 좋아하는 만화인 <스파이 공주> 10권을 보러 오라는 문자가 왔고, 윤하는 서둘러 연우의 집으로 출발하지요. 그러던 중 늘 다니던 길에서 낯선 약국을 발견하고 궁금한 마음에 약국에 들어간 윤하는 하얗고 긴 뽀글 머리를 한 할머니로부터 엄마의 귀가 뻥 뚫리는 약을 건네받습니다. 윤하는 엄마에게 귀가 잘 들리는 약으로 하루에 한 알만 먹으라며 건넵니다. 그리고 그 효과는 다음날부터 나타났죠. 윤하의 혼잣말에도 엄마는 대답을 해주었으니까. 학교에 가기 싫다는 말에 엄마도 일을 쉬겠다며 같이 땡땡이 치자고 하네요. 그 후에도 엄마는 마치 늘 그래 왔듯 연우의 말에 귀기울여 주었어요. 연우의 목소리가 크든 작든 대답을 다 해주었죠. 이제는 엄마가 자신에게 관심 없다는 생각이 눈곱만큼도 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관심이 너무 많아진 것 같아서 조금 걱정이었어요. 그러다 엄마가 깜빡하고 약을 두 알 먹은 후부터 연우의 마음속 말이 들리게 된 사실을 알게 되면서 연우는 자신의 비밀마저 들키게 될 까 싶어 방법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그 약국에는 할머니가 계시질 알았어요. 대신 윤하가 약값으로 냈던 스티커에는 약효를 되돌릴 수 있는 방법 따위는 처음부터 없었으며, 그 효능은 어찌 쓰느냐에 달려 있다는 할머니의 짧은 글이 적혀있었어요. 그러던 중 윤하는 엄마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 같자 귀뻥약을 먹고 엄마의 마음을 들여다보기로 합니다.

 

“이제 약 안 먹어도 내 말 잘 들려?”
“응. 귀가 막힌 게 아니었나 봐. 네가 궁금해지니까 신기하게 네 말이 크게 들려.” (본문 81p)

 

귀는 뻥 뚫리고 맘은 딱 알게 되는 약은 바로 '관심' 아니었을까 싶네요. 상대방에 대한 관심이야말로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여주고 맘을 알게 해주는 최고의 약인 셈이었던 거죠. 정체를 알 수 없는 할머니로부터 받은 귀뻥약이라는 재미있는 판타지를 소재로 하여 이 동화책은 서로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법을 가르쳐줍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어요. 저도 연우 엄마와 많이 닮아있거든요. 퇴근해서 돌아오면 집안 일로 또 한바탕 바쁘게 움직이다보니 아이들의 오늘 하우가 어땠는지, 오늘 아이들의 마음은 어땠는지 궁금해하지 못했던 거 같아요. 아이들의 조잘대는 소리에 건성으로 대답하기 일쑤였거든요. 저도 귀뻥약 아니, 약보다 더 좋은 관심을 가지고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마음을 이해해줘야겠어요. 아이들이 귀뻥약을 사다주기 전에 말이죠. '관심'에 대해 간결하면서도 판타지를 섞어 재미있게 잘 담아준 책이었습니다. 혹 귀뻥약이 필요하시다면 바로 이 책이야말로 귀를 뻥 뚫어주고 마음을 이해하게 도와주는 책이니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민주주의를 지켜 나가야 하는 12가지 이유 단비어린이 교양 10
김해우 지음, 한수언 그림 / 단비어린이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뉴스에서 아프가니스탄의 무력 진압에 대한 소식을 들을 때마다 내가 종교와 자유, 여성 인권이 존재하는 이 나라에 사는 것에 새삼 감사하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가 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많은 희생을 치뤄야 했기에 어쩌면 더 소중한 것은 아닐까 싶네요. 저는 요즘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의 이야기》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즐겨 시청하고 있습니다. 그 프로를 시청할 때마다 우리나라가 이 민주주의를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뤄야 했는지를 다시금 기억하게 되지요. 우리가 이 희생을 기억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권리를 영위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기에 민주주의에 대해 우리가 잘 알고 기억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 일것입니다.그래서 어린이들의 논리적 사고력을 길러 주는 단비어린이 교양 《12가지 이유 시리즈》에서 《민주주의를 지켜 나가야 하는 12가지 이유》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민주주의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사실 민주주의라는 말이 정치적인 용어처럼 생각되어 어렵게 느껴지고, 어른들 세계에서만 필요한 듯 보이지만, 민주주의는 우리 일상생활 어디에서는 활용되고 있습니다. 가족이나 친구들 사이에서 무엇을 먹고, 어디로 여행을 갈지 등 각자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다수결의 의견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이기 때문이지요. 자녀의 의견과 상관없이 어른들의 생각대로 결정하고, 다른 친구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힘센 친구의 선택에 따라 결정지어지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는 아무도 없겠지요. 그래서 우리는 자유과 인권, 평등을 위해 많은 희생을 치루었던 것입니다. 여기 이 책을 통해서 민주주의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 봅시다.

 

 

민주는 학급 회의를 하다가 기분이 상했어요. 민주는 운동을 좋아해서 체육부에 들어갔지요. 각 부를 책임질 부장을 뽑을 때는 자원해서 손을 들었답니다. 그런데 회장인 독재가 남자가 체력도 좋고 운동도 잘하니까 체육부장은 우현이가 해야한다고 하네요. 민주는 우현이가 운동을 잘하는 건 인정하지만 체육부를 잘 이끌지는 알 수 없으며, 체육부장을 하고 싶다고 의견을 냈지만, 독재는 깔보듯 힘도 없는 여자가 무슨 운동이냐며 미술부에나 들어가라고 하네요. 결국 이 말에 회의는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민주를 응원하는 여자애들과 독재를 응원하는 남자애들이 편을 갈라 다퉜거든요. 그러자 독재는 자신이 회장이므로 자신의 말을 따라야 한다는 말로 회의를 끝냈습니다. 화가 난 민주는 선생님에게 불만을 말했고, 그러자 독재는 회장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반을 이끄는 것이 쉽지 않다고 불만을 제기하네요. 가만히 듣고 있던 선생님은 민주에게는 민주주의가 왜 좋은지를, 독재에게는 독재가 왜 좋은지를 조사해보고 누가 더 설득력이 있는지 결정하자고 하십니다. 그렇게 민주는 민주주의가 좋은 12가지 이유를 조사하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쓰여있듯이 민주주의는 인간의 존엄성(인권)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지요. 누구나 살고 싶은 곳에서 살 수 있고, 원하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으며 아무 간섭 없이 사생활을 누릴 수 있고, 원하는 종교를 선택할 수 있답니다. 또한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지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블랙리스트니 어쩌느니 하면서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감시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이를 발판으로 민주주의를 더 확고히 해야겠지요. 민주주의는 아프가니스탄의 여성의 차별과는 달리 평등한 삶을 지향하고 있으며, 국민이 직접 대표자를 뽑고, 소통을 통해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답니다. 또한 공정한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지요.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민주주의는 많은 이들의 희생이 있었습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으로 부당한 독재를 멈추게했던 4.19혁명, 또다시 군부가 정권을 장악하자 또다시 일어난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민주주의를 이뤄냈지요. 그리고 6.10 민주 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였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많은 이들의 희생이 따랐습니다.

 

독재 국가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독재자에게 순응하며 살아갑니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거나 정책을 비판할 경우 부당한 일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 부당함에 맞서 싸워 민주주의를 이뤄낸 것입니다. 민주는 이렇게 민주주의의 좋은 점을 조사했지만, 독재는 노느라 까먹고 조사를 안했다네요. 뭔가를 결정할 때 독재가 빠르고 편하다며 독재가 궁시렁대자 선생님은 민주의 공책을 독재에게 권해봅니다.

 

 

이 그림책을 통해 민주주의가 좋은 점을 우리는 12가지나 알게 되었어요.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통해 어렵게 이제 민주주의 국가가 되었으니 그저 관망만 하면 되는걸까요?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우리는 민주주의를 이뤄낸 역사를 기억하고 그 희생을 기억해야하며, 우리가 가진 자유와 권리에는 책임이 필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하며, 부당하메 맞설 줄 아는 용기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앞으로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민주주의에 대해, 민주주의 역사에 대해 간략하지만 명확하게 잘 담아준 책입니다. 이 책이 우리 아이들에게 민주주의에 대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어줄 것 같아요. 민주주의는 나와 먼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일상의 이야기임을 다시금 기억해주면 좋겠습니다.

 

(이미지출처: '민주주의를 지켜 나가야 하는 12가지 이유' 본문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무 가족 단비어린이 문학
임지형 지음, 시은경 그림 / 단비어린이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무 가족이라, 참 예쁜 이름인거 같아요. 책 제목을 보고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생각났습니다. 가족은 서로에게 마치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닮지 않았을까 싶었거든요. 예쁜 책 제목과 그림을 보면서 내 가족에 대해서 좀더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거 같아서 서둘러 책을 읽어보았어요. 책 내용 중 '지지대'라는 단어에 홀딱 빠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죠.

 

 

전교생을 대상으로 가족 신문 콘테스트가 열리게 되면서 선생님은 다음 주 월요일까지 가족 신문을 내라고 하시네요. 아이들은 알림장을 꺼내 선생님이 칠판 한쪽에 써 논 '가족 신문'을 따라 썼지만, 이 책의 주인공인 하준이는 쓰지 않았어요. 쓰지 않아도 이미 머릿속엔 네 글자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지요. 토요일, 엄마가 출근하고 아빠와 있던 하준이는 가족 신문을 만들기 위해 방에서 꼼짝 않고 있었어요. 가족 사진을 붙일 자리에 엄마를 그리고 자신을 그린 하준이는 아빠를 어떤 모습으로 그려야 할지 고민이 되었어요. 5년 전 갑자기 시력을 잃게 된 아빠는 외출할 때 흰 지팡이를 들고 선글라스를 끼었어요. 그 모습을 보게 된 승찬이는 하준이 아빠가 베트맨 같다고 했죠. 어쩌면 승찬이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어두운 곳에서도 잘 지내는 아빠는 진짜 배트맨이 되었는지도 모르니까요. 결국 하준이는 승찬이가 말한 배트맨의 모습으로 아빠의 모습을 그려넣었어요.

 

아빠가 시력을 잃은 후 하준이는 스레기봉투를 버리는 등 아빠의 일을 돕습니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하준이를 착한 아이라고 하죠. 하지만 하준이는 아빠한테 불만도 많고 원망도 있는 자신에게 그런 소리를 하는 게 듣기 싫습니다. 가끔 아빠를 도와줘야 할 때 상당히 귀찮고 싫기도 하거든요. 눈이 나빠져 엄마와 함께 병원에 찾은 하준이는 자신도 유전으로 아빠처럼 시력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결국 아빠와 엄마에게 하지 말아야 할 소리까지 하게 됩니다. 냉랭해진 집안 분위기에 엄마는 여행을 권유하게 되고 하준이네는 가족 여행을 떠나게 되요. 하지만 엄마가 급한 회사일로 서울로 돌아가게 되면서 하준이는 아빠와 단둘이 있게 됩니다. 아빠를 피해 다락방에 있다 잠이 든 하준이는 폭풍우에 놀라게 되고 아빠의 품이 얼마나 따스한지 알게 되지요. 다음 날, 폭풍우에 큰 나무는 쓰러졌지만 작은 나무는 지지대 덕분에 쓰리지지 않은 걸 보게 되면서 하준이와 아빠는 서로의 지지대가 되어주기로 합니다.

 

 

그 무시무시한 폭풍에도 끄떡없었던 건 저 지지대 때문인 게 맞았다. 쓰러질 것 같은 사람도 양쪽에서 붙잡아 주면 쓰러지지 않듯, 나무도 지지해 주니 버텨 낸 거였다. (본문 92p)

 

누구에게나 시련을 닥쳐오게 마련입니다. 그 시련 속에서 절망하지 않고 이겨낼 수 있는 힘은 바로 가족이 아닐까 싶어요. 서로 지지해준다면 어린 나무가 폭풍우를 이겨내 듯 시련을 이겨낼 수 있을 거에요. '지지대'라는 말이 이렇게 힘이 있는 단어였는지 이 동화책을 통해 알게 되었네요. 우리 아이들이 이 동화책을 통해 가족이라는 든든한 지지대가 있으니 시련에 절망하지 말고 힘을 내기를 바래봅니다. 참 예쁘면서도 마음 따뜻해지는 동화책이었어요.

 

(이미지출처: '나무 가족' 본문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령이 된 소년 단비청소년 문학
김근혜 지음 / 단비청소년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제목이나 표지삽화도 눈길을 사로잡는 책이지만 뒷 표지에 적힌 문구가 더 의미있게 다가오는 책인 듯 하다. 어떤 이야기일지 너무도 궁금해지게 만드는 책 문구에 서둘러 책을 펼쳤다. 조금은 무거운 이야기였지만, 짜임새있는 스토리로 인해 몰이해서 읽게 되는 작품이었다. 학교 폭력 위원회에서 단우의 이야기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진실과 상관없이 위원회는 단우를 악취가 진동하는 쓰레기를 보듯 했다. 자신을 범죄자로 몰아세우는 사람들 앞에서 허울 좋은 악다구니라도 해 줬으면 좋을 엄마는 진짜 죄인을 둔 어머니처럼 입을 꾹 다물고 있을 뿐이다. 단우는 실종된 동료를 찾기 위해 다시 히말라야를 간 아빠가 실종된 이후로 온종일 시체처럼 누워 있는 것도 모자라 몰래 훌쩍거리는 무기력한 엄마가 못 마땅할 뿐이다. 담임은 자신의 어린시절과 닮은 단우를 바로잡아보려 하지만 오늘도 단우는 교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와버렸다.

 

그렇게 한옥마을 거리를 골목골목 따라 걷다가 초록바위 진혼제가 열리는 것을 보게 되자, 단우는 혼에 뒷덜미를 잡힐 듯한 두려움 탓인지 팔목에 찬 묵주가 손목을 죄는 느낌이 들었다. 서둘러 그곳을 벗어나 곤지산에 간 단우는 우연히 자신과 같은 또래의 남자아이를 보게 된다. 녀석은 겁에 질린 얼굴이었고 창백하다 못해 파리했으며 머리는 감지 않아 헝클어진 데다 덥수룩했으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했다. 단우는 잠시 만난 그 녀석이 신경 쓰였고 그를 찾기 위해 다시 산으로 향했다. 다시 만난 녀석의 배는 훌쭉하다 못해 등가죽에 붙어 버릴 것 같았고 볼도 쏙 들어가 해골같아 보였다. 녀석은 자신이 누구인지 왜 여기에 있는지 조차 기억하지 못했지만, 단우의 손목에 찬 묵주팔찌와 비슷한 걸 손목에 찼던 것은 기억했다. 그렇게 단우는 녀석을 만나러 다녔고 녀석이 병인박해 때 순교했다는 것과 목숨을 건질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일들 그리고 죽어서도 저승을 떠나지 못하고 유령이 되어 이곳 곤지산에 머물게 된 이유를 알게 된다. 가지 말라고 매달려도 히말라야를 갔던 아빠를 이해하지 못했던 단우는 녀석을 만나면서 아빠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해가게 되고, 아빠의 죽음을 받아들여 간다. 신념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나를 잃지 않고 사는 것이 무엇인지 단우는 그 의미를 알게 되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라. 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나를 잃지 않고 사는 것이다." (본문 186p)

 

신념을 지키는 일이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게 한다는 아빠와 산에서 만난 유령이 된 소년 홍의 이야기를 통해서 단우는 아빠를 이해하게 된 것 뿐만 아니라 한 뼘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른인 나조차도 신념에 대한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지만, 홍의 비밀이 드러나는 과정을 통해서 신념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아가게 된 듯 하다. 신념이라는 것은 곧 나 자신을 만들어가는 것일 게다. 그 신념을 버린다는 것은 자신을 잃어가는 것은 아닐까. 고로 신념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 앞서는 것임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단우와 엄마의 관계가 회복되어가는 모습이 너무도 흐믓하게 보여져서 마음에 쏙 드는 결말이 아니었나 싶다. 청소년들은 친구, 환경적인 요소로 인해 한없이 흔들리게 된다. 그 흔들림을 바로 잡아주는 것이 바로 신념일게다. 이 책을 통해 청소년들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되기를 바래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프라이즈 가족 단비어린이 문학
김미희 지음, 노은주 그림 / 단비어린이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코믹한 그림의 표지가 왠지 유쾌함을 주는 동화책입니다. 표지 뒷면에는 '늑대와 돼지가 가족이 될 수 있을까?'라는 재미있는 물음도 기재되어 있네요. 늑대는 돼지를 잡아먹는 동물인데 어떻게 가족이 될 수 있을까요? 너무도 당연한 질문에 대부분 아니요라고 대답하게 될 거 같아요. 하지만 요즘 우리 사회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늑대와 돼지가 가족이 될 수도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어쩌면 단비어린이 《서프라이즈 가족》은 이 물음을 통해 독자들에게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주려는 건 아닐까라고 짐작해봅니다.

 

 

이 동화책에는 각각의 사연을 가진 다섯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표제작 [서프라이즈 가족]은 바로 늑대와 돼지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지요. 숲속 덤불에 숨어 먹잇감을 기다리는 늑대 부부는 아이들 생일을 위해 커다란 케이크 상자를 들고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다가오는 돼지 두 마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돼지 부부는 지난 생일에 곰 분장을 하고 아이들에게 서프라이즈 생일 파티를 한 이야기를 하고 있네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도토리 케이크를 들고 가는 돼지 부부는 늑대가 지켜보는 줄도 모르고 집으로 가는 걸음을 재촉했지요. 늑대 부부가 이때다 하고 튀어 나와 돼지 부부를 꿀꺽하려 했지만, 돼지 부부는 사냥꾼이 파 놓은 구덩이에 빠지고 말았어요. 돼지 부부는 아기 돼지들 생일잔치를 못 해주고 떠나는 것이 너무 슬펐어요. 반면 늑대 부부는 아까운 먹이를 놓친 것이 안타까웠죠. 그때 엄마 돼지는 늑대 부부에게 아기 돼지들에게 케이크를 전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늑대 부부는 케이크를 전달하고 아기 돼지를 잡아먹을 생각에 전해 주기로 약속을 합니다. 늑대 부부가 케이크를 들고 아기 돼지네 집으로 가자 아기 돼지들을 숨느라 바빴어요. 그러나 이내 도토리 케이크를 보고 엄마 아빠가 이번에는 늑대 부부로 변장했다고 생각을 하죠. 아기 돼지들이 늑대 부부에게 달려들어 매달리고 손에다 뽀뽀를 퍼붓자 늑대 부부는 당황을 합니다. 그렇게 생일 파티를 하고 함께 놀이를 하며 깔깔깔 웃고 아기 돼지들이 잠잘 때까지 책을 읽어주고 나니 늑대 부부는 계속 아기 돼지들 잠잘 때 책을 읽어 주고 총싸움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늑대와 돼지가 같이 살게 되지요.

 

 

[달 씨앗]은 교통사고로 엄마와 아빠를 잃고 할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찬이의 이야기입니다. 찬이는 아직 다른 친구들 집에 가 본 적도 없고, 생일잔치에 친구들을 초대해 본 적도 없어요. 찬이네 집은 공원 담벼락과 맞닿은 낡고 작은 집이거든요. 밤에 공원을 지키는 할아버지는 공원 문이 닫히면 출근을 해요. 집은 작지만 찬이네 집 앞은 대공원이라 공원이 마당이나 다름없어서 언제든 마음껏 뛰어놀 수는 있답니다. 오늘도 우진이는 생일잔치에 친구들을 초대하면서 찬이는 부르지 않네요. 그리고는 다들 준비물로 씨앗을 뭘 가지고 올지 이야기하느라 바쁩니다. 엄마 아빠도 형도 없는 찬이는 시무룩해집니다. 씨앗을 가져가야 한다는 찬이의 말에 말씀이 없으셨던 할아버지는 아침에 소원을 들어주는 씨앗이라고 찬이에게 건넵니다. 하지만 찬이는 반 친구들에게 거짓말쟁이라며 놀림을 당하죠. 다행이 선생님의 도움으로 다들 찬이의 씨앗이 어떤 꽃을 피우게 될지 궁금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다들 찬이의 꽃에 소원을 빌게 되네요.

 

[백 일마다 서는 장]은 할머니와 함께 사는 다희의 이야기에요. 서울에서 전학 온 아라의 세련된 할머니를 보니 다희는 할머니 촌스러워보였어요. 다희 할머니도 친구였던 아라 할머니때문에 화가 나셨죠. 그런데 얼마 후 열린 운동회에서 백일장이 열렸고 글을 쓸 줄 모르는 다희 할머니가 최우수상을 받았어요. 글을 못 읽고 못 쓴다고 해서 시인이 될 수 있는 건 아니었어요. 다희를 사랑하는 할머니의 마음만 있으면 되는거니까요.

 

[나무늘보 놀이터]는 잠을 안 자려는 콩이와 엄마의 이야기에요. 아이들은 잠을 자기 싫어하고, 부모는 아이들을 재우기 위해 망태할아버지, 도깨비 등을 소환시키지요. 박쥐네 가족도 마찬가지네요. 콩이 엄마는 잠을 안 자면 꿀꺽 괴물에게 잡아먹힌다고 겁을 주지만 콩이는 믿지 않아요. 그러다 꿀꺽 괴물을 만나게 되고 어른이 된 콩이는 이제 아들에게 꿀꺽 괴물 이야기를 해준답니다. 하지만 어릴 때 엄마한테 들었던 꿀꺽 괴물에게 잡아먹힌다는 이야기와는 조금 달라진 거 같네요. 이 외에도 [책 벌레 뽑기 시험]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몸을 숨기는 벌레들의 모습을 담아낸 이야기랍니다.

 

현재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을 만날 수 있어요. 사회적인 인식도 많이 달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와 다른 그들을 향한 눈초리가 곱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서프라이즈 가족》에서 만나본 가족들처럼 가족은 사랑으로 존재하는 것이지, 어떤 형태와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에요. 이 동화책을 통해서 우리 아이들이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뜻깊은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거 같아요. 그리하여 늑대와 돼지도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이미지출처: '서프라이즈 가족' 본문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