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 : 숲 이야기 라임 그림 동화 27
스테판 키엘 지음, 이세진 옮김 / 라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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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이었나,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아마존 삼림이 파괴되고 있다는 우려의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아마존 열대우림 벌채는 정권의 경제적 이득은 클지 몰라도 환경파괴의 대명사가 될 거라는 지적이었지요. 사실 환경파괴에 대한 우려는 오래전부터 논의되어 왔던 문제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환경은 파괴되고 있으며, 그로인한 동물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고 갖가지 자연재해를 유발했으며, 결국에는 인간의 목숨을 위협하는 결과로 다가왔지요. 라임 《GREEN_숲 이야기》는 한 소녀가 처음 숲에 도착했던 날부터 숲이 사라지기까지의 과정을 어른이 되어 가족들에게 들려주는 형식을 담고 있어요. 숲의 주인들을 몰아내고 사람들이 주인이 되어가면서 자연이 훼손되어가는 과정이 섬세하게 그려져있지요. 이야기와 곁들여진 삽화는 그 과정을 더욱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소녀네 가족은 집채만 한 배낭을 짊어지고 처음 숲에 도착했습니다. 북쪽 마을을 떠나 더 살기 좋은 땅을 찾아 숲에 온 것이죠. 엄마는 가족의 곁을 너무 일찍 떠났고, 아빠는 직장도 돈도 없었기에 예전의 삶을 모두 버리고 새로 시작하기로 한 거에요. 사실 숲은 살기에 만만치 않은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루하루가 흥미진진했지요. 사방으로 뻗은 나뭇가지는 머리 위를 덮어 바람을 막아 주었고, 이 땅의 주인인 수백 가지 포유류와 조류를 보았어요. 또 절대로 가까이 가면 안 되는 무시무시한 왕도 있습니다. 그 왕이 밤마다 큰 소리로 포효하면 얼마나 무서웠는지 모릅니다.

 

 

가끔씩 북쪽 마을에서 사람들이 찾아와 밤늦도록 얘기를 나눴어요. 이곳에 한번 와 봤던 사람들은 이 초록 숲에 반해서 그대로 눌러앉았고, 숲속을 돌아다니며 나무를 베고, 집을 짓고, 먹을 것을 구했습니다. 북쪽 마을에서 내려오는 집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만큼, 초록 숲은 점점 줄어들었고 숲속에서 나던 소리가 점점 들리지 않았지요. 낙원은 어느 사이엔가 마을로 바뀌었어요. 집이 수십 채가 되었고, 학교가 생기고, 다시 북쪽마을처럼 살게 된 것이지요. 이제는 처음 왔을 때의 신비한 모험은 사라지고 언젠가부터 정해진 계획대로 살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마을에서 사는 거니까요. 마을을 둘러싼 초록 숲은 차츰 예쁜 정원이 되었고, 원숭이는 친구가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심어 놓은 나무 열매를 따 먹으려고 어슬렁거렸는데, 사람들이 화를 내면서 막대기를 휘두르거나 돌을 던져서 쫓아냈답니다. 사실 원숭이들은 뭔가를 원한 건 아니었는데 말이에요. 우리가 원숭이들의 초록 영토에 침입한 거잖아요. 그들의 왕국에 우리를 들여보내 주었으니 고마워해야 할 처지인데……. (본문 中)

 

 

동물들은 모두 사라져 버렸고, 제일 사납다는 맹수마저 딴 데로 사라졌습니다. 소녀는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강으로 물을 길러 갔다가 왕이 물을 마시는 걸 보게 되었어요. 하지만 이내 소녀를 발견하고 어둠 속으로 달려갔습니다. 이후 왕을 다시 보지 못했지요.

 

여기서 왕은 매우 행복하게 살았어. 그때는 모든 게 제자리에 있었으니까.

그런데 사람들이 모든 걸 망쳐 놓았어. 이 초록 숲은 왕의 영지였는데……. (본문 中)

 

초록 숲이자, 동물들의 터전 그리고 왕의 영지였던 숲이 사람들이 하나둘 오면서 숲은 점차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이 그림책은 그 과정을 너무도 잘 그려내고 있네요.  초록 숲이 점차 까만색으로 그려지면서 그 과정을 현실감있게 표현하고 있지요. 사람들의 무분별한 훼손으로 자연이 사라진 것으로 이 그림책은 끝나지만, 사실 그 결과는 더 참혹합니다. 그 결과는 결국 인간이 고스란히 받게 될테니까요. 환경파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짧지만 정말 강렬한 그림책입니다. 지구, 지금 이대로 정말 괜찮을까요? 꼭 생각해봐야 할 문제인거 같습니다.

 

(이미지출처: 'GREEN_숲 이야기'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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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로잡힌 이옥분 여사 단비어린이 문학
김현희 지음, 박연경 그림 / 단비어린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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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보고 스릴러나 추리를 담아낸 동화책이 아닐까, 라는 상상을 해봤습니다. 사실 그러기엔 표지 디자인하고는 맞지 않은 듯 해서, 도대체 어떤 내용일지 너무 궁금해지는 책 제목이었어요. 먼가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이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동화책으로 많은 생각을 던져주는 깊이있는 이야기였어요.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어서 가족의 의미가 이제는 좀더 폭넓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가족의 의미를 국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동화책을 통해서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보면 좋을 거 같아요. 가족은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으니까요.

 

이 동화책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완벽한 가족의 형태를 보여주고 있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가족의 모습과는 조금은 다른 모습이랍니다. 표제작 [사로잡힌 이옥분 여사]에서 '사로잡힌'은 우리가 흔히 표현하는 무언가에 '꽂혀있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이옥분 여사는 무언가에 사로잡히면 오로지 그 한가지에만 집중하지요. 배드민턴에 사로잡혔을 때는 지역 배트민턴 대회까지 나가 일반인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고, 영어에 사로잡혔을 때는 어린이 도서관에서 영어로 동화를 들려줄 경지에 오를 때까지 집중하죠. 이후에는 메일 보내기에 사로잡혔을 때는 부득이는 읽지도 않은 메일을 보내곤 했죠. 그럴 때마다 아빠와 부득이는 스스로 밥을 해결해야했고, 여사는 집안을 돌보지 않았어요. 그러다 이번엔 동화책 쓰기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아빠와 부득이는 엄마가 쓴 재미없는 동화책을 읽으려 하지 않았지요. 하지만 어느새 동네 아이들이 이옥분 여사의 동화책에 사로잡히게 되면서 텔레비전에 출연하게 되죠. 자기 일에 사로잡혀 집안을 돌보지 않는 엄마, 이옥분 여사를 응원하지 않는 가족들의 모습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가족의 모습은 아니네요. 하지만 이 가족을 미워할 수 없는 것은 이 또한 가족의 한 모습이기 때문이겠지요.

 

 

[그래, 생각나]는 부모님의 해외여행으로 잠시 부모님 친구의 집에 머무르게 된 아이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이 책의 화자는 그 아이가 오게 되면서 자신의 방을 내줘야 했던 '나'입니다. 자신의 방에 마음대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말도 없는 그 아이가 불편하기만 한 나가 서서히 그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 내용입니다. 누군가가 내게 다가 왔다가 다시 떠나는 과정이 잔잔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려진 이야기가 아주 예쁩니다. 처음에는 친구의 아이를 잘 돌봐주었다가 시간이 지속되면서 불편함을 토로하는 엄마의 마음이 너무 현실감 있게 그려져서 공감이 너무 갔네요.

 

[학교 가는 길]은 아빠가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서 엄마가 일을 하게 되는 첫날의 모습을 그리고 있어요. 예전에는 아빠가 가장으로서 직장을 다녀야 하고, 엄마는 집안을 돌보는 것이 정상적인 것처럼 생각됐지만 지금은 사회적 변화로 맞벌이가 늘어나기도 했고, 아빠가 집안을 돌보고 엄마가 직장을 다니는 경우도 많이 늘어나고 있어요. 사회적 변화로 인해 가족의 형태도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투명 인간]은 다문화 가정의 아이인 로미가 따돌림을 당하는 이야기입니다. 혜린이는 자신의 생일에 친구들과 로미를 초대하지만, 로미를 투명인간 취급합니다. 로미가 개의치않고 친구들에게 다가가려 하지만 친구들은 여전히 투명인간 취급이네요. 결국 로미는 친구들을 투명인간 취급하고 음식을 맛있게 먹고 텔리비전도 보면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요즘 연예인들 학폭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장난으로 했다지만 누군가는 큰 상처를 받고 절망합니다. 어떨 때는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을 하기도 하지요. 이 이야기를 통해 따돌림, 학폭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그래도 이 책에서는 로미가 씩씩하게 이겨내는 모습이 너무도 대견하네요.

 

[안대]는 교통사고로 엄마 아빠를 잃고 고모와 살게 된 형준이가 조금씩 슬픔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여우와 돼지 삼형제]는 굉장히 코믹한 이야기네요. 아들만 있는 집안에 태어난 딸 애린이는 가족 모두가 사랑합니다. 먹을 것을 좋아하는 세 쌍둥이 오빠가 애린이를 꼬리 달린 여우로 의심하면서 증거를 찾아나섭니다.

 

흔히 동화책에 등장하는 이상적인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지는 않아요. 여러가지 가족의 형태를 보여주기도 하고, 평범하지 않는 가족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이 또한 가족이라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수많은 가족들이 있지만 살아가는 모습이나 가족의 형태는 서로 같지 않습니다. 서로 다르지만 그 다름을 이해하는 법을 이 동화책을 알려주고 있는 듯 하네요. 지금 사회의 모습을 잘 반영하고 있는 이야기들이었어요. 이 책을 읽다보면 모두들 이 동화책에 사로잡히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이미지출처: '사로잡힌 이옥분 여사'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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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볼 건 다 해봤고, 이제 나로 삽니다 - 15인의 여성 작가들이 말하는 특별한 마흔의 이야기
리 우드러프 외 지음, 린지 미드 엮음, 김현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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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돌아보니 난 어느새 인생의 반을 살아왔다. 아무것도 모른 채 열심히 배우기만 했던 10대와 달리 20대는 조금이나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기가 되었지만 사회초년생에게 세상은 너무도 거칠고 힘들었다. 뭔가 결론이 나있을 것만 같았기에 빨리 30대가 되고 싶었지만, 30대 역시 아직 내 삶은 온전하지 않았고 아직도 많은 걸 배워나가야 했다. 그리고 이제 40대 중반이 된 지금, 내 삶의 밑그림이 그려지고 조금씩 색을 채워나가고 있는 듯 보인다. 여전히 많은 것을 배워야 하는 시기이고 채워야 할 것도 너무 많은 시기이지만, 그동안 치열하게 살아가면서 알게 된 경험에 의한 지혜도 조금씩 쌓이기 시작했고, 나만의 철학도 만들어가고 있다. 물론 20대,30대에 생각했던 것처럼 40대가 완전하지 않다는 것은 여전히 실망스럽지만. 하지만 내가 가장 아름답게 빛나던 화양연화는 20대일지 모르지만, 내 삶의 전성기는 40대인 지금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언젠가 친구와 맥주 한 잔을 하면서 나누던 대화가 생각난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해도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그 모든 걸 경험한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했었다.

 

나의 삶은 내가 마흔이 되기 전과 다를 바 없이 이어졌다. 좌절하고 진 빠지는 일들의 연속. 하지만 이제는 그 바탕에 견고한 기쁨이 내 삶을 받치고 있다. 새로운 느낌이다. (중략) 예전 같았으면 나를 뒤흔들었을 변화에도 그다지 심하게 동요하지 않는다.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 왜냐하면 여러 방면으로 위험 부담이 올라갔으면 올라갔지 내려가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세월이란 것이 대체로 인생의 굴곡을 펴준다는 걸 알기에 사사로운 문제들에 예전처럼 질겁하진 않게 됐다. (본문 17p)

 

부제 '15인의 여성 작가들이 말하는 특별한 마흔의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부제를 읽고나니 책 제목이 더 와 닿는다. 일, 사랑, 결혼, 육아 …… 생각해보니 책 제목처럼 해볼 건 다 한 듯 하다. 여전히 남아있는 숙제들이 많지만, 그동안 치열함에 잠시 뒤로 미뤄두었던 '나'를 이제는 찾을 시간이 조금은 생겨난 것 같기도 하다. 먼가 15인의 작가들과 할 얘기가 많을 것 같다. 이 책에 실린 에세이의 대부분은 X세대로 자란 여성들이 쓴 것으로 삶의 모든 면면을 알아가고 즐기며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살다 보니 언젠가부터 이렇게 약간 쉬운 방법, 그러니까 모든 것들에 '그만하면 충분한' 정도를 유지하는 법을 터득하게 됐다. 왜냐하면 나는 그 누구에게도 소홀하다는 느낌을 주어선 안 되었고, 그래서 한동안 어느 정도 적당한 선에서 모든 일을 다 챙기며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일종의 우호적 무심함이랄까. (본문 157p)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사람마다 다른 경험을 하고, 다른 환경과 사정으로 사십 대가 되지만, 그 사십 대에 들어섰을 때의 감정은 대부분 비슷하게 갖는 듯 하다. 나와 다른 경험을 하고 나와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많은 공감을 갖게 되는 걸 보면 말이다. 표제작 수잔 림의 [해볼 건 다 해봤고, 이제 나로 삽니다]는 짧은 글 한 줄 없는 일러스트로 담긴 이야기이지만 나로서 살아갈 40대의 이야기를 아주 잘 표현하고 있다. 15인의 작가들이 말하듯이 40대인 지금이 우리의 전성기이다. 전성기라 해서 실패나 아픔, 시련이 없어서가 아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었고, 지혜라는 무기가 생겼다. 이 책을 읽으면서 결심하게 된다. 지금부터 나로서 살아가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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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비행기 단비어린이 문학
김희정 지음, 안병현 그림 / 단비어린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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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를 맞이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친구들의 얼굴을 마주하기 어려워진 탓에 새로운 친구를 사귈 기회가 많이 줄어든 요즘입니다. 비대면 수업이 더 많았던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아마 반 친구들의 얼굴 조차 모른 채 새학기를 맞이하게 되었을 수도 있었겠네요. 코로나로 인해 친구를 사귀는 일이 더 어려워지기도 했지만, 아이들에게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이긴 하지요. 단비어린이 《날아라 비행기》는 좋은 친구가 되는 법, 좋은 친구를 사귀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개학날이 되자 친구들은 여행 이야기로 왁자지껄 하지만, 찬수는 할 말이 없습니다. 자랑쟁이 민규는 벤쿠버로 영어 연수 한달을 다녀왔다고 자랑하면서 찬수에게 뭐 했냐고 묻네요. 찬수가 좋아하는 희서도 싱가포르 여행을 다녀왔다고하고, 희서앞에서 폼 좀 잡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민규는 눈치없이 자꾸 찬수에게 묻네요. 개학날마다 비행기 타 본 애는 점점 늘어나고, 이러다가 찬수는 반에서 비행기 안 타 본 유일한 천연기념물이 될까 봐 걱정입니다. 민규가 자꾸 묻는 탓에 찬수는 결국 싱가포르에 다녀왔다고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세 살 때 천국에 간 아빠가 원망스러운 날이었습니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혼자 고생하고 계신 엄마에게 괜히 투정을 부렸네요. 찬수는 거짓말을 한 것도, 엄마에게 떼를 부린 것도 너무 힘이 듭니다.

 

 

떼를 부릴 게 아니라 내 마음을 솔직하게 말할걸, 후회가 되었다.
'거짓말 때문에 마음이 힘들어요, 그래서 빨리 비행기를 한 번 타 보고 싶어요!'
이렇게 말이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주워 담을 수는 없었다. (본문 45p)

 

 

베프인 인태는 민규 엄마가 새엄마라는 사실을 듣고 민규에게 얘기합니다. 하지만 민규는 친구들이 남의 엄마가 돌아가신 걸 떠들고 다니는 게 못마땅합니다. 그때 찬수가 싱가포르 여행 간 것이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민규가 다가와 희서와 인태 앞에서 거짓말쟁이라고 다그칩니다. 찬수는 너무 창피해서 뭔가 방어를 위한 공격으로 친엄마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결코 가족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 않았어요. 어차피 망신은 다 당했으니 비밀은 지켜주기로 했지요. 다음 날, 민규엄마는 서로 화해를 시켜주기 위해 찬수를 민규집에 초대합니다. 그러다 민규의 남모를 사정을 알게 되지요.

 

"너는 싸움할 때 끝까지 민규 비밀 말 안 하더라!"

"비밀을 까발리며 공격하는 건 치사한 거잖아! 아빠가 천구에서 보고 계실 텐데 멋진 아들이 되고 싶어!"
"오우~이찬수! 역시 내 친구, 좀 멋진데!"
"비밀은 지켜 주고 오해는 물어야 해! 그래야 좋은 친구를 가지는 거야!" (본문 82p)

 

나와 같은 성격과 생각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그러다보니 친구와 다투는 일도 생기고 오해를 하는 일도 생기죠. 찬수는 거짓말이 들통나서 창피한 마음에 전학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친구와 다투고 외면하다보면 내 주위에 남는 친구가 아무도 없겠죠. 이 책에서 찬수가 어떻게 오해를 풀고 민규와 친구가 되어가는지 확인해보세요. 찬수의 용감한 행동은 좋은 친구를 갖는 방법이니까요. 싸워서 싫고 밉다고 외면하기보다는 오해를 풀다보면 더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 거에요. 좋은 친구가 있다는 건 가장 큰 재산이 된답니다. 

 

(이미지출처: '날아라 비행기'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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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급식 라임 청소년 문학 47
기사라기 가즈사 지음, 김윤수 옮김 / 라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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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던 세대라 급식을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지만,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급식 배급을 위해 학교에 갔다가 아이들의 점심 시간을 본 경험은 있다. 급식 메뉴에 따라 아이들의 표정이 달라지는 걸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이 어떤 반찬을 좋아하는지 대략 짐작이 갔었다. 더욱이 급식 시간이 되면 이미 아이들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지 모른다. 아이들의 학교생활에서 급식은 아주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초등학생이든 중고등학생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라임 《오늘의 급식》은 그들만의 성장 스토리를 급식과 버무리고 있는 신선한 구성을 가진 청소년 소설이다.

 

총 6편의 이야기는 미키, 모모, 미쓰루, 마사토, 기요노, 고즈가 각 편의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들은 청소년들의 고민들 즉, 사랑, 우정, 성적, 미래 등에 대해 담아내고 있어 꽤나 현실감이 있다. 첫 번째 이야기 [젤리, 새콤달콤 차가운 화해의 맛]은 미키의 이야기다. 좋은 사립 초등학교에서 질 좋은 급식을 먹었던 미키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빠의 사업 실패로 외할머니 댁에서 지내게 되었다. 친근하게 다가와 준 고즈에 덕분에 외톨이가 되지 않을 수 있었지만 사립 초등학교를 다녔다는 사실은 비밀이었다. 취미가 요리일 만큼 먹는 것 아주 좋아하는 고즈에는 남자애들 무리에 섞여서 급식 쟁탈전을 벌이지만 미키에게 여전히 싸구려 학교 급식은 적응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러다 고즈에는 미키가 여전히 예전 학교 친구들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미키 역시 고즈에가 외할머니의 요청으로 친근하게 다가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둘은 다투게 되지만 고즈에의 젤리 덕분에 둘은 다시 좋은 친구가 된다.

 

[마파두부, 보드랍고 달달한 성장의 맛]은 어른이 되고 싶은 모모의 이야기이다. 중학생이지만 키가 작고, 여전히 동화책을 좋아하는 모모는 마파두부를 너무 매워하자 가족으로부터 아직 어린애라는 가치 돋친 말을 듣고 움츠러든다. 초등학교 시절, 함께 동화책을 읽으며 얘기를 나누었던 미쓰루 역시 이제 두꺼운 소설책을 읽고 키도 훌쩍 커버렸지만 자신은 아직 어린애 같기만 하다. 그래서 가장 어른스러워 보이는 미키를 따라 행동하려다 오히려 역효과를 보게 되고, 미키는 평소의 모모가 더 좋다고 말해준다.

 

"모모, 억지로 어른이 되려고 할 필요가 있을까? 분명히 자연스럽게 변해 갈 텐데. 넌 그냥 너답게 하면 되지 않을까? 적어도 난 억지로 어른처럼 행동하는 너보다 평소의 네가 더 좋다." (본문 48p)

 

어릴 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에 어른처럼 행동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보다는 미키의 말처럼 자연스럽게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더 소중하지 않을까 싶다.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매운 마파두부보다는 달콤한 마파두부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듯이 무엇이든 억지로 변할 필요는 없다.

 

[흑당 크림빵, 두근두근 아릿한 첫사랑의 맛]은 미쓰루의 짝사랑 이야기이다. 마사토의 집에 놀러갔다가 세 살 많은 시오리 누나를 알게 되고 함께 책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서 친해진다. 힘들어하는 누나에게 힘이 되주고 싶어하는 미쓰루의 달콤한 짝사랑 이야기가 설레임을 주는 이야기다. [마카로니 수프, 어정쩡함을 날려 버릴 결의의 맛]은 학교에서 인기가 많은 마사토의 이야기이다.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마사토이지만 그 나름대로 고민이 많다. 공부는 못하고, 운동도 뛰어나게 잘하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언젠가 이 인기가 사그라들까 봐 불안하다. 하지만 자신의 유머를 항상 잘 받아주는 라미레스 선생님이 전해 준 '아주 작은 계기'로 변화할 수 있다는 말에 용기를 얻는다.

 

"중요한 건 마음, 달라져야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아주 작은 계기로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어요." (본문 100,101p)

 

[초코우유, 짜릿할 만큼 강렬한 용기의 맛]은 전교 1등인 기요노의 이야기로 공부는 잘하지만 소심해서 늘 외톨이라 늘 인기많은 마사토가 부럽다. 그러다 교내에서 열리는 하쿠닌잇슈 대회에서 마사토, 고즈에와 한 팀이 된다. 우승이 목표인 고즈에를 도와 연습을 하게 되면서 조금씩 성장하게 된다. [크레이프, 한 겹 한 겹 포개지는 약속의 맛]은 고즈에의 이야기이다. 아빠의 전근으로 가족이 이사를 하게 되면서 전학을 가게 된 고즈에는 친구들에게 전학 간다는 이야기를 차마 꺼내지 못한다. 전학을 간 후에도 친구들과 여전히 우정을 유지하고 싶지만, 전학 온 미키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저 슬프기만 하다.

 

《오늘의 급식》은 이처럼 청소년들의 고민을 현실감있게 잘 그려내고 있기에 청소년 독자들에게 많은 공감을 주리라 생각된다. 이 공감은 청소년 독자들이 갖는 고민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해주는 듯 하다. 지금 청소년 시기를 보내고 있는 내 아이들의 고민을 엿본 듯 하다. 그들의 고민에 이 책이 작은 용기를 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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