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것 참 힘이 세네 단비어린이 그림책
강정연 지음, 한상언 그림 / 단비어린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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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면 복이 온다고들 합니다. 웃으면 건강에도 좋다고 하죠. 그만큼 웃음이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알고 있지만, 사실 알고보면 그리 많이 웃지는 않는거 같아요. 기쁘면 '하하하' 웃고, 힘든 상황에서는 '허허허' 웃으면 넘길 수 있는 긍정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면 좋을텐데 말이죠. 생각해보니 오늘 저는 한 번도 웃지 않은 거 같네요. 그래도 다행이 《고것 참 힘이 세네》 덕분에 '하하하' 웃어봅니다.


 

산 너머 어느 작은 마음에 '퉁이 아범''퉁이 어멈'이 살았어요. 평생 웃는 법이 없고 항상 입을 삐죽 내밀고는 퉁퉁거려서 붙은 이름이지요. 하지만 퉁이네는 마음씨가 나쁜 사람들은 아닙니다. 이웃집 어려운 일에 나설 줄도 알고, 부지런하고, 거짓도 없어요.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날과 다를 거 없이 퉁퉁거리며 일을 하던 이들에게시커먼 버렁뱅이가 밥을 달라고 찾아왔어요. 퉁이네는 퉁퉁거렸지만 아껴 뒀던 보리쌀을 꺼내 밥을 지어 줬지요. 밥 잘 얻어먹은 버렁뱅이는 '이 집은 웃음 덕에 잘 살겠구먼유'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버렁뱅이가 다년 간 뒤로 퉁이 어멈 배가 하루가 다르게 불룩해지더니 조막한 한 계집아기가 통이 어멈 다리 밑에서 방싯방싯 웃고 있는게 아니겠어요.

 

 

환갑이 다 된 나이게 애를 낳아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라며 퉁퉁대지만, 퉁이네의 눈은 아기 얼굴에서 떠나지 못했죠. 퉁이라고 이름 붙혀진 아이는 자라는 동안 밤낮으로 잘도 웃었습니다. 반면 마을에는 무섭고 실술 또한 고약한 흉측한 도깨비가 나타나 사람들은 날이 가면 갈수록 사는 게 힘들어졌죠. 그런데 그 무서운 도깨비를 퉁이가 만나러 간거에요. 산길을 오르는 게 신 나서, 토끼가 우스워서 웃는 퉁이 소리에 도깨비가 퉁이를 괴롭히기 시작했어요. 그런데도 퉁이는 웃기만 하네요.

 

"얘야, 그 소리가 대체 뭐냐?"

"무슨 소리유? 아, 웃음소리유?"

"웃음소리? 히야, 고것 참 힘이 세네." (본문 中)

 

 

이 세상에서 제 심술과 제 흉칙한 얼굴이 가장 힘이 세다고 믿었던 도깨비는 웃음소리가 갖고 싶었어요. 와~!!!! 흉칙한 얼굴과 도깨비의 심술보다 웃음소리가 더 힘이 세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네요. '하하하''호호호' 웃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이 그림책을 보니 알 거 같아요. 힘들다고 좌절하기 보다는 '하하하' 웃어넘기는 법도 필요한 거 같구요. 이 그림책을 읽다보면 절로 웃음이 날 거 같아요. 의성어와 의태어가 많아서 읽는 재미가 있으니 아이들도, 읽어주는 부모님들도 즐거울 수 밖에 없을 듯 하네요. 오늘 하루 힘드셨나요? 《고것 참 힘이 세네》를 읽으면서 하하하 웃어보길 권해봅니다.

 

(이미지출처: '고것 참 힘이 세네'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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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의 힘 단비어린이 문학
은정 지음, 박연경 그림 / 단비어린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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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보면 좋은 일도 있지만, 때로는 불행한 일도 생겨납니다. 때로는 이 불행한 일들이 내가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기도 하지요. 연예인이나 박사, 때로는 사업에 성공한 이들의 인터뷰를 보다보면 어려웠던 시기의 일들이 성공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그러니 당장 불행한 일에 좌절하기 보다는 이 일을 디딤돌 삼아 딛고 일어서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겠죠. 단비어린이 《부적의 힘》은 이렇게 아픔을 디딤돌 삼아 마음이 자라게 된 이야기를 담은 단편모음집입니다.

 

"호태야, 사람들이 다 자기가 잘나서 잘된 줄 알지만 아니란다. 그 사람을 향한 사랑과 관심이 모여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을 만들지. 그 힘이 세상을 움직이는 거란다." (본문 13p)

 

표제작 [부적의 힘]은 다이어트로 먹고 싶은걸 먹지 못하는 호태의 이야기입니다. 새 부적을 가지고 온 할머니에게 용돈을 받을 생각에 마음이 부풀었던 호태는 다이어트 중이니까 절대 용돈을 주지 말라는 엄마의 신신당부 때문에 용돈을 받지 못해 심통이 났어요. 햄버거, 라면, 과자, 피자, 제일 좋아하는 닭가정을 못 먹은 지 일주일째거든요. 호태는 오늘도 수학 시험에서 백 점을 맞았어요. 이걸로 엄마한테 라면을 끓여 달라고 부탁해 볼 생각이죠. 그런데 짝꿍 진우는 백점 맞은 호태가 부럽습니다. 호태는 부적 때문일거라고 하죠. 호태는 부적을 진우에게 3천원에 팔아서 닭강정을 사먹을 계획을 꾸미게 됩니다. 다음 날, 3천원을 받기 위해 진우네 집에 간 호태는 아픈 엄마를 대신해서 라면을 끓이고 설거지를 하는 진우를 보게 됩니다. 부적값으로 받은 3천원으로 닭강정을 사먹었지만 사레가 들리고 목구멍이 답답하기만 하죠. 다 풀지 못해 깨끗한 책장에 꽂아아 둔 학습지를 보니 엄마 약값 때문에 문제집이나 학습지를 하지 못하는 진우 생각 탓인지 목구멍에 아직도 뭐가 걸린 것만 같네요.

 

[나는 달린다]는 서울로 전학온 은주의 이야기입니다. 아빠의 사업이 망해서 시골 할머니 집에서 자라게 된 은주는 이제 집안 형편이 나아지면서 부모님과 같이 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와 정아랑 헤어져야 한다는 것이 너무 슬펐죠. 은주는 전학오면서 자신의 성격이 조용하고, 수줍음이 많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하지만 가을 운동회 이어달리기 대표가 된 은주는 아이들이 말을 걸어오면서 가슴이 조금 환해진 기분이었죠. 엄마에게도 조금씩 말을 걸어 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막상 엄마 얼굴을 쳐다보면 말이 목구멍이 걸렸습니다. 은주는 반 대표로 이어달리기를 하니 운동회 꼭 구경오라는 말을 어떻게 말할까 연습하다가 겨우 말을 했어요.. 엄마가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확인도 안 하고 말이죠. 그리고 이제 이어달리기가 시작됩니다.

 

"기다리길 잘했지? 할머니 어렸을 때는 감꽃 피기를 기다렸단다. 처음의 쓴 맛이 달콤한 맛으로 바뀌는 걸 기다리며 참는 것. 삶은 기다리고 참는 일 같구나." (본문 121p)

 

아픈 누나 때문에 늘 뒷전이 시우의 이야기를 담은 [고마워, 누나], 단짝 하린이와 자신 사이에 불쑥 끼어든 세연이 때문에 화나간 미주의 이야기 [눈이 필요해]도 감동을 전합니다. 특히 [눈이 필요해]는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법한 이야기를 판타지 형식으로 담아 공감 뿐만 아니라 흥미로움을 담고 있지요. [감꽃 목걸이]와 [꽃 눈] 역시 판타지를 가미하고 있어요. 누구나 환경에 영향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이 6편의 단편들은 모두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 때문에 고통 받는 아이들이 그 일을 계기로 조금씩 성장하는 내용을 담아내고 있어요. 각각의 단편들은 따뜻하고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지요. 이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겪게 될 아픔을 디딤돌 삼아 딛고 일어서는 법을 배우게 될 듯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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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아파트 단비어린이 문학
신은영 지음, 노은주 그림 / 단비어린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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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3일 바로 어제, 차별에 우는 임대아파트라는 제목의 뉴스를 접했다. 세종시의 한 아파트에서 임대아파트 거주 아동들과 같은 학교에 배정되는 것을 막기 위한 글을 게시했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글에는 임대아파트가 포함된 학군으로 분류되어 아파트 이미지 저하가 우려된다는 임대아파트 거주자를 차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 이 문제는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그동안 아이들 사이에서는 몇 평에 사는지, 무슨 차를 타는지, 어떤 아파트에 사는지 등을 통해 편가르기하는 일이 있어왔다. 아이들의 이러한 편가르기와 차별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이는 어른들의 세계에서 보여주는 차별에서 보고 배운 것일 게다. 단비어린이 《쌍둥이 아파트》는 지금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이야기를 담은 동화책이다. 저자 역시 뉴스를 통해 알게된 새 아파트의 이기심이 마음에 쓰여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하니 우리 주위에서 이러한 잘못된 차별과 어른들의 잘못된 모습들이 만연하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 씁쓸했다.

 

주인공 우봉이는 엘리베이터 점검으로 학교에 지각하게 되는데, 며칠 동안 짝꿍 없이 혼자 앉았던 우봉이 옆에 새로 전학 온 강나리라는 친구가 앉아있었다. 강나리는 우봉이네 집 맞은 편에 우뚝 솟은 '스타 S' 새 아파트에 이사 온 친구다. 나리는 우봉이가 사는 아파트가 어디인지 묻더니, 헌 아파트는 어쩔 수 없다고 했던 엄마의 이야기를 하며 자신의 새 아파트를 자랑했다. 우봉이는 자랑쟁이와 짝이 된게 못마땅했다. 다음 날, 하나 뿐인 화장실 때문에 지각을 하게 된 우봉이를 보며 강나리는 48평인 자신의 집보다 작은 24평에서 5명이 산다는 것에 놀란다. 뿐만 아니라, 우봉이 엄마도 민찬이네 가족이 스타 S 아파트로 이사간다고 하니 배가 아프다.

 

 

민찬이 생일파티를 시작으로 아이들은 스타 S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과, 헌 스타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로 나누어지고, 급기야 한 반에는 남녀, 스타 아파트와 스타 S아파트로 분류하여 4모임으로 나뉘어진다. 반면, 스타 S 아파트에서는 헌 스타 아파트와 쌍둥이 아파트로 불리우는 것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두 아파트를 분리하기 위해 두 아파트 사이에 있는 작은 오솔길을 폐쇄하겠다는 요청을 해온다. 오솔길은 아이들 등굣길인 동시에 스타 S 아파트로 가는 지름길로 폐쇄를 하면 큰길을 돌아가야 한다는 뜻이 된다. 결국 스타 아파트는 스타 S 아파트를 향한 반격을 하게 되고 이는 어른들의 몸싸움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러던 중 스타 S 아파트에 사는 강나리가 스타 아파트에 놀러왔다가 없어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결국 바로 옆 아파트끼리 사이가 안 좋아서 생긴 일인 것 같군요. 예전처럼 오솔길이 있었다면 학교를 통해 집에 갈 생각도 안 했을 테죠. 이웃 주민들끼리 서로 마음을 열었으면 애초에 이런 일도 생기지 않았을 겁니다." (본문 104p)

 

어른들의 이기심이 결국 아이들에게도 이어지게 되고 서로 담을 쌓고 미워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모습을 보고 배운다. 어른들의 그릇된 행동과 말들이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해졌던 것이다. 어느 아파트에서 살고, 몇 평에 사는가로 구분하기 보다는 서로 마음을 열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함을 이 동화책은 이야기한다.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서로를 배려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어느 아파트에서 사는 것보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가 더 중요함을 이 책이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때,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이미지출처: '쌍둥이 아파트'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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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어스 프로젝트 라임 청소년 문학 42
다비드 무아테 지음, 이세진 옮김 / 라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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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읽다보면 공통점을 발견한다. 결코 밝은 미래를 그려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미래의 지구는 피폐해졌고, 가난과 배고픔으로 절망만 가득하다. 물론 소수의 특권층은 지금과 다를 바 없이 여전히 모든 것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는 점도 공통점 중의 하나이다. 2125년의 지구는 어떨까? 이 책에서도 미래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피폐해졌고, 배고픔과 가난으로 버거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에 각국의 정상들은 지구가 아닌 우주로 눈을 돌렸고 더 나은 삶의 터전을 찾으려고 애쓰고 있다.

 

세계 각국은 30년간 뉴어스 프로젝트(NEP)에 어마어마한 재정을 지원했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지구인을 다른 행성계, 즉 미래가 있는 엘도라도로 이주시키는 것이었다. 공해, 온난화, 그리고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는 자연이 오랜 세월에 걸쳐 이룩한 균형을 무너뜨렸고, 지구를 구해야 한다는 환경 운동 단체의 주장 대신, 다른 행성으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이에 매주 백만 명의 지구인들을 뉴 어스로 보내기로 합의했고, 이 엄청난 계획은 대부호 기업인 아서 C. 파커의 주도하에 결실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최초의 월드스페이스십을 쏘아올리게 되었다. 물론 작은 충돌로 인해 월드스페이스십에 O자 모양을 그린 듯한 얼룩이 생긴 것만 빼고 말이다.

 

눈길이 닿는 곳마다 무너지기 일보 직전의 건물, 칙칙한 얼굴, 영원히 걷히지 않는 잿빛 안개뿐이다. 지구를 뒤덮은 스모그는 모든 것을 감싼 채 그 끈적끈적한 손가락으로 사방을 문지르고 다닌다. 나는 이 회색 천지에서 색깔 한 조각을 찾아보려고 기를 쓴다. 섬광처럼 스치는 환상조차 고작 밝은 회색일 뿐이지만, 그 정도만 해도 어디인가……. (본문 55p)

 

미래의 지구는 특권층만을 위한 돔에서 살아가는 '언터처블'과 가난과 배고픔에 살아가는 '그레이'로 나뉘어져 있다. 정부는 정의 실현 차원에서 사회적 지위 상승의 기회를 열어 놓는다는 취지로 일부 빈민가 아이들의 입학을 허용했고, 그레이에 속한 아이시스는 특례 입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우수한 성적으로 학교를 졸업한다면 고층 건물의 상층에 집을 구하거나 물에 잠기지 않는 동네로 이사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이시스는 열심히 공부했다. 지각할 위기에 처한 아이시스는 언터처블의 오라이언과 부딪히게 된다. 저지대 출신 학생과 언터처블의 신체적 접촉을 엄격히 금지하는 규칙이 있기에 아이시스는 퇴학위기에 처하지만 오라이언은 별일 아닌 듯 넘어간다. 이 사건 이후 아이시스와 오라이언은 서로에게 좋은 감정을 갖게 된다. 기간제 선생님이 밴 두이크라는 사회성 체험 학습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언터처블과 그레이가 서로 자기가 사는 동네를 데리고 가는 체험을 한 후 보고서로 제출토록 하게 된다. 아이시스와 오라이언이 한 팀이 되면서 오라이언은 아이시스가 사는 동네를 가보게 되고, 아이시스에게 더 깊은 호감을 느끼게 된다.

 

직업을 얻지 못하는 아빠, 아이를 갖게 된 엄마, 아이시스의 삶은 더 힘들어지는데, 다행이 뉴 어스로 가는 추첨에 당첨되게 된다. 먹거리 걱정, 버러지 같은 생활도 끝난다는 생각에 가족 모두 기뻐하지만 아이시스는 완벽하게 좋지는 않았어도 잡동사니를 주워다가 뭔가를 만들고, 채소 키우는 법을 개발하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이 삶이 좋았던지라 아쉬움이 남는다. 반면 아이시스가 뉴 어스로 가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오라이언은 NEP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

 

"뉴 어스 프로젝트라는 이름은 괜히 붙은 게 아니야. 지구는 죽어 가고 있어. 우리 엘리트들이 수백 년간 손을 놓고 있었기 때문이지. 공해, 기근, 전염병……, 그런 것들은 다 지구가 앓고 있는 진짜 병의 결과일 뿐이야. 그 병의 진짜 이름이 뭔지 아니? 바로 '인구 과잉'이야. 우리가 지구의 재화를 보잘것없는 자들과 왜 나눠 가져야 하지?" (본문 167p)

 

이 소설은 영화 《어벤져스》, 소설 《헝거게임》 등 다양한 소설과 영화에서 봐왔던 소스들이 보인다. 다행인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식상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아이시스가 보여주는 희망때문일 듯 보인다. 척박한 환경에서 식물을 키우고, 아이들을 위해 교육을 하고, 좀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점이 막막해보이는 미래에 커다란 희망을 보여준다. 과학의 발달은 삶의 풍요로움을 가져오긴 했지만, 점점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터전을 앗아가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많은 이들이 환경보호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나 여전히 부족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의 삶이 잠시 멈춰져서야 지구가 살아나고 있다는 점은 우리가 얼마나 많이 자연을 파괴하고 있는지 짐작케 한다. 이 소설에서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단 한 가지다. 이 소설의 말미에 나오는 할머니의 대사. 아무리 말해도 부족한 환경보존, 우리의 미래는 바로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우리는 지구를 조상들에게 물려받은 게 아니라 후손들에게 빌려 쓰는 것이다." (본문 2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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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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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은 내게 꽤 익숙한데, 그의 작품은 굉장히 섬세하고 잔잔하며 담담했으며 때로는 난해하게 다가온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자꾸 끌리는 매력적인 작품들이었기에 그녀의 작품은 꼭 찾아 읽어보게 된다. 나에게 난해함과 이해의 사이에 존재하는 그녀의 일상은 어떨까? 글처럼 그녀의 일상은 늘 섬세할까? 항상 소설 속에서 존재하던 그녀의 일상과 만난다는 건 굉장히 설레이는 일이다. 《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가 기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말이지 읽고, 쓰는 것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읽고 쓰는 일을 둘러싼 에세이집을 만들지 않겠느냐, 하는 제안이 들어왔을때, 그래서 나는 그것도 일리가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략) 멋진 책 한 권을 읽었을 때의, 지금 자신이 있는 세계마저 읽기 전과는 달라지게 하는 힘, 가공의 세계에서 현실로 밀려오는 것, 그 터무니없는 힘. 나는 이 에세이집 안에서 그것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생각합니다. (작가의 말 중, 본문 211,212p)

 

이 책은  I 쓰기, II 읽기, III 그 주변 총 3파트로 나누어 읽고 쓰는 일에 대한 글을 담아내고 있다. 늘 가공의 인물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써왔던 작가가 이제는 자신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그녀의 소설 속에서 때로는 난해함을 느꼈던 나는 이 에세이를 통해서 그 난해함을 이해가는 과정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한껏 들떴다. 그래서일까? 독자 입장에서의 나는 II 읽기 부분에 더 주목하게 된다.

 

책을 읽는 동안은 어디에 있든, 뭘 하고 있든, 혼의 절반은 그쪽 세계에 가 있습니다. 그래서 책을 다시 펼칠 때면, 그쪽으로 가는 느낌이 아니라, 그쪽에 돌아온 느낌이죠. 그걸 좋아해요. (본문 93p)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곳을 떠나는 일이고, 떠나고 나면 현실은 비어 버립니다. 누군가가 현실을 비우면서까지 찾아와 한동안 머물면서, 바깥으로 나가고 싶지 않게 되는 책을, 나도 쓰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본문 129p)

 

소설을 쓰는 작가이기 때문인지, 여느 에세이와 달리 또 하나의 소설을 읽는 기분을 들게하는 문체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작가의 소설에서 느꼈던 느낌과는 다른 순수하고 소녀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녀는 한동안 머물면서 바깥으로 나가고 싶지 않게 되는 책을 쓰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난 작가가 이 책을 통해서 이미 그 바람을 이룬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난, 편안하게 이 책 속에서 머물면서 한동안 그쪽으로 간 느낌이 들었으니 말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도피인 동시에, 혼자서 밖으로 나가기 위한 연습이기도 했다. 혼자서 여행하는 것, 사물을 보는 것, 이해하는 것, 그리고 혼자 살아가는 것의, 간단한 연습이기도 했다. (본문 10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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