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
헨리 데이빗 소로 지음, 한기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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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흡사 전쟁과도 같은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는 위안을 주는 영혼의 쉼이 필요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행을 통해 자연을 벗삼으면서 힐링하고자 한다. 하지만 요즘같은 코로나 시대에서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며, 오히려 더 많은 스트레스와 고통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쉼이 필요한 시기에서 진정한 쉼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지금, 소담출판사 《윌든》은 삶에 대한 기쁨과 위안을 통해 우리가 놓치고 있는 자유롭고 인간적인 삶을 깨닫게 해준다.

 

《윌든》은 법정 스님이 사랑한 책으로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2년 2개월 2일 동안 윌든 호숫가 숲속의 조그만 오두막에서 지내면서 다양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주고 있다. 내가 즐겨 시청하는 프로는 아니지만,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TV프로그램은 많은 이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얼핏 보면 그들은 사람들에게 벗어나 은둔자로서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자연에서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물질적인 풍요를 내려놓고 마음의 풍요를 채워나가는 진정한 삶의 가치를 보여주는 면도 있다. 저자 역시 자연속에서 그러함을 느꼈던 것은 아닐까. 1845년에 문명의 삶에서 벗어나 자급자족적인 삶을 살아가게 된 윌든은 그 당시 관심을 받지 못하였으나 100년을 훌쩍 지나버린 지금 지친 현대인의 삶에서 윌든의 삶은 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거짓된 인간 사회에서는 속세의 부를 좇느라 거룩한 모든 위안은 허공에 흩어질 뿐." (본문 51p)

 

이 책은 총 열여덟가지 이야기로 삶의 경제학, 내가 살았던 장소와 삶의 목적, 독서, 삶의 소리, 고독 등 다양한 이야기를 직접 지은 오두막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며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얻은 지혜를 전달한다. 우리는 자연이 아닌 과학의 발달과 함께 달라진 문명을 통한 편리한 삶을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놓치고 살아간다. 많은 시간이 지나서야 사람들은 비로소 조금씩 깨달아가면서 그동안 버리고 놓쳐버린 삶을 들여다보게 되었고 무소유와 미니멀을 추구하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났으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윌든의 이야기처럼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데 그리 많은 것들은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경험에 의해 적어도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배웠다. 즉, 사람이 자신이 꿈꾸는 방향으로 자신 있게 나아가면서 자신이 꿈꾸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면 보통 때는 생각지도 못한 성공을 거두게 된다는 것이다. (중략) 삶을 단순화하는데 비례하여 삼라만상의 법칙은 덜 복잡해질 것이며, 고독도 고독이 아니고 가난도 가난이 아니며 약점도 약점이 아니게 된다. 설혹 공중누각을 세운다 해도 그 일은 헛된 수고가 되지 않는데, 누각이란 것은 마땅히 그곳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제 그 아래 기초만 만들면 되는 것이다. (본문 492p)

 

자신의 삶이 아무리 비천할지라도 그 삶을 정면으로 대하고 살도록 하라. 피하지도 욕하지도 몰라. 그 삶은 당신만큼 나쁘지 않을 것이다. 당신이 가장 부유할 때 당신의 삶은 가장 가난해 보인다. 나의 흠이나 잡는 사람은 천국에서도 흠잡기에 바쁘리라. 설혹 그 삶이 가난할지라도 당신의 삶을 사랑하라. 설혹 구빈원이라도 유쾌하고 신나며 훌륭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본문 498p)

 

《윌든》은 문명에 의지하지 않은 저자의 삶을 통해 자유롭고 인간적인 삶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저자가 숲 속에 들어간 이유에 대해 '신중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하기 위해서, 그리고 인생에서 꼭 알아야 할 일을 과연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그리고 죽음의 순간에 이르렀을 때 제대로 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지 않기 위해서(본문 509p)'라고 했다. 우리는 경제적, 물질적인 부를 좇다 자신과 주변의 삶을 둘러보는 여유를 갖지 못하고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지금 무엇을 좇고 있고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물질적인 것을 비워하면서 내 안의 내면을 채워가는 삶에 대해 이제는 찾아봐야 할 때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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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민 대 남정민 단비어린이 문학
허윤 지음, 이수진 그림 / 단비어린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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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는 말을 자주 쓰게 됩니다. 사람들은 나와 다른 면모를 가진 사람을 부러워하지만, 부럽지 않은 척하기 위해 이런 말을 쓰곤 하죠. 하지만 부러운 마음을 어쩔 수 없답니다. 그렇다고해서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나 자신을 깍아내릴 필요는 없어요. 다른 사람들도 그들과 다른 나를 보며 부러워할 테니까요. 단비어린이 《여정민 대 남정민》은 우리의 이런 마음을 잘 표현한 동화책이에요. 부러운 마음이 꼭 나쁜 마음이 아니라 내가 노력하는 자극제가 될 수도 있으며, 부러운 마음으로 나와 타인을 깍아내리지 말라고 말하고 있어요.

 

 

이 동화책은 총 3편의 단편으로 엮어진 이야기입니다. 표제작 [여정민 대 남정민]은 같은 반에 이름이 똑같은 두 이정민에 관한 이야기랍니다. 반장 이정민은 운동, 노래, 만들기 등 못하는 게 없어 선생님의 칭찬과 아이들의 인기를 독차지 하는 남자 아이로 남정민으로 부르기로 했어요. 또 다른 이정민은 스스로 별로 특별할 게 없다고 생각하는 여자아이로 여정민이라 불려요. 여정민의 단짝 친구인 예주는 요즘 남정민에게 관심이 많아요.  여정민은 자신과 항상 비교되는 남정민 이야기만 하는 예주에게 속상한 마음을 매운 떡볶이로 달래곤 합니다. 그러다 남정민과 마주치게 되는 몇 차례 사건을 겪으면서 여정민의 가슴이 쿵쾅거리게 되죠. 이후 아빠가 하는 미용실에 남정민이 손님으로 오고, 떡볶이집에서 당황하는 남정민을 여정민이 도와주면서 두 사람은 가까워지게 되죠. 헌데 매운 떡볶이를 좋아한다던 남정민이 사실 매운 걸 먹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되고, 남정민의 핸드폰에 '난 정민이가 좋다'라고 씌여진 걸 알게 되면서 여정민은 남정민과 떡볶이집을 같이 가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위험한 주머니]는 우연히 공원에서 주머니를 발견하게 된 경미의 이야기입니다. 좋은 아파트에 늘 좋은 걸 갖고 있는 유정이를 부러워하던 경미는 공원에서 주운 주머니가 로또 주머니인 걸 알게 되요. 그 주머니는 소중한 건 넣지 말라는 경고 문구가 있었지만, 물건을 하나 넣으면 두개가 되는 요술 주머니였죠. 경미는 늘 유정이에게 받기만 했던 게 좋으면서도 기가 죽었던 터라 요술 주머니로 유정이에게 선물을 주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유정이가 아빠가 미국에서 사다준 걱정 인형을 경미에게 선물합니다. 인형을 주머니에 넣어 두 개로 만든 유정이는 한 개를 세영이에게 선물하죠. 하지만 유정이는 자신이 준 선물을 세영이에게 줬다는 사실을 알고 세영이에게 실망하게 됩니다.

 

 

[거북이의 소원]은 [토끼와 거북][별주부전]의 이야기를 믹스하여 새로운 이야기로 재탄생한 동화에요. 작은 산마루를 하루 종일 느릿느릿 걷던 거북이는 우연히 도깨비를 구해주게 됩니다. 도깨비는 거북의 소원 한가지를 들어주기로 했어요. 토끼가 되고 싶었던 거북은 '토끼'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엄청 빠르고 꾀도 많고 보르르한 털'이라고 설명하게 되죠. 도깨비는 세 가지나 되는 소원이지만 들어주기로 합니다. 이후 토끼를 만나 경주를 하게 된 거북은 자신이 빨라진 걸 알게 되죠. 토끼를 이겼다는 기쁨도 잠시, 호랑이를 만나 잡아먹힐 위기에 처하게 되자 꾀를 내어 호랑이가 토끼를 먼저 잡아먹도록 해요. 하지만 제 꾀에 넘어가 토끼와 함께 잡아먹히게 되지만 호랑이는 털 뭉치가 목에 걸린 듯 하여 토끼와 거북을 뱉어냅니다. 그런데 거북의 몸이 털투성이가 되어 있네요. 토끼는 그런 거북을 보고 깜짝 놀라요. 결국 거북은 다시 도깨비를 찾아나섭니다.

 

세 편의 이야기는 이렇게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재주가 많은 남정민을 부러워하는 여정민, 좋은 걸 가진 유정이를 부러워하는 경미, 빠르고 꾀많은 토끼를 부러워하는 거북의 이야기죠. 하지만 남을 부러워만 하고 자신을 깍아내릴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 이들을 통해 알게 되었죠. 부러워하는 마음은 자연스러운 마음입니다. 다만 그 부러운 마음으로 자신이 달라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답니다. 재미있는 세 편의 이야기는 모두 열린 결말로 끝이 납니다. 그 결말은 독자 여러분이 만들어가면 좋을 거 같아요. 그래서 더욱 재미있는 동화책이랍니다.

 

(이미지출처: '여정민 대 남정민'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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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빛 소리맴 단비어린이 문학
이재희 지음, 황여진 그림 / 단비어린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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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책을 읽을 때보다 동화책을 읽을 때 더 눈물이 나는 건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 때문이겠지요. 단비어린이 《하늘빛 소리맴》을 읽다보니 눈물이 왈칵 쏟아집니다. 한 편의 청소년 영화를 본 듯 영상미와 스토리가 돋보이는 작품이었어요. 은우의 마음도, 부모이기에 은우 아버지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었던 탓에 공감이 많이 되었던 것 같아요. 초등 5학년인 은우는 솔숲초등학교 교장으로 부임하게 된 아빠를 따라 이곳 솔수펑마을로 이사오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한때를 솔수펑마을에서 살았던 아버지는 마치 고향에 돌아온 듯 가슴 벅차했지만, 은우는 정든 친구들과 헤어진 슬픔과 낯선 곳에 대한 서먹함에 힘들어합니다. 은우는 이런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하는 아버지가 서운하기만 하지요.

 

 

첫날부터 살갑게 대해주는 진아, 반장인 한이와 체육부장인 우섭과는 달리 민석, 명훈, 선미 등은 은우에게 적대적이기만 합니다. 그런데 교장 선생님인 아빠는 모든 게 은우의 잘못인 냥 다른 친구들 편만 들어주네요. 은우는 그런 아빠가 밉기만 합니다. 그러던 중 학교에서는 가을 운동회 때 학교를 더 빛내기 위해 선생님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특기나 장점을 살려 아이들을 가르치기로 합니다. 은우와 진아는 기계체조를 배우게 되었고, 운동을 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서운함도 잊을 수 있었지요. 친구들와 우정을 쌓아가며 여름 방학을 보내고 드디어 학교 행사 날이 다가왔습니다. 진아와 선미의 투닥거림을 말리던 은우를 선미가 어깨를 밀치는 바람에 은우는 균형을 잃고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지면서 발목을 다치게 됩니다.

 

 

은우는 학교 일이 우선이었던 아버지에 대한 서운함과 야속함, 선미를 두둔하는 아버지가 밉기만 했어요. 얼마 후 은우가 깁스를 풀던 날은 은우의 생일이기도 했습니다. 아버지는 추수를 끝낸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다가 은우의 생일도 잊고 말았죠. 그런 아버지가 선미 칭찬을 하자 은우는 아버지에게 소리를 치고 집을 나와 진아네 집에서 잠이 듭니다. 그러다 아버지가 뇌졸증으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그 모든 것이 자신의 탓만 같았지요. 이제 더 이상 예전에 모습을 되찾을 수 없는 아버지지만, 은우는 아버지의 사랑을 깨달아갑니다.

 

《하늘빛 소리맴》은 열두 살 소녀 은우의 성장하는 모습을 너무도 잘 표현한 작품입니다. 부모인 저는 교장선생님으로써 자식의 편을 들어줄 수 없었던 아버지의 마음은 어땠을까 생각해보게 되네요. 그래서인지 미워했던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고 알아가는 은우의 과정이 너무 뭉클하기만 합니다. 정겨운 시골의 모습이 너무 생생하게 그려져서 그 풍경이 눈에 보이는 듯 합니다. 투닥거리던 친구들이 조금씩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도 정겹기만 하네요.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느낄 수 있는 따스함과 감동이 있는 동화책이었습니다.

 

(이미지출처: '하늘빛 소리맴'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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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키운 건 8할이 나쁜 마음이었다
이혜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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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보는 순간, 저자가 정말 솔직하게 이 글을 썼을거라는 짐작을 하게 된다. 전쟁터와도 같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쁜 마음 한 번 생각해보지 않는 사람은 없지 않겠는가. 다만, 꾹꾹 눌러 담아놓거나 나만이 볼 수 있는 일기장 같은 곳에 눌러놓은 그 마음을 실랄하게 적어놓을 뿐이지. 그러나 누구에게도 이같은 나의 마음을 드러내고 싶지는 않다. 나쁜 사람이라는 손가락질을 감당할 수 있는 베짱은 없으니까. 그러니 자신의 이런 마음을 많은 이들이 볼 수 있는 책으로 출간한 저자는 베짱두둑한 솔직한 사람이 아닐런지. 저자 이혜린은 영화로도 상영된 바 있는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의 작가이다. 영화나 소설은 아직 접한 지는 못했지만, 제목은 익히 들어알고 있던 작품이다. 당시는 몰랐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이 책 또한 굉장히 솔직한 제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각설하고, 이 작품은 '사실은 나도 이 책에 나오는 나보다 더 나쁘다.'라고 말하는 작가의 솔직함이 굉장히 매력적인 책이다.

 

다 같이 악마가 되자는 건 아니고, 그냥 공유해보고 싶다. 내 안에 숨겨뒀던 나쁜 말들. 다들 비슷하면 우린 다 같이 연대를 느껴보는 즐거운 경험을 하게 될 거다. 작가만 나쁘다 싶으면 '그래도 얘보다 낫네.'라는 위안을 받으면 되겠다. 흉을 보며 스트레스를 풀어도 좋고, 물론, 자신이 작가보다 나쁘다 싶을 수도 있겠다. 괜찮다. 사실은 나도 이 책에 나오는 '나'보다 더 나쁘다. 으하하. (본문 6,7p)

 

개그,영화,드라마 혹은 예능에서 간혹 등장하는 버럭 캐릭터들이 있다. 그럴 때 우리는 통쾌함을 느끼곤 하는데, 이 책을 읽다보면 이 같은 통쾌함, 후련함 등을 느낄 수 있을 거다. 어쩌면 나만 그런 것은 아니구나, 라는 위안을 얻을 수도 있겠다. 우리가 보통 화가 나는 대상은 사람, 회사, 혹은 나일 때가 대부분일 게다. 이에 저자는 이 책을 [사람이 싫다], [회사가 싫다], [네가 싫다], [내가 싫다]로 총 4개의 주제로 나누었다. 어쩜 이렇게 소제목이 찰떡같은지. 혹여 내 마음 속에 다녀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 중 아무래도 가장 나의 나쁨을 여실히 드러나게 되는 것은 '회사'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지 가장 공감이 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이제부턴 혐오의 대결이다.

나를 이따위로 대우하는,

부려 먹긴 잘하면서 딱히 발전할 가망은 없는

빌어먹을 회사를 혐오하느냐.

 

겨우 이따위도 감지덕지한,

불평은 잘하면서 박차고 나갈 용기는 없는

못나빠진 나를 혐오하느냐. (본문 91p)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나쁜 마음을 숨겨놓고 착한 척 이야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타인의 위로 속에는 내가 아니여서 다행이라는 위안이 더 크고, 칭찬하는 말 속에는 남 잘되는 것에 대한 배아픔이 더 크지 않던가. 내가 정년 옹졸한 인간이란 말인가, 라는 자책은 잠시 뿐이고, 이제부터는 착하게 살자라는 다짐 역시 작심삼일일 뿐 사회속에서 나의 나쁜 마음은 점점 커지고 있는 듯 하다. 그런데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공감하고 위안 받으면서 착한 마음을 가져보자는 다짐을 하게 되는 아이러니는 무엇이란 말인가. 이런 통쾌함이 내 안의 스트레스를 몽땅 날려버렸기 때문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사회생활이란,

어금니를 악무는 동시에

활짝 웃는 법을 터득하는 과정. (본문 115p)

 

책을 읽다보면 공감이 주는 통쾌함에 현웃이 터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웃음을 통해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해소되었을 것이다. 내 안의 나쁜 마음이 부끄럽고 들키고 싶지 않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래도 이런 나쁜 마음이 악착같이 살아가게 하는, 날 지탱해주는 요소 중의 하나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해서 작가나 이 책에 공감하는 우리가 정말 나쁜 사람은 아니지 않냐고. 오랜만에 읽기 편하면서도 무한 공감을 하는 책을 만났다. 이 책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너무도 많은데다, 그 공감 속에서 위안을 얻는 부분도 상당하다. 누구나 양면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나쁜 마음을 숨기고 착한 마음으로 애쓰며 살아가기에 가끔은 나쁜 마음이 정말 나쁜 사람이기 때문이 아님을 위로 받을 필요가 있지싶다. 그러기에 이 책을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코로나로 지치고 직장생활에 치이고, 사람들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한바탕 웃으면서 위로 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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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가장 높은 곳의 정원 라임 청소년 문학 44
버지니아 아론슨 지음, 김지애 옮김 / 라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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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시작되기 전, 2020년은 역대급 폭염이 다가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예상과 달리 장마가 길어졌고 곳곳에서 폭우가 쏟아지면서 폭염보다는 홍수와의 사투를 벌이게 되었다. 이는 지구 온난화에서 야기된 것으로 오래전부터 이 문제에 대한 대책을 필요로 하고 있고 세계 곳곳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병든 지구를 낫게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북극 빙하  면적이 25%만 남은 실정이며 2030년에는 북극 얼음이 사라진다고 할 정도로 지구 온난화의 문제는 심각한 상태이다. 그렇다면, 2066년 그린란드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의 장면은 단순히 허구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성 싶다.

 

환경의 역사를 배우면서 지구상의 그 어떤 곳보다 극지방의 기온이 훨씬 더 빠르게 상승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린란드에서는 매해 수천억 톤의 얼음이 녹아서 사라졌다. 지표면 아래에 매장된 토탄에 불이 붙으면서 들불이 수개월 동안 계속되었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해수면 상승을 멈추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니!

첫 번째 해수면 상승이 일어났을 때가장 먼저 태평양의 작은 섬들이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 그다음에 바다는 방파제 역할을 하던 섬인 보초도들을 차례차례 집어삼켰고, 뒤이어 해안 도시를 비롯해 해안 지대를 둘러싼 전 지역을 사라지게 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내륙의 상당 부분이 물에 잠기면서 수많은 강이 범람했다. 조수 방지 시스템과 제방, 수로들이 물의 유입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마침내 여섯 번째 해수면 상승 시기에는 소속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본문 41p)

 

빠른 속도로 환경이 변화한 탓에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는 2066년의 그린란드에 사는 열여섯 살의 조니는 이주민 도시인 샤메드의 100층짜리 초고층 건물에서 살고 있다. 조니네 가족은 상품 판매를 위한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조니는 가족들의 시끌벅적한 집안 분위기에서 벗어나 옥상에 올라가 아빠가 제3차 세계 대전 때 사용했던 쌍안경으로 거리와 사람들을 살펴보는 것을 즐겼다. 늘 혼자만의 옥상이었던 곳에서 조니는 비둘기들에게 둘러쌓인 백발의 할아버지를 만나 친구가 되었다. 레드 할아버지를 도와 낡은 닭장을 비둘기들을 위한 보금자리로 만드는 프로젝트에 동참하던 조니는 비둘기 똥에서 씨앗을 발견하게 되고 '씨앗, 정원, 진짜 음식'을 상상하게 되면서 레드의 도움으로 조니의 정원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사람들이 도대체 버릴 줄을 모른다니까?"

"그게 더 좋은 거 아니에요? 천연자원을 아끼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건데……."

"그렇긴 하지. 문제는 물건을 많이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쓰레기도 그만큼 줄었다는 거야. 그 바람에 가진 게 거의 없는 사람이 아주 많잖니? 사람들이 새 물건을 살 능력이 없어서 소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경제가 그만큼 나쁘다는 뜻이고. 실업률이 엄청나게 높아지고 빈곤층이 어마어마하게 증가한 거지." (본문 78p)

 

이 소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변한 도시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동물이나 식물이 사라지고 3D프린터로 만들어진 가짜 음식을 먹으며 물건이 부족하여 쓰레기조차 가질 수 없는 미래의 모습은 그야말로 암울하다. 초국적 기업인 모나코는 3D 음식은 물로 교육, 모든 정보에 대해 사전 검열과 통제를 하고 있다. 우리가 접하는 암울한 미래의 모습을 담은 영화나 소설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권층들이 존재하고 있다. 진짜 음식을 먹고 정원을 가꾸는 그들의 모습을 담아냄으로써 비특권층의 고통을 더 극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겠지만, 지구의 파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빈부의 격차는 존재한다는 사실은 더 씁쓸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니가 만들어가는 세상에는 우리가 가져야 할 희망이 존재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얼마 전 읽었던 라임 《뉴 어스 프로젝트》가 생각났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피폐해진 환경 속에서 근근히 살아가는 사람들, 그와 달리 소수의 특권층은 지금과 다를 바 없이 여전히 모든 것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는 점도 공통점 중의 하나이다. 그러한 척박한 환경에서 아이시스가 식물을 키우고 아이들을 위해 교육을 하는 모습 등을 통해 보여주는 희망 또한 닮아있다. 과학의 발달은 삶의 풍요로움 대신 점점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터전을 앗아가는 결과를 낳았지만, 두 소설에서 보여주듯 우리가 꿈을 꾸는 한 희망은 언제나 존재한다. 미래 식량에 대한 섬뜩한 예측을 담은 이 소설을 통해 우리가 지금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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