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때 시 - 아픈 세상을 걷는 당신을 위해
로저 하우스덴 지음, 문형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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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치 전쟁을 치루는 듯한 하루하루를 보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잠자리에 들 때 무사히 보낸 하루에 대한 한숨을 쉴 때도 있지요. 때로는 걱정 때문에 제대로 잠들지 못한 채 아침을 맞이하는 경우도 있곤 합니다. 로저 하우스덴은 이러한 아픔에 대한 치유에 '시'라는 처방전 건넵니다. 저는 이 처방전에 무한 공감을 합니다. 머리와 속이 시끄럽고 답답할 때 한 권의 시집이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곤 했기 때문이지요. 그런 탓에 이 책의 제목은 무릎을 탁! 치게 할 만큼 탁월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시에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뒷표지 중)

시는 기쁨이나 슬픔, 고뇌, 희망, 사랑, 갈망과 같은 인간 내면의 깊은 감정을 표현하는 간결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방법이다. 인간이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여러 방법 중에서도 아주 특별한 것이기에, 인류는 시를 통해 감정을 공유하고 서로 공감한다. (본문 6p)

 

이 책의 저자 로저 하우스덴은 시에는 사람과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고 믿는 희망의 에세이스트로 이 책에서는 10편의 시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매기 스미스<좋은 뼈대>, 엘렌 배스<내 말은 말야>, 콘래드 에이킨<말다툼>, 윌리엄 스태포드<자유로움>, W.S. 머윈<반짝이는 빗방울>, 잔 리처드슨<빛이 오는 방법>, 웬델 베리<이제 최악을 알게 되었으니>, 잭 길버트<변론답변서>, 나짐 히크메트<이쪽 길입니다>, 마리 하우<수태고지> 등에는 시와 그 시에 대한 저자의 해설 그리고 시인에 대한 이야기가 함께 수록되고 있습니다.

 

삶을 사랑하려면, 심지어 당신이

별로 내키지 않을 때조차 그것을 사랑하려면

당신이 소중히 쥐고 있던 모든 것이

마치 타버린 종잇조각처럼 당신 손에서 부스러져

목구멍에까지 쌓이고 쌓여

깊은 슬픔이 당신 옆에 앉아, 마치 열대 지방의 열기처럼

숨을 막히게 하고, 무거운 물처럼 짓누를 때

폐보다는 아가미로 숨을 쉬어야 할 듯

깊은 슬픔이 마치 몸의 일부가 된 듯 당신을 무겁게 할 때,

줄지는 않고, 오히려 더 커져가는 슬픔에

머릿속엔 내가 이것을 어떻게 버틸까? 라는 생각뿐

그러다가 문득, 당신 삶을 두 손으로 붙들고

양손 사이에 있는, 매력적인 웃음도,

매혹적인 눈빛도 없는, 그저 평범한 얼굴을 향해

당신은 말한다. 그래, 내가 감당할 거야

삶을 다시 사랑할 거야. (본문 37p <내 말은 말야>)

 

저자는 이 시를 통해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기쁨이 가득한 일이며, 슬픔으로도 가득한 것이지만 우리의 인간됨으로 인해,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의 모든 잔을 다 마실 수 있고, 심지어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그 이상의 것도 해내게 된다는 긍지를 갖게 한다고 말합니다. 저자의 해설처럼 저 역시 이 시를 읽으면서 삶에 대한 의지가 다시 생겨나는 듯한 기분을 느꼈어요. 전쟁같았던 오늘 하루를 감당해 낸 스스로가 대견하다는 느낌도 받았지요. 다른 시들도 좋지만, 저는 오늘 이 시가 무척이나 와닿습니다.

 

시에는 변화를 이끌어내는 힘이 있다. 그 힘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다면, 우리 내면의 깊은 부분까지 들어와 그것이 격려하고자 하는 이상적인 삶을 이룰 수 있게 우리는 돕니다. 고정관념과 아집, 혹은 두려움으로부터 오는 안일함을 깨고 감히 그것에 맞설 수 있도록 우리에게 용기를 북돋는다. (본문 8p)

 

시를 읽으면서 치열했던 오늘 하루를 차분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화나고 걱정하고 힘들었던 감정으로 마무리할 뻔한 하루를 차분한 마음으로 다시 힘을 얻으며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역시 힘들 땐 시!!!가 필요한 거 같아요. 그동안 잠시 시가 주는 위로와 용기를 잊고 있었는데 이 책으로 인해 다시금 시를 가까이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네요. 오늘 하루가 지치고 힘든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시는 인간으로 하여금 타인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삶의 모든 생명체에 감정을 이입하게 만든다. 인류는 감성이 가득한 시를 통해, 타인과 모든 생명에게 친밀감을 느끼게 되고 폭정의 파괴적 억압과 압제로부터 점점 멀어지게 된다. (본문 1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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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제도, 조선을 들썩이다 푸른숲 역사 퀘스트
이광희.손주현 지음, 박양수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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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중간고사를 보던 아들녀석이 시험은 왜 만들어졌냐며 한숨을 내쉰다. 나 역시도 학창시절 한 번씩 내뱉었던 말이니 그 마음을 이해 못할 것도 아니다. 학생들에게 시험 이야기를 하면 정말 지긋지긋하겠지만 이황, 이이, 이항복, 유성룡, 이순신, 정약용 등 내노라하는 조선의 인재들이 과거를 통해 선발되었다는 사실을 안다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려나. 혹은 어린 시절부터 천자문을 배우고 과거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을 안다면 공감대를 형성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현 조기 교육이나, 대학 입학을 위해 오랜 시간 공부에 매달리는 과정들이 조선 시대 과거 시험과 별반 다르지 않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지금과 다르지 않는 과거 시험을 통해서 조선 시대의 역사를 배운다면 이해도 쉬울 수 있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역사를 시대별로 사건을 늘어놓는 방법으로 배워왔지만, 요즘은 하나의 주제로 역사의 흐름을 이해하는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는데, 푸른숲주니어 《푸른숲 역사 퀘스트》시리즈가 그러하다. 《과거 제도, 조선을 들썩이다》는 조선 건국 시점부터 갑오개혁이 일어나는 근 오백 년 동안, 걸출한 인물들을 배출한 인재 등용 시스템인 과거 제도에 대해 실제 인물을 모델로 이야기를 풀어냄으로써 조선의 정치, 사회사에 대해 알아보게 된다.

 

 

 

과거 제도는 고려 시대 광종 때부터 조선 후기 고종 때까지 약 천년 동안 시행되었어. 과거 제도가 온전히 자리 잡은 건 조선 시대였지. 선비들에겐 과거에 급제해 관리가 되는 게 유일한 출셋길이었어. 그래서 선비란 선비는 모조리 과거 시험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고, 그만큼 경쟁률도 무지무지 높았지. (본문 12p)

 

가문의 부와 명예를 위해 전 재산을 들이고 평생을 바쳐서 과거 시험에 매달렸던 조선, 허나 이이나 이황 같은 위대한 학자들이 여럿 등장할 수 있었던 건 과거 시험 덕분이라 할 수 있겠다. 이에 저자는 '과거 제도'는 갖은 풍파를 겪으면서도 오백 년 동안이나 지속된 조선이라는 나라를 떠받친 기둥 중 하나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의 이야기는 역사 연구소의 알파봇으로 카카오톡, 웹 신문, 가상 인터뷰, 화상 토론회, 시간 여행 등 다양한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정보를 전달한다. 조선 시대였으면 가뿐하게 장원 먹고 입신양명했을 것이라며 조선 시대 양반으로 태어날 걸 잘못했다는 중학교 2학년 양명이의 이메일에서 비롯된 이야기의 시작은 과거 시험은 누가 보나요?, 신분에 따라 응시 과목이 다른가요?, 서얼 출신은 시험을 봤나요?, 이황이 과거 시험에서 낙방을 했다고?, 밥을 먹어야 시험 볼 자격이 생긴다고? 등등 재미있는 질문으로 오백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흘러온 조선 시대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황이 소과에 세 번 떨어진 적이 있고, 영의정 출신 이항복이 과거에 세 번 떨어진 적이 있다, 소과에 합격하고 초시를 치르려면 삼 년을 기다려야하지만, 성균관에서는 밥만 따박따박 잘 먹으면 채 일 년이 안 되어 응시 자격이 생긴다는 이야기 등 새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어렵지 않게 책을 읽어내려갈 수 있게 한다는 장점을 가진 책이다. '시대별로 사건을 늘어놓는 통사가 아니라 한 가지 사건에서 출발해 역사 전반으로 눈을 키워 나가는 방식의 주제사 시리즈'이니만큼 역사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책이다.

 

(이미지출처: '과거 제도, 조선을 들썩이다'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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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딸 단비청소년 문학
강경애 지음 / 단비청소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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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성 차별에 따른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겪고 있는 현재이지만, 오래 전부터 많은 여성들은 여성에 대한 모순과 편견을 해결하고자 애써왔으며 그로인해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들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순과 편견에 대한 불평 등을 큰소리로 이야기할 수도 있게 되었지요. 그 노력 중의 하나가 바로, 1930년대를 대표하는 여류 작가 강경애의 첫 장편 소설 《어머니와 딸》로 여성의 삶을 입체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봉건적 인습과 경제적 억압에서 여성 해방을 도모하였습니다. 출간된 지 100년이 다 되어가는 소설인 탓에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용어들이 등장하고 익숙치 않는 이야기 전개들로 구성된데다, 지금과는 다른 시대상황으로 인해 쉽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여성의 삶을 정면으로 겨냥함으로써 여성에 대한 모순과 편견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음은 분명히 알 수 있었지요.

 

이 이야기는 주인공 옥이부터 시작되지만, 작가는 옥이 어머니인 예쁜이 이야기를 많은 시간을 들여 전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스스로의 삶을 결정하고 주어진 운명을 극복한 옥의 삶과 어머니의 삶이 대비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가난한 소작농의 딸이었던 예쁜이는 지주 이춘식의 첩으로 팔려 갑니다. 예쁜이는 예쁜 딸을 낳았고 허전함을 아이를 통해 채우려 하지만, 본처에 의해 쫓겨나게 됩니다. 예쁜이가 딸과 함께 집으로 돌아온 그해 봄, 예쁜이네 가족은 살 길이 막막해지고 맙니다. 온갖 고생을 한 딸의 이야기에 아버지는 춘식에게 복수를 하려 하지만 오히려 죽게 되고, 이 소식을 들은 어머니와 남동생도 한강에서 자살을 합니다. 그 소식을 들은 예쁜이는 실신 상태에 빠졌고 담배를 배우고 술을 입에 대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예쁜이는 사내를 얻었고, 어린 딸은 엄마를 빼앗긴 채 혼자가 되지요. 어린 아이는 봉준 어머니(산호주)가 눈여겨 보면서 보살핌을 받게 됩니다.

 

십여 살이나 먹도록 이름 하나 없던 어린 아이에게 봉준 어머니는 옥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지요. 옥이 열네 살, 봉준이 열한 살 나던 해 봉준 어머니는 세상을 떠나게 되었고, 아이들의 선생인 김영철에게 아이들의 장래를 부탁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의 유언에 따라 옥이 스무살 잡히던 해에 예배당에서 그들은 혼례를 하게 됩니다. 옥이는 남편을 일본으로 유학 보내고 집안도 잘 꾸려 나가지만 남편은 다른 여인을 좋아하게 되면서 이혼을 요구하지요. 산호주의 유언을 생각하며 가정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옥이는 산호주가 남긴 말의 의미를 되새기게 되면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짓기로 합니다.

 

'믿지 마라! 남자를 믿지 마!' 다시 한 번 외쳐 보았다. '얼마나 잘 아시고 하신 말씀이랴!' 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든든한 의지처가 생긴 듯싶었다. 따라서 북받쳤던 설움이 가라앉고 거뜬해짐을 느꼈다.

이 말 한마디가 오늘날 옥에게는 얼마나 귀한 보배인지 모른다. '오, 어머님! 당신께서 남기고 가신 그 귀한 말씀을 내 가슴에, 내 가슴에 품었나이다.' 그는 눈을 스스로 감았다.

한참 후에 그는 다시 눈을 떠서 앞에 높인 곽과 편지를 노려보았다. '흥! 몰랐다! 너희가 생각한 그런 어리석은 여자는 아닌 것이다! 시계와 반지로 인하여 일생을 버릴 그런 못난 계집은 아니다. 오! 아니다!' 그는 벌떡 일어났다. (본문 144p)

 

지금과는 전혀 다른 시대 상황이지만,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옥이을 통해 내 삶의 주체는 바로 자신임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다소 읽기 힘든 구성을 가진 이야기였지만, 저자가 전달하고자 했던 의미는 오롯이 담겨있었습니다.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결정해가는 옥의 삶에서 힘을 얻게 되는 이야기에게 꼭 읽어보기를 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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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족 단비어린이 문학
신은영 지음, 노은주 그림 / 단비어린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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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답게, 남자답게'라는 말을 들으며 자라온 우리 사회는 지금 그 상처가 곪고 곪아서 터지고 말았습니다. 여기저기서 성 평등을 이야기하고 잘못된 관습을 바꾸려하고 있지요.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깊숙이 곪아있던 상처는 쉽게 치유가 되지 않아서 많은 충돌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잘못된 오랜 관습은 지금의 아이들에게도 서서히 자리잡아가고 있어요. 어린이들조차 여성비하 발언을 서슴치 않고 있지요. 성에 대한 고정관념은 차별 뿐만 아니라 서로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자아내기도 합니다. 이에 앞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성 평등에 대해 일깨워 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이 서로를 존중하며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시작이 될테니까요. 이에 단비어린이 《거꾸로 가족》에서는 재미있는 이야기로 성 역할에 대한 고정 관념을 없애주고자 합니다.

 

보통 우리는 남자 아이는 운동 잘하는 씩씩한 모습을 떠올리고 여자 아이는 예쁜 원피스에 구두를 신고 예쁘게 머리를 묶은 모습을 떠올립니다. 또 하나 아빠는 넥타이를 매고 출근을 하고 엄마는 앞치마를 두르고 가족을 위해 음식을 만들죠. 이것도 성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에서 나오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거꾸로 가족》의 모습은 우리가 가진 고정관념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바로 엄마는 아침마다 가방을 찾으며 출근 준비에 바쁘고, 아빠는 토끼 앞치마를 입고 고무장갑을 낀 채 엄마의 출근 준비를 돕지요. 바로는 아침 일찍 일어나 등교 준비를 마쳤지만 동생 바롱이는 아침부터 공룡 인형을 들고 싸우기 바쁘죠. 늦잠꾸러기 고모도 후다닥 출근을 하고,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를 고무줄로 묶은 삼촌은 뒷모습만 보면 영락없는 여자입니다. 꽃 박사인 할아버지 덕분에 바로는 식물에 대해 아는 게 꽤 많아요. 구두 때문에 발이 아픈지 조금 달리다가 멈춰서서는 구두를 벗어 손에 들고 막 뛰어가는 바롱이를 보면 바로는 부끄러울 때가 있습니다. 여자면서 행동은 영락없는 남자니까요. 단발머리의 바로네 선생님은 오늘도 직접 지은 시를 낭독해 주시다가 또 우시네요.

 

 

"선생님, 또 울어요?"

"우리 아빠가 그랬는데요. 남자는 태어나서 딱 세 번만 우는거래요. 그런데 선생님은 왜 만날 울어요?"

"흠흠, 철민이 아버지 말씀은 옛날 생각이란다. 왜 남자는 자주 울면 안 되는 거지? 왜 남자는 늘 씩씩해야 하지? 남자답다 혹은 여자답다는 건 그저 고정관념이 아닐까? 우린 여자, 남자이기도 하지만, 다 같은 사람이잖아. 그러니 성생님처럼 감정이 풍부한 남자는 자주 운단다. 물론 남자보다 더 씩씩한 여자도 있지. 선생님은 남자답기보다 나, '반대로' 다운 사람이 되고 싶구나." (본문 23,24p)

 

 

이 책은 이렇게 남들이 봤을 때 남자,여자의 역할이 거꾸로 된 바로네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있어요. 바로네 반에서는 줄다리기 대회를 위해 남자, 여자로 의견충돌이 일어나고 서로 조율해가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하고 남자답게를 요구하는 철민이 아빠을 통해 잘못된 고정관념을 이야기하기도 하지요. 남자, 여자를 주제로 아이들이 다투는 모습은 마치 어른들이 잘 못 심어준 고정관념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씁쓸하기도 했지만,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고정관념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과정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어긋나있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성 차별, 편견 등이 하루빨리 바로잡아가기를 바래봅니다. 아울러 이 책이 우리 아이들에게 성 평등, 역할에 대한 바른 생각을 잡아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이미지출처: '거꾸로 가족'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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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천천히 가도 괜찮아 - 글로벌 거지 부부 X 대만 도보 여행기
박건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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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자칭 ‘대한민국 사회 부적응자’ 박건우와 ‘일본 활동형 히키코모리’ 미키가 만나 두 번째 만남에서 청혼하고, 오로지 느낌 하나로 결혼한 뒤, 스스로 ‘글로벌 거지 부부’라 칭하며 집도 절도 없이 인도, 라오스, 태국 등지의 동남아시아를 떠돌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아내었던 《글로벌 거지 부부》의 두 번째 이야기라고 한다. 전작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표지날개에 적힌 저자 소개글만으로도 기대가 가득되는 책이다. 독자인 나보다 젊은 저자이지만 삶에 대하는 자세는 나보다 훨씬 성숙되어 있다.

 

천운 덕에 이소룡보다 오래살고 있는 삼십육세. 시대를 풍미하고 요절한 젊은이들의 나이를 넘는 순간부터 지금 삶은 덤이라며 매일 새 삶을 누리고 있다. (표지 날개中)

 

이 책은 68일간의 대만 도보 여행을 통해 걷는 사람들의 동물적 고민과 현지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여행이라는 건, 일상의 답답함이나 무료함에서 벗어나 편안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낸 후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라 생각하곤 했는데 이들의 여행은 우리가 평범하게 생각하는 그것과는 확실히 다르다. 기름보일러에 등유 한 방울 넣지 않고 밤을 지새우는 서울 한파를 피해 대만 땅을 걷기 시작한 부부는 자신의 키 반 정도나 되는 배당을 짊어져야 하고, 호텔이 아닌 텐트를 쳐야만 하는 고단한 여행이다. 텐트도 마음대로 칠 수 없고 때로는 거절을 당하는 경우도 있으니 몸 하나 뉘이는게 쉽지 않다. 차를 이용한 편한 이동이 아닌 도보 여행이 주된 목적이기 때문에 힘들고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이쯤되면 왜 이런 힘들고 어려운 여행을 사서 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하다.

 

 

걸은 지 10km도 안 돼 미키가 퍼져버렸다. 미키의 모습을 보자마자 나도 피로가 밀려왔다. 낮잠을 간절히 청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곳은 모래 이불을 덮고 잘 수 있는 백사장이 아니었다. 억지로라도 걸어야했다. (본문 233p)

 

하지만 차를 타고 갈 때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느리게 천천히 갈 때는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구호물자를 받기도 하고, 친절한 사람들의 집에서 잠을 자는 호사를 누리기도 하니 이 또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여행에서는 만날 수 없는 행복함일 게다. 바로 이것이 이들이 도보여행을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도움이 필요한가요?"

나는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대답했다.

"야영할 곳을 찾고 있습니다!!"

운전자는 서둘러 뒷자석을 치우며 말했다.

"여기 바로 앞이 내가 사는 곳이니 괜찮다면 자고 가요."

(중략) 집에 있던 가족들은 오밤중에 뜬금없이 나타난 두 외국인을 따뜻하게 반겨주었다. 말이 서툴렀기에 속에 담긴 감사하다는 말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 결례가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의 표정은 이미 '감사' 그 이상을 표현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본문 40,41p)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서로를 더 소중히 여기게 된다는 것일 게다. 68일간의 밀착은 짝을 관철하기에 최적의 시간이었고, 이 기간을 다투면서도 버텨줄 사람도 배우자였으니까.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는 어떤 고생을 하게 될지도 에상하지 못했고, 서로 얼마나 다투게 될지도 몰랐고, 여행을 통해 만나게 되는 사람들에게 크나큰 은혜를 입게 될지도 몰랐지만 그들을 이 여행으로 평생 회자될 추억 거리가 생긴 것만은 장담했다. 느리게 천천히 걸은 두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추억.

 

 

그간 총 20번의 학교 야영, 9번의 종교 시설 숙박, 8번의 민가 초대, 7번의 카우치서핑, 1번의 민가 침입 등으로 잘 곳을 해결해오면서, 구호물자를 무려 51번이나 받았다. 그 덕택에 성한 몸으로 다시 타이베이에 왔다. 간절히 바라던 여정이 드디어 드디어… 끝났다. (본문 341p)

 

(이미지출처: '느리게 천천히 가-도 괜찮아'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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