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그림 하나 - 오늘을 그리며 내일을 생각해
529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반복되는 일상에 일기를 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그 흔한 메모 하나 남기지 않게 된 것도 꽤 오래된 듯 합니다. 그러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반복되는 일상이라 할지라도 어제와 똑같은 날은 하루도 없다는 말이었죠. 어제와 다른 사람을 만나고, 어제와는 다른 업무를 하고 있다고 말이죠. 반복되는 일상이라 생각했지만 우리는 사소하게 조금씩 어제와는 다른 일과 다른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죠. 어쩌면 이런 사소한 것들이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아닐까요? 저도 《하루 그림 하나》의 저자처럼 아주 사소한 것이라 할지라도 기록하고 싶어졌습니다.

 

 

몇년 전, 저녁 식사 자리에서 자연스레 지난 일들을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한참 대화를 나누다 문득, 일을 시작하고 나서는 비슷한 하루하루를 보냈기 때문에 업무가 아닌 내 생활에 대한 건 전혀 기억으로 남은 게 없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날부터 반드시 하루를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단 한 줄이라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참 작업 중인 늦은 새벽에, 혹은 잠이 오지 않는 밤에 뜬눈으로 누워있다 일어나 일기를 쓰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중략) 앞으로도 이 기록이 스스로와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그림을 그리고 일기를 씁니다. (본문 中)

 

《하루 그림 하나》는 1년간의 삶을 365편의 일기로 기록한 감성 일러스트레이션 북입니다. 직장을 다니고 있는 저 역시도 하루하루가 내 생활이 아닌 회사 업무로 기억되곤 합니다. 스트레스로 친구와 수다를 떤다거나,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 책을 읽기도 하고 때로는 앞날에 대한 고민도 하고,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을 하기도 하지만 기록되지 않은 일들로 인해 나의 생활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느낌입니다. 그런 나 자신을 돌아보는 건 일기가 되겠지요.

 

사소한 것들이 나를 지탱해주고 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서 간신히 씻고 누웠을 때 이불에서 풍기는 좋아하는 섬유 유연제 향이라거나, 언젠가 마음에 와닿아 책갈피로 표시해둔 책 속의 구절이라거나, 별 내용도 없이 시시콜콜한 친구와의 전화 한 통 같은 것들. 정말 아주 사소한 것들이 계속해서 힘을 내어 날 나아가게 한다. (표지날개 中)

 

나만의 일기에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진솔한 마음이 담겨지곤 합니다. 그래서인지 529 작가의 진솔한 마음이 담겨진 일기는 많은 공감을 주고 있어요.

 

 

그래, 비우면 또 다른 게 채워지고 그러더라. (본문 40p)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지 끊임없이 찾기, 올해는 그것만 생각하자. 도망칠 수 있다면 도망쳐도 괜찮다. 나 스스로를 최우선으로 두는 걸 자꾸만 연습해야 한다. (본문46p)

중요하지만 자꾸 잊게 되는 것들이 있다. 나에게 다정하게 대하는 것과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 그게 왜 그리고 어렵게 느껴지는지, 매번 마음이 엉망이 되고 나서야 후회가 밀려온다. 문제가 생기면 날 선 눈으로 스스로를 검열하고 탓하는 습관이 나쁜만 아니라 내 주변의 사람들까지 많이 아프게 한다는 것을 어느 순간 알게 되었다. 더 이상 스스로를 못살게 굴고 싶지 않다. (본문 187p)

 

 

 

포근한 색연필로 그려낸 일러스트가 참 따뜻합니다. 다른 사람의 일기를 훔쳐보는 듯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차분해지는 기분이 드네요.  반복적인 하루에 지루해하고, 짜증내기보다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아봐야 할 거 같아요. 작은 일에 감사하고 행복해 할 줄 아는 마음을 이 책에서 배워봅니다. 저도 이제 저만의 일기장을 만들어야겠어요. 일기가 무척이나 쓰고싶은 날이네요.

 

(이미지출처: '하루 그림 하나' 본문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슬픔을 건너가는 중입니다 - 세상 끝에 내몰린 사람들, 독서로 치유하다
앤 기슬슨 지음, 정혜윤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선정 2017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된 《슬픔을 건너가는 중입니다》는 주요 일간지와 독서클럽들이 극찬한 독서 치유 에세이다. 우리는 고통이나 절망에 빠진 이들이 책을 통해 용기와 희망을 얻고 다시 살아가 힘을 얻게 되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한다. 《슬픔을 건너가는 중입니다》는 독서를 통해 치유한 이야기를 통해 또다른 이들에게 앞으로 나아갈 힘을 주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휩쓸고 간 뉴올리언스. 폐허가 된 도시, 폐허가 된 마음에서 살아남기를 택한 이들이 만난 위대한 책과 그 안에서 건져낸 삶의 의미. 슬프고, 고통스럽고, 아름다운 열두 달의 여정을 통해 '살아간다는 것'의 실마리를 찾는 치유의 책 읽기가 펼쳐진다. 주요 일간지와 독서클럽들이 극찬한 독서 치유 에세이. (표지 뒷면 中)

 

이 책의 저자 앤 기슬슨은 '실존적 위기에 빠진 사람들의 독서클럽' 멤버 중 한 명이다. 그녀는 자살로 쌍둥이 여동생 둘을 잃고 상실감에 빠졌었고 슬픔의 가장 깊은 골짜기를 지나 다시 조금씩 삶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을 때 깊은 마음의 고통을 겪은 바 있는 다정하고 재미있고  창조적이고 잘생긴 브래드를 만나게 되지만 멕시코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짐을 풀기도 전에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도시의 상당 부분이 파괴된 상황으로 순식간에 피난민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저자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아이가 생기게 되면서 허리케인이 휩쓸고 지나간 뒤 몇 년 동안은 그저 생존 모드로 버티면서 아이들을 키우고 지역 구호 및 복구 활동을 도우며 살게 된다.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서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관해서 찬찬히 숙고하고 헤아려볼 틈이 생기게 되었지만 그로인해 끊임없이 움츠러들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내는 나날을 보내게 된다.

 

어렸을 때 동기를 잃는 일을 겪으면 함께 고유했던 역사와 유전자가 찢겨나가는 충격과 마치 한 인간의 정체성을 칼로 도려내는 듯한 상실감을 맛보게 된다. 그동안 나라는 존재를 지탱해온 옛 서사는 산산이 부서져 버리고 새 서사는 아직 아무 형태도 갖추지 못한, 혼란과 고통만이 가득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런 일을 나는 연이어 두 번이나 겪어야 했다. (본문 17p)

 

이 독서클럽에는 저자 외에도 저마다 해소하지 못한 아픔을 가진 이들이 모여있다. 이들은 빼앗긴 삶을 되찾으려고 애쓰는 동지들이 모임인 것이다. 그들은 삶을 잇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문학 작품들 속의 수많은 주인공들을 통해 저자와 동료들은 스스로를 사유하는 긴 여정을 시작한다. 이들은 인간이 느끼는 괴로움과 고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각자의 두려움을 이야기하며, 떠나간 이를 애도하고, 고통을 나누면서 이 어둠을 극복하고 함께 살아내기로 한다.

 

투어는 정말로 우리를 탈바꿈해놓은 듯했다. 새로운 생각과 영향 덕분에 우리는 일상에서 보던 풍경들을 이제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았다. 투어는 마치 독서클럽을 함께하면서 보낸 그해를 꿈처럼 펼쳐 보여주는 일종의 은유 같았다. 애초에 지난 여섯 달 동안 느꼈던 슬픔과 스트레스로부터 휴식이라 생각했던 일본 여행은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삶에 더 깊숙이 파고들어 집요하게 질문을 던져야 할 때임을 확인해주는 쉼표 역할을 했다. (본문 21p)

 

1월부터 12월까지 총 12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를 포함한 독서클럽 멤버들이 열두 달의 책 읽기를 통해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살아남은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변신》《아낌없이 주는 나무》 《리어 왕》《이반 일리치의 죽음》《헤엄치는 사랑》《숙취》등 폭넓은 이야기 속에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희망을 찾는 이들의 이야기는 고통과 절망에 빠진 독자들에게 앞으로 나아갈 힘을 선물해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심경영 - 한국을 깬 골프장, 스카이72 이야기
황인선.SKY72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카이72의 마케팅 전략은 대한민국 모든 경영의 좋은 포본 _SK텔레콤 스포츠마케팅 그룹장 오경식

사장부터 직원까지 보석같은 브랜딩이 정착되어 있다 _아디다스 코리아 브랜드 디렉터 강형근

 

세계 100대 골프장, 한국 10대 골프장. 연간 이용 골퍼 80만, 홈페이지 등록 회원 10만 명, 직원 800여 명 외 다양한 네트워크를 가진 스카이72 골프장은 경영혁신, 차별화된 마케팅을 통한 시장 파괴와 유머와 스토리텔링 경영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스카이72 골프장의 성공 사례는 새로운 경영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고 하니 취업률의 저조, 불안한 직장생활로 인해 누구나 한 번쯤은 1인 기업을 생각해봤을 현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이곳의 마케팅 전략에 주목해야할 때가 아닐까 싶다. 소담출판사 《동심경영》은 이곳의 모든 이야기를 담은 최초의 도서로 경기 활성화, 경영혁신, 차별화 마케팅을 통한 시장 파괴 등에 대한 사례를 담아내고 있다.

 

이 골프장을 알게 되면 기업에게 고객이란 무엇인가를 알 수 있고, 당신의 비즈니스 전략 구상과 혁신적 실천에도 큰 영감을 줄 겁니다. 어쩌면 엄숙하기만 한 한국 사람들에게 인생을 유머러스하게 사는 데도 자극을 줄 겁니다. (본문 18p)

 

이 책의 저자 황인선은 문화마케팅의 1세대로 뽑히는 인물로 현재는 글쓰기, 강의 , 도시 브랜드 컨설팅, 스토리텔링 등을 일을 하고 있으며, 골프는 싱글 디지트, 스카이72, 골프 앤 리조트 마케팅 위원회 위원 그리고 논갯닷컴 인기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생이나 사업에서 영감을 받을 수 있으며, 간혹 웃음이 터지고 감탄과 감동, 공감의 철학이 있다고 소개한다.

이 책은 한국의 고정관념을 깬, 한국의 위대한 혁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본문 24p)

 

이 책은 총 3부로 나뉜다. [1부 어!벤저스 골프장!]에서는 골퍼가 아니더라고 스카이72에 가봐야 하는 7가지 이유, 인생까지 생각하게 만드는 스카이72의 어록, 블로거가 말하는 스카이 72 등을 소개하고, [2부 두 개의 심장으로 뛰는 골프장]에서는 스카이72의 성공 포인트 9가지, 복합쇼핑몰의 부상과 미래 트렌드 등에 대해 이야기하며, [3부 골프는 살아있다]에서는 전문가 좌담: 골프의 꿈, 골프장의 길과 골프 리더가 되는 골프장 상식을 담았다.

 

스카이72는 고객들이 재밌게 골프를 즐기면 좋겠다는 혁신적 철학에서 출발해 '골프에서 펀을 발견하라'는 슬로건을 만들었고 여기에 유머, 퍼포먼스, 야간 경기, F&B 전략, 어록, 부킹의 공정성과 민주성을 위해 누구나 온라인으로 부킹할 수 있는 국내 최초 티카드(Tee Card) 등을 결합해서 스카이72 류(流)를 만들었습니다. (본문 163p)

 

저자는 이 책에서 골프를 치는지, 언젠가는 칠 건지, 안 치더라도 비즈니스를 하는데 골프 상식은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경기 활성화, 경영혁신, 차별화 마케팅을 통한 시장 파괴 등에 관심이 있는지, 아니면 유머센스를 좋아해 한국에도 유머와 스토리텔링 경영으로 유명한 곳이 있을지 궁금한지를 묻고 있다. 이 질문에 한가지라도 해당되는 것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해보고자 한다. 스카이72의 마케팅이 보여주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경영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경영에 좋은 표본이 되어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
노승영.박산호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번역에 따라 작품이 주는 재미와 의미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고 책을 읽는 편이다. 그러다 《카뮈로부터 온 편지》라는 책을 읽으면서 번역에 대해 조금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소설은 ‘김화영의 [이방인]은 카뮈의 [이방인]이 아니다’라는 도발적인 제목으로 번역 연재를 했던 6개월의 시간을 소설적으로 재구성한데다 실제 번역 과정을 소설로 재탄생시킨 일은 유례없는 일을 보여준 작품이었는데 이 책을 읽기전에는 번역에 따라 작품이 주는 재미와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크게 중점을 두지 않았었다. 서로 다른 두 언어가 딱 하나의 의미로 대응될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그 차이로 인해 작품의 의미가 훼손될 수 있음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뜻이다.  이 책을 읽은 이후로 번역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독특한 구성을 통해 번역을 옹호하며, 번역 방법에 관한 자신의 이론을 담아낸 《번역을 위한 변명》에 이어 이번에는 《번역가 모모씨의 일일》을 통해 번역의 세계를 들여다 보게 되었다.

 

문학은 언어 예술이다. 당연한 말 같지만 여기에 여타 예술 장르와의 차이가 있다. 다시 말하자면 문학은 음악이나 미술과는 달리 '언어'를 표현 수단으로 삼는다. 음악의 재료인 소리와, 미술의 재료인 이미지는 인류에게 보편적이어서 국경 밖으로 쉽게 전파되지만 문학은 언어의 장벽을 넘지 못한다. 번역의 도움 없이는. (본문 17p)

 

이 책은 과학책 번역하는 노승영과 스릴러 번역하는 박산호의 공동저서로 번역과 번역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북클럽 오리진>이라는 온라인 매체에 2016년 6월 28일에 '번역의 세계: 번역가 승영 씨의 일일'이라는 제목으로 칼럼 연재가 시작되고 2016년 7월 22일에 박산호 씨가 '번역의 세계: 장르 소설 전문 번역가 박산호의 "책바다에서 헤엄치기"라는 제목으로 합류하면서 두 사람이 번갈아 가며 글을 올렸는데 2017년 11월 9일까지 1년 반 가까이 쓴 칼럼을 단행본으로 엮게 된 것이다.

 

글쓰기는 인간의 일이고 편집은 신의 일이라고 한다. 번역은, 인간이 하는 신의 일이다. (본문 8p)

 

1장 번역이라는 직업, 2장 생계형 번역가의 하루, 3장 살펴보고, 톺아보고, 따져보기, 4장 번역가의 친구들, 5장 번역가를 꿈꾸는 당신에게 등 총 5장으로 나뉘어진 이 책은 번역가의 일상에서부터 번역과 관련한 에피소드, 번역의 테크닉, 번역가가 되는 법에 이르기까지 온갖 주제와 번역이라는 직업이 앞으로도 여전히 살아남을 것인지에 대한 전망도 담아냈다.

 

번역은 텍스트에서 출발하지만 텍스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야 한다. 말하자면 언어로 표현되기 이전의 상태, 인물과 사건과 배경이 존재할 뿐인 무정형의 상태에 언어의 옷을 입히는 작업이다. 이런 관점에서는 작가를 일종의 번역가로 볼 수도 있고 번역가를 일종의 작가로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아직 언어로 표현되지 않은 어떤 플롯을 한강은 한국어로 번역했고 스미스는 영어로 변역했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그렇게 어느 지점부터 작가와 번역가는 대등한 존재가 된다. (본문 18p)

 

이렇듯 《번역가 모모씨의 일일》은 두 명의 번역가가 이야기하는 번역과 번역가의 이야기이다. 번역가에 대한 일상을 실질적으로 담아내고 있어 앞으로 번역가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유용한 책이 될 듯 싶다. 물론 잘 알지 못했던 변역가의 삶을 들여다보는 짜릿함이 있으니 누구라도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번역가들은 자신이 다루는 텍스트를 읽고 또 읽고 다시 읽는다. 일을 하지 않을 때도 끊임없이 그 텍스트를 생각한다. 그 문장에서 작가가 한 말은 무슨 뜻일까? 작가가 살아 있고 이메일을 주고받는 것이 가능하다면 물어볼 수도 있겠지만(실제로 그런 번역가들도 있다)그럴 수 없는 경우에는 마음속으로 작가와 대화를 나눈다고 상상하며 한 언어와 다른 언어 사이에 일어나는 간극을 메우기 위해 줄기차게 매달린다. 그래서 번역가는 그 작품의 가장 성질한 독자이자 가장 열렬한 독자이기도 하다. (본문 29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꼭 완벽하지 않아도 돼 라임 청소년 문학 35
엘리 스와츠 지음, 김선영 옮김 / 라임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숫자 45는 불길한 홀수였다. (중략)

자를 집어 새하얀 서랍장 선반에 가져다 댔다. 얼룩말 피규어와 돌고래 피규어의 간격을 정확히 4센티미터로 맞추었다. 다음은 판다 차례였다. 판다를 네 발로 엎드리게 하고선, 아주 조심스럽게 코끼리 쪽으로 밀었다. 정확히 4센티미터 떨어진 곳에서 멈추었다. 마지막은 말과 소……. 드디어 모든 동물이 정확하게 정렬되었다. (본문 11p)

 

라임 《꼭 완벽하지 않아도 돼》의 주인공은 열다섯 몰리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람마다 불안한 마음에서 시작된 불안증세들이 있습니다. 흔히 강박증세라고 말하곤 하는데 물건들이 순서에 맞게 진열되어야 한다든가, 손을 지나치게 씻는 등의 증상을 보이곤 하지요. 몰리는 4의 배수를 읊조리거나, 손을 살갗이 부르틀 때까지 빡빡 문지르기도 하고, 진열장의 피규어들을 자를 이용해 4cm 간격으로 정확하게 배열하는 등의 강박증세를 보입니다. 이 외에도 짝이 맞지 않은 양말을 신은 친구를 봐도 불안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우등생이었던 몰리가 이런 강박 증세를 보이게 된 건 일로 인해 너무 바쁜 엄마 아빠에게서 비롯되었지요. 해외 지사로 발령나서 일 년간 집을 비우게 된 엄마, 프리랜서 작가로 늘 원고 마감에 쫓겨서 집안일을 살필 겨를이 없는 아빠로 인해 몰리는 어린 나이에 엄마와 떨어져 지내게 된 7살 동생 이안을 돌보게 되었어요. 갑자기 신경 쓸 일이 늘어난데다 모범생이었던 몰리는 모든지 잘해 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게 되죠. 그러다 몰리는 학교에서 열리는 창작시 낭송 대회에서 결선 대회에 진출하게 되면 부모님이 시상식에 초대되기 때문에 엄마가 자신을 보러 와준다면 이 불완전한 생활이 끝나리라 생각하게 됩니다. 우승 후보로 손꼽히며 결선 대회 무대에 올라가게 된 몰리는 객석에 엄마가 없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엄마가 자신을 버렸다는 생각에 와르르 무너지게 되고 무대에서 강박증세를 보이게 되지요.

 

그 많은 짐을 짊어지고도 모든 걸 완벽하게 하고 싶었던 몰리가 좌절해가는 상황이 너무도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몰리의 절망적인 상황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강박증세를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함에 있어요. 우리는 누구나 절망적인 일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그 힘겨운 일을 혼자 해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요. 하지만 때로는 친구, 가족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일이 필요합니다. 이 책은 청소년문학이지만 청소년에 국한되어 읽기 보다는 가족이 함께 읽어보면 좋을 내용인 거 같아요. 친구, 가족이 주는 관심과 사랑 그리고 위로와 용기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알 수 있을테니까요. 우리 모두는 혼자일 필요도, 완벽할 필요도 없습니다. '완벽한 나'가 아닌 '진정한 나'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요.

 

"강박 장애는 의심에서 비롯되는 거야."

선생님은 세상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았다.

"겁에 질려도 괜찮아. 그렇지만 마음의 희생양이 될 필요는 없어. 이제 너한테 의심과 싸워 이기는 데 필요한 무기를 줄거야. 처음에는 이 싸움이 상당히 힘들겠지만 차차 쉬워져." (본문 247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