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타맨
슈테판 보너.안네 바이스 지음, 함미라 옮김 / 소담출판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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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은 여리면서도 진짜 사나이를 부르짖는 찌질남의 대명사 《베타맨》이 소담출판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소설인 척 소설이 아닌 하이퍼 리얼리즘의 끝판왕'이라고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두 저자인 슈테판 보너와 안네 바이스가 자신을 주인공으로 삼아 이야기를 썼다고 하네요. 주인공 스테판은 미워할 수 없는 베타맨이고, 안네는 남자 복 없는 알파걸입니다. 두 사람의 사랑, 연애가 스토리일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이 소설은 두 주인공의 각기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 두 사람은 우리 각자 안에 가지고 있는 베타맨과 알파걸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공감이 많이 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러기에 더욱 매력적인 소설이 아닐까 싶네요.

 

안네는 5년 동안 연인으로 지낸 올리버와 헤어집니다. 순하고 착한 사람이지만 무려 14년 동안 대학을 다닌 올리를 등에 짊어지고 에베레스트 산을 힘겹게 오르는 셰르파가 된 것 같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오래전부터 벼르고 벼르던 꿈의 직장에서 출판사 원고 담당 편집자로 일하게 되었지만 올리가 없으니 끔찍하게 외롭긴 하네요. 그러던 중 '출판인의 밤'에서 본 적이 있는 슈테판과 함께 일을 하게 됩니다. 그때 양복입은 슈테판의 모습을 기억하는 안네는 여자로서 그의 옆자리에 있는 건 즐거운 일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에게 마야라는 여자친구가 있지만 그 사람의 여자 친구에게서 이 사람을 빼앗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하지요. 하지만 곧 그의 여자 친구는 안심하고 그를 쭉 데리고 있어도 될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그렇게 그들이 함께 일하게 된 지 3년이 흐르게 되지요.

 

슈테판은 절친인 마르코가 아빠가 된다는 소식을 들은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자신 또한 아빠가 된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마야가 임신을 하게 된 것이죠. 외할머니와 외증조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남자는 혼자(외할아버지가 계셨지만 실제적으로는 여인네들 사이에서)였던 가정에서 자란 슈테판은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는 가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관해서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그는 언젠가 자녀가 생긴다면 아이를 위해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지키며 내 가족을 돌보겠노라고 다짐해놨지요. 다만 걱정이 되는 건, 이것을 감행하려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완전히 남자인 진짜 남자'가 필요한데 슈테만은 그런 남자가 못 된다는 것이었어요. 설상가상 진짜 남자인 마야의 전 남친 토르스텐이 주위를 맴돌고 있으니 슈테판의 고민은 더욱 커져만 가지요. 한편 올리버와 헤어지고 산드라와 쉐어하우스를 하며 싱글 생활을 즐기는 안네는 꿈에 그리는 남자를 만나기를 바라지요. 그런 안네를 두고 슈테판은 말합니다. "자기는 어떤 남자에게도 틈을 보이지 않지." (본문 55p) 

 

"슈테판, 나 지금 진지하게 말하는 거야. 이 아이를 함께 키울 생각이라면, 앞으로 어릿광대가 아니라 진짜 남자처럼 행동하기를 바라."

"잘 알았어."나는 말한다.

말은 그랬지만, 실은 아무것도 모르겠다. 진짜 남자는 과연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거지? 술에 취해 멍한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가는 생각은, 그렇다면, 이제 전력을 다해서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어야겠다는 것뿐이다. (본문 37p)

 

슈테판은 진짜 남자가 무엇인지 알기 위한 방법으로 생부를 찾아가기로 하고, 혼자 늙어 죽는 건 아닐까를 고민하는 안네에게는 산드라가 나간 쉐어하우스에 새로운 남자가 나타나게 되지요. 이렇게 이 소설은 진짜 남자가 되기를 바라는 베타맨 슈테판의 여정과 왕자님을 찾으려는 알파걸 안네의 이야기입니다. 전반적으로 코믹한 내용이지만 우리 맘 속 깊은 곳에 꼭꼭 숨겨놓은 이면을 담아고 있어 조금은 씁쓸하면서도 많은 공감을 갖게하는 이야기지요. 반면 진짜 남자, 진짜 여자라는 개념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하는거 같아요. 진짜 남자는 무엇이고, 진짜 여자는 무엇일까요? 이 책은 이처럼 '성 역할에 대한 무거운 주제를 유쾌하고 거침없는 문체'로 풀어내고 있기에 읽어보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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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힝야 소년, 수피가 사는 집 라임 청소년 문학 32
자나 프라일론 지음, 홍은혜 옮김 / 라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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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낯설게 느껴지는 건 내가 '로힝야족'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탓일 게다. 어떤 내용일지 짐작조차 되지 않아 책 뒷표지를 살펴보니 "나는 오늘도 꼭 살아남아야 합니다"라는 문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로힝야족은 불교 국가인 미얀마에서 이슬람교를 믿는 소수 민족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박해받는 민족이라 불린다. 강요당하고, 토지를 빼앗기고,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민권을 얻지 못해서 불법 이민자로 차별받고 쫓겨나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신세가 되어버린 로힝야족. 그렇게 난민 수용소에서 지내게 된 이들의 이야기가 수피를 통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뉴스를 통해 난민들의 실상이 전 세계적으로 고스란히 전해졌지만 난민 문제에 대해 전 지구적인 문제라는 인식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족한 면이 있다. 이 책은 호주의 난민 수용소에서 나고 자란 열 살 소년 수피를 통해 우리에게 난민들의 실상을 이해하고 난민 문제가 전 지구적인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는데 도움을 준다.

 

로힝야족이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 집이 불타고 키우던 동물들이 죽어 가던 이야기, 아이들이 더 이상 학교에 갈 수 없게 된 이야기,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빼앗긴 이야기,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게 된 이야기, 군인들에게 강제로 붙잡혀 가서 도로를 만들거나 땅을 파는 일을 하고도 아무런 대가를 받지 못한 이야기, 경찰이나 군인을 피해 달아나야 했던 이야기,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거나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 아빠가 자신이 쓴 시 때문에 체포당한 뒤 다시는 집에 돌아오지 못한 이야기, 군인들이 엄마랑 누나를 찾아내서 미얀마로 돌아오면 죽이겟다고 협박한 뒤 보트에 태워 이곳까지 쫓아낸 이야기, 우리는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본문 43,44p)

 

수용소에 도착하기 전에 타고 온 보트번호를 이름 대신 사용하는 수용소에서 나고 자란 수피는 이곳에서 태어난 첫 번째 아기라서 DAR-1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철조망 안에서 내일이면 엄마가 나아지기를 기대하고 아빠가 돌아오기를 희망하며 지내는 수피에게 다른 천막에 사는 엘리 형은 큰 힘이 되어준다. 엄마는 음식을 너무 가까이 들여다보지 말라고 권유한다. 설사 음식에서 파리나 벌레 같은 게 나오더라도 단백질을 먹을 수 있으니까 운이 좋은 거라고 했기 때문에.

 

반면 철조망 밖에 사는 지미는 엄마가 돌아가신지 사년 째 되는 날이지만 여전히 몸속 어딘가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덩어리를 지닌 채 엄마가 어렸을 때 참새 목걸이에 얽힌 들려주었던 이야기를 기억하며 세상과 동떨어진 기분으로 살아간다. 오빠의 도움없이는 학교에 가지 못하는 지미는 오늘 학교에 갔다가 친구들이 수용소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걸 듣게 된다. 좋은 옷에 책과 컴퓨터는 물론 장난감도 엄청 많고, 의사도 있어서 몸이 아플 때 굳이 병원을 찾아 멀리 나가지 않아도 된다고. 더욱이 번쩍번쩍 빛나는 새 자전거를 실은 트럭이 수용소 안으로 들어가는 걸 봤다며 부러워했다. 집에 도착해서 내내 수용소 생각을 하던 지미는 텀험하는 방법을 알려준 오빠 덕분에 철조망이 허술한 쪽을 찾아 수용소 안으로 들어간다.

 

지미와 수피의 만남은 그렇게 이루어졌고, 글을 읽지 못하는 지미를 대신해 수피는 지미 엄마의 공책에 쓰여진 이야기를 읽어주었고, 지미는 바깥세상의 모습을 휴대폰 카메라를 찍어 수피에게 보여주곤 했다. 그러던 중 엘리 형이 남자 어른들만 모여 지내는 알파 천막으로 보내지게 되는데 위생적인 환경과 부당하고 폭압적인 대우에 분노한 어른들이 단식 투쟁에 돌입하면서 엘리 형과 수피의 누나도 동참하게 되고 수피는 끔찍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로힝야 소년, 수피가 사는 집》은 액자식 구성을 가진다. 지미 엄마의 공책에 쓰여진 내용을 수피가 지미를 대신해 읽어주는 장면은 또 다른 이야기를 선사한다. 처참한 난민 문제를 그려낸 작품이지만 수피의 상상력이 있어 무겁고 어둡기만 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갖고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애쓰는 수피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세계 모든 나라가 로힝야족에 대한 '인간 청소'를 비롯해서, 그들이 겪는 어려움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로힝야 사람들이 작은 배를 타고 위태롭게 망망대해 한가운데 떠 있어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작은 배에 올라타기를 강요당하고 있으며, 그것을 거부하면 죽임을 당합니다. 어쩔 수 없이 배에 올라 바다로 떠밀려 나간 뒤에 목숨을 잃게 되지요.

전 세계 사람들은 아무것도 안 하고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먹을 것도, 마실 물도, 배가 움직일 연료도 없이 며칠을 바다 한가운데에서 보낸 그들을 구한 사람은 놀랍게도 어부들이었습니다. 힘 있는 사람들은 모른 척했지만, 어부들은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같이 마음 아파했습니다. (작가의 말 中)

 

이 책을 읽으면서 로힝야족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는 사실이 무척 부끄럽게 느껴졌다. 난민의 실상을 뉴스로 접혔을 때 안타까운 마음은 있었으나 나와는 별개의 문제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난민 문제에 대한 생각의 전환을 가져온 듯 하다. 어둡고 무거운 주제를 읽기 편하게 쓰여진 책이다.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법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었다. 청소년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읽어보면 좋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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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 It Up! - Music Craft Studio, 남무성·장기호의 만화로 보는 대중음악만들기
남무성.장기호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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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록이 탄생하고 성장기를 거쳐 2000년대에 이르는, 록 역사의 대장정을 그리고 있는 《PAINT IT ROCK 1·2·3》은 해박한 음악적 지식을 위트 넘치는 만화로 그려내며 마니아들의 절대적 지지를 얻고 있는 작가 남무성의 록 역사 만화 3부작으로 방대한  록의 역사와 장르의 흥망성쇠를 일목요연하게 짚어내면서도 작가 특유의 거침없는 풍자와 비속어가 뒤썩여 역사서가 주는 편견을 말끔히 씻어내는 남무성 작가의 대표 시리즈다. '록은 시끄러워서 싫어'라고 했던 내가 이 시리즈를 통해 록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 탓인지 저자와 책 제목만으로도 흥미로운《POT IT UP!》에 눈길이 갔다.

 

이론서와 카툰이 합쳐진 새로운 시도의 Pop It Up!. 마치 영화 한 편을 보는 듯 대중음악의 모든 것을 정리해 준다. 김종진 (봄여름가을겨울, 서울재즈아카데미 부원장) (책 뒷표지中)

 

'만화로 보는 대중음악 만들기'라는 부제를 단《POT IT UP!》은 대중음악에 대한 핵심적인 지식과 실제 노래 만드는 법을 다루고 있으며, 팝 음악사를 장식한 히트곡의 비밀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작곡의 팁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독보적인 음악 만화 작가이자 재즈평론가인 남무성과 한국 대중음악계 산증인으로 뮤지션이자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오래 강의해온 교수 장기호가 심혈을 기울인 합작품이기에 더욱 기대를 모은다.

 

 

《POT IT UP!》은 음악 상식을 넓히고자 하는 독자에게 또는 장차 뮤지션을 꿈꾸는 이에게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막연하던 음악의 속내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것은 감성과 이성의 간극을 좁히는 노력이다. 조금 집중해서 보면 짜릿한 재미가 있다. _남무성

이 책은 그동안 기본적인 음악 교육좌 받지 못했던 많은 대중을 위한 음악 입문서이다. 즉, 음악을 이루는 기초를 이해하고 한발 더 나아가 제대로 감상하는 단계까지 안내하는 내용이다. 우리 음악 문화의 수준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가장 근원적인 내용을 다루면서 흥미롭게 풀어내려고 최선을 다했다. _장기호

 

 

이 책은 PART 01 대중음악 너는 누구냐, PART 02 히트곡의 조건, PART 03 대중음악의 3가지 형식, PART 04 실용음악 따라잡기, PART 05 흥미로운 스케일 이야기, PART 06 표절, PART 07 반드시 알아야 할 실용음악 용어들로 나누어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가상의 인물들을 등장시켜 그들의 대화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주인공 강화성은 한 권의 책을 건네받아 읽어나가는데 책 속의 또 다른 책이라는 액자 구조의 구성을 가진다. 그리하여 주인공은 이야기에 말미에 스스로 노래를 만들게 되는데 이 노래는 장기호 밴드가 2004년도에 녹음한 실존 곡이라고 한다. 이 책은 그동안 기본적인 음악 교육조차 받지 못했던 많은 대중을 위한 음악 입문서로 저자는 음악을 이루는 기초를 이해하고 한발 더 나아가 제대로 감상하는 단계까지 안내하고자 하고 있다.

 

 

《POT IT UP!》은 뮤지션을 꿈꾸는 이들 뿐만 아니라 음악 상식을 넓히고자 하는 독자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다. 자곡가이자 프로듀서인 김형석은 이 책 한 권이면 팝음악의 흐름과 작곡 기법을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다고 단언할 만큼 음악 이론을 배울 수 있는 그야말로 획기적인 책이 아닐까 싶다. 만화책으로 되어 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만큼 들리는 법이다. 이 책을 읽고나면 음악을 좀더 섬세하게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이미지출처: 'POT IT UP!'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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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를 삼킨 사물들 - 보이지 않는 것에 닿는 사물의 철학
함돈균 지음 / 세종서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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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흔한 일상의 사물에 대한 고정적 시선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각을 보여주었던 함돈균 저서의 《사물의 철학》을 읽어본 바 있다. 이 책을 읽었을 때 뻔한 사물에 대한 확고한 상식이 뒤집히는 순간, 세상은 다르게 보이는 느낌이었고, 쳇바퀴 돌아가듯 평범하고 지루하기만 했던 일상 속에 다른 시간의 통로가 조금씩 조금씩 열리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지금 저자는 또 한번《코끼리를 삼킨 사물들》을 통해 계단, 칫솔, 단추, 사다리 등 67가지 익숙한 일상 사물들을 새롭고 낯설게 사유하고자 한다.

 

같은 사물을 '모자'로 보는 어른과 '코끼리를 숨긴 보아뱀'으로 보는 아이의 시선 차이는 왜 생기는 것일까. 어린 왕자와 예수와 철학자 벤야민의 공통된 사물 인식은 무엇일까. (뒷표지中)

 

저도 함돈균은 문학평론가로 2006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한 이래 문학 고유의 정치성과 예술적 전위를 철학적 시야로 결합시키는 이론·문학사연구와 현장비평에 매진해 왔다. 그는 비평적 글쓰기를 시민의 일상으로 확장하고 교육적 방법론으로 공유하고자 『사물의 철학』을 썼다. 또한 인문정신에 담긴 공공성을 사회적으로 실현시키기 위해 '실천적 생각발명그룹 시민행성'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시대정신과 미래전망, 지구적 네트워크를 지닌 새로운 융합형 대안독립진학으로 진화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나는 사물을 다룬 이 두 번째 책에서 계단, 칫솔, 스쿨버스, 단추, 사다리, 좌변기, 텀블러, 콘센트 등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인공 사물들에 대해 또 한 번 이야기하려고 한다. 그러나 대화의 목표는 역시 새로운 시각의 기회를 갖는 것이다. 마치 낯은 사물에서 빛나는 비유를 창조하는 시인처럼 가장 익숙한 것으로부터 낯선 질문을 발명할 수 있다면, 이는 얼마나 흥미진진한 지적 여행이 될 것인가. 내가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처럼 독자들도 이 책을 읽어가는 과정에서, 우리 주변의 사물들은 외양 그대로의 것이 아니라 실은 '코끼리를 삼킨(숨기고 있는) 어떤 것들'임을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된다면 참 좋겠다. (본문 12p)

 

이 책은 가위에서 확성기까지 ㄱ,ㄴ,ㄷ 순서로 67개의 사물을 이야기한다. 각 사물마다 저자는 해시태그(#)를 달았는데 이를테면, 가위는 #누가 사용하는가, 계단은 #과정과 권태, 고궁은 #역사는 현재와의 대화다, 고글 #불가능한 싸움, 교과서 #교본이 되는 인문 정신, 구루프 #뻔뻔함의 현상학, 귀도리 #과잉 귀여움, 나무 펜스 #보호하는가, 배제하는가, 노란 리분 #사건 이후, 다이어리 #반짝이는 건 출발의 순간, 단추 #머뭇거림의 존재 양식 등 67가지 익숙한 일상 사물들을 가장 힙하고 낯설게 사유하는 인문적 훈련을 유도한다.

 

등산 스틱 #감각을 바꾸는 미디어

지팡이-스틱을 짚고 걷는 이는 요즘 흔히 '어르신'이라 불리는 경로우대 대상으로서의 노인이 아니라 외부 활동을 즐기는 한 명의 '현대인'으로 보일 뿐이다. 이렇듯 사물-미디어는 사용자의 감각을 변화시킬 뿐 아니라 한 존재에 대한 인상과 관념을 간단히 바꾸는 힘을 가지기도 한다. (본문 75p)

 

주변 사물은 우리가 흔히 일상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사물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물론 사물이 어떤 추억과 얽혀져 있다면 그 사물은 추억을 떠올리는 매개체가 될 수는 있겠지만, 그 사물에 대한 고찰을 한다는 것 자체를 생각이나 해볼 수 있었을까? 도대체 평범한 사물을 보고 어떻게 철학을 논할 수 있는가 말이다. 《사물의 철학》이어 《코끼리를 삼킨 사물들》을 읽으며 평범한 사물을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라는 놀라움에 더해진 역사와 문화의 맥락을 통한 저자의 철학적 성찰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 세상은 인간과 자연 그리고 사물로 채워져 있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그저 인간의 도구로만 존재하는 사물이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독자의 바람처럼 우리는 이 책으로 인해 모자가 아닌 코끼리를 삼킨 어떤 것을 볼 수 있는 눈을 조금이나마 뜰 수 있을 듯 싶다.

 

이 책은 문명의 도구를 통해 정치와 예술과 인문과 테크놀로지의 만남을 일상 시간 안에서 유머러스하게 주선하고, 그 새로운 만남을 시민(詩民)의 언어로 번역하고 싶은 내 일관된 소망의 산물이다. 군중의상투적 감수성을 넘어 미래의 시간을 예감하는 질문이 담긴 '모자-컨테이너-책'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본문 12,1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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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하포드의 경제학 팟캐스트 - 현대 경제를 만든 50가지 생각들
팀 하포드 지음, 박세연 옮김 / 세종서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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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밀러언셀러 《경제학 콘서트》저자의 신작 《경제학 팟캐스트》가 세종서적에서 출간되었다.〈파이낸셜 타임스〉 올해의 책,〈타임스〉 세계 10대 팟캐스트 ,〈선데이 타임스〉 베스트셀러,《블룸버그 비즈니스 위크》 올해의 책로 선정된 이 책은  '현대 경제를 만든 50가지 생각들'이라는 부제로 우리가 일하고, 놀고, 살아가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어놓은 발명들을 살펴본다. 불과 10년 전과 지금의 생활을 비교해보면 참 많은 부분에서 우리의 삶이 달라져있음을 느낄 수 있다. 조금더 거슬러 올라가면 그 차이는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 차이가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발명품에서 기인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리라. 이에 저자는 시계와 면도기, 냉장고와 냉동식품, 지하철과 엘리베이터, 스마트폰과 구글 검색 서비스, 바코드 등 일상 속 작은 것들은 어떻게 세계경제를 움직이고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저자 팀 하포드는 경제학자이자 세계적인 경제전문지 <파이낸셜 타임스>의 가장 인기 있는 수석 칼럼니스트로 런던정치경제대학교, 옥스퍼드 대학교 등에서 경제학을 강의했고, 세계은행과 옹립경제학회 위원회에서 활동했으며, 현재 왕립통계확회의 명예 회원이자 옥스퍼드 너필드 칼리지 객원 연구원으로 있다. 그는 2014년 올해의 경제해설자상, 2015년 비즈니스 경제학자협회을 받았으며 재능 있는 경제 저널리스트들에게 수여하는 바스티아상은 2006년과 2016년에 걸쳐 두 번 수상한다 있다. 팀 하포드의 BBC 라디오4 방송

 

빠져들 만큼 재미있다. 하포드는 어려운 전문용어와 어지러운 도표 없이도 쉽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러한 재능이야말로 또 하나의 발명이다. <월스트리트 저널>

 

이 책은 I 승자와 패자, II 삶의 방식을 바꾸는 혁신, III 새로운 시스템의 발명, IV 아이디어에 대한 아이디어, V 발명은 어디서 오는가?  VI 보이는 손, VII 바퀴를 발명하다 총 6장으로 나뉘어 축음기, 철조망, 구글 검색, 여권, 로봇, 분유, 냉동식품, 피임약, 에어컨, 전기 발전기, 바코드, 컴파일러, 아이폰, 디젤 엔진, 시계, 레이더, 플라스틱, 모바일 머니, 보험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에서 나는 종이와 바코드, 지적재산권, 글씨기를 포함한 50가지 발명을 하나씩 살펴봄으로써, 오늘날 세계경제가 움직이는 흥미로운 방식을 자세히 들여다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한 걸음 다가서거나 물러설 때 예기치 못하게 마주하게 되는 진실을 다루어보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몇몇 신선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본문 15p)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발명이 단지 문제에 대한 해결책에 불과하다는 것은 생각의 함정이며 발명은 해결책 그 이상이라고 강조한다. 발명은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우리의 삶을 바꾸었고 누군가에게는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다른 누군가에게 새로운 문제를 안겨다준 것이라고 말한다. 50가지 발명이 세상을 바꿀 수 있었던 것은 단지 더 많은 물건을 더 싸게 만들도록 해주었기 때문만은 아니며 각각의 발명은 복잡하게 얽힌 경제 그물망 안에 존재한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저자는 이들 발명은 때로 기존 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단절시키기도 하며 때로은 완전히 새로운 패턴을 짜기도 한다고 말하고 있다.

 

냉동식품이 상징하는 식품 산업화 현상은 두 가지 측면에서 우리 사회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우선 여성들을 집안일에서 해방시켜 사회생활을 게속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다음으로 높은 칼로리를 쉽게 섭취하도록 함으로써 허리둘레를 크게 증가시켰다. 다른 많은 발명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냉동식품의 남은 과제는 그 혜택을 최대한 누리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일이다. (본문 85p)

 

저자는 이처럼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우리에게 양날의 검이 되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 기술혁신이 가져온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여기에 저자는 국가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태어나는 토양이 되어야 하며 정부가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의 일상 곳곳에 숨어 있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발명품들에 대해 풀어놓은 팀 하포드는 이 책을 통해 유형과 무형, 상업적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이들 발명은 모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여주었기에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 모습을 그려보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일에 대한 고민을 해볼 수 있을 듯 하다. 놀랍도록 간결하고 명쾌한 시선으로 주변을 살피는 책,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우리는 이 책을 통해 현재 우리가 풍요롭게 편리한 생활을 어떻게 영위할 수 있으며,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경제적·사회적 불평등에 맞서기 위해 어디로 나아갈 것인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뒷표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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