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과 게릴라 - 변화하는 기업 비즈니스 환경에 대처하는 혁신적 방법
게리 해멀 지음, 이동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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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월스트리스저널」,「이코노미스트」,「포천」등 수많은 언론으로부터 이 시대 최고의 경영 전략가로 불리는 창의 경영의 대가인 저자 게리 해멀이 쓴 <<꿀벌과 게릴라>>는 하버드 비지니스 리뷰 프레스 스테디셀러,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아마존 추천 올해의 책, 일본·유럽 등 전 세계 서점가 베스트셀러 등에서 선정되며 극찬을 받은 책이다. 경영서적에는 큰 관심이 없는 내가 이 책을 읽어보게 된 것은 '우리는 시키는 일만 하는 꿀벌이 될 것인가, 창조하고 혁신하는 게릴라가 될 것인가?'라는 질문 때문이었다. 지금까지의 나는 시키는 일만 하는 꿀벌로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들어왔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성실과 근면만으로는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는' 시대에 들어섰다. 세상은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하는 직원이 아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행동으로 옮기는 게릴라를 원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은 혁신을 추구하고 있으며 혁신이 기업의 미래를 좌우하고 있다. 혁신은 기업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에게도 요구되는 문제이기에 숨가쁘게 변하는 혁명의 시대에서 꿀벌인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게릴라가 되는 법을 배워야 하기에 이 책이 눈길을 끌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지금 활동하고 있는 세계와 조직에서 차별화를 달성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며, 혁신을 위한 선언서이자 매뉴얼이다. (본문 17p)

 

우리는 지금 혁명의 시대의 출발선상에 서 있다. 오래된 기업은 사라지고 새로운 기업들이 출현하고 있다. 허나 혁명의 시대는 인류가 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기회들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의 경험만을 기반으로 해서가 아니라 상상력으로 유추하여 일을 해야만 한다. 고로 새로운 시대의 약속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꿈꾸는 사람,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저자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의 핵심은 새로운 부를 생성하는 전략-우리가 사는 현재만큼이나 혁명적인 전략-을 개발하는 능력이라고 말하고 있다. 혁명의 시대는 혁명적 사고를 지닌 사람들을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 스스로 조직의 꼭두각시처럼 행동한다면, 스스로 뿐만 아니라 조직까지 실패하게 될 것임을 강조한다. 혁신적 관점 없이는 혁명가가 될 수 없기에 수명선 너머를 보는 것, 틀에 박히지 않은 무언가를 찾아내는 것,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은 PART 1 혁명의 시대, PART 2 혁명의 발견, PART 3 혁명의 시작, PART 4 혁명의 유지 등 총 네 파트로 나누어 흥미진진한 사례를 통해 보여주는 혁신의 이야기로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혁명을 일으켰거나 이루어졌다면 그것을 조직 내부에서 어떻게 유지하고 이끌어나갈 것인지를 제시해주고 있다. 이 책은 신제품 및 신기술이라는 일반적 관점이 아니라 급진적이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관점에 입각하여 혁신을 논하고 있다. 이 중 저자가 말하는 습관적으로 그리고 끊임없이 혁신이 일어나는 조직을 만들어주는 10가지 설계 규칙-상식을 벗어난 목표, 탄력적인 사업 정의, 비즈니스가 아닌 이유, 새로운 목소리, 개방된 아이디어 시장, 개방된 자본시장, 개방된 인재시장, 위험도가 낮은 실험, 세포단위 조직, 개인의 부 축적-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이 책의 핵심주장은 급진적인 혁신을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필수 불가결한 경쟁우위로 파악하는 것이다. 이에 이 책은 미래는 당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어떤 것이 아니라 당신이 만들어야 하는 어떤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 정열이 이윤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들, 산업시대의 경영관행은 후기산업사회에서는 부채라고 믿는 사람들, 기존기업은 혁신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믿지 않는 사람들, 안정적인 기업활동을 수행하는 데 지쳐버린 사람들, 이미 받아들여진 지혜의 제단 위에 자신의 꿈을 희생하기를 원치 않는 사람들, 마지막으로 혁명을 주도하려는 발칙한 상상을 할 수 있으며, 고객, 동료, 그리고 그들 자신의 유산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책(본문 17,18p)이기도 하다. 

 

다양한 사례들로 인해 500페이지가 넘는 두께에도 쉽게 읽을 수 있었다. 혁신이라는 것은 개인이 아닌 기업에만 해당되는 것이라 생각해 왔었다. 그동안 꿀벌로 현재의 삶에 안주하며 이론과 구조 속에 갇혀 한 면만을 보며 살았던 나에게 이 책은 세상을 다르게 보고, 다르게 사고하는 것에 대한 눈을 가질 수 있게 해주었다. 수명선 너머를 보는 것, 틀에 박히지 않은 무언가를 찾아내는 것,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고나 할까.

 

 

 

당신은 모든 일이 보이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당신은 다른 사람들이 자명하다고 간주하는 것의 기반에 도전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깊은 차원에서 이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이론과 구조 속에 갇혀 있다. 우리는 우리 삶의 대부분을 다른 사람의 이론, 즉 항공사를 운영하는 법, 잡지를 출판하는 법, 보험을 판매하는 법 등을 다듬는 데 소비한다. 새로운 사실들은 구성개념 안으로 흡수되거나 거부된다. 구성개념은 좀처럼 변화하지 않는다. 우리가 구성개념을 부수어야 한다. 최소한 조금 구부리기라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당신은 우선 당신이 구성개념 안에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본문 248,249p)

 

성실과 근면만으로는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는 혁명의 시대에서 우리는 주어진 일만 하는 꿀벌이 아니라, 다르게 보고, 다르게 사고하여 반란을 일으키는 게릴라가 되어야 한다. 이 책은 개인에서부터 기업에 이르기까지 혁명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게릴라가 되기 위한 완벽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혁명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렇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권한다.

 

보통의 경영서를 넘어선 비즈니스 철학서. 조직과 기업의 차원이 아닌 개인 차원의 혁명을 설파하는 책. _중앙일보

 

(이미지출처: '꿀벌과 게릴라' 본문,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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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 걸스
로렌 뷰키스 지음, 문은실 옮김 / 단숨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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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보게 된 <<샤이닝 걸스>>의 표지와 시놉은 독자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시간을 여행하는 살인마 VS 살아남은 소녀'라는 설정은 누구라도 호기심을 가질만 했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작 미국 TV드라마 방영이 확정되었다는 문구 역시 스릴러를 좋아하는 나에게 작품에 대한 기대를 한없이 높여주었다. 이런 큰 기대감 탓이었을까. 여타의 스릴러에서 보여주는 긴박감 넘치는 빠른 진행이 아닌 탓에 초반 스토리에 집중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특히 시간 배경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몰입도가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또한 각 파트마다 각각의 등장인물을 1인칭으로 하여 전개되는 구성이 등장인물의 심리를 이해하는데는 좀더 쉬울 수 있으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했다. 기존에 접해왔던 스릴러를 떠올린다면 이처럼 작품에 집중하기는 다소 힘들 듯 싶다. 기발한 상상력을 가진 작품임에 틀림이 없기에 기존 스릴러에 대한 기대없이 읽는다면 오히려 온전히 이 작품이 가진 흥미로움,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을 먼저 꼭 이야기하고 싶다.

 

이야기는 1974년 7월 17일 하퍼로부터 시작된다. 외투 주머니 속 플라스틱 조랑말을 움켜쥐고 있던 하퍼는 땅바닥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여자아이를 발견한다. 아이는 흙바닥에 돌멩이, 잡지, 빨대 등으로 서커스를 만들고 있었다. 하퍼는 자신을 소개했고 여자 아이는 자신을 일곱 살 거의 다 된 커비 마즈라치라 소개했다. 하퍼는 커비에게 조랑말을 건넸고 선물이 아닌 담보물이니 안전하게 간직하고 있으면 나중에 가지러 오겠다고 말한다. 이 만남이 바로 이 책의 핵심 스토리가 되는 '시간을 여행하는 살인마 VS 살아남은 소녀'임을 짐작케 한다. 이 만남 이후로 이야기는 31년 하퍼, 74년 커비를 비롯한 수많은 시간여행이 시작된다.

 

갈비뼈에는 붕대로 감고, 발에는 깁스를 한 31년의 하퍼는 철저하게 버려진 거리, 나무판자로 막아버린 퇴창들과 '시카고 시의 저주를 받은 집'이라고 쓰여 있는 표지판이 붙어 있는 건물들 사이에서 우연히 얻은 열쇠로 한 건물에 들어섰다. 그곳은 바로 더 하우스. 더 하우스는 그를 기다리고 있었고, 목적이 있기 때문에 그를 불렀다. 하퍼가 창으로 다가가 바깥 광경을 잠깐 내다보니 길 건너 집들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었다. 그보다도 더 놀라운 것은 진숙, 조라, 윌리, 커비, 마고, 줄리아, 캐서린, 앨리스, 미샤, 낯선, 그가 모르는 여자들의 이름이 하퍼 자신의 필체로 쓰여 있었다는 것이다. 하퍼는 그것으로 충분히 깨달을 수 있었다. 마치 어떤 문이 속에서 열리는 듯 했고, 빛나는 소녀들의 얼굴을 보았으며 그들이 어떻게 죽어야만 하는지를.

 

그의 머릿속에서 고함이 터져나왔다. 그녀를 죽여. 그녀를 막아. (본문 48p)

하퍼는 특정한 부류의 여자에게 선호를 정해놓고 욕구를 제한한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말벌 같은 허리, 혹은 빨간 머리, 혹은 손가락을 집어 넣어 쑤실 수 있는 풍만한 엉덩이를 가진 여자들을 선호하는 남자들도 있지만, 그는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면, 얻을 수 있을 때가 있다면 그 무엇보다도 시간을 들여가며 손에 넣었다. 더 하우스는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 더 하우수는 잠재력을 원했다. 그들의 눈에서 불을 빼앗고 눌러 꺼버리고 싶어 했다. 하퍼는 그렇게 할 방법을 알았다. 칼을 사야했다. 총검만큼이나 날카로운 칼이 필요하다. (본문 81p)

 

이제 그는 여자를 찾아내야 했다. 하퍼는 마치 평생을 술에 취해 흐릿하게 살아오다가 장막이 확 벗겨져 내린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하퍼가 손잡이에 손을 뻗자 문이 번쩍이는 빛으로, 깜깜한 지하 창고에 터진 폭죽처럼 날카로운 빛이 고양이의 내장을 훑고 지나가듯이 홱 열렸고 하퍼는 다른 시간대로 들어섰다.(본문 62p) 그리고 이유도 모른 채 여자들은 과거에서 온 하퍼에게 하나둘 아주 잔인하게 살해당하고 말았다. 커비 역시 사고를 당하지만 그녀는 살아남았고 신문사에 들어가 살인자를 찾으려 한다.

 

이렇게 쫓고 쫓기는 상황이 발생하면 긴장감있는 스토리를 기대하게 마련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런 부분이 정말 미약하다. 이는 이 살인범이 시간 여행을 통해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인물로 그려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혹은 더 하우스가 살인범인 하퍼가 잡히지 않게 도와주고 있는 탓에 아슬아슬한 장면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더 오묘한 것은 이 스토리에는 명확하지 않은 부분들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더 하우스가 어떻게 시간 여행을 할 수 있게 해주었는지, 더 하우스는 왜 샤이닝 걸스가 죽기를 바라는지가 불분명하다. 하퍼 역시 마찬가지이다. 왜 더 하우스가 바라는 살인을 실행하고 있는 것일까? 헌데 이것이 무서운 것은 어떤 이유도 목적도 없이 살해당하고 싶다는 욕구만으로 빛나고 있다는 그녀들을 살해하는 하퍼와 같은 존재가 현실에서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유도 없이 그저 살인만으로 자신이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하퍼의 모습은 사이코패스의 맨 얼굴을 너무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긴장감없이도 공포감을 유발한다.

 

<<샤이닝 걸스>>는 지금껏 접해왔던 스릴러와는 차별성을 둔 새로운 장르의 스릴러라 해도 좋을 것이다. 긴박감 넘치게 진행되면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기존의 스릴러와는 차별된 점에서 조금 낯선 느낌을 주지만, 판타지와 조화를 이루면서 이 스릴러만의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시간 배열의 복잡성으로 인해 다소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고, 결말의 아쉬움도 있었지만 연쇄살인마의 시간여행이라는 독특한 소재는 충분히 매력적인 스토리임에는 틀림없었다. 현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듯 하여 공포를 느끼기에도 충분했던 작품이니만큼 드라마로 보여졌을 때 어떤 시너지효과를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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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 박스
조시 맬러먼 지음, 이경아 옮김 / 검은숲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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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출간 전 유니버설 픽쳐스 영화화가 결정된 작품 <<버드 박스>>는 히치콕의 <새>에 비견할 만하다는 호평을 받았다. 작가가 '메두사'에 영감을 받아쓴 이 작품은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죽게 하는 '어떤 것'에 대한 원초적인 공포와, 살아남으려는 인간의 용기를 독창적인 방식으로 그려낸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설(표지 中)로 2015년 제임스 허버트 상, 블램 스토커 상 데뷔소설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기로 하였는데 작가는 지금 그 후속편을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 수많은 호평과 출간 전 초고만으로 영화화 판권이 팔려 화제가 된 이 작품은 그 시작부터 팽팽하게 조여오는 긴장감으로 독자들을 순식간에 몰입하게 만든다.

 

맬로리는 안개가 낀 오늘 집 밖으로 나가기로 마음 먹었다. 아이들은 태어나서 바깥세상을 한 번도 못 봤으며 창문을 내다본 적도 없었고, 맬로리조차 창으로 바깥 풍경을 못 본지 4년이 넘었다. 그랬다. 그 날로부터 4년이 지난 것이다. 맬로리는 보이와 걸 두 아이를 깨워 강에서 배를 타고 어디로 가야한다며 안내를 건넸고, 두 아이는 능숙한 솜씨로 안대를 받아 검은 천을 눈에 대고 머리에 단단히 묶었다. 아이들은 태어나서 한 번도 간 적이 없는 강이었음에도 왜 강을 타고 가는지 묻지 않았다. 맬로리와 아이들은 안대를 하고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채 문에서 20미터가량 떨어진 우물을 지나 10미터가량 떨어진 오솔길을 지나고 1백 미터를 못 가서 나온 강을 안대를 한 채 오로지 소리에 집중하며 찾아갔고 세 사람은 그렇게 배를 타고 강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지난 4년 동안 기다리고, 연습을 하고, 떠날 용기를 긁어모은 결과였다. 그녀와 아이들이 진짜 삶과 비슷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안전하게 지켜주었던 집을 뒤로 한 채.

 

지금 이 순간 온 세상이 죽어버린 것 같다. 맬로리 가족이 탄 작은 배가 지구에서 생명체를 찾을 수 있는 마지막 장소라도 된 것 같다. 나머지 세상은 배의 서순에서부터 부채처럼 펼쳐진다. 양쪽 노 외에 아무것도 없이 활짝 부풀어 오른 텅 빈 구(球)에 불과하다. (본문 78p)

 

4년 전 그날은 아이들이 태어나기 9개월 전의 일이었다. 인터넷은 '러시아 리포트'라는 이야기로 소란스러웠고, 맬로리는 임신임을 확인하게 된다. 맬로리는 자신의 임신으로 인해 바깥세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든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곧 상황을 받아들이게 된다. 러시아에서 시작된 이 일은 뭔가를 본 사람이 사람들을 공격하고 자살한다는 것. CNN과 MSNBC, 폭스뉴스에서는 똑같은 상황을 보도하고 있지만 그 '뭔가'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바깥세상이 모두 폐쇄되었고 맬로리는 언니 섀넌과 TV를 통해 세상을 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게 없었다. 그런데 언니 섀년이 나무로 된 벽 저편에 무언가를 본 뒤 자살을 하게 되고 홀로 남은 맬로리는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절실함을 느끼고 얼마 전 신문 광고란에서 리버브릿지의 어느 집이 낯선이들을 받아준다는 이른 바 '안전 가옥'을 생각해 낸 후 자신과 아이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눈을 감은 채 1시간 동안 고작 20킬로미터를 조금 넘게 이동할 수 밖에 없는 고통스러운 운전으로 그 집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맬로리는 톰, 줄스, 돈, 펠릭스와 유일한 여자 셰릴을 만나게 되고 그곳에서 공포로부터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게 된다.

 

이야기는 맬로리가 보이와 걸 두 아이들과 함께 눈을 감은 채 배를 타고 목적지를 향해 가는 공포스러운 현재와 4년 전 공포스러운 세상으로부터 살아가기 위해 리버브릿지를 찾아가고 그들과 함께 공포를 이겨내기 위해 살아가는 과거의 이야기가 중첩적으로 구성되고 있다.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태어나는 순간 눈을 감은 채 소리에 집중하는 법을 가르쳐야했던 맬로리, 그런 훈련을 받아 청각이 발달한 아이들에 의존하며 주변의 소리에 공포를 느끼면서도 어딘가로 향해 가야만 하는 맬로리의 심리적 묘사가 섬세하면서도 공포스럽게 그려졌다. 맬로리의 심리적 묘사만으로도 긴장감을 극대화시키는 것만으로도 저자의 필력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들이 크리처가 부르게 된 그 존재는 도대체 무엇일까? 왜 맬로리는 리버브릿지의 안전 가옥에서 함께했던 사람들과 함께 떠나지 않는 것일까? 이 호기심만으로도 독자는 충분히 몰입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 사람은 크리처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전부 심리적인 문제라고 했죠. 무슨 말이냐면 사람들이 발광을 하고 소란을 피운 게 크리처 때문이 아니라 그걸 본 사람들이 원래부터 예민하고 극단적인 경향이 있었다는 거예요." (본문 224p)

 

그렇다면 <<버드 박스>>라는 책 제목은 무슨 의미였을까? 먹을 것이 점점 부족해지는 상황에서 이들은 바깥 세상으로 나가보기로 결정한다. 물론 눈을 감은 채. 그러던 중 새들이 담겨진 박스를 발견하고 상자에 다가갈수록 새들이 더 시끄럽게 운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이 버드 박스를 경보 장치로 사용하기로 한다. 헌데 책 제목은 단순히 이 새들이 담겨진 상자를 의미하는 걸까? 아니다. 그들이 살아가는 '안전 가옥' 자체가 바로 버드 박스였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작은 소리 하나에도 예민해져 가옥 밖으로는 나가지도 못한 채 갈등과 분열로 시끄럽게 울어대는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경보 장치인 새들이 담긴 상자와 다를 바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 작품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공포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4년 전 두려움 밖에 알지 못했던 맬로리가 두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아이들을 위해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 희망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과정을 통해 진한 모성애도 함께 보여준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긴장감에 몰입할 수 밖에 없는 <<버드 박스>>, 그 후속편에서 저자는 무엇을 또 보여주게 될까? 혹 저자가 말하는 광기어린 바깥 세상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우리 사회의 단면은 아닐까. 맬로리가 느끼는 공포는 묻지마 살인과 폭행 등으로 공포를 느끼는 우리와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생각으로 책을 다 읽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공포감이 쉽게 잦아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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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톡톡 보니하니 발명이 팡팡 : 문화가 보이는 발명 이야기 통합사고형 초등과학 시리즈 2
정서연 지음, 문성환 감수 / 블루앤트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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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대상 어린이·청소년 부문 작품상을 수상한 EBS TV프로그램 <발명이 팡팡>이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발명품을 통해 뒤바뀐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1권 <역사가 보이는 발명 이야기>에 이어 2권 <<문화가 보이는 발명 이야기>>에서는  짧은 분량 탓에 방송에서 다루지 못한 이야기와 함께, 발명품이 우리의 문화를 어떻게 바꾸었고, 또 어떤 문화를 만들어 냈는지에 대해 수록하고 있지요. 이 책은 발명 이야기와 함께 문화의 변화 과정을 상세히 수록함으로써 통합사고형 교과서의 롤모델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답니다. 특히 초등학생들이 배우고 있는 과학 교과서의 교육 과정과 발명을 연계시키고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지요.

 

 

 

영화의 발명을 통해 초등학교 4학년 2학기 과학 3단원 <거울과 그림자>를 공부하고, 청바지의 발명으로 4학년 1학기 1단원 <우리 생활과 물질>을, 콘플레이크의 발명을 통해 4학년 1학기 과학 4단원 <혼합물의 분리>를 공부하는 등 단순히 재미있고 신기한 이야기를 넘어, 교과 과정 연계를 통해 학업 성적 향상을 올리는 창의과학 교과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본문 5p)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발명품은 움직이는 사진 영화, 젊음의 상징인 청바지, 롤필름, 석탄에서 실을 뽑아낸 나일론, 한 끼 식사로 충분한 콘플레이크, 무선으로 통신하는 라디오, 공기의 온도를 조절하는 에어컨, 소방관을 구한 방독면, 스스로 움직이는 차 증기 자동차 그리고 일회용 시대를 연 종이컵이지요. 각 발명품마다 발명가에 대해서, 발명품이 만들어진 계기와 과정 등에 대해 소개하고 있으며, 발명품을 통해 교과서를 들여다보고 발명품으로 보는 문화 이야기까지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습니다. 물론 발명품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뤼미에르 형제가 연구 끝에 3분이 넘는 장면을 보여줄 수 있는 시네마토그래프를 발명하고 파리의 한 카페에서 자신들이 찍은 영상 열 편을 상영하기로 한 날 처음에 사람들은 흥미롭게 영상을 보며 박수를 쳤다가 화면 속에서 멀리서 달려온 열차가 객석을 덮칠 것처럼 보이자 사람들은 소스라치게 놀라 비명을 지르고 밖으로 뛰쳐나갔다고 합니다. 지금의 영화와 달리 소리도 없고 흑백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움직이는 사진보다 실감나 보였기 때문이죠. 3D,4D까지 발명되어 더욱 생생함을 느낄 수 있는 지금과는 정말 다른 모습이네요. 발명품이 처음 사람들에게 소개될 때는 이런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을 수 밖에 없었겠지요.

 

 

영화가 발명은 산업 혁명으로 엄청난 변화를 겪고 가족들과 떨어져 있었던 노동자에게 공장 일을 마친 뒤 여가 시간을 보낼 구경거리와 오락거리가 되었고, 노동자들이 즐겨입었던 청바지는 영화 주인공이 입음으로써 젊음과 반항의 이미지가 되었으며, 롤필름의 발명으로 사진기가 작아지면서 전쟁터 깊숙이 들어가 전쟁의 참상을 알려주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나일론의 발명은 섬유 산업에 큰 변화를 주었고, 콘플레이크가 발명되면서 미국인의 아침 식시가 바뀌었지요. 에어컨의 등장으로 자동차도 급속하게 발전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작절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야 하는 각종 의약품과 화학 약품들도 함께 발전할 수 있었으며 무더운 여름의 생활 문화를 바꾸는 큰일을 하기도 했답니다. 발명품 하나가 만들어지면 우리 문화는 정말 크게 변화되었습니다. 

 

누군가는 우연히, 누군가는 필요에 의해서 발명품이 만들어졌고 이는 퍠션, 예술, 식사, 나들이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 문화를 바꾸어놓았습니다. 스마트폰이 발명되면서 우리의 생활이 너무도 크게 달라진 것처럼 말이죠. 이렇게 문화를 바꾸어 놓은 발명품이 정말 근사하게 보이지 않나요? 지금도 새로운 발명품들이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 좀더 관심을 갖고 조금의 호기심을 더한다면 우리 어린이들도 세계의 문화를 바꿀만한 발명품을 만들 수 있답니다.

 

 

발명을 통해 문화의 변화 과정을 살펴볼 수 있고, 교과 과정까지 공부할 수 있어 학업 성적 향상에도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더불어 우리 주변에 대해 관심을 갖고 호기심까지 더할 수 있는 <<보니하니 발명이 팡팡>> 문화가 보이는 발명 이야기는 과학과 문화를 함께 살펴봄으로써 통합 사고력도 향상시켜 줄 수 있답니다. 이 시리즈는 텔레비전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어 더욱 흥미진진한 시간이 되어줄 것입니다.

 

(이미지출처: '보니하니 발명이 팡팡_문화가 보이는 발명 이야기'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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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의 연인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예담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악인><요노스케 이야기>로 이미 만나본 바 있는 저자 요시다 슈이치. 그는 <악인>으로 오사라기 지로상과 마이니치 출판사상을 <요노스케 이야기>로 시바타 렌자부로상을 받으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작가로 인정받고 있는 인물이다. 한동안 그의 작품을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1999년부터 타이완 고속철도 대망의 개통에 이르는 2007년까지의 과정을 배경으로 한 <<타이베이의 연인들>>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는 타이베이와 일본, 두 나라 사람들을 잇는 사랑, 화해, 치유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냈는데 "한 사람 한 사람을 깊이 파고들어 시대상까지 드러낼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는 작가의 바람이 깊숙이 자리잡은 작품이라 해도 좋을 듯 싶다. 사실 이 책은 감정의 고조를 느낄 수도 없으며,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류의 스토리는 전혀 아니다. 마치 잔잔한 파도같은 느낌이다랄까. 하지만 그 잔잔한 물결이 마음이 흠뻑 적시는 느낌을 주는 깊이 있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오이물산 입사 사 년 차인 다다 하루카는 타이완 신칸센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타이베이로 떠나게 된다. 타이베이는 하루카에는 특별한 인연이 있는 곳이다. 육년 전, 기분 내키는 대로 혼자 타이완으로 여행을 떠났던 하루카는 가이드북에 실린 타이완 요릿집을 찾기 위해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스쿠터 시동을 걸려는 젊은이에게 다가갔고 그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 하루카는 그와 또다시 우연히 재회하게 되고 잊지못할 추억을 간직하게 될 하루를 보내게 된다. 하루카는 일본으로 돌아가면 연락하겠다고 했지만 그가 건넨 연락처를 잃어버린 탓에 그와의 만남은 이어지지 않았었다. 영어 이름이 에릭이라는 것 외에는 실제 이름조차 모르는 그를 하루카는 6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도 종종 떠올리곤 했다. 타이베이에서 일에 몰두하며 지낸 하루카는 그녀의 인연에 대해 들은 회사 동료의 도움으로 에릭을 찾게 된다. 그의 이름은 료렌하오이며 그는 지금 일본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료렌하오는 하루카와 헤어진 뒤 매일같이 그녀의 연락을 기다렸다. 헤어질 때 하루카의 표정으로는 설마 연락이 오지 않을 거라는 상상을 할 수 없었기에 연락이 없자 귀국 비행기가 정말 일본에 도착했는지까지 알아봤을 정도였다. 하루카가 자신을 이미 잊어버렸을 거라는 생각에 필사적으로 포기하려고 했지만 마지막으로 봤던 하루카의 얼굴이 떠올라 잊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일본에서 큰 지진이 일어나자 하루카가 사는 고베가 진원지에서 가깝다는 생각에 료렌하오는 무작정 일본으로 건너갔지만 그녀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9년 만에 자신을 찾는 일본인이 있다는 사실을 전해듣게 된 것이다. 서로를 잊지 못해 상대의 나라에서 일하게 된 두 사람은 타이베이에서 9년 만에 재회하게 되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였는지 그저 세상 사는 이야기만 나누다가 헤어지고 만다.

 

"…… 그래서 나는 너를 만나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 그렇잖아, 만약 너를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타이완 신칸센 일을 하지도 않았을 거야."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나도 만약 너를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 도쿄에서 일하지는 않았을 거야." (본문 404p)

 

이 책의 주스토리는 이렇게 하루카와 료렌하오로 중심으로 1999년부터 2007년까지의 여정으로 진행되지만 타이완 고속철도 프로젝트를 둘러싼 다양한 사람들도 함께 등장한다. 그들은 서로 새로운 인연이거나 혹은 오래전 엇갈린 인연이라는 관계를 맺고 있지만 하루카와 료렌하오와 또다른 인연을 맺게 되는 인물들이기도 하다. 하루카와 함께 타이베이에 온 안자이 마코토는 아내와의 불화를 겪고 있었고 일에 대한 지나친 강박으로 힘겨워했지만, 타이베이 현지 호스티스 유키를 통해서 위안을 얻는다. 가쓰이치로는 오래전 타이베이에서 지금의 아내 요코 때문에 친구 랴오총에게 상처를 입히고 일본으로 돌아오고 만다. 그 일로 동창모임에 참여하지 못했던 가쓰이치로는 아내 요코가 죽은 뒤 친구에게 용서를 구하기 위해 타이베이로 향한다.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지내던 첸웨이즈는 캐나다로 유학간 어린시절 친구 창메이친이 임신한 채 돌아왔다는 얘기를 전해듣게 된다.

 

"돌아왔어. 나는 돌아왔어……"라고 가쓰이치로가 거듭 말했다.

"어어, 그래. ……잘 돌아왔어"라고 나카노가 응했다.

가쓰이치로는 자신이 눈물을 흘린다는 것을 알아챘다. 요코가 죽은 후로, 아니 육십 년도 더 전에 이곳 타이완을 버릴 수밖에 없었던 그날 이후로 줄곧 가슴 깊은 곳에 파묻혀 있던 뭔가가 지금 별안간 쏟아져 나왔다. (본문 358p)

 

이처럼 하루카와 료렌하오를 비롯한 각각의 인연들은 서로 한 번은 엇갈렸지만 다시 재회하고 함께 하게 되는데, 독자는 그들을 통해 사랑, 우정, 화해, 치유를 경험하게 된다. 아무래도 이 작품에서는 하루카와 료렌하오의 인연에 가장 주목하게 된다.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잊지 못하고 또 서로를 찾기 위해 상대의 나라에서 일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들이 애틋하면서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저자는 이 소설 속 사람들의 삶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삶으로 너무도 잘 그려냈는데, 군더더기 없이 깨끗하고 담백하게 그려진 스토리 속에서 우리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감동도 있었다. 큰 파도없이 잔잔하게 진행되는 스토리였지만 진한 여운을 주는 작품이었다. 다양한 인생을 마치 파노라마처럼 그려낸 저자의 섬세한 묘사가 탁월한 <<타이베이의 연인들>>은 우리의 사랑, 인연, 인생의 모습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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