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 꽃잎보다 붉던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매화나무 흰 그늘 속에 그가 앉아 있다. (본문 23p)

 

 

이 소설에는 일흔 넷에야 비로소 치매에 걸린 일흔하나의 남편을 사랑하게 된 윤희옥을 통해 노부부가 살아온 과거의 시공간을 오가면서 부부의 삶과 사랑에 대해 펼쳐보이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 스토리의 시작은 아이러니하기만 하다. 경직이 된 남편을 씻기고 검은 연필로 눈썹을 그리고 붉은 댕기처럼 붉은 입술에 가만히 입을 맞춘 은옥은 이 년 전 매화나무가 죽자 잠깐 온전한 정신이 돌아온 남편 주호백이 매화가 없으니 마당이 텅 빈 것 같다는 말에 죽은 것과 비슷한 홍매를 주문하고 크레인차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구덩이까지 파놓고 떠난 그 자리를 인부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삽으로 파고 호미로 긁어 합지박에 담아 일일이 위로 올려놓고는 빨간 넥타이에 회색 양복을 입힌 그를 안으로 내려놓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일 년 전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어느덧 칠십대 후반이 된 은옥에게는 힘겨운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튿날 아침, 정원사는 어제 인부들이 파놓은 그대로인 구덩이 밑바닥위로 매화나무를 심었다. 그리고 일주일 후, 은옥은 파출소 문을 열고 들어가 나지막하게 울부짖으며 실종신고를 한다. 죽은 게 아닌 영원한 실종으로.

 

갚아야 할 죄가 있다면 남은 인생에서 다 덜어내어 살아 있을 때 그와 수평을 이루고 싶다. 남은 꿈은 그것뿐이다. 내게 남겨진 시간은 그러므로 당연히 실종된 그를 찾아 헤매는 고단한 과정에 바쳐질 터이다. 발바닥엔 물집이 생기고, 입술은 부르트고, 삭은 관절들은 걸음걸음마다 내려앉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관없다. 굽잇길마다 비바람이 불고 물길마다 그 법이 깊을망정, 죄를 벗어 기워 사랑의 값을 완성하고자 하는 길일진대. 그 굽잇길 그 물길이라 할지라도 왜더러 꽃인들 피어 있지 않겠는가. (본문 30p)

 

은옥이 이렇게까지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찾아가는 여정이 과거의 시공간을 종횡으로 오가는 과정 속에서 펼쳐지게 된다. 2009년 봄 뇌출혈로 쓰러진 주호백은 뇌수술을 받아 목숨은 건졌으나 행동은 전과 달라졌다. 작은 일이든 큰일이든 언제나 은옥의 말을 무조건 믿고 따라준 사람이 뇌수술 이후 자주 자기주장을 앞세웠고, 전엔 도무지 없었던 일이기에 크게 화를 낸 적은 없었어도 짜증스러운 어투만으로도 은옥에게는 상처가 되었다. 그랬다. 그는 은옥의 충직한 시종으로 전 생애를 살아왔던 사람이었다. 아버지의 실종 신고로 미국 남부 잭슨 시에 살고 있는 딸 인혜가 왔다. 인혜는 아버지의 실종을 믿지 못했다. 지난가을에만 해도 아빠가 잘 걷지 못한다고 엄마가 말하지 않았던가. 인혜는 엄마가 파출소에 찾아가 실종 신고를 하고, 그의 사진을 보탠 심인 전단지를 주문한 것보다는 아빠의 고향에 먼저 가봐야 되지 않겠냐고 했고 그렇게 은옥은 딸 인혜와 함께 남편의 고향으로 가보게 된다. 은옥은 주호백을 처음 만났던 그 고향에서 초등학생 시절 코흘리개였던 주호백과 마주하게 되었고, 쫓겨가는 인민군에 의해 할아버지가 희생당하고, 임신중이었던 아내가 죽게 되면서 전 재산을 정리해 삼촌이 지은 암자에서 김가인을 만나게 되는 스무살의 젊음 날을 떠올렸다.

 

가인의 아이를 임신한 자신을 받아준 주호백은 은옥의 딸 인혜와 은옥에게도 헌신적이었으며, 이후에도 수두를 앓고 있는 딸을 두고 가인과 두 달을 살다 돌아온 은옥을 아무말 없이 받아주었다. 그랬던 호백이 치매를 앓고 그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가 자신에게 나쁜 년이라 호통을 쳤고, 자신을 죽이려 칼을 들었다. 호백에게 단 한 번도 뜨거운 눈길을 준 적이 없었던 은옥은 그 순간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공평하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야!" (본문 154p)

 

은옥은 그와 자신 사이에 너무도 불공평한 규칙이 적용돼왔다고 생각했다. 그는 항상 참고 견디었고, 항상 자신의 가슴만을 오로지 할퀴었고, 또 항상 자신을 기쁘게 하는 데 그의 에너지를 다 썼다. 그에 비한다면 은옥 자신은 자신 감정만을 따라 살았고, 그의 가슴을 자주 할퀴었으며, 또 자신의 기쁨만을 찾아다녔던 것이다. 이 공평하지 않은 것이 뭉치고 뭉쳐서 치매를 불러온 게 틀림었다는 것을 은옥은 자신을 죽이려던 호백을 보면서 깨달았고, 동시에 자신이 살아서 그에게 반이라도 갚을 기회가 온 것에 대해 한없이 감사했다. 그를 사랑했고, 그에게 전적으로 속해 있다는 것을 사는 동안 이런 각성이 찾아왔다는 사실을 은옥은 기뻐했다. 

 

가슴이 마구 무너진다. 당신, 이란 말이 왜 이리 슬플까. 함께 견뎌온 삶의 물집들이 세월과 함께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눈물겨운 낱말이다. 그늘과 양지, 한숨과 정염, 미움과 감미가 더께로 얹혀 곰삭으면 그렇다. 그것이 당신일 것이다. (본문 267p)

 

소설은 죽은 남편을 마당에 묻고는 사망 신고가 아닌 실종 신고를 한 이야기로 시작되었지만 희옥은 돌아오지 못할 남편을 기다린다. 치매는 한 평생을 살아오면서 쌓은 삶과 사랑과 관계 등을 순식간에 무너뜨리는 무섭고도 고통스러운 병이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치매는 희옥에게 오히려 외면해왔던 주호백의 인내와 헌신과 사랑을 깨닫게 해주는 소재로 등장하고 있다. 불과 며칠 전, 친정 아버지는 치매라는 무서운 병으로 인해 힘겨워했던 시간을 내려놓고 돌아가셨다. 그런 탓에 내게 치매는 무서운 병이고 딸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관계를 철저하게 외면하는 병이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치매를 역설적이게도 바람에 흩날리는 매화 꽃잎처럼 슬프면서도 매혹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본문에 수록한 이미지처럼 잔잔한 한 폭의 그림같다고나 할까. 작가 박범신은 이 책을 나이 일흔에 나의 '당신'에게 주는 선물이라 했다. 그래서일까? 함께 나이를 먹고 함께 늙어가고 그렇게 함께 죽음을 천천히 받아들여가는 노부부의 모습이 평온하게 느껴진 것은.

 

희옥이 그러할 수 밖에 없었던 사랑의 이유를 아직은 어린(그들에 비해) 나는 이해하기 조금 어려웠다. 하지만 죽음이 눈앞에 있는 순간에서 사랑을 깨닫고 그의 인내와 헌신이 가득한 사랑을 깨닫게 된 희옥을 응원할 수는 있었다. 사랑했기에 호백은 희옥을 인내했고, 사랑했기에 희옥은 호백을 그리할 수 있었던 것일 게다. 마흔이 넘은 이 순간에도 사랑은 여전히 어렵다. 노부부의 아름다운 사랑이 내게는 더욱 그러하다. 사랑의 끝엔 당연히 사랑이 있다는 작가의 당신, 우리네 삶은 그렇게 사랑으로 만들어가고 사랑으로 정리해가는 것은 아닐런지. 남편과 내가 그렇게 함께 나이를 먹고 함께 늙어가고 함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기를 소망한다. 사랑은 그러한 것일테니.

 

(이미지출처: '당신' 본문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골에서 로큰롤
오쿠다 히데오 지음, 권영주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중그네>와 함께 나는 오쿠다 히데오의 팬이 되었다. 그 이후에 읽은 <남쪽으로 튀어!>를 비롯하여 최근에 읽은 <나오미와 가나코>까지 '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 이름이면 모든 게 OK가 되곤 했다. 한 번도 그의 작품에 대해 일말의 실망을 느낀 적이 없었으므로. <<시골에서 로큰롤>>의 표지는 오쿠다 히데오 작품이 가지는 특유의 유쾌함이 물씬 풍기는 삽화였기에 읽어보고 싶다는 바람을 갖게 했다. 제2의 <공중그네>를 기대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최근 아날로그 레코드를 사들이는 데 푹 빠져 있다.'로 시작되는 문구 역시 내 마음에 쏙 들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빠르게 변화하고 길을 걸으면서도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최첨단 세상 속에서 살고 있지만 그보다는 90년대 감성을 더 사랑하는 옛날사람(?)인 탓이다. 이렇게 무한 기대감을 가지고 오쿠다 히데오가 오디오를 구입하고 음질의 차이를 알게 되면서 오디오에 푹 빠지게 되고 아날로그 음반을 듣고는 터무니없이 좋음을 느끼고 좋은 음질로 녹음된 음악을 듣는다는 것이 더없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되고 십대 때 듣던 록이며 팝을 좋은 음질로 다시 듣는다는 은밀한 즐거움을 즐기다가 최근 편집자에게 아날로그 음반 이야기만 늘어놓자 "그럼 오쿠다 씨의 십대 시절 음악 체험을 한번 글로 엮어내 보죠"하고 추어올려주는 바람에 쓰여진 이 에세이를 읽기 시작했다.

 

음악이라는 것은 참 묘하다. 음악 하나만으로도 그 세대를 하나로 묶어줄 뿐만 아니라 그 시절을 추억하게 되는 힘을 발휘한다. 얼마 전 방영된 MBC <무한도전>의 '토토가' 프로그램이 큰 이슈가 된 것을 비롯하여, KBS <1박2일>의 '영화 OST 로드' 역시 그 시절을 추억하게 하는 음악의 힘을 보여주었다. 헌데 이 음악의 힘을 느낄 때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이 있다. 바로 '동시대'를 살았다는 공통점이 있어야 한다는 점. 내가 <응답하라 1998>보다 <응답하라 1994>를 보면서 내 젊은 날을 추억하고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동시대를 살았기 때문이었고, '토토가'로 행복했던 것은 90년대에 내 젊은 날을 보냈다는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이며 '영화 OST 로드'로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동시대를 살았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하는 이유는 바로 내가 오쿠다 히데오와 동시대를 살지 않았다는 점이며, 이로 인해 아무리 음악이 주는 힘이 크다 할지라도 <<시골에서 로큰롤>>이 전혀 공감대 형성이 안 되었고 처음으로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이 내 입맛에 맞지 않았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위함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저자와 동시대를 살았던 분들에게는, 혹은 청춘시절 록을 사랑했던 독자들에게 이 작품은 충분히 어린 날을 추억할 수 있는 행복함과 아련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90년대에 청춘을 보낸 나는 그 시절의 가요를 사랑했으며, 연예인에 열광하기도 했지만 올드팝에 심취해 있었다. 오쿠다 히데오의 중학시절 (이하 오쿠다) 방송부에서 틀어주는 건 클래식과 이지 리스닝 레코드 혹은 시끄럽지 않은 음악이 전부였기에 방송부원의 검열을 통과하는 카펑클과 카펜터스는 이지 리스닝보다 좀 나은 정도의 음악이라고 경멸했던 오쿠다와 달리 나는 카펑클과 카펜터스를 사랑했고 클리프 리차드에 열광했으며 비틀스에 푹 빠져있었다. 음악의 대부분을 좋아했지만 록이라는 것이 시끄럽고 괴팍한 음악이 아니라는 것은 불과 얼마 전 <PAINT IT ROCK>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러니 록을 사랑하는 오쿠다의 이야기에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나마 음악을 통한 성장, 자유에 대한 열망이라는 공통점이 존재했기에 어느 정도 그의 마음을 이해하며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시골 중학생이었던 오쿠다에게 외국 영화와 외국 팝송과 청바지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단순한 취미가 아닌 없으면 살 수 없는 존재였는데, 이 시기의 감동 체험이 그가 소설가가 된 것의 바탕이 되었다고 한다. 이 시기의 오쿠다의 인생방침은 '자유롭게 살고 싶다, 남이 안 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 체제와는 반대편에 서고 싶다, 소수파로 있고 싶다, 모두가 오른쪽을 보고 있을 때 나만은 왼쪽을 보고 싶다'였다는데 반항기 가득한 십대시절 누구나 가져봤음직한 이야기에 고개를 주억거려본다. 그는 록 영상을 <영 뮤직 쇼>로 처음 체험하면서 더더욱 록에 빠져들었지만 오디오가 없어서 고군분투했으며, 라이오를 듣다가 외국인이 말하는 교재 테이프에 덮어씌워 녹음하면서 컬렉션의 즐거움을 알아갔다. 나 역시 중학생 시절 녹음 테이프를 사다가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음악을 녹음하기 위해 애쓰곤 했는데, 테이프가 늘어나면 냉동실에 넣어뒀다가 쓰던 기억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아~ 그리고 비틀스. 오쿠다가 비틀스에 빠져든 이야기는 나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이미 해산한 밴드의 음악에 푹 빠진 것은 중학생의 지적 호기심을 크게 자극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뭐든 알고 싶은 나이에 비틀스는 대상으로 안성맞춤이었다. 들어서 즐겁고, 이야기해서 즐겁고, 배워서도 즐겁다. 즉 연구할 가치가 있었다. 전국시대 무장이나 신센구미에 빠지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는 비틀스에 빠져든 것이었다. (본문 82p)

 

 

 

<<시골에서 로큰롤>>은 1972년에서 1977년까지 오쿠다 히데오의 팝송 청춘기를 그린 에세이로 오쿠다는 록이 무구했던 시대에 청춘기를 보냈다. 록을 만나지 않았다면 작가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오쿠다 자신은 말한다. 이 에세이는 오쿠다 히데오만의 특유의 유머와 유쾌함이 녹아있으며 시종일관 솔직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음악은 만국 공통언어라는 말에 실감했다. 비틀스라는 공감대가 있고, 음악을 통해 발견되는 자유에 대한 열망도 함께 느끼게 되니 말이다. 올드 팝에 빠져 가사를 한국말로 받아적느라 리플레이와 정지 버튼을 연신 눌러댔던 기억들, 좋아하는 곡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올 때 녹음 버튼을 누르고 숨죽이고 있다가 DJ의 음성이 들리면 한탄을 금치 못했던 기억들, 혹 내가 보낸 엽서가 소개되지 않을까 라디오에 귀기울였던 기억들, 음악에 빠졌던 그 10대 청춘이었던 내 모습을 떠올리며 오랫동안 흐뭇해졌다. 오쿠다 히데오와 동시대를 살았다면 더 행복했을 <<시골에서 로큰롤>>이야기는 록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오쿠다와 동년배인 이들에게 정말 행복한 추억 하나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그 시절 나를 행복하게 해주었던 가요와 올드 팝이 문득 듣고 싶어진다. 내 소녀 시절의 감수성을 마구마구 채워줬던 사랑하는 비틀스, 카펜터스, 카펑클 그리고 클리프 리차드여~

 

(이미지출처: '시골에서 로큰롤' 표지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커가 사는 집
김상현 외 지음, 전홍식 옮김, SF&판타지 도서관 / 작은책방(해든아침) / 201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커가 사는 집>>은 2010년부 2014년 봄까지 5년간 한국 SF 단편 중 최고로 손꼽히는 다섯 작품과 SF 문화에서 영원하고도 가장 흥미로운 화두인 "인식의 문제"를 정면에서 다룬 세 편의 신작과 번역 작품, 그리고 세 편의 짧은 에세이를 수록한 SF소설집이다. 흔히 공상 과학 소설인 SF를 떠올리면 <터미네이터><매트릭스><맨 인 블랙> 등의 영화와 같이 굉장히 거창한 것을 떠올리게 마련인데, 이 소설은 그런 거창함이 아닌 현실적인 면이 굉장히 강하게 느껴진다. 이는 SF의 내용이 현실에서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듯 싶었다. 그런 탓에 지금까지 SF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이미지가 많이 바뀌어진 듯 했는데, 앞으로 우리 미래가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조금은 섬뜩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기묘한 느낌을 주지만 색다르면서도 독특한 스토리에 금새 빠져들게 된다.

 

표제작 [조커가 사는 집]은 SF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애매모호한 느낌을 주는 지극히 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이야기다. 한 때 블랙잭 열풍이 불었던 고등학교 시절 주인공은 친구 태식으로부터 카드카운팅을 배우게 된다. 52장 카드의 순서를 10초만에 모조리 외워기 위해서는 카드가 사는 집을 짓어야 한다. 오랜시간에 걸쳐 머릿 속에 집을 짓게 된 주인공은 교과서를 통째로 외우는 게 가능해졌고, 대학에서는 과동기의 제안으로 한국기억법 연구소에서 일하게 된다. 하지만 군대를 다녀오면서 머릿속 카드집은 오류가 생기게 되었고 예기치않은 조커의 방이 생기게 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태식이를 찾게 되지만 결국 머릿속 카드가 사는 집은 벌거벗은 여자가 되어 무너져버린다.

 

'존재하게 하려면 통제해야 한다. 통제하지 못하면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지 않은 것은 꿈과 같다.' (본문 44p)

 

사람은 살아가면서 뇌의 5%도 활용하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주인공은 뇌의 능력을 훈련을 통해 확대시키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그 수없는 훈련을 통한 능력도 조커라는 예상하지 못한 존재로 한 순간에 무너지고 만다. SF소설이기보다는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을법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는데, 안타깝게도 이 작품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기에는 나의 독서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다소 뼈아픈 작품이기도 했다.

 

[옥상으로 가는 길]은 제1회 SF어워드 소설 부분 수상작으로 요즘 자주 등장하는 좀비를 소재로 하고 있는 이야기이다. 4층짜리 건물에서 주인공을 비롯한 다섯 명이 좀비를 피해 살아가고 있고, 일주일에 옥상에 도착하는 보급품으로 근근히 살아간다. 놈들이 계단을 장악한 후로 옥상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각 층마다 존재하는 쓰레기 배출구인데, 저주받은 몸이라 생각했던 왜소증을 가진 주인공은 환풍구보다 조금 더 넓은 정도의 이 공간에서 이동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된다. 그리고 그것은 곧 권력이었다.

 

정말 독특하고 눈에 띄는 작품은 [장군은 울지 않는다]라는 작품이다. 꼭 닮은 일란성쌍둥이가 태어났는데 둘은 태어날때도 잘 울지 않아서 병원에서 애를 먹었다. 더 특이한 것은 둘째가 첫째를 굉장히 괴롭힌다는 것. 다양한 방법을 써도 고쳐지지 않자 부모는 굿을 하기까지에 이르른다. 헌데 그 이유가 텔레비전에 한 천재 소년이 나온 것을 본 쌍둥이가 영재 학교에 입학하면서 밝혀진다. 이유인 즉, 지구를 정복하기 위해 인간과 가까운 곳이면서 가장 안전한 곳으로 공간이동할 장소를 정하자 컴퓨터가 인간들과 가깝고, 가장 안전하면서 호흡할 수 있는 딱 한 곳으로 엄마들의 자궁을 선택한 것이다. 이에 전사뿐만 아니라 지원단 모두가 지구에서 아기로 태어난 것. 정말 기발하면서도 유쾌한 상상력에 웃음이 터져나오는 스토리다. 결국 사령관인 둘째는 귀환하기로 하고 첫째는 지구에 남은 전사 5,740명을 찾아 귀환시키기 위해 남는다. 이 독특한 설정에서의 마지막 결말은 가족으로 귀결되는 듯 보인다. 과학이 발달하고 우주를 정복하는 등 SF영화 속처럼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도래한다해도 가족, 부모와 자식간의 끈끈한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었을까.

 

이 외에도 자연의 진화를 독특하게 기록한 굉장히 매력적인 작품 [씨앗], [사건의 재구성], [큐피드], [도둑맞은 어제], 제1회 SF어워드 소설 부분 수상작 [업데이트][지하실의 여신들]도 기발한 상상력을 보여주고 있다. 현실과는 무관할 것만 같았던 SF의 세계를 현실의 이야기와 접목시킨 스토리들은 다양한 사회문제들과 연결시키고 있다. 이렇게 수록된 8편은 기발한 상상력과 작가만의 개성으로 각기 다른 매력을 뽑내고 있었다. 물론 편협한 독서력으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스토리들도 있었지만 그들의 상상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 소설은 그동안 SF소설을 외국 소설로만 국한되어 보아왔던 나에게 한국 SF소설에도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어 준 의미있는 작품이다.

 

과학소설의 매력은 하나의 세포 수준에서부터 전우주적 스케일에서 인간의 삶과 인류의 문명을 조망한다는 점, 그것을 통해 자연과 과학기술이 제공하는 경이로움을 독자들이 만끽할 수 있다는 점, 과학기술이 발달한 미래를 통해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후화를 전한다는 점이다. _정재승(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 2040 여자들을 향한 돌직구 인생상담
이경제.양재진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12월
평점 :
품절


아내, 엄마, 주부로서의 삶에 더 충실하게 살려고 애썼던 나는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과도 같은 책 제목에 잠시 생각에 잠겨보았다. 과연 나는 여자로서의 삶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었던 걸까? 생각해보면 나는 부모 시대의 가치관, 세상의 시선에 갇혀 그 잣대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행동했던 것 같다. 세상은 변했고 여성들에 대한 인식도 많이 달라졌지만 나는 변하지 못한 채 그에 대한 불만을 세상을 향해, 타인을 향해 토로하고 있었다. 여기까지 생각에 미치자 이제는 나 자신이 조금은 달라져야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 책이 그 물음에 대한 답을 해주리라 생각되어 서둘러 읽어보았다.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은 의존하려는 습관 때문이며, 불행에 대해 남 탓을 하는 건 의존입니다. '행복'의 반대말은 불행이 아니라 '비교'입니다. (본문 7p)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여성들이라면 누구나가 한 번쯤 고민해봤음직한 질문에 대해 한의자 이경제와 정신건강전문의 양재진이 20~30년 동안 임상에서, 인생에서 터득하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조언해주는 구성으로 담겨져 있다. 때로는 자상하게, 때로는 따끔하게 털어놓는 조언은 따뜻하면서도 냉철하다. 이 책은 TAKE_1~6으로 나뉘어 결혼, 외모, 사랑과 연애 그리고 섹스, 일과 직장, 가족, 심리적·신체적 병리 증상 등에 대한 고민들에 대한 조언을 담아내고 있다.

TAKE_1 결혼이라는 것의 의미에서는 골드미스, 노처러 히스테리, 싱글녀의 노후 불안 등에 대한 고민에 대한 조언을 담았고, TAKE_2 보여주기 집착증 시대에서는 외모 집착과 과시 욕망에 대해 풀어냈다. 모든 여자들의 지병인 다이어트 중독에 관해, 뚱뚱한 여자로 사는 것에 대한 고뇌, 성형 중독 등에 관한 고민에 대한 두 남자의 따끔한 조언이 눈길을 끈다.

 

자존감이란 내가 생각하는 나의 가치입니다. 자존감은 어릴 적부터 타인의 사랑과 관심, 칭찬으로 길러지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무엇인가를 스스로 해냈다는 성취감과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합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타인의 시선과 평가로부터 좀 더 자유롭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내면을 가꾸고 성장시키려고 많은 노력과 도전을 해왔으며, 자신의 내면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고, 그러한 자신의 모습을 사랑합니다. 따라서 가치가 덜하다고 여기는 외모에 대한 지적이나 타인의 시선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죠. (중략) 외적인 변화를 통해 타인의 관심과 칭찬을 받는 건 일시적으로 만족감을 높여주기에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외적인 변화에 수반되는 스스로의 성취감이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죠. 자존감의 핵심은 타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있으니까요.

  당신은 왜 다이어트를 하고, 누구를 위해 하는 것인지, 혹시 시대의 변화에 따른 여성상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충실히 따르고 싶은 것인지, 미디어의 상업적인 술책에 놀아나는 것은 아닌지, 내면의 공허함이나 낮은 자존감을 외적인 변화를 통해 보상받고 싶은 것인지……. (본문 61,62p)

 

 

 

TAKE_4 일하는 여자, TAKE_5 가족의 웬수? 편은 아무래도 직장을 다니는 워킹맘이자 주부인지라 가장 관심갖고 읽게 되는 부분이었다. '일하는 엄마의 죄책감에 관한 고민'이나 '달라서 좋았는데, 달라서 전쟁인 부부의 문제'는 딱 나의 고민과 맞물려 있었다. 지금은 부족한 엄마처럼 느낄 수도 있지만 아이가 자라면서 자기만의 배타적인 시간을 가지려고 할 때면 가정주부 엄마보다 일하는 엄마를 더 자랑스럽게 여기기도 하며, 아이가 커가면서 빈자리를 느끼고 자신의 사회적 자아가 없다는 걸 힘들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는 큰 위안을 주고 있었다. 워킹맘인 당신은 그때 쯤에 많은 보상을 얻을 거예요. 아이에게 존중과 인정을 받고, 자기 생활이 있기 때문에 아이가 떨어져 나가도 버틸 수 있으니까요. (본문 194p) 남편과 나는 결혼생활이 19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맞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 고민자의 이야기처럼 좋아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다르고, 영화를 보는 취향도 다르며 성격은 극과 극이다. 지금까지 서로 맞추려고 했지만 맞지 않은 부분들이 있기에 간혹 티격태격하는 일이 생겨난다. 왜 이렇게 맞는게 없지? 라는 고민 아닌 고민을 할 때 저자 이경제의 따끔한 조언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이란 자기 자신조차 바꾸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남을 바꾼다고요? 이건 자연 현상을 바꿀 수 없는 것과 똑같습니다. (본문 224p)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저자 양재진은 배우자를 바라보는 마음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내가 나와 다른 남편을 조금은 부정적으로 바라봤던 것은 아니었을까? 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고 나 자신의 모습을 되짚어보게 되었다.

 

 

 

여자로 살아가면서 생겨나는 수많은 고민들의 대한 대답이 이 책 속에 담겨져 있었다. 물론 이것이 정답일수는 없겠지만,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정답을 찾아가는 이정표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도움이 되어주고 있다. 두 남자의 신랄한 답변은 오히려 냉정하게 자신을 바라보게 되고, 따스함이 묻어나는 답변에서는 위로와 위안을 얻게 된다. 내 마음을 나도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헌데 두 남자의 답변은 나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 부분을 깨닫게 해 줄 뿐만 아니라, 나 자신을 조금은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주변의 동생, 친구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책이다. 친구에게도, 가족에게도 미처 얘기하지 못했던 고민에 대한 답을 이 책에서 구할 수 있을테니.

 

자신의 진짜 모습이 두렵지만, 그대로 거울 앞에 서는 것을 받아들일 용기 있는 여성에게, 이 책은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들려줄 '무엇'이 될 것이다. -김태훈(팝 칼럼니스트, 방송인)

 

(이미지출처: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본문, 표지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트레스의 힘 - 끊임없는 자극이 만드는 극적인 성장
켈리 맥고니걸 지음, 신예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하루에 한 번씩 꼭 하게 되는 말 중 하나가  "아..스트레스!!"가 아닐까 싶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고 하는 만큼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 하지만, 그 노력마저도 스트레스가 되고만다. 저절로 이마에 주름이 잡히면서 스트레스는 배가 된다. 오늘도 회사에서 몇 번씩이나 '스트레스'라는 단어를 외쳤는지 모르겠다. 이 놈의 스트레스 때문에 없던 병도 생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해도 과언이 아닐게다. 그런데 스트레스가 독이 아니라 약이라고 주장하는 책이 있다. 바로 북이십일에서 출간된 켈리 맥고니걸의 <<스트레스의 힘>>이 그것이다. 이 책의 근간은 켈리 맥고니걸의 '새로운 스트레스 과학'이라는 강의로 이는 스탠퍼드대학교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수업으로 꼽힌다고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그동안 공공의 적으로만 여겨졌던 스트레스를 완전히 새롭게 정의하고 있는데 이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수많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주목할 만하다.

 

스트레스에 대해 평소 여러분이 갖고 있던 생각은 다음 중 어느 쪽인가?

A. 스트레스는 해로우므로 반드시 피하고 줄여야 한다.

B. 스트레스는 유용하므로 반드시 수용하고 활용해야 한다. (본문 6p)

 

저자는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이런 질문을 던졌다. 나의 대답은 생각할 여지도 없이 A다. 저자 역시 5년 전만해도 망설이지 않고 A를 선택했었고, 스트레스가 사람을 병들게 만들고 평범한 감기에서 심장병과 우울증, 중독에 이르는 온갖 질병에 걸릴 위험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뇌세포를 죽이고 DNA를 손상시키며 노화를 촉진시킨다고 말해왔다. 그러다 1998년 어떤 연구를 통해 스트레스가 해롭다고 '믿지 않은' 사람들의 사망 확률이 스트레스를 거의 받지 않는다고 기록된 사람들보다 증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접하게 되면서 지금까지 자신이 제시해왔던 스트레스 감소법이 스트레스 관리라는 미명하게 도움을 주기보다 스트레스가 해롭다는 메시지를 함께 전달함으로써 오히려 피해를 더 많이 끼쳤던 것이 아닐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고, 스트레스에 대한 사고방식이 스트레스의 효과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스트레스에 대한 우리의 사고방식이 정말로 중요한지, 그리고 스트레스가 나쁘다는 믿음이 실제로 몸에 해롭다면 그 대안은 무엇이며, 스트레스에도 우리가 수용할 만한 장점이 있는지에 대한 답을 찾아나서기 시작했다. 저자는 지난 30년 동안 시행된 과학적 연구와 조사를 살폈고, 스트레스의 역사를 조사하면서 심리학과 의학이 스트레스의 유해성을 어떻게 확신하게 됐는지에 대해 더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스트레스를 연구하는 과학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스트레스가 우리가 깨달음을 얻고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용기를 북돋아주고 동정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뿐만 아니라 새로운 과학적 연구에 따르면 스트레스에 대한 사고방식을 변화시키면 더 간강하고 행복해지기도 하며, 스트레스에 대한 우리의 사고 방식은 심혈관계 건강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아낼 줄 아는 능력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최상의 방법은 그것을 줄이거나 피하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심지어 이를 포용하는 것이다. (본문 14p)

 

이 책은 스트레스를 수용하는 삶에 능숙해지기 위한 실용적인 지침서이다. 스트레스를 수용하면 첫째, 도전이나 시련에 직면하더라도 의욕이 샘솟고 둘째, 스트레스 에너지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해 탈진하지 않도록 할 수 있으며 셋째, 스트레스의 경험이 사회적 고립이 아닌 사회적 관계의 원천으로 변화시키도록 도우며 넷째, 고통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으로 인도할 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두 가지 종류의 실천방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제1부 '스트레스의 재발견'에서 제시하는 방법은 스트레스에 대한 사고방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고안됐으며, 제2부 '스트레스 사용법'은 스트레스를 느끼는 순간에 사용할 현장 전략을 비롯해 인생의 시련에 대처하는 자기 성찰 방법을 포함하고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모든 실천 방법은 저자의 강의를 수강한 학생들, 교육자와 의료전문가, 기업 경영진, 전문 코치, 가족심리치료사, 부모 등을 비롯한 전 세계 개인 및 집단에서 이 생각을 전하면서 경험한 내용을 토대로 하고 있는데 이들 중 일부가 자신의 일과 삶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켰다고 고백했다고 하니 그 실천 방법에 더욱 신뢰를 더해준다.

 

저자가 들려준 다양한 연구 결과를 통해 알게 된 바로는 효과는 '기대한 대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즉 우리가 어떤 예상을 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인데 이는 각 '스트레스가 장점을 끌어올린다'는 영상과 '스트레스가 심신을 훼손한다'는 영상을 본 참가자들의 DHEA(신경 스테로이드의 일종으로 두뇌 발달을 돕는 호르몬)의 수치가 다르게 나타난 실험 결과를 통해 스트레스가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신체를 변화시킨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또한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스트레스 반응은 몇 가지 전형적인 형태가 존재하며 이들은 여러 가지 스트레스 전략의 원인이 되는 서로 다른 생물학적 특징을 지니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목표가 위태로워지면 스트레스를 느끼고 그에 맞는 조치를 취한다. 가치관이 위협을 받으면 스트레스를 느끼고 그것을 방어한다. 우리는 용기가 필요한 순간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를 받으므로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므로 실수를 통해 배울 것이다.

  스트레스 반응은 기본적인 생존 반응 그 이상이다. 이는 인간의 작동 원리 및 방식, 인간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방식, 인간이 세상에서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방식에 내재돼 있다. 이것을 이해하고 나면 스트레스 반응은 더 이상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인정하고 활용하며 오히려 신뢰해야 할 현상이다. (본문 105p)

 

 

 

이 책에서는 스트레스의 장점, 뭔가를 시작하고 관계를 맺으며 성장하는 데 스트레스가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입증하는 과학적 연구에 대해 살펴볼 수 있으며, 스트레스에 능숙해지는 방법, 스트레스의 에너지를 활용하는 법, 스트레스가 연민의 촉매제가 되도록 만드는 법, 가장 힘든 경험 속에서도 장점을 발견하는 법에 대해 탐구하도록 한다. 이런 내용들을 통해 우리는 스트레스를 피해야 할 존재에서 활용 가능한 존재로 전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은 '스트레스가 유용하다고 생각하면 실제로도 그렇게 변화된다'는 것이다. 스트레스가 어떤 느낌으로 나타나든 이를 없애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걱정 대신에 스트레스로 인해 생기는 에너지와 정신력 및 추진력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더 집중한다면 위험을 도전으로 바꿀 수 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은 스트레스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즉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며 스트레스는 독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스트레스에 대한 놀라운 반전을 보여주고 있다. 스트레스가 독이 아니라 약이 된다는 것. 사소한 선택, 간단한 사고방식의 전환만으로도 전혀 다른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저자는 다양한 연구 결과를 통해 보여주었으며, 스트레스를 용기와 희망으로 바꾸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매우 실용적인 책이었다. 스트레스에 대한 사고방식과 그 대응방식은 스트레스가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육체적 건강과 정서적 안정, 직장생활의 만족감과 미래에 대한 기대감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 스트레스는 영향을 주고 있고 우리는 충분히 변화시킬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스트레스의 이점에 집중하는 법을 알려주었고, 그 변화를 촉진시키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이로 인해 우리는 인생의 도전적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도 달라질 것이며 삶을 변화시킬 수 있게 될 것이다. 스트레스는 독이 아니라 약이다! 단, 내가 스트레스가 유용하다고 생각했을 때, 스트레스는 기대한 대로 나타나 줄 것이다.

 

 

스트레스의 장점을 보는 일은 스트레스가 좋은지 나쁜지 판가름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삶을 변화시키는 일인 것이다. (본문 23p)

 

(이미지출처: '스트레스의 힘' 본문, 표지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