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는 바보가 아니다 우리들의 작문교실 14
안도현 지음, 김준영 그림 / 계수나무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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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베트남전쟁 징집을 거부하여 미국 전역을 발칵 뒤집어 미국 정부로부터 선수 자격은 물론 세계 챔티언 타이틀을 박탈당하고 출국이 금지되는 수모를 겪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미국 사회의 흑인 차별에 저항하고 반전 평화 운동에 불을 지피는 사회 운동가였던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

검은 눈동자보다 흰자위가 더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둥근 눈, 선명하고 굵은 눈썹과 쌍꺼풀, "썰면 한 접시는 되겠다"라는 말을 들을 정도의 두툼한 입술이 무하마드 알리와 똑같아 ’알리’라는 별명을 가진 판수는 두터운 윗입술에 닿을 듯 말 듯 언제난 콧물을 달고 다녔고, 콧물이 안 보이는 날은 입가에 끈적끈적한 침을 흘리고 다녔다.
알리의 모습 때문에 어른들을 판수를 바보 취급하기 일쑤였고, 동네에서 꽤 똑똑하고 공부 잘하는 아이로 인정받았던 ’나’의 부모는 알리와 어울려 다니지 말라는 말을 수백 번 더 들어야했다.
하지만, 주인공은 자신보다 알리가 오히려 더 현명하고 용감하고 섬세한 아이임을 알고 있었고, 어른들의 알수 없는 편견에도 불구하고 알리와 둘도 없는 친구로 지냈다.

망을 봐주는 조건으로 동네 형들에게 백로 알 두개를 건네받은 나는 알리에게 하나 건넸지만, 알리는 "이 알 속에는 백로 한 마리가 들어 있어." 하며 알을 제자리에 갖다 놓기 위해 소나무에 올라갔다가 다리를 삐었고 덕분에 아버지에게 허리때로 흠씬 두들겨 맞고도 히죽 웃었다. 길을 걷다가 벌레들을 밟을까봐 고개를 숙이고 다녔고, 수업시간에 화장실에 갔다가 처음 본 나비가 어디에 사는지 궁금해서 수업을 고스란히 빼먹기도 했다. 
베트남 전쟁으로 다리 하나를 잃은 왕 하사 아저씨와 친했던 덕분에 베트남에서 가져온 텔레비전을 볼 수 있었던 주인공은 친한 친구인 알리와 텔레비전을 볼 수 있도록 했지만, 알리는 아직 텔레비전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아이들을 생각했고 알리 덕분에 토요일 저녁 일곱 시에는 왕 하사 아저씨네 국수 공장 뒷마당에는 텔레비전 시청회가 열리게 되었다.

알리의 머리가 아니라면 이 세상 어느 부자도 이렇게 작은 텔레비전 하나로 잔치를 연출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알리는 실제 생활은 가난했지만 누구보다 부자였다고 생각한다. (본문 86p)



알리네 가족은 알리네 할아버지가 빨치산이었다는 알 수 없는 소문이 퍼지면서 동네를 떠나야했고,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열세 살의 어린 이들은 어떻게 작별 인사를 해야 하는지도 모른채 헤어지고 말았다. 34년이 흐른 뒤 듣게 된 알리의 이야기는 어린시절 보아왔던 모습 그대로였다.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노조 위원장이었던 판수(알리)는 동료들을 위해 35미터 크레인 위에서 113일을 투쟁한 끝에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랬다. 그 시절 우리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많았다. 우리가 아는 것이라고는 부모나 선생님 같은 어른들에게 고분고분해야 하고, 이 세상에서 박정희 대통령을 가장 존경해야 하고, 반대로 공산당을 가장 증오해야 한다는 것 정도였다.
궁금한 게 있어도 함부로 질문을 하지 못하게 어른들은 우리의 입이 무거워지기를 바랐다. 알리네 아버지가 알리를 피멍이 들도록 때려도 아무도 간섭하지 않았으며, 학교에서 가죽 잠바가 아이들을 꼼짝 못하게 다루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고, 나쁜 소문 때문에 알리네가 이사를 가야 하는 일이 벌어져도 이웃들은 누구 하나 동정을 보내거나 연민의 감정을 내비치지 않았다.
(본문 134p)

아이들의 마음보다는 겉모습과 좋은 성적으로 아이를 판단하는 어른들에게 알리는 바보였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작은 생물들의 목숨도 소중히 여겼던 아이의 마음은 자신의 이익을 챙기지 못했기에 바보가 되었다.  끝내 다른 노동자를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놓았던 알리는 평생 바보같이 살다 갔다는 이야기를 들어야했다. 그러나 ’나'는 그가 바보가 아니라 영웅이었음을 알았고, 자기 몸속에 평생 동안 들어 있던 날래를 꺼내어 나비가 되어 날아갔다는 것을 알았다.
알리는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의 외모와 닮아있었던 것이 아니라, 무하마드 알리의 용기와 닮아 있었다. 
여전히 우리는 겉모습만으로 잘 못된 편견을 갖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지 못하는 사람은 바보 취급을 한다.
그러나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이런 ’바보’가 있어야 더 좋은 사회로 변화되고 있음을 알고 있다. 우리는 기꺼이 ’바보’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바보’를 비난하고 욕하는 못난 사람들이 되어가고 있다.

나는 ’순수함’을 찾기 위해서 동화를 읽곤 한다는 말을 하곤한다. 많은 동화책을 읽었지만 아직 나는 순수함을 찾지 못했다. 여전히 편견에 사로잡혀 있고, 나만의 이익을 챙기기 급급했기 때문에 이야기 속에서 들려주는 순수함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알리’와 놀지 말라고 권유하고 있는 주인공 '나'의 부모가 내 모습과 오버랩되고 있다. 나는 <<알리는 바보가 아니다>>를 통해서 ’순수’라는 것이 무언지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열세 살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던 주인공들이었지만, 그들은 진정 세상을 올바르게 볼 줄 아는 눈과 마음은 가지고 있었다.



(사진출처: ’알리는 바보가 아니다’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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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둥글 지구촌 국제구호 이야기 함께 사는 세상 7
이수한 지음, 유남영 그림 / 풀빛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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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구호에 대해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한비야의 ’지도밖으로 행군하라’를 통해서였다. 이 책을 통해서 국제구호개발기구인 월드비전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세계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내가 아닌 타인을 향한 마음이 무엇인지를 곰곰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이 책은 구호의 첫 단계인 ’관심 갖기’를 심어 주기위해 기획되었다고 한다. 내가 한비야의 책을 통해서 국제구호에 대한 관심을 얻게 된 것처럼, 어린이들 역시 <<둥글둥글 지구촌 국제구호 이야기>>를 통해서 충분히 구호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 생각이 된다. 

얼마전 있었던 연평도 사건으로 인해서 폐허가 된 연평도의 모습과 피난을 떠나는 주민들의 모습이 텔레비전 속에 포착되었고, 구호물자가 지급되는 것을 아이들과 함께 보게 되었다. 올해 초 아이티 강진을 모습을 보게 되고, 최근 연평도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은 구호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세계 곳곳에서 우리에게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곳이 얼마나 많은지를 새삼 알게 되었다.
물이 부족하여 오염된 물을 마시며 살아가는 아이들, 굶주림으로 생명을 잃어가는 아이들이 우리들의 작은 관심을 기다리고 있으며, 관심과 작은 도움으로도 아이들에게 희망과 웃음을 되찾아 줄 수 있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전은비, 왕철이, 서미미 세 명의 아이들이 스스로 해야할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는 과정과 국제구호가 그들을 위해서 실천하고 있는 활동을 엿보게 된다.

국제 구호 활동 1 목 타는 지구 - 물 부족
국제 구호 활동 2 배고픈 지구 - 굶주린 어린이들
국제 구호 활동 3 외톨이 지구 - 떠돌이 난민
국제 구호 활동 4 몸살난 지구 - 보건 의료 사업
국제 구호 활동 5 힘겨운 지구 - 아동 노동과 공정 무역
국제 구호 활동 6 뒤처진 지구 - 교육과 지역 개발
국제 구호 활동 7 외로운 지구 - 국내 구호
국제 구호 활동 8 위험한 지구 - 긴급 구호
국제 구호 활동 9 함께하는 지구 - 명사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제




아프리카의 스와질란드에 사는 10살 된 스와티의 동생은 오염된 물을 마시고 전염병에 걸렸고, 동생을 돌봐야 하기 때문에 학교도 다니지 못해 선생님이 되는 꿈조차 포기해야했으며, 아프리카 대륙 잠비아의 시골 뭄브아에는 에이즈로 부모를 잃은 아이가 100만명이 넘는데다, 비가 내리지 않아서 농사가 잘 되지 않아 대부분이 하루 한 끼도 먹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 
미얀마에 살 때 군인 정권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경찰들에게 쫓긴 시따웅 아저씨는 한국으로 건너왔고, 한국으로 온 다른 미얀마 인들을 모아 지금도 조국의 군인정권 반대 운동을 하고 있지만 ’난민’이라는 신분 때문에 외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태어난 지 열 달 정도 지났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설사를 하고 열이 오르지만 병원이 없어서 주산 한번 맞이 못하는 동티모르의 아이 구스티오와 12시간이 넘도록 뙤약볕에서 하루 종일 열매를 수확하지만 고작 250원을 받으며 원하지 않는 ’아동 노동’에 노출되어 있는 에티오피아의 어린이들, 가난의 악순환을 끓는 고리인 교육을 받지 못하는 네팔의 아이들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 나라에 사는 남수네 가족도 팔십 세가 넘는 할머니가 종이나 박스 등을 주우며 근근히 살아가고 있다.

 



수도를 틀면 콸콸 나오는 물, 하루 세끼 먹는 따뜻한 밥, 병에 걸리면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가까운 병원, 글을 배우고 친구들과 축구를 하며 노는 이런 일상의 행복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 책속에 아이들의 모습은 일상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갖게 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당연시 여기는 일상의 일들을 누리지 못하는 세계 곳곳에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을 수 있는 계기를 주고 있다. 가는 팔과 다리와 부푼 배를 가진 아이들, 기아와 병으로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가 도울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그들에게 직접 우물을 파줄 수 없고, 그들의 병을 직접 고쳐줄 수는 없지만, 우리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온난화로 점점 물이 부족해지는 지구를 위해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가까운 거리는 걸어다니는 일도 우리가 그들을 간접적으로 돕는 일이다.
매년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가져오는 ’사랑의 빵’ 저금통에 군것질을 줄이고 한푼 두푼 모으는 것도 그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 이렇게 구호는 그들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되어,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실천하는 일에서 시작된다.
지구촌 곳곳에서 힘겨워하는 우리 어린이들의 친구들은 희망과 꿈을 심어주는 일은 우리의 작은 관심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저자와 세계 곳곳의 어린이들이 알려주고 있다.

(사진출처: ’둥글둥글 지구촌 국제구호 이야기’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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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김별아 지음 / 문이당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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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드라마의 영향때문인지 책 <미실>에서 배우 고현정의 카리스마를 찾게 된 듯 하다. 사실 드라마 속에서는 정치적 야욕이 많은 미실이 보여졌고, 배우의 눈빛으로 미실이 가지고 있는 카리스마에 압도되곤 했는데, 책 속에서 보여지는 ’미실’은 한마디로 ’팜므파탈’의 여인이었고, 어찌보면 미색으로 인해 박복한 인생을 살게 된 가련한 여인이기도 하다.
드라마의 인기로 인해서 이 책 역시 사람들에게 많은 인지도를 얻게 되었던 것으로 기억했기에, 책에 대한 기대가 사뭇 컸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 기대만큼의 흥미로운 책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언급했던 바와같이 책 속에서 배우 고현정을 찾으려고 했기에 그럴지도 모른다. 미실의 복잡한 인물관계도 때문인지 몰라도 등장인물에 대한 소개가 책 전반에 걸쳐서 이루어져 있는데다가 얽히고 섥킨 인물들의 관계도를 이해하기 위해 책 전반부에 소개된 ’인물들의 혈연 및 혼인 관계 참고표’를 자꾸 뒤적거려야 했기에 어쩌면 책 내용에 집중하지 못한 나의 이해력 부족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넌 누구와도 같지 않아. 미실! 넌 세상에 단 하나뿐인 너야.」 (본문 17p)

어린 미실에게 세상의 전부를 가르친 것은 할머니 옥진이었고, 미실이 열한 살이 되던 해부터 옥진은 좌우에서 떠나지 못하다록 하며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 아양을 떨어 사람의 마음을 홀리는 미태술과 가무의 비법을 전수하였으며, 세상은 미실을 일컬어 백화의 영검함을 뭉쳤고 세 가지 아름다움의 정기를 모았다고 말했을 정도로 미실의 용도는 빼어났다.

「너는 어미에서 다시 그 어미로 이어진 대원신통(大元神統)의 혈맥이도다. 인통(姻統)은 지상의 신을 몸으로 모셔 왕위를 보전하는 지극한 임무를 지녔으니, 네 몸은 의지를 앞서 의무에 충실해야 하느니라!」 (본문38p)

어찌보면 미실, 미실이 사랑했던 사다함, 그리고 미실을 사랑했던 세종이라는 삼각관계를 가진 역사를 배경으로한 로맨스 소설을 읽어내려가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는데, 이는 자신의 운명에 충실했던 한 여인의 애끓는 삶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지소태후는 아들 세종을 색도로 이끌 여인을 직접 고르는 연회를 베풀게 되고, 세종은 연회에 참석한 미실에 매혹되었고, 미실을 사랑한 세종은 후에 미실이 진흥제의 부인이 되어 궁을 떠나기를 요청하였을 때도 미실을 위해 기꺼이 그러했다. 

「어머니는 틀리지 않으셨습니다. 무섭도록 현명하고 냉철한 분, 당신의 경고가 옳았습니다.」

「미실을 탐내어 취하고자 하는 순간 영원히 빼앗겨 잃고야 말 것이라고, 그녀의 운명까지도 떠맡아 제 운명이 바뀌리라고 어머니가 말씀하셨죠. 제정신이 아니었기에 결코 그 말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지만, 그말이 옳으리란 건 그때 이미 알고 있엇습니다. 하자만............못난 아들은 지금도 미실을 미워하지 못합니다. 정을 넘어서 영을 장악당한 저에게 어떤 선택의 권리가 남아 있겠습니까? 저는 아무도 원망할 자격이 없습니다.」 (본문 174,175p)

반면 세종과 혼인한 미실은 지소태후의 노여움으로 출궁을 하게 되고, 기력을 잃었던 미실은 사다함을 사랑하게 된다. 사다함이 전쟁터에 나간 사이, 미실을 잃고 병을 얻게 된 세종으로 인해 지소태후는 다시 미실을 궁으로 불러들여 미실과 사다함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미실은 한순간 모든 것을 잊었고 모든 것을 새로이 깨달았다. 사랑을 얻고 잃고 붙잡고 놓치는 일에 앙알대던 계집애는 어느덧 사라지고 없었다. (중략) 이제부터 진정한 여인이 된 그녀 앞에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터였다. 낯설지만 두렵지는 않았다. (본문 131,132p)

대원신통으로 제통을 잇고자 하는 사도황후와 미실의 수작으로 미실과 동륜의 정사를 시작으로 미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인 색을 이용하기 시작한 듯 보인다. 노련하고 지혜로운 남자의 본능으로 미실의 위험함을 알아챘음에도 불구하고 거부할 수 없었던 진흥제 역시 미실에게 매혹되었고, 미실의 간사함에 현혹되고 말았다.

「미실, 너밖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구나. 세상에 너와 나, 오로지 우리의 사랑이 있을 뿐이구나!」 (본문 173p)

일별만으로 남자의 혼을 빼앗는 미실은 점차 권력이 어떤 것인지 알아 갔으며, 자신의 무궁한 독력을 깨달았다. 후회조차 치욕으로 느끼면서 자신의 마음이 흐르는 대로, 몸이 움직이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 운명에 충실했던 그녀의 삶의 방식이었다.
아들의 죽음에 미실이 연류된 것을 알게 된 진흥제를 떠난 미실을 다시 받아들인 세종, 그러나 미실에 대한 열망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거둥하여 미실을 찾는 진흥제 그리고 사다함을 닮은 이복동생 설원랑에 이르기까지 미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색이라는 능력을 이용해 권력과 사랑을 거머쥐었다.
미실은미모와 색을 통해서 권력을 얻었고, 자신의 운명을 이끌어 간 당찬 여인이기도 했지만, 자신의 박복한 운명으로 인해 사랑을 이루지 못한 비운의 여인이기도 했다.

책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미실이 가지고 있는 권력에 대한 야욕과 그로 인한 권력다툼 등에 대한 긴장감이 너무도 부족했고, 반면 미실의 정사장면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는 한 여인이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가려는 모습보다는 색을 이용해 남자를 현혹시키고 있는 점에 중심을 실어둔 듯하여, 그 시대 미실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는 많은 차이를 두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 아쉬운 부분이 드라마 속에서 보강되어지고 있었기에,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게 되었던 것은 아닌가 싶다. 미실을 둘러싸고 있는 인물들의 혈연 관계나 혼인 관계는 복잡하게 얽혀있다. 미실이 지소태후와 사도황후의 권력 다툼 속에 있었기에 복잡한 관계도를 형성할 수 밖에 없었으리라 생각되지만, 그 복잡한 관계 설명으로 인해 산만한 느낌을 준다는 점이 또 하나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세계문학상 당선작이었고, 드라마에 대한 호평으로 기대가 너무도 컸던 만큼, 아쉬움도 더 크게 느껴졌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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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블 꿈꾸는 달팽이
게리 D. 슈미트 지음, 김영선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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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으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집을 지으면, 불행이 결코 찾아오지 못하지." (본문 13p)

불행으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집을 지으면 불행이 결코 찾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믿는 스미스 집안은 삼백 년 동안 불행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바닷가 말을 블리스베리에서 살았다. 자기 방의 여닫이창에서 깃털 같은 파도를 내다볼 수 있고, 발코니로 나가면 수평선까지 펼쳐져 있는 반짝이는 바다를 구경할 수 있는 집에서 헨리는 바다가 잔잔한 만큼 불행도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고 생각했다. 헨리의 열네번 째 생일 날 형 프랭클린은 헨리를 ’칼날 산등성이’라 불리는 카타딘 등반에 데려가기로 약속했지만 형은 달리던 중 차에 치어 팔 한쪽을 잃은 채 병원에 누워있게 되었다.
’불확정한 뇌 기능’ 진단을 받은 프랭클린의 사고로 헨리의 가족에게 불행이 찾아왔고, 헨리는 바다에서 필사적이고 숨이 넘어갈 듯한 강아지이 형의 모습과 오버랩되면서 강아지 검둥이와 함께 지내게 된다.

프랭클린을 차로 친 사람은 전쟁을 피해 온 캄보디아 이민자인 차우 초우안이었고, 의식이 돌아오지 않던 프랭클린이 의식을 찾고 예언자처럼 다급하게 헨리를 향해 한 처음이자 마지막 말은 ’카타딘’이었다.
"넌 해내지 못할 거야. 산 중간쯤 가다 포기하겠지" (본문 14p) 헨리의 나약함을 지적했던 형의 말을 곱씹으면서, 헨리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지를 깨닫게 된다.

’카타딘을 올라가야겠어. 내가 절대로 해내지 못할 거라고 형이 생각한 일을 하는 거야. 그리고 돌아와서 형에게 말하는 거야. 그럼 형도 불가능한 일을 해낼 거야. 형은 나을 거야.’ (본문 115p)

재판을 통해서 헨리는 초우안네 가족을 처음 만나게 되었고, 차이는 자신의 과실을 인정하였다. 차이는 집행 유예 2년에 스물한 살이 될 때까지 운전면허가 최소되고, 사회봉사 200시간을 받게 되며, 스물한 살이 되면 면허를 돌려받고, 이 사건은 차이 초우안의 경찰 기록에서 삭제가 된다. 형은 평생 한 팔이 없이 살아야 하는데 차이는 몇 년 뒤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몇 년 뒤에 차를 다시 몰게 된다는 사실은 헨리를 분노하게 되었고, 이 재판 결과는 바닷가 마을 블리스베리를 발칵 뒤집어 놓는다.
부상자를 도우려했고 경찰관을 찾아 교통사고 사실을 알린 차이의 행동과 상관없이 차를 운전한 사람이 캄보디아 인이었다는 사실이 그들을 분노케 했으며, 바닷가 마을 블리스베리의 누군가는 초우안 가족이 운영하는 머턴 석재 공업사에 불을 질렀다.

프랭클린 형이 결국 죽음에 이르고, 헨리는 검둥이와 친구 샌번과 함께 가족들 몰래 카타딘에 오르기로 한다. 히치하이크를 하던 중 차이가 몰던 픽업트럭과 만나게 되고, 헨리는 자신이 원수처럼 여기던 차이와 여정을 같이 하게 된다.
그들의 아이러니한 여정 속에서 헨리는 차이에 대해서 알아가게 되고, 형의 사고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된다.
헨리는 형의 죽음 이후 카타딘을 등반하려는 자신의 목적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했지만, 여정을 통해서 그 이유를 찾아간다.

"제 형을 위해서 오르려고 해요."
"우리는 함께 산을 오를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형이 죽었어요. 그래서 저는 형을 기억하는 마음으로 산에 오르려고 해요."
"일종의 추모구나. 그렇지?"
"네."
"그런 이유로 카타딘을 오르는 건 바보 같은 짓이야."

"제가 왜 카타딘에 오르려고 하는지 알 것 같아요."
"그래?"
"불행과 더불어 사는 법을 알아내기 위해서예요."
(본문 323,325p)

전체적인 이야기의 축은 가족에 들이닥친 불행으로 인해 힘겨워하는 한 소년 헨리가 불행과 더불어사는 법을 깨닫고 배워가는 모험을 통한 성장 소설이다. 그러나 그 과정 속에서 저자는 많은 것을 담아내고 있다.
캄보디아의 전쟁 속에서 누나와 형을 잃고 전쟁을 피해 조국을 떠나 타지에 와서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게 되는 이민자들의 삶과 이민자들에 대한 편견과 인종차별을 저자는 차우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아들의 죽음은 사고였습니다. 끔찍한 사고였지요. 비극적인 일이지만, 결국은 사고였습니다. 누가 뭐라고 하든, 누가 무엇을 하든, 프랭클린을 되돌아오게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가족은 이런 사실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바닷가 마을 블리스베리의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하기를 부탁드립니다." (본문 179p)

신문에 실린 헨리 어머니의 글에도 이민자에 대한 블리스베리의 사람들의 분노를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고, 초우안씨네 가족은 그들의 분노를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하는 불행을 맞이하게 되었다. 불행이 낳은 또 다른 불행.
헨리는 여행을 통해서 불행으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 지은 자신의 집이 가지고 있는 가문의 비밀을 알게 되었고, 결코 불행과 떨어져있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아버지 말은 틀렸다, 하고 헨리는 생각했다.
우리는 불행이 있는 곳에서 살아야 한다. (본문 357p)

세상은 불행이다. 그리고.........은총이다. 정말로 그렇다. (본문 398p)

이야기 중간중간 배치되고 있는 소년(차이)의 일기가 가미되면서, 이야기는 또다른 이야기와 대면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초반부 이야기는 살짝 지루한 느낌을 주면서 느리게 진행되는 듯하지만, 헨리와 차이 그리고 샌번의 여정을 통해서 이야기는 점점 흥미로움으로 몰입을 유도한다. 헨리의 불행과 차이의 불행이 하나가 되면서 이야기는 절정에 이르게 되고, 헨리가 처음 불행을 안고 시작된 가문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카타딘에 오르는 과정 속에 헨리가 성장하는 모습이 진하게 베어나온다.
두 소년이 불행과 더불어 살아가는 과정이 알싸한 감동으로 전해지며, 그릇된 편견과 인종 차별에 대한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불행과 사회적 편견에 정면으로 부딪친 두 소년의 힘겨웠던 여정이 정말 값진 모험이었다는 것을 마음 속에 담겨진 감동과 여운을 통해서 곱씹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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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챙겨보는 것이 습관화 되어 있지 않아서인지, 한때 꽤나 인기있던 드라마였음에도 불구하고 시청해본 적이 없었다. 워낙 인기있던 드라마였기 때문인지 드라마의 일부분이 다른 프로에서도 많이 인용되고 자료화면으로 보여지곤 했기 때문에 드라마의 느낌이나 주인공들의 성격 등은 잘 알고 있었지만 일부분으로 드라마 내용의 전부를 평가하기는 어렵지 싶다. 가수였던 윤은혜가 배우로서 큰 인기를 얻고 배우라는 타이틀을 제대로 얻게 된 작품이기도 하고, 배우 공유의 매력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작품이기도 했다. 두 사람에는 특별한 드라마였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의 관심이 이제는 조금 사그러든 지금에야 나는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은찬이라는 캐릭터때문에 책을 읽는내내 즐거웠고, 매력적인 캐릭터에 나 역시도 한결이처럼 점점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보이시한 느낌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마음은 한업이 여린 소녀인데 강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 예뻤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기 보다는 그 현실에 맞서 싸우는 모습이 정말 매력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스토리 전개나 주인공의 캐릭터는 로맨스 소설에서 흔한 설정이기는 하지만,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는 남장여자를 통해서 캐릭터에 변화를 주었고, 잘나디 잘난 재벌집이라는 극히 평범한 캐릭터를 출생의 아픔을 가진 상처입은 남자로 차별화를 두었다. 식상해질 수 있는 부분을 작가는 조금씩 다른 소재를 첨가하여 캐릭터들의 변화를 주었고,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결말이지만, 남 주인공인 한결의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작은 커피전문점이 점점 커져가는 과정을 통해서 결말로 치닫는 과정에 흥미로움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집안의 가장이 된 은찬은 늘 사고만치고 다니는 동생 은새의 뒷치닥거리와 귀하게 자란 탓에 남편을 잃고도 현실을 극복하지 못해 우아함을 잃지 않는 엄마를 돌보며 살아간다. 낮에는 태권도 사범으로 일하고, 새벽에는 우유 배달과 시장에서 커피를 팔면서 겨우겨우 생활을 이어나간다.
동아그룹의 재벌 3세인 한결은 회사의 경영권을 가지고 다투는 집안싸움에 개입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자신을 늘 엄하게 대했던 아버지와 한 집에서 사는 것이 싫은 한결은 호텔에서 기거하며 즐기면서 살아가지만, 어린 시절 알게된 자신의 출생의 비밀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가지고 있다.
한결은 사촌 형 한성이의 전 약혼자 유주의 핸드백을 날치기 당하던 날, 날치기범을 쫓아가 핸드백을 찾아주었던 은찬과 첫 대면을 하게 된다. 은찬이 540도 돌려차기를 하는 모습을 보고 남자라고 생각했던 한결과 엄마가 친구의 400만원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잃어버려 돈이 필요했던 은찬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회사 경영권으로 인한 할머니의 제안으로 작은 커피 전문점을 열게 된 한결은 하림, 선기, 낙균 그리고 은찬을 종업원으로 기용하고, 커피프린스를 3개월이내에 3배의 매출을 내기 위해서 애쓴다. 같이 일하는 종업원들과 한 식구처럼 지내는 은찬으로 인해서 한결은 타인에 대해 무관심했던 자신이 점점 변해가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은찬에 대한 마음때문에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스러워한다.
자신의 진학 문제로 가출을 한 하림, 호스트바에서 사고를 치고 도망나온 선기는 로맨스 이외에 이 소설에 또다른 느낌을 주는 역할이다. 진학으로 인한 가족과의 대화 단절과 부모의 억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선기와 호스트바에서 일하다가 전혀 다른 곳에서 어울려 일하면서 행복을 느끼게 되는 선기의 모습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꾸려나가고,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뒤늦게 자아 발견한 케이스인가?]
"에에? 게이라고요?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경우가 없었다는데요?"
[속단할 일은 아니고. 일시적인 것일 수도 있으니까 증세가 더 심해지면 우리 병원에 한번 와보라고 해. 야, 근데 얼마나 예쁘게 생긴 놈이기에 그런다니? 네 나이면 차라리 확 진도를 나가보라 그러지. 당연히 여자 쪽 경험도 있을 거 아냐?]
"있죠."
[그런 경우에는 가변운 신체 접촉 같은 걸 시도해 보면 금방 알 수 있을걸. 만지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도 막상 포옹하거나 키스까지 진도를 나가면 뜨악할 수도 있으니까. 일종의 자기 환상에 사로잡힌 걸 수도 있어. 미소년에 대한 호기심 같은 걸 수도 있고...] (본문 303p)

은찬에 대한 마음 때문에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스러워하는 한결의 코믹스러운 모습과 한결을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알지 못하는 은찬의 모습이 재미있게 그려져있어, 드라마에서도 시청자들의 애간장을 녹였을 것이라는 걸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늘 다른 사람에게 화이팅을 해주고, 배려해주고 다른 사람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던지는 은찬의 모습은 같은 여자가 보기에도 굉장히 매력이 넘치는 캐릭터이다. 혼자서도 6인분을 거뜬히 먹고, 먹는 것이라고 사죽을 못 쓰지만 마음만은 여성스러운 은찬의 모습이 드라마 속 윤은혜와 잘 어울리는 듯 하다.

오해에서 비롯되었지만 결국 이해와 사랑으로 결말되어지는 로맨스의 속성인 해피엔딩은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서로 티격태격하면서 다툼도 많았지만 서로에게 끌리는 두 주인공 한결과 은찬의 모습이 순정만화와 같은 느낌이 아기자기하고 예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참 즐겁고 행복했던 책이었다. 왜 이제서야 책을 읽게 되었는지, 왜 드라마를 시청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아쉬움이 들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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