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 공정무역, 왜 필요할까? 내인생의책 세더잘 시리즈 1
아드리안 쿠퍼 지음, 전국사회교사모임 옮김, 박창순 감수 / 내인생의책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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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이라고 하기에는 공정무역이라는 주제가 좀 무겁고 어려운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요즘 심심치않게 들리고 있는 ’공정무
역’에 대해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하는 호기심에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알기 쉽게 수록하고 있어서 어린이들이 읽기에 주제가 무겁거나, 내용이 어렵지 않았다. 무엇보다 <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이라는 책 타이틀처럼 책에서 알려주지 않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알아야 할 유익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는 점에서 책이 주고 있는 가치에 더 큰 무게감이 실리는 느낌이었다. 요즘 공정무역 제품의 표시를 눈여겨 보곤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서 내가 환경과 다른 이들의 권리를 찾는 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괜한 뿌듯함을 느끼게 되었다.
비단 이런 일들이 어른들만이 추구할 일들이 아니라, 앞으로 세상과 소통하게 될 어린이들 역시 꼭 알아야 할 일들이 아닌가 싶다.
그러기에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목적과 가치가 더 크게 와닿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공정무역이란 단순한 가난한 사람들을 돕자는 것이 아닙니다.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고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게 하려면, 또한 어린이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굶주림과 노동에 혹사당하지 않게 하려면 바로 공정한 무역과 공정한 거래가 필요합니다. (본문 10p)

이 책은 불공정무역으로 인해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마저 빼앗기는 문제에 대한 답을 얻기위해 공정무역이 무엇이고, 왜 불공정한 무역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이에 대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무역을 하기 시작했고, 오늘날은 인터넷을 통해서 외국의 물건을 쉽게 구입할 수 있을만큼 발전되었다.
무역을 통해서 국민소득이 올라갔고, 나라에는 경제적인 부를 창출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부의 창출에도 불구하고, 빈곤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있으며, 더 안타까운 것은 카메룬의 카카오 농장 등 세계 곳곳에서는 9세에서 12세 사이의 어린이 약 28만 4000명이 아침 6시부터 저녁 6시 반까지 보호 장비없이 노동력 착취를 당하고 있다. 
그 뿐 아니라,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할 노동조합을 세울 수도 없는 세계의 많은 공장에서는 폭력과 성추행까지 발생하고 있다. 또한 증가되고 있는 다양한 전자 제품의 소비는 광물 콜탄 채취로 인해 자연환경과 야생 동물까지 적지않은 피해를 보고 있다.

공정하지 않은 무역을 통해서 누군가는 막대한 부를 손에 쥐게 되지만, 누군가는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얻지도 못함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무릅쓰고 일을 하고 있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마저도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역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소비자의 힘’이 무엇보다 절실할 때이다.

우리는 세계의 경제 안에서 이루어지는 무역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어요. 이것이 바로 ’소비자의 힘’이지요. 우리가 무엇인가를 구매할 때, 우리가 좋아하고 우리가 원하고 또 때로 필요한 이것들을 누가 공급하는지 이야기해 보아요. 왜냐하면, 우리 소비자는 힘이 있고, 이 힘으로 물건들이 공정하게 교역되도록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본문 25,26p)

무역은 부의 창출을 가져왔지만, 안타깝게도 무역으로 인한 에너지 사용으로 인해 지구 온난화라는 환경 문제를 만들어냈다. 우리는 하루 300리터가 넘는 물을 사용하고 있지만, 누군가는 1리터의 물이 없어서 죽어가고 있으며, 누군가는 비싼 약을 구입할 수 없어 죽음에 이르고 있다. 불법마약 거래로 마약 중독자가 늘어나고, 불법무기 거래로 죄없는 인명이 피해를 보게 된다.
그러나 다행이도 ’리바이 스트라우스’라는 리바이스를 청바지를 만드는 기업처럼 노동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건강한 노동력을 지향하는 기업이 있어 공정 무역에 한발씩 다가서고 있음에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이 공정 무역에 대한 인식을 갖고, 노동자들이 노동에 대한 공정한 가격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착한 소비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 무역은  의식있는 몇 개의 기업의 힘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큰 힘을 갖고 있는 소비자를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세상과 소통하는 하나의 방법이며, 나의 작은 관심으로 배고픔과 질병으로 아파하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며, 어린이들의 권리를 앗아가고 있는 부도덕한 일로부터 내 친구들의 권리를 찾아주는 일이다.
우리가 소비를 통해서 공정무역으로 이루어진 상품인가를 한번 더 생각하는 것이, 우리의 작은 일로 인해서 다른 이들에게 행복한 웃음을 짓게 할 수 있으며, 환경을 지킬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이렇게 우리가 소비를 통해서 무역영향을 주고 있으며, 우리의 작은 행동이 나와 세계 곳곳의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 어떤 책보다 세상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으며, 세계 곳곳에 관심을 갖게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기에, 우리 어린이들에게 이 책을 권해보려 한다.

(사진출처: ’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1’ 표지와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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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 귀신을 이긴 아이 움직이는 학교 창작동화 1
노경실.강석호 지음, 김영곤 그림 / 명진출판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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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구성을 가진 동화책 한권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재미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동화와 이야기를 통해서 느낀 감정과 즐거움을 연극을 통해서 재연할 수 있는 희곡으로 두 가지의 즐거움을 담아낸 구성을 가진 재미있는 동화책입니다.
어린이들의 마음을 그들의 눈높이에서 보고 느끼면서 어린이들을 다독일 수 있는 동화책을 주로 쓰는 노경실 작가의 책을 여러번 접해보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로, 엄마인 나에게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려나, 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요즘 어린이들은 학교와 학원을 오가면서 많은 양의 숙제를 해야 합니다. 우연히 학원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친구의 문제집을 열심히 베끼고 있는 친구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베껴서 문제에 답을 적어 놓는 것으로 숙제를 다 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고 이것이 어린이들만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숙제 귀신을 이긴 아이>> 책 속에 왠지 정답이 있을 것만 같습니다. 

아빠는 우주에게 창의성과 차별성에 대한 기사를 읽어주고 있었습니다. 끼와 개성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였어요. ’무대의 왕자’’개성 우주’라 불리는 우주에게 이 기사는 인재가 될 수 있다는 행복한 소식이었습니다. 한껏 부풀어있는 우주에게 엄마의 화난 목소리가 들렸어요. 화요일에 독후감이랑 수학 숙제를 안 했던 일을 선생님이 엄마의 메일에 보냈던 것이죠. 엄마의 화난 목소리와 잔소리에 우주는 기가 죽어 후다닥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초등학교 때 숙제도 제대로 안 하는 아이가 커서 무슨 일을 잘하겠어요? 아무리 끼와 재능이 뛰어나면 뭐해요? 성실함이 몸에 배어 있지 않는데, 안 그래요, 안 그래? 우주야? 엄마 말이 틀려? 여보, 내 말이 틀려요?" (본문 19p)



숙제를 하려고하니 우주의 눈이 스르르 감기고, 결국 또 숙제를 안 해간 우주는 짝사랑하는 희진이 앞에서 창피를 당해야했고, 교실 청소까지 해야했습니다. 다시는 희진이 앞에서 창피 당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지만, 학원 숙제를 마치고 학습지를 풀고나서 학교 숙제를 하려고 하니 졸음이 왔습니다. 
그 때 우주 앞에 소문으로 듣고 숙제 귀신들이 나타났어요. 책으로 된 얼굴만 제외하면 우주 또래의 초등학생들이랑 별반 다를 바가 없었죠. 국어 숙제 귀신은 우주에게 비밀을 일러주었습니다.
3천 일 동안만 숙제귀신 노릇을 하면 평생 숙제를 안 하고 살 수 있다는 숙제 귀신의 말에 우주는 숙제 귀신이 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헌데 숙제 귀신이 되면 똥을 눌 수도 없고, 숙제 귀신이 되기위해서는 우주의 모든 물건을 없애야 한답니다. 희진이를 좋아한다고 쓴 나만의 비밀 노트, 이모가 사 준 파란 책가방과 신주머니...우주는 숙제 귀신이 되기 싫었어요. 숙제 귀신 안 될거라고 소리를 지르는 차에, 우주를 부르는 우주의 목소리에 우주는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시원하게 화장실에서 볼일도 봤어요. 비록 오늘도 희진이 앞에서 창피를 당하겠지만, 우주의 기분은 좋아졌습니다. 



’지금은 내가 숙제 때문에 고생하지만, 어린이 되면 아이들에게 숙제를 조금만 내주라고 해야지! 지금 어른들처럼 아이들에게 숙제 많이 내줘서 고생을 시키지 않을 거야!’ (본문 75p)

우주가 학교 숙제를 해가지 못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학원 숙제와 학습지 그렇게 많은 숙제를 하고 난 뒤에 학교 숙제를 해야하니, 몸도 마음도 피곤했을 거예요. 학교 숙제를 하려고 하면 스르르 잠이 드는 우주의 모습이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지금의 어른들처럼 아이들에게 숙제를 많이 내줘서 고생을 시키지 않겠다는 우주의 다짐에 지금의 어른인 저는 마음이 따끔따끔 아파옵니다. 아이의 책꽂이에 꽂혀있는 여러 권의 문제집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죠. 요즘 아이들에게는 숙제가 너무도 많습니다. 아이의 끼와 재능을 살릴 수 있는 자신만의 시간은 없고, 학교와 학원을 오가고 집에 오면 숙제하기 바쁩니다. 
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경쟁을 해야하는 아이들이 좀더 앞서갈 수 있도록 너도나도 좋다는 학원에 쫓아 엄마들은 아이들을 밀어 넣습니다. 우주의 모습을 보니 숙제에 버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게 되었어요.

우주는 어른들의 잘 못된 점을 지적해주고 있기도 하지만, 또래의 어린이들에게 숙제를 해야하는 이유를 보여줍니다. 과학자가 되려는 꿈을 가진 우주는 엄마 말씀처럼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 어린이들이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과학자, 연예인, 선생님 등등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숙제는 꿈을 이루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라는 것을 우주를 통해서 배우게 되었습니다.
노경실 작가가 들려주는 동화를 통해서 어린이들은 재미와 깨달음을 얻습니다. 그리고 원작 동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희곡으로 연극을 재연함으로써 직접 우주가 되어보고 꿈을 향한 힘을 얻게 된답니다.

숙제가 없다면 꿈을 이룰 수 있을까요? 숙제는 내가 꿈꾸고 있는 미래의 내 모습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중한 방법이랍니다.
숙제가 너무너무 많다면, 엄마와 함께 <<숙제귀신을 이긴 아이>>를 읽어보세요. 어쩌면 숙제귀신이 엄마에게 귀뜸해줄지도 모른답니다.

(사진출처: ’숙제귀신을 이긴 아이’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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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주인 - 자존감을 키우는 그림책
채인선 지음, 안은진 그림 / 토토북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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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아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할 줄 알며, 다른 사람에게도 사랑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나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내 몸을 소중히 여기고, 내 마음을 다스리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에 나를 알아가고, 부족한 부분을 키워가는 과정을 통해서 나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내꺼’에 대한 집착이 강해지면서 내 물건에 대한 욕심을 갖고, 내 물건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도 갖게 됩니다.
바로 내가 그 물건의 주인이기 때문이죠. 
나를 사랑하는 것, 나의 자존감을 높이는 것은 바로 ’나는 나의 주인’이라는 것을 인식하면서 시작됩니다.

나는 나의 주인.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압니다.
나는 나의 주인이니까요.
  (본문 中)



이 책은 내가 나의 주인으로서 나를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알려줍니다. 
손톱이 자라면 깍아 주고, 무릎에 상처가 나면 약을 바르고, 건널목에서는 차 조심하고, 위험한 곳은 피해가는 일을 통해서 내 몸을 지키는 일을 합니다.
나와 언제나 꼭 붙어있는 마음을 다스릴 줄도 알아야 합니다.
"그러면 안 돼!" "참아!" "용기를 내!" "참 잘했어!" 하고 말하면서 변덕쟁이인 내 마음을 다독입니다.
혹 화가 나거나 슬플 때는 내 기분이 나아지게 할 책임을 가지고 내 마음을 풀어줄 방법도 찾습니다.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도 알고, 내가 무엇을 못하는지도 압니다. 못한다고 실망할 것이 아니라, 조금씩 하나하나 배워갑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알고, 무엇을 싫어하는지도 잘 알기 때문에 "싫어요, 하지 마세요."라며 큰소리를 칩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주인으로서 내가 어떤 사람이 되면 좋을지 생각하고 꿈꾸고 실천합니다.

바로 나는 나의 주인이니까요.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는 아이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합니다. 스스로 자신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뿌듯한 미소입니다. 내 몸, 내 마음, 내 물건 소중한 것들의 주인은 바로 ’나’입니다. 내 몸이 더 건강하고 튼튼하게, 내 마음이 더 옳고 바르고 밝게 키우기 위해서 아이 스스로가 해야할 일이 있습니다.
<<나는 나의 주인>>은 나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과정을 배우고, 그 과정을 통해서 세상과 마주하는 방법도 배웁니다.
내가 온전한 나의 주인이 될 때, 세상의 주인이 될 수 있는 당당함과 힘도 얻게 됩니다. 

아이의 주인은 부모가 아니라 아이 자신입니다. 아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나는 나의 주인>>은 자신을 사랑하고, 세상과 당당하게 마주할 수 있는 힘을 주는 책입니다. 조근조근 설명하는 글이 아이들에게 쉽게 와 닿을 듯 하네요. 내 자존감을 높이는 일이 어려운 일이 아님을 알게 되면서 어린이들은 당당하게 어깨를 쫙 펴고 걷게 될 것이고, 세상을 향해서 한발 한발 나아갈 것입니다.

주인은 책임을 지는 사람이고
주인은 소중하게 보살펴 주는 사람입니다.
주인은 공중을 날아다니는 새나
숲에 있는 나무들처럼
자기 스스로를 키우는 사람입니다.
(본문 中)

(사진출처: ’나는 나의 주인’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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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샤베트
백희나 글.그림 / Storybowl(스토리보울)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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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또 읽어도 질리지 않는 상상력이 기발한 <<구름빵>>은 작은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책 중의 하나입니다. 구름으로 빵을 만들어 먹은 후 하늘을 날아다니는 주인공을 부러워하며, 구름으로 빵을 만들어 봤으면 하는 소원을 말합니다.
<<달 샤베트>>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저자가 이번에는 구름이 아닌 달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달고 시원한 샤베트를 어떻게 만들어낼지 궁금했습니다. 어떤 상상력으로 어린이들을 깜짝 놀라게 할지 자못 기대가 컸습니다. 
그리고 곧, 저자가 만들어낸 상상력에 아이와 함께 푹 빠졌습니다.



아주아주 무더운 여름날 밤, 똑.....똑..똑.. 무더위에 달마저 녹아내리던 날 밤,
너무너무 더워서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던 그날, 사람들은 창문을 꼭꼭 닫고 에어컨을 쌩쌩, 선풍기를 씽씽 틀며 잠을 청하려 했습니다. 달이 녹아내리는 것을 지켜보던 부지런한 반장 할머니는 큰 고무 대야에 달방울을 받았습니다.



할머니는 노오란 달 물을 샤베트 틀에 나누어 담고 냉동칸에 넣어두었어요. 노오란 달 빛에 할머니의 얼굴도 노랗게 빛나고 있습니다. 할머니의 얼굴은 달을 통해서 더위도 잊은 채 아주 행복해 보입니다. 쉼없이 돌아가던 에어컨과 선풍기로 전기를 너무 쓴 탓에 전기가 나가버렸지만, 할머니의 달샤베트가 있어 세상은 온전히 빛을 잃지는 못 했습니다.
할머니가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 달샤베트는 세상을 비추었고, 시원하고 맛좋은 달샤베트는 더위까지 물리쳤죠.
그날 밤, 이웃들은 선풍기와 에어컨 대신 창문을 활짝 열고 시원하고 달콤한 꿈을 꿀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더위에 달이 녹아버려 떡을 찧던 옥토끼 두 마리는 살 곳을 잃었습니다. 할머니는 남은 달 물로 새까만 밤하늘에 커다랗고 노랗고 둥그런 보름달을 만들어 냈습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에 딱 어울리는 상상력이 기막힌 그림책입니다. 무더위로 녹아버린 달, 달로 샤베트를 만든 할머니, 남은 달 물로 새로운 달을 만들어내는 등 생각지도 못했던 즐거운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구름빵>에 이어 어린이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또 하나의 그림책이 탄생되었어요.
또 하나, 재미있는 상상력 속에 저자는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할 중요한 문제를 던져주었습니다. 바로 우리가 지켜야 할 지구를 구하는 방법을 생각해보자는 것이지요. 
여름이 되면, 에어컨과 선풍기 사용으로 전기 과다 사용으로 전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집니다. 올해는 대형건물에 실내냉방온도 규제를 통해서 에너지 비상 대책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허나, 이런 규제에도 불구하고 적정온도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지구는 점점 병들어 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전력 과다로 인해 무더운 여름 우리는 깜깜한 밤을 지새우는 날이 올지도 몰라요. 
하늘에 떠 있는 노랗게 빛나는 달이 아니면, 우리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 두려워할지도 모릅니다. 

아파트라는 한정적인 공간과 달이라는 소재로 이렇게 예쁜 상상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그 속에 어린이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할 환경 문제를 녹아낼 수 있다는 점 또한 놀라웠습니다. 녹아버린 달이 다시 깜깜한 밤 하늘에서 노랗게 빛나게 된 것처럼, 아픈 지구도 우리의 노력으로 치유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느끼게 되었어요.
너무 더워서 달이 녹아버리겠다..라는 저자의 생각이 이 그림책을 탄생시킨 것처럼, 이 그림책은 우리 어린들에게 상상의 날개를 달아줄 거예요. 바로 이 아이들의 기발한 상상력이 세상을 비추는 노오란 달처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놀라운 일을 탄생시킬 수도 있답니다.

(사진출처: ’달 샤베트’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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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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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 11월초 어느날 아차산에서..)

집에서 10분거리에는 고구려의 역사가 담겨진 아차산이 있다. 산 중간즈음 해맞이 광장까지만 올라가도 도심 전체와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탁트인 경치에 마음까지 시원해져 우리 가족이 즐겨찾는 곳이다. 추워진 날씨탓에 11월초 아차산을 다녀온 후로 통 다녀오지 못했었는데, 이 작품을 읽으면서 문득 차갑다 못해 살을 에는 듯한 찬바람을 뚫고 정상에서 도심을 바라보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꼈다. 가까운 곳에 사는 나보다 더 아차산을 잘 설명하고 있는 저자의 글 때문일지도 모르고, 꽉 막힌 듯한 답답한 마음에 시원한 생기를 불어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사실 한강에 대해 말하고 있었는데, 나는 왜 살짝 들려준 아차산의 이야기에 더 집중했는지 모르겠다. 내가 알고 있는, 내가 살고 있는, 내가 자주 가는 아차산에 대해 저자가 알고 있다는 것이 신기해서일지도 모르겠고, 한번도 만난 적 없는 저자와 나의 공통분모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저자와 나의 나이차는 40년이 넘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일상의 이야기와 저자의 추억에 공감대가 형성된다. 그도 그럴것이 저자의 어린 시절 추억 속 개성의 개울물과 내 어린 시절 집앞에 흐르던 서울시내의 개울물(지금은 개천이 없어졌지만, 이곳은 여전히 ’긴고랑’이라고 불린다)이 닮아있고, 축구에 열광할 수 있으리라는 것을 꿈에도 알지 못했던 저자가 월드컵에 열광하고 축구에 푹 빠져보는 모습이 어쩜 그리 나와 닮아있는지...그 많은 나이 차이에도 같은 추억을 소유하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 너무도 재미났다. 어쩌면 이 작품을 읽기 전에 여자 이야기를 담아낸 <환각의 나비>를 읽으면서 같은 여자로서 느꼈던 동질감이 이 책에 그대로 전달되어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잘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저자의 이야기에 상당한 흥미로움을 느꼈다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서울에서 나고 자랐지만, 나이가 들면 한적한 시골에서 정원이 있는 집에 나무도 키우고, 상추 고추도 심으면서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은 것이 나의 작은 소망이다. 멈출 수 없는 책욕심에 지금도 빽빽히 꽂혀있는 책들과 함께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저자가 살아가는 모습이 그동안 그려왔던 노년의 내모습과 닮아있어 왠지 부럽고 샘이난다. 잔디 가꾸기가 힘겹다고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지만, 흙에 대한 고마움과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을 느끼고 있는 것을 보면 그 투정이 즐거우신게다. 
지금이야 어여쁜 잔디에 대한 괜한 투정도 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손주에게 손수 밥도 해주시고, 여행도 다니며 누구나 부러워하는 행복한 삶이겠지만,  꽃다운 20세에 6.25전쟁을 겪으면서 어렵게 살아남은 뼈아픈 상처가 있고, 고향에 가지 못하는 서글픔과 아들을 잃은 아픔까지 가지고 있으니, 잔디 속 잡초들에 대한 투정은 인생 한켠에 묻어둔 상흔에 대한 혼자만의 도닥임을 아닐런지.

전쟁은 그렇게 무자비했다. 그래도 나는 살아남았으니까 다른 인생을 직조할 수도 있었지만 내가 당초에 꿈꾸던 비단은 아니었다. 내가 꿈꾸던 비단은 현재 내가 실제로 획득한 비단보다 못할 수도 있지만, 가본 길보다는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다운 것처럼 내가 놓친 꿈에 비해 현실적으로 획득한 송공이 훨씬 초라해 보이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본문 25p)

누구나 둘 중의 하나를 택해야하는 인생의 선택과 마주하게 된다. 선택하지 못했던 다른 길에 대한 아쉬움과 현재 내 모습을 보며 초라함을 느낄 때 선택하지 않았던 길에 대한 후회로 자조적일 때가 있다. 후회가 없는 삶이 있을까마는 왜이다지도 다른 길이 더 넓고 탄탄해보이고 순탄해만 보이는지, 그 탓에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라는 제목에 끌렸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괜찮다 나를 다독이는 오늘, 저자의 투정이 귀엽게(?) 보여 나도 모르게 웃게 된다. 다들 그렇게 못 가본 길에 대해 후회하고 아쉬워하며 살아가는구나..하는 것을 느끼며 위로를 받는다. 

책을 읽고 미흡하나마 서평을 쓰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어서인지, 저자가 2008년 한 해 동안 다달이 ’친절한 책읽기’라는 제목으로 조선일보에 연제했던 글을 <책들의 오솔길>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이 책 속에 수록해 놓은 글들에 애정을 느끼게 된다. 나이 들면서 숨 가쁘게 정상으로 끌고 가는 책보다는 도중에 아기자기한 오솔길을 거느리고 있어 쉬엄쉬엄 쉬어갈 수 있는 책에 더 정이갑니다. 라는 저자의 말처럼 저자가 쓴 이 책이 나에게 쉬엄쉬엄 쉬어갈 수 있는 정이 가는 책이다. 간혹 빼곡히 쓰여진 활자를 그저 ’읽는다’에만 목적을 두고 책을 읽어내려 가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오늘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어린 시절 개천에서 잠자리를 잡던 일, 개천에서 옷을 흠뻑 적셔 엄마에게 혼난 일을 떠올리며 편안하게 페이지를 넘겼다. 후회에 대한 미련을 갖기 보다는, 지금 나의 현실에 대한 감사함과 지금 현재가 주는 행복을 떠올리며 또 한 페이지를 넘기곤 했다. 그렇게 오랜만에 편안한 책읽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책을 읽다가 오솔길로 새어버린 저자처럼 나도 책을 읽으며 오솔길로 새어버릴 수 있는 비법을 전수받았기 때문인가보다.

80년을 살아오는 동안 저자에게는 감내하지 못했던 아픔도 있었고, 아픔을 치유받을 수 있었던 행복도 존재했다. 축구공에 예찬하고, 남대문 화재에 눈물 흘리며,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해 미련을 갖고, 손자 더운밥 해줄 생각에 신이나기도 한다.
삶이라는 것은 그런 것 아닐까? 절망 뒤에 행복이 따르고, 후회와 미련 속에서 다른 희망을 찾아가는 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 아닌가 싶다. 지금 살아계신다쳐도 친정엄마보다 더 나이가 많은 저자의 푸근한 글 때문에 엄마를 떠올려본다. 엄마가 해주었을지도 모를 이야기들을 나는 저자의 글로 대신했다. 저자가 해주는 따뜻한 밥을 먹은 듯한 뭉클함도 있었고, 저자의 글에 대한 공감에 괜한 민망함(내가 나이를 먹었나 싶은 생각에 대한 민망함)도 있었다. 일상의 주절거림 속에서 나는 못 가본 길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있을 것같은 위로를 받는다. 6.25 전쟁으로 받았던 고통이 소설가로서의 박완서를 있게 했듯이, 내가 선택한 길로 인해서 나는 지금의 행복을 얻었고 더 큰 행복을 얻기 위한 또다른 선택을 하게 되리라는 것을 배운다. 
저자에게는 일상의 이야기를 늘어놓은 것일수도 있겠으나, 나에게는 삶에 대한 큰 가르침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나는 쉬엄쉬엄 쉬어갈 수 있는 책 한 권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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