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시대 1 - 개정판
노자와 히사시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고있자니, 옆에서 다들 드라마 이야기를 건넨다. 사실 <연애시대>라는 드라마가 방영되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나는, 드라마에 대한 사람들의 호평에 이 책에 더 많은 호감이 갔을지도 모른다. 지금껏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원작이 주는 감동이나 감정을 100% 재연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었기에, 드라마의 호평은 원작 소설에 기대감을 한껏 부풀리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원작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드라마를 시청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연배우였던 손예진과 감우성의 연기가 눈에 그려진다는 점이었다. 그만큼 원작 소설 속 주인공 리이치로와 하루에 대한 성격, 심리묘사 등이 섬세했다는 증거일게다.

결혼생활 13년인 지금, 연애시절 느꼈던 콩닥거림이나 애틋한 사랑에 대한 감정은 오히려 생소한 느낌이다. 어른들 말씀에 부부는 ’정’으로 살아간다고들 하는데, 신혼초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그 말이 이제 비로소 이해가 간다고 해야할까? 항상 내 몸에 붙어있는 신체의 일부처럼 혹은 소중하고 귀한 줄 모르지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기처럼 13년이 아니라 지금껏 늘 나와 함께하고 있었던 것과 같은 익숙함때문에 부부는 정으로 살아간다고 말씀하시는 듯하다. 
이런 익숙함이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터라, 오래된 부부사이의 설레임이나 애틋함은 괜한 우스개소리처럼 치부하고 있었는데 <연애시대>를 읽으면서 설레임이라는 감정을 다시금 끄집어내게 되었다. 
어쩌면 그동안 ’사랑’이라는 감정을 ’정’이라는 감정과 혼돈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사랑하고 있기에 살을 맞대고 살아가고 있다는 아주 기본적인 생각을 나는 잊고 살았는가보다.

대부분의 커플은 사랑을 하다가 헤어지면 상대방에 대한 분노와 실망을 안고 적대감을 느끼게 마련인데, 주인공들은 1년 3개월의 부부 관계를 청산하고도 여전히 결혼기념일에 만나 저녁을 같이 하고, 주기적으로 만나고 있는 참 아이러니한 커플이 아닐수가 없다. 이해할 수 없는 이 커플의 이야기는 라이치로와 하루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진행되는 2중구조를 가지고 있다. 같은 상황에서 느끼는 라이치로의 감정과 하루의 감정이 코믹하게 다루어진다. 진지하고 진부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우려를 코믹함을 가미시켜서 신선한 느낌을 주고 있다. 라이치로의 미소에 첫눈에 반한 하루는 초등학교 4학년때 백마 탄 왕자님에 대해 꿈꾸었던 내용이 현실로 다가왔고, 라이치로 역시 하루에 호감을 느끼게 되었고 두 사람은 결혼에 골인하게 된다.
늘 중요한 순간에 뒤로 빠지는 우유분단한 성격을 가진 라이치로는 하루와의 결혼에 고민을 하게 되고, 호텔의 연회 담당자 나카토미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엉뚱한 상황을 만들어낸다. 
첫 남자였지만 라이치로에게 대담했던 자신을 감추기 위해서 일곱번째 남자라고 말하는 하루는 그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여동생을 소개하고, 아버지를 소개시켜주는 등 라이치로가 빠져나갈 구멍을 막아 놓는다.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아이가 사산되면서 끝이 나지만, 서로를 향한 마음마저 끝난 것은 아니었다. 정작 당사자인 두 사람이 아닌 주위의 사람들은 여전히 두 사람이 사랑하고 있음을 알고 있지만, 서로의 단점을 극복하는 과정이 부족했던 그들은 다시 합치는 것을 두려워한다. 다툼 중에 그들은 상대방에게 서로에게 맞는 짝을 소개하기로 하는데, 하루는 라이치로에게 초등학교 친구인 가스미를, 라이치로는 자신의 결혼 상담을 맡아주었던 나카토미를 하루에게 소개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상대방의 연애 진척도에 관심을 보인다.

"다시 한 번 서로에게 반할 수는 없나...." (본문 77p)

사랑은 참 묘한 감정이다. 알면 알수록 알 수 없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감정일게다. 연애든 결혼이든 언제까지고 서로에게 반할 수 있는 상태를 지속하기는 없다. 서로에 대해서 알아갈수록 상대방의 단점이 보이면서 서로를 좋아했던 감정은 조금씩 사그러든다. 그러면서 서로 다투기도 하고 토라지면서 맞추어가고 이해해가면서 서로에 대한 감정이 무르익는 것일게다.
현실을 도피하려는 라이치로와 그런 라이치로에게 상처를 받았던 하루는 서로의 감정을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조차 갖지 못한 채 그렇게 이혼으로 서로를 피해왔던 것이다. 아직 사랑이 무르익기도 전에...

"싸우면 좀 어때! 남자와 여자가 어린애 같아지는 것이 부부라면 우리는 좀더 싸웠어야 했어. 애들처럼!" (본문 207p)

그들은 이혼을 한 후에야 서로가 가졌던 마음과 서로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사산된 아이 신노스케는 그렇게 현실에 맞서기 싫었던 두 사람에게 이혼의 계기가 되었을 뿐이지, 그들은 20년동안의 위자료 지급이라는 명목하게 그렇게 결혼기념일을 기념하고, 서로의 근황에 궁금해하면서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사랑의 감정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게다.
사랑이란 참 묘한 구석이 있다. 괜한 자존심 때문에 ’사랑한다’는 말 조차도 온전히 건네지 못하고, 위로받고 이해받고 싶은 마음을 온전히 할 수 없는 감정도 함께 동반하고 있기 때문에 사랑은 늘 사소한 오해로 다툼을 만든다.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마음을, 다시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을 괜한 자존심으로 건네지 못한 그들이 2부에서는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궁금해진다.

결혼 13년동안 남편과 괜한 자존심을 내세우며 참 많이도 다투었다. 그 다툼이 오히려 ’내 마음을 좀 알아달라, 난 지금 네 옆에 이렇게 존재하고 있다’라는 것으로 표현될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고 생각하니, 우리의 다툼이 그야말로 아이들의 ’사랑 싸움’이었다는 생각에 괜한 웃음을 짓게 한다. 싸우면서 힘들었던 부분을 이겨내고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내 삶의 일부로 생각하면서 익숙해지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괜한 설레임을 느낀다. 
이들의 다툼 역시 그런 설레임을 느끼기 위한 한 과정이라 생각하고 부디 좋은 결말을 맺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지금 나는 이 설레임을 안고 남편과 연애를 시작해보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1 - 개정판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로맨스 소설하면 왠지 현대물에나 어울릴 것같은 내용으로 인식되어 왔으나, 이 책을 통해서 우리나라의 역사와 로맨스가 아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가졌다. 여인네들의 순결이 중요하며 , 남정네들은 점잖아야만 할 것같은 선입견 때문일 것이다. 그 시대에 로맨스가 왜 없었겠는가? 오히려 그 선입견때문에 그들의 로맨스가 더 짜릿하고 사랑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인기리에 방여되어 왔던 역사 드라마는 대부분이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다룬 작품이 많다.
얼마전 방영 되었던 ’이산’ 역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노론소론사이의 갈등 속에 러브 라인을 구축하여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한 몸에 얻은 작품이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은 진취적인 개혁을 추구했던 정조시대의 성균관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 소설이다. 노론과 소론, 남인 등이 자기의 자리를 지키겠다고 정치적인 계략과 아귀다툼이 끊이지 않는 그곳에서, 설상가상으로 인재 중에 인재들이 모여 책에 파묻혀 있는 권위적인 모습만 있을 듯한 이들이 모여 사는 성균관을 배경으로 로맨스를 이끌어가는 저자의 발상이 놀랍기만 하다.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긴장해 본 것이, 이렇게 웃어본 것이 얼마만인가?
드라마로 만들어질 예정이라는 이 책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듯한 예감이 든다. 텔레비전에 모여 앉은 많은 시청자들 중 심하게 몰입하여 보고 있는 나의 모습이 그려지는 것은 이 책에 대해 그만큼 자신있다는 뜻일게다. 

그 시대와 지금의 시대는 너무도 닮아있다. 끊임없는 여야의 싸움, 빈부의 격차, 권력의 힘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서조차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조금씩 나아지는 것이 있다면 ’여자’에 대한 권리일 것이다. 그러나 조선시대에는 ’여자’에 대한 권리는 없었다, 가난한데다가 과거조차 볼 수 없었던 남인 아버지를 둔 여인이라면 더했을 것이다.
윤희는 가난과 동생의 병으로 인해 남장을 할 수 밖에 없는 여인이다. 여자는 책을 읽을 줄도 모르고, 아는 것도 없을 거라는 그 시대 남자들의 오만과 편견, 그리고 여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삯바느질 밖에 없는 그 시절에 남동생의 비싼 약값을 벌기 위해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동생 ’김윤식’이 되어 좀더 돈을 벌 수 있는 사수일을 하는 것이였다.

좀더 돈을 많이 벌어보겠다는 생각에 식년초시를 보게 되고, 그곳에서 윤희는 노론의 실세 중의 실세인 좌상 대감의 아들 선준을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성균관으로 입성하게 된다.

여인임에도 불구하고 ’대물’ 이라는 별명을 갖게 되고, 선준에 대한 애끓는 사랑으로 속앓이는 하는 윤희와
노론 실세의 아들이지만, 중립을 지키며 옳고 그름을 명확히 따지며 옳곧은 성격의 소유자인 ’가랑’ 선준은 윤희가 여인일거라 상상조차 하지 못한 채, 남자인 윤식에게 끌리는 자신을 탓한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서로 다른 성격을 소유한 두명의 사형이 있었으니, 그들은 이 책에서 가장 비중있는 조연이자, 코믹을 담당하고 있는 독특한 캐릭터이다.
선준과 같은 마음으로 윤희에게 끌리는 미친말 ’걸오’ 재신은 윤희가 여자임을 알게 되지만, 선준을 향한 윤희의 마음을 알기에 그녀를 도와주는 것으로 마음을 다한다.
재신의 유능함을 알고 누구보다 그를 아끼는 ’여림’ 용하는 코믹스러운 대사와 주색을 밝히는 인물이지만, 유쾌함 속에는 정세를 꼬집는 가시가 담겨져 있곤 하다.

’대물’’가랑’’걸오’’여림’ 4명은 ‘반궁의 잘금 4인방’으로 이름으로 성균관에서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이들 4명은 유쾌함과 짜릿한 로맨스, 애끓은 사랑, 묘한 긴장감을 주는 작품이다.
’여림’ 용하의 대사마다 웃지 않을 수 없는 코믹함, 남자들 속에서 여자임이 밝혀지지 않으려는 윤희의 모습 속에서의 긴장감, 윤희과 선준 그리고 재신의 애끓는 마음 등이 즐겁게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유쾌함과 즐거움 속에서도 그 나라의 정세(아니, 어쩌면 지금 우리나라의 정세)가 보여주는 모순을 비판하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성균관,당파싸움 속에서 로맨스를 이끌어가는 작가 정은궐의 글은 사람을 이끄는 묘한 매력이 있다. 아마 그의 작품을 읽고서도 끌리지 않는 사람은 없으리라.
그만큼 이 작품은 다음 페이지를 넘기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강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4인방의 캐릭터가 뇌리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각각 모두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였기에...


"가랑 형님! 모든 죄는 제가 지은 것입니다. 귀형의 죄까지 제가 지은 것입니다."
"귀공을 탐한 건 나요! 귀공 또한 나를 탐하였다고 해도 더 많이 탐한 것은 아니이, 나의 죄가 더 크오."
"아닙니다!"
윤희는 아래로 떨어져 있는 그의 손을 잡아, 물에 젖은 제 가슴으로 끌어 올렸다. 부드럽게 솟은 언덕이 손바닥에 닿았지만, 선준은 그것이 너무 맟설어 놀라지도 못하였다.
"........이래도 귀형께 죄가 있습니까? 그러니까 제발 괴로워하지 마세요, 제발.........."

"진정 여인이 맞소?"
"예."
"그럼 이제 그대를 마음껏 사랑해도 되는 것이오?"
  (2권 본문에서 발췌)

아~~ 사랑스러운 대목이 아닐수가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 1000명의 죽음을 지켜본 호스피스 전문의가 말하는
오츠 슈이치 지음, 황소연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명심하는 것이 내게 가장 중요했다.
죽음을 생각하면 무언가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열일곱 살 때 ’하루하루가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산다면 언젠가는 바른길에 서 있게 될 것’이라는 글을 읽었다.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다. 죽음은 삶을 변화시킨다.
여러분의 삶에도 죽음이 찾아온다. 인생을 낭비하지 말기 바란다."
-애플 CEO 스티브 잡스-

살면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 적이 딱 한 번 있다. 7년 전 친정엄마가 돌아가시고, 엄마를 잃은 슬픔에서 겨우 극복되었을 무렵, 내가 죽게 된다면 남겨진 내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라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처음 죽음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었다.
그 생각끝에 얻은 것은, 살아가는 동안 내 아이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주자는 것이었다. 죽음 앞에 사람은 참으로 나약한 존재이다. 세상을 바꾸기도 하고, 전쟁을 일으켜 사람들의 생명을 좌우하지만 정작 자신의 죽음 앞에서는 그 어떤 힘도 쓸 수 없는 한없이 나약한 존재이며, 한 평생을 죽음이라는 한 순간 앞에 무릎 꿇게한다. 이렇게 죽음 앞에서 나약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삶을 제대로 살아가지 못했던 후회때문일 것이다. 살아가면서 후회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하루하루를 낭비하지 않으며, 나와 타인에게 충실한다면 후회는 충분히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죽음 앞에 나약한 인간이 아닌, 노력하면서 살아가다면 죽음을 떳떳하게 맞이할수도 있으리라.

’살아있는 모든 것은 언젠가 사라지기 마련이지만, 주어진 시간을 열심히 살아내려는 생명은 후회하지 않는다.’(본문 229p)

저자는 말기 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완화 의료 전문의로, 죽음을 앞둔 1000여명의 환자들을 지켜보면서 그들이 가졌던 가장 대표적인 후회 스물다섯 가지를 간추려 담았다. 
수많은 자기계발서에서 말하고 있는 꿈, 사랑, 배려, 경청 등은 우리가 좀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요소들이다. 저자가 말하는 스물다섯 가지의 후회는 바로 우리가 자기계발서에서 읽어왔고 깨달았던 바를 실천하지 못했을 때 느끼는 후회와 같다.
우리는 이렇게 후회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자기계발서를 통해서 삶을 가꾸려고 노력하는가보다.
여러 권의 자기계발서를 읽어왔지만, 이 책처럼 강하게 나에게 와 닿은 책은 없었던 것 같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보았고, 한 때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던 점이 이 책에서 많은 공감을 얻었던 듯 싶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했더라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했더라면
조금만 더 겸손했더라면
친절을 베풀었더라면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려고 노력했더라면
감정에 휘둘리지 않았더라면
기억에 남는 연애를 했더라면
죽도록 일만 하지 않았더라면
가고 싶은 곳으로 여행을 떠났더라면
내가 살아온 증거를 남겨두었더라면
삶과 죽음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했더라면
고향을 찾아가보았더라면
맛있는 음식을 많이 맛보았더라면
결혼을 했더라면
자식이 있었더라면
자식을 혼인시켰더라면
유산을 미리 염두에 두었더라면
내 장례식을 생각했더라면
건강을 소중히 여겼더라면
좀 더 일찍 담배를 끊었더라면
건강할 때 마지막 의사를 밝혔더라면
치료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했더라면
신의 가르침을 알았더라면



가족에게도 고맙다, 사랑한다, 미안하다는 말조차 제대로 건너지 못하는 내게, 부모님의 권유대로 진로를 결정하고 후회했던 내게, 나 잘난 맛에 살면서 나보다 못한 사람들에게 큰 소리쳤던 내게, 나의 이익을 먼저 추구하려했던 내게, 어떤 계획이나 꿈 없이 하루하루를 무의미 살아왔던 내게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는 죽음 앞에 후회만 가득할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해주었다.
30년을 넘게 살아온 삶동안 나는 30번도 넘는 후회를 했고, 실수와 잘못을 반복하면서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허나, 아직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이 남았기에, 그 희망을 갖고 나는 죽음앞에서 떳떳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한다.
가족에게, 지인에게 사랑한다는 말, 고맙다는 말을 더 많이 할 것이고, 늘 말로만 계획했던 일들에 대해서 2011년부터는 실천을 하리라. 보고 싶었던 사람들을 찾아보고, 하루하루에 살기에 연연하여 죽음에 있어 후회하기보다는 가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을 즐기고, 감정에 휘둘리기보다는 좀더 웃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마음을 편안하게 가져보련다. 희생이 아름답다고 하지만 무조건 내 삶을 희생하며 눈물겨운 삶을 살기보다는 하고싶었던 일을 계획하고 꿈꾸며 살아가련다.

다른 일을 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시작할. 새로운 사랑을 하고 싶다면, 바로 지금 시도하라. 세상에 이름을 남기고 싶다면, 오늘부터 노력하라. 우리는 살아 숨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가슴에 돌을 안은 채 매일같이 앞만 보고 달린다면 마지막 순간, 당신은 반드시 이렇게 읆조릴 것이다.

"나는 그저 성실한 바통 주자에 불과했구나." 

물론 삶의 중요한 임무는 손에 꼭 쥔 바통에 자신의 생각을 담아서 대대손손 전하는 일이다. 하지만 단순히 그것만이 목적이라면 얼마나 서글픈 일인가. 어떻게 달릴 것인지, 다음 주자를 얼마나 고무시킬 것인지를 생각하면서 가슴을 펴고 바람을 한껏 맞으며 전력투구해볼 생각은 없는가? 행복은 목적이 아니라 그곳으로 향하는 길 자체다. (본문 62p)

실제로 삶과 죽음의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괴로워한다. 단순히 살아 있는 시간만이 행복이고, 죽음은 불행하다고 믿는다면 인간의 일생은 틀림 없이 불행하게 마감된다. 사는 일이 끊임없이 계속되는 상실의 체험에 그치고 마는 것이다. 죽음을 맞이하기 전에 그 의미를 찾아내서 깨달음을 얻지 못한다면, 죽음은 무시무시한 공포의 실체로 당신의 눈앞에 서게 될 것이다. (본문 134p)

죽는 순간에 후회해본들 아무 소용이 없다. (본문 191p)

’죽음’은 삶을 소중하게 한다. 죽음은 삶의 가치를 깨닫게 한다. 우리는 1000여명의 사람들이 죽음을 앞두고서야 비로소 깨달은 삶의 가치와 소중함을 저자를 통해서 미리 알수 있었다. 삶을 가치있게 살아가는 일을 알게 된 만큼 죽음 앞에서 삶을 후회하기 보다는 가치있었던 내 삶을 되돌아 보며 행복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의 이야기들은 우리 일상의 사진들과 함께 내게 진한 깨달음을 전해주었다.



(사진출처: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본문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악동일기 레인보우 북클럽 21
루트비히 토마 지음, 김희상 옮김, 홍살구 그림 / 을파소 / 201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제목, 일러스트를 보면서 짐짓 유쾌한 이야기일거라 생각했지만, 사실 어른들에게는 유쾌하지 못한 이야기였다. 반면 어린이들에게는 유쾌하고, 통쾌한 즐거운 이야기일 것이다. 왜냐하면, 악동 루트비히는 모순을 가득 담고 있는 어른들의 모습을 비웃고 있으며, 그들을 혼내주기 위해 끊임없이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상대로 모순된 모습을 많이 보여주곤 하는데, 아이들이 모를 거라는 착각과 어른이라는 권위를 내세워 아이들에 눈에도 뻔히 보이는 거짓과 모순적인 모습을 감추려 한다. 악동 루트비히는 모순으로 가득한 어른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그러니 모순을 가지고 있는 어른의 한 사람인 나로서 유쾌하지 못할 수 밖에 없었으리라.

저자의 이름은 ’루트비히 토마’ 그리고 <악동 일기>의 주인공 이름 역시 ’루트비히 토마’이다. 저자의 어린 시절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주인공 토마와 저자의 어린 시절의 환경을 빗대어 봤을 때 자전적인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어린이었다면, 루트비히를 통해서 통쾌함을 많이 느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모순적인 모습을 보며 어른들의 그릇된 행동에 못 마땅해하지만, 어른들에게 직접적으로 잘못을 지적하지는 못한다. 이 또한 어른들의 모순된 가르침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토마는 어른들에게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 구제불능이라며 혼이 나지만 어른들의 모순에 상응하는 나름대로의 보복을 하고 있다. 물론 그의 행동이 모두 어른들의 잘못을 지적하는 일이라 할지라도 ’참 잘 했어요’ 할 수 있는 행동은 아니지만 말이다.

공부 잘하는 딸 자랑에 침이 마르고, 공부 못하는 루트비히를 깍아내리기에 여념이 없는 폴베크 부부는 지리학을 지루학이라 잘 못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잘 못을 인정하지 못하는 덜 자란 어른의 모습 그대로이다.
루트비히가 쓴 연애편지를 큰 소리로 읽어대는 철없는 선생님, 더군다나 ’너는 우리 정원에 피어난 잡초 같은 놈이야.’(본문 27p) 라는 말을 서슴치않고 뱉어내는 교장선생님의 언행은 교사로서의 부족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뿐인가, 토마의 버릇을 고쳐주겠다는 명목으로 80마르크의 교육비를 받아내는 삼촌, 누나의 결혼식에 와 엄마의 흉을 보는 숙모, 싸구려 석고로 만든 조각상으로 자신을 포장하고 권위를 높이려는 종교 선생님인 팔켄베르크, 신앙심의 모범을 보여주겠다며 토마를 설교한 후에는 정각 9시가 되면 빠짐없이 술집으로 출근하는 페피 삼촌 등 토마 눈에 비추어지는 어른들의 모습은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 뿐이었다. 



루트비히는 그렇게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을 대상으로 말썽을 피우고 악동짓을 하지만, 자신을 사랑하고 기다려주는 어머니가 있어 후회하고 반성을 한다.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용서를 구하는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이 루트비히를 성장시킨다.
모순된 어른들의 모습을 보며 배운대로 짐짓 어른인 채 독한 시가를 피우고, 술을 마시던 루트비히는 깨질 듯 머리가 아프고 속이 메슥거리는 고통에 그동안 해온 거짓말과 말썽에 염증을 느끼며 깊은 반성을 하게 된다.

사람들이 내 죽음을 두고 조금도 안타까워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동안 엄마의 속을 썩여드린 것을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이제는 달라지자! 엄마를 기쁘게 할 수 있는 것이며 무엇이든 하자! 열심히 공부하고, 벌을 받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자. 그래서 모두 나를 보고 자랑스러운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노력하자
! (본문 154p)

아이들은 후회와 반성을 통해서 조금씩 자라난다. 어른들의 욕설과 폭력이 아이들을 자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끝까지 믿고 지켜주며 보듬어주는 사랑 속에서 자신의 잘 못을 깨닫게 되고 반성하면서 새로운 각오를 다지게 되는 것이다.
루트비히를 통해서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을 비판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루트비히가 자신의 그릇된 행동에 대해 반성하면서 올바른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 핵심이라 할 수 있겠다. 
<악동 일기>는 어린이들에게 루트비히를 통해서 통쾌함을 느끼겠지만 그와 동시에 후회와 반성을 통해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무엇이 옳은가를 스스로 깨닫게 도와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는 어른들이 가지고 있는 모순이 아이들에게 비추어지는 모습이 얼마나 초라하고 부끄러운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사진출처: ’악동 일기’ 본문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구스 걸 베이언의 소녀들 1
섀넌 헤일 지음, 공경희 옮김 / 책그릇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섀넌 헤일은 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들이 모험을 통해서 성장해가는 과정을 주로 판타지 형식으로 엮어내는 것을 좋아하는 듯 하다. [프린세스 아카데미]를 시작으로 한 [프린세스 시리즈] 역시 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으로 <<구스 걸>>은 마치 프린세스 시리즈의 후속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작품은 <베이언의 소녀들>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출간되었고, 프린세스 시리즈를 재미있게 본 터라 이 시리즈에 대한 기대 또한 사뭇 컸으며, 표지에서 느껴지는 고급스러움과 제목에서 풍기는 호감이 마음에 들었다. 
사실 내용을 읽다보면 뻔한 결말을 예상할 수 있었지만, 결과까지 치닫는 과정이 흥미로웠기에 이야기에 쉽게 빠져들 수 있었다.
뻔한 결말에 대한 식상함을 느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소녀가 성장해가는 과정이 담겨진 거짓말같은 환상적인 판타지가 그 과정을 잘 보듬어주고 있었다.

말에는 ’사람의 말’’동물의 말’ 그리고 ’자연의 말’ 세가지 가 있는데 킬덴리의 왕위를 이어받게 될 공주로 태어난 ’아니도리-킬라드라 탈리안나 이질리’(이후 아니)는 ’동물의 말’의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다. 어린시절 이모와 지냈던 아니는 백조와 말하는 법을 배우고, 새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지만, 다른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이 편치 않았다.
자신을 가장 잘 위로해주었던 왕 아버지의 죽음으로 왕위를 이어받게 될 거라 생각했던 아니는, 전쟁을 피하기 위한 어머니와 베이언 총리와의 약속에 의해 베이언의 왕세자와 결혼을 해야하는 운명에 처한다.
의무감에 마지못해 왕세녀 노릇을 했던 아니였지만, 어머니에 대한 배신감을 느끼게 되었다.
50명이 넘는 사람들과 베이언을 향해 떠나게 된 아니는 베이언에 다다를 무렵 셀리아와 호위병 운골라드의 반란으로 인해 홀로 남게 된다. 베이언의 왕에게 셀리아의 음모를 알리려했던 아니는, 궁에 들어오는 데는 성공했지만 사실을 말하지 못한 채 성벽 너머 초원에서 거위 치는 일을 하게 된다.

자신의 신분을 숨기기 위해 킬덴리의 상징인 금발을 숨기고, ’이지’라는 이름으로 거위 치는 일을 하던 아니는 왕자의 호위병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게릭과 사랑하게 되고, 마흔 명의 일꾼들과 어울리면서 베이언의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직접 체험하게 된다. 아니는 거위 치는 일을 하면서 ’자연의 말’ 을 깨우치게 되면서 바람과 소통하는 법을 익혀나간다.
그러나 점점 좁혀지는 셀리아와 운골라드의 포위망에 결코 자유롭지 못했던 아니는 그들에게 쫓기다 겨우 죽음을 모면하게 된다.
반란으로 죽은 줄 알았던 탈론과의 만남, 그리고 기꺼이 자신의 편이 되어준 친구들에게 용기를 얻은 아니는 왕자와 셀리아의 결혼식에 참석하여 셀리아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모험을 감행한다.
여왕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했던 아니는 친구들을 위해 그리고 베이언을 위해서 조금씩 강해지고 있었다.

"마법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난 일들이 사실이라면, 제가 뭘하고 있는지 또 앞으로는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 수 있을 테니까요."

"자, 이젠 지난 세월과 잃어버린 것 때문에 울지 마라. 그리고 알 수 없는 것들은 우리가 살면서 배워야 될 몫이란다. 중요한 것은 결국 우리가 스스로 알아낼 만큼 똑똑한가 아닌가 하는 것이지."
(본문 122,123p)

아니는 자신과 킬덴리를 믿지 않는 베이언의 왕과 총리대신에게 창 하나 던지지 않고 전쟁을 끝낼 수 있었다. 그림 형제의 동화 [거위 치는 소녀]의 기본틀에 판타지를 섞어 공주에서 거위 치기로 전락한 현실에서 좌절하지 않고 현실을 꿋꿋이 헤어나가면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담아냈다. 나약하기만 했던 아니가 강한 여성이 되어가는 과정은 사춘기 소녀들의 감성을 자극하여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깨닫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된다.
로맨스와 판타지의 적절한 조화로 담겨진 이야기는 감수성이 예민한 ’소녀’들만을 위한 책이해도 좋을 것이다.
막막한 자신의 삶을 되찾아가는 과정은 뻔한 결말과 프린세스 시리즈를 연상케하는 식상함을 섀넌 헤일의 특유의 섬세함과 감성적인 매력으로 보상하고 있다.



(사진출처: ’구스 걸’ 표지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