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할아버지 사로잡기 작전 작은도서관 37
정영애 지음, 원유미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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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도 달력 한장만을 남겨두고 있다. 시간이 흐르는 것이 아쉬운 엄마와 달리, 우리 집 작은 아이는 다가올 크리스마스에 한층 설레여있다. 산타 할아버지가 있다고 믿었던 큰 아이는 초등4학년이 되어서야 지금껏 엄마 아빠가 준비한 선물이라는 것을 알고 꽤나 섭섭해했는데, 초등1학년인 작은 아이는 여전히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믿고 있다. 산타 할아버지는 믿음에 의해서만 존재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닐런지. 산타 할아버지에게 어떤 선물을 달라고할지 한창 고민중인 작은 아이를 바라보고 있는 요즘, 재미있는 제목과 표지를 담은 동화책 <<산타 할아버지 사로잡기 작전>>을 만나게 되었다.
어린시절 산타 할아버지를 직접 보겠다며 늦은 밤까지 졸린 눈을 부릅뜨고 꾸벅꾸벅 졸던 추억이 떠오르는 제목이다.
하지만 정작 읽어본 책의 내용은 산타 할아버지에 대한 설레임과 추억보다는 가족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보는 의미있는 시간을 주는 이야기였다.  

요즘 우리사회는 편부모 가족이나 조부모와 함께 사는 아이들의 수가 해마다 증가하고있는 추세이다. 부모의 다툼과 갈등으로 인한 가족의 해체 속에서 가장 큰 혼란과 상처를 입게 되는 것은 바로 아이들이다. <<산타 할아버지 사로잡기 작전>>에서는 엄마와 함께 살아가는 열 살 국수가 해체된 가족 속에서 느끼는 혼란과 아빠의 부재로 인해 느끼는 허전함,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는데, 이 과정 속에서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여부를 두고 티격태격하는 아이들의 모습과 맞물리면서 유쾌하게 그려냈다. 

  

엄마와 단둘이 사는 국수네 집은 2층으로 된 연립 주택인데, 1층에 엄마 방, 거실, 부엌이 있고, 2층에 넓은 거실과 국수의 공부방이 있는데, 지하실에는 '귀신 방'이라고 불리는 국수의 놀이방이 있다. '귀신 방'은 국수가 가지고 노는 별의별 물건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기 때문에 엄마가 지언 준 이름인데, 국수는 친구나 다름없는 귀신 방에서 놀 때가 제일 기쁘고 행복했다.
귀신 방에서 놀던 국수는 귀신 방 창문으로 엄마 다리와 검은 바지를 입은 남자 다리를 보게 되는데, 곧 엄마와 함께 아저씨를 만나게 된다. 엄마와 친구가 되고 싶은 '민병기'라고 소개한 아저씨는 눈이 찢어져 나쁜 마법사 같이 생긴데다 국수의 이름을 가지고 놀려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일은 국수가 '면접교섭권'을 얻은 아빠와 처음 만나는 날이다. 느닷없는 임신과 결혼으로 힘들어하던 아빠가 떠나고, 엄마는 홀로 국수를 키웠다. 그런 아빠가 국수를 만나게 해 달라며 법원에 재판을 신청하고, 법은 아빠에게 '면접교섭권'을 주어 한 달에 두 번, 국수를 아빠를 보게 되었다. 

"엄마는 왜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아빠와 헤어졌어요? 우린 가족이니까 내 의견도 물어봐야지요."
"그땐 네가 너무 어려서 말을 못했으니까!"
"그러면 내가 말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죠. 이건 반칙이에요." (본문 38p) 

  

평소에 아빠와 함께하는 아이들을 부러워했던 국수는 아빠와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게 되지만, 점점 자신에게 소홀하고 귀찮아하는 듯한 아빠를 보며 국수는 실망스러워한다.  

'아빠가 없으면 어때. 외할아버지하고 같이 목욕탕을 가면 돼. 난 아빠가 없어도 뭐든지 다 할 수 있어.'
마음과 달리 눈물이 멈추지 않았어요. (본문 98p) 

한편, 반에서는 산타 할아버지가 있다, 없다를 주제로 열띤 토론이 시작되고, 산타 할아버지가 있다고 믿는 국수는 "산타 할아버지는 아빠가 없는 집에만 가나 봐.그러니까 국수는 산타 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받는 거야. 난 우리 아빠가 선물을 주는 데 말이야." (본문 84p)라는 선민이와 예온이의 말에 속이 상했고, 꼭 산타 할아버지를 사로잡아 아이들에게 큰 소리 치고 싶었다. 이른바 '산타 할아버지 사로 잡기 작전'이 시작된 셈이다.
외할아버지의 도움으로 귀신 방에 굴뚝을 세우고, 산타 할아버지가 창문으로 들어오면, 튜브로, 튜브를 빠져나오면 미끄럼틀,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면 샌드백 덫에 빠지게 되는 치밀한 작전을 세우고 국수는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린다.
비록 산타 할아버지를 사로 잡겠다는 국수의 작전은 엄청나게 큰 사고로 끝을 냈지만, 국수를 서로를 걱정하는 과정 속에서 '가족의 사랑'을 깨달아가게 된다. 아빠에 대한 엄마의 마음을 조금은 기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도 함께. 

  

안 될 줄 알지만 된다는 희망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본문 102p) 

산타 할아버지를 사로잡겠다는 국수의 엉뚱한 발상이 너무도 귀엽고 유쾌하면서도 그 내면에 자리잡은 '가족의 의미와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마음을 따뜻함으로 채워주고 있다. 아빠에 대한 국수의 알쏭달쏭한 마음, 엄마와 국수의 서로 다른 마음들을 풀어냄으로써 가족간의 서로 다른 마음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더욱이 자신의 의견도 없이 헤어진 부모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자신의 의견을 내보이면서 국수는 가족구성원으로서의 자신의 입장을 공고히 하게 된다.
추운 겨울 따뜻함을 전해주는 가슴 찡한 가족 이야기 <<산타 할아버지 사로잡기 작전>>은,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서로를 걱정하고, 염려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을 때 '가족'은 그 의미를 다하게 된다는 것을 가끔은 잊고 지내는 듯 하다. 가족구성원의 노력이 없이 가족은 존재할 수 없음을 다시한번 되짚어보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사진출처: '산타 할아버지 사로잡기 작전'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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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도둑
매튜 딕스 지음, 노은정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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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특별한 도둑이다. 생각해보니 이렇게 특별한 도둑에 대한 이야기가 우리나라에도 존재한다. 우리는 홍길동을 도둑이라 부르지 않고 의적이라 부르는데, 제목처럼 아주 특별한 도둑이 아닐 수 없다.
제목과 표지가 아주 흥미로운 책이다. 코믹하게 그려진 도둑의 모습처럼 책을 읽다보면 이 도둑 '마틴'을 결코 미워할 수 없다. 오히려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이 드는데다, 나중에는 나도 모르게 그를 응원하게 된다.
참 묘한 녀석이 아닐 수 없다.
보통 '도둑'을 생각하면, 빈집에 들어와 값진 것을 마구 훔쳐가는 나쁜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런데 마틴이 훔치는 물건의 목록을 보면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
치약 몇 개, 세제 조금, 휴지 몇 개, 어쩌다 훔치게 되는 값진 물건은 몇 달 동안 관찰 끝에 주인이 잘 사용하지 않는 물건으로 고른다. 그가 이런 물건을 훔치게 된 것은 열아홉 살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모의 이혼, 혐오스러운 의붓아버지,고등학교 2학년때부터 강요되었던 독립, 힘겨운 독립 생활이 지금의 그를 있게했다. 열아홉 살, 독립한 지 넉 달 째 화장실 변기는 완전히 콱 막혀 버렸지만, 배관 세첵제를 비롯한 생필품을 살 돈이 한 푼도 남지 않았기에 도와 달라고 할 작정으로 부모님을 찾아갔지만, 모두 외출한 탓에 캄캄한 창문을 보고 돌아서려 했지만, 아직 집 열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뭘 좀 먹기로 결심하고, 토스트를 해 먹고 필요한 생필품을 몇 가지 챙겨나오다 의붓아버지와 마주치게 된다. 

도둑질이라 몰아세우는 의붓 아버지는,
"네가 도둑이 될까 봐 걱정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게다가 이건 너무 어설프잖아? 다시는 나를 속일 생각 마라. 너는 그럴 주제도 못 되지만 여하튼 나는 못 속인다. 알아들었냐?"
"속이지 못한다고 하셨습니까? 예?" (본문 134,137p) 

그렇게해서 시작된 마틴의 사업은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남긴 집때문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되었고, 마틴은 고객의 집을 방문할 때는 늘 신중했으며, 남의 의심을 살 만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더욱이 마틴은 고객들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었으며, 오히려 그들을 친구처럼 생각하는 아이러니한 마음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몇 년동안 완벽하게 일을 처리하던 마틴은 클레이튼 부부의 집에서 칫솔을 변기에 떨어뜨리는 실수를 범한다.
변기에서 건져 올려 제자리에 올려놓으면 그만이었지만, 신디 클레이튼이 더러운 칫솔을 사용하게 될 거라 생각하니, 도저히 그녀를 그냥 배반할 수 없어 자신의 작업 철칙을 위반하고, 똑같은 새로운 칫솔을 구입해주려다 위험에 빠진다.
새 칫솔을 놓아두려다 옷장에 갇히게 된 마틴은 남편 앨런이 처음 데이트할 때 그랬던 것처럼 아무 이유 없이 주는 장미 한 송이를 받고 싶다는 신디의 투덜거림을 듣게 되고, 위험에서 탈출하게 된 마틴은 철칙을 무시하고 앨런에게 편지를 보낸다. 

마틴은 참으로 오랜만에 그런 뜨거운 열정에 휩싸였다. (본문 151p) 

그 후 마틴은 오랜 고객인 대니얼과 저스틴 애쉴리 부부 집을 방문하여 작업을 하던 차에, 저스틴이 남편 대니얼의 생일날 깜짝 파티를 주최하기로 했는데 친구인 로라가 날짜를 착각하여 선물과 함께 미안하다는 자동응답기에 메시지를 남긴 것을 듣게 된다. 잘못하여 깜짝 생일파티가 밝혀지게 될 위기에 놓이자, 클레이튼 부부에게처럼 고객(혹은 친구)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된 마틴은 아무 의심없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게 되고, 이 사건을 해결하면서 로라와 우정이상의 친분을 쌓게 된다.
그런 와중에 마틴은 펄 부부네 집에서 수상한 기운을 느끼게 되고, 성폭행범인 클리브 대로우가 자신의 고객인 소피 펄을 다음 범행으로 삼고 있음을 알게 되고, 마틴은 다시 한번 소피를 구할 방법을 강구한다. 

생계를 위해서 고객의 집에 들어가기는 하지만 자신은 그들의 삶을 개선시키고도 있다고 말이다. (본문 226p) 

마틴은 정말 이상한 도둑이다. 구 년을 한 집에서 도둑질을 하면서 들키지 않았다는 점도 그렇지만, 그 고객들에게 친숙함을 느끼고, 그들을 도와주는 모습도 아이러니하다. 변기에 떨어진 칫솔 하나로 마틴은 그동안 지켜왔던 철칙을 무너뜨리게 되었고, 위험을 무릅쓰고 그들을 돕는 일에 열정을 쏟았다.
친구 짐에게 조차 자신의 일에 대해 말하지 못하는 마틴은 타인과 관계를 맺는 일에도 어려움을 느꼈는데, 상대방도 모르는 채 혼자 친구로 느꼈던 그 고객들을 통해서 마틴은 인간적인 면을 찾아가고 있었다.
엄마 아빠의 이혼으로 만나지 못했던 친아버지와의 재회와 로라와의 관계가 지금까지의 마틴의 삶을 깨뜨리게 된 것이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학구적이었던 그를 대학에 보내주지 않았던 의붓아버지와 어머니, 힘든 그를 감싸주지 않고 다그쳤던 그들로 인해 마틴은 고독, 외로움, 아픔을 갖고 있었고 강박증으로 표출되었지만, 마틴은 스스로를 외롭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새로운 상황들과 마주하게 되면서 마틴은 자신의 삶이 바뀌어가는 것에 대한 기쁨을 알게 되었다.
저자는 마틴이 어떤 삶을 살게 되었는지에 대한 결말은 보여주지 않았다. 다만 그 기쁨을 이제 막 알게 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는 마틴의 모습으로 끝을 맺었는데, 그 결말을 통해서 독자들은 더 큰 희망을 얻게 되는 것 같다. 

마틴은 도둑일까? 아니면 안티히어로(나쁜영웅)일까? 내가 학창시절 홍길동에 대해 배울때는 홍길동은 의적이었다. 세대가 바뀌고 논술, 토론이라는 걔념이 중요시되면서 홍길동이 진정한 영웅이었는지, 단순 도둑이었는지에 대한 논쟁이 일기도 했는데, 이는 생각하는 사람들에 따른 견해의 차이로 보면 좋을 듯 싶다. 마틴도 마찬가지다.
소피는 마틴을 친구로 생각하게 되었지만, 어떤 이는 자신의 집을 몇 년동안 찾아오고, 결코 없어진지 몰랐던 물건이었지만 도둑질을 한 마틴을 결코 안티히어로로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마틴이 도둑인지, 안티히어로인지는 책을 읽는 독자들의 견해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나는 마틴을 인간적인 면에서 접근하고 싶다. 나는 그가 거짓말처럼 말하던 소설가로서의 꿈이 이루어지길 응원하고 싶을 뿐이다.
우리는 가끔 잘못된 길로 들어설 때가 있다. 옳지 않은 길임을 알면서도 되돌아갈 용기를 얻지 못한다. 그러나 마틴이 새로운 삶을 살 희망과 기쁨을 알게 된 것처럼, 우리는 옳은 길로 가는 방법을 안다면 충분히 용기를 낼 수 있음을 마틴은 보여준 것이다.
재미있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지만, 중간중간 긴잠감을 맛보여주기도 하는 작품이다. 도둑이지만 너무도 특별하고 사랑스러운 도둑 마틴. 그를 도둑이냐, 안티히어로냐 판단하기보다는 그저 인간적인 성장에 촛점을 두고 읽으면 더욱 재미있는 독서가 되리라 생각된다.
그런데, 혹여 우리집에도 오랫동안 안 쓰고 있던 물건 중 사라진 물건은 없었던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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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야 미안해]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고양이야, 미안해!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68
원유순 지음, 노인경 그림 / 시공주니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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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원유순은 동화 <까막눈 삼디기>를 통해서 만나뵌 적이 있다. 잔잔한 감동으로 뭉클함을 주었던 동화였는데 <<고양이야, 미안해!>>를 통해서도 저자가 건네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동화책은 초등학교 4학년 2학기 일기 교과서에 수록된 '고양이야, 미안해'를 비롯해 6편의 단편을 수록된 단편집인데, 서로 다른 이야기지만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하는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있다.
동화마다 가족, 이웃, 친구 그리고 동둘들과의 갈등 등에 대한 어린이들의 고민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순수한 아이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주인공들의 다양한 갈등, 고민은 우리 어린이들이 한번쯤 겪어봤음직한 이야기들인데, 주인공들이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을 통해서 독자 어린이들 또한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을거라 생각된다. 

 

진이의 강아지는 순종 진돗개 황구로, 진이는 동화책에서 읽은 떠돌이 개 이름을 본 따 '도도'라고 지었다. 줄을 풀어주면 집 근처에서 꽃 냄새를 맡거나 풀 이파리를 물어뜯곤하던 도도가 요즘 줄을 풀어주기만 하면 쏜살같이 달려 어디론가 사라지곤 한다. 그런 도도를 보며 고모랑 친구 현이는 도도가 바람이 났다는 통에 진이는 여간 화가 난게 아니다. 더군다나 순종 진돗개가 아니라 가짜 진돗개라고 말하는 현이 때문에 진이는 괜스레 눈물까지 나오려했다. 
진이는 이번에는 도도가 어디를 가는지 기필코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쏜살같이 달려가는 도도를 쫓아 다른 사람에게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계곡 가장자리까지 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본 도도는 누군가 야생동물을 잡으려고 놓은 올무에 걸려 상처를 입은 오소리의 썩어가는 상처를 핥고 있었다. 썩은 상처를 핥고 있는 도도를 보며 아빠에게 도움을 청하러 내달리는 진이를 보며 독자도 함께 깨달아가는 [도도야, 어디 가니?]는 작은 강아지를 통해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아침부터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고 열이 나고 목이 따끔거려 체육시간에 홀로 교실에 남게 된 '나'는 툭하며 성질부리기 일쑤고, 아이들 물건 중에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마치 제 것인 양 빼앗는 지호를 복수할 기회를 얻게된다. 선생님의 책상 서랍에 있던 압정으로 지호를 골탕먹이려던 찰나 농구를 같이 하면 좋겠다는 간절한 얼굴로 다가온 지호를 보며 '나'는 안도의 안숨을 쉬었다. [체육시간]은 어린이들이 한번쯤 겪어봤음직한 소재로 친구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표제작인 [고양이야, 미안해!]는 많이 아픈 고양이를 본 은선이가 겪는 갈등을 담은 작품이다. 아픈 고양이 옆에 한 무더기 싸 놓은 똥을 보고 더러워서 얼굴을 찌푸린 은선이는 꼼짝도 않고 비명만 질러대는 고양이를 어떻게해야 할지 몰라 걱정이다. 그러다 동물 병원을 떠올리고 달려갔지만, 더러운 고양이를 안아서 데려가지 못한 은선이는 끝내 동물병원 아저씨를 고양이에게 데려가지 못했다. 강아지를 키우는 미나에게 도움을 청해보기도 하고, 언니에게도  도움을 청하지만 아무도 다친 고양이를 도와주려 하지 않았다. 

"요 맹꽁아, 그렇게 마음이 아프면 용기를 내야지. 너 같은 사람을 뭐라고 그러는지 알아? 죽은 휴머니스트라고 그러는 거야." (본문 47p) 

밥도 못 먹고 걱정하는 은선이를 보고 도와주겠다는 언니와 함께 다시 고양이에게 찾아가보지만, 고양이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우리는 늘 마음은 갖고 있지만, 용기를 내지 못해 후회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사라진 고양이를 보며 가슴이 먹먹해진 은선이를 통해서 어린이들에게 용기를 선물한다. 

 

[조나단 알기]는 미국 사람과 결혼한 작은아빠의 아들 조나단이 한국에 방문하면서 찬민이가 겪은 에피소드를 담은 이야기다. 문화가 다른 조나단을 이해하지 못하는 찬민이가 조나단에 대한 오해가 쌓여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통해서, 다문화 가족이 늘어나는 요즘 우리 사회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법이 아닌가를 생각하게 한다. 

 

[우아하고 고상한 우리 할머니]는 사촌 언니,오빠는 키워주면서 엄마가 일주일동안 출장가는 동안 자신을 돌봐주지 않는 외할머니에 대한 미움을 갖게 된 지민이의 이야기이다. 다행히 지민이를 돌봐주기로 하셨지만, 매일 그림만 그리는 할머니가 못마땅한 지민이가 할머니의 마음을 이해하기 되기까지의 과정이 잔잔하게 그려졌다.
오랫동안 할머니가 간직해 온 '꿈'을 이해하기 된 지민이가 할머니의 행복해 보이는 발그레한 얼굴을 보며 아릿한 마음을 가지게 된 모습을 통해서 가족간의 소통, 이해의 마음을 배우게 된다.   

[전화 한 통만]에서는 외국인근로자가 겪는 고통, 그 마음을 이해하게 된 우주의 모습이 잔잔하게 그려져있다. 

6편의 동화는 나와 가족, 그리고 더 나아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한다. 오랜 갈등으로 후회를 안게 된 [고양이야, 미안해!]의 은선이처럼 아이들은 갈등을 통해 후회와 아픔을 남게 되기도 한다. 이 작품들은 재미있는 동화를 통해 독자 어린이들이 주인공들의 갈등을 엿보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지혜를 길러준다.
나에게는 한 편 한 편이 모두 감동적이 이야기였는데, 상처난 오소리를 보살피는 도도의 이야기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 누구보다 월등하다고 생각하는 인간이지만, 우리네 사람은 타인과 나누는 사랑에 있어서는 너무 인색하지 않나 싶다. 작은 강아지 도도를 보면서 깊은 반성을 해본다. 가여운 고양이를 어쩌지 못하는 은선이 마음, 그러나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하는 은선이 마음이 충분히 공감이 간다. 그런 은선이를 보면서 어른인 나도 작은 용기를 가져본다. 

동물, 이웃 그리고 가족에 대한 사랑과 이해하는 마음을 넓혀주는 <<고양이야, 미안해!>>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갈등에 대한 고민과 해결에 대한 지혜의 눈을 길러주고, 어른들에게는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통해서 아이들과 호흡할 수 있는 마음을 열어준다. 긴 여운을 남겨주는 잔잔한 감동이 마음 한 켠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동화책이다. 

(사진출처: '고양이야, 미안해!'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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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르뚜아 아저씨]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뽀루뚜아 아저씨 - 2010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 일러스트레이터 수상작 푸른숲 그림책 3
이덕화 글.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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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 일러스트레이터 수상작>

표지에 붙혀진 반짝임이 왠지 기분좋은 그림책이다. 우리나라 선수, 가수, 배우 등이 세계 무대에서 상을 받으면 왠지 내 마음이 뿌듯해진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작가가 국제 도서전에서 좋은 상을 수상한 작품을 직접 읽으니 그 마음은 오죽할까.
그래서인지 왠지 더 정감이 가는 작품이다.

<<뽀루뚜아 아저씨>>는 싸인펜을 이용한 기법과 종잇조각을 뜯어서 붙힌 콜라주 기법을 이용하여 생동감있게 묘사되었다.

저자는 어릴 때 언니를 따라 그림을 그리면서 그림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했는데, 저자의 이런 어린시절 경험은 주인공 다혜를 통해서 그대로 전달되어진다.
꿈에서 브라키오사우루스랑 놀았다는 언니의 말을 듣고 언니처럼 근사한 말을 하고 싶었던 주인공 다혜는 마음에 쏙 드는 말을 떠올리게 되는데, 그 말이 바로 '뽀루뚜아'이다.

"뽀루뚜아가 뭔데?" 언니가 물었어요.
"음........,그건........" 내가 우물거리자 언니가 말했어요.
"그런 건 없어!"
"아니야, 있어!"
엄마랑 아빠도 뽀루뚜아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본문 中)


하지만, 다혜는 어딘가에 뽀루뚜아가 있을거라 생각하고 바둑이와 함께 산으로 뽀루뚜아를 찾으러 갔고, 한참을 달리던 바둑이는 작은 구멍을 발견하고 그 구멍을 향해 큰 소리로 짖었다.
그러자, 그때 우르릉! 땅이 흔들리더니, 커다란 재채기 소리와 함께 산이 일어서는 것이 아닌가.
산 아저씨는 엄청나게 컸지만 무섭지 않았고, 다혜는 산 아저씨를 '뽀루뚜아'라고 부르기로 했다.

"오~. 정말 예쁜 이름이구나. 사실 나도 이름을 갖고 싶었어." (본문 中)

뽀루뚜아 아저씨는 다혜를 커다란 어깨 위에 태우고 집으로 데려다 주었다. 가는 길에 사람들이 볼 때는 멈추고 안 볼 때는 달리면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했고, 아저씨의 친구들은 멀리서도 알아보고 인사를 해주었다.

구름은 뽀루뚜아 아저씨의 모자처럼 보였고, 바람에 나풀나풀 날리는 꽃은 뽀루뚜아 아저씨를 멋진 옷을 입은 신사처럼 보이게 해주었다. 그렇게 다혜는 솜사탕처럼 달콤한 꽃향기를 맡으며 뽀루뚜아 아저씨의 품속에서 스르르 잠이 들었다.

<<뽀루뚜아 아저씨>>를 읽다보니 생각나는 동화책이 있는데, 바로 앤드루 클레먼츠의<프린들 주세요>라는 작품이다. 새로운 낱말을 만들어내고, 펜이라는 말 대신에 프린들이라는 말을 붙히게 된 닉의 이야기였는데, 두 아이들의 모습이 왠지 닮아있다.
아니,어쩌면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이 가지고 있는 호기심과 상상력일지도 모른다.
"엄마, 왜 달은 달이야? 엄마, 왜 피아노라고 불러? 엄마, 왜 이건 수저야?" 어린아이들은 이렇게 물건에 붙혀진 이름에 대해 궁금해한다. 왜 하필 이런 이름을 붙혔을까?라는 호기심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부추기게 되는데, 어른들은 아이들의 이런 상상력에 대해 굉장히 냉정하다.
"다들 이렇게 부르기로 약속한거니까 이렇게만 불러야해!"라는 말로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다혜의 언니나 부모님처럼 말이다.
그러나 <프린들 주세요>의 그레인저 선생님처럼, <<뽀루뚜아 아저씨>>의 산 아저씨처럼 아이의 엉뚱한 질문과 상상력을 받아주었을 때, 아이의 상상력과 호기심 그리고 행복을 풍성하게 해주는 결과를 가져온다.

아이들의 마음을 담아내는 <<뽀루뚜아 아저씨>>와 같은 그림책을 통해서 어른인 나는 또 하나를 배워나간다. 다혜의 행복한 미소가 내 아이의 얼굴에서도 떠나지 않도록 내 아이의 재미있고 엉뚱한 상상력을 끌어안는 법을 배운 것이다.

(사진출처: '뽀루뚜아 아저씨'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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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미인 2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 지음, 최세희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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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미인>> 1권에서 친구들에게 심한 폭행을 당하는 오스카르와 어린 뱀파이어 엘리와의 만남은 외롭고 고독했던 서로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다. 힘없고 약한 엘리가 의지하고 있던 호칸은 엘리의 사랑을 얻기 위해서 엘리의 먹이(?)를 구해주곤 하지만, 그녀의 사랑을 얻기에는 부족했다. 자신의 범행으로 인해 엘리의 존재가 발각될까 두려운 호칸은 스스로 얼굴에 염산을 뿌리는 고통을 감내하게 되고, 엘리는 혼자 먹이를 구해야했는데 이 과정에서 비르기니아가 전염되어 뱀파이어가 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비르기니아를 사랑하는 라케는 엘리를 찾으려 한다. 반면 오스카르는 엘리가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면서 엘리는 점점 숨통이 조여온다. 

1권에 비해 2권은 좀더 흥미롭게 진행되긴 했지만, 약간의 긴장감이 더 첨가되었다면 좋았을 거 같다는 아쉬움을 가져본다.
오스카르는 엘리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엘리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되지만, 오랫동안 친구없이 외로웠던 엘리 곁에 남게 된다. 

될 대로 되라지.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다. (본문 45p) 

반면 뱀파이어가 된 비르기니아는 자해를 통해서 피를 얻게 되지만, 여의치않자 어울리던 친구를 찾아 죽이려했으나, 라케의 등장으로 미수에 그친다.
경찰의 감시하에 병원에 있던 호칸은 엘리의 방문으로 자신의 피를 기꺼이 내놓지만 그 과정에서 뱀파이어가 되고 엘리에 대한 사랑, 성적인 욕구를 참지 못한 호칸은 엘리를 찾아온다.  살고자 했던 의지로 친구를 죽이려했던 비르기니아는 자신의 삶을 기꺼이 포기하고, 그녀의 죽음으로 라케는 엘리를 찾아 죽이려하지만, 때마침 엘리를 찾아 온 오스카르에 의해 오히려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서 사건은 점점 표면위로 드러나게 된다.
엘리를 위해 자신을 괴롭히던 친구들에게 맞받아쳤던 오스카르는 더 큰 위험에 빠지게 되면서 이야기는 결말로 치닫는다. 

<<렛미인>>에 등장하는 뱀파이어는 그들의 힘을 과시하는 존재가 아니라, 살아갈 수 밖에 없는 현실과 살고자하는 욕망을 더 많이 보여준다. 삶을 놓아버리긴 했지만, 살고자 자해를 하고 친구를 죽이려했던 비르기니아,
"하느님. 하느님? 전 왜 아무것도 가질 수 없는 거죠? 왜 저는...."
왜 저는 살면 안 되는 건가요? (본문 214p)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으면 죽을 수 없는 뱀파이어라는 현실에, 양심의 가책보다는 살려는 의지가 더 강했던 엘리.
그러나 비단 살고자 하는 의지는 이들 속에서만 보여지는 것이 아니었다.  

"난.............사람은 안 죽여."
"그래, 하지만 죽이고 싶겠지. 죽일 수 있으면. 또 그럴 수 밖에 없다면, 너는 반드시 죽일 거야." 

(중략)

"벗어날 수만 있다면. 그냥 그렇게 되어버린다면. 누가 죽었으면 하고 바라기만 해도 정말로 그 사람이 죽는다면. 그래도 안 할 거야?"
"............절대 안 해."
"반드시 할걸. 그것도 재미를 위해서. 복수를 위해서. 난 어쩔 수 없으니까 하는 거야. 다른 방법이 없어서."
"하지만 그건............걔들이 날 때리기 때문에, 날 괴롭히기 때문에, 왜냐하면 나는.........."
"왜냐하면 넌 살고 싶으니까. 마치 나처럼." (본문 161p)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대부분은 소외계층이다. 이혼 가정이나 술에 취해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왕따를 당하는 오스카르나 직장에서 내몰려야했던 호칸 등 사회에서 내몰린 인물들을 통해서 살아가는 의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나 가족, 우정, 사랑 등을 통해서 삶과 개개인은 가치가 있음을 보여준다.
오스카르와 엘리의 우정 혹은 로맨스가 뱀파이어와 인간의 사랑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를 담고 있지만, 그 속에 담겨진 메시지는 잔잔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처음 1권을 읽기 시작했을 때 그들에 대한 묘사나 삶이 유쾌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여운을 남겨주기 위해서였나보다. 그 의미를 알고 난 뒤에야 1권의 이야기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에야 웃음을 짓게 된 오스카르는 소외계층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멋진 삶을 영위하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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