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토끼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7
존 업다이크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돌아온 토끼><토끼는 부자다><토끼 잠들다>로 완결되는 존 업다이크 대표작인 이 시리즈는 이 책 <<달려라, 토끼>>로 시작되었다. 2005년 타임 선정 '20세기 100대 영문'소설로 선정된 이 시리즈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흥미로움 때문에 읽게 되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용의 고조가 없이 완만하면서도 김빠진 콜라처럼 싱거운 느낌이 든다. 이야기에 열중할 수 있는 포인트도 없었을 뿐더러, 그래도 좀 나은 결과를 기대했던 부분에서도 실망감을 느껴서인지 책을 덮은 뒤 맥이 빠진 작품이었다.

존 업다이크는 20세기 미국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중의 한 명이라고 하는데, 이 시리즈로 두 번의 퓰리처상을 수상한 것을 볼 때,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내가 느낀 것보다는 훨씬 더 큰 것이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크게 와 닿지 않았던 것은, 그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섹스 쪽에 비중을 두어 표현하고 있었기 때문은 아닌가 싶다.

30대 후반의 내가 인생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논할 수는 없지만, 삶의 무료함을 느껴 일상의 일탈을 생각해 보기도 했으며, 30대에 들어선 후에는 20대, 소위 말하는 잘 나가던 때와는 다른 내 모습에 좌절을 느껴보기도 했다.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기에, 그나마 주인공의 심리를 이해하는 데 조금은 보탬이 되었고, 밋밋한 내용이었지만 주인공의 탁월한 심리 묘사에 매료될 수 있었던 거 같다.

 

<<달려라, 토끼>>는 미국 사회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그 내부에서 느끼는 문제를 다룬 작품으로, 평범한 세일즈맨인 해리 앵스트롬이 자신이 삶에 대한 공허함을 느끼고 일상으로부터 벗어나는 과정과 심리를 담아내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전도유망했던 농구선수였으나 졸업 후 잡화점에서 주방용품을 선전하는 일을 하고 있는 해리는 펜실베니아에서 다섯번째로 큰 도시인 브루어 교외에 있는 소도시 마운트저지의 윌버 스트리트에 살고 있다. 188cm의 큰 키의 해리는 하얀 얼굴의 폭, 파란 홍채의 창백함 때문에 래빗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여느 때처럼 퇴근 후 집에 돌아간 래빗은 예쁘기를 그만두어버린 것 같은 만삭의 아내가 술에 취한 모습을 보게 된다. 어머님 댁에 있는 2살인 아들 넬슨과 처가집에 주차된 차를 가지러 가야했던 래빗은 그렇게 일상으로부터 멀어진다.

일탈을 꿈꾸었던 래빗은 농구 선수였던 감독을 만나게 되고, 감독의 소개로 루스를 만나 즉흥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다.

래빗은 고등학교 선수시절, 농구를 잘했던 자신에 대한 우월감을 버리지 못하고 있기에, 현재의 평범한 삶에 적응을 하지 못했고, 지난 날의 화려한 명성을 너무도 그리워한다.

 

"나도 한때는 괜찮은 일을 했지요. 일류 농구 선수였습니다. 정말 그랬어요. 어떤 것에, 그게 뭐가 되었든, 어떤 분야에서 일류가 되면 이류가 되는 게 뭔가 감이 잡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재니스와 내가 해온 그 웃기는 일, 그건 정말 이유였단 말입니다." (본문 153p)

 

래빗은 그렇게 평범했던 일상과 가정을 버리고, 루스와의 불륜 생활을 시작한다.

래빗은 옷을 가지러 집에 갔다가 목사인 잭 에클스를 만나게 되는데, 잭 에클스는 미국의 60년대 중산층, 성직자가 가지고 있는 위엄과 전형적인 교리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 역시도 래빗이 과감하게 결행했던 이탈에 대한 부러운 속내가 엿보인다.

두달 여간의 불륜 생활 속에서 래빗은 재니스의 출산 소식을 접하게 되고, 자신의 이탈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게 되고, 함께 했던 루스에 대한 죄책감없이 그녀를 떠나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그는 자신의 죄 때문에 재니스나 아기가 죽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의 죄는 도주, 잔혹, 외설, 자만이 뭉쳐진 덩어리. 출산의 내장 속에 구현된 검게 엉긴 덩어리. 그의 창자는 이 덩어리를 내보내려고, 수축하려고, 원상태로 돌아가려고 뒤틀리지만 (생략) (본문 282p)

 

딸의 출생과 재니스의 용서로 가정으로 돌아온 래빗은 제자리를 찾은 것에 대한 행복을 느끼지만, 재니스의 출산과 양육으로 원만하지 못한 성관계로 갈등을 겪게 되고, 래빗의 갈등으로 재니스는 만취 상태에서 큰 실수를 범하게 된다. 그것으로 래빗은 다시한번 가정을 버리고 루스를 찾아간다.

 

그가 균형을 잡으려던 것들은 무게가 없다. 갑자기 그의 내부가 아주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빽빽한 그물 한가운데 있는 순수하고 텅 빈 공간이다. 모르겠어. 그는 루스에게 계속 그렇게 말했다. 그는 모른다. 뭘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 무슨 일이 벌어질지. 그의 모른다는 생각이 그를 무한히 작게, 잡는 것이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 같다. (본문 436p)

 

저자 존 업다이크는 교외에 사는 미국인들의 불륜 등 결혼생활의 불안정성을 다루는 작가로 유명해졌으며, 사회적 관습의 붕괴에 내재한 혼란과 자유의 묘사는 많은 논란(본문 442p)을 불러일으켰다고 하는데, 그의 이런 묘사가 이 작품에 많이 수록되어있다. 현재 출간되는 소설과는 크게 다르지 않은 묘사지만, 1960년대 당시 이 작품은 큰 화제가 되었으리라는 것은 작품의 묘사를 통해서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해리의 감독이었던 토세로의 모습은 나약하고 능력없는 노인에 불과했으며, 뇌출혈로 인해 기억력조차 온전하지 않지만, 그는 해리에게 충고한다.

 

"옳으냐 그르냐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야. 우리. 우리가 만드는 거야. 불행을 막기 위해. 변함없이, 해리, 변함없이. 불행은 그것을 따르지 않는 데서 나와. 우리 자신의 불행은 아니지. 처음에는 우리 자신의 불행이 아닌 경우가 많아. 그런데 이제 너도 너 자신의 인생에서 그런 예를 하나 본 거야." (본문 397p)

 

이 작품은 미국이 물질적인 발달로 인해서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가 왔던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사회적 변화에 따라 사람들은 자신을 표출하게 되었고, 불륜이나 관습이 붕괴되었던 시기였다. 래빗은 바로 그 시기를 살아가는 인물로 그 시대를 표현하는 인물일지도 모르겠다. 쳇바퀴 돌아가듯 똑같은 생활, 무료함으로 누구나 한번쯤은 이탈을 꿈꾼다.

"내가 나 자신이 될 배짱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대신 대가를 치러준다는 거야."(본문 214p) 해리는 이렇게 말하지만, 나 자신이 될 배짱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내 스스로가 만들어가야한다.

 

"인생은 계속되어야 해. 우리에게 남은 것을 가지고 계속 나아가야 해."(본문 389p)

래빗은 달린다. 그의 인생은 그가 느꼈던 그 무료한 일상을 다시 시작하려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달린다. 인생은 계속 되어야만 하니까.

우리도 이탈을 꿈꾸고, 무료함에 새로운 삶에 대한 동경을 갖는다. 희망을 기대하고 이탈한 삶에서 래빗은 또다른 현실 속으로 돌아왔다. 그가 추구했던 희망이라는 것은 현실에 대한 도피였지만, 결국 그가 돌아올 곳은 현실뿐이다. 우리는 도피가 아닌 삶에 대한 희망을 갖고 달려야함을 래빗은 너무도 처절하게 보여주었다.

내게는 좀 따분하고 지루하게 다가온 책이었지만, 저자는 인생의 깊이있는 의미를 담아두었다고 생각한다.

한가지 덧붙히자면, 그의 이야기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것에 대한 내 무지함으로도 그가 담아놓은 심리적인 묘사는 탁월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문학가라는 그의 칭호는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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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는 날 - 오늘의 일기 보림 창작 그림책
송언 글, 김동수 그림 / 보림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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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작은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다. 큰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고 6년만이었다. 취학통지서를 받으니, 걱정과 함께 우리 아이가 이만큼 컸구나~하는 대견한 마음도 함께 들었다. 취학통지서를 받고부터는 아이와 달리 엄마인 내 마음이 급해져서, 이것저것 아이에게 가르쳐보았다. 그림을 그려보게 하고, 수학 문제집도 풀어보게 하고, 줄넘기도 가르치고, 학교에서 지켜야 할 규칙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주었고, 반찬 투정이 심한 아이가 학교 급식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밥 먹는 것도 알려주어야했다.

요즘 초등학교 1학년은 왜이렇게 해야할 것이 많은지 투정을 하다보니, 어린시절 내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가 떠올랐다.
7살에 취학통지서가 나올지 몰랐던 엄마는 부랴부랴 ㄱ,ㄴ,ㄷ..을 가르쳤고, 1,2,3...숫자를 쓰게하셨다. 내 이름 석자 쓸 줄 알게 되었을 때, 엄마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입학할때는 왼쪽 가슴에 손수건을 달고 가야했다.
오후반과 오전반으로 나뉘어져있던 그 때, 오후반이면 아이들과 고무줄놀이, 땅따먹기 놀이를 하며 수업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곤 했다. 지금도 기억이 난다. 1학년 14반 4번.
두 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킬 때마다 나는 이렇게 내 어린시절 초등학교 입학할 때를 떠올리곤 한다.

<<학교 가는 날>>은 나와 내 아이들의 초등학교 입학할 때를 떠올리게 하는 그림책이다. 처음 책을 무심코 읽을 때는 잘 몰랐는데, 나중에 결말에 가서야 이 책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 무엇인가를 알게 되었다. 이 그림책은 '오늘의 일기'라는 구성으로 두 어린이가 입학통지서를 받는 날부터 입학을 하고, 학교를 다니면서 느낀 즐거움을 일기로 기록하고 있다.
두 어린이의 관계에 대해서는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반전'이라고 하면 반전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살짝 비밀로 해두고 싶다. 그래야 이 그림책이 가지고 있는 '재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을테니 말이다.

두 어린이의 이름은 '구동준'과 '김지윤'인데, '입학'이라는 똑같은 주제를 가지고있지만, 60년대와 2000년대라는 시기적인 차이로 인해 서로 다른 생활과 다른 생각 등을 보여주고 있다.
동준이는 통장 아저씨가 건네 준 입학통지서를 받고 두근두근 콩닥콩닥 가슴이 뛰었다.
지윤이는 아파트 경비실 아저씨에게 입학통지서를 받고, "학교에서 김지윤을 보고 싶어 한대!"라며 설레여했다.
입학통지서를 받은 가족들도 설레임과 대견스러움으로 아이를 축하해주었는데, 서로 다른 가족의 모습이지만, 입학을 축하하는 마음과 설레임, 아이에 대한 대견한 마음만은 같은 듯하다.

입학통지서를 받은 후, 동준이와 지윤이는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동준이는 날마다 공터에서 해 저무는 줄 모르고 놀았지만,
지윤이는 병원 가서 홍역 주사를 맞았고, 혼자 옷 입기, 옷 벗기, 옷 개기 연습을 해야했다.

"학교에 가려면 혼자 할 줄 알아야 해."
엄마는 잔소리쟁이!

이제 새해가 되었고, 몇달 후면 입학을 해야한다.
설날 동준이는 흐뭇한 눈길로 바라보는 아버지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고,
지윤이는 입학 선물로 세뱃돈을 엄청 많이 받았다. 더욱 강해진 자본주의 사회의 특성이 이런 부분에서도 드러나는 듯 하다.

입학식이 가까워지자, 동준이는 형이랑 누나랑 책을 읽고 숫자 세기 연습을 했고
지윤이는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놀이를 하면서 학교 규칙에 대해서 놀이를 통해 배워갔다.
초등학교 입학을 준비하기 위해, 동준이는 책가방을 구입했고, 지윤이도 책상을 들여놓고 방을 새로 꾸몄다.

드뎌 학교 가는 날,
선생님이 무서울까 봐 심장이 펄떡펄떡 뛰는 동준이와 선생님이 어떤 분인지 너무너무 궁금한 지윤이는 그렇게 엄마 손을 꼭 잡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학교에 갔다.
동준이는 1학년 2반이 되어 선생님한테 혼날까 봐 앞만 보고 나무처럼 서 있었고,
지윤이도 1학년 2반이 되었지만, 할아버지 선생님을 만나 좀 실망스러웠다.

"학교 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노래를 부르고 율동을 배우는 동준이와
"우리들은 일 학년 어서어서 배우자. 구경하는 참새들아 같이 배우자." 노래와 율동을 배우는 지윤이는 그렇게 학교 생활을 재미있게 시작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선생님이 무섭지 않아 다행인 동준이, 그림책을 읽어주셔서 할아버지 선생님이 좋은 지윤이는 선생님께 칭찬을 받으며 재미있는 학교 생활을 보냈다.

학교에 입학하는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마음이 너무도 생생하게 그려진 그림책이다. 곧 새해가 시작되면, 아이들이 입학통지서를 받게 될 것이다.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초등학교 입학하는 것에 많은 걱정이 있을 것이다. <<학교 가는 날>>은 두 어린이가 쓴 일기를 통해서 아이들의 마음을 다독여준다. 걱정과 달리 좋은 선생님을 만나고, 칭찬을 받고, 새로운 친구를 만날 수 있는 초등학교 입학이 생각처럼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두 아이가 잘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 활자에 집중해서 책을 읽을 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두 어린이의 관계를 알게 되면서 첫 페이지부터 삽화와 함께 다시 한번 책을 읽어보았다.
1960년대와 2000년대의 입학 분위기가 비교되어 그려진 이 그림책은 두 세대간에 달라진 사회적 분위기와 교육환경을 보여줌으로써, 아이들에게는 부모세대를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부모들에게는 아이들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동준이를 통해서 내가 입학하던 때를 떠올리게 되고, 지윤이를 통해서 우리 아이들이 입학하던 모습을 떠올려보았다. 경쟁과 학업에 바빠진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동준이처럼 해가 저물도록 놀 수 있었던 오래전 사회분위기가 문득 그리워진다. 우리 아이들이 치열한 학업보다는 보다 즐거운 학교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교육환경이 조성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사진출처: '학교 가는 날'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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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레에게 일어난 일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티너 모르티어르 지음, 신석순 옮김, 카쳐 퍼메이르 그림 / 보림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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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예쁜 삽화를 담은 표지를 보면서 마레에게 어떤 즐거운 일이 생기려나? 호기심이 생겼다. 커다란 나무 위에 앉아있는 마레는 다람쥐와 새와 친구가 되어 행복한 듯 보였는데, 막상 책을 읽은 후에는 이야기 속에서 전해지는 슬픔, 감동 등이 밀려와 진한 여운을 남겼다. 굉장히 묵직한 주제를 가지고 있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암울한 느낌이 없는데다, 마지막 결말은 오히려 잔잔한 미소를 짓게 되는 작품이다.

<<마레에게 일어난 일>>을 읽다가 나는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외할머니를 떠올리게 되었다. 외할머니는 중풍으로 쓰려져 반신불수였는데, 혼자 쓸쓸히 계시다가 나와 동생이 가면 너무도 좋아하시곤 하셨는데, 이제는 너무도 아련해져버린 외할머니의 얼굴이 오늘따라 보고싶어졌다.

참을성이 조금도 없는 마레는 태어나는 것도 급했다. 태어난 지 여섯 달이 되어서는 정원을 이리저리 돌아다녔고, 늘 배가 고픈 마레가 처음 한 말도 '엄마' '아빠'가 아닌 '과자'였다. 그런 마레에게 가장 친한 친구는 할머니였는데, 할머니도 마레처럼 참을성이 없고 먹성도 좋았다. 마레는 할머니와 정원을 뛰어다녔고, 과자를 먹었다. 할머니와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고, 과자 부스러기와 설탕으로 손이 온통 끈적끈적해질 때까지 과자를 실컷 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가 쓰러졌고, 마레가 얼른 일어나라고 해도 할머니는 아주 깊이 잠들어 있었다. 어느 날 아침, 할머니가 잠에서 깨어났지만, 할머니는 깊이 잠든 사이에 많은 것들을 까맣게 잊어버렸고, 과자를 먹는 법도, 신이 나게 뛰는 법도, 이야기하는 법도 모두 잊었다.

'어떻게 된 거야? 왜 갑자기 할머니한테 모든 일이 이렇게 어려워져 버린 거야?' (본문 中)

할머니는 하루 종일 텔레비전만 멍하게 바라보았고, 마레는 텅 빈 벽을 채우려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할머니가 '꼬' 소리를 내면 마레는 닭을 그렸다.
할머니가 '스'라고 하자, 마레는 '스테이크'라는 것을 알았지만, 엄마는 할머니가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했고, 할아버지도 알아듣는 척만 할 뿐이었다.
하지만 마레는 할머니가 하는 말을 정확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할머니 눈을 보고 글자를 하나하나 천천히 읽어 낸 것이다.

그런데 얼마 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폭신한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는 할아버지는 누군가에게 재미난 이야기를 들은 듯 빙그레 웃고 계셨지만, 아무 말도 없고 꿈쩍도 안 했다.
할머니는 눈시울이 촉촉지 젖는가 싶더니 두 볼과 원피스까지 젖어버렸고, 할아버지가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머리카락을 꼭 한번 어루만지고 싶다고 말했지만, 간호사들은 안 된다고만 했다.

"저리 비켜! 너희들이 도와주지 않겠다면, 우리끼리 갈 거야!" (본문 中)

마레는 할머니가 앉은 휠체어를 할아버지 가까이 밀었고,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안녕"이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마레를 바라보며 생긋 웃으며 말했다. "과자"라고.

<<마레에게 일어난 일>>은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 할머니를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이야기이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할머니를 대하는 가족들의 반응은 각각 다른데, 마레만이 할머니의 마음을 진심으로 헤아리고 교감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할머니가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마레만이 제대로 된 이야기가 없이도 할머니의 눈을 통해서 교감하고 이해한다.
마레 역시 할머니가 쓰러졌다는 것을 믿지 않으려했고, 달라진 할머니의 모습이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마레는, 달라진 할머니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이해했으며 할머니의 마음을 보려고 애썼다.
가족에게 일어난 끔찍한 일은 아이들에게는 다소 힘들고 어려울 수 있다. 가족에게 닥친 슬픔이나 죽음은 아이들에게는 받아들이기 벅찬 일이다. 이 그림책에서 돌아가신 할아버지에게 '안녕'이라고 말하는 할머니의 모습을 통해 죽음이라는 것이 단지 슬픈 일만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함께 전한다.

이 책은 알츠하이머(치매), 죽음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소통과 가족에 대한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특히 이 그림책에서는 삽화 역시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 할머니가 쓰러진 부분이나 할아버지의 죽음을 나타내는 슬픈 장면에서는 다소 어두운 색을 써서 아이들에게 슬픔이라는 감정을 이해시켰으며, 할머니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는 눈과 귀를 그려넣지 않음으로써 그들이 진정한 소통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명기하고 있다.
무겁고 슬픈 이야기지만, 마레와 할머니의 진정한 교감이 이루어지는 과정과 할어버지와의 작별을 통해 이야기는 슬픔을 벗어나 아름다운 감동을 선사한다.
할머니의 이야기를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엄마, 알아듣는 척 하는 할아버지, 안 된다는 간호사들 그리고 할머니의 눈을 보고 알아듣는 마레를 통해 '진정한 소통''교감'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감동과 의미를 선사하는 <<마레에게 일어난 일>>는 진한 여운을 주는 작품으로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꼭 권하고 싶은 작품이다.

(사진출처: '마레에게 일어난 일'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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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부끄럽지 않은 밥상
서정홍 지음 / 우리교육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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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작가의 <지리산 행복학교>를 읽으면서 나도 이렇게 자연과 벗삼아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다.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면 공기 좋은 시골에서 남편과 오붓하게 작은 텃밭을 키우며 살아야겠다는 작은 소망도 가져보았다. 그런데 <<부끄럽지 않은 밥상>>을 읽으면서 나의 소망이 너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나는 욕심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도시의 문물을 쉽사리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꼬집어 주었기 때문이다.

<58년 개띠>시인 서정홍은 1992년 무렵 우연히 접한 신문 기사 몇 줄 때문에 남은 삶을 농사지으며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 기사내용은 이십 여년 간 우리 밀밭이 사라져 시중에서 우리가 구할 수 있는 밀가루와 제품들은 거의 수입 밀로 만들었으며, 그 수입밀이 농약과 방부제 범벅이라 벌레들마저 먹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이 기사를 읽은 후 농촌과 관련된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우리밀살리기운동'을 하면서 농약과 화학비료를 뿌려 대는 관행 농법을 버리고 생명 농법(친환경 농법)으로 바꾸기 위해, 마을마다 작은 생산 공동체를 만드는 일이 가장 소중한 일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10여 년간의 농촌관련 일에서 더 나아가 작은 산골마을에서 '철없는 농부'가 되었다.

 

<<부끄럽지 않은 밥상>>은 농부시인 서정홍님이 농부가 되면서 여전히 따스함을 주는 시골 이웃의 정, 농촌 살리기의 절실함과 필요성 등을 시와 사진과 함께 담아냈다.

그는 농사를 지으면서 '귀한 것은 천한 것을 근본으로 하고, 높은 것은 낮은 것을 바탕으로 한다.'(본문 49p)는 것과 세상 모든 갈등과 죄는 사람이 자연에서 멀어지면서 생겨나는 것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가난한 사람만이 가난한 사람을 살리고, 가난한 사람만이 아이들을 살리고 세상을 살릴 수 있다며 농촌이 살아 있어야하는 이유를 일깨운다. 특히 병원에 입원해서 알게된 아이들과 젊은이들이 병실에서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가며 힘겹게 살고 있는지, 경제 성장이란 괴물에 홀린 탓에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기계에 몸을 빼앗겨 장애인으로 살고 있는지를 알아가면서 경제 성장의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호박 넝쿨이 막 뻗어 나갈 때는 건들면 안 되네. 함부로 건들면 호박이 열리지 않아. 사람도 마찬가지지. 아이들이 한참 자랄 때 잘못 먹거나 스트레슨가 먼가 받으면 자랄 수 없어. 그때는 동무들과 산과 들로 뛰어다니며 놀아야 쑥쑥 크는데, 책상 앞에만 앉혀 두니 어찌 제대로 자라겠나." (본문 123p)

 

고등교육을 받고, 자녀를 위한 이런저런 강연회를 다니며 자녀교육에 열의를 보이는 요즘 엄마들보다 많이 배우지 못했어도 자연 속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우리 농부들에게서 '올바른 길'이 무엇인가를 알아간다.

그러나 자연 속에서 배운 삶의 이치와 지혜를 깨달은 이들에게도 현실은 큰 고통이다. 농촌이 살아야 우리 모두가 살수 있다는 진실을 보지 못하고 생명의 깃든 소중한 땅을, 땅으로 보지 않고 투기 대상으로 여기는 몹쓸 사람들과 농산물 수입으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조차 제 목숨을 살려 주는 음식보다 옷이 더 소중하다고 하는 요즘 사회를 보며 저자는,

 

결국 돈을 쫓아서 살아온 것은 아닌지요? 돈만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찰떡같이 믿으며 살아온 것은 아닌지요? 겨레의 '생명 창고'인 우리 농촌이 무너지는 걸 두 눈으로 보면서도, 우리가 함부로 먹고 마시고 버린 죗값으로 환경이 오염되어 아이들이 병들어 가는 줄 알면서도, 모른 척 살아온 것은 아닌지요? (본문 189p)

 

라며 되묻는다. 욕심을 버려야 평화를 찾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가장 소중한 것이 돈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는 이 못난 관념때문에 저자의 말처럼 몸과 마음에 병이 들어간다.

일년에 한번 이웃들과 찜질방을 가고, 일을 하다 막걸리 한잔을 하면서 온갖 시름을 다 벗어버리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행복은 가진 자가 아니라 갖지 못한 자가 느낄 수 있는 특권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생각과 처지는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누리고 싶어서 귀농을 했습니다. 메마른 도시에서 받은 깊은 상처를 씻고 자연을 닮아 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저절로 신바람이 납니다. (본문 203p)

 

손에 쥐고 있는 욕심을 놓지 못하고, 경제 성장과 과학의 발달이 준 문명의 편리함과 풍요로움을 쉽게 포기할 수 없어 오늘도 이 많은 것들을 쥐고 있으려니 마음은 늘 불편함과 불만족으로 가득차 있다.

"서로 속이고 서로 눈치 보며 서로 경쟁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복잡한 도시에서 사는 것 자체가, 자연과 사람에게 죄" (본문 5p)가 된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이 복잡한 도시에서 떠날 준비를 하지 못한다.

대신 이렇게 <농부 시인의 흙냄새 물씬 나는 정직한 인생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 마음 속에 자연을 담고, 정을 담아본다.

메마른 마음에 신바람나는 이곳의 정취가 욕심을 조금 덜어내게 한다. 가끔은 이렇게 흙냄새 나는 책을 읽음으로써 욕심과 상처로부터 조금은 벗어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비록 '나도 농부가 되겠다'라는 결심을 하진 못하지만, 우리 농촌의 현실과 농부들과 자연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면서, 우리 농산물을 애용해야겠다는 결심을 해본다.

농부시인 서정홍님과 같은 분이 계셔서 아직 우리 농촌에 희망이 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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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셜록 홈스와 붉은머리협회 동화 보물창고 41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시드니 에드워드 파젯 그림, 민예령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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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읽었던 보물창고에서 출간된 <명탐정 셜록 홈스와 얼룩무늬 끈>를 통해 저자 아서 코난 도일은 상상력의 가치를 보여주었다. 뛰어난 상상력으로 사건을 해결해가는 셜록 홈스를 통해 보여준 상상력의 가치는, 1926년 유명한 범죄 소설 작가인 아가사 크리스티가 실종되었을 때 경찰이 실제 코난 도일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것으로 이미 오래전에 인정받았다.

이 시리즈가 가진 또 하나의 매력인 셜록 홈스 캐릭터는 100년도 한참 지난 최근에 200번이 넘게 영화 속 인물로 그려져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고 하는데, 더욱 놀라운 것은 셜록 홈스를 실제 인물로 착각하여 사건을 의뢰하는 편지가 매일 수북히 쌓였다고 하니 당시 홈스가 가진 인기는 최고였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특히 작가 코난 도일이 1893년 폭포에서 떨어져 죽는 것으로 셜록 홈스 시리즈를 마무리 지으려하였으나 독자들의 항의로 인해 결국 몇년 뒤 홈스가 다시 부활했다고 하니 그의 인기가 얼마나 많았는지 짐작되고도 남는다.

홈스의 탄생으로부터 100년이 지난, 과학의 발달로 많은 것이 변화한 지금 읽어보아도 사건의 구성이나 인물의 캐릭터가 전혀 촌스럽거나 미약하지 않은 것을 볼때, 이 시리즈는 추리소설 분야에 큰 획을 그은 작품이라해도 좋으리라.

1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사랑받은 셜록 홈스 시리즈는 누구나 한 번쯤은 접해본 작품인데, 내가 어린시절 읽었던 작품을 내 아이들과 함께 읽는 것은 또다른 즐거움을 준다.

 

셜록 홈스 시리즈를 읽을 때, 많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언급하는 것이 바로 홈스의 '뛰어난 추리력'으로 손꼽지만, 홈스와 왓스과의 관계 역시 이 시리즈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다. 사건을 해결해가는 홈스를 도와주는 외과 의사 왓슨도 사건마다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이기 때문이다. 가끔은 사건의 내용을 너무 감성에 치우쳐 작성했다는 홈스의 지적을 받곤 하는데, 자신의 단점을 지적해주는 홈스의 말을 수용하고,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는 왓슨이 있었기에 두 사람의 관계가 오랫동안 유지되었던 것은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특이한 경험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두 사람의 공통점 덕분에, 독자들 역시 기묘한 사건과 만날 수 있는 독특한 체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두 사람의 환상적인 조합은 수많은 콤비 중에 단연 으뜸이 아닌가 싶다.

 

"'신기한 일이나 놀라운 사건을 찾고 싶다면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찾아야 한다.' 일상생활은 어떤 특별한 상황, 심지어는 상상으로 만든 상황보다 훨씬 더 괴상하고 엉뚱한 사건을 감추고 있기 마련이라고 말이네." (본문 8p)

"기괴한 사건은 언제나 커다란 범죄보다는 작은 범죄 안에 감춰져 있는 법이거든. 심지어 범죄가 있었는지조차도 모를 정도로 작은 범죄를 틈타 그냥 덮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단 말이지." (본문 9p)

 

<<명탐정 셜록 홈스와 붉은머리협회>>에서는 표제작 '붉은머리협회'외에도 '해군 조약문''춤추는 인형''브루스 파핑턴 설계도' 총 4개의 사건이 수록되고 있는데, 사건의 발단은 기괴하기는 하지만 소소한 사건이 아닐까 싶어보이지만, 정작 사건을 파헤쳐봤을 때는 아주 커다란 사건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사건은 국제적으로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굵직한 사건들이다.

표제작 <붉은머리협회>는 쉽게 돈을 벌 수 있었던 '붉은머리협회'가 갑자기 문을 닫은 것에 대한 궁금증을 느낀 붉은머리를 가진 윌슨의 의뢰로 사건이 시작되는데, 사건이 밝혀져가는 과정에서 거대한 범죄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 대단한 추리력으로 멋지게 사건을 해결해가는 내용을 담아냈다.

[해군 조약문]은 어린시절 왓슨의 친구이자 외삼촌의 도움으로 현재 외교부에서 일하던 '올챙이' 퍼시가 외삼촌이 맡긴 영국과 이탈리아 사이에 오간 비밀 조약서의 원본을 잃어버리면서 시작된다. 국제적인 문제에 연류된 사건을 해결하는 홈스의 추리는 놀라움을 자아낸다.

[춤추는 인형]은 아이들의 낙서 같은 그림을 보며 두려워하는 아내를 돕기 위한 영국 신사 큐빗 씨의 의뢰로 사건을 진행한다. 내가 지금까지 읽어왔던 홈스의 사건 중 처음으로 의뢰자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안타까운 결말이었지만, 홈스가 사건을 해결함으로써 이야기는 따뜻한 결말을 얻어낼 수 있었다.

[브루스 파핑턴 설계도]는 [해군 조약문]과 마찬가지로 국가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군함의 설계도를 둘러싼 사건인데, 이 사건은 홈스의 형 마으크로프트가 사건을 의뢰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 사건은 홈스가 어렵게 사건을 풀어나가게 되는데, 영국을 구하는 이 일로 정부 및 여왕폐하까지 홈스에 의지하게 된다. 지금껏 접해온 사건 중 가장 난해한 사건이었지만, 홈스는 또 한번 사건을 해결하면서 왓슨의 말대로 '인류의 은인'이 된다.

 

"왓슨, 형님이 여기에 오신다는 건 시내 전차가 철로를 이탈하는 것과 같은 의미야. 마이크로프트 형님은 언제가 노선을 따라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야." (본문 150p)

"아마 이 사건이 우리가 해결한 사건 중 가장 난해한 사건일 것 같네. 새로운 사실을 알아내면 또 다른 게 가로막고 있어." (본문 175p)

 

책을 읽는동안 나는 왓슨이 된 것처럼 홈스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홈스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홈스가 왓슨에게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를 들려줄 때야 비로소 나는 '와~!'라는 탄성을 지르게 된다.

홈스가 이처럼 정확하게 추리할 수 있는 것은 추리의 과정이 논리를 바탕에 둔 지적 활동이기 때문이다. 홈스는 낱낱으로 흩어진 사소한 증거들을 비틀어보고 되새겨보며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추론한다. (출판사 서평 中)

출판사 서평에는 이런 글귀가 담겨져 있다. 사건의 전말은 두뇌 게임과 마찬가지인데, 셜록 홈스 시리즈는 어린이 독자들에게 논리와 추론을 보여줌으로써 자극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셜록 홈스 시리즈를 즐기게 되는 또 하나의 매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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