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아들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72
로이스 로리 지음, 조영학 옮김 / 비룡소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뉴베리 상 2회, 보스턴 글로브 혼 북 상 수상 작가 로이스 로리의 청소년 SF소설이 드디어 완결 되었다. <기억 전달자><파랑 채집가><메신저>에 이은 <<태양의 아들>>이 바로 20년에 걸쳐 완성된 <기억 전달자>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다. 로이스 로리의 작품을 접하게 된 것은 <메신저>를 통해서였는데 그 흥미로움과 흡입력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메신저> 이후 만 2년 여만에 출간된 <<태양의 아들>>이 가지고 있는 흥미로움 역시 전작 못지 않다. 읽는내내 책에 빠져있는 나를 발견하곤 했는데, 430여 페이지의 두께에도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시리즈를 다 읽어보지 못해 알지 못했는데, 옮긴이의 말에 의하면 이 작품의 배경은 <기억전달자>이 사회에서 시작해서 <메신저>가 지향하는 사회에서 끝을 맺고 있다고 한다. <메신저>를 통해 맷티가 보여준 것은 타인에 대한 '사랑'이었고, <<태양의 아들>>에서도 역시 저자는 게이브의 재능을 통해 '이해'라는 '사랑의 본질'과 클레어를 통해 '모성애'를 이야기하고 있다. 흥미로움으로 시작해 흠뻑 취해 읽은 책에서 보여주는 감동은 더 아름다웠다.

 

 

각자의 역할이 정해져 있는 공동체 마을에서 열네 살 소녀 클레어는 열두 살에 출산모로 선발되었고, 지금은 점점 가혹해져만 가는 진통에 눈앞이 캄캄해지고 있었다. 점점 심해지는 격통 속에 클레어의 출산은 쉽지 않았고 결국 수술을 통해 상품을 꺼냈다. 클레어는 생산을 끝낸 다른 수정모와 달리 배에 흉터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이번 생산에 뭔가 어긋났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클레어는 어류 부화장으로 이동하게 된다. 클레어는 상품이 궁금했고, 생산 번호 36호인 남아이며 의료 상황이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아 괜찮다는 것을 알게 된다. 출산 이후 지독한 상실감을 느끼고 상품이 보고 싶다는 생각에 어류 부화장에서 일하는 동안 클레어는 기회를 노려 양육 센터에 가보게 되고 적응 부진인 자신의 상품인 36호를 만나게 된다. 클레어는 자자신이 가지는 이 감정의 정체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동안 필요한 사항들은 공동체가 모두 챙겨 주었기에 부족한 건 없었다. 전에는 뭔가를 갈망해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클레어는 자신이 출산일 이후로 내적 공허감을 채워 줄 뭔가를 너무도 절박하게 계속 갈망해 왔으며 그것이 바로 자기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공동체 마을의 사람들은 아무 감정이 없지만 클레어는 느낄 수 있었는데, 그것은 사람들이 복용하는 환약 때문이었으며 자신은 누군가의 실수로 제공받지 못한 탓이었다. 결국 클레어는 감정을 느끼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클레어는 36호를 돌보는 양육사와의 우연을 가장한 지속적인 만남으로 36호가 커가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적응부진아였던 36호가 배정식에서 선택받지 못하고 죽을 위기에 놓이게 되자, 양육사의 아들이자 선택받은 아이 조너스가 36호를 데리고 사라졌고, 클레어는 자신의 아들을 찾기 위해 타지마을로 향하는 보급선을 타게 된다.

 

엄청난 파도가 그녀를 덮치고 그녀는 주해안에서 뻗어 나온 반도가 고립된 지역을 형성된 마을로 떠내려간다. 자신의 이름 외에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 클레어는 그곳에서 노파 알리스의 도움으로 살아가게 되는데, 조금씩 기억을 되찾아가는 클레어는 자신이 아들을 찾기 위해 마을을 떠났었다는 것을 기억하게 위해 아들을 되찾기 위해 이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하지만, 고립된 이 마을에서 떠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다에 대한 두려움 탓에 깍아지른 절벽을 올라가는 길 뿐이었다. 클레어는 암벽을 오르는 데 성공했지만 정상에서 기막힌 상황을 겪고 다시 돌아온 아이나르의 도움으로 몇 해에 걸쳐 절벽을 오르는 방법과 힘을 기른다. 그리고 마침내 올라가게 된 정상에서 아이나르의 말처럼 거래 마스터라 불리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클레어는 자신의 아들을 찾고 싶다는 절박함으로 거래 마스터와 거래를 하게 되는데, 그것은 아들을 찾아주는 대신 클레어의 젊음을 가져가는 것이었다.

할머니가 되어 자신의 아들인 게이브를 찾게 되었지만, 가까이 가지 못하는 클레어는 몇 해동안 게이브 주위를 서성인다. 한편 조너스와 함께 살고 있는 게이브는 자신의 과거에 대한 궁금증으로 오래 전에 살았다는 공동체 마을로 가기 위해 배를 만든다. 바다의 무서움을 아는 클레어는 게이브를 위해 결국 조너스를 만나 과거를 밝히게 되고, 할머니가 된 클레어는 이제 죽음과 마주하게 된다.

 

아들을 찾기 위해 맺은 거래를 후회하지는 않았다. 다만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너무도 슬플 뿐이었다. 게이브에게 어울리는 건강하고 생기 있는 젊은 엄마 대신 죽음을 기다리는 꼬부랑 할머니가 되고 말다니. 칠 년 전 거래 마스터가 두 사람 모두에게 가한 끔찍한 장난인 셈이다. (본문 337,338p)

 

아들을 향한 애끓는 사랑과 연민으로 악마와 거래를 하게 된 클레어, 자신을 지켜보던 따뜻한 눈빛을 기억하고 과거의 장소로 가고 싶어하는 아들 게이브가 자신을 위해 젊음을 빼앗긴 엄마에 대해 알게 되고 자신이 가진 접혼 능력으로 악마와 싸우기 위해 나가는 과정이 너무도 흥미진진하면서도 감동적이다. 악마와의 싸움이 액션이 아닌 이해라는 과정으로 조금은 밋밋하게 끝나는 듯 해서 아쉬운 마음도 들었으나, 실상은 '사랑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전달하기 위한 장면이었음을 이해하게 되자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사랑, 모성애에 관한 감정이 더욱 진하게 전달되어었다.

 

"가라. 이건 네 여행이고 네 싸움이다. 용감해야 한다. 재능을 찾고 그 재능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거라." (본문 405p)

 

아들을 찾기 위해 몇 년동안 절벽을 오를 수련을 마다하지 않았던 클레어, 그토록 찾고 싶었던 엄마를 위해 악마와 싸우기 위해 나아가는 게이브의 모습이 너무도 애틋하다. 엄마이기에 클레어의 그런 끈질긴 노력이 크게 와닿으며, 모성애를 표현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액션이 아니었나 싶다. 앞선 두 작품을 읽어보진 못 했지만, <<태양의 아들>>에서 <메신저>에 등장했던 인물들과 다시 만나게 되는 즐거움이 있었다. 그런 탓에 <메신저>를 다시 들춰보기도 했는데, 기회가 되면 <기억 전달자>를 필두로 이 시리즈를 처음부터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 본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랑을 정의할 수는 없겠지만 사랑이란 타인을 이해하는데서 비롯되는 것은 아닐까? 내가 읽어본 <메신저><<사랑의 아들>>을 통해 로이스 로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사랑'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사랑이 없는 악 즉, 거래 마스터가 점점 증가하는 요즘, 공동체 마을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 사회를 빗댄 것은 아니었을까? 결국 우리 사회의 해답은 '사랑'이었음을 우리는 이해하게 될 것이다.

 

<태양의 아들>>의 거의 유일한 상징인 게이브의 재능 '접혼'은 그런 점에서 '사랑의 본질'이라 할 수 있지요. 바로 상대에 대한 '이해'를 뜻하니까요. 게이브는 조언자, 매튜 등에게 접혼함으로써 상대의 감정을 느끼고 사랑을 배워 나갑니다. 그리고 거래 마스터처럼, 사랑이 결여된 상태가 악이라는 사실도 함께 배우죠. (본문 434p)

 

(사진출처: '태양의 아들' 표지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전을 책임지는 책 - 모두 안전하게 자라서 어른이 되자 채인선 작가의 책임지는 책 시리즈 1
채인선 지음, 윤진현 그림 / 토토북 / 201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과주를 만드려고 모과를 손질하다가 칼에 손가락을 크게 베었습니다. 통증에 저도 모르게 비명이 새어나왔는데, 그걸 본 아들 녀석이 <<안전을 책임지는 책>>에서 읽었던 내용을 이야기하며 흐르는 물에 상처를 씻고 지혈을 하라고 하더군요. 어제 함께 본 책이었는데 용케 아들이 기억하고 말해주었습니다. 함께 책을 읽으면서 날카롭고 뾰족한 것에 주의해야한다고 말해주었는데, 본의 아니게 엄마인 제가 다치고 말았네요.


어린이들의 안전사고의 65.7%는 집에서 발생한다고 합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65.7%의 안전사고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지요. 많은 사고가 집에서 일어나기도 하지만, 요즘 우리 사회에는 무서운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어 아이들이 외출할 때마다 부모들은 많은 신경을 쓰게 됩니다. 아들이 등교할 때면 '사람조심, 차조심, 길조심'을 몇 번이고 이야기합니다. 아이는 다 안다고 자신있게 말하지만, 엄마의 마음은 결코 편하지 않죠. 그래서 더욱 스스로 대처할 수 있도록 많은 주의를 주게 됩니다. 위험한 상황에서 아이들은 당황하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에서 슬기롭게 벗어나고, 바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반복적인 학습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남자 아이라 활동량도 많고, 덤벙덤벙대는 아들 녀석, 하루하루가 정말 조마조마 합니다. 그런 아들에게 <<안전을 책임지는 책>>은 필독서입니다. 엄마가 다치는 사고에 아들이 빠르게 대처 방법을 알려주는 걸 보면서 오늘 아프기는 했지만, 마음이 조금 놓이듯 합니다.


<<안전을 책임지는 책>>에서는 안전은 똑바로 걷는 것을 시작으로, 날카롭고 뾰족한 것, 뜨거운 것 등의 사고와 대처방법 그리고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와 혼자 집에 있을 때 등의 다양한 상황에서의 슬기롭게 벗어나는 방법을 그림을 통한 친절한 설명으로 보여줌으로써 스스로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안전에 대한 의식과 지식을 전달합니다.

안전은 무엇일까요? 안전은 우리 몸을 다치게 할 만한 위험이 없는 것, 사고 날 염려가 없는 것을 말하지요. 그렇다면 다치지 않기 위해 무엇을 조심해야 하고, 어떻게 몸을 지켜야 할까요? 이 책은 페이지마다 펼쳐볼 수 있는 플랩으로 안전에 대해 재미있게 배울 수 있어요.



집안 곳곳에는 날카롭고 뾰족한 것이 많이죠. 학용품인 가위, 칼, 연필이나 우산도 위험해요. 조심해서 사용해야 하지만 혹시 베였을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플랩을 열면 대처방법을 그림으로 자세히 설명합니다.
가장 안전할 거 같은 집이지만,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불이 있는 가스레인지, 다리미, 전기밥통도 그렇죠. 데였을 때의 대처방법도 살펴 볼 수 있습니다.
넘어지거나 눈에 뭐가 들어갈 때, 코피가 나거나 귀에 뭐가 들어갔을 때, 가시가 박히거나 벌에 쏘이거나 벌레에 물리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간단한 응급 처치를 알고 있으면 주위에 어른이 없어도 치료할 수 있어요.



요즘 엄마 아빠가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는 바로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 조심해야 한다는 말일 거에요. 낯선 사람이 말을 건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집까지 안전하게 도착하는 어린이를 따라하다보면 무사히 안전하게 집에 올 수 있지요.



간혹 부모님이 안 계셔서 혼자 집에 있을때도 정말 걱정이 됩니다. 아이 혼자 있는 것을 알고 나쁜 사람들이 접근할 수도 있으니까요. 이럴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 어린이의 지혜로운 행동을 통해 배워보면 좋겠어요.



우리 아이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들을 그림을 통해 정말 잘 보여주는 책이네요. 어떻게 하면 예방할 수 있는지, 만약 위험한 상황이 닥쳤을 때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잘 표현된 책입니다. 아이들에게 정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책이에요. 더불어 어른들도 꼭 읽어봐야 할 책이기도 하지요.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어른인 저도 참 많은 것을 배운 듯 해요. 아이가 다치면 엄마인 저도 덩달아 당황하게 되는데, 이 책을 통해서 저도 지혜로운 방법을 배우게 되었네요. 아! 외출할 때 혹시 이랑 헤어졌을 때 만나는 장소를 미리 정하고 약속하는 것도 기억해 둬야겠어요. 여러모로 유용하게 잘 활용할 수 있는 책이라 참 좋네요.



모두 안전하게 자라서 어른이 되자!


(사진출처: '안전을 책임지는 책' 본문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결의 역습 - 청결 강박에 사로잡힌 현대인에게 전하는 충격적인 보고서
유진규 지음, 미디어초이스 방송제작 / 김영사on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2013년 3월 3일에 방송되었던 SBS 스페셜 <99.9% 살균의 함정>은 좋은 세균이 만들어 내는 기적과 좋은 세균이 사라지면서 생겨나는 재앙에 관한 충격적인 보고였다. 전염병은 급감하는데 면역질환은 왜 급증하는지에 대한 물음은 99.9%의 살균을 목표로 하는 이 시대의 청결문화가 우리 몸의 건강을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할 좋은 균들가지 모두 없애 버리고 있어 그로 인해 오히려 더 많은 질병을 얻게됨을 경고했다. <<청결의 역습>>은 다큐멘터리와 책으로 동시에 진행되었는데, 이 책이 바로 SBS 스페셜 <99.9% 살균의 함정>의 원작이다.

 

 

이 책은 건강 문제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온 방송 PD로서 아토피 피부염을 비롯해 음식 알레르기, 꽃가루 알레르기, 천식 같은 알레르기 질환이 왜 급증하는지에 대한 오랜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도대체 알레르기 질환은 왜 생기는 것일까?'라는 의문으로 다양하게 접근한 끝에 면역질환의 근본적인 원인에 근접하게 되고, 이후 장내세균의 불균형이 면역시스템의 불균형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을 직접 테스트해보기도 하는 끈질긴 열성에서 풀어낼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청결의 역습>>이 기획되었는데, 여기서 저자가 말하는 '청결'은 모든 세균을 혐오하고 배척하는 우리의 생활습관, 즉 '현대적 위생'을 의미(본문 8p)하고 있다고 한다.

 

현미경 속에서 꼬물거리는 그 작은 존재들을 하찮게 여기고 무시했던 우리는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세균과 바이러스도 몸의 일부라는 점을 보지 못한 의학계의 낡은 패러다임, 그리고 인간의 우월의식이 문제였다. 현대인의 재앙이라고 하는 각종 면역질환이 그래서 생겼다. 세상에 하찮은 생명은 없다. (본문 9p)

 

우리 몸에는 체세포 수의 10배에 달하는 100조 마리의 세균이 살고 있는, 이른 바 몸 자체가 세균 덩어리라 할 수 있는데, 이들 세균이 없이는 건강을 유지할 수 없다. 이에 세균들의 놀라운 역할에 주목해야 하는데, 이 책에서는 장내세균이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는 필수적인 존재임을 설득력있게 담아냈다.

 

고대 의학문헌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 현대에서 급증하고 있는 알레르기에 대해서는 풀리지 않는 의문들이 있다. 바로 '도대체 알레르기는 왜 생길까? 와 '불필요한 면역반응이 왜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가'이다. 수만 년간 정교하게 진화한 인체라는 시스템이 일으키기에는 너무나도 멍청한 오작동임에 틀림없는 알레르기, 그 면역계의 오작동을 일으키는 원인은 '청결한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그 중 하나가 기생충 제거였다. 이에 알레르기를 치료하기 위해 기생충을 몸에 지니게 하는 안전한 방법에 관한 연구가 이루어지기도 하고 있는데, 다양한 사례를 통해 위생 개념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면역체계가 생산하는 항생물질이 인체에 해가 되는 침입자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동시에 인체에 유용한 세균총은 해치지 않도록 하려고 인체의 신체와 박테리아는 서로 소통한다. (본문 99p)

 

우리 몸속에 살고 있는 고유의 균이 오밀조밀 잘 짜인 사회를 이루고 있으면 다른 균의 침입을 막는 가장 튼튼한 방벽이 되며, 비만과 당뇨에서부터 심장병을 거쳐 천식과 다발성 경화증 그리고 자폐증 같은 신경질환에 이르기까지 인간 미생물 군집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개인위생은 어디까지 필요한 것일까? 변기보다 400배나 많은 세균이 산다는 휴대전화에 붙어 있는 세균은 대부분 원래 그 주인의 피부에 살던 '원주민' 세균이기 때문에 상처에 들어가지만 않는다면 문제를 일이킬 일은 없으며, 생활용품에서 발견되는 세균은 대부분 우리 피부에 사는 미생물이기에 건강한 사람에게는 별다른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한다.

피부에 사는 유익한 세균은 상처와 악성 세균으로 생기는 염증을 억제하는 중요한 일을 할수도 있기 때문에 항균성 핸드젤이나 항균비누들은 피부 상태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하는데, 이런 용품은 독감의 전염을 막는데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과도하거나 오랜 기간 사용하면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하니, 그동안 엄청난 오류 속에서 생활하고 있었음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일상적인 항균 세정제를 사용하는 것은 과도한 청결입니다. 이런 것들을 사용하면 세균의 저항력만 키워줍니다."
"이런 정상적인 미생물조차 살 수 없게 만든다면 당신은 중요한 염증 조절 능력을 잃게 됩니다. 소독제를 무분별하게 남용함으로써 말이죠." (본문 184,185p)

 

세균은 우리 면역계의 공격력과 조절력 둘 모두를 훈련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위생적인 상태에서 생활하면 이전에 우리와 함께했던 오랜 친구들, 우리의 면역체계를 조절하는 데 영향을 주는 세균들을 접할 기회가 줄어들거나 사라지게 되므로, 우리의 지나친 청결 습관을 경계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우리는 유익균 양병책으로 위생보다는 공생을 중요시해야 한다.

 

 

건강한 생명체는 세균에 감염되지 않은 상태가 아니라 세균에 감염되어도 면역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여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인데, 인간의 면역력은 많은 세균들과 접촉을 통해 단련되고 더욱 강해진다고 한다.

다양한 실험 사례들을 통해 유익균이 만들어낸 놀라운 기적에 대해 일깨워준 청결 강박에 사로잡힌 현대인에게 전하는 충격적인 보고서인 <<청결의 역습>>을 읽는내내 고개를 끄덕이고, 아~하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우리 몸의 세균 생태계가 무너짐으로써 생기는 각종 면역질환으로부터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자연에 있다는 사실은 정말 너무도 당연한 일임에도 새삼 놀랍기도 하다. 유익균을 살리고 키우는 식단과 숲을 가까이하는 습관 그리고 잘못된 청결 습관을 바로잡음으로써 각종 면역질환의 재앙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다.

 

인간의 우월의식에서 비롯된 각종 면역질환에 대한 해답은 바로 <<청결의 역습>>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진출처: '청결의 역습' 표지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공원정대
배상민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배상민 작가의 작품은 <콩고,콩고>에 이어 두 번째 접하는 작품이다. <콩고, 콩고>는 작가의 첫 소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구성이나 내용면에서 탄탄한 면모를 갖추었던 작품으로 기억한다. 전작에서 작가가 주인공 부와 담을 통해 현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을 조금은 허황된 느낌을 주는 SF 장르를 선보였다면, <<조공원정대>>에서는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을 담아냈다. 그런 탓인지 전작보다는 이번 작품이 좀더 독자에게 어필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취업도 연대도 결혼도 생계도 난망한 이 시대 하류 인생들의 생태 보고서 <<조공원정대>>는 8편의 단편수록집이다. 이 작품에서는 사회의 모순적인 모습을 담아냈는데, 문학평론가 이경재님은 이 부조화야말로 배상민 소설의 고유한 단독성이라 평한다. 요즘말로 '웃픈' 사회의 모습이 이 소설에 잔뜩 배어나있어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그야말로 웃프게 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여기 수록된 단편들의 대부분은 IMF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그로인한 청년들의 실업, 비정규직 등으로 인한 아픔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안녕 할리]는 주인공 '나'가 엄마의 뜻대로 살아가는 현 청년들의 모습을 담았다. S라는 글자는 오직 Sex와 Sports로 귀결되던 때에도 엄마는 S대학과 S전자로 상징하는 자랑스러운 글자로 거듭나게 했고, IMF는 엄마들보다 더 확실한 선수들의 조련사이자 감독이 되어 주인공을 조련했다. 적성에 맞는 직장, 꿈은 먹고살 만한 집 자식들에게나 어울리는 말이었고, 그저 정규직이기만 하면 무조건 직장에 적성을 맞출 마음의 준비를 가져야만 하는 현실 속에서 비록 S대학과 S전자는 아니어도, K대학을 나와 L전자에 취직한 그는 일벌이나 개미에게 표정이 없는 것처럼 똑같이 지내야했고, 결국은 엄마의 뜻이 아닌 스스로의 뜻대로 오토바이 가게를 열게 된다. 하지만 오토바이 가게에서도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은 존재했고, 결국은 부끄럽지 않은 아들이 되기 위해 엄마에게 돌아가고 만다. 알파벳 S 글자 하나만으로도 자식을 성공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와 사육당하는 자식들, 그리고 꿈보다는 현실을 쫓아야 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굉장히 웃프게 그려낸 독특한 작품이다.

표제작 [조공원정대]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 사태에 따른 경기 침체로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주인공이 친구 만석, 칠성과 함께 소녀시대를 만나기 위해 서울로 상경하면서 토니, 제리, 티파니가 되어 레스토랑과 나이트클럽에서 일하게 되고 결국 서울에 자리잡게 되는 과정을 재미있게 그려냈다. 너무도 슬픈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그려낸 작가의 표현력이 빛나는 작품이다.

[유글레나]에서도 앞선 작품과 마찬가지로 주인공 '나'가 중간 정도로 공부하면서 중간 정도의 수도권에 있지만 그다지 알려지지 않는 대학을 다닌 후 인턴 사원을 전전하다 결국 야동을 다운받으며 자신의 유글레나를 감싸 쥐는 백수가 되고 마는 현실을 담았다. 여자친구 소라 역시 취직이 안되어 결혼을 하려 하지만, 결혼을 위해서는 직장이 필요한 아이러니를 맛본다. 청년실업으로 비참한 상황에 놓이는 청년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헤드기어 맨]의 주인공도 이들과 다를바 없다. 권투 선수였던 아버지가 남긴 유품인 헤드기어를 쓰면 자신도 알 수 없는 초능력이 생긴다고 믿으며 달동네에서 골목대장으로 살던 주인공은 이른 새벽부터 철거되는 집에서 나왔다가 놓고 온 헤드기어를 찾으러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가 자신을 지키려던 엄마의 죽음을 보게 된다. 눈앞에서 엄마와 보금자리가 부서지는 것을 지켜봐야했던 어린 시절,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주인공은 먹고살아야겠기에 철거 용역 일을 하게 된다. 어린시절부터 자신을 초능력으로 만들어주었던 헤드기어를 쓴 채.

[악당의 탄생-슈퍼맨과의 인터뷰]에서도 성공하기 위해서는 돈을 내야 사람을 구하는 슈퍼맨과의 인터뷰를 담아냄으로써 자본주의의 병폐를 담아냈다. 이 외에도 [미운 고릴라 새끼][아담의 배꼽]에서도 배상민 작가의 고유의 단독성을 엿볼 수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세상살이에 지친 하류들은 누렇게 뜬 얼굴로 오로지 자신의 길만 걸어가고 있었다. 내 눈에는 우리가 무엇엔가 내몰리는 좀비처럼 보였는데, 뒤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도 돌아보려고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이 소설들을 쓰기 시작했다. 우리 뒤에 무엇이 있는지 조금이라도 그려보고 싶었다. (본문 263,264p 작가의말 中)

 

<<조공원정대>>에서 깨알 같은 유머와 능청스러운 입담으로 보여준 우리 청년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모순 속에서 비롯되었다. 세상의 잣대로 바라보는 우리들은 그들을 하류인생이라 하겠지만, 그 모순 속에서 더 열심히 살아가려는 그들의 모습은 결코 하류 인생이라 말할 수 없었다. 좀비같았던 그들이 실은 그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꿈을 위해 무던히 노력하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 비로소 느끼게 된다. 웃으면서도 슬픈, 그러나 결코 웃을 수 없었던 작품이었다.

 

(사진출처: '조공원정대' 표지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태양의 인사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6
김경해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들의 상황이 어른들에 의해 비롯되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어 읽는내내 불편했던 책이다. 부모에게 버려지거나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시설에 맡겨진 소년들의 일탈을 누구에게 탓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갖으려는 그들을 보면서 먼저 산 사람으로서 나는 미안한 마음 뿐이었다.

 

그대들, 부모들은 아는가. 폭력 전이의 위대함을. 폭력은 그대로 몸 전체에, 뇌세포에까지 스며들어 언젠가 다시 삐져나오게 된다는 것을. 늙은 아비를 때리는 패륜아는 아마도 그 늙은 아비의 폭력을 간직하고 있었을 것이다.

잘라도 계속 자라나는 도마뱀의 꼬리처럼 징그럽고 무서운 폭력의 전이. 나는 두렵기도 하다. 내 안을 점령하고 있는 그 폭력의 세포들이 어느 날 갑자기 증식해서 거대하게 자라날까 봐. (본문 157p)

 

폭력으로 얼룩진 가정에서 시설로 오게 된 태양이는 공식적인 가출 기록만 93번을 가지고 있는 가출의 달인이다. 힘과 돈으로 서열이 정해지는 어른들의 세계와 달리 무조건 힘으로만 서열이 정해지는 아이들의 서열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는 태양이는 학교 울렁증으로 중학교는 검정고시로 통과하고 최소한 고졸은 되야한다는 생각에 고등학교에 입학하지만 결국은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 태양이는 오타쿠라 불리는 아이의 19금 만화를 보는 일로 하루를 보내곤 하는데, 수요일마나 컴퓨터실에서 실시되는 인터넷 학습 시간에 이러닝을 로그인 했다가 나사랑이라는 낯선 여자 아이가 보낸 쪽지를 우연히 발견하게 된다. 사랑이가 보낸 첨부파일에는 sun salutation 사진과 함께 댓글이 달려있었다.

 

330개의 유리판이 아드리아 해의 뜻거운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지. 이 거대 유리판은 한낮의 태양열을 그대로 모아두었다가 밤이면 그 에너지로 불을 밝힌다고 해. 어둠이 찾아와도 한낮이 태양의 인사를 하는 거래. 참, 근사한 말이지.

지금, 너도 한낮의 태양을 모두 모았다가 한꺼번에 뿜어낼 그런 날들을 기다리는 건 아닌가 해서, 아니 그래야 하겠지. (본문 19p)

 

태양이는 사랑이에게 어떤 답장을 해야할지 고민하게 되고, 사랑이에게 보낼 멋진 글을 찾기 위해 열심히 책을 읽는다. 태양이 살고 있는 시설에 사는 한결, 은결 형제, 형이라는 가장 큰 백을 가지고 있는 어린 도둑 재모, 넉살 좋은 룸메이트 지수, 단짝 영준, 머리가 좋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찬영, 덩키가 커도 밤마다 혼자 자는 건 무서워 밤새도록 텔레비전을 켜놓고 자는 물곰, 싸움 잘하는 강모, 야동 중독자 성주, 여자를 혐오하는 녀석까지 다양한 소년들이 살아간다. 그들이 이 곳에 오게 된 사연은 제각각이지만, 가족으로부터 상처를 입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어른들에게 상처입고 시설에 온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친구들사이에서도 결코 평범할 수 없었다. 상처주는 어른들, 그런 어른들에게 상처입고 방황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태양이는 어른이 되는 것이 두렵기만 하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많은 시험 중에서 왜 부모가 되기 전에  치러야 하는 것은 없는 걸까. 왜 아무나 자식을 낳아놓고, 자식의 인생을 망쳐버리게 하는 걸까.

나는 어른이 되는 게 두렵기도 하다. 내가 어떤 어른이 될지 그림이 떠오르지 않는다. 멋진 어른의 모습으로는 상상이 되지 않는다. 나는 세상 바깥 저 어른들의 세계에 나가서 당당하게 잘살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그런데도 나는 왜 끊임없이 여기를 뛰쳐나가는 걸까. (본문 67,68p)

 

평범할 수 없는 자신과 시설의 아이들의 일탈을 보면서 태양은 삶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만, 사랑이가 마음 속에서 자라면서 삶의 희망을 조금씩 만들어간다. 비록 선입견으로 친절을 베풀어도 타인은 좋지 않은 인상만 건네주곤 하지만, 태양은 사랑이가 살고 있는 곳을 향해 나아간다. 마치 태양의 인사를 보러가듯.

 

사랑이의 말대로 태양의 인사를 보러 가야 되지 않을까. 그래서 내 안의 어둠을 밝게 비칠 수 있는 태양의 에너지를 충전해 와야하지 않을까. 그러면 내 인생도 희망이라는 게 생기지 않을까. (본문 69p)

 

태양에게 아파트, 햄버거가 이상이었고, 친구들끼리 몰려 다니며 먹는 햄버거는 동경이었다. 그저 평범하길 바라는 아이들은 각자의 쪽팔리는 가족사를 가슴에 묻고 미래를 준비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비록 태양의 눈을 통해 아이들의 슬픈 일탈들을 보기도 했지만, 그런 아픈 가족사 속에서도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이들은 지금 한낮의 태양을 모아두고 있는 중일 게다. 그리고 언젠가는 한꺼번에 뿜어낼 그 날을 기다리고 있겠지.

 

저자는 <<태양의 인사>>를 통해 지금 자기가 너무 힘들고 아프다는 평범한 청소년들이 읽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집이 아닌 곳에서 사는 아이들도 이 세상을 같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견딜 수 있을 힘이 조금은 생길 수 있을테니 말이다. 쪽팔리는 가족사와 가족과 함께 살아갈 수도 없는 아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준비하고 희망을 꿈꾼다. 이 책은 저자의 말처럼 평범한 청소년들에게 평범한 일상의 행복함을, 지금 내가 처한 환경에 대한 고마움을, 그리고 지금의 아픔이 결코 견딜 수 없는 것이 아님을 일깨운다. 태양이와 같은 처지에 있는 청소년들이라면, 함께 희망을 꿈꾸고 위로하고 위안을 받을 수도 있으리라.

현재 우리 청소년들은 모두가 한낮의 태양을 모아두는 중이기에 분명 그 열기를 한꺼번에 뿜어낼 수 있는 날이 올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 기억이 분명 미래를 위한 나아가는데 큰 힘이 되어줄 것이며, 지금의 아픔을 이겨낼 위로도 되어 줄 테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