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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으로 달려! - 쓰나미에서 살아남은 아이들, 2014 SK 사랑의책나눔, 아침독서신문 선정, KBS 책과함께, 우수환경도서 선정, 2013 고래가숨쉬는도서관 겨울방학 추천도서 바람그림책 17
사시다 가즈 글, 이토 히데오 그림, 김소연 옮김 / 천개의바람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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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지역에서 일본 관측 사상 최대인 리히터 규모 9.0의 지진이 발생하였고, 이 강진 발생 이후 최대형 쓰나미가 센다이시 등 해변 도시들을 덮쳤으며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 일대까지 건물 붕괴와 대형화재가 잇따르며 피해가 속출하였다. 2011년 12월 현재, 사망자와 실종자가 2만여 명, 피난 주민이 33만 명에 이르렀으며, 지상으로 밀려든 대규모 쓰나미로 인해 전원 공급이 중단되면서 후쿠시마현에 위치한 원전의 가동이 중지되면서 방사능 누출 사고도 발생하였다. 이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서 인간은 너무도 나약해만 보였다.


그런데, 그런 극한의 상황 속에서 스스로 침착하게 대패해 쓰나미로부터 큰 피해 없이 목숨을 지킨 아이들이 있었다. 해안에서 400~500미터밖에 떨어져 있는 않은 곳에 위치한 가마이시의 가마이시히가시 중학교와 우노스마이 초등학교의 아이들은 중학생이 초등학생을 도우며 함께 달렸다. 이 그림책 <<높은 곳으로 달려!>>는 '쓰나미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이라는 부제로 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최근 극심한 환경오염에 따라 자연재해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는 책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서 인간은 너무도 나약한 존재이기에 피해를 줄이기 위해 대비하고자 하지만, 정작 우리는 실생활에서 그 어떠한 것도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 가마이시 시는 2004년부터 지진과 쓰나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활동을 다방면에서 펼쳐 왔으며, 지진과 쓰나미를 반드시 올 것으로 생각하고 대비했다고 한다. 학교 수업이나 방재 훈련을 통해 평소 지진과 쓰나미에 대해 배우고 목숨을 지키는 방법을 훈련했다고 하는데, 덕분에 가마아시 아이들의 대부분이 큰 피해 없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 자연재해가 비단 일본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자연재해 앞에서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자연재해로부터 목숨을 지킬 수 있는 대비가 우리도 필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비록 자연재해로 많은 것을 잃고 절망하고 좌절하겠지만,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희망은 존재하게 마련이니 말이다.



저는 생각했습니다. '앞으로도 여러 가지 자연재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또 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목숨을 지키기 위한 마음가짐과 훈련, 살아갈 힘을 기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것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작가의 말 中)



언제 봐도 아름다운 바다, 하지만 옛날부터 일본 동북 지방의 바닷가는 가끔 큰 지진이 일어나 쓰나미 피해를 입고 했다. 할아버지는 소년에게 지진이 일어나면 쓰나미가 온다고, 쓰나미가 오면 뒤돌아보지 말고 달리라는 가르침을 받았다.

"각자 온 힘을 다해 도망쳐야 해. 자기 목숨은 스스로 지키는 거란다."



2011년 3월 11일.

5교시 수업이 끝날 무렵,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올랐고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3층으로 이동하려는 순간 교실이 또 크게 흔들렸고, 옆에 있는 중학교에서 쓰나미가 온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요양원이 있는 산을 향해 달리기 시직했고, 쓰나미 경보 사이렌은 하늘 위로 울려 퍼졌다. 요양원 주차장에 도착했지만 산이 무너진다는 외침에 다시 도망쳐야했다. 소년은 중학생 누나가 조금만 더 힘내자며 세게 잡아준 손에 이끌려 위로, 위로 달렸다. 산꼭대기로 도망치면서, 도중에 만난 유치원 아이를 업고 달리는 사람들고 있었고, 사람을 태운 수레를 꼭대기까지 밀고 가는 중학생도 있었다.



소년이 아빠를 만난 건 쓰나미로부터 이틀째 되는 날이었고, 엄마도 할아버지도 산으로 도망쳐서 무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족이 데리러 오지 않은 친구들도 있었다. 그 후로 여름까지 다른 학교의 체육관에서 살아야했다.




한 할머니는 아이들이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걸보고 따라 달렸던 탓에 같이 달릴 수 있었고, 어떤 어부 아저씨는 중학생이 붙여 준 안부쪽지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름방학이 되어 다시 찾은 바다에는 집도 배도 쓸려 가서 정말 목숨밖에 남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바다가 무섭지 않아요?"

"아니....쓰나미는무섭지. 하지만 바다가 잘못한 게 아니란다. 자연은 원래 그런 거야. 지금까지 우리가 먹고살게 해 주었으니 고마운 바다기도 해. 인간은 바다의 은혜를 입기만 할 뿐, 바다와 사귀는 방법을 잊고 있었는지도 몰라. 그걸 너희들이 가르쳐 주었어. 살아만 있다면, 앞으로 어떻게든 할 수 있는 법이란다." (본문 中)



목숨을 지키는 세 가지 원칙이 있다. 자연의 힘은 사람의 상상을 뛰어넘기 때문에 상상에 그치지 말 것과 어떤 때에도 온 힘을 다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내가 진심으로 도망쳐야 주위 사람들도 따라서 열심히 도망치며, 나의 행동이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첫 번째로 대피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원칙으로 쓰나미를 피해 도망갔던 아이들은 살아 남았다. 무엇보다 이 세 가지 원칙의 바탕은 '다른 사람을 도우려면 우선 자신이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혼자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 함께 살아남기 위해서 훈련을 했고, 서로 도우며 피난할 수 있었던 이들의 이야기는 무겁고 슬픈 이야기 속에서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지구는 여러 가지 자연재해가 일어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이 되어주는 자연, 우리는 자연을 이용할 줄만 알았으며, 자연재해 앞에서 절망할 줄만 알았다. 할아버지의 말씀처럼 우리는 자연과 사귀는 방법을 배워야하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하는 법을 배워야 할 듯 싶다. 지진과 쓰나미 피해로 고통받은 이들을 생각하면 참 안타깝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목숨을 지키기 위해 달아났던 아이들이 있어 우리는 또 살아가는 법을 깨달을 수 있으리라. 무서웠던 일본의 대참사, 고통스럽고 절망스러운 사건이지만, 그것을 통해 자연은 인간에게 우리가 잊고 있었던 새로운 지혜를 일깨워 준 셈이다.


(사진출처: '높은 곳으로 달려!'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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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꿀페파 2013-12-22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리뷰 잘 보고갑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고양이 여행 리포트
아리카와 히로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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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의 여왕 아리카와 히로가 선사하는 진한 감동의 아름다운 소설 <<고양이 여행 리포트>>를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아리카와 히로는 '가장 좋아하는 여성 작가' 상위권에 랭크되는 일본에서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인기 작가라고 하는데, 이번에 이 책을 통해 처음 작가의 작품을 접하면서 나 역시도 좋아하는 여성 작가 목록에 쏙~ 넣어두기로 했다. 휴식같은 이야기, 메말랐던 감성에 촉촉함을 전하는 이야기가 너무 마음에 쏙~ 든다. 나는 이 책의 주인공 사토루의 이모인 노리코처럼 어린시절 트라우마로 고양이를 무서워한다. 다행이도 얼마 전 <흐리고 가끔 고양이><보드랍고 따뜻하고 나른한>을 읽으면서 고양이에 대한 무서움이나 두려움이 조금 사라졌지만,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길고양이를 만나면 도망치지 않고, 예쁜 눈을 쳐다봐주는 것으로, 혹은 길고양이들이 도망가면 '너 참 소심하구나~'하며 말을 건네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 내가 <<고양이 여행 리포트>>를 읽으면서 고양이를 길러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으니, 이 책이 얼마나 따뜻하고 감동적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어떻게 된 거야, 차에 치였니?"

부끄럽지만, 잠깐 실수를 해서.

"아프니? 아프겠구나."

당연한 소리 묻지 마, 화낼 거야. 다친 고양이를 위로하라고.

"너무 절박하게 불러서 잠이 깼어....나를 부른 거지?"

불렀지, 불렀지, 무진장 불렀지. 좀 늦었네, 당신 (본문 12p)

 

<<고양이 여행 리포트>>는 길고양이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 책의 주 관점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은 바로 이 길고양이지만, 각 장마다 동창들을 만나는 시점에서는 동창이 시점이 되어 동창과 사토루의 어린시절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생후 1년, 성묘가 되었을 무렵 어느 맨션 주차장에 서 있는 은색 왜건 보닛 위에서 자는 걸 좋아하던 고양이는 차 주인인 키가 훤칠하게 큰 젊은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 뒤로 그 남자는 매일 밤 간식을 놓아주었고, 고양이와 남자는 가깝지도 멀지도 않는 그냥 아는 사이가 되었다. 그런 그들의 관계가 크게 바꾸어 놓은 일이 일어났는데, 자동차 사고로 크게 다친 고양이가 자신을 도와줄 법한 남자를 찾고 남자는 그런 고양이의 절박한 울음에 달려 나오면서부터다. 이 사고로 고양이는 사토루라는 남자와 함께 살게 되고, 꼬리 모양이 위에서 보면 숫자 7로 보인다는 이유로 '나나'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그렇게 나나는 언제나 착한 고양이로 5년 동안을 사토루와 함께 살았다. 하지만 이제 사토루의 사정으로 더 이상 같이 살 수 없게 되었고, 사토루는 나나를 입양보낼 곳을 찾기 위해 동창들에게 메일을 보낸 후 나나가 좋아하던 은색 왜건을 타고 한 명씩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둘만의 여행을 시작한다.

 

 

자, 가자. 사토루의 룸메이트로서 더할 나위 없는 고양이였던 나는 사토루의 여행 동반자로도 더할 나위 없는 고양이일 것이다. (본문 20p)

 

맨 처음 사토루는 초등학교 동창인 고스케를 만나러 갔다. 사토루가 어린시절 길렀던, 얼굴에 얼룩이 여덟 팔자 모양이어서 이름이 하치였던 고양이와도 인연이 깊은 고스케를 통해 사토루의 초등학생 시절과 앞서 등장했던 하치와의 만남과 이별, 그리고 사토루의 아픔, 그리고 난폭했던 아버지로 인해 늘 주눅이 들어있는 고스케의 상처를 보게 된다. 하지만 나나는 입양되지 못 했고, 둘은 중학교 시절의 요시미네를 찾아간다. 부모님의 이혼, 그로 인해 버림받고 상처 받았던 요시미네, 수학여행 때 둘이 몰래 빠져나왔다가 혼난 추억 등을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내지만, 요시미네가 기르고 있는 새끼 고양이와 나나가 사이가 좋지 않아 이번에도 나나는 입양되지 못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찾아간 친구는 고등학교 동창 부부로 함께 맨션을 운영하고 있는 스기와 치카코다. 사토루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있던 스기와 고양이를 좋아한다는 공통점 때문에 잘 통했던 치카코, 세 사람이 함께 나누었던 추억을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내지만 스기가 기르는 개 도라마루와 나나의 싸움으로 나나는 또 입양되지 못한다. 결국은 나나는 사토루와 함께하게 이모네 집에서 머물게 되는데, 나나를 입양보내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사토루와 함께하고 싶은 나나의 마음과 사토루의 마음 탓이었다.

 

알고 있었어? 나는 사토루의 고양이가 되기 전부터 사토루를 꽤 마음에 들어했어. 사토루를 만나는 것이 즐거움이었어.

지금은 가장 큰 즐거움이야. 나나라는 이름을 얻고, 서토루와 함께 산 5년을 얻고, 나는 그 시절의 몇십 배, 몇백 배나 사토루를 좋아하니까.

나는 자유롭게 사토루를 만나러 올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해. (본문 296p)

 

나나의 새 룸메이트를 찾아 떠난 여행은 이렇게 사토루의 과거를 여행하는 시간이기도 하는데, 사토루 뿐만 아니라 동창들이 가지고 있었던 고민들이 사토루로 인해 조금씩 풀려나가게 되고, 나나를 입양보낼 수 밖에 없는 사토루의 비밀도 조금씩 드러난다. 서로에게 너무도 소중한 존재가 된 나나와 사토루를 보면서 추운 날씨임에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가 된다는 것, 그리고 나에게 소중한 존재인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독백처럼 이루어지는 나나의 이야기들이 유머있게 담겨져 있는데다, 사토루의 비밀이 조금씩 드러나는 과정 그리고 은색 왜건을 타고 친구들을 찾아 떠나는 여행길을 묘사한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 등의 요소들로 이 책은 굉장한 흡입력을 갖는다.

 

안녕, 바이 바이, 내일 또 봐. 여기서 꼭 만나.

나는 사토루의 손을 핥아준 다음 사토루의 무릎에서 뛰어내렸다. (본문 297p)

사토루는 그날 여행을 떠났다. 나는 그걸 배웅해주었다. 그리고 사토루는 내 가슴속에 있다. (본문 305p)

 

나나는 먼 훗날, 사토루와 함께 여행했던 날들을 회상한다. 사토루가 자랐던 마을과 무섭게 묵직한 소리를 내는 바다, 이쪽으로 막 다가설 것 같은 후지 산과 사랑스러운 사람들의 웃는 얼굴까지.

<<고양이 여행 리포트>>에서는 어느 한 줄도 허투루 넘길 문장이 없었고, 각각의 캐릭터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 자상하고, 착하고, 긍정적인 사토루는 물론이요, 유머감각이 넘치는 나나는 기본이었고, 사토루의 각각의 친구들과 몇몇의 개와 고양이까지 각각의 캐릭터가 모두 개성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은 책이 얼마만인지. 이렇게 재미있으면서 감동까지 겸비한 책이 얼마만이지. 입가에는 미소가, 눈가에는 눈물이 맺히는 묘한 작품이었다.

사토루와 그 친구들을 보면서, 나에게도 소중한 친구와 가족이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나도 그들에게 사토루와 같은 소중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두 주인공으로 인해 소중한 인연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진한 감동을 선사하는 아름다운 이야기 <<고양이 여행 리포트>>였다.

덧) 고양이가 기르고 싶다. 이건 다 나나탓이다.

 

 

우리는 언젠가 또 사랑하는 모든 사람과 지평선 너머에서 만날 것이다. (본문 319p)

 

(사진출처: '고양이 여행 리포트'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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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르트가 들려주는 의심 이야기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24
김익현 지음 / 자음과모음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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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철학을 배우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철학은 바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우선으로 살아야 하는지,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가르쳐주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을 접하면서 그 해답을 찾아가고 있는 중 눈에 띄는 철학 이야기를 발견했는데, 바로 24권 <<데카르트가 들려주는 의심 이야기>>이다. 현 우리 사회는 초등학생을 비롯해 중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왕따, 집단따돌림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혹시 나도 왕따를 당할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소위 싸움짱이라는 아이에 좇아 옳고 그름을 따져보지 못하는 아이들, 마찬가지로 이성적 판단을 하지 못하며 왕따를 주도하는 아이들에게 데카르트의 이성에 대해 들려주고 싶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이성, 즉 참과 거짓을 분별하고 잘 판단할 수 있는 이 능력을 일깨움으로써 우리 아이들이 진리에 이를 수 있지않을까?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은 왕따가 없는 행복한 학교 생활을 할 수 있을텐데 말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말로 유명한 데카르트는 진리에 이르기 위해서, 인간이라면 가진 능력인 이성에 호소하여 사람들이 지지를 받고자 했다. 누군가는 데카르트가 진리를 이야기할 용기가 없었다고도 하지만, 그는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부당한 권위에 저항하려고 했다. 데카르트의 이러한 방식은 단기적 관점에서 보면 실패이나, 길게 보면 성공적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제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자기가 알고 있는 참된 진리를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한 철학자로서의 데카르트의 열정과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책 머리글 中). 이 책에서는 데카르트의 이성, 이성을 업그레이드 하는 방법인 의심에 대해 태인이와 태균이를 통해서 쉽게 일깨운다.

 

엄마 아빠의 이혼으로 우애가 좋았던 태안이와 '3분 형' 태균이는 각자 아빠, 엄마와 살게 되면서 한달에 한 번 만나게 된다. 태안이와 태균이는 쌍둥이지만 서로 성격이 많이 달랐는데, 아빠와 살게 된 태안이는 전학을 하게 되고 조용한 성격 탓에 왕따를 당한다. 등교길, 아이들은 둘 서넛씩 같이 가면서 장난도 걸고 이야기를 나누지만 태안이는 혼자 발부리만 보면서 고개를 숙이고 걸었다. 아이들은 태안이를 소설 [벙어리 삼룡이]에 나오는 삼룡이라고 놀리며 귀찮게 굴었기 때문이다. 소극적인 성격의 태안이는 낯선 곳에서 적응하기 힘들었고, 아이들의 짖궂은 장난에도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태안이가 따돌림을 당하고 있음에도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에 속상해하는 아이는 명하 혼자 뿐이었다. 태안이의 상황을 알고 있는 선생님은 왕따를 주도한 우진이를 체벌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낸 탓에 선생님의 노력은 태안이 일의 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대신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데카르트의 이성을 인용해 "너희들이 충분히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그것을 잘못 사용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는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태안이는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태균이에게 왕따를 당하는 사실을 얘기하게 되고, 태균이는 왕따당하는 태안이를 위해 '왕자와 거지' 작전으로 서로 바꾸어 학교 생활을 하자고 한다. 태균이는 태안이를 통해 아이들을 파악하면서 조금씩 아이들과의 관계를 회복해나가지만, 명하와 반 신문을 쓰는 윤진은 태안으로 위장한 태균이의 모습에 의심하기 시작한다. 선생님은 '매트릭스'영화를 보여주며 데카르트의 진짜 참을 이르기 위해서는 자기 스스로 어떤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의심을 해봐야 한다고 일렀고, 의심을 통해 참에 이르기 위한 몇 가지의 방법을 알려준다. 이러한 의심으로 태안으로 위장한 태균이의 정체가 드러나지만, 태균이의 계획 중 하나였던 이 일을 통해 태균이는 아이들에게 옳고 그름에 대해 따져묻는다. 태균이의 이 방법은 바로 데카르트가 사람들에게 참된 진리를 알리려했던 은밀하고 광범위한 저항이었다.

 

"선생님 생각에는 말이다, 태균이가 데카르트처럼 은밀하고 광범위한 저항을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직접 태안이의 형이라고 나서서 우진이와 싸움을 했거나, 선생님에게 이르거나, 아니면 교육청에 신고했거나, 이런 방법을 썼더라면 너희의 마음에 지금과 같은 변화가 생겼을까? 너의 스스로의 판단으로 잘못을 되돌아보고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하게 된 것은 태균이의 은밀한 방법 덕분이었으리라 생각되는데, 아니니?" (본문 140p)

 

태균이의 계획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음을 물론이요, 부모님의 재결합으로 태균이와 태안이는 함께 살아가게 된다.

이 책은 쌍둥이 형제의 고군분투하는 일상을 통해 데카르트의 사상에 대해 쉽게 접근하고 있다. 태균이의 저항으로 데카르트의 의심논리를 온전히 엿볼 수 있었다. 이렇게 쉽고 재미있게 철학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바로 이 책에서 주목할 부분이다.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시리즈는 '왜'와 '어떻게'를 저절로 깨치게 도와주는 초등학생을 위한 철학 도서로 동화 형식을 빌어 쉽고 재미있게 풀어냈다는 장점과 부록으로 수록된 [통합형 논술 활용노트]를 통해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데 도움을 준다는 알찬 구성을 가지고 있다. 철학은 다소 어려운 분야인 탓에 아이들의 접근이 쉽지 않은데, 이 시리즈는 동화 형식을 빌어 아이들에게 철학으로의 접근을 용이하게 한다. 동화 형식이지만 알찬 내용 탓에 어른들이 읽기에도 손색이 없어 그동안 철학을 멀리했던 나도 비록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였음에도 유익하게 볼 수 있다. 이 시리즈는 철학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책이라 할 수 있기에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데카르트는 자신뿐만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가 올바른 판단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진리에 이르는 길은 모든 인간에게 열려 있다고 생각했던 거지. 전에 선생님이 말했던 진리에 이르는 방법 기억 나니? 그 당시 데카르트는 그 방법을 프랑스어로 썼단다. 어려운 학술 언어인 라틴어 대신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기 위해서였지. 사람들이 자신이 제시하는 규칙들을 지킴으로써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게 되면 과학적 진리가 교회의 주장보다 더 설득력이 있음을 알게 될 거고, 그러면 교회의 권위에 맞서 충분히 싸워 볼 만하다는 것이 데카르트의 판단이자 전략이었다고 할 수 있지." (본문 139,140p)

 

(사진출처: '데카르트가 들려주는 의심이야기'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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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크가 들려주는 타불라라사 이야기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25
서정욱 지음 / 자음과모음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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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맹자는 모든 사람이 태어날 때는 착하다는 성선설을 주장하였고, 반대로 순자는 태어날 때 아주 나쁜 본성을 갖고 태어난다고 하였다. 반면, 영국의 철학자 존 로크는 사람은 착한 마음이니 악한 마음이니 하는 것을 갖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로크는 그런 사람의 마음을 바로 하얀 종이라는 뜻의 '타불라라사' 라 하여 사람의 마음은 아무것도 없이 태어나며 주위 환경이나 교육에 따라 종이에 그림을 그리듯이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채우는 것이라고 하였다. 로크의 이러한 생각을 철학에서는 경험론이라 한다. 다소 낯선 타불라라사라는 단어가 어린이들에게는 무척이나 어렵고 힘들고 따분한 것 같이 들리겠지만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시리즈의 <<로크가 들려주는 타불라라사 이야기>>에서는 부모의 이혼으로 떨어져 살게 된 일란성 쌍둥이 한강이와 한솔이를 통해서 초등학생의 눈높이에 맞추어 쉽고 재미있게 들려주고 있다.

 

 

서울을 벗어난 외곽의 신도시로 전학한 한강이는 아빠와 단 둘이 살고 있다. 매일 라면을 끓여주는 아빠는 그런 한강이에게 미안해하지만, 언제나 당당한 한강이는 명랑하고 씩씩하여 오히려 아빠를 위로하며 돕는다. 반면 엄마 아빠에게 사랑을 받으며 자란 한솔이는 전교 1등의 수재이며 의젓하지만 내성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우연히 서점에 들렀던 한강이는 자신을 한솔이로 착각한 서점 점원 누나로 한솔의 존재를 알게 되고, 한솔 역시 자신과 똑같이 생겼다는 한강이에 대해 궁금해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호기심으로 서점에서 만나게 되고, 부모님을 통해 엄마 아빠가 서로의 행복한 삶을 위해 이혼했음을 알게 된다.

그렇게 두 가족은 두 아이가 형제로서 자연스럽게 만나고 정을 나누었으면 하는 마음에 만남을 갖게 되고, 한솔의 엄마는 두 아이의 서로 다른 성격에 대해 철학자 로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영국에 로크라는 철학자는 인간이 태어났을 때의 마음을 타불라라사라고 했대. 타불라라사는 하얀 종이, 즉 백지라는 말인데 아무런 지식 없이 태어난 인간은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자라서 좋은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나쁜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거지. 그러니까 너희 너희들이 쌍둥이 형제로 태어났지만, 서로 다른 환경에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면서 성격이 조금씩 달라진 것은 당연한 거야. 혹시 너희 둘은 속으로 왜 서로 다를까, 하고 고민하지 않았니?" (본문 81p)

 

한강이와 한솔이는 서로를 더 잘 알기 위해 함께 지리산 캠프를 가게 되는데, 서로의 다른 점 때문에 투닥거리며 싸우기도 하지만 로크의 인간오성론, 경험론에 대해서 배우면서 한층 더 돈독해진다. 처음 만났을 때 생김새는 같았지만 서로 다른 성격과 행동을 하는 서로에 대해서 실망했던 이들은 엄마 아빠가 각자의 행복한 삶을 위해 이혼했던 것을 이해했던 것처럼 이제 서로 다른 환경에서 경험하면서 달라진 다름을 이해하게 되었다.

 

"로크는 우리가 지금까지 몰랐던 새로운 사실이나 물건에 대해서 알기 위해서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했어요. 먼저 사람의 다섯 감각을 통해서 알고 감각을 통해서 안 것을 마음속으로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정리해서 완전하게 알게 된다고요. 이런 작업을 로크는 반성이라고 했어요. 처음 보는 물건을 보고 이렇게 감각과 반성을 통하여 완전하게 알게 된 것을 로크는 관념이라고 한 것이죠." (본문 126p) 

 

<<로크가 들려주는 타불라라사 이야기>>는 이처럼 일란성 쌍둥이었던 한강이와 한솔이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면서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지게 된 것을 통해 로크의 '타불라라사''인간오성론''경험론' 등의 로크의 사상을 알기 쉽게 전달한다.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시리즈는 '왜'와 '어떻게'를 저절로 깨치게 도와주는 초등학생을 위한 철학 도서로 동화 형식을 빌어 쉽고 재미있게 풀어냈다는 장점과 부록으로 수록된 [통합형 논술 활용노트]를 통해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데 도움을 준다는 알찬 구성을 가지고 있다. 철학은 다소 어려운 분야인 탓에 아이들의 접근이 쉽지 않은데, 이 시리즈는 동화 형식을 빌어 아이들에게 철학으로의 접근을 용이하게 한다. 동화 형식이지만 알찬 내용 탓에 어른들이 읽기에도 손색이 없어 그동안 철학을 멀리했던 나도 비록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였음에도 유익하게 볼 수 있다. 이 시리즈는 철학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책이라 할 수 있기에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사진출처: '로크가 들려주는 타불라라사 이야기'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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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의 연인들 - 소설로 읽는 거의 모든 사랑의 마음
박수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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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하면 내 안의 내가 모르는 또 다른 내가 깨어난다. 나에게도 이런 면이 있었구나~라는 놀라움과 두려움. 연애는 기묘한 심리가 난투극을 벌이는 장이라고 한다. 애초에 뜨겁게 달구었던 감정들은 서로 의심하기도 하고, 열렬히 사랑했던 연인이 바로 곁에 있음에도 사랑 없는 사막에 내던져져 있는 듯 고독하다. 이러한 정서적 혼란이 생겨나면서, 누군가는 이별을 하고 누군가는 이 혼란을 이겨내고 사랑을 지속하기도 한다. 사랑은 이렇듯 비극적 국면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기적을 행하기도 하여 거듭되는 시련은 사랑을 더욱 깊고 진실하게 만들기도 한다. 우리는 사랑을 경험하면서 살아 있음을 느끼곤 하지만,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내가 아닌 내 모습에 혼란스럽기도 하고,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사랑에 두렵기도 하다. 이 사랑의 모습이 정말 맞는 것인지 늘 의문을 갖기도 한다. 사랑에 관한 자신의 마음은 자신도 이해하기 어렵다.

 

나는 바로 그 시련이 무엇인지, 어떤 양상을 띠는지 보다 구체적이고 섬세하게 이야기하기를 원한다. 한 마디로 이 책은 사랑의 시련에 관한 긴 보고서다. (본문 11p)

 

사랑에 관한 괴이한 심정들은 쉽게 공감을 살 수 없는 탓에, 저자는 당신처럼 기묘한 심정으로 괴로워했던 사람들이 있었음을, 그런 기묘한 심정은 있을 수 있을 수 있으니 스스로 미쳤다거나 부도덕하다고 여겨서 자괴감에 빠지지 말라는 위안으로, 연애할 때 느끼는 혼란, 폐부 깊숙이 느끼지만 정체가 묘안하고 말로 표현되지 않는 기묘한 심정들이 벌이는 미친 듯한 활극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 이 책은 그런 사랑과 소설을 주제로 한 에세이로, 소설 작품을 토대로 사랑에 관한 사설을 풀어놓고 있다.

 

저자는 <<서가의 연인들>>을 통해서 12편의 소설을 통해 사랑에 관한 11가지 이야기를 풀어냈다. 각 이야기는 소설 형식의 서두와 에세시 형식의 본문으로 구성하여 서두에는 연애 때문에 고민하는 혹은 고통받는 독자인 민, 경, 희, 연, 도 등 익명의 인물들을 통해 그들의 실제 연애담(저자의 창작한 소설)을 이야기하고, 그와 관련된 소설 속 사랑 이야기와 저자의 사설을 풀어 냈다. 그렇다면 저자는 소설을 통해 사랑을 풀어낸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좋은 소설은 마음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담은 '마음의 백과사전'이라 했으며, 좋은 소설은 심층 심리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기에 좋은 소설들이기에 기묘한 연애 심리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 하였다. 고로, 창작으로 그려진 연애담과 소설을 통해 풀어난 이 책은 무수한, 밤하늘의 별만큼 많고 많은 사랑의 엄살꾼들, 사랑의 수난자들, 사랑의 고행자들을 위한 저자의 선물인 셈이다.

 

사랑은 매혹과 두려움과 분열과 혼란이기도 하지만, 그 궁극에는 고독을 나누는 천국이 놓여 있기에, 천국으로 가는 길 위에 놓은 시련에 기꺼이 참여하는 일이 바로 사랑이거니와 사랑은 시간과의 싸움임을 알리는 가블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 동상이몽의 마법에 걸린 연인들이 각자 저만의 상상 속에서 상대의 마음을 제멋대로 재단하여 마음의 본색을 소통하기 쉽지 않음을 보여준 밀란 쿤데라의 [히차하이킹 놀이], 사랑을 시험하고픈 정열에 빠져드는, 즉 사랑만큼 과잉이나 잉여로 치닫기 쉬운 정열 탓에 사랑을 시험하는 행위로 잔인한 경지로 치닫게 되는 마음을 엿보게 되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사랑과 다른 악마들], 죽음과 자살로 나름대로의 사랑이 완성되어 버린, 죽음으로써 자아의 벽도 허물게 되는 결말을 통해 바디우의 말 '사랑은 차이로 이뤄진 세계를 빠짐없이 경험해나가는 과정 자체'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 미겔 데 우나무노의 [더도 덜도 아닌 딱 완전한 남자], 사랑의 고초는 상대의 모자람이나 부도덕이 아니라 내 심성구조의 견고함에서 유발되므로, 우리를 부자유스럽게 하는 것은 타인의 억압이 아니라 내 몸뚱이를 묶는 내 손의 오랏줄임을 보여주는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피아노 치는 여자], 사랑에 빠진 사람이 실제로 빠져 잇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소문과 부대 효과, 저만의 판타지 등등일 수 있으나 그 환각 속 슬픔과 기쁨은 가짜가 아니며 현실의 그것보다 더 현실적으로 진지함기에 사랑에 빠진 자는 모두 돈 끼호떼임을 이야기하는 미겔 데 세르반떼스의 [돈 끼호떼], 그리고 윤대녕의 [달에서 나눈 얘기]에서는 결핍을 절박하게 느낄수록 고상하게 사랑하려고 고군분투하는 능력 즉 잠재적인 힘인 풍요를 향한 열정을 더욱 열렬히 불태울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사랑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가능한 답들은 꽤 있다. 말, 고독, 설렘, 성욕, 불안, 의심, 질투, 결핍 등. 하지만 내가 보기에 모범답안은 시간이다. 사랑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시간을 견디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라는 이름에 값하지 못하다. (본문 107p)

 

주인공들의 사랑을 부각하고자 커플이 같은 침대에서 같은 꿈을 꾸는 일화를 보여준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근원적인 욕망은 불가능한 것으로 남아 있어야 하며, 사랑은 가 닿을 수 없는 채로 남아 있어야 함을 이야기하는 한강의 [채식주의자],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잠자는 미녀]에서는 에로스적 정열은 때로는 애물단지지만, 애물단지인 이유는 그것이 보물단지이기 때문이기에 에로스적 정열로 수난을 겪는다면 그것이 힘겨워도 축복임을 잊지 말기를 당부한다. 정미경의 [나의 피투성이 연인]과 윤영수의 [귀가도 3-아직은 밤]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불미스런 그림자, 곧 시련을 거느리고 있는 사랑지만, 그 불미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지속되어야 하며, 사랑의 기적은 바로 그 지속하려는 의지에서 비롯됨을 보여준다.

 

명작소설, 특히 고전은 이 깊은 마음에 대한 풍요로운 지식을 담고 있다. 명작소설은 (아픈) 마음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담은 '마음의 백과사전'이다. (본문 298p)

좋은 소설은 밝은 지혜로써 인생의 비밀을 통찰한다. 인생의 비밀이란 생의 섭리, 삶의 이치, 인문학적 지식, 관념적 지식 등의 말로 변주될 수 있다. (본문 301p)

 

이처럼 인생의 섭리와 이치에 대한 풍요로운 지식을 담고 있는 좋은 소설 속에서 저자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사랑에 관한 고독, 결핍, 욕망 등으로 인한 혼란과 시련에 대해 저자는 소설에 나타난 기묘한 연애심리를 통해 아픈 사랑을 치유하고자 했으며, 그를 통해 성장함으로써 사랑의 힘을 빌린 기적을 행하기를 바라고자 했다. 이에 이 책은 사랑의 비극적 양상에 주목하여 보다 잘 사랑하고자 한다. 누군가는 이 책을 통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고통에 공감할 것이며, 누군가는 소설 속에서 낯익은 증상을 발견하고, 제 감정의 정체를 파악하게 되면서 무릎을 치며 자신의 복잡미묘했던 마음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이 책도 명작소설과 마찬가지로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마음의 백과사전'이 되어주리라.

 

생각보다 사랑은 견딜 수 없게 허술한 것이었지만 허술하기에 매력적인 것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가까스로 사랑의 존재를 믿고 다시 사랑할 힘을 비축한다. 가끔은 사랑의 힘을 빌려 기적을 행하려고도 한다. (본문 1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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