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엘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크리스마스 선물로 고민중인 아들은 텔레비전 광고로 무수히 등장하는 장난감에 넋을 잃고 만다. 어린시절에는 이처럼 크리스마스가 되면 산타할아버지를 가장한 아빠, 엄마에게 선물을 받는 즐거운 날로 여겼고, 20대에는 로맨틱한 분위기를 꿈꾸는 날이었으며, 결혼 후에는 두 아이의 선물을 고민하는 날이 되었다. 종교적인 차이인지 모르겠지만, 내게 크리스마스는 그저 이런 의미였다. 그런 나에게 크리스마스를 조금 색다른 의미로 부여하는 책 <<노엘>>을 만났다. '노엘'은 크리스마스를 뜻하는 말로 저자 미치오 슈스케는 <<노엘>>에 동화를 통해 상처를 극복해 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힐링 스토리로 인간에게 있어 '이야기'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했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같은 느낌의 이 책은 표지문구처럼 '아주 소박하고 당연하지만 우리가 있고 있는 것, 깨닫지 못하는 것을 가르쳐주는 책'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주인공 우즈키 게이스케의 '스토리즈'의 동화 한편으로 시작된다. 동화계의 새로운 바람으로 잡지에 소개된 게이스케는 도미자와로부터 고향에서 동창회에 열 계획이니 참석하라는 전화를 받게 된다. 참가하겠다는 답변과 함께 줄곧 생각한 것은 '야요이도 올까'라는 궁금증이었다. 어른이 되어 서로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을지. 조금 일찍 호텔에 도착하여 커피를 주문한 게이스케는 중학교를 진학하고 왕따를 당하고 자신에게 다가와 주었던 야요이를 떠올린다. 무슨 일이 생겨도 그림을 그리면 잊을 수 있다는 야요이와 초등학교 4학년 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야기를 썼던 게이스케는 그렇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면서 두 편의 그림책을 완성해갔으며 중학교 3학년 때는 로맨스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어슬픈 입을 맞추었다. 그러는 사이 고등학생이 되었고 게이스케는 겨우 추악한 공격에서 해당될 수 있었다. 야요이의 친구 나쓰미가 조금씩 게이스케에게 다가오던 어느 날, 나쓰미가 어떤 놈에게 몹쓸 짓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당시 카메라에 취미를 갖게 되었던 야요미의 카메라에는 몹쓸 짓을 당한 나쓰미의 사진이 찍혀있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게이스케는 야요이와는 두 번 다시 말을 하지 않았지만, 14년이 흐른 지금도 야요이를 생각을 하곤 한다. 문득 어처구니없는 공상은 아니었을까를 생각하던 게이스케는 야요이에게 당장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에 호텔을 빠져나가게 되는데 그순간오른쪽에서 하얗고 강렬한 빝이 게이스케의 얼굴을 비추게 된다.

 

Track 2에서는 야요이가 화자가 된다. 아버지에게 사진을 찍히기 시작했던 초등학교 1학년 무렵부터 엄마는 아버지로부터 폭행을 당했지만 저항하지 않았다. 아버지 앞에서 옷을 벗어야했던 야요이가 초등학교 3학년 여름, 자신의 알몸 사진을 찍는 아버지에게 대해 입에 담았을 때 어머니는 평소보다 심하게 얼굴을 얻어맞아야했다. 하소연할 수 없었던 엄마, 다 면서도 입도 뻥긋하지 않는 어머니가 미웠던 야요이. 중학교를 졸업하기 직전에 처음으로 어머니를 위한, 자신을 위한 저항은 친구 나쓰미를 위험에 빠뜨리는 계기가 되고 만다.

 

게이스케와 야요이가 함께 만든 작품 '하늘을 나는 보물'을 읽는 리코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할머니의 아픔과 아픈 할머니를 부담스러워하는 엄마와 아빠 그리고 곧 있으면 태어날 동생에 대한 질투와 소외감으로 인한 상처를 가지고 있다. 다리가 굽혀지지 않는 장애를 가진 리코는 학교에서 다리와 배 때문에 놀림을 당하는 일, 특히 싫어하는 반 아이, 소풍 갔을 때 내내 혼자였던 것과 할머니와 만든 여러 가지 추억 등에 대해 동화책 속 주인공 마코와 매일 국어 공책으로 이야기를 했으며 그로인해 상처를 치유해나갔다.

아내의 죽음으로 혼자가 된 요자와는 잡지에 실려 있는 사진이 자신이 오랫동안 살던 집임을 알아보는데, 지금 그 집에는 아내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온 동화 작가가 살고 있는 듯 했다. 요자와는 그 마을에서 이제 곧 축제가 열릴 것을 기억하고, 생천 처음보는 동화 작가에게 편지를 보낸다. 그리고 소년 시절, 도키에게 자신이 들려주었던 이야기 한 토막을 기억해낸다.

 

 

이야기로 스스로의 아픔을 달랬던 게이스케의 동화는 아픔을 간직한 야요이의 그림과 만나게 되고 각자의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되어주었다. 그 그림책은 다리가 굽혀 지지 않는 장애를 가진 리코에게 상처를 극복하는 힘이 되어주고, 아내의 죽음으로 삶의 의미를 찾지 못했던 요자와는 게이스케의 동화로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4명의 주인공는 모두 '이야기'로 엮여 있었다. 옴니버스식 구성은 첫 눈 오는 날의  깨끗함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상처를 가진 이들이 상처를 극복해가는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힐링 메시지를 전하는데, 독자들에게는 크리스마스에 전하는 따뜻한 선물처럼 다가온다. 임팩트있는 내용이 아니였음에도, 점점 그 깊이가 커지는 느낌이다. 가슴 속에 점점 퍼지는 따뜻한 온기 탓이리라. 책 속 주인공들이 이야기를 통해서 치유해나가듯, 독자들도 이 책을 통해서 위로를 받고 위안을 얻게 된다. 이것이 바로 이야기가 주는 힘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떠들썩한 크리스마스가 아니라, 따스함이 느껴지는 크리스마스와 같은 <<노엘>>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 의미가 깊어지는 작품이었다.

 

(사진출처: '노엘'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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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만원으로 시골집 한 채 샀습니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2천만원으로 시골집 한 채 샀습니다 - 도시 여자의 촌집 개조 프로젝트
오미숙 지음 / 포북(for book)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저자 오미숙작가처럼 '마당 있는 집에 살고 싶다'는 것이 나의 작은 소망이다. 두 아이가 아직 어린 탓에 지금은 그저 희망사항 일뿐이지만, 아이들이 자라고 나이가 들면 마당이 있는 시골집으로 내려가야겠다는 계획을 어렴풋이 세워두고 있다. 마당에는 향이 좋은 모과 나무와 딸아이가 좋아하는 감나무를 심고, 책 읽기 좋은 예쁜 의자와 탁자를 놓고, 채소도 몇 가지 심어야지. 몇 해전 회사업무로 알게 된 매니저 한 분이 시부모가 살고 있는 시골집을 개조중이라며 사진을 보여주었다. 마당에 파 놓은 연못, 빨간 우체통, 쇼핑몰을 이곳저것 돌아다닌 끝에 힘겹게 구한 가로등, 자갈길 등을 보면서 나중에 나도 꼭 내 손으로 집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은 그저 정말 꿈만같은 희망인지라 자세히 알아본 적은 없다. 큰 스케치북에 그저 큰 동그라미만 하나 그려놓았을 뿐이니. 그러다 우연히 <<2천만원으로 시골집 한 채 샀습니다>>라는 말도 안되는(?) 책을 보게 되었다. 돈이 있어야 마당이 있는 집을 구하고, 내가 원하는 집으로 꾸밀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2천만원으로 집을 사다니? 왠지 그저 희망사항에 지나지 않을 내 소망이 현실로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 충청의 땅, 서천에 내 집이 생긴 것이다. 마당이 있는 집이다. 게다가 한옥이다. 장독대도, 아궁이도 있다. 좋다. 꿈만 같다. 적어도 이제 막 입주했으니 불편 같은 건 모르겠다. 당분간은 그저 마음껏 집을 누려볼 참이다.

그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집을 구하고, 그 집을 내가 직접 나서서 고치고, 당당히 주인으로 입주하기까지의 쓰고 달고 눈물겨웠던 이야기들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그래서 도시 하늘 아래 어디선가, 나처럼 작은 마당을 꿈꾸며 사는 누군가에게도 희망 한 줌씩 나눠주고 싶다. (본문 10p)



꿈에 그리는 마당 있는 집에 살기 위해서는 일단 어디에 땅을 사야하는지, 얼마에 구입해야하는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를 통해 땅따먹기를 해야한다. 그렇게 시골살이를 할 농가주택을 결정하고 난 다음에는 설비, 시공팀 선별 등 고칠 준비를 해야하고, 철거를 시작으로 설비와 미장, 목공, 지붕, 실내외 단장 등 헐고 짓는 공사가 시작된다. 그리고 나면 비로소 내가 살 집의 대문을 열 수 있게 되는데, 시작부터 만만치 않아 보인다. 개미 수준의 돈으로 호랑이굴 수준의 집을 꿈꾸는 탓이기에 땅이 마땅치 않을 때는 집의 형태를 먼저 고려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된다. 2천만~10억원가지 지역마다 가격대는 천차만별인데, '농어촌빈집센터'에 찾아가면 빈집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농가 주택을 원한다면 이런 곳부터 뒤지는 것으로 시작하면 좋단다. 농가 주택을 고를 때 주의해야 할 백만 가지 일들을 보니 '마당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꿈이 현실에서 더욱 멀어지는 기분이 든다. 다행스럽게도 주의할 점을 일러주었으니 시행착오를 겪지 않아도 되니 저자에게 고말울 따름이지만.



살 집을 구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난방 문제, 누수 문제, 창호 스스템, 전기 문제, 지붕 등 집을 집답게 해주는 공사가 필요하니 말이다. 철거-보일러 공사-욕실 만들기-주방 만들기 등의 농가 주택 공사 진행 순서를 보자니, 헉! 소리가 절로 나오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내가 살 집에 대한 꿈을 현실화 하기 위해서는 잘 알아두어야 할 듯 싶어 꼼꼼히 읽어보았다. 집 사는 비용은 2천만원, 시골집 공사는 5천만원. 처음에는 차라리 7천만원짜리 집을 사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내가 살고 싶은 집을 내 손으로 꾸미는 비용이 결코 비효율적인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시골집에 놀러오는 사람들에게 나는 제일 먼저 집 뒤의 대나무 숲과 인사시킨다. 집 전체가 한눈에 들여다보이는 하얀 울타리 너머로 본채가 반듯하게 바라보인다.

하얗게 칠한 울타리 문을 살짝 열고 들어오기 전에 집 앞에 보이는 텃밭과 근처를 지나가는 개울물까지 같이 둘러본다. 집 안에 들어가기 전에 10여 분은 구경해야 하는 집. 그런 시골집을 소개한다.



그렇다면, 이제 그녀의 집을 구경해볼까나? 하얀 울타리 너머 보이는 흙냄새가 나는 -작가의 소망뿐만 아니라 나의 소망도 깃들어진- 마당과 집이 예뻐보인다. 나 역시도 꼭 염두해두고 있던 우체통도 눈에 띈다. 햇볕이 드는 곳에 자리잡은 테이플이 책 읽기에 그만일 듯 싶다. 수도꼭지를 숨겨놓은 장식용일 뿐인 펌프지만, 제법 운치가 있다. 일단 이것도 꼭 기억해두자. 안방에 숨겨놓은 쪽문은 사진만으로도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각각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는 방들이 매력적이다. 창고를 개조한 욕실은 샤워기가 두 개, 샤워 부스도 둘인 다기능 공간으로 꾸며놓았다. 시골집하면 아무래도 화장실과 욕실에 대한 불편함을 연상케 하는데, 사는데 불편함 없이 휴양지 리조트에 온 기분을 낼 수 있는 서비스 공간으로 만들었단다. 옛날 창살은 그대로 살린 개수대, 조리대, 가스레인지로 심플하게 끝낸 주방에는 힐링 공간으로 아궁이를 두었다. 현대와 고전의 조화가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2천만원대의 돈으로 마당 있는 집을 샀다고 꿈만 같아서 펄펄 날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사이, 갖은 우여곡절 다 지나고 집 마당에 서 있자니 감회가 새롭다. 집 사들인 돈보다 고치느라 든 돈이 배가 되었으니 한동안 등이 좀 휘겠지만, 그래도 좋다. 살다 보면 시골사이의 고단함에 꾀가 날 수도 있겠지만, 초보 촌여자인 나는 지금도 마냥 설렌다. (본문 220p)



'마당 있는 집에 살고 싶다'는 나의 소망에 설레임으로 보게 된 책이었는데, 읽다보니 두려움이 생겼고, 결국에는 또 설레이게 만드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스케치북에 큰 동그라미만 하나 그려놓았다면, 이 책을 읽고나서는 그 큰 동그라미에 작은 동그라미 몇 개를 더 그려넣게 되었다. 작가는 직접 발로 뛰면서 알게 된 정보를 알려주었고,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많은 조언을 듣게 되면서 꿈이 좀더 구체화되어가는 기분이었다.



<<2천만원으로 시골집 한 채 샀습니다>>는 땅과 집 매매를 위한 전국 투어 일지 및 생생한 정보와 뼈대만 남기고 싹 갈아엎은 시공 비법과 공사비 수록, 한옥의 운치를 재현한 마당 있는 단독 주택 대 공개까지 마당 있는 집을 찾아서 길을 떠난 용감한 저자의 3년간의 대장정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혹여 저자처럼, 그리고 나처럼 작은 마당을 꿈꾸며 사는 또 다른 이들이 있다면, 이 책은 꿈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이정표가 되어줄 듯 싶다.

(사진출처: '2천만원으로 시골집 한 채 샀습니다'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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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꿀페파 2013-12-22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보고갑니다!
 
이어 제로
롭 리이드 지음, 박미경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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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더럽게 못하지만, 립싱크는 은하계 최강인 놈들이 온다!"

 

 

헤드폰을 쓰고 있는 외계인의 모습을 담은 표지가 인상적인다. 이어 제로?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호기심을 이끄는 책 제목과 표지삽화가 눈길을 끈다. 표지글을 보자니 그 호기심이 배가 된다. 올해의 최고의 SF 소설이자, 가장 재미있는 책이라는 평가받은 작품인데, 재미만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음악 및 IT업계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겪은 저자의 경험을 통해 저작권법을 둘러싼 이권 현장을 신랄하게 묘사하고 있어 흥미롭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재의 독특함이나 저자의 기막힌 상상력이 눈에 띄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사실 작품의 재미는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좀 아쉬움이 남는다. 더욱 아쉬운 것은 저자가 작품 속에 언급한 '한국'의 이미지가 썩 좋은 의미는 아니였던 것 같아 살짝 기분이 언짢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폭풍 인기를 끌면서 우리나라의 음악도 많이 알려져 있는 상황인데 말이다. 이럴 때만 민감해지는 애국심이라니. 각설하고, 이런 개인적 사견을 떠나서 저자의 상상력이 뛰어남을 인정할 수 없게 만드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인간의 모든 음악에 대한 라이선스가 필요합니다. 그러니까.....상당히 많은 존재가 사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여야 해요. 사적으로는 물론, 공적으로도 자유롭게 복사하고 전송하고 공유하고 저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본문 24p)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까지 비틀즈의 음악에 우리가 열광하듯이, 혹시 우주 어딘가에서 외계인들이 지구의 음악을 듣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는가? 1977년 처음으로 지구 음악을 접한 외계인들은 뇌출혈과 황홀경에 빠지게 되었고, 그 해를 원년(Year Zero)로 삼았다. 모든 분야에서는 최고인 외계인들이 음악만큼은 더럽게 못하는 탓이다. 그렇게 지구 음악에 심취한 외계인들은 수십 년 후, 빅뱅 이래 최대 규모의 저작권 침해와 부채로 파산 위기를 맞게 되게 된다. 그러자 천문학적인 빚을 갚느니 지구를 파멸시키려는 세력이 생겨났는데, 지구파멸 세력에 반대하는 립싱크 전문 외계인 팝가수 프램튼과 칼리는 연예계 저작권 담당 하급 변호사인 닉 카터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게 된다. 닉은 매년 오래 근무한 하급 변호사들 중에서 파트너로 성장할 기미가 없는 부류를 무자비하게 솎아내는 대상자 중의 하나인, 입지가 점점 쪼그라드는 변호사일 뿐이었지만, 이제는 48시간 내에 인류를 구해야만 하는 중요한 인물이 되었다.

 

닉은 이웃에 사는 짝사랑하는 법률보조원 만다와 사촌형 퍼그워시, 닉의 상사인 셔먼과 함께 인류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인류를 구하기 위한 닉의 좌충우돌하는 장면들이 저자가 심어놓은 웃음 포인트인 듯 싶은데, 사실 전혀 웃음이 나오지 않아 좀 당황스러웠다. 기발함이나 신선함에 대해서는 인정하겠으나, 재미와 유머에서는 호평에 비해서는 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웃음 포인트가 다른 문화적 차이때문이려나. 재미는 좀 부족했으나, 음악 산업의 이면과 저작권 문제에 대한 사회 풍자를 잘 녹아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음악 산업계에는 십여개의 주요 음반 제작사, 수백 개의 중간 단계 종사자, 셀 수 없이 많은 트집쟁이까지 수만, 아니 수십만에 이르는 이해 상충 집단이 존재한다. 그렇게 많은 사람과 단체를 어떤 하나의 합의에 이르도록 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들이 모두 공정하게 판단하고, 엄청나게 영악하고, 결단력이 있더라도 똘똘 뭉치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 게다가 음악업계의 수장들은 그럴 인간이 절대로 아니다.

대형 음반사 경영자들은 사업과 연결된 모든 사람을 미워하는 것 같다. 무엇보다도 자기네들끼리 못 잡아먹어 안달한다. 그들은 심지어 음악가들도 미워한다(마약에 쩐 버릇없는 자뻑들!). 그들은 자기네 음악을 무료로 홍보해주는 라디오 방송사도 미워한다(힘 좀 있다고 거들먹거리는 자식들!). 또한 온라인 음악 산업계도 혐오한다(남의 걸 훔쳐 파는 괴짜 새끼들!). 음반 소매상들이 활개쳤을 때는 그들도 엄청 싫어했다(저 자식들은 마진을 너무 붙여먹는다니까!). CD 판매금의 대부분을 떼어가는 월마트 사람들도 미워한다(공화당을 지지하는 나치 구두쇠들!). 그들은 공연 업계도 늘 미워해왔다(저 돈을 우리가 먹어야 하는 건데!). 그리고 음악을 사서 듣는 대중까지도 경멸한다(도둑놈들! 우리 걸 다운로드한 괴짜 새끼들을 등쳐먹는 도둑놈들!). (본문 184,185p)

 

 

<<이어 제로>>는 작가 롭 리이드의 첫 소설이다. 그러기에 독특한 캐릭터와 기발하고 신선한 소재, 거기에 사회문제까지 언급하고자 했던 신인 작가의 의욕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전개의 복잡성이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흡입력을 떨어뜨리고, 복잡한 전개와는 다른 아쉬운 결말은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어쩌면 작품에 기대감이 너무 컸던 탓에 오는 아쉬움일지도 모르겠으니 내 개인적 사견이 전부는 아님을 명시해본다. 분명한 것은 이 작품을 통해서 다음 작품을 기대가 되는 주목할 만한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덧붙히자면, 표지삽화는 최근 접해본 책 중 작품에 대한 호기심을 이끄는데는 단연 으뜸이었다.  

 

(사진출처: '이어 제로'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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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카치카 올리
마르쿠스 C. 포이르슈타인 글, 올라프 오스텐 그림, 김경연 옮김 / 은나팔(현암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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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것질을 좋아하는 작은 아이은 치과를 자주 다니는 편입니다. 그런 까닭에 하루 중 제일 많이하는 잔소리가 '이 닦고 와' , '이 깨끗이 닦아' 입니다. 엄마의 잔소리가 있기 전까지는 양치질을 제때하지 않는 녀석은 엄마의 목소리가 높아질때까지 버티다가 겨우 양치질을 하기 위해 들어가서는 순식간에 양치질을 끝내고 나옵니다. 와! 세상에~ 이렇게 빠르게 양치질을 할 수가. 결국 엄마의 잔소리가 또 시작되지요. 향긋한 향기가 나는 치약과 좋아하는 캐릭터가 그려진 칫솔을 사용하는 양치질이 왜 싫은걸까요? 이를 깨끗이 닦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오늘도 엄마는 아이에게 쉴새없이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엄마의 이런 잔소리가 아이에게 제대로 들릴리가 없지요. 이럴 때는 아이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이 훨씬 큰 효과를 줍니다. 바로 <<치카치카 올리>>처럼 말이죠.



마르쿠스네 집에는 돼지 인형 올리, 쥐 인형 루이, 호랑이 인형 릴리가 함께 살아요. 마르쿠스가 다섯 번째 생일에 이 인형들을 선물로 받았는데, 마르쿠스가 20살이 된 지금도 이들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친구가 되었지요. 올리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뭐든 척척 잘하고, 루이는 독서를 좋아하고, 릴리는 용감하고 운동을 좋아하지요. 그리고 마르쿠스는 사진작가랍니다.
오늘도 힘든 하루를 보낸 마르쿠스는 잠을 자고 싶었지만, 인형들은 잠자기 전에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하네요. 마르쿠스는 인형들이 이 닦는다고 꾸무럭댄 탓에 너무 늦었다고 거절을 합니다. 마르쿠스의 말에 릴리는 이 닦는 건 너무 지겹다고 말하네요.
그런 릴리에게 올리는 이 닦는 일은 때로는 위험하기도 하지만 신 나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사실 올리는 몇 년동안 동물원에서 이 닦는 일을 했거든요. 이제 올리의 위험천만한 이 닦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귀엽게 생겼어도 절대 이를 닦으려 하지 않는 아기 동물들의 이 보살피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아기 멧돼지 클라우스는 그래도 를 닦는 동안 꾹 참아 줬지요. 큰 동물들의 이를 닦는 건 큰 모험이었는데, 어느 날 나무 한 그루가 통째로 코끼리 이반의 어금니에 낀 일이 일어났어요. 올리는 이반이 아프지 않도록 아주 조심조심 나무를 톱으로 잘라냈고 이반도 잘 참아주었고 치료를 받고 나서 나무를 그루째 뽑아서 씹을 수 있었어요.



늙은 기린 프리다를 돌보기 위해서는 어지러움을 타지 않아야 해요. 사자 오토의 이를 닦아 줄 때는 정말 위험했었답니다.
악어 뤼디거의 이를 닦을 때는 엄청난 용기를 내야 했는데, 뤼디거가 올리를 맛있는 먹이라도 되는 양 쳐다봤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올리는 기막힌 방법으로 안전하게 뤼디거의 이를 닦아주었어요.

정말 까다로운 환자는 늙은 갈색 곰 디터였지요. 평생 한 번도 이를 닦지 않아 입 냄새가 엄청 고약했거든요.

흥미진진한 올리의 이야기에 친구들은 신나했지만, 마르쿠스는 쿨쿨 잠이 들었네요. 그리고 친구들도 곧 자러 갔지요.



자, 이제 우리도 자러 갈까?
그런데 친구들, 이는 모두 잘 닦았겠지? (본문 中)



신나게 올리의 이야기를 듣던 아이들은 올리의 마지막 물음에 뜨끔! 해질 듯 싶네요. 이제 자러 갈 시간이고, 이도 깨끗이 닦아야 하니까요. 이를 닦지 않으면 나중에 올리가 친구들에게 흉을 볼지도 모르겠어요. 왠지 후다닥 양치질을 하러 가야할 것만 같네요.

올리가 만난 이 닦기 싫어하는 동물 친구들을 보면서 '나는 어떤 동물과 닮았나?' 찾아보면 더 좋을 거 같아요. 혹시 입 냄새가 심한 곰 디터는 아니겠지요? 아니면 이 닦기 싫어서 도망치는 아기 캥거루 남매 미하엘과 이다는 아닌가요? 이를 닦지 않으면 얼마나 나쁜지 더 이해하기가 쉽겠지요. 이를 깨끗이 닦아야 코끼리 이반처럼 맛있는 음식을 또 먹을 수 있답니다. 이가 아프면 맛있는 간식을 먹을 수 없을테니까요. 올리는 보고 있자니 이 닦는 일은 지겨운 게 아니었네요. 정말 신 나는 일인 거 같아요.
우리 아이들이 올리와 동물원 친구들을 보고 있자면, 이 닦는 일이 지겨운 일만은 아닌 신 나는 일이라는 걸 생각하게 될 거 같아요.



이 닦는 동물들의 코믹한 다양한 표정들의 삽화가 재미있는 그림책 <<치카치카 올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 닦는 즐거움을 알려주는 그림책이랍니다. 예쁜 색감으로 그려진 동물들의 익살스러운 표정의 삽화가 보는 즐거움을 더하는 예쁜 그림책이네요.

(사진출처: '치카치카 올리'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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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천재적인
베네딕트 웰스 지음, 염정용 옮김 / 단숨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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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 제목에서 느꼈던 첫 번째 느낌은 '인문서적'같은 딱딱함이었다. 그럼에도 나를 호기심으로 이끈건 '독일 문단에 혜성처럼 등장한 놀라운 신예 베네딕트 웰스'라는 작가 때문이었는데, 내가 추구하는 스토리가 아니었음에도 생각지도 못한 기대 이상의 흡입력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결말을 독자에게 완전 맡겨버린 저자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이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을 때 약간의 아쉬움까지 갖게 만들었으니, 이 젊은 작가의 필력이 보통이 아님을 짐작하게 한다. 요즘 우리 사회의 청춘들은 젊어 고생은 사서한다는 말을 무색하게 할만큼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오로지 대학입학을 위해 오랜 시간을 버텨왔으나, 목표로 해왔던 대학을 입학 한 후에도 등록금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될 뿐만 아니라, 졸업을 한다해도 취업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힘들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미래에 대한 암담함, 현실에 대한 불안감이 요즘 젊은이들이 심리가 아닐까 싶다. 여기 삶에 대한 의심, 고민, 희망을 긁어모아 미국 횡단 여행에 나서는 청춘 3인조의 이야기가 있다. 이 책은 여행이 끝난 후 어른의 삶을 선택한 이들, 그리고 끝나지 않은 결말 속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자신의 삶에 대한 이정표를 만들 수 있는 모험을 제시하고 있는 듯 보였다.

 

열일곱 살의 프랜시스 딘은 한마디로 가망 없는 루저다. 딘은 지금 엄마와 정신병원에 앉아 있다. 딘은 엄마와 클레이몬트 외곽의 소나무 트레일러 정착촌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엄마가 이붓 아버지였던 라이언와 이혼 후에 이부형제 니키와 이별한 후였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정신이상자, 루저, 편부모 가족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이곳 정착촌에 사는 누구나 언젠가는 결코 이곳에서 벗어나지 못하리라는 명확한 예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엄마가 항상 딘을 '프랭키, 우리 꼬마 천재'라고 불렀어도 말이다. 딘은 병동에서 우연히 한 여자를 발견하고 그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게 되는데, 이후 앤메이를 만나기 위해 딘은 매일 병동에 들른다. 딘이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하고 유급이 확정되면서 군에 자원입대를 하겠다고 하자, 엄마의 자살 소동이 일어났고 딘은 엄마가 자신에게 남겨둔 편지를 통해 그동안 감춰져 있었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다.

먼로에 의해 새로운 유전자 엘리트층을 길러낼 계획으로 설립된 천재 정자은행이 설립되고, 엄마는 재정적 안정을 보장받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 한 천재의 정자를 수정받게 되었는데, 그렇게 태어난 아기가 바로 딘이었다. 엄마가 그동안 감추었던 딘의 출생의 비밀을 이야기한 이유는 딘이 자신의 인생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해하고, 자신에게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일깨우고 싶었던 것이다. 딘은 트레일러 장착촌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친아버지를 찾는 일임을 깨닫고 이붓 아버지 라이언으로부터 거금을 받아, 딘 외에는 아무도 상대 해주지 않는 친구 그로버와 아버지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엔메이와 함께 친아버지를 찾는 미국 횡단 여행을 시작한다. 앞날에 대해 하무것도 기대할 수 없는 자신의 현실에 한없이 질려있던 그에게 이번 여행은 그런 삶을 바꿀 기회가 되어줄 것이므로.

 

그들은 여행을 시작했다. 그들이 뉴욕 시내를 빠져나가는 동안 프랜시시는 손가락으로 조수석의 글러브 박스를 초조하게 두드렸다. 불확실성 속으로 뛰어드는 여행이었다. 이 제임스라는 정자기증자가 어느 고독한 대학 교수인지, 속물이 된 컨트리클럽 회원인지 아니면 애정이 넘치고 가정적 인물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프랜시스는 친아버지를 찾아내기만 하면 그가 자신을 이 지겨운 곳에서 꺼내주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것만은 아주 확실해. (본문 138p)

 

딘은 꿈 속에서 라스베가스에서 돈을 따는 꿈을 몇 번에 걸쳐 꾼 적이 있어 아버지를 찾아가는 길에 라스베이거스에 들러 도박을 하지만, 돈을 땄다가 결국에는 돌아가는 차비마저 잃게 된다. 아버지를 찾는 과정에서 친구 그로버와의 다툼, 엔메이에게 느끼는 사랑과 질투 등을 겪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아버지를 찾지만, 자신이 생각했던 부풀었던 꿈과는 전혀 다른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

 

"가장 중요한 건 너의 좌절된 모든 꿈과 희망에 매달려 그걸 절대 놓아주지 않는 거야. 비명을 질러도 좋고 애원해도 좋아. 하지만 너 자신을 더 이상 믿지 못할 때조차 그것들을 놓아버려서는 안 돼. 만약 놓아버리면 그땐 모든 것이 끝장이야, 꼬마야. 그 시점이후로 너의 인생은 허깨비야. 네가 몇십 년을 더 이상을 헤매고 다닌다 해도 내적으로는 이미 죽은 거와 다름없지...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말이야." (본문 287,286p)

 

천재적이거나, 라스베이거스에서 큰 돈을 벌지 않는다면 비참한 생활에서 탈출 할 수 없는 현실에서 딘이 천재의 유전자로 태어난 시험관 아기라는 사실은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 희망을 좇지만, 결국은 딘의여행은 그들에 의해 이용당한 소외계층의 악다구니일 뿐이었다. 탈출하고픈 현실에 안주할 수 밖에 없는 딘의 선택이 당연하면서도 우울하게 한다. 하지만 우울한 것은, 벗어나고 싶었던 현실에서 어른의 삶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던 딘이 다시 한번 큰 돈을 벌고자 한다는 것이다. 천재이거나 큰 돈이 벌지 않는다면 결코 벗어날 수 없는 현실, 그 비참함이 독자를 더욱 우울하게 한다. 저자는 검은색이 나오길 바라는 딘이 눈을 떴을 때, 그 결과에 대한 결정권을 독자에게 주었다. 나는 검은색이 나오지 않기를, 그래서 현 사회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그 외에도 희망이 있음을 일깨워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 마음이 전부는 아님을 나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꿈과 희망은 우리가 놓지 않았을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 스스로를 믿지 못할 때조차 놓아버리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 점을 딘이 일깨워주기를 바란다.

 

흡입력은 굉장한 작품이지만,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에 대한 전달력에 있어서는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나의 이해력 부족탓일지도) 하지만 이 작품을 통해 신인 작가의 무한한 가능성은 볼 수 있었다. 독일 문단에 혜성처럼 등장한 작가 베네딕트 웰스, 그의 차기작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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