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식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
이상권 지음 / 자음과모음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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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이란 무엇인가 소중한 것을 잃어가는 과정이다"

 

라는 표지 글에 이끌어 읽어보게 된 작품이다. 성인이 되었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꽃다발, 향수, 키스를 받는 성년의 날을 맞이하고, 만 20살이 되면 어김없이 성인이 되는 것일까? 사회적 제약없이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성인이 되었다는 뜻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상실감을 겪을 때마다 자아를 형성하고 우리는 조금씩 성장해나간다. 이는 표지글에서 말했듯이, 소중한 것을 잃어가는 고통 속에서 하나둘 알아감을 통해 자신의 정체감을 형성하는 과정이야말로 바로 성장임을 인지할 수 있다.

<<성인식>>의 주인공들이 갈등을 통해 겪게 되는 모순과 이치를 알아가는 아름다운 상실의 나날들은 이러한 성장의 의미를 일깨운다.

 

 

<<성인식>>은 표제작인 성인식을 포함하여 총 다섯 편의 단편을 엮은 성장 소설이다. 이 다섯 편의 작품에는 주인공들이 가지고 있는 왕따, 가족, 부모와의 갈등, 사회의 모순으로 인한 상실감 등의 성장통을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담아냈는데, 그들이 보여주는 서로 다른 성장통은 청소년들의 내면을 잘 표현하고 있다.

 

표제작 [성인식]은 자식을 향한 맹목적인 집착을 받아내기 어려운 주인공 시우가 6년을 함께 산 강아지 칠손이를 제 손으로 죽이면서 느끼는 상실감 속에서 성인식을 치루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과외 한 번 없이 밤잠을 아끼면서 공부에 매달려 과학고에 입성한 시우는 어버이날을 앞두고 시골집에 오게 된다. 얼마 전 맹장수술을 받은 시우에게 어머니는 가족이나 다름없는 칠손이를 잡는다고 선포한다. 그 답답한 마음을 풀어내기 위해 친구 진만이를 만나게 되는데, 진만이는 여자친구 새봄이의 임신에 대해 책임지고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다. 시우는 그런 진만이와 자신의 처지가 바뀌어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한 발자국도 뒤로 물어서지 않는 어머니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생명의 불을 끄면서 그 아픔을 느껴본 사람은 절대 살아 있는 목숨을 함부로 안 죽여. 아암, 저 개를 죽인다고 아파하지 말고, 내 몸속으로 작은 목숨 하나 끌어들인다고 생각해라....저 개 잡아서 네 목숨으로 만들고 가라. 그것이 사는 것이다." (본문 46p)

 

그렇게 시우는 칠손이를 잡으며, 진만이는 새봄이의 부모에게 걷어차이는 과정을 겪으며 성장의 고통을 느끼게 된다.

 

[문자 메시지 발신인]은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게 되는 슬기가 자신의 얼굴에서 잊고 살았던 정미를 보게 되면서 겪는 성장을 담아냈다. 어찌된 내막인지도 모른 채 다른 친구들 맘에 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한순간에 정미를 내팽개칠 수밖에 없었던 슬기는 친구들에게 덤으로 공격을 받지 않기 위해 정미가 내미는 손을 뿌리칠 수 밖에 없었다. 슬기는 왕따당한 정미가 삭였어야 할 시간의 아픔을 느끼게 되었고, 그 고통을 어찌할 수 없었다. 슬기는 전학간 정미에게 사과하고 싶은 마음에 전화를 걸어보지만, 정미의 엄마로부터 정미가 전학을 간 학교에서도 힘들게 지내고 있다는 것을, 친구를 사귈수록 불안하고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슬기 역시 정미처럼 왕따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전학을 생각하게 되는데, 얼마 후 할머니 생신을 맞아 내려간 시골에서 처음 만난 아이들과 꽹과리와 장구, 북을 치면서 어색하지 않고 불편하지 않았다는 사실 속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보여준다. 현 우리 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이 짊어지는 가장 그 고통의 무게가 바로 친구들과의 갈등이 아닐까 싶다. 왕따에 대한 기억으로 전학을 간 학교에서도 친구에 대한 두려움으로 융화되지 못하는 정미와 다르게 슬기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를 보여주었다.

[암탉]에서 보여주는 예분이의 모습 역시 왕따로 인한 고통의 무게를 짊어진 아이의 모습이다. [문자 메시지 발신인]에서 비추어졌던 정미의 모습과 닮아 있는 예분이가 어른들의 모순을 통해 또 한 번의 아픔을 경험하게 되는 과정이 다소 아프게 그려졌지만, 온 힘으로 알을 품는 구름이를 통해서 성장을 경험하게 된다.

 

[욕짱 할머니와 얼짱 손녀]는 조류독감으로 힘들어가는 시골의 모습을 배경으로 삼았다. 거위 '때까우'를 지키려는 할머니와 거위들을 처분해야한다는 이장, 교회 목사 등과의 갈등 속에서 필분이는 이해할 수 없는 할머니에 대한 화가 치민다.

[먼 나라 이야기]도 이 작품과 비슷한 설정이다. 광우병으로 고통받는 시골의 모습 속에서 빚어지는 갈등과 고통, 상실의 무게가 그려진다. 소가 있음으로 해서 삶의 가치를 내세울 수 있었고, 장애도 묻혀버릴 수 있었기에 당당했던 아버지에게 광우병으로 인해 더 이상 소를 키울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절망감은 오연이에게도 아픔이었다.

 

서로 다른 갈등과 상실감 속에서 성장해가는 주인공들은 "무엇인가 소중한 것을 잃어가는 과정"을 통한 성장의 모습을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다. 소중한 것을 잃었을지 모르지만, 그 속에서 그보다 더 소중한 삶에 대한 희망, 용기, 애착 등을 알게 된 주인공들은 하나의 상실감으로 하나의 성장으로 또 하나의 작은 목숨 하나를 끌어들이고 있었다.

요즘 우리 청소년들은 삶의 무게로 다가오는 상실감을 견뎌내지 못하고 삶의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상실감은 고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삶의 열어줄 뿐만 아니라 성장이라는 새로운 인생을 열어준다.

<<성인식>>의 주인공들을 통해서 상실감의 고통이 결코 힘든 것만은 아님을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


(사진출처: '성인식'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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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전태일은 바보회를 만들었을까? - 자본가 vs 전태일 역사공화국 한국사법정 58
이정범 지음, 이일선 그림 / 자음과모음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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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상영이 끝난 후 모든 관객이 일어나 기립박수를 쳤다. 그 중에는 나도 포함되어 있었다. 1995년 상영되었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 상영된 극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면서 [근로 기준법] 책과 함께 분신자살로 스물두 살의 짧은 생애를 마친 전태일의 삶을 다루었던 이 영화는 그 시기의 젊은 대중들을 일깨워주었다.
<<왜 전태일은 바보회를 만들었을까?>>를 읽는 동안 오랜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그 영화를 통해 받았던 벅찬 감동이 다시 되살아났다.



<역사공화국 한국사법정>은 교과서 역사적 사건 속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경쟁구조의 인물을 원고와 피고로 법정에 세워 서로의 주장을 들어보는 독특한 형식의 역사책이다. 이 구성은 역사를 다양한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넓혀줄 뿐만 아니라, 역사를 바라보는 주체적인 세계관을 길러 준다.
이 시리즈는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를 통해 초,중,고 사회 및 역사 교과서의 주제별 분석에 따른 핵심 내용을 정리하여 교과서 속 역사 지식은 물론, 주요 역사 사건의 논리적 서술을 통한 역사 논술에 대비할 수 있는 구성으로 역사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주는데 도움을 준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독자는 58번째 이야기 <<왜 전태일은 바보회를 만들었을까?>>를 통해 1960년대 후반을 시작으로 1970년대 경제 성장과 노동 운동에 대해서 알아보게 된다. 눈부신 경제 발전으로 '산업화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지만, 그 이면에는 '개발 독재의 시기'라는 또다른 이름을 남겼다. 5.16 군사 정변으로 민주주의와 인권이 위기를 맞이했던 그 시절, 경제 성장 속에 저임금과 열악한 환경에서 고된 노동에 시달려야했던 경제 성장의 또 다른 모습이 전태일과 자본가의 법정 공방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동대문 시장에서 의류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사업을 했던 원고 자본가는 전태일이 공장의 직원들을 선동하여 시위를 벌이고 자신과 같은 사업가들을 천하의 나쁜 사람으로 몰아간 것에 대해 정신적, 경제적인 손실을 보상받고자 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이에 재판 첫째 날은 평화시장 노동자였던 전태일의 성장 과정과 불우한 환경 그리고 평화시장의 보조로 취직할 때까지의 과정을 통해서 경제 발전의 이면에 드리워진 서민들의 삶을 전태일과 그 외 증인들을 통해서 알아본다.



둘째 날은 전태일이 노동 운동을 하게 된 경위를 살펴보면서 평화시장 노동자들의 실상을 엿본다. 평화시장이 들어선 뒤로 전국 규모의 의류 시장으로 성장하게 된 동대문과 청게천 주변의 봉제 공장 업주들은 큰 부자가 되었으나, 여공들은 좁은 공간에서 허리를 펴고 걸어다닐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열악한 환경 속에서 눈병, 기관지염, 빈혈, 신경통, 위장병 등에 시달리며 주문이 많을 때는 잠 안 오는 약을 강제로 먹어가며 비참하고 끔찍한 생활을 했다.



피고 전태일은 평화시장에서 약 2년 동안 일하면서 여공들이 매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후 아버지로부터 근로 기준법이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되면서 바보회를 결성하게 된다. 이 과정 속에 노동자들의 힘겨운 삶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된다. 이어 셋째 날은 전태일이 근로 기준법을 불태울 수 밖에 없었던 그 시대상을 살펴 볼 수 있다.



"근로 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다가 그 자리에 쓰려졌습니다. 근로 기준법 화형식과 함께 스스로 노동 운동의 불씨가 되었던 것입니다. (본문 130p)



<<왜 전태일은 바보회를 만들었을까?>>는 경제 발전 속 자본가와 노동자의 극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경제 발전 정책을 충실하게 실천하고,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근로자들과 그 가족들의 생계를 도왔다는 자본가와 근로 기준법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했던 자본가, 정부의 관료들, 노동환경에 무심했던 언론을 상대로 노동 현장에서 고생하며 일한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싸웠다는 전태일 두 사람의 법정 싸움에서 자본주의가 만든 노예계급, 자본주의의 병폐 등을 생각하며 과연 경제 발전을 이룩해야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노동자의 죽음은 이름이 없다. 그러나 전태일의 경우는 달랐다. 그는 초등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였고 평생을 주린 창자가 차도록 밥 한 끼 포식해 본 일이 드물었으며 죽을 때까지도 무허가 판자촌에서 살았지만, 비록 그를 아무도 알아 주지 아니하고 누구에게도 존경을 받아 보지 못하고 이름 없이 살아온 핫빠지 인생이었지만,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고 외치며 죽어간 그의 죽음만은 세상에 알려졌고, 세상에 충격을 주었고, 마침내 얼음처럼 시리고 차디찬 현실을 뚫는 불꽃이 되어 하나의 사건으로,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독되게 되었다. 그의 죽음이 세상에 던진 충격, 그의 죽음이 우리 민중의 역사에 끼친 영향은 오늘 이 시점까지도 충분히 측량할 수가 없다." (본문 145,146p)



<<왜 전태일은 바보회를 만들었을까?>>를 통해 60,70년대 경제 발전 속 사회적, 정치적 상황과 노동 운동에 대해 알아볼 수 있었으며, 아울러 원고 자본가와 피고 전태일의 법정 공방을 통해 역사를 다각도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넓힐 수 있었다.
또한 [열려라, 자식 창고][휴정 인터뷰][역사 유물 돋보기][떠나자, 체험 탐방] 등을 통해 흥미롭고 폭넓은 지식을 습득할 수 있으며, [한 걸음 더! 역사 논술]은 논술 대비에 도움을 주는 구성이다. 흥미진진한 법정 공방을 통해 역사를 알아가는 <역사공화국 한국사 법정> 이야기, 역사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주는데 탁월한 구성을 가진 작품이었다.

(사진출처: '왜 전태일은 바보회를 만들었을까?'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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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단길로 간다 푸른숲 역사 동화 6
이현 지음, 백대승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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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연한 우리의 땅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호시탐탐 독도를 탐하고 있다. 그 뿐인가? 엄연한 우리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발해를 자신들의 역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역사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으로 인해 우리의 땅, 우리의 역사를 잃어가고 있음이 너무도 안타깝다. 중국은 동북공정이라는 연구 사업을 벌이면서 발해가 자신들의 역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발해는 스스로를 고구려를 잇는 나라라고 했다. 15대 228년간의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진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고구려의 영토를 회복하고 오히려 북쪽 연해주 지역으로 더 진출한 형세를 갖게 되면서 '해동성국'이라고 호칭할 정도의 국세를 가졌다. 발해는 중국 땅에 있었기 때문에 발해가 남긴 역사의 흔적을 우리가 쫓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역사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분명 우리 5,000년 역사의 하나인 발해를 당당히 지켜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 관심은 어른들만의 몫이 아니라 앞으로 이 나라를 지켜나가고 우리 역사를 지켜나가야 할 우리 어린이들도 꼭 가져야 하는 부분이기에 역사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을 갖게 하는 <푸른숲 역사 동화> 시리즈가 가진 의미가 더욱 소중해진다.



발해는 주변 나라들과 다양한 문물을 주고받으면 활발하게 교류했던 동아시아 대표 무역 국가였다. <<나는 비단길로 간다>>의 주인공 홍라를 쫓아가다보면 무역을 통한 국제적인 나라로 번성했던 발해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국제적인 나라답게 세계로 뻗어나가는 길들이 잘 갖춰 있었던 발해의 그 길에 홍라가 서 있다. 발해의 역사에 대한 정보가 극히 미비한 실정이지만 홍라가 서 있는그 길을 통해 발해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렇게 독자는 홍라를 따라 발해 역사의 문을 두드리게 된다.



장보고 장군이 청해진 대사로 부임하고 나서부터 교역의 중심지가 된 청해진은 금씨 상단의 중요한 거래처였다. 홍라의 어머니 금기옥이 이끄는 금씨 상단은 상경성에서도 그 명성이 손에 꼽히는 상단으로 신라, 일본, 당나라, 서역의 큰 상단들과 교역을 했다. 하지만 태풍으로 어머니를 잃은 홍라에게는 어머니의 호위 무사 친샤, 수습 천문생 월보 그리고 갚아야 할 빚만이 남겨졌을 뿐이었다.


그 중 섭씨 영감에게 진 빚과 바다 깊이 가라앉아 버린 부왕의 혼례식을 위해 바쳐야 할 오백 필이 문제였다. 사장시의 영은 상단을 섭씨에게 넘기고 두 살 되던 해 고향인 흑수로 돌아간 아버지 아골타를 찾아가도록 권유하지만 홍라는 어딘가에 살아계실지 모를 어머니가 오실 때까지 상단을 지켜내기로 결심하게 되고, 어머니가 금씨 상단이 가장 큰 위기를 만났을 때 쓰라며 선물로 준 열쇠를 꺼내든다.


열쇠를 열고 들어간 곳에는 비단 오백필 정도는 너끈히 살 수 있는 양의 소그드의 은화가 있었고, 홍라는 은화의 값어치를 곱절로 받을 수 있는 소그드 인 마을이 있는 솔빈으로 대상주가 되어 고역을 하러 가기로 결심한다. 친샤, 월보 그리고 태풍에서 목숨을 구해주어 연이 된 신라의 비녕자와 함께 고역의 길을 가게 된 홍라는 섭씨의 아들 쥬신타와 뜻하지 않는 동행을 하게 되지만 장사치에 재능이 있는 쥬신타는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큰 도움이 되어주었고, 홍라의 첫 교역을 성사시킨다.
그 와중에 홍라는 교역 중 아버지를 만나게 되고 아버지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를 따라 흑수를 가지고 않고 상단을 지키려는 근원적인 이유에 대해 자문을 하게 된다.



꼭 그런 건 아니네요. 오로지 재물을 바라고 교육을 하려는 건 아니네요.
홍라는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말할 수 없었다. 그럼 무엇 때문이냐고 묻는다면, 대답할 말이 없었다. 아직은 그랬다. 하지만 이제 그 답을 찾고 싶었다. 이번 교역을 끝내고 나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본문 110p)



쥬신타의 도움으로 첫 교역을 성공하여 말을 구입하게 된 홍라의 비단을 구입하여 상단을 지킬 수 있다는 꿈은 청해진에 도착하면서 현실로 다가오게 된다. 황제 폐하의 승하로 비단값이 폭락하면서 장사꾼인 홍라에게는 더없이 좋은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승려가 되기 위해 떠나는 쥬신타, 뜻하지 않는 동료의 배신, 월보의 죽음과 그동안 알지 못했던 친샤의 가족사 등으로 인해 홍라의 꿈을 산산히 부서진 채 빈털털이가 되어 홀로 상경성으로 돌아오게 된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현실을 받아들이고, 상단을 섭씨에게 넘긴 채 혼자가 된 홍라이지만, 교역길을 이어 가려는 이유를 깨닫게 되고, 자신만의 비단길을 열기 위한 새로운 길을 가려 한다.



길을 걷고 싶었다. 길에서 만나고 싶었다. 길에서 사람을 만나고, 세상을 만나고, 새로운 나를 만나고 싶었다. 그렇게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만들어 가고 싶었다. (본문 183p)


<<나는 비단길로 간다>> 속에 나는 홍라와 함께 길을 걸었던 또 다른 상인이 되어 함께 걷고 있었다. 역사적 증거가 턱없이 부족한 발해지만, 이 책에서 만큼은 '해동성국'으로서의 굳건했던 발해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교역을 통해 활발했던 발해와 그 주변국가의 모습과 고구려를 이은 발해의 문화 속에 홍라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고, 그 길에 함께 서 있던 독자의 한 사람이었던 나는 발해의 이모저모를 살펴 볼 수 있었다.

또한 이 작품은 동화를 통해서 발해의 역사를 보여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홍라와 쥬신타, 월보가 자신의 꿈을 향해 당당히 걸어가는 모습을 통해서 독자 어린이들로 하여금 '꿈'을 찾아주는 길도 함께 보여주었다.

이문을 남기기 위해 시작했던 홍라의 걸음이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길이 되고, 거친 풍랑을 만나지만 결국 자신의 꿈을 향해 당당히 자신의 길에 첫 걸음마를 시작한 홍라의 모습은 진정한 성공, 행복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한다.



우리의 역사, 발해를 지켜내기 위해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멀고 험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사에 대한 관심, 자긍심이 있다면 그 길이 결코 힘들지만은 않을 것이다. 무역 국가였던 발해의 모습이 <<나는 비단길로 간다>>에서 살아 숨쉬듯이, 역사에 대한 관심이 5,000년 역사 속에 발해가 당당히 살아 숨쉴 수 있는 힘이 되어줄 것이다.

동화와 역사의 조화가 너무도 잘 어울렸던 이야기는 역사에 대한 관심, 자신의 꿈에 대한 길을 감동과 재미 속에 잘 녹아들었으며, 발해가 살아 숨쉬듯이 생생한 느낌을 주었던 삽화는 위풍당당했던 발해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도록 이끈 작품이었다.

(사진출처: '나는 비단길로 간다'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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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단길로 간다 푸른숲 역사 동화 6
이현 지음, 백대승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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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연한 우리의 땅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호시탐탐 독도를 탐하고 있다. 그 뿐인가? 엄연한 우리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발해를 자신들의 역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역사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으로 인해 우리의 땅, 우리의 역사를 잃어가고 있음이 너무도 안타깝다. 중국은 동북공정이라는 연구 사업을 벌이면서 발해가 자신들의 역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발해는 스스로를 고구려를 잇는 나라라고 했다. 15대 228년간의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진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고구려의 영토를 회복하고 오히려 북쪽 연해주 지역으로 더 진출한 형세를 갖게 되면서 '해동성국'이라고 호칭할 정도의 국세를 가졌다. 발해는 중국 땅에 있었기 때문에 발해가 남긴 역사의 흔적을 우리가 쫓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역사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분명 우리 5,000년 역사의 하나인 발해를 당당히 지켜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 관심은 어른들만의 몫이 아니라 앞으로 이 나라를 지켜나가고 우리 역사를 지켜나가야 할 우리 어린이들도 꼭 가져야 하는 부분이기에 역사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을 갖게 하는 <푸른숲 역사 동화> 시리즈가 가진 의미가 더욱 소중해진다.

 

 

발해는 주변 나라들과 다양한 문물을 주고받으면 활발하게 교류했던 동아시아 대표 무역 국가였다. <<나는 비단길로 간다>>의 주인공 홍라를 쫓아가다보면 무역을 통한 국제적인 나라로 번성했던 발해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국제적인 나라답게 세계로 뻗어나가는 길들이 잘 갖춰 있었던 발해의 그 길에 홍라가 서 있다. 발해의 역사에 대한 정보가 극히 미비한 실정이지만 홍라가 서 있는그 길을 통해 발해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렇게 독자는 홍라를 따라 발해 역사의 문을 두드리게 된다.

 

장보고 장군이 청해진 대사로 부임하고 나서부터 교역의 중심지가 된 청해진은 금씨 상단의 중요한 거래처였다. 홍라의 어머니 금기옥이 이끄는 금씨 상단은 상경성에서도 그 명성이 손에 꼽히는 상단으로 신라, 일본, 당나라, 서역의 큰 상단들과 교역을 했다. 하지만 태풍으로 어머니를 잃은 홍라에게는 어머니의 호위 무사 친샤, 수습 천문생 월보 그리고 갚아야 할 빚만이 남겨졌을 뿐이었다. 그 중 섭씨 영감에게 진 빚과 바다 깊이 가라앉아 버린 부왕의 혼례식을 위해 바쳐야 할 오백 필이 문제였다. 사장시의 영은 상단을 섭씨에게 넘기고 두 살 되던 해 고향인 흑수로 돌아간 아버지 아골타를 찾아가도록 권유하지만 홍라는 어딘가에 살아계실지 모를 어머니가 오실 때까지 상단을 지켜내기로 결심하게 되고, 어머니가 금씨 상단이 가장 큰 위기를 만났을 때 쓰라며 선물로 준 열쇠를 꺼내든다.

 

열쇠를 열고 들어간 곳에는 비단 오백필 정도는 너끈히 살 수 있는 양의 소그드의 은화가 있었고, 홍라는 은화의 값어치를 곱절로 받을 수 있는 소그드 인 마을이 있는 솔빈으로 대상주가 되어 고역을 하러 가기로 결심한다. 친샤, 월보 그리고 태풍에서 목숨을 구해주어 연이 된 신라의 비녕자와 함께 고역의 길을 가게 된 홍라는 섭씨의 아들 쥬신타와 뜻하지 않는 동행을 하게 되지만 장사치에 재능이 있는 쥬신타는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큰 도움이 되어주었고, 홍라의 첫 교역을 성사시킨다.

그 와중에 홍라는 교역 중 아버지를 만나게 되고 아버지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를 따라 흑수를 가지고 않고 상단을 지키려는 근원적인 이유에 대해 자문을 하게 된다.

 

꼭 그런 건 아니네요. 오로지 재물을 바라고 교육을 하려는 건 아니네요.

홍라는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말할 수 없었다. 그럼 무엇 때문이냐고 묻는다면, 대답할 말이 없었다. 아직은 그랬다. 하지만 이제 그 답을 찾고 싶었다. 이번 교역을 끝내고 나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본문 110p)

 

쥬신타의 도움으로 첫 교역을 성공하여 말을 구입하게 된 홍라의 비단을 구입하여 상단을 지킬 수 있다는 꿈은 청해진에 도착하면서 현실로 다가오게 된다. 황제 폐하의 승하로 비단값이 폭락하면서 장사꾼인 홍라에게는 더없이 좋은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승려가 되기 위해 떠나는 쥬신타, 뜻하지 않는 동료의 배신, 월보의 죽음과 그동안 알지 못했던 친샤의 가족사 등으로 인해 홍라의 꿈을 산산히 부서진 채 빈털털이가 되어 홀로 상경성으로 돌아오게 된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현실을 받아들이고, 상단을 섭씨에게 넘긴 채 혼자가 된 홍라이지만, 교역길을 이어 가려는 이유를 깨닫게 되고, 자신만의 비단길을 열기 위한 새로운 길을 가려 한다.

 

 

길을 걷고 싶었다. 길에서 만나고 싶었다. 길에서 사람을 만나고, 세상을 만나고, 새로운 나를 만나고 싶었다. 그렇게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만들어 가고 싶었다. (본문 183p)

 

<<나는 비단길로 간다>> 속에 나는 홍라와 함께 길을 걸었던 또 다른 상인이 되어 함께 걷고 있었다. 역사적 증거가 턱없이 부족한 발해지만, 이 책에서 만큼은 '해동성국'으로서의 굳건했던 발해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교역을 통해 활발했던 발해와 그 주변국가의 모습과 고구려를 이은 발해의 문화 속에 홍라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고, 그 길에 함께 서 있던 독자의 한 사람이었던 나는 발해의 이모저모를 살펴 볼 수 있었다.

또한 이 작품은 동화를 통해서 발해의 역사를 보여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홍라와 쥬신타, 월보가 자신의 꿈을 향해 당당히 걸어가는 모습을 통해서 독자 어린이들로 하여금 '꿈'을 찾아주는 길도 함께 보여주었다.

이문을 남기기 위해 시작했던 홍라의 걸음이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길이 되고, 거친 풍랑을 만나지만 결국 자신의 꿈을 향해 당당히 자신의 길에 첫 걸음마를 시작한 홍라의 모습은 진정한 성공, 행복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한다.

 

 

우리의 역사, 발해를 지켜내기 위해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멀고 험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사에 대한 관심, 자긍심이 있다면 그 길이 결코 힘들지만은 않을 것이다. 무역 국가였던 발해의 모습이 <<나는 비단길로 간다>>에서 살아 숨쉬듯이, 역사에 대한 관심이 5,000년 역사 속에 발해가 당당히 살아 숨쉴 수 있는 힘이 되어줄 것이다.

동화와 역사의 조화가 너무도 잘 어울렸던 이야기는 역사에 대한 관심, 자신의 꿈에 대한 길을 감동과 재미 속에 잘 녹아들었으며, 발해가 살아 숨쉬듯이 생생한 느낌을 주었던 삽화는 위풍당당했던 발해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도록 이끈 작품이었다.

 

(사진출처: '나는 비단길로 간다'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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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콩 2013-02-16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짝짝짝!! 축하합니다.

동화세상 2013-02-18 10:1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프린세스 바리 - 제2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박정윤 지음 / 다산책방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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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에 따르면, 오구대왕이 딸만 낳다가 일곱째도 딸이 태어나자 버린다. 버리진 바리공주는 한 노부부에 의해 키워졌는데, 후에 왕과 왕비가 죽을 병이 들자 저승의 생명수로만 목숨을 구할 수 있다고 하자, 여섯 공주 모두가 싫다고 했으나, 버려진 바리공주가 기꺼이 부모를 위해 저승길에 나섰다. 바리공주는 저승의 수문장과 일곱 해를 살고 일곱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조건을 이행한 후에 생명수를 가지고 이승에 돌아왔고, 마침 왕과 왕비의 상여와 마주쳐 부모를 살렸다. 저승 수문장은 장승이, 일곱 아들은 칠원성군이 되었고, 바리는 한국 무당의 조상이 되었다고 한다.

 

바리공주의 설화는 아이들의 그림책으로 여러 번 접했던 터라 익숙하다. 몇 해전 바리공주의 설화를 모티브로 한 황석영의 <바리데기>를 재미있게 읽어보았는데, 이번 <<프린세스 바리>>는 바리공주의 설화를 어떤 이야기로 탄생되었는지 무척 궁금했다. 더군다나 제1회 혼불문학상 <난설헌>에 이은 제2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 역시 작품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설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지만, 설화 속 바리와 작품 속 바리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었다. 설화 속 바리공주가 부모를 살리기 위해 저승으로 갔다면, 작품 속 바리는 죽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죽음으로 인도하고 있다. 설화 속 바리는 부모를 만났지만, 작품 속 바리는 끝내 부모에게 버림받았다. 그렇게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제대로 교육도 받지 못한 바리는 자신만의 느낌 하나만 믿고 살아간다.

 

"....저는 배운 것도 없고 세상 일에 대해 아는 것도 없어요. 제 느낌 하나만 믿고 살아가요. 잘 살고 싶은 욕심도 없어요. 잘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르겠지만." (본문 175p)

 

<<프린세스 바리>>는 현재, 과거를 오가며 구성되는 작품으로, 1. 굴뚝을 시작으로 과거와 현재를 돌고 돌아 17. 다시 굴뚝으로 돌아온다. 열차가 수인선을 달릴 때는 호황을 누렸으나, 노선이 폐지된 이후로 한순간에 몰락해버린 수인곡물시장 속 문을 열고 두 걸음만 걸으면 철길이 닿고, 바로 앞에 닿아 있는 산에서 흙이 흘러내려오는 일곱 가구가 모여사는 이곳에는 바리와 아홉 살 때, 중국에서 양아버지에 의해 참깨가 든 포대 속에서 5일 동안 웅크린 채 건너온 중국인 나나진과 굴뚝 청소부 청하가 살고 있다.

바리는 산파 할머니와 토끼 할머니의 손에 자랐다. 다섯 명의 계집아이를 낳은 연탄공장 사장 부인이 다섯 번째 딸을 받을 때 '엉터리 나무뿌리 달여주곤 돈 받아먹는 주제에. 아기도 안 낳아봤으니 내 고통을 알 리가 없지. 당신 손길 징글징글해. (본문 23p) 라며 악담을 퍼붓자 산파는 '쌓은 연탄만큼 흔하게 계집만 낳아라, 마지막 아이는 내가 데려간다.' (본문 23p)라며 저주를 퍼부었다. 그 탓이었던가? 부인은 일곱 번째도 딸을 낳았고, 산파는 결국 일곱 번째 딸아이를 데리고 어릴 적 친구였던 토끼에게 찾아간다. 두 사람의 순탄치 않았던 결혼 생활,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공통점이 바리의 운명을 좌우했다.

그렇게 산파 할머니와 토끼 할머니에게 길러진 바리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두 사람의 이기적인 사랑으로 자랐고, 옐로하우스의 몸을 파는 유리들을 상대하며 돈을 벌었던 산파가 죽자, 토끼는 바리를 가족에게 돌려보내려고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산파의 죽음 이후 바리가 좋아하던 유리였던 연슬언니의 죽음, 그리고 청하의 할머니의 죽음이 뭔가 석연치 않음을 토끼는 직감하고, 그 탓에 바리의 삶은 바리를 '마녀, 귀신'이라 놀리던 남자애들에 의해 철길까지 따라온 갈매기가 몸을 움직이려 발을 버둥거렸던 것처럼 흔들어 놓았다.

청하의 청혼으로 조촐한 결혼식을 올리며 청하의 아이를 임신하면서 이제 겨우 행복한 삶을 누리려 했던 바리는, 산파에 의해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법을 배우게 된 탓 그리 평탄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또다시 산파가 미워진다.

 

나는 갈비뼈 사이에 손끝을 깊숙하게 찔러넣고 폐를 눌렀다. 숨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다시 한 번 폐를 눌렀다. 영감의 눈동자가 커졌고 두려워하는 눈빛이었다. 두려워한다는 것은 살고 싶다는 강렬한 의지였다. (본문 9,10p)

 

인천 변두리 지역을 살아가는 밑바닥 인생들의 삶을 디테일하게 복원했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이 작품은 몰락한 수인곡물시장을 배경으로 한 탓에 등장인물 모두가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일곱 번째 딸로서 행복한 삶을 누렸을지도 모를 바리, 불임탓에 이혼을 하고 아버지로부터 약초를 배우고 산파일을 하게 된 산파, 책읽기를 좋아했지만 어려운 가정형편에 학교를 그만두고 일을 해야했고, 불임과 남편의 죽음으로 혼자 되고, 산파와의 결별로 끝내 혼자가 되었던 토끼, 엄마의 죽음과 의붓아버지와의 석연치 않은 관계를 보이는 나나진, 유리로서 힘든 삶을 살다가 결국 죽음을 원하게 된 연슬 언니, 굴뚝 청소를 하며 행복을 꿈꾸었지만 끝내 죽음을 맞이하게 된 청하...이들의 이야기는 슬프고 안타깝게 다가왔다. 비참하고 힘든 삶으로 인해 세상을 떠나고 싶을 때, 두려운 죽음을 편안하게 인도하고자 하는 바리는 굴뚝에서 안타까운 죽음으로 맞이하게 된 남편 청하를 인도하고자 굴뚝을 헤매인다.

 

"어, 나나진 청하는 아직 저기 있어. 가봐야 해. 얼마나 놀랐을까. 더 늦기 전에 내가 청하는 인도해줘야 해." (본문 322p)

 

<<프린세스 바리>>의 주인공 바리는 조금은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교육을 못받았다는 설정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모티브로 한 바리공주의 느낌을 살려 신화적인 느낌을 주기 위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녀가 내뱉는 짧은 대사들로 하여금 바리를 독특하거나 혹은 몽환적인 인물로 보여준다. 바리공주의 설화를 모티브로 했다는 점과 바리를 기묘한 캐릭터로 탄생시켰다는 점에서는 후한 점수를 주고 싶으나, 전반적으로 어두운 이야기인 탓에 쉽게 읽을 수 없었다는 점이 내게는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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