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의 비망록 - <오만과 편견>보다 사랑스런
시리 제임스 지음, 이경아 옮김 / 좋은생각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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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저자 시리 제임스를 알게 된 건 몇 개월전에 읽었던 <샬럿 브론테의 비밀 일기>를 통해서였다. <제인 에어>의 제인 못지 않은 삶을 산 샬럿의 일생을 소재로 한 이야기로 그녀의 글에 대한 열정과 사랑, 꿈 등이 멋진 작품으로 탄생되었었는데,  이번에 저자는 <오만과 편견>의 작가 제인 오스틴의 삶을 토대로 한 <<제인 오스틴의 비망록>>을 출간했다. 전 작품을 통해 저자의 글에 매료되었기 때문인지, 이 책 제목을 보는 순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며, 다음에는 또 어느 작가의 삶을 보여주게 될까에 대한 궁금함에 벌써부터 기대를 갖게했다.

 

 

<<제인 오스틴의 비망록>>에서는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여자 셰익스피어'로 불리우며 연애 소설의 대가가 된 제인의 삶에 허구를 덧입혀 작품 속에 녹아든 그녀의 삶과 사랑 그리고 결혼관 등에 대한 그녀의 생각을 엿보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이 책 역시 전작과 마찬가지로 오빠 에드워드 오스틴 나이트가 소유한 주택 가운데 하나였던 초튼매너하우스 다락 한구석에서 제인의 것으로 짐작되는 루비가 박히고 정교하게 세공된 금반지와 고문서를 발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 작품에서 제인이 살았던 시대적 상황과 배경에 대해 잘 묘사되고 있는데, 소설에 대한 그 시대의 인식, 그 시대를 살아가는 여자들의 삶이나 결혼, 사랑 등의 시대상을 통해서 제인이 여자로서, 작가로서 자신의 꿈과 사랑에 대해 뚜렷한 사고 방식을 갖고, 열정적으로 살았음을 미뤄짐작 할 수 있었다.

 

"제가 돈을 벌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건 너무 불공평해요. 남자들은 직업을 고를 수도 있는데. 열심히만 하면 돈도 명예도 얻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 여자들은 집에 쳐박혀서 남의 호의나 기다려야 하고." (본문 41,42p)

"숙녀분들이 하하하는 이이이야기가 고고고고작 이이이이건가요? 머머멍청한 소소소소설?" (본문 83p)

"왜냐하면 작가란 여자들에게 바람직한 직업으로 여겨지지 않으니까요. 또 저는 쓰라린 실패에 뒤따르는 조롱이나 비난이나 경멸을 반기지 않으니까요." (본문 146p)

"여성 소설가들을 세상이 어떻게 대하는지 못 봤어? 사람들은 그들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이러쿵저러쿵 쑥덕거리고, 문학가인 척한다며 흉을 보지. 차라리 여자가 아닌 척해서 번거로운 일들을 피하고 싶어. 사람들이 나를 요모조모 뜯어보는 건 사양하겠어. 안 그러면 줄타기 곡예사처럼 세상에 드러나게 될 거야." (본문 281p)

 

갑작스러운 이사와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무일푼인 어머니와 제인 그리고 카산드라 언니에게 닥친 경제적 위기로 어머니와 자매는 친지를 방문하며 지내게 된다. 그러다 갓 결혼한 해군인 프랭크 오빠의 권유로 사우샘프턴에서 정착하게 된다. 이 때까지 제인은 <수잔><첫인상><이성과 감성> 세 작품을 집필했지만, 출판을 약속한 <수잔>은 몇 년이 지나도 출판이 되지 않아, 제인은 글쓰기를 중단하고 편지 쓰기에 몰두하고 있었다.

여행을 권유한 헨리 오빠와 함께 라임으로 여행을 하게 된 제인은 처음 만난 순간부터 마음을 빼앗기게 된 애시포드 씨와 짧은 만남을 하게 된다. 짧은 만남 이후 오랜시간동안 제인의 마음을 흔든 애시포드와의 우연치 않은 재회를 통해서 제인은 애시포드를 깊이 사랑하게 되고, 그동안 글을 쓰지 않았던 제인은 애시포드의 격려로 다시 글을 쓰게 된다.

 

"왜 벌써부터 그런 걸 걱정하죠? 재능만 있으면 결국에는 다 해결될 문제 아닌가요. 당신은 작품을 출판한 소설가가 되고 싶나요?"

"제가 원하는 건 그것뿐이에요."

"그러면 당신은 꼭 그런 소설가가 될 겁니다. 제인 오스틴 양." (본문 148,149p)

 

하지만 두 사람은 좀처럼 서로의 마음을 보여주지 않은 채 또 다시 아쉬운 이별을 하게 되는데, 애시포드를 그리워하던 제인은 그의 약혼 소식을 접하게 되고, 분노에 휩싸이게 된다. 애시포드의 정략결혼에 대한 사정을 알게 되고, 그의 어깨를 짓누르던 짐에서 풀려난 애시포드와 제인은 비로소 서로의 마음을 털어놓고 아름다운 사랑을 하게 된다. 하지만 또 다시 두 사람의 사랑에 큰 어둠이 드리워지고, 애시포드는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제인과의 결혼을 약속하지만, 제인은 애시포드를 위해 기꺼이 그 아픔을 감내한다.

다시는 글을 쓰지 않겠다는 제인에게 애시포드는 처음 만난 순간부터 으르렁대는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한다.

 

"서로 으르렁댄다고요?"

"처음에는 서로를 경멸하지.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서로의 진면목을 알게 되면 존경하게 되고."

"그래서 오만을."

"편견을."

"극복하는 이야기." (본문 325p)

 

제인은 <이성과 감성>으로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한 몸에 받았으며, 기존에 쓴 작품 <첫인상>을 완전히 뜯어고쳐 <오만과 편견>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했고, 최고의 연애 소설로 평가받게 된다.

<<제인 오스틴의 비망록>>에서는 작품의 영감을 얻게 되는 장면이나, 작품 속에 소재가 되고 있는 삶의 일부를 보여주고 있는데, 소설의 탄생 비화를 알게 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재미있는 부분이 되기도 한다.

펨브룩 홀을 방문한 경험은 <오만과 편견><첫인상>에, <이성과 감성>에서는 자매와 엄마의 대화에서 영감을 받아 수록했다.

 

 

 

당시의 결혼은 사랑보다는 조건을 중시하고 있었는데, 사랑없는 결혼을 싫어했던 제인이 청혼을 받아들이지 않아 어머니에게 오랫동안 시달림을 받는 장면이나, 사랑보다는 자신의 조건을 내세워 청혼하는 모튼 씨의 모습 속에서도 당시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었다.노처녀에 글을 쓰는 작가라는 시대적인 편견에 맞섰으며, 시련의 아픔을 이겨내고 사랑받은 작가된 제인 오스튼의 삶은 현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비망록의 발견이라는 상상에서 시작된 이야기였지만, 마치 제인이 기록한 글처럼 그녀의 삶이 잘 투영되어 있는 듯 하다.

이 책을 덮고 난뒤에 <오만과 편견>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오만과 편견>과 이 작품의 닮은 꼴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는 독서가 될 듯 싶다.

 

(사진출처: '제인 오스틴의 비망록' 표지와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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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
가레스 하인즈 글.그림,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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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전은 어린이를 비롯 어른들도 꼭 읽어봐야 할 필독서로, 그 중 <<오디세이>>는 내용을 떠나 '기록 힘든 여행이나 방랑기'를 뜻하는 보통 명사로 쓰이면서 오랜시간 동안 사랑받고 있다. 이 작품은 고대 그리스의 시인 호머가 기원전 8세기 무렵에 쓴 작품으로 트로이 원정에 성공한 영웅 오디세우스의 귀국담을 노래한 장편 서사시이다.

고전은 남녀노소 구별없이 읽어야할 필독서이지만, 그 작품을 읽고 이해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런 부분을 감안하여 어린이들이 읽기 쉽도록 만화로 구성된 고전이 많이 등장하는데, '만화'가 주는 단점은 무게감있는 고전을 가볍게하거나, 그 의미를 간소화하고 있어 고전이 주는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기가 어렵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만화는 '어린이'라는 연령을 제한하고 있어 어른들에게는 다소 꺼려지는 장르이기에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 보물창고에서 출간된 <<오디세이>>는 '그래픽 노블'이라는 장르로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갖추며 고전을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다소 생소한 '그래픽 노블'은 문자 그대로 '그림으로 읽는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우리가 흔히 생각하고 있는 '만화'와는 차별화된다. 이 장르는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발전하여, 다양한 콘텐츠로 발전이 가능한 핵심 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하는데, 그래픽 노블로 보는 <<오디세이>>는 고전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가치가 그대로 전달되어져 고급스러운 느낌이 든다.

 

 

 

<<오디세이>>를 제대로 읽게 된 것은 이 작품을 통해서 처음인 듯 하다. 그동안 그 방대함과 어려움에 쉽게 읽지 못했었는데, 그래픽 노블로 탄생된 이 작품은 장르의 특성으로 인해 읽기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었기 때문이다. 화려한 그래픽 노블을 통해서 오디세우스의 고난과 역경으로 가득찬 모험 속에서 전쟁과 복수, 사랑과 우정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수록되어 있다.

자신의 아들이자 키클롭스인 폴리페모스의 눈을 멀게 만든 일로 오디세우스를 미워하는 포세이돈으로 인해, 오디세우스는 먼 오기기아 섬에서 님프 칼립소에게 붙잡혀 트로이 전쟁이 끝난 지 7년이 지났지만,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에 신들은 포세이돈의 화를 누그러뜨려 꾀 많은 영웅 오디세우스를 고향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돕는 한편,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가 어머니 페넬로페를 괴롭히는 파렴치한 구혼자들에게 저항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기로 한다.

텔레마코스는 아버지의 소식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게 된다. 한편 익사당할 뻔한 오디세우스를 구해 주었던 칼립소는 제우스의 뜻에 따라 아르테미스를 놓아주게 되고, 그것을 안 포세이돈은 그를 가만두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신의 도움으로 수많은 역경을 헤쳐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고, 이타카의 질서를 바로잡는다.

 

 

 

나는 포세이돈의 아들이니 아버지께서 나의 소원을 들어주실 것이다.

대지를뒤흔드는 포세이돈이시여!

제가 정말 당신의 아들이라면 저를 위해 이타카의 오디세우스에게 복수를 해 주소서! 결코 그가 고향에 이르지 못하게 해 주소서. 만약 오디세우스를 뒤늦게라도 고향에 돌려보내는 것이 다른 신들의 뜻이라면 오래도록 고통을 겪고 동료를 모두 잃은 뒤에야 돌아가게 해 주옵고 고향 땅에 닿아서도 모진 고초가 그를 기다리고 있게 해 주소서! (본문 114p)

 

 

 

자신의 눈을 멀게 한 오디세우스에 의해 눈이 멀게 된 폴리페모스는 아버지 포세이돈을 향해 이처럼 기도를 했고, 오디세우스는 폴리페모스의 저주에 의해 수많은 역경을 겪은 후에야 집으로 돌아갔으며, 집으로 돌아가서도 고초를 겪어야했다.

2010년 최고의 그래픽 노블로 선정된 카레스 하인즈가 보여준 그래픽 노블의 <<오디세이>>는 역동적이며, 웅장했으며, 총 24권의 방대한 분량을 너무도 표현하고 있는데, 이 책에서 보여주는 신과 인간, 복수, 용기, 사랑, 모험과 역경, 인간의 탐욕 등이 원작에 소홀함없이  잘 드러나있었다.

그래픽 노블을 통해 보게 된 <<오디세이>>는 그동안 쉽게 접하지 못했던 이 작품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며, 어렵게 느껴졌던 고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불어넣어주었다. 이 작품을 통해서 나는 방대한 24권의 <<오디세이>>를 읽어보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되었는데, 이는 이 고전에 대한 흥미를 느끼게 해주었기 때문이리라.

결코 가볍지 않게, 고전이 가지고 있는 그 의미와 가치를 그대로 전달하면서, 고전에 대한 흥미를 자극시켜주는 '그래픽 노블'이라는 신 장르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고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주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출처: '오디세이'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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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파이어 2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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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크로스파이어1>을 읽으면서, 나는 준코를 보면서 선과 악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잣대로 삼았다. 법이 집행하지 못하는 일들을 자신의 능력 ’염화방확능력’을 사용하여, 죄인임에도 불구하고 죄인으로 낙인되지 않는 자들을 처벌하며 스스로 정의를 실현시키고 있다는 준코를 과연 선인가? 악인가? 라는 저울질을 하며 1권을 재미있게 읽어 내려갔다.

2편에서는 준코와 형사들간의 대립이 있을거라는 예상을 나름대로 하면서, 왠지 박진감 넘치는 장면이 전개 될거라 생각했지만, 내 예상과는 전혀 반대되는 내용으로 진행되어 갔다.
독자의 예상대로 진행되는 이야기라....? 저자 미야베 미유키는 그런 독자들의 뻔한(?) 예상을 미리 감지한듯, 오히려 박진감보다는 조금 잔잔한(?) 내용으로 전개시켰다.
그 잔잔함 속에서 먼가 일이 터질듯한 스릴이 있을 듯 말듯 진행되었다가 결국은 그 스릴이 폭파되지 않았다는 점이 조금 아쉽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1편의 박진감과 액션과 스릴이 이어질거라는 기대감이 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1편에서 준코가 악을 처단하는 장면이나 범인들의 행각을 파헤치는 장면을 주된 내용으로 삼았다면, 2편에서는 초능력자들이 가지고 있는 아픔과 슬픔 그리고 외로움을 담았으며, 스스로 ’수호자’라 칭하며, 법으로 처단되지 못했던 죄인들을 집행하는 집단인 ’가디언’의 존재, 그들의 존재를 서서히(?) 알아가는 경찰들이 준코를 찾아가는 부분으로 전개되어 간다.

아무리 느려도 행인을 들이받지 않고 나아가는 군대는 꼭 필요하다는 치카코 형사의 말처럼 그들은 정말 아주 느리게 사건을 해결해 나갔기 때문에 스릴이나 박진감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들의 수사진행은 독자들로 하여금 사건의 전후를 알아가는 , 혹은 내용을 정리해 나가는 부분으로 이용되고는 있다. 
그것은 오히려 빠른 전개가 아닌, 조금은 지루하게 진행되는 요소로 작용되기도 했지만 말이다.
마음을 닫아버린 준코에게 가디언의 한 일원인 고이치는 준코의 마음을 열어주는 또 다른 초능력을 가진 인물로 등장을 하게 되고, 1편에서 잠깐 언급되었던 염화방화능력을 가진 가오리와 그의 부모를 통해서 가디언의 실체가 밝혀진다.
가오리는 준코의 어린 모습을 대변하기도 한다. 가오리가 준코가 될 것인가? 아니면, 능력을 감춘 채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가? 이것이 준코가 가지고 있던 내면의 갈등이였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생각했던 결말과는 전혀 다르게 진행이 되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스릴과 액션이 아닌 잔잔함으로 일관되어진 내용때문인지는 몰라도 나는 1편에 비해 많은 아쉬움을 가졌다.
그러나 그 결말은 선인가? 악인가? 에 대한 의문점에 답을 해주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은 저자가 생각하는 결말이다.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어 범인을 검거하지 못하는 사건들, 혹은 죄에 비해 너무 작은 형을 구형받은 죄인들에 대한 진정한 죄값은 누가 처벌할 것인가?
법은 존재하나, 법이 모든 아픔과 슬픔을 대신해 주지는 못한다.
그렇다면 준코의 행동에 선을 부여해야하나?
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누군가의 목숨을 앗아가는 일은 살인이며 죄이다.
그럼 준코는 살인지가 되는 것이며 분명 죄인이다.

저자는 두가지의 견해를 통해서 선 혹은 악을 부여할지는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준코의 옛 애인 다다가 이런 독자의 마음을 대변하는 인물로 등장했던 부분에 좀더 갈등을 극대화 시켰으면 좋았을 뻔 했다는 나름대로의 의견을 제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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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파이어 1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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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일본 작가의 책을 집어 들었다. 꽤 유명한 저자인 듯 싶은데, 일본 소설을 많이 접하지 않았던 나에게는 이 저자는 낯설기만 하다.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은 처음 접해본다. 읽으면서 책속에 푹 빠져서 흥미롭게 읽어내려간다. 내가 좋아하는 장르이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흥미로운 주제 속에 담겨진 ’선’과 ’악’ 그리고 ’죄’와 ’벌’ 에 이야기가 밑바닥에 깔려져있어 더 이끌렸던 듯 싶다.

요즘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화가 많이 난다. 사람의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여기는 듯한 사람들의 기사, 한 사람을 불행으로 이끌어 놓는 파렴치한 인간들(?)에 대한 기사를 보면 화가 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더욱이 죄가 무엇인지 제대로 구별하지도 못하는 듯한 어린 아이들에 대한 기사를 읽노라면, 더욱 무서운 생각이 든다.
지금 우리 사회는 ’죄’’악’이 올바른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는 아이들은, 그들의 잘못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자신의 감정에 이끌려 자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크로스파이어>에는 이러한 무서운 세상이 담겨져 있다. 무섭지만 흥미로운 주제, 그래서 자꾸 끌리게 되는 주제인 거 같다.
미성년자들의 죄는 늘 죄보다는 가볍게 (?) 벌을 받는 경우를 본다. 그들이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그들의 죄가 아무리 무겁다해도 말이다.
허나, 피해자에게는 미성년자가 아니라 ’죄인’인 뿐이며, 피해자에게는 이미 큰 상처와 아픔을 남겼다.
그들의 상처는 누가 치유해줄 것인가 말이다.
’아오키 준코’는 그들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스스로 나서게 되었다.
’염력 방화 능력’을 가진 준코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에게 자신의 능력을 조절하는 능력을 배워왔고, 스스로 힘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으나, 몇년 전 여고생의 연쇄살인 사건이 미성년자이고 물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범인들의 판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준코는 스스로 그들을 ’처형’ 하기 시작했다.

또 하나의 사건 속에서 준코는 법을 대신한 새로운 집행을 시작한다. 
그리고 준코를 뒤쫓는 형사들의 포위망이 점점 좁혀지고 있으며, 아무도 모르게 진행되고 있었던 준코의 집행을 지켜보고 있는 ’가디언’들은 준코에게 접근하기 시작한다.

방화에 대한 실마리를 찾지 못하던 형사 치카코는 마키하라 형사의 어린 시절 기억을 전해듣게 되고 그들은 ’염력 방화 능력’에 대해 서서히 접근하게 된다.
형사 마키하라는 어린 시절, 동생이 불타서 죽어가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고, ’미안합니다.태워버려서 미안해요. 미안합니다’ 라는 말을 했던 여자 아이를 떠올린다.
반면, 준코는 어린시절 불태웠던 아이, 옆에서 울고 있던 소년의 꿈을 꾸게 된다. 

준코는 법이 처리하지 못하는 일을, 스스로 처리하고 있다는 자기 합리화를 통해서 살인을 하고 있다.
죄인 뿐만 아니라, 죄인을 죽이기 위해 다른 사람들 조차도...
동생이 죽은 건 슬프지만, 준코가 살인지가 되는 건 싫다던 다다 가즈키와의 헤어짐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의무라 여기는 준코의 모습은 이미 죄인의 모습처럼 느껴진다.

범인을 처형하는 것은 그에게 주어진 의무라고 생각하는 준코는 과연 ’선’의 편인가?
그들이 범인이기에 앞서, 사람을 죽이는 준코는 그럼 ’악’의 편이라고 할 수 있는건가?
선과 악의 구분이 명확해지지 않는다.
죽어마땅하다고 생각되는 그들이 준코의 능력 앞에서 죽어가고 있는데, 준코에게 ’정의’의 편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은 어떤 합리화 속에서도 ’살인’이 정당화 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책 속에는 또다른 염력을 가진 ’가오리’라는 이름의 소녀가 등장한다. 자신의 화를 염력으로 표출하는 아이.
어쩌면 그 아이는 준코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범인에 대한 분노, 범인을 잡아내지 못하는 사회에 대한 분노가 염력으로 표출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염화 능력이 스스로 조절되어 가지 못하고 있는 증거는 아닐지 싶다.
몇년 전 끝내 찾아내지 못했던 마지막 범인 한명을 죽이고 도망가는 준코의 마지막 모습은 스스로도 정당화 되지 못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는 아닐런지...


읽는내내 흥미로웠다. 준코의 편에 서고 싶었다. 이유없이 사람을 죽이는 (그들이 미성년자라고 해도...) 죄인을 법 대신 처형했던 준코 편에 서고 싶었으나, 페이지를 넘길수록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는 듯한 준코의 모습과 ’죄인’과 ’죄인 곁에 있던 인물’ 들조차 처형하는 준코의 모습은 그녀를 점점 죄인으로 몰아가게 한다.

준코와 형사의 행보가 펼쳐질 것이 예상되는 2편이 기대된다. 저자는 과연 준코를 ’선’ 혹은 ’악’ 어느 쪽으로 결말을 지어내었을까?
준코를 바짝 뒤쫓는 치카코는 과연 준코에게 어떤 결말을 지어줄 것인가?
그리고, 책을 읽는 독자의 한 사람인 나는 준코에게 어떤 결말을 줄 것인가? 

2편 준코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사진출처: '크로스파이어1' 책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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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추억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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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올드보이]의 반전은 실로 놀라왔다. 주인공 최민식과 딸 강혜정은 최면에 의한 기억의 조작이라는 놀라운 결말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악의 추억>에서 그 놀라운 반전을 다시금 보게 되었다. 
인간에게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선과 악, 진실과 거짓 그리고 사랑과 증오 등 서로 상반되는 두 가지의 모습을 가지고 있으며 무엇을 표출할 것인가에 대해 내면에서는 전쟁이 치뤄지고 있다. 
그러나, 내게 상처와 아픔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악과 증오와 위선으로 표출 될 것이다. 선보다는 악은 늘 강하게 존재하고 있기때문에...

’웃는 시체’ 
발견된 시체들은 웃는 모습이였다. 그들에게 죽음이 살아있는 것보다 더 낫다는 의미였을까? 그것은 죽은 자의 의도였을까? 아니면 살인자의 의도였을까?
처음 발견된 시체는 공개된 케이블카에서 발견되었고, 죽은 여인은 웃고 있었다.

22년전 바위섬들을 연결하여 거대한 토목사업이 시작되었고, 안개가 자욱한 뉴아일랜드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안개...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곳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 그리고 웃는 시체.
살인자가 중심축이 되어 거대한 연쇄살인고리가 이어졌고, 그 용의선장에 7년전 크리스 매코이의 총에 맞아 죽은 데니스 코헨이 올라왔다.
크리스 매코이...그는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유능한 형사였으나, 7년 전 데니스 코헨을 총으로 쏜 후, 죽어가는 코헨의 총에 머리를 맞아 3년간 식물인간 상태로 지냈다. 겨우 의식을 되찾은 후에는 피나는 재활치료를 거쳐 경찰서로 돌아왔지만, 끊어지고 지워진 기억은 그에게 적지않은 상처를 주었다. 기억되는 부분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돌아가고 있었다.

정직중이던 크로스 매코이는 수사팀과의 동행과 심리상담을 받는 조건으로 사건에 투입되었고, 범죄심리와 상담학을 공부한 라일라 스펜서를 만나게 된다.

"이 도시는 두 얼굴을 지녔어요.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도. 어둠 속에서 죄를 짓고 사람을 죽이지만 안개가 사라지면 해협의 물결처럼 아름답게 보이죠. 눈부신 미녀와 흉악한 야수. 어떤 쪽이 이 도시의 진짜 모습일까요?" (본문 114p)

안개, 왼손잡이, 퍼즐, 마약, 그리고 누구나 가지고 있는 양면성이 범인을 쫓아가는 핵심으로 떠오른다. 

"모든 사람들은 상처받은 기억을 지녔으니까. 상처는 악의가 되지. 상처가 클수록 악의도 커져. 학대받은 아이들, 폭행당한 여자들, 버림받은 청소년들. 그들은 희생자지만 더러운 악의 세례를 받은 자들이야. 그들은 자신이 당한 고통과 상처를 통해 악의를 키워나가지. 우리가 쫓는 살인자들이 그런 놈들이야. 몸의 세포 하나하나에 악의와 증오 그리고 폭력의 유전자를 심어둔 자들." (본문 167p)

이것이 악에 대한 추억인 것이다. 악을 행하고 있는 그들의 오랜 추억 속에는 상처받은 아픔이 있었고, 그 아픔은 악으로 표출된다. 그들은 ’악’ 이기도 하지만, ’악’에 의한 희생물이기도 하다. 
상처에 의한 분노와 증오를 키우는 것, 바로 자신의 고통을 남을 향해 폭발시키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악 속에는 누구나 상처받은 추억이 존재한다. 살인에 의한 피해자에게도, 범인을 쫓고 있는 매코이에게도, 그리고 심리 상담을 하고 있는 라일라에게 조차도 상처가 있다. 그 표출이 무엇으로 나타나느냐가 사건의 실마리가 된다. 

어둡고 칙칙한 침니랜드와 화려한 뉴아일랜드 두 도시의 대조는 마치 인간의 양면성을 표현한 배경처럼 여겨진다. 과거의 기억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만들어 내는 <악의 추억>은 인간의 심리를 이용한 스릴러 물이다.
선보다 악이 앞서는, 진실보다는 거짓을 만들어내는, 사랑보다는 증오를 더 키워내는 인간의 심리는 ’나’를 위주로 움직여진다. 

"우리는 모두 우리 자신에 대해 알지 못해요. 자신을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가장 모르지요." (본문 243p)

자신도 모르는 자신을 위한 위로가 악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범인의 죽음 그러나, 다시 표출되는 범인의 모습.
표면적인 범인이 과연 범인인가? 그가 범인일 수 밖에 없었던 것 역시 바로’ 나’를 위해 만들어진 추억에 의한 ’악’이였던 것이라 생각해 본다. 
좀 모호하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인간의 심리에 대해 다루어지는 작품을 이해하기에는 좀 난해하고, 힘들었다. 그러나, 사건을 이끌어가는 내용은 강한 흡입력을 통해서 나를 빨아들였고, 등장 인물 하나하나가 가지고 있는 강한 캐릭터는 충분한 재미를 느끼기에 손색이 없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모든 것이 사실일까? 라는 물음을 꺼내게 한다. 내가 기억하고 싶었던 것들만이 진실을 감춘 채 자리잡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나 조차도 모르는 내가 문득 두렵다고 생각드는 것은 정녕 나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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