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띠 이야기 - 개정판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12
정하섭 지음, 이춘길 그림 / 보림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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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자랄 때 가족의 띠를 기억하는 걸 참 좋아했다. 아빠 엄마를 비롯해서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고모까지 띠를 외우곤 했는데, 작은 아이가 어느 날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며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를 외우며 재미있어했다.
'나는 원숭이띠고, 엄마는 토끼띠, 아빠는 개띠, 누나는 호랑이띠니까 우리 집에서 누나가 제일 힘이 세다' 하며 '열두 띠'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 와중에, '엄마, 나는 왜 원숭이띠야? 용띠면 누나를 이길 수 있는데...' 아쉬워하는 아이에게 <<열두 띠 이야기>>는 좋은 해결책이 되었다.

우리나라 전통 문화는 점차 사라지고 있어 우리 아이들에게는 낯선 문화가 되고 있다. 전통문화그림책 <솔거나라>는 우리 나라의 의식주, 신화와 신앙, 의례와 풍속 등 우리 문화를 담은 그림책으로 낯선 우리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시리즈이다. 이런 이유로 초등저학년 추천도서목록에 자주 등장하고 있어 두 아이를 키우면서 자주 구입하는 시리즈이기도 하다. <<열두 띠 이야기>>는 열두 띠가 생겨난 유래와 열두 띠 동물에 대한 성격을 전래동화처럼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이야기에 맞추어 삽화 역시 전통 문양을 이용해서 전통적인 느낌을 많이 살려내고 있다. 이야기를 들려주듯 구어체로 수록된 이야기는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한다.

옛날 옛날, 아주 까마득한 옛날에 하느님이 이 세상을 만들었다. 온갖 자연과 정성껏 빚어 숨결을 불어넣은 우리 사람들을 만드느라 지친 하느님은 사람들의 아우성을 듣고서야, 사람들에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주는 걸 잊었다는 걸 깨달았다. 지친 하느님은 사람들에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주기 위해 열두 신을 뽑아 세상으로 내려 보내 놓고, 편안히 잠을 자려했지만, 잠꾸러기 고양이신이 뒤늦게 사람들이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도록 하겠다며 찾아왔다. 그러나 이미 열두 신은 사람들에게 살아가는 법을 열심히 가르치고 있었고, 세상은 편안해졌다.

하지만, 열두 신들은 서로 대장이 되겠다며 싸우게 되었고, 세상은 다시 뒤죽박죽이 되었다. 하느님은 똑같이 훌륭한 일을 해낸 열두신이 해마다 한 명씩 돌아가며 대장을 맡으라했다. 그리하여 세상에는 열두 띠가 생겼다. 2012년은 용의 해이므로 용이 대장이 되는 해인게다.
이렇게 세상은 살기 좋아졌고, 사람들이 혼자서도 잘 살 수 있게 하겠다던 고양이신은 결국 열세 번째 신이 되지 못하였기에 우리는 서로 도와가며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앞으로도 고양이신이 열세 번째 신이 되지 않도록 편안한 세상이 되어야 할 듯 싶다. ^^

해마다 태어난 아이들은 그 해의 띠로 아이의 성격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어른들은 원숭이해에 태어난 작은 아이는 재주가 많은거라 하셨고, 호랑이띠인 큰 아이는 성격이 강할테지만, 다행이 저녁에 태어나 여자로서는 좋은 해, 좋은 시간에 태어났다고 하셨다.
우리 조상들은 이렇듯 오래전부터 동물들을 보면서 그 성격을 생각하였고, 그에 비추어 운세을 점쳐보기도 했다.
재미있는 이야기로 열두 띠가 생겨난 유래와 열두 띠 동물들이 나타나는 방향과 시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다, 이야기와 삽화를 통해 우리 풍습을 접할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 된 듯 싶다.

(사진출처: '열두 띠 이야기'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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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집의 살인 집의 살인 시리즈 3
우타노 쇼고 지음, 박재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저자 우타노 쇼코의 작품을 접하는 것은 처음이다. <긴 집의 살인><흰 집의 살인>은 인터넷 서점을 통해 잠시 눈여겨 본적은 있지만 읽어보지 못했기에, <밀실살인게임 2.0>으로 본격미스터리 대상을 받은 저자의 필력을 접하는 것은 아쉽게도 '집의 살인' 시리즈의 완결편인 <<움직이는 집의 살인>>이 첫 대면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시나노는 죽었다. (본문 13p)

 

'탐정의 죽음으로 시작하는 전무후무한 작품!'이라는 책 소개를 본 뒤였기에, 시나노가 탐정이었다는 점을 먼저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책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본문에 앞서 저자의 글을 먼저 읽어봐야만 했다. 역시 시리즈는 첫편부터 제대로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되새기면서 말이다. 저자는 이 책이 <긴 집의 살인>으로 데뷔한 탐정 시나노 조지를 퇴장시키기 위해 쓴 작품이라고 했다. 시나노 조지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다행스럽게도 이 작품은 전작을 읽어보지 않아도 충분히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안도할 수 있었다.

 

머리에 강찬 충격을 받아 입은 뇌타박상으로 죽었음을 알리는 신문을 보게 된 아치노세 도오루는 시나노 조지의 십년지기 친구였다. 시나노 조지는 좋게 말하면 세상에 구속받지 않는 자유인, 뒤집어 말하면 단순히 놀기 좋아하는 인간으로 취미가 매우 다양하지만, 난해한 사건의 수수께끼를 풀 때만큼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것은 없는 것 같은 녀석이다. 아치노세 도오루는 사건을 담당한 형사와 만났지만 이렇다 할 정보를 얻지 못했고, 이제 남은 실마리는 극단 마스터 스트로크의 가자마 아키라 뿐이었다.

 

이제 이야기는 시나노가 처음 극단에 가게 된 순간부터 시작된다. 스태프 모집 기사를 보고 극단에 입사하게 된 시나노는 연극하는 친구들을 잇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았다. 이 친구들에게는 한 팀으로서 같은 꿈, 같은 생각을 가지고 함께할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는 것(본문 53p)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시나노는 극단에서 일한 경험을 토대로 이들을 도와주는 와중에 배우인 교코와 사랑에 빠지게되고, 공연에 앞서 이들에게 이 연극이 특별한 의미가 있음을 알게 된다.

6년 전, 극단에는 이자와 기요미라는 여자가 있었고, 1983년 5월 24일 세상을 떠난 뒤 올해가 일곱 번째 기일이 되었으며, 이번 공연은 그녀의 추모공연이라는 점이다. 기요미는 연극 연습 중 부상을 입고 사망한 것인데, 기요미의 아버지는 장례식 참석을 허락하지 않았으며, 그 이후의 사죄의 편지도 돌려보낼 정도로 이들을 원망했다. 이 사건으로 함께했던 극단 멤버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그러나 6년이 흐른 뒤 건축였던 기요미의 아버지는 토지부터 건축비 제공은 물론 설계까지 직접 참여한 극장을 개관했고, 지난달 '연극을, 마스터 스트로크를 사랑하는 딸의 마음을, 겨우 가슴 아플 정도로 이해하게 되었다.'(본문 74p)는 내용과 함께 기요미가 있었던 당시의 멤버들이 모두 참여하여 연극을 해주기를 요청했다. 그리하여 이 연극이 시작되었고, 시나노는 이 연극제작에 참여하게 된 셈이다.

 

제1장, 제단. 살인 지령을 받는 마녀.

제2장, 화실. 화가 살해.

제3장, 거실. 탐정과 왓슨의 출장, 저택에 사는 사람들의 등장, 범인이랑 지명당한 음악가와 탐정의 우스꽝스러운 희극.

제4장, 제단. 신에게 노고를 치하 받는 마녀.

제5장, 서재. 작가 살해.

제6장, 거실. 집요하게 음악가를 추궁하는 탐정, 왓슨의 역발상 추리, 정체를 밝히는 메이드, 음악가 살해, 도망가는 영화감독과 뒤를 쫓는 메이드, 탐정과 왓슨의 퇴장.

제7장, 거실. 음악가의 시체 앞에서 신과 메이드의 대화. (본문 178,179p)

 

이제 연극이 시작됐다. 그리나 연극 첫날, 2장에서 살해를 당하는 장면에서 화가 역을 맡은 스미요시는 마녀역을 맡은 교코에게 누군가에 의해 바꿔치기 된 칼에 상처를 입게 된다. 사고가 발생했지만 연극을 계속 진행하게 되었고 이 사고로 인해, 연극은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서 성황리에 이루어진다. 더 이상의 사고는 일어나지 않을거라 예상했지만, 며칠 뒤 6장에서 다키가와가 교코에 의해 사망하는 사건이 또 발생하게 된다. 사건 현장을 줄곧 주목했던 시나노는 범인을 찾기 시작했고, 트릭을 밝혀내면서 범인을 지목하지만 사건이 해결된 어느 날,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다.

이제 시나노의 친구 아치노세 도오루는 남은 실마리였던 극단 마스터 스트로크의 가자마 아키라를 찾아가게 되고, 이야기는 정말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반전을 보인다.

 

언젠가 이런 비슷한 류의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연극(혹은 영화)에서 사망하는 장면에서 진짜 살해를 당하는 장면이 어렴풋이 떠오르는데, 그렇다하여 식상한 내용이라 여겨지지는 않았지만 반전이 없었다면 좀 밋밋한 추리소설이 되었을 뻔하지 않았나 싶다. 추리 과정이 너무 뻔하게 진행되는 느낌이었고, 누구나 예상했을 법한 범인이 지목되어 좀 아쉬움이 남았다. 먼가 대단한 트릭이 있지 않을까 했던 부분은 그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이 전부였기에 그 아쉬움이 더 크다. 그러나 그 아쉬움은 반전으로 인해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는데, 츠츠이 야스다카 <로트레크 저택 살인사건>에서 느꼈던 완벽한 속임수가 필요하지 않았나 싶은 부족함이 느껴졌다. 완벽한 속임수는 아니였지만 생각하지 못했던 반전이 있기에 그나마 이 작품은 밋밋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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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맨
에릭 가르시아 지음, 장용준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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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과 과학의 발달로 인해서 인류는 그동안 사망에 이르게 했던 많은 질병들로부터 자유롭게 되었지만, 여전히 난치병은 우리를 불안으로부터 해소시키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장기 기증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는 있지만) 장기이식으로 치료할 수 있는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장기 부족으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행히 의학,과학의 급진적인 발달로 인해 인공신장이나 인공심폐장치 등의 인공장기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실용 중에 있는 것도 있으니, 앞으로 생명연장에 대한 우리의 바람이 머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repossess (repossession) (대금이 치뤄지지 않은 물건을) 회수하다'라는 뜻을 가진 'THE REPOSSESSION MAMBO' <<리포맨>>은 생명연장에 대한 우리의 바람이 이루어진 머지 않은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2010년 주드 로의 주연으로 영화화되었다고 한다.

미래는 인공 장기 매매업이 성행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고가의 장기를 구입하거나 대여하여 생명 연장의 꿈을 실현시킨다. 인공 장기를 개발하는 회사 '크레디트 유니언'은 고객들이 이식받은 장기의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무참하게 장기를 회수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은데, 장기를 회수하는 자를 '리포맨'이라 불렀다. 리포맨인 주인공 '나'는 뛰어난 활약으로 레벨 5로 승진하면서 인정을 받지만, 결혼 생활은 그다지 평탄치 못하다. 5번의 결혼과 5번의 이혼, 그리고 한 명의 아들. 그의 사생활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장기 대출금의 연체로 쫓기는 사람을 쫓아 장기를 회수하던 그가 심장 발작으로 쓰러져 장기 이식을 받으면서 이제 그가 쫓기는 신세가 된다.

<<리포맨>>은 주인공 '나'가 쫓기는 생활과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으로 구성되는데, 어린시절부터 함께 했던 친구 제이크와의 추억, 아프리카 전쟁 참전 그리고 다섯번의 결혼 생활에 대해 이야기한다.

리포맨으로서의 활동 내용을 묘사한 장면은 비인간적이면서도 무자비한 느낌을 주는데, 연체가 된 자를 쫓아 살려달라고 매달리는 사람들의 인정사정을 보지 않은 채, 장기를 회수하고야 마는데, 그런 리포맨이었던 그가 이식한 장기의 대출금이 연체되면서 쫓기게 된 것이다.

'나'는 그렇게 쫓기는 생활 속에서 과거를 회상함으로써 그동안 깨닫지 못했던 삶의 의미를 곱씹어보게 된다.

 

당신의 평생을 보장합니다. (본문 101p)

 

의학과 과학의 발달로 사람들은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되었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의 탐욕스러움을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이익을 위해 사람의 목숨에 일말의 가치를 생각하지 않은 채, 무참하게 이식된 장기를 회수하는 그들의 횡포에 소름이 끼친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 그에 따라 점점 삭막해져가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요즈음, 머지 않은 미래의 모습이 이렇지 않으리라는 보장을 누가 할 수 있겠는가.

사람의 목숨이 상품화 되는 미래 사회를 엿보면서, 현재의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숙제를 안게 되었는데, 발달이라는 명목하에 사라지는 인간의 존엄성과 윤리는 우리가 꼭 지켜야 할 부분이라는 것을 <<리포맨>>에서 전달하고 있는 듯하다.

무거운 주제이지만, 독특한 소재와 정적인 묘사가 자칫 어두울 수 있는 내용의 전개를 와해시켰는데, 영화 속에서는 더욱 박진감있게 다가올 수 있을 거 같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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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최고의 날
카를로스 발마세다 지음, 박채연 옮김 / 북스토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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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소설, 드라마의 가장 많이 등장하는 소재는 바로 '사랑'이 아닐까 싶다. 사랑의 소재는 나이에 따라 그 깊이가 달리 표현되어지곤 하는데, 십대는 풋풋한 사랑을, 이십대는 열정적인 사랑을 주로 묘사한다면, 삼십대는 좀더 강한 치명적인 사랑이 존재한다. 삼십대는 일과 사랑 등 삶이 조금 농후해지기 시작하는 시기이기에, 사랑에 대한 감정의 깊이가 더 깊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서른 살, 최고의 날>>은 사랑, 이별, 배신 등의 너무도 흔한 소재를 다루고 있어 조금은 식상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주인공 파울리나가 쓰고 있는 논문과 신화, 오페라, 연극 등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풀어냄으로써 여타의 작품들과 차별성을 두어 식상함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었던 거 같다.

 

 

 

"나는 이미 지옥에 있어요"

표지의 글, 하얀색 표지 위에 빨간 장미 꽃잎과 아름다운 여인이 날카로운 칼을 감춘 뒤태의 모습이 '치명적인' 느낌을 풍겨준다. 왠지 서른 살이라는 단어와 맞물리는 느낌이 든다. 주인공이 맞이하는 최고의 날은 어떤 의미를 주고 있을까? 표지삽화와 글이 너무도 인상적인 이 작품은 저자의 네 번째 소설이자 이미 영화로 만들어졌으며 '사랑은 무엇인가?'에 대해 곰곰 생각해보게 한다. 로맨스 소설이 가지고 있는 달콤함과 에로틱함이 곳곳에 담겨져 있지만, 사랑의 본질에 대해 끝임없는 자문을 구하게 하는 이야기는 로맨스 소설을 가장한 철학 소설이라 해도 좋을 듯 싶다.

 

'사랑과 연인들에 대한 책'을 주제로 논문을 준비하는 파울리나 바르톡은 문학을 전공한 서른 살의 대학 강사이다. 마르텔플라타 국립대학교 도서관에서 논문을 쓰기 위해 '아이네이스'를 분석하는 데 집중하던 파울리나는 도톰한 입술과 푸른 눈을 가진 호나스를 만나게 된다. 문학비평과 이론을 가르치는 교수이자 과학기술부 연구원인 서른두 살의 호나스는 전임교수 자리를 얻고 이곳에 이사 온 지 몇 주 안 되었으며, 여의사와 결혼해 7년을 함께 살았으며 이혼한 지 6개월이 지난 상태였다.

2주일 동안 매일 만난 두 사람은 곧 사랑에 빠졌고, 변호사인 라미로와 이별을 선택한다. 언제까지나 기다리겠다는 라미로의 마지막 말은 파울리나는 괴롭혔는데, 호나스와 연애를 시작하면서 파울리나는 지나치게 논리적인 악몽에 시달리게 된다.

파울리나는 같은 문학과 교수이자 대학시절부터 친구인 미카엘라와 함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꿈을 해석해보지만, 파울리나의 꿈은 연극이나 신화, 오페라 등의 문학작품과 맞물리면서 파울리나의 미래를 예견하는 듯 보여진다.

호나스의 여러가지 의심스러운 행동들은 파울리나를 더욱 힘들게 하는데, 호나스에 대한 사랑이 더욱 깊어지면서 파울리나는 자신을 점점 잃어간다.

파울리나는 글라우케와 결혼하기 위해 자신을 버린 이아손을 복수하고 날개가 달린 용이 끄는 태양의 멋진 마차를 타고 영원히 도망간 메데이아를 생각한다. 파울리나는 그렇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작품 속 주인공들을 통해서 매혹적이면서도 치명적인 자신의 사랑을 되찾고자 한다.

 

<<서른 살, 최고의 날>>에서는 입센의 <페르 귄트>, 오페라 <나비 부인><트리스탄과 이졸데><탄호이저> 등의 작품들은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사랑의 본질에 대해 파고든다. 사랑과 이별, 배신과 복수, 열정 등 사랑의 실체를 작품과 파울리나의 논문을 통해서 확인해보게 된다. 무엇보다 사랑과 이별, 배신과 증오 등 사랑의 면면을 경험하게 된 파울리나의 심리적인 묘사가 탁월했는데, 사랑이라는 느낌과 동시에 다가오는 불안과 의심 그리고 미련과 애달픔 등의 감정을 통해서 우리가 가진 사랑의 또다른 이면을 대면하게 한다.

또한 파울리나가  "사랑은 육화된 열정인 거 같아요. 안 그래요? 만일 만질 수 있고 쾌락을 줄 수 있는 당신 몸이 없다면 당신에 대해 내가 느끼는 사랑은 강박관념이 되고 말 거예요." (본문95p) 라고 한 말처럼, 연인의 잘린 다리를 가슴에 끌어안은 채 의사들을 향해 애인을 살려달라고, 연인의 몸을 망가뜨리지 말라고 사정했던 파울리나 엄마의 오랜 기억처럼 사랑과 육체는 불가분의 관계일지도 모른다는 점도 고씹어보게 한다.

 

이 작품은 이렇게 파울리나의 사랑과 연애를 통해서 사랑의 본질을 탐구하게 하고, 사랑의 의미를 재발견하도록 이끌어내고 있다. 에로틱함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분노와 증오로 서스펜스를 표현하고자 했지만, 그 느낌이 다소 부족했는데, 악몽과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연결시킴으로써 식상한 소재를 조금은 다른 전개로 보여주려고 했던 부분이 작가의 의도대로 이끌어가지 못한 느낌이 든다.

책을 읽고나자 표지 글 "나는 이미 지옥에 있어요"라는 문구가 조금은 다르게 들려온다. 사랑이 시작되면서 우리는 사랑이라는 이름이라 명명하면서 사랑의 이면을 내세우며 스스로를 감정의 지옥 속에 빠뜨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그러나 사랑과 동시에 찾아오는 그 감정의 이면들은 사랑과 뗄 수 없는 부분이기에 사랑이 더욱 어려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의 이런 이면들을 강조한 결말은 내게는 조금은 아쉬운 작품이었던 거 같다.

 

(사진출처: '서른 살, 최고의 날'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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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할미 - 개정판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3
정근 지음, 조선경 그림 / 보림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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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옛날부터 사람들은 세상은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되었고, 이런 궁금증은 창세 신화, 즉 우주나 세계가 창조되는 과정에 관한 신화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나라마다 창세 신화를 가지고 있고, 우리나라에도 창세 신화가 존재하는데 북부,동해안,제주 등 지역마다 다른 창세 신화를 가지고 있다. <<마고할미>>는 그 창세 신화 중의 하나로 우리나라가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에 상상력을 입혀 오랫동안 내려온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책 부록 '엄마랑 아빠랑'코너에는 마고할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 창세 신화는 '세상 모든 것을 낳고 기르는 자연의 힘을 의인화 한 것'이라 말한다. 오래전부터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자 했던 선조들의 지혜가 묻어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전통문화그림책 <솔거나라>는 전통 문화를 소재로하여 아이들에게 우리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데, 그리스로마 신화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우리나라의 창세 신화 중 하나인 <<마고할미>>는 우리나라 문화와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이 그림책는 스프링으로 제본하고, 코팅용지를 사용하고 있는데 펼쳐보는 재미를 가진 구성을 가지고 있다. 책을 펼치고 또 펼치면 긴 페이지를 볼 수 있는데 '거인' 마고할미 이야기를 표현하는데 아주 적절한 구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는 하늘과 땅이 딱 붙어 있었어, 사람들은 하늘과 땅 사이에 끼어 똑바로 설 수조차 없었으며, 해도 달도 없는 캄캄한 어둠 속을 기어다니는 게 고작이었다.
그때 마고할미라는 거인이 살았는데 마고할미는 어둠 속에 누위 긴 잠을 자고 있었다. 마고할미가 천둥처럼 요란하게 코를 골자 땅이 울렁거리고 하늘이 들썩거리며 온 세상이 뒤죽박죽이 되어 사람들은 무서워 소리를 질렀다.

시끌벅적한 소리에 잠이 깬 마고할미는 길게 기지개를 켰고, 그 바람에 하늘이 밀려 올라갔다.
하늘이 높이 밀려나자, 해와 달이 차례로 떠올라 어둠을 몰아냈고, 오색구름이 피어나 큰비를 내렸다.

깨어난 마고할미는 오줌을 누었고, 오줌 줄기가 강물처럼 밀려오자 사람들이 둑을 쌓았고 사람들을 도우려던 마고할미는 바윗돌을 떨어뜨려 크고 작은 섬이 되었다.

지친 마고할미가 한라산을 베고 드러누워 한라산 꼭대기가 움푹 파이게 되었고, 배고픈 마고할미가 흙, 나무, 바위를 가리지 않고 먹다가 탈이 나자, 입으로 토해 낸 것은 백두산이 되고, 뒤로 쏟아 낸 것은 태백산맥이 되었다고 한다.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이 세상에는 하늘에 닿을 만큼 키가 크고 산도 번쩍 들어 옮길 만큼 힘이 센 마고할미가 살았어.
우리 산과 우리 들, 우리 강과 우리 바다는 모두 그 거인 할머니가 만들었단다. (본문 中)

거인 할머니를 부르는 이름이 지역마다 달라, 마고할미나 노고 할미, 제주에서는 설문대할망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다른 창세 신화에서도 거인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는 세상을 만든 자연에 대한 놀라움과 위대함이 너무도 크다는 생각에 의해서 거인으로 탄생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또한 아이를 탄생시키는 어머니라는 커다란 이름이 마고할미를 탄생시켰으리라 짐작해본다.
과학의 발달로 인류의 진화와 세상의 창조에 대해 많은 것들을 밝혀내고 있지만, 여전히 창제 신화는 우리 곁에 커다랗게 자리잡고 있다. 이는 창제 신화 속에 담겨진 아주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우리 선조들의 생각과 사상 그리고 무한한 상상력이 담겨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전히 달에 토끼가 떡방아를 찧고 있듯이, 세상은 마고할미에 의해 생겨났다는 것은 세상이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한 정확한 해답을 떠나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꿈이고, 즐거움이며 우리만의 또다른 세상이기 때문은 아닐까.

우리 아이들에게 그리스로마 신화가 아닌 우리나라의 창세 신화를 재미있는 구성과 이야기로 전달하고 있는 <<마고할미>>는 우리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다.

(사진출처: '마고할미'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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