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사고 파는 곳, 시장 우리알고 세계보고 3
김향금 지음, 신민재 그림, 정승모 감수 / 미래엔아이세움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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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발달로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재래시장에서 값을 흥정해가면서 물건을 구입하곤 했는데, 대형 마트가 들어서면서 사람들은 바코드에 찍힌 값을 흥정(?)없이 가격 그대로 계산한다. 더불어 계산을 하고도 봉투에 물건을 한 움큼 더 넣어주던 정은 사라지고 말았다. 더 나아가 요즘은 직접 마트에 나가지 않고서도 인터넷으로 클릭 한번이면 물건을 살 수 있다. 너무도 편리해진 세상이다. 이렇게 써놓고보니 우리가 물건을 어떻게 구입하게 되었는지 그 변화 과정이 눈에 보이는 듯 하다. 그렇다면, 우리 생활에서도 역사의 한 줄기를 볼 수 있으며. 변화하는 사회의 흐름을 알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아이들은 사회와 역사를 너무도 어려워한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 일상의 일부인 시장의 변화를 통해서도 사회와 역사를 볼 수 있었는데, 사회를 우리의 일상과 동떨어져 생각하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아이세움의 <우리알고 세계보고> 시리즈는 우리 역사와 문화에서 찾은 사물의 개념과 그 발달사를 다루고 있는데, 재미있는 그림 설명과 이야기를 통해서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세번째 이야기 <<물건을 사고파는 곳 시장>>은 우리가 일상에서 늘 접하고 있는 '시장'을 소재로 하여, 시장의 발달사를 엿보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구조를 이해하게 되는데, 처음 접해본 시리즈였는데 구성이 참 마음에 든다.

아이들은 재래시장보다는 마트와 쇼핑몰에 너무도 익숙하다. 특히 마트에 가면 좋아하는 장난감이 많은데다 맛있는 먹거리도 풍부해서 아이들에게는 그야말로 놀이터나 다름없다. 요즘 작은 녀석은 '주문해줘'라는 말을 간혹하곤 한다. 그렇담 대형 마트가 없던 시절에는, 인터넷 쇼핑몰이 없던 시절에는 어떻게 물건을 구입했을까? 3일장, 5일장이라는 말이 낯선 아이들에게는 굉장히 신기하게 여겨질 재래시장이 생겨나기 전에는 또 어땠을까? 시장을 통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그 해답을 찾아볼 수 있다.

 

 

 

아주 먼 옛날부터 마을을 이루고 살았던 사람들은, 마을마다 자연환경이 다르고 나는 것이 달라서 필요한 물건을 선물로 주고받곤 했는데, 마을끼리 사이가 좋지 않을 때는 필요한 물건을 뺏어 오기도 했다. 그러다 사람들은 꾀를 생각해내었고, 필요한 물건을 맞바꾸는 이른바 '물물 교환'을 시작하게 되었다. 허나 물물 교환도 불편한 점이 있었고 사람들은 이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현물 화폐'를 생각해내게 되었다. 곡식이나 베, 쇳덩어리, 조개껍데기 등을 이용한 현물 화폐에서도 불편함이 드러났고, 사람들은 쇠붙이를 녹여 주화, 즉 금속 화폐를 만들어 사용했다.

고려 개경이나 조선 한양에서는 시장이 활발이 운영되었고, 시장은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이 서로 손해 보지 않는 선에서 값을 결정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고을 장이 늘어나자, 중간 상인이 활발하게 움직이게 되었고, 물건이 만든 사람으로부터 중간 상인들의 손을 거쳐 사는 사람한테 오는 '유통'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불편함을 조금씩 개선하면서 물물교환에서 유통의 단계를 거치게 되는 시장을 활성화시키게 된 것이다.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를 가르켰던 시장은 이제 홈 쇼핑, 인터넷 쇼핑몰 등의 활성화로 그 개념을 확산시키게 되었다.

 

오늘날 시장은 물건과 서비스를 사고파는 곳으로 눈에 보이는 시장과 눈에 보이지 않는 시장으로 나뉜단다.

시장은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자 온 세상 사람들이 만나는 곳이야! (본문 中)

 

시장이 어떻게 해서 생겨났는지를 재미있는 이야기와 그림을 통해 한 눈에 살펴볼 수 있었다. 더불어 시장의 발달사를 통해서 우리 주변의 모습과 문화까지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사회는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며 사회 과목은 그 모습을 이해하는 과목이기에 우리 주변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면 조금은 쉽게 와닿을 수 있는 과목이기도 하다. 아이들과 함께 시장놀이를 하는 것도 우리 사회를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일환의 하나인 것처럼 <우리알고 세계보고>시리즈는 우리 생활 모습을 통해서 사회의 모습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리라 생각된다. 더불어 페이지 곳곳에 수록된 tip은 내용과 관련된 지식을 담아내고 있어 폭넓은 지식을 얻는데도 용이하다.

 

(사진출처: '물건을 사고파는 곳'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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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의 아내
테이아 오브레트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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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사진이 수록된 책 띠지를 본 후, 본문에 앞서 작가에 대한 소개글을 먼저 읽어보았다. 배우라고 해도 믿을만큼의 외모, 그리고 1985년생이라는 젊은 나이이라는 점에 무척 놀랐는데, '경이로운 아름다움과 상상력을 갖춘 대단한 재능의 작가'라는 문단의 찬사를 받았다는 점 또한 놀랄만한 일이었다. 스물다섯이라는 젊은 나이에 쓴 첫 작품 <<호랑이의 아내>>를 통해 작가 테이아 오브레트는 2011년 역대 최연소 오렌지상 수상을 비롯해 여러 분야에서 선정되는 쾌거를 거두었으니, 앞으로 그녀의 이름을 꼭 기억해야할 듯 싶다.

이 이야기는 나탈리아가 할아버지의 죽음을 맞이한 현재와 어린시절 할아버지와의 추억 그리고 과거에 할아버지에게 들었던 이야기에 대한 회상으로 이루어지는데,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삶'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도 잘 녹여냈다는 사실은 또 한번의 놀라움을 주었다.

 

친구 조라와 함께 자원봉사로 브레예비나의 고아원으로 가던 나탈리아는 할머니로부터 의사였던 할아버지가 전혀 알지 못하는 장소인 즈드레브코브에서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전해듣는데, 할아버지가 암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까닭이었을까, 나탈리아는 의외로 담담하게 할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인다. 할아버지는 가족들에게 나탈리아를 만나러 가겠다는 거짓말을 한 뒤 집을 떠나 혼자 죽음을 맞았는데, 나탈리아는 그런 할아버지의 죽음을 쫓아간다.

어린시절 나탈리아를 데리고 동물원에 데리고 다니는 걸 즐겨했던 할아버지와 달리 나탈리아는 그 일이 결코 즐겁지 않았는데, 전쟁으로 인해 동물원이 폐쇄되면서 나탈리아는 싫었던 일과를 중단할 수 있어 기뻤다.

전쟁터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때문에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환상을 가졌던 나탈리아와 그 또래의 친구들에게 전쟁은 재앙이 일어나기 적전에 벌어지는 일종의 축제처럼 여겼다.

 

할아버지의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던 나탈리아는 할아버지와의 과거를 회생하고, 어린시절 할아버지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할아버지를 그리워한다.

할아버지가 들려준,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의 폭격으로 두려움에 동물원 우리를 빠져나오게 된 호랑이와 사람들에게 쫓기는 호랑이를 지켜주는 귀머거리 소녀 이야기 그리고 죽지 못하는 가브란 가일레이의 이야기는 신비로움마저 느껴지는 아름다운 우화였다. 그러나 그 이야기 속에는 죽음과 전쟁, 삶과 꿈에 대한 내용이 녹아져있었고, 이 이야기들과 죽음의 재앙을 막기 위해 포도밭에서 밤새도록 죽은 친척의 시체를 파내려는 가족들의 모습, 지뢰밭을 터전으로 삼고 있는 브레예비나의 사람들과 오버랩되면서 전쟁은 끝났고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전쟁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나는 생각하지 않으려 했지만, 하루 종일 할아버지가 그리웠다. (본문 174p)

<<호랑이의 아내>>는 할아버지의 두 가지 이야기를 통해서 죽음과 전쟁, 삶과 꿈 그리고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으나, 그 내면에는 할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 그리고 할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슬픔이 깔려있다.

 

"이건 너에게만 속하는 것이지. 그리고 내게만 속하는 것이야. 너와 나, 오직 우리 둘만의 것." (본문 79p)

나탈리아는 할아버지가 말씀하신 '마음속으로 간직하는 순간'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으며, 과거와 현실이 교차되면서 나탈리아는 할아버지가 전해주는 '삶'에 대해 깨달아간다.

 

이야기는 잔잔하게 그리고 좀 지루하게 흘러간다. 우화처럼 그려진 할아버지가 들려주었던 이야기는 조금은 몽환적이면서도 환상적인 느낌을 주지만, 할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잔잔함을 넘어 너무 지지부진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 테이아 오브레트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것은, 첫 작품 <<호랑이의 아내>>에서 보여준 그녀의 놀라운 역량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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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동화 보물창고 43
케네스 그레이엄 지음, 아서 래컴 그림, 고수미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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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08년에 출간된 이후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 세계의 수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고전 중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고 하는데, 사실 나는 이 책을 처음 읽어본다. 우리나라에서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라고하니 그나마 위안을 삼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된 것에 대한 기쁨을 느껴본다.

책을 읽기에 앞서 책소개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이 작품은 저자 케네스 그레이엄이 앞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그의 아들을 위해 들려주었던 이야기를 한 편의 동화로 탄생시켰다고 하는데, 동물들의 모험을 담아내고 있지만 가족의 사랑이 밑바탕에 깔려진 따뜻한 동화인 듯 하다. 이 작품은 작품의 탄생 배경부터 눈길을 끌었는데, 세계적인 화가 아서 래컴의 삽화 역시 눈길을 사로잡는다.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은 영국의 시골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호기심이 많은 두더지와 영리하면서도 사려깊은 물쥐, 현명한 오소리 아저씨와 사고뭉치 두꺼비 4마리의 동물이 주인공이다. 이 이야기는 봄맞이 대청소가 지긋지긋해진 두더지의 일탈에서 시작된다. 다들 바쁜 와중에 혼자 빈둥거린다는 사실이 정말 즐거웠던 두더지, 휴가를 보낼 때 가장 멋진 일은 단순히 쉬는 것보다 다른 친구들이 바쁘게 일하는 걸 지켜보는 것이라 생각하는 두더지, 이런 두더지의 모습에서 왠지 나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우화는 동물 등을 인격화하여 그들의 행동 속에서 풍자와 교훈을 나타내주기 때문에, 두더지 뿐만 아니라 우리는 이 4마리의 동물들을 통해서 인간의 모습을 보게 되고, 그들을 통해서 반성하고 삶의 지혜를 얻게 되기도 한다.

우리는 지루하고 따분한 일상 속에서 늘 일탈을 꿈꾸기에 두더지가 이렇게 박차고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왠지 호기심과 부러움을 갖게 된다. 그리기에 앞으로 펼쳐질 두더지의 모험에 기대를 하게 되는 것일게다. 저자 케네스 그레이엄은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아들에게 두더지의 모험을 들려줌으로써 모험 속에서 깨달을 수 있는 다양한 삶이 주는 가치를 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두더지의 일탈은 곧 모험으로 이어졌고, 강둑의 물가에 사는 물쥐를 만나게 된다. 두더지는 물쥐와 지내면서 처음으로 배를 타게 되었고, 두꺼비 친구도 생겼다. 두더지는 호기심이 많았는데, 이 호기심 때문에 어려운 일을 겪게 되지만, 물쥐는 그런 두더지를 도와주는 사려깊은 친구였다. 반면 굉장한 부자였던 두꺼비는 제멋대로인데다 사고뭉치였는데 타인에 대한 배려심은 많이 부족하다.

두꺼비는 두더지와 물쥐를 데리고 샛노란 마차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지만, 달리는 자동차로 인해 마차가 부서지게 된다. 두꺼비는 자동차에 온 마음을 빼앗겼고, 결국 사고를 치게 되는데, 허영심 많은 두꺼비의 모습은 우리 인간의 모습은 다를게 없다.

다행이 이곳에는 지혜로운 오소리 아저씨가 살고 있어 천연림에서 위험에 빠진 물쥐와 두더지, 그 밖의 동물친구들을 도와주기도 하고, 제멋대로인 두꺼비를 바르게 인도하려 애쓴다.

새로운 곳에서의 두더지의 모험은 굉장히 새롭고 즐겁다. 그러나 문득, 두더지는 자신의 집에서 풍기는 냄새를 맡게 되고 그리움을 느끼게 되는데, 먼지가 수북히 쌓인 자신의 집에 돌아오게 된 두더지는 자신에게 소중한 것들을 보며 기뻐한다.

 

 

 

그 환한 아침에 도망치듯 빠져나온 뒤로 두더지는 자기 집을 거의 떠올리지 않았고, 놀랍고 신선하고 매혹적인 경험을 만끽한 새로운 생활에 푹 빠졌다. 이제 옛 기억이 밀물처럼 밀려와 어둠 속에서 두더지 앞에 또렷하게 서 있었다. 집은 무척 허름한 데다 가구는 작고 낡았지만 여전히 두더지의 집이었고. 두더지가 자기 자신을 위해 지은 집이었고 하루 일과를 마치고 즐겁게 돌아가던 곳이었다. (본문 76p)

 

두더지는 이 땅속에서도 더 넓은 무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자기 자신만의 장소였던 기곳으로 돌아온 것도 좋았다. 이곳은 오전히 두더지 자신만의 장소였고, 살림 도구들은 두더지를 다시 만나 무척 기뻐하고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변함없이 반갑게 맞아 주고 의지가 되어 줄 터였다. (본문 91p)

 

이 작품은 자연에 대한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아들에 대한 저자의 부성애가 찐하게 배어져 나오는 듯 하다. 삽화에서도 볼 수 있지만, 이 묘사를 통해서 한 편의 그림이 그려지는 듯 하여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쳐볼 수 있어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은 두더지와 물쥐, 오소리 아저씨와 두꺼비를 통해서 모험과 우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비록 두더지의 일탈에서 시작된 모험이지만, 이 모험은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도전이었다. 그 모험 속에서 우리는 일탈에 대한 짜릿함을 느낄 수 있었으며,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용기도 얻게 되지만, 일상이 주는 행복이나 소중함 또한 함께 얻을 수 있다.

호기심 많은 두더지의 모험이나 허세를 떨며 제멋대로인 두꺼비, 지혜로운 오소리 아저씨도 참 매력적인 인물이지만, 나는 특히 물쥐에 대해 깊은 호감을 느꼈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사려깊은 마음,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이 너무도 따뜻했기 때문이다.

우화를 통해 인간의 삶을 엿보면서 우리는 이렇게 삶의 지혜를 얻는다. 또한 매일 매일 일탈을 꿈꾸는 우리에게 지긋지긋하게 느껴지는 일상으로의 도망이 아닌, 더 넓은 세상을 향한 모험을 꿈꾸라 조언하며, 따분한 하루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우리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우친다.

 

아들을 사랑하는 작가의 마음, 그리고 이야기 속에서 전해지는 다양한 깨달음, 그동안 알지 못했던 고전을 알게 된 것에 대한 기쁨 등 너무도 많은 것을 내게 알려준 작품이었다. 

 

(사진출처: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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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줘서 고마워 꼬마 그림책방 32
니시모토 요우 글, 구로이 켄 그림, 권은경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12년 2월
절판


제목에서부터 따뜻함이 묻어나는 그림책입니다. 처음 아이가 태어났을 때의 감동과 환희는 이루말할 수 없지요. 아이가 자라고, 부모의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그 감동과 환희는 점점 잊혀집니다. 내 딸로, 내 아들로 태어나 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 벅찼던 그 감동을 왜 자꾸 잊고 있는 걸까요?
오늘 <<태어나 줘서 고마워>>를 읽으며 그동안 잠시 잊고 있었던 가슴 벅찼던 감동을 다시금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리고 곤히 잠든 아이들의 얼굴을 보면서 말해봅니다. '딸아, 아들아, 태어나 줘서 고마워'

파스텔톤의 삽화가 내용과 더불어 따뜻한 온기를 전해줍니다. 작은 하얀 날개를 단 아기 천사가 노란 기저귀를 차고 있네요.
발그레한 뺨이 너무도 귀엽습니다. 아이는 엄마를 찾고 있습니다. 하느님이 세상 밖으로 나가도 된다고 했거든요.


엄마는 찾던 아기는 엄마 곰에서 물어봤습니다.
"우리 엄마 어디 있는지 아니?" 하지만 아기 곰은 알지 못했습니다.
"너네 엄마는 모르겠는데, 우리 엄마는 저기 있어. 이리 와 봐." (본문 中)

엄마 곰은 아기 곰을 꼬옥 안으며 말합니다.

"태어나 줘서 고마워."

아기는 엄마 곰과 아기 곰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그리고 다시 엄마를 찾아 나섰지요. 아기 고릴라도 엄마를 모릅니다. 엄마 고릴라를 아기 고릴라를 보자마자, 쪽쪽 뽀뽀하며 말했어요.

"태어나 줘서 고마워."

아기는 그다음에도 아기 돼지, 부엉이 형제를 만났지만 엄마를 찾을 수 없었어요. 대신 엄마가 아기 돼지와 부엉이 형제를 사랑스럽게 안아주며 "태어나 줘서 고마워."라고 하는 말을 들었지요.

아기는 엄마를 빨리 만나고 싶습니다. 드디어 아기는 엄마를 찾았어요. 아기는 엄마에게 꼭 듣고 싶은 말이 있었습니다.

"태어나 줘서 고마워."

왠지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내 아이에게 이말을 해준 적이 언제였던지 기억도 잘 나지 않네요. 사춘기를 맞이한 중학생 큰 아이는 이런 말에 낯간지러워 할만큼 자라버렸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동안 내 딸이여서 고맙다는 말을 제대로 해주지 못해서 어색해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공부해라, 숙제해라, 시험 잘봐라 등등의 말은 하루도 빠짐없이 하면서 왜이런 말에는 이리 인색했는지 반성을 해봅니다.
처음 목을 가눌 때, 처음 기어다니기 시작할 때, 처음 일어섰을 때...벅찬 감동으로 행복했던 그 느낌들을 왜 잊고 있었는지,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욕심만 가졌던 나를 되돌아봅니다.

아이가 태어나던 날 찍은 사진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동안 맘 속 깊이 숨겨뒀던 감동이 밀려오는 듯 합니다. 엄마를 찾아 먼 길을 와준 내 딸, 내 아들...정말 고맙고, 사랑합니다.
간혹 이 마음을 또 잊게 된다면 파스텔톤이 은은한 이 그림책 <<태어나 줘서 고마워>>를 다시 읽어보렵니다.

아이들도 이 그림책을 읽다보면, 스스로 얼마나 감사하고 사랑스러운 존재인지 기억할 거에요. 그 마음이 자존감을 높일 수 있게 되겠지요?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는다면 이 책이 지닌 값어치는 더욱 커질 듯 합니다.
늘 기억해야 할 말입니다. 태어나 줘서 고마워..♡

(사진출처: '태어나 줘서 고마워'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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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멋진 형아가 될 거야 저학년이 좋아하는 책 18
이미애 지음, 임수진 그림 / 푸른책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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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니 자연스레 둘째 아이를 가졌을 때를 생각하게 되었다. 큰 아이를 가졌을 때도 그랬지만, 둘째를 임신하면서 입덧은 더욱 심해졌다. 6살이었던 큰 아이는 다른 친구들처럼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니, 입덧으로 하루종일 누워있는데다 병원을 오가는 엄마 때문에 동생이 생기는 것이 그다지 달갑지 않게 되었다. 늘 엄마와 함께 했던 아이는 외톨이가 될 수 밖에 없었는데, 미안한 마음, 안쓰러운 마음이 너무도 컸지만, 지친 몸으로 인해 아이를 품에 안지 못했던 마음은 더욱 아팠다. 그 당시 내게 정말 마음이 아팠던 사건은, 처음으로 유치원에서 가족 운동회를 개최하여 다들 아빠, 엄마,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이모까지 다 동원하며 행사에 참여했지만 아이는 아빠와 고모할머니 손을 잡고 가야했다. 사진 한장 제대로 찍어주지 못했던 그 때를 회상하면 나는 아직도 마음이 아프고 슬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들었던 임신기간이 끝나고 둘째가 태어나면서, 큰 아이는 점점 더 혼자가 되었다. 초등학교를 입학하여 엄마의 손이 너무도 절실했던 아이었지만,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둘째 녀석때문에 큰 아이는 많은 부분을 혼자 해야만 했다.

<<난 멋진 형아가 될 거야>>를 읽으면서 그때의 나는 아이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 그때보다 더 마음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이제 누나니까 모든 것을 혼자 해야한다며 아이를 더더욱 다그치기에 바빴던 나는, 아이가 받았을 상실감이나 외로움에 대해서는 대수롭지않게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에서야 미안한 마음에 자고 있는 아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 뒤로 7년이 지났고 두 녀석은 매일매일 전쟁터를 방불케하며 싸우고 있다. 그 당시 큰 아이의 마음을 제대로 어루만지지 못했던 탓일까? 6살 아래의 동생을 귀찮아하고 미워하는 것이....왠지 마음이 싸해진다.

 

 

 

한 달 전, 2학년이 된 형동이는 학교도 집도 다 재미없다. 느릿느릿 거대한 달팽이처럼 움직인 엄마는 형동이를 보면서 활짝 웃어 주는 일도 확 줄었기 때문이다. 형동이는 내일 아침 일어났을 때는 엄마가 아기를 갖기 전, 아프기 전으로 돌아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임신 중독증에 걸린 엄마때문에 온갖 걱정에 휩싸인 형동이는 동생이 생기는 것이 별로 반갑지않다.

 

'누가 동생 낳아 달랬나? 난 동생 같은 건 필요없는데. 없어도 되는데.' (본문 17p)

 

 

 

아픈 엄마 때문에 준비물도 못 챙기고, 집은 지저분한데다, 빨래도 제대로 못해서 형동이의 체육복은 더럽기만 하다. 더군다나 목욕을 싫어하는 형동이는 엄마가 아픈 뒤로는 제대로 씻지도 못해 너무도 더럽다. 엄마가 아픈 탓에 늦게 일어나 지각을 하고, 아침에 급히 서두느라 화장실을 다녀오지 못한 탓에 학교에서 똥을 누어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고, 준비물도 못 챙기고, 받아쓰기 시험도 못 봐서 망신을 당한 탓에 형동이는 더욱 슬프기만 하다.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지만 아픈 엄마는 아빠와 병원에 갔기 때문에 우산을 갖다 달라고 엄마에게 전화를 할 수 없었다.

 

'맞아. 이게 다 엄마 배 속에 동생 때문이야. 야, 누가 생기랬어?'

"너, 태어나지마!"

"미워, 미워, 미워!" (본문 38,39p)

 

그러던 형동이는 공원에서 초록색 짧은 멜빵바지를 입은 꼬마를 만나게 되었고, 형동이에게 멋지다고 해주는 꼬마가 싫지 않았다. 형동이는 스스로를 천사라고 하는 이 꼬마에게 자신을 아주 멋진 형아로 포장하여 소개했다. 형동이는 꼬마와 함께 놀아주면서 의젓한 형의 모습을 보여준다.

 

 

 

"봐, 봐. 요렇게 올록볼록한 데를 맞춰서 꼭 끼워 봐."

"와! 된다. 된다. 형아, 천재다. 우와, 우와!" (본문 61p)

 

<<난 멋진 형아가 될 거야>>는 동생을 갖게 된 아이의 심리를 잘 표현하는데, 다소 어두울 수 있는 이야기를 상상력을 가미하여 재미있게 담아냈다. 아이들은 동생이 생기는 것에 대한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상당히 크다고 한다. 부모의 사랑을 빼앗긴다고 생각하기도 하며, 가족의 관심이 동생에게 집중되는 것에 대한 질투심도 생긴다. 형동이가 꼬마와 함께하는 모습은 우리 아이들에게 동생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음을 암시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사랑을 뺏아기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친구와 같은 동지가 생긴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집도 학교도 모두 재미없었던 형동이는 꼬마 덕분에 친구도 생기고, 혼자서 받아쓰기 공부도 하고, 준비물을 챙길 줄 아는 '멋진 형아'가 되어가고 있었다.

 

 

 

<<난 멋진 형아가 될 거야>>는 동생이 생기게 될, 동생이 있는 형아, 누나가 형동이의 심리를 통해 크게 공감할 수 있으며, 형동이와 꼬마를 통해서 동생이 생기는 것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심어주는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훈훈한 마무리가 잔잔한 감동까지 전하는 이야기인데, 마지막 반전 아닌 반전(?)이 너무도 유쾌하다.

 

미리 찾아와 준 동생, 늘 환하게 잘 웃던 꼬마천사처럼 형동이는 활짝 웃었어요. 내 동생으로 태어나 줘서 고마워! 꼬맹이. (본문 110p)

 

(사진출처: '난 멋진 형아가 될 거야'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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