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는 내내 걸었고, 초저녁께에는 외숙모의 복권판매점으로 가 다과를 나누며 수다를 떨었고- 물론 간간이 알바도 뛰었다 1)- 귀갓길에는 떡볶이 재료를 샀다.

 어느 유튜버가 하라는 대로 해서, 즉 똑같은 떡볶이를 만들어 먹을 생각이었지만 훗날로 기약했고 대신 인스턴트 갈비탕을 끓여 먹었다. 짰다..... 2)는 기억이다.


 아무려나 자정 전에는 침대로 가 까라질 전망이다.


 이제 명상이라도 하듯, 최인훈의 광장을 몇 장 읽어야겠다. 눈이 밝은 외숙모는 얼마나 진도를 뺐을까. 궁금하지는 않다.




 ********************************************************************************************

 1) 어느 여성 손님이 떠오른다.

    즉석복권 2천원짜리 7장만 달라길래 그냥 주면 될 일이지만 오늘따라 공연히 오지랖을 떨고 말았다.

   - 손님, 이 복권은 두 장짜리로, 두 장 단위로 사는 게 유리합니다."

   - 왜죠?

   - 가령 손님이 한 장을 사서 집에서 긁었는데 1등에 당첨이 되면 기분이 어떠실 것 같습니까?

   - 좋겠죠?

   아니오, 그렇게 좋지는 않겠죠, 하며 왜 두 장을 사야 하는지 설명을 덧붙였다. 아, 이제 알겠네요, 여성이 중얼거리며

   8장을 달라고 했으므로 흔쾌히 8장을 건넸다.

   그런데 여성이 10분쯤 뒤 다시 모습을 드러냈고,

   남은 복권이 몇 장이냐고 몹시 서두르는 것이었다.

   잠시만요, 나는 남은 복권이 몇 장인지 여성의 면전에서 또박또박 셌다.

   다 주세요! 여성은 득의만면한 표정이었다.

   아아 신입이구나, 나는 안타까움을 느끼며 다 건넸다. 오늘 같은 우물이, 스스로의 거울 같았을 그 우물이, 자칫 하나의 완벽한 세계처럼 여겨졌을지도 모를 그 우물이, 실은 이 세상에 숱하다는 걸 깨달을 때가 조만간 올 것이다.

   

   가만히 앉아 최인훈의 '광장'을 읽고 있던 외숙모가 잠시 후 고개를 들고 뭐라고 중얼중얼, 입에 올렸다. 내가 보기에는 

     "저 손님, 제법 실망이 크겠구나"로 해석되었다. 물론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설령 "선택이란, 적이 어려운 일이구나"로 해석한다 해도 내가 어떤 확신을 가질 수 있겠는가.



 2) 인스턴트 음식의 경우, 물을 더 넣고, 약간의 부가 재료를 첨부해 끓이는 게 좋다는 J의 조언을 그만, 잊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