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뛰는 소설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최진영 외 지음, 김동현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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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뛰는 소설》은 9명의 소설가가 쓴 아홉 편의 소설을 엮은 소설집이다. 이 책만을 위해 쓴 소설은 아니고, 이미 발표한 소설 중 '사랑'이란 주제로 엮을 수 있는 작품을 모은 책이다. 그렇다. 창비이기에 가능한 기획이었다. 해설을 읽으니, 이 소설은 사춘기에 들어선 청소년을 위한 책이었나보다, 몰랐는데. 해설의 두 번째 문단의 첫 문장은 "사춘기에 막 들어서면 궁금해지는 것이 많습니다."인 것을 보면 확실하다.
(사춘기에 어조까지. 책 소개를 읽으니 맞다.)

어설퍼서 아쉽고 풋풋해서 그리운 첫사랑이란 감정부터, 상대를 사랑하는 감정의 기저에 놓인 나를 발견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콤플렉스까지 사랑해야 할 사람을 찾고 또 찾았지만 결국 자신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가장 먼저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그렇게까지 사랑해야 하는가 싶은데 그렇게라는 방식이 주는 신선함도, 수많은 결혼 이야기도, 결혼 이후에 일어나는 일들까지. 우리가 생각하는 사랑의 과정을 따른 작품을 순서대로 읽으며 재미있는 작품을 만나 좋았다.
(앞부분 작품은 재미있었고, 후반부는 평이했다.)

나이가 드는 과정처럼 사랑의 생애를 따라 읽는 건 편안했지만, 그 순서가 헝클어져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었다. (순서대로 일어나는 건 지루하니까) 인생에서 책 속에 나온 사랑의 궤적을 꼬박꼬박 밟아나가는 사람이 어디에도 없지 않을까. 한두 과정은 건너뛰고, 어쩌면 한 가지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지나칠지도 모른다. 그래서 소설을 읽을지도 모른다. 경험만으로 사랑을 알기에 삶은 너무 짧으니까. 사랑을 하는 건 기적 같으니까. 누군가가 만든 이야기에서 나를 비추어보고 나의 사랑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을 가늠해보며 조금 나은 나를 만드는 것이 사랑 소설을 읽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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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만나는 트라우마 심리학 - 정신과 전문의가 들려주는 트라우마의 모든 것
김준기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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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살아가며 누구나 크고 작은 트라우마와 안고 살아간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바라보기란 쉽지 않다. 매우 개인적이고 주관적이고 누구에게도 자신에게도 숨기고 싶은 비밀이 트라우마이기에. 누군가에겐 아무렇지 않은 사소한 일이 누군가에겐 감당하기에 너무 벅찬 상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트라우마”란 단어는 들었을 때 무엇인지 단번에 이해하지만, “나의 트라우마” 앞에선 망설이게 된다. 마주보기 쉽지 않고 자신의 아픔을 말로 정확하게 설명하고 표현하기도, 제대로 이해하기란 버겁기 때문이다.

《영화로 만나는 트라우마 심리학》은 ‘트라우마’가 무엇인지 알지만, ‘나의 트라우마’가 무엇이고 어떤 것인지 모르는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책이다. 영화에서 트라우마는 등장인물의 선택과 행동을 이해하게 만드는 근거가 된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주인공의 상처에 공감하게 만들고, 어떤 상처가 치유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돌아보게끔 만든다. 영화 속 주인공 이야기에서 시작해 어느새 나의 트라우마, 부모님과 자녀의 트라우마까지 두루 돌아보고 있었다. 영화 이야기에서 시작해 내 이야기를 돌아보게 만드는 글이 주는 힘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스몰 트라우마부터 빅 트라우마, 아동기 트라우마, 전쟁 트라우마 그렇게 수많은 트라우마 이야기를 읽다보면 내가 가지고 있는 상처, 남에게는 보여주지 않았지만 나를 움츠러들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알 듯 싶다. 두려움이란 무엇일까? 아는 두려움보다 모르기 때문에 상상이 더해져 더 두려워지는 것이 아니까. 하지만 우리가 영화를 보고, 책을 읽으며 겪지 않았던 세계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노력할 때 직접 경험한 만큼은 아니지만 나의 경험의 세계가 넓어짐을 느낀다. 적어도 그런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는 점에서는 선명한 차이가 생긴다. 이 책은 그런 앎을 선물한다. 25편의 작품과 함께 촘촘하게 정리된 트라우마에서 나의 트라우마를 알게끔 만든다.

“트라우마를 마주하는 것 자체가 치유의 시작”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작지만 쉽지 않은 이것을 해내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마주하는 것을 넘어 “트라우마는 어디에나 있지만 트라우마를 치유할 힘도 우리 주변 어디에나 존재한다.”라는 사실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영화를 보듯이 일상 곳곳에 자리 잡은 트라우마를 바라보게 되고, 지나간 상처를 이해하며 한층 성장”하면 좋겠다. 그래서 다른 이가 만든 영화는 해피 엔딩, 새드 엔딩 그리고 그저그런 엔딩도 있지만, 자신이란 인생 영화에서는 모두가 해피 엔딩이었으면 좋겠다. 우선 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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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영원했다
정지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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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증언이다. 남아 있는 자료는 아주 적고 그마저도 건조하고 불투명하다. 나는 가능한 한 가까운 거리의 자료를 토대로 정웰링턴의 삶과 감정, 생각에 대해 상상했고 이야기를 덧붙였다. 나는 무엇도 추리하지 않았다. 진실을 밝히거나 진실에 다가가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진실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이미 밝혀진 진실 속에서 그들은 역사의 희생자이기 때문이다." _ 134쪽

읽고 나서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시 살펴보아도 잘 모르겠다. 당연하다. 정웰링턴의 삶을 조금 검색해보니, 이해하기가 왜 어려웠는지 알 수 있었다. 정말이지 당연했다. 여기서 정웰링턴은 중국과 미국에서 사회주의 독립운동을 펼친 현앨리스의 아들이다. 그는 하와이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사회주의 활동을 펼치다 체코로 넘어가 의학을 배워 의사가 된다. 결혼하고 잘 사는 듯싶었으나 불과 서른여섯 나이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모든 것은 영원했다》는 정웰링턴이 체코로 넘어온 후 생각을 소설가 정지돈이 기록과 자신의 상상을 더해 엮은 소설이다.

모든 곳에서 모든 순간에 동시 접속하고 이동할 수 있는 책. 나는 하나의 글에서 동시 접속하고 이동할 수 있는 책. 나는 하나의 글에서 곧장 다른 글로 넘어갈 수 있고 그것들의 상호 연결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적 형식을 만들고 싶다. 여러 생각의 끊임없는 교체야말로 사유의 결정적인 특징이라고 헤겔은 말했다. _ 149쪽

물음표를 모르겠다는 것으로 바꾸고 나니 한결 책이 가벼워졌다.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만을 생각하며 외곬으로 치닫던 생각을 느슨하게 하고 나니 마음이 편안하다. 무슨 의미를 찾아내야만 그 소설의 가치를 발견하는 건 아니다. 의미없음이 전부인 것도 있다. 정웰링턴은 무엇을 뜻하고 의미하는지가 전부인 시대를 살았다. 각종 -이즘과 -주의로 표상한 의미가 몹시 중요하던 때, 그 수면 아래에 함의는 의미 없음으로 치부되던 때였다. 정웰링턴은 의미 없는 것에 부여한 것을 사유했고 그 모든 것이 그를 고독하게 만들었다. 그 생각을 그가 놓았다면, 어렵게만 느껴지던 삶이 한결 가벼워지지 않았을까. (당연히 그럴 수 없겠지만 그런데도 난) 그런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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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영원했다
정지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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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다.. 이해를 포기하니까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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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인기가요 - 오늘 아침에는 아이유의 노래를 들으며 울었다 아무튼 시리즈 39
서효인 지음 / 제철소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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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는 아이유의 노래를 들으며 울었다"
『아무튼, 인기가요』를 구매한 데에 이 부제가 거의 8할은 차지했다. 정독도서관을 가다가 아이유의 <가을 아침>을 듣던 어느 가을 아침에 나도 울었던 적이 있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시간의 바깥>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유 노래를 몇 곡 골라 들었다. 아이유의 어떤 노래는 깨끗한 슬픔을 밟는 기분을 준다. 슬픔을 밟을 때마다 나는 서걱이는 소리가 마음을 울려 정말 나를 울려서 좋아하는 아이유 님의 노래를 듣고 울었다는 <시간의 바깥에서 만나>가 좋았다.

이 책에서 매력적인 부분은 모든 글 뒤에 있는 플레이리스트다. 다 찾아 듣지는 않았지만, 저자가 추천하는 음악을 골라 들으며 3분 남짓 인기가요가 주는 세계에 들어갔다 나왔다. 몇몇 곡들은 이번 기회가 아니었다면 듣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면 새로운 노래를 듣는 일이 줄어든다고 하는데. 끊임없이 새로운 노래를 찾아 듣고, 이따금 덕통사고에 기꺼이 순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저자의 오마이걸을 향한 덕력에 흠칫 놀랐지만, 아이돌에게 진심이었던 때 각종 가요 프로그램을 챙겨보았던 과거가 있기에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난 오마이걸과 아스트로가 함께한 <분홍신> 무대를 이따금 찾아본다.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의 조화는 늘 옳다) 슴덕후로써, 내가 사랑하는 슴가수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 몹시 매우 아쉬웠다.

노래를 듣는 동안이나마 우리는 가까스로 희망을 품는다. 사랑도 하고 이별도 겪는다. 겨우 3분 동안. 무려 3분이나. _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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