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 - 바로 지금, 나 자신으로 살기 위하여 클래식 클라우드 22
정여울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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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면 공기가 제법 서늘해지는 8월의 끝자락. 곧 가을이 온다는 좋은 신호다. 여러모로 책 읽기 좋은 가을이면 묵혀두었던 도서목록에서 한 권씩 꺼내 읽는 작가. 그렇게 가을이면 생각나는 작가. 나에게 '헤르만 헤세'가 그런 작가다. 올해엔 조금 일찍 그의 이야기를 읽었다. 정확하게는 그의 이야기가 아닌 그의 이야기에 자신의 삶과 생각을 맞추어 탐구한 책,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헤세》를 읽었다.

정여울 작가와 헤르만 헤세 조합이라니, 역시 좋았다. 여러모로 고퀄리티 시리즈답게 책의 완성도는 역시 좋았다. 내가 읽었던 다른 시리즈와 조금 다른 점을 꼽자면, 여행이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헤르만 헤세의 공간, 그의 삶과 궤적을 '지금의 여행자'로 사유하듯 거니는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의 특색보다는 헤르만 헤세의 작품 세계에 집중한 책이었다. 그래서 좋았지만, 그래서 아쉬웠다.

여행자, 방랑자, 안내자, 탐구자, 예술가, 아웃사이더, 구도자라는 키워드로 헤르만 헤세 작품 속 인물과 헤세를 만나고 그 세계를 탐구하는 정여울 작가의 이야기엔 정여울 자기 삶 속 고백이 조금 더해져 있다. 다 알 수 없지만, 힘든 상처와 함께 헤세의 작품을 자기 안에서 오랫동안 소화한 느낌이 글에서 느껴졌다. 그래서 마치 (읽어보지도 않았는데) 헤세의 작품을 읽은 듯 다 알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난 읽는 내내 무언가를 알아간다는 것보다, 여러 작품을 자유자재로 내 안의 이야기와 연결짓는 소화력이 부럽고 또 존경스러웠다. 좋아하는 작가가 있고, 그 작가의 작품과 삶을 통해 더욱 나다워지는 방법을 발견하는 건 큰 행운이기에. 자신 있게 '나는'이란 주어로 헤세를 읽고 아는 것이 '나에게로 가는 길'이 되었던 이유를 자신의 언어로 정리할 수 있다는 건 정말 굉장한 일이니 말이다.

"헤세와 함께라면, 당신 또한 외롭지 않게 혼자 있는 법을 알게 될 것이다. 헤세와 함께라면, 우리 모두 '나'를 향한 아름다운 여정에 매일 오를 수 있는 용기를 얻을 것이다."

헤세는 "이 세상 모든 책들이 그대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아. 하지만 가만히 알려주지. 그대 자신 속으로 되돌아가는 길을."이라고 말했다. 정여울 작가는 그의 책에서 자신으로 되돌아가는 길을 발견해 한 권의 책을 썼다. 난 내 여정이 어떤 모습을 지 궁금해진다. 내가 그의 작품을 읽으며 나는 어떤 나를 만날 수 있을지가. 그런 의미에서 조만간 헤르만 헤세 소설 하나를 장바구니에서 탈출시켜야겠다.
(꽤 자연스러운 도서 구매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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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 진실과 반전의 역사 - 유물과 유적으로 매 순간 다시 쓰는 다이나믹 한국 고대사 서가명강 시리즈 12
권오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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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 진실과 반전의 역사》는 여느 역사서와 사뭇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고대사에 대한 흥미진진한 역사 이야기 대신 그 역사를 발굴하여 기록으로 만드는 이의 태도에 관한 책이었다.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역사가 기록과 유물로 새로운 진실과 맞이하는 반전의 역사를 경험한 저자의 오랜 경험이 녹진하게 담겨 있어 흥미로웠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국사를 알아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역사가 바뀌기도 하는 역동적인 현장에 관한 이야기를 몰랐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 싶다.

1부는 기존에 역사에 대한 오해와 역사를 대하는 사람이 경계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한다. 그렇기에 다양한 이야기를 한 번에 나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2부부터 본격적으로 우리나라 고대사 해석이 바뀌었던 발굴이 만든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가 나와 재미있었다. 발굴 현장을 국내에서 동아시아 그리고 중앙아시아 전역으로 확대해 기록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내가 배운 역사가 얼마나 오랫동안 고정된 채 먼지가 쌓여있었는지 느껴져 개인적으론 조금 슬펐다.

삼국시대 중 백제의 왕궁 유적지에 대한 분석을 볼 수 있는 3부, 고대사와 중앙아시아를 잇는 역사 발굴 현장 기록을 담은 4부가 이 책의 백미다. 뻔한 역사 이야기가 아닌 역사에 대한, 과거의 흔적에서 기록이 될 수 있는 토대에는 발굴이 가지는 힘과 역할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무령왕릉과 금동대향로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찾아볼 정도로 백제 역사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는데, 몽촌토성과 풍납토성의 축조 기술과 당시 도시의 위세(와 화장실 문화)에 대한 저자의 분석은 배우지 못한 역사 이야기라 인상적이었다.

4부는 현재 진행 중이며, 앞으로 진행되어야 할 방향에 관한 이야기였다. 중앙아시아 국가와 고구려의 관계, 동남아시아와 신라, 백제 역사 사이의 관계성, 페르시아 유리병과 신라 왕릉에서 발굴한 유리병의 유사성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기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나오지 않은 역사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하는 내용이 많았다. 역사란 기록은 없지만, 합리적인 추론을 해나갈 가능성에서 미래가 만들 과거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졌다.

앞으로 역사학자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은 역할을 맡아야 한다. 고고학자가 발굴한 유물을 가지고 화학자와 함께 분석하기도 하고, 토목공학자와 함께 공학적 원리를 규명하는 식으로 새로운 연구 방법론을 개발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역사 연구는 퇴보할 수밖에 없다. _ 68~69쪽

역사에 대한 생각은 고정적인 경우가 많다. 학창시절 배운 국사 교과서 너머의 한국사를 접하는 열정을 보이기란 쉽지 않다. 중학생 때 역사가 좋아서, 선생님과 함께 역사 스페셜을 비롯한 역사 다큐멘터리를 분석하는 보강 수업을 들었다. 교과서에 한 줄로 나와 있는 기록과 정의 너머에 있는 사실과 진실을 추리하는 과정에 매료되어, 심지어 사학과에 수시 원서를 냈었다. 문명사 다큐멘터리 PD를 꿈꾸던 역사 덕후였는데.. 이젠 희미해진 나의 고대사 역사에 업데이트를 불러온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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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나의 책 - 독립출판의 왕도
김봉철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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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아마도 이 책을 만나고서 부터가 아닐까 싶습니다. 내가 만든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쓰고 싶었는데, 그 마음에 기름을 콸콸 붓는 책. 바로, 김봉철 작가님의 에세이 《작은 나의 책》입니다. 이 책은 개성과 위트 있는 글로 독립 출판계에서 반짝이며 빛났던(?), 작가님의 "독립출판의 왕도". 정확하게 “살면서 책 한 권쯤 내보고 싶었던 사람들을 위한 독립출판 안내서”입니다. 책을 쓰고 싶은 마음을 부르는 책이라고 할 수 있죠. 저는 김봉철이란 (작은) 개인이었던 자신이 쓴 책을 만드는 과정과 함께 그 과정에서 자신에게 어떻게 집중했는가에 대한 책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재미있고 담담한 글에서 작가님이 자신의 삶을 끌어안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꽤 따뜻함을 느꼈습니다.


책에서 가장 공감했던 부분을 꼽으라고 한다면, 방안 한가득 쌓여 있는 책을 들고 독립서점에 찾아갔었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작년에, 정동현 작가님의 《그릇을 비우고 나면 많은 것이 그리워졌다》 책을 들고 서점을 찾아갈 때가 생각났습니다. 아무렇지 않은 듯, 괜찮은 듯 서점 문을 밀었으나,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마음만큼이나 내 모든 행동은 부자연스러웠습니다. 아마 그 무렵, (아니 지금도) 서점에 들어갈 때면 내가 이 책을 정말 잘 설명할 수 있는지, 이 책의 이야기를 눈에 마음에 가닿게 설명하고 있는지. 저는 스스로 잘 알 수가 없어, 더 삐거덕 거리는 내 마음 같은 이야기가 글에서 자꾸만 보여서 그 글에서 한참을 미적거렸습니다.


어디에든 별이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반짝이는 그 별과도 같은 사람들에게 나는 아직 닿지 못할 어둠일 뿐인지도 모른다. 가끔 내 눈앞에서 책을 들고 읽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그 별과도 같은 이들에게 나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가고 있을지, 혹시 그 반짝임에 조금의 어둠을 더해버린 것은 아닐까를 고민했다. 그 어둠은 빛을 가려 생긴 그림자일까 달을 가려 모양을 일그러트리는 일식일까. 해와 달에 대한 문제를 고민했다. 앞에서 책을 읽던 분이 잘 봤다, 직접 쓴 책이냐고 묻는 말에 그렇다는 말과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넸다. 다시 쑥스러워져 목을 움츠리고 눈치를 살폈다. 나의 어둠에, 처음으로 다가와 준 반짝이는 불빛이었다. _ 《작은 나의 책》, 107쪽 


사소하다고 할 수 있는 이야기, 너무 어둡다고 생각해 더 감추어왔던 이야기, 그리고 세상에 내 이야기를 내놓아도 될지 몰라 자꾸만 삼켰던 이야기. 모두가 그런 이야기 하나쯤은 가지고 있지 않으신가요? 그런 이야기를 솔직하게 진솔하게 꺼낸 작가님의 작은 이야기는 작은 제 마음에 꼭 맞는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꾸만 읽다 보니, 내 작은 이야기를 쓰고 싶고, 가능하다면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너무 작고 작아서 과연 한 권의 책으로 엮을 수 있을 만큼의 분량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책을 한 번쯤 내보고 싶은 독자라면, 책을 (독립서점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그리고 커다란 책이 부담스러웠던 독자라면, 이 작은 책을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마음에 꼭 맞는 작은 조각이 되어줄 책이니까요. 저도 작가님의 책을 에코백에 담아 들고 다녀야겠습니다. 누군가의 마음의 조각에 잘 들어갈 수 있도록, 작은 불빛이 켜질 수 있도록 말입니다.  


(본 리뷰는 수오서재 마케터가 직접 읽고 쓴 사심 듬뿍 담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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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시대가 온다 - 성큼 다가온 초개인의 시대, 직장인의 내일 준비법
서준렬 지음 / 와이즈베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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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생각해 온 경제 구조가 점점 바뀌어가고 있고 그 결과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도 바뀌었다. 이 비즈니스 모델에 가속화를 불러일으킨 것은 3d프린터와 각종 sns를 이용한 개인 플랫폼의 활성화라고 할 수 있다. 팬데믹. 언택트. 뉴애브노멀 시대. 이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저마다의 비즈니스를 기꺼이 시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최근 이 시대가 주목받는 이유는 코로나 19라는 위기 앞에 우리가 적응할 틈도 없이 가속화되었을 뿐이다.

언택트. 온라인. 원격. 재택. 공유경제는 낯설지 않다. 아마 자꾸 사용하다보면 4차산업혁명과 같이 익숙해질 단어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이 시대는 우리 삶에 성큼 다가와 있다. 개인의 시대는 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도착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시대가 온 것과 달리, 그 시대에 우리가 온전히 적응하고 있는가는 또 다른 문제다. 《개인의 시대가 온다》의 저자는 이 부분을 파고들어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개인이 그 시대에 온전히 들어설 수 있도록 그 시대를 설명하고 그 시간의 흐름에 개개인이 어떻게 타야하는가를 설명한다.

코로나 19로 인해 점점 가속화되는 개인의 시대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기기와 함께 시작된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는 어떤 모습일까. 개인이 모여 저마다의 비즈니스 시장을 만들고 있다. 한마디로 "개인이 자유롭게 일하면서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가능해진 시대다. 개개인이 저마다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고,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이용해 경제 활동을 비롯해 삶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이 흐름에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는 세대는 바로 90년대 생이다.

이미 주변에서 이모티콘을 만들거나, 자기 물건을 만들어 사업자등록증을 만들어 판매하는 친구들이 있다. 투잡, 쓰리잡을 넘어 n잡이란 말도 심심치 않게 주변에서 말하고 있다. 그래서 처음 저자의 이야기는 내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들은 이야기로 낯설지 않았다. 책의 내용을 읽으며 전문적인 용어, 보편적인 언어로 그 흐름을 정의한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12년간 몸담았던 대기업을 퇴사한 후 자신의 비즈니스로 2-3개가 아닌 10개의 직업을 가진 저자는  90년대 생이란 한 세대의 변화, 언택트, 공유 경제와 같이 시대를 쪼개어 정의한 말을 "개인의 시대"로 개념화하여, 이 시대를 분석한다.

책을 읽으며 흥미로운 점은 개인이 저마다의 비즈니스를 추구하지만, 그 개인이 모이는 연대가 필요하고 실제 이를 바탕으로 한 비즈니스도 존재한다. 즉, 개인의 시대는 나만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은 맞지만 과거 장인과 같이 홀로 고립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회사, 공동체와 같이 가까운 관계가 아닌 조금은 느슨하고 유연한 관계란 "느슨한 연대"가 중요하다. 이 연대가 이루어지는 건 결국 sns가 아닐까 싶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포트폴리오로 sns만한 것이 없이니까. 비즈니스 프로듀싱보다 그 비즈니스를 실현하게 할 네트워크를 말하는 part 4 부분이 흥미로웠다.

저자는 개인의 시대를 살아가며 그 시대에 자신의 포지셔닝을 잡기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할 요소를 설명하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시대"에선 각자가 자신의 삶을 주도할 수 있는 만큼 그 책임도 개인의 몫이라는 점이다. 회사에서만 비즈니스 모델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무턱대고 퇴사를 권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을 것이다. 준비가 필요하고,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이 시장에서 어떤 모습을지를 기민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의 시대가 온다》는 나다운 일을 하기 위해 개인으로 한발 내딛고 싶은 사람들에게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체크리스트 같은 책이다.

 

(본 도서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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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지음, 김한영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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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드 보통다운, 어쩌면 다른 연애책보다 더 좋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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