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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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역사의 진로를 형성한 것은 세 개의 혁명이었다. 약 7만 년 전 일어난 인지 혁명은 역사의 시작을 알렸다. 약 12,000년 전 발생한 농업혁명은 역사의 진전 속도를 빠르게 했다. 과학혁명이 시작한 것은 불과 5백 년 전이다. 이 혁명은 역사의 종말을 불러올지도 모르고 뭔가 완전히 다른 것을 새로이 시작하게 할지도 모른다.
이들 세 혁명은 인간과 그 이웃 생명체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_ <사피엔스>, 19p


 

 

왜 사피엔스 종만이 지구 상에 살아남았나? 인간은 왜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동물이 되었는가? 과학은 모든 종교의 미래인가? 인간의 문명은 왜 발전하였고, 이런 발전은 우리에게 행복을 주었는가? 인간의 유효기간은 언제까지인가?
역사, 사회, 생물, 종교 등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류 역사의 시간을 종횡무진 써 내려간 문명 항해기.
이제 우리는 무엇을 인간이라고 할 것인가?

 

 

***

 

 

역사를
왜 공부할까?

 

***

 

 

 '어떻게'를 서술하는 것과 '왜'를 설명하는 것은 뭐가 다를까?
'왜'를 설명한다는 것은 왜 다른 사건이 아니라 하필 이 사건이 일어났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인과관계를 찾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_ <사피엔스>, 338쪽

 

 

이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당연한 질문이기 때문에 어떤 답도 내릴 수 없지 않은가. 나도 "배우지 않아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라는 궁색한 이유로 답할 것이다.

2017학년 수능부터 한국사가 필수과목으로 지정되면서 역사 교육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또 '한국사 능력 시험'이 기업, 공기업  입사, 공무원 채용에 가산점 및 시험 응시 필수 과목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응시하고 있다. 이때 우리가 시험 보는 역사는 '국사'로 우리나라의 역사다.  국사를 배우는 이유에 대해 역사 교과서는 어떻게 설명할까.

"국사 교육의 목표는 우리나라의 역사를 주체적으로 이해하는 데에 있다. 이는 국사가 곧 우리 자신이 살아온 모습이고 민족 정체성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 역사는 현재의 뿌리이자 미래를 전망하는 단서이고 우리 삶의 총체이므로 발전적이고 종합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중략)… 아울러 우리 역사를 삶의 과정으로 이해하여 새 문화 창조와 사회 발전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_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7차 교육과정) 머리말 중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이스라엘의 한 역사학자는 역사를 연구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미래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서다. 우리의 현재 상황이 자연스러운 것도 필연적인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우리 앞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_342쪽

 

 

유발 노아 하라리 교수의 <사피엔스>(342쪽)의 책에 나온 '역사를 연구하는 이유'를 말한 부분 중 일부다. 역사학자가 말하는 역사를 연구하는 이유에 공감되는가. 당신이 역사를 공부하는(연구하는) 이유와 닮은 부분이 있는가.

초등학교 사회 시간을 시작으로 고등학교 때 '국사'와 '근현대사' 그리고 대학에서 교양으로 '근현대사' 수업 통해 역사를 배웠다. 뿐만 아니라 역사서도 여러 권 읽어왔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역사를 왜 배워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한 적은 별로 없었다. 누군가 말하는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에 감동을 받은 적은 있지만, 그 감동이 내 것이 되어 '내 안에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가 된 적은 없었다. 


문자 기록이 나오기 전부터 현대에 이르는 역사를 다룬 책,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역사를 서술함과 동시에 인간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왔는가, 어떻게 해서 이처럼 막대한 힘을 얻게 되었는가'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우리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왔는가, 어떻게 해서 이처럼 막대한 힘을 얻게 되었는가'라는 하라리의 질문을 왜 역사를 통해 알아야 하는지, 역사를 통해서 알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었다.


다시 말해 <사피엔스>를 읽으며 "왜 역사를 알아야 하는가"에 대한 나만의 답을 찾으려고 했다.

 

 

1. 현재를 보기 위해서, 인지 혁명

 

<사피엔스>의 첫 장이자, 유발하라리의 인류 혁명의 첫 번째 혁명, 바로 인지 혁명이다. 인지 혁명은 사피엔스 이전에 약 6개의 인종이 있었지만, 현재 사피엔스만 남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근거다. 물론 이후의 농업혁명과 과학혁명과 달리 인지 혁명의 과학적 근거 및 사료는 부족하기 때문에 다른 장에 비해 하라리 교수의 유머 있는 표현과 해석이 많이 나온다는 점에서 재미있게 읽은 장이다. 인지 혁명으로 네안데르탈인과 사피엔스의 운명은 갈렸다. "우리가 무시하게는 너무 친숙하고 관용하기에는 너무 달라서"라는 시적인 표현을 했지만 결국 두 인종 사이에 극복할 수 없는 차이로 사피엔스만이 이 세상에 남게 되었다. 그렇다면 왜 사피엔스만 남은 것일까. 바로 '언어'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언어의 발전이 사람들 간에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했다.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다양한 의사 전달이 가능해졌고, 사피엔스는 존재하는 것뿐만 아니라 존재하지 않는 것까지 전달했다. 즉, 직접 보거나 만지거나 냄새 맡지 못한 것에 대해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사피엔스가 언어를 사용해 객관적 실재와 가사의 실재에 대해 '말'로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일까.
약 7만 년 전에 있었던 인지 혁명이 지금의 나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당연하게 여겼던 이 생각에서 '역사'를 알고 배우고 연구하는 이유를 발견했다.

"지금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이 질문에는 현재의 삶과 어떤 관련성을 포함하고 있다. 즉, 역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현재를 해석하고 있으며, 과거를 통해 지금의 위치를 파악하고, 지금을 이해하는 근거로 사용하려고 한다. 지금의 위치를 연대기적으로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는 역사를 통해서 알 수 있다. 필연적으로 왔다는 운명론적 설명도 아니고 현재에 대한 면밀한 과학적 실험을 통해서가 아닌, 오직 이전 시간의 기록, 사료 등과 비교하여 파악하는 것. 과거의 일과 현재의 일이 어떤 인과관계를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 결국 이 파악한 것을 토대로 오늘날의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확인하고 있다.  

 

인지 혁명 이후, 사피엔스는 이중의 실재 속에서 살게 되었다. 한쪽에는 강, 나무가 자라는 객관적 실재가 있다. 다른 한쪽에는 신, 국가, 법인이라는 가상의 실재가 존재한다. 시간이 흐르고 가상의 실재는 점점 더 강력해졌고,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강과 나무와 사자의 생존이 미국이나 구글 같은 가상의 실재들의 자비에 좌우될 지경이다. _60쪽

사피엔스의 언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상의 실재'에 대한 권위를 인정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암묵적 약속을 가능하게 했다는 저자의 견해는 흥미로웠다. 즉, 오늘날 실제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의 영향을 받고, 하라리 교수의 말처럼 오히려 물질세계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상의 실재의 영향력이 더 커졌다는 점을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는 금융자본주의, 사회적으로는 국민국가 혹은 디아스포라 등 국가, 지역 등에 따른 정체성,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 (일부 국가 제외) 등 이들의 존재를 알지만 이들을 만질 수 없는 가상의 실재들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2017년에서 가장 먼 시기에 있었다고 추정되는, '인지 혁명'이 현재 나의 삶과 연관관계가 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7만 년 전 인지 혁명에서 오늘날 나의 삶을 연결하는 이음새는 정교하지 못하다. 정확하게 정교할 수 없다. 오래전 일이기 때문에 사료적 근거를 통한 합리적 답을 얻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계점에서 멈추지 않고  설득력과 논리성을 부여한 '유발 하라리' 교수의 통찰력이 놀랍다. 역사학자 E.H 카의 역사는 "현재를 오가는 대화"라는 말처럼 그의 과거에 대한 끊임없는 대화가 '인지 혁명'이라는 그만의 독창적인 논리를 완성하게 했을 것이다. "답을 얻을 수 없는 질문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인류 역사의 6만 ~ 7만 년을 "그 시기에 살았던 인류는 중요한 일이라고는 전혀 하지 않았다(101쪽)"는 핑계로 일축하고 싶어질 수 있다."는 그의 말에서 때론 생각의 한계를 뛰어넘는 사고의 지평을 넓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낄 수 있다.

 

2. 새로운 프레임을 위해서, 농업 혁명

'신석기 혁명'이라는 이름이 익숙한 농업 혁명은 "무혈 혁명"이라는 특징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피엔스>의 농업혁명은 내가 알고 있던 것과 달랐다. 농업 혁명이 어떻게 불평등까지 이어졌는지를 설명했다. 역사상 농업혁명은 정착생활을 불러왔고, 청동기 시기를 지나 계급사회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국사 시간에도 들었던 이야기였다. 하지만 하라리의 농업혁명은  관점이 독특하다. "농업혁명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였다(124쪽)"는 서문으로 농업혁명에 대한 이야기를 밝혔다. 그리고 그 사기꾼이 '밀'이라고 말하며 풀어 나갔다. 식물이 호모 사피엔스에 의해서 길들여진 것이 아니라 식물이 호모 사피엔스를 길들였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개개인 사피엔스의 삶은 보장되지 않았고, 인종 사피엔스의 수를 늘리는 데 효과적이었다. 농업혁명이 정착되고 다시 수렵생활로 돌이킬 수 없을 정도가 되자 다른 방향의 발전을 불러왔다. 그리고 그 발전이 또 많은 개인을 위한 발전이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농업혁명은 유발하라리의 말처럼 '덫'이었다. 농업혁명은 "파멸을 불러왔다"라는 평을 받기도 하지만 "인류가 번영과 진보의 길에 들어서게 도왔다"라고 평가받기도 한다(148쪽). 어떤 쪽에 손을 들어줄지는 개인의 판단에 맞길 문제이다.
 

 

농업 혁명 덕분에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식량은 총량이 확대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여분의 식량이 곧 더 나은 식사나 더 많은 여유시간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_ 124쪽

 

농업혁명을 읽으며 '사고의 지평을 넓히는 것'이란 이런 것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농업혁명의 주체를 밀에 두었을 때,  생기는 사고의 틈을 파고들어 논리적인 전개를 읽으며 사고의 지평을 넓혀져 가는 느낌을 받았다.  그 이유는 다른 각도로 사건을 조망하는 프레이밍을 배웠기 때문이다.
현재를 다른 각도로 보는 것은 어렵지만, 과거에 지나온 사건을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역사에 서술된 사건들은 보통 지금 살고 있는 나의 삶의 자리가 아닌 다른 시간 때로는 다른 공간에서 펼쳐진다. 현재 나의 위치와 다른 곳이기 때문에 시공간의 거리가 생긴다. 즉, 역사는 새롭게 세상을 보는 프레임을 익히는 데 효과적이다. 다시 말해 나는 농업혁명의 주체를 사피엔스가 아닌 밀로 두었을 때, 개개인의 삶과 사피엔스 인종을 두고 볼 때 전혀 다른 평을 할 수 있다는 점은 시각에 따라 같은 세상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실제 이런 새로운 프레임을 익힐 수 있는 책들은 많이 있다. 
연대순으로 쓰인 역사서가 아닌 <거꾸로 보는 세계사>.
외국인의 시각으로 본 역사 <하멜 표류기>.
왕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을 통해 살펴본 조선의 역사 <왕을 낳은 후궁들> <왕이 못 된 세자들> <환관과 궁녀> <궁녀의 하루>.
같은 시기 다른 성장곡선을 그린 영국과 스페인의 역사를 풀어낸 <세계사 지식 향연> 등등..

역사를 통해 세상을 다르게 보는 시야를 내 삶에 끌어온다면, 지금 내가 보는 풍경과 다른 풍경이 삶의 자리에 펼쳐질 것이다. 그리고 그 다른 풍경이 어떤 빛깔을 낼지는 개인에게 달려 있다.

 

 

돈은 돈 있는 자에게 들어오고, 가난은 가난뱅이를 방문하는 법이다. 교육은 교육받은 자에게, 무지는 무지한 자에게 돌아가게 마련이다. 역사에서 한번 희생자가 된 이들은 또다시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역사의 특권을 누린 계층은 또다시 특권을 누릴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의 사회경제적 차별에는 논리적, 생물학적 근거가 없으며, 우연한 사건이 신화의 뒷받침을 받아 영속화한 것에 불과하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훌륭한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이다. _ 211쪽

 

이왕이면 나에게만 아름다운 풍경이 아닌, 많은 사피엔스들에게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프레임을 가지길 소망한다.

 

3. 더 나은 선택을 위해서, 과학 혁명

 

 

 우리는 천국과 지옥으로 나뉘는 갈림길에 서 있다. 한쪽으로 난 문과 다른 쪽으로 열린 입구 사이에서 초조하게 오락가락하고 있다. 역사는 우리의 종말에 대해 아직 결정 내리지 않았으며, 일련의 우연들은 우리를 어느 쪽으로도 굴러가게 만들 수 있다. _ 529쪽

 

과학혁명은 농업혁명 만큼이나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다. <사피엔스>의 과학혁명은 "왜 현대 인류는 자신에게 연구를 통해 새로운 힘을 획득할 능력이 있다고 믿게 되었는지. 무엇이 과학과 정치와 경제의 연대를 구축하게 했을지"에 대한 역사적 흐름과 더불어 그 답을 제시하고 있다. 한마디로 세계사 시간에 배운 16세기에서 20세기에 이르는 과학과 서구 열강 그리고 자본주의 시스템의 발전과정을 유발 하라리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과학이 왜 홀로 사피엔스를 지배할 수 없었는지, 식민지 제국주의, 국민국가 시스템, 지구화에 이르는 세계 정치 체제가 바뀔 수밖에 없었던 이유, 자본주의가 이 둘 사이에 어떤 결합제가 되었는지를 말한다. 그 서술은 앞선 두 번의 혁명보다 '상대적으로' 나아 보인다.

하지만 그 '상대적으로' 나은 결과들이 '절대적으로' 나은지. 
지금까지 선택이 최선인지.
사피엔스를 위해 최선의 선택이었는지
라는 질문 앞에 나는 '아니오'라는 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역사상 모든 지점은 교차로다. 우리가 과거에서 현재로 밟아온 길은 하나의 갈래였지만, 여기에서부터 미래로는 무수히 많은 갈래의 길이 나있다. 이 중 일부는 더 넓고 평탄하며 이정표도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선택될 가능성도 더 크지만, 때때로 역사는 - 또는 역사를 만드는 사람들은 - 예상을 벗어나서 움직인다. _ 337쪽

 

시간 순으로 본다면, 약 500년 전에 있었던 과학 혁명이 지금의 나와 가장 가까이 있었다. 그리고 가까워서는 아니지만, 그 혁명의 여파가 가장 강력하게 삶의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 여파는 7만 년 전 사피엔스도 만 2천 년 전 사피엔스도 500년 전 사피엔스도 상상도 하지 못할 결과일 것이다. 인류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성장했고, 힘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 결과가 과연 500년 전, 만 2천 년 전, 7만 년 전 사피엔스보다 더 나은 삶을 불러온 건지 확답을 할 수 없다. 인지 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으로 점점 고도화된 기술을 가지게 되었지만 사피엔스 간의 불평등의 격차는 더 커지고 있고, 환경은 나빠졌다.
<사피엔스>의 책장이 왼쪽에 쌓여갈수록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의학, 인문으로 치유하다>의 저자는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과거를 살펴봄으로써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과거의 행적을 통해 현재의 결정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71쪽)"다.  즉, 역사를 통해 우리는 어떤 결정을 해야 하냐는 선택의 문제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그 문제에 대한 좋은 가이드라인을 '역사'는 보여준다. 물론, "역사는 우리에게 한 모퉁이만 돌면 금방 일어날 것 같아 보이는 일도 미처 예상치 못한 장애로 실현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점(584쪽)"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역사가 가르쳐준 가이드라인을 따르는 것이 가이드라인조차 보지 않고 달려온 것보다 더 나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개인들의 행복과 고통에 어떤 영향을 미쳤느냐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이것은 우리의 역사 이해에 남아 있는 가장 큰 공백이다. 우리는 이 공백을 채워나가기 시작해야 할 것이다. _ 560쪽

 

 

 

 

<사피엔스>를 통해 정리한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만은 아니었다. 그치지 않고 학문을 대하는 이유로, 책을 읽는 이유로, 생각을 해야 하는 이유로, 삶에서 무언가를 할 때 가져야 할 이유로 이어지고 있다.

세 번째 <사피엔스>를 읽을 때 난 어떤 '현재'에 있고, 어떤 '프레임'을 가지고, 어떤 '선택'을 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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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대통령들 - 누구나 대통령을 알지만 누구도 대통령을 모른다
강준식 지음 / 김영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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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소개  | 강준식 

“이제 우리는 한 사람의 정치 지도자가 우리 삶의 틀까지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알게 되었다.” 저널리스트로서의 냉철한 역사의식과 폭넓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완성해냈다. 재미있으면서도 엄정하고 객관적인 서술이 되도록 많은 자료와 인터뷰를 섭렵하고 현장에서 취재한 정보들을 활용했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결정적인 장면들을 예리하게 포착해내 선 굵고 정제된 필치로 현장감 있게 되살려냈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문리대, 미국 일리노이대, 플로리다테크대(FTU), 연세대 연신원 등에서 문학, 정치학, 경제학, 신학 등을 공부했다. 196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유신 말기와 5공 중반까지 〈시카고 동아일보〉〈뉴욕 동아일보〉〈뉴욕 조선일보〉 등에서 편집국장과 논설주간 등을 지냈으며, 한때는 정치권과 공기업 등에 몸담기도 했다. 

[출처] 누구나 대통령을 알지만 누구도 대통령을 모른다 <대한민국의 대통령들> 작성자 김영사




내 생애 첫 대선을 앞두고, 읽는 대한민국 대통령사



  2017년 5월 9일,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실시될 예정이다. 정당마다 대통령 선거 후보자 선출 경선 소식으로 지난주부터 이번 주까지 뉴스가 가득 차 있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이전 선거와 달리,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 대선의 형식으로 치러지기 때문에 선거가 진행되는 과정을 비롯해 대통령 당선인 시기 없이 바로 대통령 000으로 나라를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점과 같이 이전 선거와 차이가 있다. 하지만 앞으로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국가라는 거대한 행정관료 체제를 지휘하고 엄청난 물자를 통제하며, 합법적 국가폭력을 독점하여 전쟁을 치를 수도 있고, 수출입국을 할 수도 있으며,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트거나 거대 토목공사를 강행할 수도 있고, 나라를 환란이나 혼돈에 빠뜨릴 수도 있(7쪽)"는 힘과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동일하다. 


그렇다면, 

5000만 국민의 삶을 좌우하는 대통령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선출해야 할까. 

대통령이 되고자 나온 이들에게 무엇을 묻고 무엇을 들어야 할까.


그 의문의 방향을 <대한민국 대통령들>에서 찾을 수 있었다. 



12명의 대한민국 대통령들

<대한민국 대통령들>에는 총 12명의 국가 지도자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대통령은 11명이었지만, 내각책임제하에 국무총리였던 장면을 포함한 우리나라 국가 지도자는 총 12명이었다. 


이승만, 장면, 윤보선,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이 책을 읽기 전 나는 각 대통령(총리)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또 알고 있는 정보도 선생님, 부모님, 교수님, 지인들을 통해서 접한 이야기가 전부였다. 그런데 문제는 인물마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에 어떤 입장에 선 사람들에게 듣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인물의 이야기를 듣는 듯싶었다는 점이고, 결국 각 대통령이 무엇을 했는지 정도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는 대통령도 있었지만, 몇몇 분들은 이름을 알고 있지만 전임자 혹은 후임자의 그늘에 가려져 잘 알지 못한 인물도 있었다. 


<대한민국 대통령들>은 12명의 인물이 정치적 권력을 잡기까지 과정에서 시작해, 정치적 상황, 주변 인물들과 일화, 해낸 업적, 인물에 대한 대중적 평가를 아울러 다루고 있다. 이 책은 마치 조선왕조실록과 같이 '정사'가 역사를 서술하듯이 주요 사건에 대한 풀이와 인물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유추할 수 있는 '야사'가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딱딱하지도 재미 어느 한쪽에 무게가 쏠리지 않은 채 균형을 이루고 있다. 저널리스트인 저자의 사건에 대한 '시각'과 독자들이 편안히 읽을 수 있는 '필력'이 더해진 결과라는 생각이 드는 지점이었다. 또 저널리스트인 저자의 성격이 책에서 드러난 점은 '중립'이라는 점에서 서술하고자 노력한 부분이다. 이때 중립은 비판도, 칭찬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저자에게 중립은 정확히 사실의 선후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언급을 하고 이에 대해 논리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하여 전개해나간 점이다. 그래서 정치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글에서 자극적이기 보다 심심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진다.


정사 정政자는 

원래 목표(一)를 향한 발걸음(止)이 

똑바로 향해지도록 

채찍질(攵)을 가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방향을 인도하는 자가 '정치적 지도자'다.

대한민국 대통령들 _ 217쪽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때로는 비난에 가까운 이야기가 마냥 비난만을 쏟을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칭찬만 하던 사람도 마냥 칭송받아 마땅한 인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통령이라는 정치적 지도자에 대한 평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이유는 단 한 가지로 설명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이유 중 하나는 "심리학자 황상민이 이야기한 '욕망'이라는 단어로 압축(476쪽)" 할 수 있다. 대통령이라는 지도자에게 국민들은 저마다 자신이 가지 싶은 욕망(need)를 대입했다. 자신의 욕망을 대입하고 이것이 잘 맞아떨어질 때 평은 호로 갈 수밖에 없고, 그 반대는 불호로 갈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개인적 욕망을 실현시킨 정도에 따라 호불호는 가릴 수 있지만, 그들의 업적을 평가할 때 개인적 호불호의 잣대를 가지고 갈 수는 없다. 민주주의 시스템이 자신에게 유리한 정치 공약을 내건 인물에게 투표를 하는 시스템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 호불호 (욕망)가 반영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하지만 대통령이 된 이후에 실시한 정책에 대해서는 개인적 호불호를 떠나서 평가를 내려야 한다. 이 평가에서 자신의 욕망과 감정을 분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12명의 지도자의 삶을 압축해 읽으며 느낀 것은 저자의 표현처럼 "개인적으로는 불행한 정치가였고, 공적으로는 실패한 대통령들(320쪽)"이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저자는 "내 안에, 우리 안에 규범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이래야 한다는 규범 말이다. 이런 잣대로는 누구도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없다."라고 말한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주는 무게는 엄청 그리고 우리나라는 그 무게를 잘 짊어졌든, 짐을 짊어지지 못했든 12명의 국가 리더를 만났다. 각 대통령은 저마다 자신의 푸른 청사진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청사진만 두고 본다면, 아름다운 이상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현실로 만들 때 얼마나 타협을 했는지, 국민들의 욕구와 일치했는지 그리고 그 방법이 민주적이었는지 비민주적이었는지에 따라서 그들에 대한 공과 실에 대한 평가는 갈렸다.


 <대한민국 대통령들>에서 각 인물을 평하며, 저자는 대통령이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의 견해를 밝혔다. 


"무릇 지도자란 집단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 선택하는 사람이다. _ 58쪽"


"정치적 지도자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_ 445쪽 "


"대통령이 치러야 할 전쟁은 무엇인가? 그건 '사회통합'이라는 이름의 전쟁이다. 정치의 궁극적 목표이기도 하다. _ 452쪽"


"여기서 강조해야 할 대목은 대통령 자리는 한 개인이 성취욕을 만족시키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또한 개인의 입신 영달의 정점이나 치부의 수단이 되어서도 안 된다. _ 498쪽"


익숙한 말들이고, 당연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당연한 것들이 지켜지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모두가 이 당연한 것을 지키겠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정권이 끝날 때면 이 모든 것을 지키지 못했다는 평이 뒤에 붙었다.

"지금 청와대로 가는 길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5년 후 다시 이 집으로 돌아올 때 위대한 대통령으로 평가받기를 원한다."라고 말했던 고 김대중 대통령의 소망이 비단, 한 사람의 소망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모두가 자신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자신이 죽을 때까지, 그리고 자신이 죽고 난 이후까지 이 소망을 품었을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 책 속의 대통령들 가운데 누구도 이 소망을 이룬 사람은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이 소망이 원대한 꿈이기 때문일까. 아니라고 믿고 싶다. 분명, 대한민국 대통령 가운데 이 소망을 이룬 대통령이 나오길 소망한다. 


대선을 앞둔 지금 <대한민국 대통령들>이라는 우리나라 대통령사를 읽어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 역사를 보면 미래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대통령들을 통해 앞으로 뽑을 대통령을 검증한다는 의미에서 중요할 수 있다. 대통령의 자질을 묻는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대통령 선거를 앞둔 나에게 있어 이 책은 나의 한 표가 가진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를 느끼게 해주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알게 된 점은 어떤 대통령 선거도 중요하지 않은 때가 없었고, 어떤 대통령도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나의 첫 투표가 짧게는 5년 길게는 대한민국이라는 역사를 만드는 선택이다. 


이제 유권자는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 

적어도 다음 두 가지 질문에 대해 

분명한 답을 듣고 나서 

투표해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첫째, 당신은 왜 대통령이 되고 싶은가?

둘째, 당신은 대통령이 되고 나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

543쪽


저자의 마지막 질문에 한 가지를 더해 보자면, 

'나'와 '대한민국'이 당신을 왜 선택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더하고 싶다. 


물론, 이 책의 내용만으로 12명의 대통령에 대해 평을 내리기는 어렵다. 한정된 양으로 평해야 했고, 당시 한국 사회에 대한 전반적인 사회문화적 면모를 알기에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사'와 '야사'가 뒤섞인듯한 이 책은 5월 9일 대선을 눈앞에 둔 시점에 "대한민국 대통령사"를 읽어내기에 효율적인 책임은 분명하다. 

무릇 지도자란 집단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 선택하는 사람이다. 국가의 큰 물줄기를 설정하거나 바꾸었다는 점에서 나는 역대 대통령 가운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선택한 이승만과 그 후 대외지향적인 교류 국가로 나아가는 길, 다시 말해 수출입국의 먹고사는 길을 선택한 박정희, 그리고 대결의 연속이었던 남북문제를 교류와 협력의 햇볕정책으로 바꾸었던 김대중 등 세 사람을 준비된 지도자로 꼽는다. 그리고 거기엔 못 미치지만 권위주의의 새 실을 제시했던 노무현 또한 추가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58쪽

블라디미르 레닌은 사슬의 ‘약한 고리‘에서 혁명이 이루어진다고 했다.
90쪽

정치는 타협인데, 타협을 한 사람이 ‘타도(제명)의 대상‘이 되거나 ‘사쿠라‘로 몰리면 정치는 탄력성을 잃고 입지도 그만큼 좁아진다. 여기서 야당은 ‘선명성‘과 ‘강경일변도‘로 치닫게 되었고 여당은 이를 돌파하기 위해 ‘날치기‘로 맞서는 비극적 관행을 만들어냈다. 오늘날에도 그 흔적이 짙게 남아 있는 3공식의 대치정국은 이렇듯 ‘진산파동‘을 전후하여 생성된 것이다.
140쪽

정사 정政자는 원래 목표(一)을 향한 발걸음(止)이 똑바로 향해지도록 채찍질(攵)을 가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방향을 인도하는 자가 정치적 지도자다.
217쪽

보수주의의 아름다움은 사람이 보존하는 전통적 관습과 가치 중에서도 가장 소중한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고 보호한다는 점에 있다. 그래서 추상적이고 당위적인 정의를 부르짖는 진보주의 관점에서 옳지 않았다 할지라도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보수주의 관점에서 궁지에 빠진 한 개인의 생명을 구했다는 이야기는 늘 우리를 감동시킨다. 남의 ‘아픔‘을 같이 느낄 줄 알고 나와 다른 의견과 생각이 있음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이 진정한 보수주의다.
232쪽

이렇게 적다보면 그는 개인적으로는 불행한 정치가요, 공적으로는 실패한 대통령이었다. 그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역대 대통령들에게 대해 글을 쓰면서 보니 누구나 그 점에서 예외가 없었다. 왜 그렇게 되는 것일까?
내 안에, 우리 안에 규범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이래야 한다는 규범 말이다. 이런 잣대로는 누구도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없다. 아무리 뛰어난 미인도 도마 위에 올리면 5분 안에 작살난다는 말이 있다.
320쪽

5000만 국민의 삶을 좌우하는 대통령의 자리는 한 개인의 즐거움이나 입신영달이나 부귀영화를 위해 주어지는 자리가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통령직에 대한 인식이 박근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정치인들이 많다는 점에서 이제 유권자는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 적어도 다음 두 가지 질문에 대해 분명한 답을 듣고 나서 투표해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첫째, 당신은 왜 대통령이 되고 싶은가?
둘째, 당신은 대통령이 되고 나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
5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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