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에 감사해
김혜자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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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삶을 읽는데 나의 어제를 그리고 나의 미래를 보듬는 느낌이었다. 김혜자 배우의 연기를 동시대에 맞추어 보고 자란 세대는 아니지만, 60년 연기 인생으로 이루어진 김혜자 배우의 삶을 담아낸 《생에 감사해》에 녹아드는 데에, 그런 건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 엄마라는 수식어가 김혜자 배우를 떼어놓을 수 없는 말이라 생각했었다. 시간이 흘러도 엄마였지만, 똑같지 않았고 그 다름을 만들어내는 건 김혜자 배우의 연기와 삶의 태도에서 나오는 힘이었다. 읽기 전 작품 속 배역으로 생각과 삶을 가늠하려한 내가 부끄러울 정도로, 선생님의 이야기를 읽으며 일관되고 한결같은 자신의 생을 전하고 있었다.

선생님의 글은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듯 편안한 느낌이었다. <전원일기>에서 한 사람의 생을 표현하였듯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 연극 작품에서 그 인물에 온전하게 녹아들기까지 노력을 해온 것을 말하다가도, 무슨 일이든 끝을 봐야하기에 자신의 마음에 차지 않으면 눈물을 쏟아낸 고백과 자신이 하지 못한 생각을 전하여 깨달음을 준 이들에게 감사와 여전히 자신에게 주어진 배역 하나하나에 설렘에서 어떻게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지가 전해졌다.

사람이 마음을 가다듬으면서 가질 수 있는 품위란 무엇일까. 인생의 감사함과 슬픔을 동시에 넣어두는 건 어떤 것일까. 그것을 내 나이에 벌써 알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분의 글을 읽다가 마음 어딘가 쿵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그것이 선생님이 말하는 생의 애틋함이 아닐까. 그 애틋함이 점점 커지며, 생의 아쉬움과 슬픔이 스치는 때가 올 것이다.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삶을 나도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극히 김혜자 배우다운 에세이였지만, 읽고 나면 나도 나다운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나다운 삶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 선생님의 삶에서 무엇을 가져오고 싶은지를 생각하다 고른건 역시 ‘감사’였다. 맑은 눈을 가지고 마음을 활짝 열고 보내는 감사. 나이가 들어도, 아낌없이 표현할 수 있는 그 마음. 받기 보다 감사를 먼저 전하는 삶. 그 삶과 마음을 참으로 닮고 싶다.

이렇게 편안하게 어른의 이야기를 듣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좋았다. 선생님의 표현을 빌려 “감사했다”, 정말로. 스스로 우울한 면이 있다고 고백하지만 본래의 순수하고 삶에 진심으로 감사해하는 이의 생각은 언젠가 나도 닮아가고 싶은 인생의 길인 것만 같았다. “나는 나답게 살고 싶습니다”라는 선생님의 바람은 선생님의 인생에서 이루어져왔고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책을 덮으며 스스로 ‘나를 지키기 힘들 때’, ‘나는 이제 안 되겠다’는 핑계가 들 때면, 김혜자 선생님을 찾아보고 읽고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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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복을 선택했어요
애뽈(주소진)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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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뽈 작가님 이번 책은 어떨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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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 실력도 기술도 사람 됨됨이도, 기본을 지키는 손웅정의 삶의 철학
손웅정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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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아버지는 어떻게 흥민이를 키운거야?” 궁금했다. 타고난 재능이 있어서라는 쉬운 답이 있지만, 재능만으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선수가 되기란 쉽지 않으니까. 자연스레 손선수가 어떻게 지금의 자리에 왔을지에 대한 답을 찾다보면 그의 아버지 ‘손웅정 감독’과 만날 수 있는데, 자신의 교육철학에 대해 길게 이야기한 적이 없어 그 궁금증이 더욱 커져만 갔다.

손흥민 선수의 축구 스승이자 아버지인 손웅정 감독은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에서 모두가 궁금해했던 “손흥민을 길러낸 교육 철학”을 전한다. 여느 축구선수와 다른 교육과정을 거친 손선수. (아버지는 인정하지 않지만) 월드클라스가 된 아들에게 강조해 말한 것, 자신의 행동으로 증명했던 그의 생각이 담박하게 일관되게 그렇게 곧고 강직한 언어로 담겨있었다. (매우 조심스러운 서문에서 아들을 향한 조심스런 마음이 전해져 책이 더 진정성있게 다가왔다)

누군가는 손흥민이 대단한 것이지, 그의 아버지가 대단한 것이냐고 물을 것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왜 그의 아버지가 대단한지 이해할 수 있기에 아버지의 삶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서 알았다. 아들 손흥민이 “저의 축구는 온전히 아버지의 작품입니다”라고 말하는 이유를.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축구선수 생활을 일찍이 포기해야 했고, 좋아했던 길이지만 그만큼 어렵고 힘겨웠던 길을 가고 싶다는 아들에게 가장 좋은 선배이자 스승이 되어준 그의 삶에는 오로지 축구 (그리고 하나 더 말하자면 독서)가 있었다. 그리고 자신처럼 축구를 사랑하는 아들들이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축구선수는 손흥민이고,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볼보이라고.
내가 아들과 축구를 한 시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이라고. _ 133쪽

‘나처럼 하면 안 된다’, ‘나처럼 살지 말아라’라는 말은 쉽지만, 그 말을 행동으로 옮기는 부모는 많지 않다. 축구선수가 되기까지 자신이 해온 방식과 정반대의 시스템을 만들어 아들의 모든 훈련을 하나하나 완성해나갔다. 겸손하게 자신이 밟아온 실수를 반복하지 않길 바랬고, 자신과 다른 길을 아들에게 열어주고 싶었고, 그 마음으로 연구하고 골몰했다고 그는 말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아름답고 행복한 진짜 인생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생각하고 고민하며 여전히 부족하다는 겸손함을 전한다.

손웅정 선생님과 같은 삶을 살 수 있을까? 이루고 싶은 마음도 없고 이룰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덮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삶의 순간마다 놓치지 않았던 그 기치를 마음에 담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손웅정 선생님과 같은 삶이 아닌, 그의 철학이 마음에 스며든 나의 기본을 지킬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스러울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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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정세랑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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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 작가님 다운 톡톡 튀는 러블리한 제목이라 생각했다.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라니. 너무나 정세랑 작가님 다운 제목 아닌가!

구매 동기는 간단했다, 정세랑 작가님 에세이라서 일단 샀다. 정세랑 작가님의 글이니까. (아마 나와 비슷한 이유로 산 사람들이 제법 많지 않을까.) 소설이란 형태로 읽었던 작가님의 글과 에세이로 읽은 작가님의 글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닌 사적인 정세랑 작가님의 면을 알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 마음을 모두 채운 에세이였다) 그리고 알았다, 나는 정세랑 소설가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프로젝트의 '여행'이란 주제에 맞는 책이지 않을까 싶어 열심히 읽었는데. 흠.. 다른 여행 책을 찾아 떠나봐야겠다.

*

문학 출판계에 들어와 가장 좋았던 건 사람들이 아팠던 이야기, 아픈 이야기를 무척 아름다운 방식으로 마구마구 해버린다는 점이었다. _ 13쪽

사실 한 사람 한 사람은 스스로를 유일무이한 존재로 여기지만, 대개는 어떤 패턴의 조합으로 이뤄져 있는 게 아닐까? (중략) 특별한 것 같지만 아무도 특별하지 않다.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교육을 받고 비슷한 공동체에 속하면 비슷해진다. 그런 패턴을 확인할 때 스스로가 작아지기도 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지기도 한다. 내가 했던 고민을 먼저 한 사람들이 있고, 내가 했던 고민을 다시 시작할 사람도 있다는 걸 받아들이면 가벼워지는 것이다. _ 28-29쪽

지구는 45억 년 되었는데,이 모든 것은 결국 항성과 행성의 수명이 다하면 아무 흔적도 남지 않을텐데, 우리는 짧은 수명으로 온갖 경이를 목격하다가 가는구나 싶었다. 경이를 경이로 인식할 수만 있었도 아무렇지 않은 것들이 특별해질 것이다. 덧없이 사라진다 해도 완벽하게 근사한 순간들은 분명히 있다. _ 75쪽

나는 '두고 가다'를 흘리듯 잃어버린 것, 쓰고 버린 것에 다 적용했다. 그리고 '아름다움'은 아주 제멋대로, 주관적으로 해석하기로 했다. _ 93쪽

여행지에 이르러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운데 사실은 아름답지 않다니' 중얼거릴 때 반대 방향으로 미끄러지는 마음은 현기증을 일으키고 만다. _ 203쪽

효과를 믿기보다 강렬하게 바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되새기는 것 자체가 의미 있었다. _ 240쪽

"너랑 결혼하면 안 되겠어. 한 달이 그냥 지나가버렸네. 너랑 결혼했다간 눈 깜짝하면 할아버지일 거야. 절대 결혼하지 말아야지."
깔깔 웃고 나서 그러자, 결혼하지 말자, 했는데 같이 있으면 즐거웠기 때문에 서른한 살에 덜컥 결혼해버렸다. _ 296쪽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직접 항로들이다. 그리고 굴절되지 않은 길들을 아끼고 우선시하는 일이다. _ 335쪽

좀 이상한 고백인데, 죽은 작가들과 서점 순위에서 치고받고 싸우는 것이 내심 즐겁다. _ 353쪽

아동문학을 스고 싶었는데 다른 방향으로 와버렸지만, 세계에 대한 태도를 다시 다잡고 싶을 때는 역시 아동문학을 찾게 된다. _ 3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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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들 - 월가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가 전하는 견고한 삶의 가치
신순규 지음 / 판미동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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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규의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들》을 온라인 서점 검색창 광고로 만났을 때, 큰 고민하지 않았다(?). 이내 장바구니에 담긴 책은 그간 차곡차곡 모은 마일리지의 도움으로 내 손에 올 수 있었다. 어떤 책은 의도치 않게 만나 뜻하지 않게 깊은 메시지를 나에게 준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들》은 달랐다. 이 책이 나에게 줄 수 있는 바를 예상하였고, 그 예상한 것을 딱 받은 책이었다. 그렇다고 아쉽지 않은 정확하게 이 책이 줄 수 있는 바를 얻을 수 있어서 감사한 책이었다.

예상할 수 있는 따뜻함이 진부하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생이 말하는 진솔함 덕분에 진부함이란 단어로 책을 표현하고 싶지 않다. 그의 글을 읽으며 눈으로 보는 빛보다 중요한 것이 있음을 깨닫는다. 눈으로 세상의 밝은 빛을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세상의 기준으로 볼 수 없더라도 마음의 골짜기까지 빛을 닿게 만드는 또 다른 눈이 있다. 신순규 작가님의 글은 마음의 골짜기에 빛을 밝히는 글이며, 어둠을 걸을 것 같을 때 챙겨야 할 손전등처럼 필요한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는 글이다.

복합적인 감정이 뒤섞인 채 고른 글에서 질문과 위로를 받아 좋았다.

*

"이게 다가 아니야. 이게 내 평생은 아닐 거야."
아내는 그런 말로 자신을 격려하며 언젠가 오게 될 밝은 미래를 계획했다. _35쪽

이처럼 꿋꿋하게 하루하루 도전에 응하다 보면 누구에게나 낙관의 근육과 버릇이 생긴다고 나는 믿는다. _70쪽

십 대 아이가 스스로 감추려던 자신의 배경을 떳떳하게 여길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이 덕분에 예진이가 삶을 성공적으로 살아 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본다. 그리고 그건 누구나 얻을 수 있는 삶의 이점이라고 믿는다. 누구나 자신의 근본적인 정체성에 창피해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 _137쪽

하지만 잊지 말았어야 할 것은 그 감정이 거짓말도 자주 한다는 사실이다. 짐작이나 의심을 확신으로 변질시키기도 하고, 헤어 나오기 힘든 슬픔, 증오, 실망의 늪으로 나를 끌고 갈 수도 있다. _ 1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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