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문학과지성 시인선 313
이정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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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 의자>, 전문 p10 

 

                             둘째 남동생 결혼식때 폐백 답례 봉투속에 함께 넣었던 시이다 

                             시인의 말대로 사는 게 별건가   

                             남편에게 아이에게 혈육에게 힘들때 의자노릇이라도 할 수 있으면 

                             그것만이라도 어딘가.. 

                             그래도 내 인생에 뭔가가 있을 것만 같은데 이게 다는 아닐텐데 

                             라는 생각으로 머리가 어지러울즈음 마음을 가다듬게 하는 

                             시 한편, 만나서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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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 최순우의 한국미 산책, 개정판
최순우 지음 / 학고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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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 때 국어 선생님 소개로 이 책을 처음 접하고서

얼마나 영주 부석사를 가 보고 싶었던지....

20년을 벼루어 찾아간 부석사는 과연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사과밭이 길 양쪽에 끝없이 펼쳐지고 노란 은행잎이 마음 속 빗금치듯

떨어져 내리는 지난 10월 30일.. 단아하면서도 고즈넉한 그 분위기에

나는 홈빡 마음을 뺏겨 버렸다.  바랜 듯한 절집.. 오랜 세월의 흔적....

'그리움에 지친 듯 해쓱한 얼굴로 나를 반기고'

최순우 선생님의 이 글귀 말고는 도저히 표현이 안되는 부석사,,

그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겹겹이 포개어진 소백산맥에 적을 둔

많은 산들을 바라보며 얼마나 가슴 벅차 했던지...

 

은행잎이 가장 절정일 때라 그런지 사람들이 너무 많앗다.

혹시 부석사를 방문할 계획을 가지고 계신 분 있다면

부석사 바로 아래 '부석사 가는 길' 이라는 펜션이나 조금 떨어진 소수서원

선비촌 내에서 숙박을 하시고 아침 일찍 부석사를 가 보는 게 좋을 듯하다.

'신경질이나 거드름이 없는' 무량수전과 부석사 다른 건축물들의 오랜 세월의 향기를 가슴 깊숙히

느낄 수 있으리라. 

누가 그랬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고..

가시기 전에 이 책 한권 꼭 읽어 보시고 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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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머리 공주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25
안너마리 반 해링언 글 그림, 이명희 옮김 / 마루벌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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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운명이란

신이 내게 내리신 게 아니라 기성세대가 또 내 자신이 내게

둘러 씌운 굴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걸 과감히 헤쳐나갈 용기를 갖지 못할 때

우리는 운명이라는 글자뒤로 숨어버립니다.

그러나 긴 머리 공주는 당당히 자기의 운명을 만들어 나갑니다

태어나서 부터 긴 머리 공주는 너무 긴머리 때문에 한번도 밖에 나가 놀지 못했고 그네도 못탔습

니다. 혼자서 머리 한번 제대로 시원하게 감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수동적인 삶을

살았던 긴 머리 공주가 서커스 남자를 만나면서

서커스의 줄타기, 말을 번쩍 든 이야기, 먼 나라 이야기를 듣게 되고

자기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을 동경하게 되고 그 남자를 사랑하게 되면서

공주라는 신분을 벗어버리고 궁전을 빠져 나오게 됩니다

서커스단의 그네타는 아가씨 신분이 되어버렸지만 공주는  참 자유를 얻게 되었답니다.

 이 책에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서커스단 남자가 공주의 긴 머리를 잘라주는 부분이 나오는데요

공주 자신이 스스로 자기의 긴 머리를 자르는 것을 보여주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싶더군요

사랑하는 사람이기는 하나,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나를 결정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긴 머리 공주가 서커스단에서 최고가 되어 한 세상 멋드러지게 살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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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귀 맞은 영혼 - 마음의 상처에서 벗어나는 방법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장현숙 옮김 / 궁리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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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도는 막을 수 없지만 파도타기는 배울 수는 있잖니"

 살면서 주위에 있는 사람들로 부터 말로 혹은 행동으로 우리는 늘 상처를 받는다

저자는 이런 마음 상함을 내 영혼에 따귀를 맞은 것이라 표현했다.

잘 모르는 사람이 내게 언짢은 행동을 했을 경우 미친 개에게 물렸다 생각하면 그 뿐이지만

평소 잘 아는 사람으로 부터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경우 짧게는 몇 일 길게는 평생을 가기도 한다.

인간관계에서 어쩔 수 없이 파생되는 마음 상함, 그 상처를 피할 순 없지만 그 상처를 극복하는 

 것은 배움을 통해 얻어질 수 있다.

 마음상함이라는 파도를 타는 방법을 몇 가지 옮겨본다.

자의식을 건강하고 바르게 만들기

내게 처해진 현재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고통과 정면으로 마주하기

입장바꿔 생각해 보기

관계를 끊지 않는 상태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마음을 가다듬기

특히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무엇을 좋아하는지 , 나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 등 자기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 등등

   우리 내부에 있는 우리가 듣고 싶지 않는 내용, 되도록 덮어두고 싶었던 점을

다시 떠올려보고 그것들이 지금 내 상처에 한 몫을 하지 않았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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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받는 아이들 살아있는 교육 14
이호철 지음 / 보리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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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전에 편치 않는 일로 친정엄마와 큰 소리로 다툰 적이 있었다.

그날 저녁 아들이 일기장에' 엄마랑 외할머니랑 싸웠다. 고함도 질렀다.'라고

쓴 게 아닌가.  아연질색했다.

 아들에게 "이런 걸 일기장에 쓰면 어쩌니.. 너네 선생님이 보시면 엄마를 뭐라 하시겠니 "

내가 나무라자 아들이 슬그머니 일기를 지웠다.

  근데 '학대받은 아이들' 책 속에 내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나오는게 아닌가

너무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날 이후로 내 아이의 일기장에서 자기의

속마음을 나타낸 글을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아이의 솔직한 표현을 내가 막아버린

결과가 되었으니 이 일을 어찌할 것인가.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평소 좋은 엄마는 못되어도 보통은 될 줄 알았는데...

이 책 속에서 군데 군데 나를 비롯한 모순되고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의 모습을 발견하고서

얼마나 미안하고 무안하고 민망했는지... 또   어떤 부분에선 너무 솔직하고 적날해서 웃음이

나오기도 했으나 웃음뒤에 눈물이 고이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었다.

아이를 가진 부모들은 한번쯤 읽어 보길 권한다. 나도 모르는 내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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