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칠단의 비밀 - 방정환의 탐정소설 사계절 아동문고 34
방정환 지음, 김병하 그림 / 사계절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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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정환 선생님의 탐정동화 '칠칠단의 비밀' 드디어 읽었다. 어린이 동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통과의례처럼 읽어야 할 것만 같은 책... 손이 가질 않아 오랫동안 묵혀었다.  미뤄놓은 숙제를 

핸 듯 마음이 가뿐하다.  

 

 이 책은 중편 <동생을 찾으러>와 장편 <칠칠단의 비밀>로 구성되어 있다.  

둘 다 인신매매범에게 끌려간 여동생을 찾기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다룬 탐정동화이다

개인적으로는 <칠칠단의 비밀>이 더 긴장감 넘치고 흥미진진했던 것 같다

서커스단에서 함께 일하다 먼저 도망쳐 나온 상호가 여동생 순자를 구하려다가 

아이들을 끌고가 노예로 사고판다든지 아편밀수 거래를 하는 칠칠단이라는 조직을 

알게된다. 동생을 구하기 위해 여러번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하지만 결국 동생을 구하게 되고 

칠칠단이라는 무서운 조직을 일망타진하게 된다

 

그 시대에도 인신매매라는 게 있었구나.. 조금 억지스러운 면도 있고 해설하는 듯한 구성이 

눈에 거슬리기도 하지만  읽는 이를 긴장시키는 스토리 전개가 눈에 뛰는 작품이다. 

민족이 암울한 시대에 쓰여진 책이라서 그런지 작품의 바탕에 다소 슬픈느낌이 감돈다

제대로 된 아동문학이라는 게 없었던 시대에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읽히려고 애를 썼던 

방정환 선생의 열정이 잘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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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 나도 이제 어른이 된 거 같다
이승희 엮음 / 도서출판 굴렁쇠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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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트랙터에서 내가 날마다 맡는 흙과 똥이 섞인 냄새가 났다. 그 냄새를 곰곰히  

  생각해 보니 날마다 저녁때쯤 들어오시는 아버지 옷 냄새였다 

   그 냄새, 내한테는 좋다.'        p.81 

          

          농촌에서 크는 아이들이 자기 부모님이 하시는 일을 제일 많이 이해하지 않을까 

          부지깽이도 뛴다는 가을철, 조막손이라도 가만 있을 수 없어 농사일을 거든다 

          힘들어 짜증도 부리고 도망갈 궁리만 하면서도 부모님 하시는 일 직접 해보면서 

         아버지, 엄마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힘들게 일하면서 먹는 국수 한 그릇의 

         꿀맛을 기억하는 아이들.. 그 아이들의 때묻지 않는, '살아있는 글' 

         경상남도 밀양 단산 초등학교 이승희 선생님과 5,6학년 아이들의 글을 엮은 책이다 

         아이들이 직접 그린 삽화가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 밀양이 고향이라서 이 책에 더 정감이 간다. 학생수가 얼마되지 않아 

          페교를 걱정하는 아이들... 글로나마 만나서 반갑다  고향을 만나니 울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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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미 문학과지성 시인선 320
문태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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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 중인 그녀가 누워 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누워 있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아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 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가재미>전문  p.40 

                                        

                           누가 그랬다 죽음만이 오직 그 사람을 주인공이게 만든다고.. 별볼일 없던 

                        삶도 오직 그 시간만은 주목을 받는다고... 그녀가 살았던 '파랑같던 날'들을

                         떠올리고 허기진 저녁에  삶아 주었던 국수 한 그릇을 생각할 즈음

                        삶에 지쳐 말라버린 내 몸 위에  그녀가  '산소호흡기로 들이마신 물'기를   

                        끼얹어 준다.  힘들어 하지 말라며 아프지 말라며..

                        끝끝내 나는 받기만 하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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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한 개 보리피리 이야기 1
박선미 글, 조혜란 그림 / 보리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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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으로 되돌아간 듯 가슴이 알싸해진다 

달걀이라는 게 지금은 흔하디 흔한 것이지만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참 귀한 것이었지 

어쩌다 아침에 날달걀 한 알 먹으면, 도시락 위에 달걀프라이 하나 올려 갈 수 있으면 

하루 왼종일 기분이 좋았었지.. 점심시간에 달걀 프라이 냅다 먹어버리는 친구들 때문에 

더러는 도시락 제일 아래쪽에 달걀 프라이를 숨겨 가기도 햇었는데.. 

 보온도시락이 없어서 교실 톱밥 난로위에 도시락을 올려놓고 군침을 흘려가며 

수업을 하기도 했었지

옆집 개가 물어죽인, 병아리티가 막 벗어난 우리집 애기닭을 슬퍼하다 삶아먹었던 기억이며 

소풍때 땅콩과 함께 삶아갔던  달걀 한 개, 사이다하고 같이 먹으면 

많이 걸어 아픈 다리도 금방 괜찮아졌었지

누구나 달걀에  이런 기억 한 두개쯤 없는 이 없겠지만 사느라 잊고 있었던 

유년의 추억들..  할머니가  아버지에게 또 내게 양보해주신 찐계란 종지..

내리사랑의 그 부드러움을 달걀 한 알로 느낄 수 있었지

지금은 닌텐도니 뭐니.. 웬만한 고가품이 아니면 아이들이 감동하지 않지만 

작은 물건 하나로도 마음을 나누고 정을 나누던 때가 있었지

. 내 아이들은 나중에 자랐을 때 무엇을 기억하고 또 가슴 아련해 할까   

책 속에 낯설지 않은 경상도사투리가  마음을 파고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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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 - 신달자 에세이
신달자 지음 / 민음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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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에서 이 에세이집에 대한 기사를 처음 접했었다.  고등학교 때에 '백치애인'으로,  

이십대 초입에는 '물위를 걷는 여자'로 그를 흠모했던 독자로서 그의 신작이 너무 반가웠다. 

 대학교수이고 유명한 시인으로 늘 당당하고 도도해 보였던 그녀의 책 겉표지 사진들 뒤에 

이토록 힘든 날들이 도사리고 있었음을 이제야 알겠다.  그 절실하게 와닿던 한마디 한마디가  

고통으로 버무렸기 때문에 더 가슴을 흔들었으리라..  

세상에 상처받지 않는 영혼이 어디있으랴만은 그 고통속에 주저앉지 않고 공부를 하고 

시를 쓰고 글을 쓰며 이겨낸 그녀의 지난 시간에 기립박수라도 보내고 싶었다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고 있는 나의 친정어머니..

부모라는 건 뭘까, 자식이라는 건 뭘까 내가 힘들어 하며 토해 내고 싶었던 말들을 그녀가 

나 대신  책 속 행간 행간에 쏟아낸다. 그녀는 뇌출혈로 쓰러져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남편을 일으켜 세워 다시 강단에 세우며 얼마나 많은 날들을 기도와 눈물과 한숨으로 

보내었을까  그것도 모자라 시어머니 오랜 병수발까지. 그 후엔 자신의 유방암 투병까지..

그녀는  그 모든 고통을 이겨내고 홀로 남았다. 이제 물처럼 편안하다 했다. 허나 

편안한 가운데 찾아드는 외로움들.. 남편을 향해 수없이 방아쇠를 당겼던 그녀가 

그래도 하나보단 둘이 낫다 했다.  산단는 건 뭔지... 부부라는 건 또 뭔지.. 내 주위를 둘러본다

그녀의 상처를 통해 오늘 내가 위로를 받는다. 그래도 그 때의 그녀보단 내가 덜 힘들지 않을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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