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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정호승 지음 / 열림원 / 199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대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수선화에게> 전문 p38
내가 시를 읽기 시작한 계기가 된 작품이다
연과 행을 나누고 비유법을 체크하고 분석하는 것에 익숙한 내게
마음속 진한 울림을 주었다고나 할까
보호자가 따라올 수 없는 수술실 문을 들어가며
나는 안에서 저들은 문밖에서 ..
더이상 누구도 함께 할 수 없는 것, 나눌 수 없는 것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구나..
수술실 문이 부모와 남편이라도 넘을 수 없는 단단한 경계로 느껴졌다
결국은 혼자 참고 견뎌야 하는 것을..
인간 본연의 외로움이라는 게 이런 걸 말하는 걸까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는데 하물며
인간들이야... 이 시귀 한 줄이 너무 위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