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사는 사람 샘 올트먼 - AI 시대를 설계한 가장 논쟁적인 CEO의 통찰과 전력
키치 헤이기 지음, 유강은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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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tGPT가 등장하며 센세이션을 일으킨 것이 불과 얼마 전이었던 것 같은데, 그런 충격은 금세 사그라들고 너나없이 AI를 평범하게 사용하기 시작한 것 같다. 최근에는 chatGPT는 물론이거니와 제미나이나 코파일럿 같이 AI 서비스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chatGPT의 중심에는 OpenAI가 있고 또 그 중심에는 샘 올트먼이 있었다.

  OpenAI의 CEO이자 세상에 chatGPT를 내보인 샘 올트먼의 이야기는 열린책들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지난 5월 1일 인공지능의 대부라고 불려 온 구글 부사장 겸 엔지니어인 제프리 힌튼이 구글을 떠났다. 그는 AI의 핵심이 되는 신경망을 개발해 냈던 그가 왜 구글에서 갑자기 떠나게 됐을까.

  그는 자신이 개발한 기술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고 했으며, 일생 동안 한 일에 대해 후회를 하고 있다고 했다. AI의 위험이 드러나는 데 30 ~ 50년 혹은 그 이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지금 당장부터 위험해 보이기 시작했다. AI는 일자리를 빼앗고 가짜 정보를 유포하는데 이용되고 있으며 지난 이스라엘이 보인 킬러 로봇에도 사용되고 있다.

  AI를 올바르게 인도해야 할 선두 업체들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그런 인도적인 작업들을 등한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경쟁이 붙은 시장에서 그것을 컨트롤하기란 쉽지 않다. 거대 기업들이 AI를 하나의 시장으로 인지하기 시작했을 때 chatGPT는 어떤 대안이 있을까? 지금은 되려 그들 역시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거대한 데이터 센터를 유지하는 비용은 천문학적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기부로만 운영될 수 없을 것 같기도 하다. 머스크가 OpenAI를 떠난 이유도 이것 때문일까?

  사실 개인적으로 샘 올트먼의 삶이 궁금하지는 않았다. 이 책에서 그런 얘기를 들을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더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아주 평범한 자서전이었을 뿐이었다. 그의 삶이 궁금하고 그의 선택이 궁금한 사람에게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겠지만, 자신이 집필한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그저 지난 이야기만 나열해 놨기 때문에 보고 싶었던 걸 볼 수는 없었다.

  chatGPT를 세상에 처음 내보이고 한 CNN과의 인터뷰를 봤었다. 그는 AI의 위험성에 대해 자신감이 있어 보였다. 그는 엄선된 인원들이 학습될 내용을 필터링해서 AI를 컨트롤 가능하다고 했다. 그의 말투에는 마치 선민사상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자신들의 선택이 완벽할 거라는 생각마저 들만큼의 자신감이었다.

  세상은 돈으로 움직인다. AI는 결국 자본시장에 등장하게 되었고 이 첨단 기술은 군사 산업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할 것이다. 아직도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이스라엘-이란 전쟁을 보더라도 무인 전투가 얼마나 일상화되었는지 알 수 있다. 최근에 등장한 무기들은 애니메이션에서나 볼 수 있었던 능동형 자기 방어 기술 같은 것도 장착되어 있다. AI를 방어하기 위해 AI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가 읽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이미 많이 읽었으니까. AI에 대한 그의 철학이 궁금했는데 그걸 채워준 책은 아니었다. 샘 올트먼이 직접 집필한 책이 있다면 그것을 읽어보는 것이 좀 더 좋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보게 된다. 

  하지만 세상을 들썩이게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사람의 기호는 언제나 개인적인 것이니까. 

  그리고 AI가 도덕적 사고를 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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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회의 635호 : 2025.07.05 - #출판, 계약, 분쟁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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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책을 갖는다는 아름다운 사실은 책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것들 중에 하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순히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면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게 된다. 이해타산을 걸렸는 일은 늘 그렇듯 복잡하기 때문이다.

  출판에서의 계약과 분쟁을 다루는 기획회의 635호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계약이라는 것은 양날의 검과 같아서 나를 보호해 주는 것이면서도 나를 죄는 것이 될 수 있다. 많은 유명인들이 불공정 계약으로 인해 자신을 망치고 그에 대한 보상도 받지 못한 것을 수 없이 봐 왔다. 출판이라고 해서 그런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단순히 책을 내던 시절에도 계약은 꼼꼼히 살펴야 하는 것이었지만 요즘처럼 웹툰이나 영화, 드라마로 이어지는 2차 판권이 중요해지는 시점에 계약서는 더욱 중요하고 복잡해진다. 우리나라는 프랑스와 같은 여타 유럽처럼 저자를 보호하는 법이 조금 약한 듯하다. 결국 계약 단계에서 꼼꼼히 살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익을 남겨야 하는 출판사 입장에서도 계약은 중요하다. 일종의 투자와 같기 때문이다. 글이 무수히 쏟아지는 세상에서 어떤 글을 낚아서 상품을 만들 것인지는 출판사의 역량에 달려 있다.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상품성이 없다면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 대중적인 작품으로 이익을 남기도 여타 작품성 있는 것들도 사회 공헌 차원에서 출판을 할 수도 있다. 내가 쓴 글이 출판사에 채택되지 않는 수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고 납득할 만한다.

  그래서 저자들은 자신을 글을 직접 책으로 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조심해야 하는 점은 있다. 그들마저도 이벤트적인 출판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출판계에서 날고 긴다는 편집자의 눈을 거쳐야 기본적인 상품성이 담보된다. 가끔은 그 모든 확률을 뚫고 대박 치는 것들이 있으나 그것이 내 것일 확률은 무척 낮다.

  그러다 보니 저렴하게 출판을 해주겠다는 광고들이 넘쳐 난다. 옛 말이 틀린 게 없다. 출판사는 이익을 남겨야 한다. 저렴하게 책을 내주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편집자와 디자이너가 붙지 않고 저렴한 종이를 채택하면 된다. 최근에는 AI 편집기와 AI 일러스터를 사용하면 그럴싸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으나 여전히 좋은 편집자의 디테일을 바랄 순 없다 (물론 최근에는 좋은 편집자도 만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지만)

  여기에 더해 AI 출판에 대한 저작권에 대한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업무에 AI의 도움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렇다고 모든 작가들이 내놓는 작품에 저작권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어렵다. 어디까지가 저작권의 경계인지 아무도 선을 그을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선에 분쟁이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AI는 학습한 문장을 그대로 뱉어내기도 하니 나도 모르게 표절을 하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출판이라는 꿈은 나도 가지고 있다. 여전히 뭔가를 써내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꿈꾸고 있다. 그렇다고 불쑥 아무것이나 출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출판이라는 건 법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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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도의 가격 - 기후변화는 어떻게 경제를 바꾸는가
박지성 지음, 강유리 옮김 / 윌북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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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는 장마가 온 줄도 모른 채 끝나버렸다.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 번씩 스콜성 폭우가 쏟아졌다. 이제는 정말 아열대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태평양에 있어야 하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일본 남쪽 앞바다까지 올라와 있다고 한다. 그래서 기압의 힘겨루기인 장마가 없다. 그리고 후덥지근한 날들의 연속이다.

  기후 위기를 미시적으로 관찰하는 이 책은 윌북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기후와 같이 거대하지만 느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느린 폭력이라고 할 수 있다. 느리지만 강력하다. 기온이 6도가 오르면 지구는 멸망한다는 식의 얘기는 사실 그렇게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갑작스러운 종말론의 느낌이랄까. 하루에도 십 수도가 오르락내리락하는데 6도라니.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구가 아파서 환경을 보호하자는 거대담론을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지구는 그냥 변화하고 있을 뿐 아프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더욱 공감력이 떨어지고 있는 인간에게 거대한 지구에 감정을 이입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그래서 늘 그렇게 얘기를 한다. 우리가 살기 위해서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고. 그쪽이 훨씬 현실적이다. "도둑이야"라고 외치면 문을 닫고 "불이야"라고 외치면 다들 뛰쳐나온다는 우리들의 현실처럼 말이다.

  지구 온도의 상승에 가장 피해를 보는 곳은 어딜까? 바로 적도 부근이다. 소위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들은 오래전부터 꽤 선선한 지역에 살았고 지금도 지구 온난화에서 그럭저럭 안전지역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도 객관적으로 보면 그렇다. 몰비드처럼 섬이 가라앉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으니까. 

  온도가 조금만 올라도 열대지방의 폭염이 쏟아지는 날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지역은 경제적으로도 낙후되어 있다. 더운 날씨의 지속은 그 지역 사람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더위 속에서 일하는 어려움은 물론이거니와 제대로 된 수면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런 어려움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폭염은 일할 수 있는 시간 혹은 능률을 급속도로 떨어트린다. 작물 재배 또한 마찬가지다. 살기 어려운 곳은 더욱 살기 어렵게 되어 간다. 에어컨 아래 살고 있는 소위 잘 사는 나라들에서 공감하기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이렇듯 기후 변화는 양극화를 극대화시킨다. 지난날 과도한 탄소 배출과 같은 행위를 저지른 곳도 선진국이며 그들은 그렇게 얻은 지위로 세계 경제를 쥐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책임과 낙후된 나라들에 대한 지원은 어쩌면 당연한 책임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기후 문제가 거대담론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런 것들이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단순히 시원한 방에서 공부하는 부잣집 아이와 땀 뻘뻘 흘려가며 공부하는 가난한 집 아이의 학업 성취도만 비교해도 환경이 가져오는 불평등은 너무나 명확해진다. 모두에게 환경을 보호하자는 모호한 목적의식보다는 바로 주위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는 것이 문제점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너무 거대한 일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수치를 신뢰 있게 모아가야 한다. 철학적인 부분도 필요하지만 과학적이고 통계학적인 자료도 필요하다. 마치 탄소배출만 해결하면 혹은 온난화된 지구에서 살 수 만 있다면, 이런 거대한 해결책에만 집중하지 말고 정말 주위의 어려움을 먼저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기 전에 곤충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그전에 미생물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이 환경적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선 주위의 어려움부터 공감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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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회의 634호 : 2025.06.20 - #비욘드 로컬 ② 활동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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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회의가 주기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다루는 문제는 <지방 되살리기>라고 할 수 있다. '로컬'이라는 영어는 지역이라든지 지방이라는 단어가 품지 못하는 특수한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사용되고 있다. 어느 곳이든 (서울을 포함해서도) 그곳만의 정체성과 그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로컬의 가치를 얘기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번 634호는 특집답게 <로컬>에 관한 얘기로 가득 차 있다. 두께도 평소보다 훨씬 두껍다.  

  지방소멸을 얘기하는 지금의 시대에 <로컬>은 어떤 의미일까. 책상에 앉아 주위를 살피는 탁상행정으로는 알 수 없다. 문제는 현장에 있고 답 또한 현장에 있다는 말을 잘 이해해 보면 많은 사람에게 현장의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번 기획회의는 그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번 <비욘드 로컬> 여름호는 모두 5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공간, 사람, 자본, 기록, 지속 가능성이다. 로컬을 유지하기 위한 키워드다. 사라질 뻔한 공간을 예술로 채운다든지 여러 사람에게 어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낸다. 로컬은 결국 자생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공동체적 감각이 중요하다. 서로 돌보고 협동해야 로컬은 사라지지 않는다. 때론 홀로 할 수 없는 것들을 함께 하면 생각보다 큰 자산이 된다. 지역의 환경으로 세상에 어필한다. 외지인을 부르지만 그 중심에는 로컬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공동체가 유지하려면 결국 아이가 필요하다. 젊은이들의 유입과 그 속에 살아가는 아이들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도시에서 경쟁하며 살아가는 교육과 다른 방식으로 차별화가 필요할지 모르겠다. 규모의 경쟁은 할 수 없기 때문에 로컬의 향이 묻어 있어야 한다.

  이런 사례들은 막연히 로컬로의 이주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조금은 더 선명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 준다. 더 많은 아이디어가 로컬로 유입될 수도 있다.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로컬과 그렇게 스스로를 유지하게 되는 로컬 사례를 만들어 선순환하기 위해서는 막연한 불안감보다는 이런 사례들이 더 많이 공유되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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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뇌
마수드 후사인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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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아'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서로 다른 얘기를 하지만 결국 자아라는 것을 명확하게 정의 내릴 수는 없다. 결국 나다움으로 귀결되긴 한다. 개인적인 나다움과 사회적인 나다움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나다움이라는 것마저 명확하지는 않다. 인간은 시시각각 변화하기 때문이다. 

  결국 나다움은 뇌 세포와 시냅스가 만들어낸 복잡하게 얽힌 화학작용의 결과일까? 이성의 창발정도로 생각해도 될까? 그렇다면 뇌로 인해 갑자기 바뀌어 버린 사람들의 자아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 책은 그런 물음에 대답하고 하는 듯하다. 까치글방의 지원으로 즐겁게 읽어볼 수 있었다.

  하루아침에 사람이 변할 수 있을까? 가능하다. 신경 질환은 그렇게 만들 수 있다. 특히 뇌신경이라면 말이다. 치매로 사람이 바뀌는 건 가장 흔한 일이다. 거기에 사고로 인한 뇌손상이 있을 수 있고 종양이나 물혹으로 뇌의 특정 부위가 압박을 받아 그럴 수도 있다. 뇌 환경의 변화로 사람의 인격이 바뀌어 버린다는 사실을 보면 우리의 자아가 그렇게까지 고매하고 근본적인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뇌 질환으로는 여러 형태가 있다. 단순히 세부적인 단어를 기억하지 못한다든지 기억을 잃어갈 수도 있다. 지금 보이는 것과 과거의 기억이 합쳐져 환영이 보이기도 하고 한쪽 시야의 정보를 완전히 무시하게 되기도 한다. 성격이 과격하게 바뀌고 신체 컨트롤을 잃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치매는 단순히 기억을 잃어가는 병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 증상이 다양했고 병명 또한 그랬다. 뇌의 어느 부분이 퇴화되기 시작함에 따라 기억력을 잃을 수도 있지만 기억은 멀쩡한데 그것을 서로 합치는 일을 못할 수도 있다. 때론 신체 제어를 어렵게도 하지만 전혀 상관없게 할 수도 있다.

  뇌 질환은 어떻게 보면 인간 자아의 한 조각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그것의 결과는 전혀 다른 것이 된다. 조각들이 모여 하나를 이뤘을 뿐인데 한 조각 들어냈다고 완전 다른 모습이 되어 버린다는 건 이해하게 어렵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 자아라는 건 아슬아슬한 균형 위에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단순히 과학적인 얘기는 아닐 것이다. 책은 처음부터 이방인이었던 자신을 얘기하면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뇌질환을 앓으면 사회적으로 배제되기 시작한다. 스스로 사회로부터 멀어지는 '아웃사이더'가 되는 것을 택한다. 하지만 그들 역시 사회의 구성원이었고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지내던 사람이었다. 사회적 자아는 어쩌면 주위 사람들의 지지로 유지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호소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뇌 질환으로 사회와 격리를 시작한 이들에게 치유를 통한 복귀와 자아의 회귀등을 얘기한다. 자신을 잃어가는 것은 정말 잃어가는 것일까 변해가는 것일까 잠깐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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