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물리학
블라트코 베드럴 지음, 조은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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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와 물리학을 엮으면 바로 슈뢰딩거의 고양이다. 양자역학에서 상징적인 역할을 하는 이 고양이는 특별하다. 그래서 이 책은 바로 양자역학에 대한 책임을 알았다. 이것을 알아챌 독자라면 이 책을 잘 읽어낼 수 있을 것 같다. 꽤나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흥미진진하다. 세상을 양자역학으로 얘기하려고 한다. 마치 마스터이론처럼.

  물리학의 언어로 모든 학문을 해석하려고 하는 이 책은 알에이치케이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학문에는 딥러닝의 '히든 레이어처럼' 보이지 않지만 확실히 작용하는 것들이 있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단하고 또 그렇게 많은 것을 해내고 있는 양자역학은 그런 면에서 가장 도드라지고 유행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굉장히 어려운 학문이지만 SF소설들과 함께 대중에 퍼지면서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양자역학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

  우리는 모두 우주의 먼지로 이뤄져 있고 빅뱅이라는 것으로 시작해 지금의 복잡한 세상을 이뤘다. 별과 우리의 구성마저 크게 차이 나지 않지만 우리는 너무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같은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똑같은 법칙으로 설명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학자들은 세상을 깔끔한 하나의 방정식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최종이론의 꿈'은 모든 이론학자들의 꿈이기도 했다.

  특수, 일반 상대성 이론을 만든 아인슈타인도 그랬다. 그는 모든 것은 방정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 또한 양자역학에 기여를 했음에도 그는 확률로 얘기되는 양자역학을 좋아하지 않았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고 얘기한 그는 죽는 날까지 양자역학을 대신을 것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시대는 흘러갈수록 양자의 파워는 강력해지고 있다. 그게 뭔지 잘 모르겠지만 점점 더 괜찮은 것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저자는 양자역학으로 '최종이론의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학문에 있는 '끊어진 링크'를 바로 양자역학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단언하지는 않다. 그저 현재의 학문의 위치에서 더 미시적은 영역으로 들어설 때 양자역학은 분명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는 물리학을 시작으로 화학, 생물학, 자연과학, 경제학, 사회생물학까지 두루 건드리며 양자역학의 역할 가능성을 얘기한다.

  열역학이 고전 물리학과 양자 물리학 사이에서 살아남는 학문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나눠서 적용하는 것이 쉬웠던 두 이론 사이의 결합이 가능할까? 세상의 네 가지 힘으로 불리는 중력, 전자기력, 강력, 약력 중에 중력이 그저 열파동일 수 있다는 이론은 놀라웠다. 엔트로피라는 복잡성이 증가하는 흐름에 있는 것이 중력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중력이라는 건 힘이 아닐 수 있단다. 

  뿐만 아니라 생물의 탄생을 양자역학으로 이해하면 세포 원자의 변화도 양자역학에 기반을 두게 될지도 모르며 그것보다 더 대단한 이론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의 행위가 마치 양자역학 같기도 하다는 얘기는 진화라는 것을 넘어 DNA의 전사와 세포 분열 등이 모두 양자적인 특성을 띄는 게 아닌가 의문을 던지게 된다. 이를 양자생물학이라고 한다. 도서를 찾아보니 몇 권 있는 걸로 봐서 하나의 학문인 듯하다.

   더 나아가서 양자심리학은 어떨까. 인간은 사물을 보며 여러 가지로 파악할 수 있는데 그 순간순간 이것도 되고 저것도 되곤 한다. 예를 들면 직육면체를 2차원 평면에 그렸을 때를 보면 우리는 두 가지의 직육면체를 인식할 수 있다. 모두 존재하지만 인식하는 순간 하나는 사라진다. 이는 수시로 반복될 수도 있다. 이는 뇌의 메커니즘도 양자적이지 않나라고 질문해 볼 수 있다. 그런 것에 기반한 인간의 행동은 도무지 예측 불가능한 경제학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중력이 양자를 어느 하나이게 강제한다는 이론이었다. 그래서 중력의 영향을 받으면 어느 하나로 존재해야 한다. 인간의 판단도 그런 게 아닐까 상상을 하는 저자의 글에 놀라움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은 한 명이 썼다기에는 너무 여러 학문을 띄어 다니고 있었고 인용하는 책들도 그러했다. 저자는 양자역학을 연구하는 교수인지 학문 덕후인지 잠깐 혼란스럽긴 하다. 인간이 만든 학문의 아래에 흐르는 물리학적 흐름을 캐치하고 질문을 던지는 책은 신선함 그 자체였지만 꽤 어려워서 질문만 받고 대답은 이해되는 만큼만 이해하고 넘겼다.

  굉장히 어려운 얘기를 문장으로 풀어냈다는 게 우선 좋았다. (그럼에도 충분히 어려웠지만) 과학 덕후라면 양자역학 마니아라면 한 번쯤 펼쳐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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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평생 전학생으로 사는 운명이니까
케이시 지음 / 플랜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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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스토리가 있는 에세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생각에 글을 더하는 그런 글들이 남겨져 있다. 첫 페이지를 넘기자마다 방이 열 개 달린 집을 가지고 있다고 하길래 내심 부러웠다. 부자라서 취미로 글을 쓰나라는 잠깐의 오해를 뒤로하고 그건 마음의 방이라는 것을 이내 알아챈다. 끊임없이 찾아오는 불청객 불안은 문전박대할수록 문을 더 심하게 두드린다. 그저 방한칸 내어주면 조용하다. 그렇다고 나머지 아홉 개의 방이 불안해지는 건 아니니까. 책은 그런 저자의 생각을 담아내는 곳이고 이 책은 에세이다.

  작가사 살며 보며 느끼며 때로는 비틀어 생각하는 이 글은 케이시 작가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마냥 작가로고만 생각했던 저자는 어떻게 보면 사업을 하던 사람이었다. 두 번의 스타트업을 실패하고도 자신에게 투자했다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글이 풍기는 삐딱함은 자신만의 경계를 긋고 있는 저자만의 자기 보호의 영역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까칠하지만 위로하는 글이라고 할까. 그건 독자에도 저자에게도 향하고 있는 것 같다.

  모든 경험은 사실 도움이 되는 것이고 성공은 어려움 속에서 탄생한다. 끝이라고 생각될 때 때론 끝이 아니지만 그래도 끝까지 견뎌내는 건 중요하다. 스스로 실패라고 정의할 때까지 유보라고 생각하는 나와 비슷하달까. 힘들다는 건 힘을 들이고 있는 중이고 인생은 언제나 좋은 것과 나쁜 것 사이를 오간다. 행복은 다정한 것에서부터 오지만 영감은 쓰레기로부터 온다. 부끄러움이 나의 몫이라는 건 사실 나만 신경 쓰고 있다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내 삶은 내가 정하는 것이며 내가 살아내야 하는 것이라 몸도 마음도 스스로 챙겨야 한다. 몸을 혹사시키면서 하는 건 다 부질없는 짓이다. 영양제를 챙겨 먹고 집중하던 일에서 잠시 눈을 떼어 보자. 훌륭한 사람들은 산책을 하는 습관이 있었고 아이디어는 오가며 발에 치이는 전단지 속에서 나올지도 모른다.

  불안하고 두려운 시대일수록 '양적완화'를 해야 한다. 미래의 자산을 현재에 끌어다가 투자해야 한다. 그건 국가의 행위이면서 개인의 행위다. 불안하면 자신에게 투자해서 계발해야 한다. 미래에서 끌어다 쓴 것보다 더 많이 벌 수 있길. 오타쿠처럼 뭔가에 미쳐 즐거운 삶을 살다 보면 어느새 장인이 되어 있을지도.

  어떤 일이든 초보자는 힘이 들어가고 고수가 되면 자연스럽다. 그건 운동이든 연기든 글이든 모두 같다. 자연스럽게 잘하려면 힘을 빼야 한다. 욕심을 내려둬야 한다. 자연스러움 속에 강함이 있다. 오래 잘하기 위해서는 힘을 줘선 안된다. 다칠 뿐이다. 아는 길도 물어가고 돌다리도 두들겨 보며 건너는 것이다. 많은 길을 다녀보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많은 것을 알게 되면 길을 잃어버리는 것이 초조하진 않다. 길을 찾는 것에도 힘을 뺄 필요가 있다.

  속도와 경쟁은 언제나 마음속의 나와 하는 것이지만 우리는 늘 주위를 두리번 거린다. 내가 더 잘하는 것보단 내가 더 뒤처진 것을 살핀다. 강점을 더 강하게 하면 날카로워지지만 단점을 채우기만 하면 그냥 무난하게 된다. 사실 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다. 빈틈없이 채우는 게 얼마나 힘들까. 약점을 인정하고 그냥 외길 인생을 살아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살다가 길이 아닌 것 같으면 만들던지 돌아가던지 하면 된다.

  어쩌면 긴 여행의 시간. 얼마나 의미 있는 삶을 살았는가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즐겁게 살았다는 건 꽤 중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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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밤의 우주 - 잠들기 전 짤막하게 읽어보는 천문우주 이야기 Collect 22
김명진 외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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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들은 분명 나의 또래임이 분명하다. '돈데크만' 같은 얘기를 비롯한 조크가 나 정도의 나이가 되어야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문장이 친근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이벤트 같은 단어와 만날 때면 과학 교양서라기보다는 친구 얘길 듣고 있는 기분이 들 정도다. 별들을 공부하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고 있지만 이렇게 많은 천문학자들과 한 권에 책에서 만나다니 기분이 좋다.

  천문학 에세이라고 하기엔 전문지식이 많고 그렇다고 과학 교양서라고 하기엔 문장이 너무 다정한 이 책은 동양북스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8분의 천문학자가 쓴 글이지만 마치 한 명이 쓴 글 같은 싱크로를 보인다. 편집자의 노력인지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에 다른 사람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분명 책을 열었을 때 소개되었던 많은 저자들이 무색하게 그저 한 명이 쓴 책 같았다.

  글쓴이들은 모두 한국천문연구원에서 근무하는 듯하다. '별을 쳐다보면 밥이 나오냐'라는 옛날 어르신들의 말이 잠깐 스쳤지만 좋아하는 일하며 밥벌어 먹고사는 워너비 인생이라고 생각이 들지만 그들도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한 때 별자리 찍을 거라며 장비 알아보던 시절이 잠깐 생각났다. 밤을 새우며 별을 찍는 부지런함이 나에게 없음은 물론이고 그랬다간 아마 소박맞았으리라.

  90일. 90가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익숙한 얘기들도 많았고 처음 듣는 얘기도 많았다. 특히 내 맘에 쏙 들었던 단어는 <카르만 라인>이었다. 인공위성들이 떠 있는 궤도라고 하는 이 단어는 <사건의 지평선>만큼 맘에 든다. 그리고 건담 마니아로서 건담을 만들 때 사용했던 지구에는 없는 광물 '건다늄'. 그런 것이 정말 있을까 궁금했는데 '곤드륨'이라는 이 광물은 지구에 없다고 한다. 태양계의 화석이라고 하는 이 '곤드륨'은 '건다늄'과도 닮았다. 건담 작가는 분명 '곤드륨'을 알고 있을 것 같다.

  이 책이 무엇보다 좋은 건 넓은 지식을 쉽게 그리고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깊이가 없지도 않다. 무엇보다 컬러풀한 그림과 함께여서 눈이 즐겁다. 그리고 우리 생활과 관련된 얘기들도 많아 즐겁다. 천문학에 대한 역사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물론 '스타는 스스로 타는 별'이라는 아재 개그도 있다. (웃음)

  천문학에 호기심을 끌만한 많은 요소요소가 많은 책이다. 500페이지가 넘었는데 순식간에 읽어버릴 정도로 가볍게 읽기에 좋다. 너무 어려운 전문 용어는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만 쉽게 설명했다. 허블 망원경 에피소드나 장영실의 측우기 얘기와 같은 재미난 이야기도 있다. 책을 따라가면 천문학자들이 추천하는 책도 몇 권 만날 수 있는데 아쉽게도 대부분 절판이다.

  여전히 모르는 게 훨씬 많은 우주지만 또 한껏 따가운 우주라서 조금은 알아두면 유용할 그런 지식을 잘 담아두었다. 아이들과 읽기에도 충분히 괜찮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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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왜 사느냐 묻는다면
미나미 지키사이 지음, 백운숙 옮김 / 서사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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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여 년을 수행은 주지 스님의 연혁에 독특한 점이 있다면 와세다 대학교 문학부 출신이며 대형 백화점에서 근무한 것이다. 사회생활까지 한 뒤 출가를 결정한 경우다. 인생은 괴롭고, 고통스럽고, 슬픈 것. 불가에서 얘기하는 번뇌를 짊어지고 사는 삶에 대한 답이 필요했을까? 오랜 세월을 답을 구한 그가 구한 답은 무엇일까?

  나의 존재의 가치를 찾는 것보다 인정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오늘을 제대로 살아가기 위한 다짐이 필요하진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이 책은 서사원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멈춤을 얘기는 많은 스님들의 글에 한 걸음을 더 나아가 '가치 있는 나'라는 그 자체에 물음을 던지며 글은 시작된다. 나는 우연히 태어난 존재. 내가 골라가며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세상이 빚어낸 존재. 내 맘에 들 수도 그렇게 밸런스가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그대로 진실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내가 태어난 귀함과 가치를 좇고 계발하기에 집중하며 살아내는 것만이 제대로 산다고 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

  우리가 가지는 대부분의 고민은 자신을 제대로 마주하지 않아서다.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다면 그것은 의외로 힘들거나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모든 것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세상이라 자신만의 테마를 정해 (혹은 가치관을 정해) 살아간다는 건 중요하다. 그 확신만 있다면 고민을 할 이유도 사라진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에 흔들리는 것이다.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이라는 말이 있다. 날마다 좋은 날이라는 이 말은 실은 매일이 좋기 때문에 좋은지 나쁜지 굳이 따질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 그냥 소중할 뿐이다. 평생을 돌아보며 좋은 인생인지 나쁜 인생인지 따지는 건 의미가 없다. 그저 죽음을 앞두고 납득할 수준이면 된다. 

  사실 맹렬하게 살아가는 나에게 책을 펼치지 마자 드는 생각은 반감이다. 왜? 한 번 받은 인생 빡빡하게 살아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에게서 받았다고 내가 소중하지 않은 건 아니니까. 그럼에도 꾸역꾸역 읽다 보면 스님이 하려고 하는 얘기가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가치를 찾아 방황하는 게 소중하고 행복하면 그거 하면 된다. 하지만 나와 맞지 않은 옷을 입듯 쓸려 다니지 말라는 얘기였다. 나에게 맞는 가위가 다른 사람에게도 편할 거란 보장은 없다.

  세상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없다는 걸 인정하고 나면 살아가는데 도움이 된다. 불교에서 삶은 번뇌의 연속이니까. 좋은 날보다 많은 힘겨운 날이 있다는 걸 인정하면 삶을 또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다른 사람의 인식으로 나로 존재할 수 있지만 그 시선에 너무 따지지 않고 나의 가치를 나의 테마를 찾아 찾아 살아가게 된다면 훌륭하지 않더라도 꽤 괜찮은 삶이라고 웃으며 세상과 안녕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내가 원하는 걸 하려는 노력. 타인을 위하는 노력. 자신을 똑바로 마주하려는 노력 등 오늘을 제대로 살아가는 연습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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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태왕 담덕 6 - 상업의 길
엄광용 지음 / 새움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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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사를 배우면 매번 드는 아쉬움은 '왜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하지 않았을까'였다. 고구려는 백제와 신라 모두를 신하국으로 만들었을 뿐 완전한 멸망을 시키지 않았다. 완벽하게 불씨를 끈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 후방의 평화를 도모하며 국정을 살피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을지도 모른다. 언제든지 멸망시킬 수 있다는 힘만 보여주면 모든 것은 만사형통이었을 거었다. 부국강병의 길을 걸었던 광개토태왕의 또 하나의 묘수는 바로 문화와 경제였다.

  천하를 호령하던 광개토대왕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새움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제는 중원의 거상이 된 조환과 해상을 장악한 추수 그리고 북방의 소금 거상이 된 우신이 역할을 하게 되었다. 더불어 백제로부터 탈환한 개성과 강화도의 인삼으로 무역은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을 바탕이 되었다. 게다가 외조부인 하대용의 집안 또한 고구려 상업을 일으켜 세우기엔 충분했다.

  담덕은 조환과의 대화에서 상업과 문화를 키우는 것이 어떤 일인지 알게 되었고 대국으로서의 면모를 보이기로 했다. 상업이 발전해야 나라에 부를 축적할 수 있고 장터로 몰려드는 세작에 대한 걱정은 더 많은 정보 수집으로 만회할 수 있을 거라 생각을 했다. 그리고 개방하는 그 자체가 자신감이었기에 강한 나라의 모습도 보이기로 했다.

  그리고 장터를 떠돌며 정보 수집을 하는 군사를 따로 키우며 역참을 활성화시켜 정보 전달의 속도를 높였다. 그러면서 비밀리에 군대를 키워 나갔다. 백제의 도발에 강하게 응징했고 부여로 통하는 상업로를 열었다. 백제를 멸망시켜야 한다는 신하들의 의견에 자신의 꿈을 얘기하는 장면에서는 신하들만큼이나 나에게도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듯했다.

  우리나라가 언제 그렇게 큰 꿈을 꾼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고구려를 읽으면 언제나 그런 대리 만족이 있다. 강대국에 대해서 떳떳한 자세가 늘 기분 좋음을 전달했다. 그래서 고구려 통일을 더 원했는지도 모른다. 당나라에 사대에서 뒤통수치듯 고구려와 백제를 멸망시킨 신라를 그렇게 좋게 볼 수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 아쉬움을 책을 말끔히 씻어주었다. 광개토태왕의 큰 그림을 잘 전달해 줬다. 그 정도의 큰 꿈을 꾸었다면 백제, 신라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겠지. 그것이 우리가 열광하는 광개토태왕의 진면목임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요동성을 넘어 중원으로 달려갈 마지막 7권이 벌써 눈앞에 펼쳐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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