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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합성 인간 - 낮과 밤이 바뀐 시대에 우리가 잃어버린 생체리듬과 빛의 과학
린 피플스 지음, 김초원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8월
평점 :
태양과 함께 만들어진 태양계. 그 속에서 형태를 갖춘 지구. 그러고도 한참 뒤에야 생겨난 생명체. 어떻게 생겨났을지도 모를 하나의 생명체로부터 인간이 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약 40억 년을 태양과 함께 살았을 이름 모를 단세포.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모든 생명에게 빛은 중요하다. 모든 에너지는 빛으로부터 시작된다. 지구의 자전으로 만들어지는 낮과 밤은 생명체에게 주기적인 펄스를 만들어줬을 것이다. 신체의 시계는 그렇게 만들어졌을 거다. 우리 몸은 빛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
진화의 시간에서는 찰나의 시간에 인간은 너무 많은 빛을 만들기 시작했다. 태양이 만들어 준 낮과 밤으로 생활하던 것. 그 모든 것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생체 주기는 그렇게 흐트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뿐만 아니다. 인류는 빛 또한 편식하기 시작했다. 마치 농사를 짓기 시작했던 것처럼.
빛은 우리 몸에 아주 중요하다. 가장 널리 알려진 비타민 D의 생성은 굳이 설명하지 않을 정도다. 빛으로 만들어낸 비타민D와 영양제로 섭취하는 비타민D 사이에는 다른 점이 있다는 것도 읽은 기억이 있다. 뿐만 아니라 빛으로 생성되는 멜라토닌이나 코르티솔이 있다. 멜라토닌은 수면을 유도하는 물질이지만 이를 생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빛을 쬐여야 한다. 숙면하려면 햇빛을 많이 맞으라는 말이 사실이다.
잠들었던 상태에서 깨어날 때 코르티솔이 활성화된다. 모순적이지만 이 역시 빛의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잠들기 전에 핸드폰을 보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블루라이트 차단은 유행 중이다. 하지만 각성은 빛의 색보다 강도에 더 민감하다. 블루라이트를 제거하는 것보다 빛을 어둡게 하는 편이 낫다.
그렇다고 블루라이트 안경에 블루라이트 창문을 설치하는 것은 빛을 편식하겠다는 것과 같다. 이 청색 빛이 멜라토닌을 만들기 위한 에너지 원이기 때문이다. 잠들기 적어도 세 시간 전까지는 빛을 많이 쬐이는 것이 좋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우리는 점점 빛 편식을 하고 있다.
태양 빛은 한 마디로 잘 차려진 밥상과 같다. 치유에 도움이 되는 적색 계열 빛, 호르몬에 영향을 주는 청색 계열 빛 그리고 우리가 가장 많이 보는 녹색 빛 등 엄청 많은 빛들이 산재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빛들이 우리에게 필요한 빛이다. 빛은 무료이며 눈에 보이는 결과를 잘 내어놓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빛 차별에 대해서 둔감하다. 부자들의 고층 빌딩은 빛 차별의 대표적인 사례다.
반대로 우리는 너무 많은 빛공해 앞에 있다. 어두어야 하는 밤은 너무 많은 불빛들로 넘쳐 난다. 잠들어 치유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몸은 여전히 깨어있게 되는 것이다. 장기들은 모두 잠들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인간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이런 것은 건강에도 좋지 못하다. 생명체에는 모두 생체 리듬이 있는데 인간은 자연의 생체리듬마저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빛 공해 때문에 수많은 곤충들이 죽어 간다.
책은 인간의 일주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몸은 주기에 맞게 동작한다. 밤이 되면 인슐린이 적어지고 침샘이 느려지는 것과 같다. 같은 양을 먹어도 저녁에 혈당이 더 급격하게 높아지는 이유다. 게다가 장기들은 소화 기능을 멈추고 치유의 시간을 돌입한다. 장기가 소화 기능을 멈출 때 치유가 시작되는 것이다. 저녁에 먹는 것은 여러모로 좋지 못하다 (특히 탄수화물).
생체리듬이라는 것은 현상은 파악이 되었는데 이론으로 나오긴 어려울 듯하다. 사람마다 생체리듬이 달라 어떻게 데이터를 내야 할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일주기 이론 자체가 아직은 시작 단계인 듯하다. 그럼에도 이 얘기가 근거를 가지는 것은 여러 현상들이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연이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것이 가장 건강한 삶이라는 말이 아마 이 이론에 딱 맞지 싶다. 치유를 위한 치료에도 타이밍이 있다고 말하는 일주기 의학은 치료의 최적기를 찾으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아직은 많은 것이 알 수 없음이기 때문에 의문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대부분은 들어볼 만한 얘기였다. 하지만 마지막 챕터는 살짝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뭔가를 옹호하기 위해 작성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생체리듬은 존재하는 듯하고, 시차 적응이나 교대 근무에 많은 힘듦 또한 그런 이유라는 걸 알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을 어떻게 과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는 아직 갈 길이 멀겠구나라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